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방이 계약 내용을 문제 삼아 소송을 제기하고 수차례 관련 기관에 민원을 냈더라도 이를 이유로 계약을 해지할 수는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마산항 항만시설 전용사용 허가를 받은 A사는 2009년 4월 강재(鋼材) 하역과 보관, 선적 업무를 하는 B사와 계약을 체결했다. 항만시설 내 물류센터에 강재 등을 보관해주고 물류센터 안에 B사 사무실을 설치해 주는 조건으로 보관료 등을 받는 내용이었다. 계약서에는 계약 후 1년 뒤 보관료를 인상하고, 그 뒤 3년 후에는 보관료를 물가지수에 비례해 조정한다는 조항도 포함됐다. 하지만 B사는 보관료 인상 조항에 문제가 있다며 추가 보관료를 지급하지 않았고, A사는 추가 보관료를 달라는 소송을 냈다. B사도 이에 맞서 강재 보관 및 선별을 위한 철골구조물의 소유권 확인을 구하는 소송을 냈다. B사는 또 마산지방해양수산청장에게 이용하고 있는 물류센터와 야적장에 대한 전용사용 허가 신청을 내고, A사의 항만법 위반 여부를 확인해달라며 관할 관청에 지속적으로 민원을 제기했다. 하지만 A사가 관련 소송에서 모두 승소했고, B사의 전용허가 신청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A사는 "계속된 소송과 민원 제기로 계약의 기초가 되는 신뢰관계가 깨져 더이상 계약관계를 유지할 수 없다"며 B사에 계약해지를 통보하고 사무실을 비워달라는 소송을 냈다.
하지만 서울중앙지법 민사42부(재판장 김한성 부장판사)는 A사가 B사(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세창)를 상대로 낸 건물인도 청구소송(2015가합576639)에서 최근 원고패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B사의 소송과 민원 제기가 계약해지 사유가 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B사가 계약의 효력을 부인하는 주장을 하면서 A사가 제기한 소송에 응소하거나 그밖의 소송과 민원을 제기한 사실은 인정된다"면서도 "그러나 이 같은 사실만으로 계약의 기초가 되는 신뢰관계가 파괴돼 계약관계를 그대로 유지하기 어려운 정도에 이르게 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두 회사 간 추가 보관료 약정 등에 관해 다툼이 발생했고 이 과정에서 계약에 근거해 설치한 구조물의 소유권이 문제가 돼 B사가 법원에 소송을 제기하고, 항만시설에 대한 불확실한 상황을 해소하고자 민원도 제기한 것으로 보인다"며 "B사의 응소나 소송 제기가 소송권을 악용·남용했다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