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가 유족에게 단체보험내용에 대해 제대로 설명하지 않고 손해배상을 청구하면 불이익이 있을 것처럼 말해 보험금청구권을 회사측에 양도하는 합의를 했다면 이는 불공정한 법률행위에 해당해 무효라는 판결이 나왔다.
창원지법 민사5부(재판장 안창환 부장판사)는 작업 중 사고로 사망한 이모씨의 부인 신모씨가 E산업 대표 서모씨와 보험회사를 상대로 낸 보험금등 청구소송(2008가합4476)에서 "대표 서씨는 신씨와 아들 이모군에게 각각 2,300여만원과 1,300여만원을 지급하고, 보험회사가 공탁한 1억원은 신씨 등에 출급청구권이 있다"며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고 3일 밝혔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원고가 피고와 합의를 하지 않을 경우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장의비 1,100여만원과 유족연금 1억6,000여만원, 보험사로부터 사망보험금 1억원을 합쳐 2억8,000여만원을 안전하게 수령할 수 있는데다 피고 등에게 그 외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며 "합의로 받을 수 있는 돈은 총 2억2,200만원에 불과해 차액이 5,800만원 이상에 이르고 지급하기로 한 돈은 자력여하에 따라 지급여부조차 분명하지 않아 약정에 현저한 불균형이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또 재판부는 "신씨가 전업주부로서 가사를 전담하고 가계수입은 전적으로 남편 이씨에게 의존하고 있었던 점, 이씨가 갑자기 사망한 점, 이씨가 사망하자마자 E산업 관계자들이 찾아와 구체적 내용은 설명하지 않고 문의도 하지 못하게 하면서 신속하게 합의할 것을 권유한 점, 신씨 혼자 합의해 사망 후 불과 이틀만에 보험금 수익자로서 당연히 행사할 수 있는 1억원의 보험금 지급청구권을 별다른 대가없이 서씨에게 양도하는 합의를 한 점 등으로 미뤄 서씨는 신씨가 궁박, 경솔 또는 무경험의 상태임을 인식하면서 합의를 했다고 할 것"이라며 "이는 불공정한 법률행위로 무효"라고 판시했다.
E산업은 보험회사와 2008년1월께 이씨를 피보험자로 하고 이씨의 법정상속인을 사망보험금 수익자로 한 직장인 단체보험을 체결했다. 제관공으로 근무하던 이씨는 2008년3월19일 옥외작업장에서 H형강 2개를 묶은 철선을 끊는 작업 중 갑자기 떨어진 H형강에 몸이 깔려 다발성 장기손상 등으로 숨졌다. 사건발생 직후 E산업의 부사장 등은 이씨의 부인 신모씨를 찾아가 보험금과 유족급여가 지급되는 것에 대해 알려주지 않은 채 손해배상에 관해 함부로 문의하면 불이익을 받을 것처럼 말하고 신씨가 2억2,200만원만 받고 이외의 청구권을 행사하지 않겠다는 합의를 하도록했다. 이후 신씨는 합의가 불공정해 무효라며 보험회사와 서씨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