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법에서 첫 국민참여재판이 열렸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7부(재판장 한양석 부장판사)는 17일 살인미수 혐의로 구속기소된 김모씨에 대한 국민참여재판(2008고합396)에서 배심원단의 평의결과를 받아들여 징역7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술에 취해 '심신미약상태에 있었다고 주장하나 범행 전후를 비교적 상세히 기억하고 있고 또 진술들이 모순되지 않아 심신미약 상태에 있다고 볼 수 없다"며 "피고인은 말다툼을 했다는 이유만으로 피해자를 죽이려 했고 범행수법도 망치로 머리를 내려치는 등 매우 잔인했다"고 중형을 선고한 이유를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피해자는 이 사건으로 인해 함몰골절상을 입어 피해의 정도가 매우 심각하고 누범기간 중인데도 자숙하지 않고 범행을 저질렀다"며 "평소에 피고인과 친하게 지내는 피해자조차 전혀 합의할 생각이 없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재판이 열린 서울중앙지법 417호 대법정은 국민들의 높은 관심을 반영하듯 방청객들과 국회법사위 전문위원, 법원행정처 관계자, 취재진들로 150석이 꽉찼다.
서울중앙지법은 올해 국민참여재판제도가 시행된 이후 바로 신청이 2건 들어오는 등 조기에 국민참여재판이 열릴 기회가 있었으나 피고인이 신청을 철회하거나 성폭행 피해자가 국민참여재판을 거부해 번번히 무산됐었다.
◇남자 배심원 1명, 여자 배심원 5명 = 배심원선정을 위해 소집된 90명 가운데 이날 법정에 모습을 드러낸 배심원후보예정자는 모두 26명이었다. 법원은 이번 재판을 앞둔 지난 5월 27일부터 관할구역 내에 거주하는 20세 이상의 주민들이 등재된 배심원후보예정자명부에서 무작위로 뽑은 90명에게 통지서를 보냈다. 이들 중 23명은 '주소지 불명' 등의 사유로 통지서 송달이 되지 않았다. 또 32명은 재판전날까지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해 '면제신청'을 해왔다. 결국 배심원후보로 참석할 수 있는 35명 중 26명이 최종 출석, 74.3%의 출석률을 기록했다.
26명 중 이번 사건에서 선정된 배심원 수는 예비배심원 1명까지 포함해 총6명으로 1명만 남자고 나머지는 모두 여자였다. 법정형이 사형 및 무기징역인 살인죄의 경우 9명의 배심원이 참여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피고인이 공소사실의 주요내용을 인정할 때에는 5명의 배심원만을 참여하게 할 수 있다. 법원은 여러 차례에 걸친 공판준비기일에서 피고인이 대부분 범죄사실을 인정해 배심원을 5명만 선정했다.
◇비디오 중계장치로 피해자에 대한 증인신문 이뤄져= 이날 국민참여재판을 신청한 피고인 김모(남.50)씨는 지난 4월께 서울노량진 수산시장의 한 식당에서 내연녀 김씨와 피해자 오모(여·58)씨 등과 술을 마시다 먼저 귀가했다. 김씨는 내연녀가 계속 전화를 받지 않자 피해자 오씨에게 전화를 해 내연녀의 행방을 물었다. 그러나 오씨가 거듭 모른다고 하자 오씨를 살해할 마음을 먹고 밤 11시경 약 37cm가량의 망치를 들고 오씨를 찾아가 머리를 2회 , 왼쪽팔을 1회 때렸다. 다행히 오씨는 죽지않고 전치7주의 뇌좌상을 입었다.
이번 사건은 김씨가 범행전 술을 많이 마셨다고 주장해 피고인이 범행 당시 음주로 인한 '심신미약' 상태에 있었는지 여부가 주요쟁점이 됐기 때문에 양형부분만이 주로 다퉈졌다.
한편 11시 30분부터 진행된 재판에서 검찰측은 공소사실 요지 및 입증계획을 파워포인트로 일목요연하게 준비해 배심원들의 이해를 도왔다. 또 피고인을 변호한 국선변호인도 차근차근 배심원 앞에서 주요사실과 쟁점에 대해 설명했다. 한편, 오후부터 진행된 증인신문절차에서 피해자 오씨는 피고인과 마주치기를 꺼려해 비디오 중계장치에 의해 증인신문이 이뤄졌다.
이에 따라 법정안에는 대형TV가 설치돼 검찰과 변호인측은 TV를 통해 피해자에게 당시 범죄상황과 사실에 대해 질문을 했다. 피해자는 머리의 상처에 대한 휴유증으로 인해 증언도중 휴식을 요청하기도 하고 감정에 북받쳐 눈물을 보이기도 해 증언이 5분가량 중단되기도 했다.
또 피고인은 재판내내 고개를 들지 못하며 재판장의 거듭된 질문에 "죄송하다는 말 이외에는 달리 드릴 말이 없다"는 말만 반복했으며 피해자 증인신문 도중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이날 배심원들은 의문나는 점에 대해서는 피고인에게 직접 질문을 하기도 하는 등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