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성애자를 난민으로 인정하기 위해서는 성소수자라는 사실 자체만으로는 부족하고 이를 이유로 본국에서 구체적 박해를 받았거나 송환시 박해를 받을 우려가 있다는 점이 인정돼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특별1부(주심 김소영 대법관)는 11일 이집트인 A(26)씨가 "난민불인정처분을 취소해달라"며 서울출입국관리사무소장을 상대로 낸 난민 불인정결정 취소소송(2016두56080)에서 원고승소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최근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동성애라는 성정체성이 외부로 공개될 경우 출신국 사회의 도덕규범에 어긋나 가족이나 이웃, 대중으로부터 받을 반감과 비난을 피하기 위해 스스로 자신의 성적지향을 숨기기로 결심하는 것은 부당한 사회적 제약일 수 있지만, 난민협약에서 말하는 '박해'에는 해당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어 "동성애자들이 난민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출신국에서 동성애를 이유로 구체적인 박해를 받아 대한민국에 입국했고, 다시 돌아갈 경우 사회의 특정세력이나 정부 등으로부터 박해를 받을 우려가 있다는 충분한 근거가 있어야 하는데, A씨는 이집트에서 자신의 성적지향을 외부에 공개하지 않았고 동성애 관련 활동을 적극적으로 하지도 않았다"며 "동성애로 인해 구체적인 박해를 받은 사실이 없이 단지 동성애라는 성적지향을 가지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박해를 받을 충분한 근거가 있는 공포를 가지고 있다고 판단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원심은 이집트 정부 등이 동성애자를 박해하는 적극적인 활동을 실제로 하고 있는지 등에 관해 충분히 심리하지 않고 A씨의 진술을 그대로 믿어 난민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는데, 이는 난민의 개념과 난민신청인의 진술의 신빙성 판단 기준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고 판시했다.
A씨는 2014년 4월 우리나라에 입국한 뒤 "동성애자이기 때문에 본국으로 돌아가면 박해를 받게 된다"며 난민 인정 신청을 냈지만 거부당하자 소송을 냈다.
1심은 "A씨가 박해를 받을 충분한 근거가 있는 공포가 있다고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며 원고패소 판결했다. 그러나 2심은 "이집트에서는 동성애자임이 밝혀지면 박해를 받을 위험이 매우 높은 것으로 보이고, 그러한 우려로 인해 자신의 성정체성을 외부로 표현하지 못하는 경우 그 자체를 박해의 일종으로 볼 여지도 있다"면서 A씨의 손을 들어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