아동을 강제추행했다 1심에서 징역 4년형이 선고된 70대 노인에 대해 검찰이 "양형이 너무 무겁다"며 홀로 항소를 제기해 항소심에서 결국 집행유예가 선고됐다. 검사는 공익의 대변인으로서 피해자뿐만 아니라 피고인의 정당한 이익을 위해서도 항소를 할 수 있긴 하지만, 이는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경기도에 사는 김모(77)씨는 지난해 11월 오후 2시경 동네 공원 정자에서 놀고 있는 A양(당시 7세)에게 다가가 "과자를 주겠다"며 말을 걸었다. 김씨는 이어 A양의 허벅지를 만지고, 치마 속으로 손을 넣어 강제추행했다. A양의 어머니는 김씨를 고소했고, 검찰은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 특례법(성폭력처벌법)상 13세 미만 미성년자 강제추행 혐의로 기소했다. 검찰은 김씨에게 징역 4년을 구형했고 1심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여 징역 4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7세의 아동을 강제로 추행해 상당한 정신적 충격을 주고도 범행 중 일부를 부인하고 있어 엄벌할 필요가 있다"고 중형 이유를 밝혔다. 김씨는 항소를 포기했다.
하지만 뜻밖에 검찰이 양형부당을 이유로 항소하고 나섰다. 김씨에 대한 법원의 양형이 너무 무겁다는 것이다. 검찰은 항소이유서에서 "피고인이 만 7세 여자아이를 추행하고도 범죄사실 중 일부를 부인하는 등 죄질은 매우 불량하지만, 원심이 피고인에게 징역 4년을 선고하면서도 반성의 기회와 피해자와의 합의 시간을 주기 위해 법정구속을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또 "피고인이 76세의 고령에다 별다른 전력이 없었던 점, 가정형편이 어렵고 부양해야 할 가족들이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진심 어린 사과를 할 수 있도록 다시 한번 항소의 기회를 주는 것이 피고인과 피해자 모두를 위한 길이라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러한 이유로 항소를 했으니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피고인에 대해 적정한 형을 선고해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서울고법 형사11부(재판장 서태환 부장판사)는 지난달 26일 김씨에 대한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징역 4년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김씨가 피해자 측으로부터 용서받지 못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고령에다 건강 상태가 좋지 않고, 항소심에서는 범행을 뉘우치고 있는 점, 부인이 치매증상으로 요양원에 입원해 있는 점을 양형에 반영했다"고 집행유예의 이유를 설명했다.
검찰 관계자는 "피고인의 이익을 위해 검사가 항소를 할 수 있긴 하지만, 이번 사건은 실무상 아주 이례적인 일"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