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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사일반
'직무유기·위계공무집행방해죄 혐의' 대대장은 무죄<br> 이 중사 유족 측, 1심 선고 불복해 항소 시사
[판결] '고(故) 이예람 중사 2차 가해'… 중대장·군검사 징역 1년
<사진=연합뉴스> 고(故) 이예람 공군 중사가 사망하기 전 발생한 성폭력 사건과 관련해 이 중사의 명예를 훼손하거나 허위 보고를 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직속 상관과 군검사에게 1심에서 실형이 선고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6부(재판장 정진아 부장판사)는 15일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당시 중대장 김모 대위와 직무유기 등 혐의로 기소된 박모 중위에게 각각 징역 1년을 선고했다(2022고합673). 다만 위계공무집행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대대장 김모 중령에게는 무죄가 선고됐다. 김 전 중대장은 이 중사가 성추행 피해를 당한 이후 전속을 가려던 공군 제15특수임무비행단 중대장에게 이 중사에 대한 허위 사실을 말해 명예를 훼손한 혐의가 유죄로 인정됐다. 재판부는 "피해자는 같은 레이더정비반 선임인 장모 씨로부터 심각한 강제추행을 당해 마음의 상처를 입고, 애초 정기인사로 전속을 가려던 계획까지 급히 변경해 가면서 사람들의 이목을 끌 수밖에 없는 수시인사를 통해 15비로 전속을 갈 수밖에 없는 매우 절박한 상황이었다"며 "비록 피고인이 피해자의 상황에 대해서까지 구체적으로 인식하지는 못했더라도 피해자의 직속상관으로서 피해자가 강제추행 피해를 당한 사실과 수시인사로 갑작스럽게 전속을 가게 된 사실을 인지했다면, 더욱 세심하게 피해자의 새로운 부대에서의 적응을 도와줬어야 했다" 지적했다. 이어 "그럼에도 피고인은 전출부대 지휘관에게 피해자가 사소한 사항이라도 언급하면 무분별하게 고소를 하는 사람인 것처럼 허위 사실을 유포했다"며 "이 같은 허위 사실은 전출부대 대대장, 주임원사 등에게도 전파됐고, 군대라는 조직의 특수성을 고려하면 실제로는 그보다 더 광범위하게 허위 사실이 전파됐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피해자가 15비에서 제대로 정착하지 못하고 사망하게 된 원인을 전적으로 피고인에게 돌릴 수는 없더라도, 피고인의 범행으로 인한 허위 사실의 전파가 피해자가 제대로 정착하는 데 커다란 방해요인이 됐음을 부인할 수 없다"며 "범행 내용과 범행이 초래한 중대한 결과 등에 비춰 보면, 이 범행은 일반적인 명예훼손 범죄와는 그 죄질의 무게감이 다르다고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중사의 강제추행 피해 사건의 담당자였던 박 전 군검사는 사건처리 지연의 책임을 면하려 윗선에 허위 보고를 한 혐의 등이 유죄로 인정됐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강제추행 피해 사건을 송치받은 이후 이 중사가 사망할 때까지 약 한 달 반의 기간 동안 별다른 수사를 한 사실이 없고, 특히 자신의 개인적 편의를 위해 피해자 조사 일정을 연기하기까지 했다"며 "이 중사의 사망 이후 사건 처리 지연이 문제되자 이 같은 사실을 숨기기 위해 공군본부 법무실에 거짓 보고를 했다. 법무실은 피해자 조사 일정이 변경된 진정한 이유를 파악하지 못한 채 이 중사가 원해서 조사일정을 변경한 것처럼 오해했고, 그렇게 잘못 파악된 사실관계가 공군 참모총장, 국방부, 국회의원에 전달되면서 법무실의 사건 은폐 의혹을 증대시켰다"고 지적했다. 다만 박 전 군검사가 정당한 사유 없이 피해자 조사를 수차례 연기해 직무를 유기한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이 중사 측 일정변경 사유 등에 비춰볼 때 박 전 군검사가 근무태만을 넘어서 직무유기죄 성립에 필요한 직무의 의식적인 방임 내지 포기에 이르렀다고 평가하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또 이 중사의 사생활 관련 비밀을 누설한 혐의에 대해서는 "특검이 국방부 검찰단이 1년 넘게 보관하고 있던 피고인의 휴대전화에 대한 전체 이미징 복제 파일을 탐색해 새로운 범죄사실에 대한 증거를 취득한 것은 영장주의와 적법절차 원칙을 위반한 것으로서 위법하다"며 무죄로 판단했다. 한편, 이 중사에 대한 2차 가해 차단 조치 등을 하지 않아 지휘관으로서의 직무를 유기한 혐의와 사건 관련 허위 보고 혐의로 기소된 김 전 대대장에게는 무죄가 선고됐다. 재판부는 "피고인에게 2차 가해를 방지할 의무는 인정되나, 의무이행의 방법은 피고인이 적절히 판단할 수 있는 것이므로 반드시 중대장이나 주임원사 등에게 2차 가해를 방지하도록 지시해야 할 구체적 의무가 도출된다고 보기 어렵다"며 "이 중사에 대한 부당한 압력이나 회유, 소문 유포를 방지하기 위해 나름대로 여러 조치를 취한 점에 비춰 보면, 피고인이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날 법정에서는 선고를 듣던 이 중사의 모친이 정신을 잃고 쓰러지며 4분 가량 재판이 중단됐다. 선고 직후에는 이 중사의 부친이 무죄가 선고된 김 전 대대장을 향해 고함을 지르며 통곡했다. 이 중사의 유족 측은 선고 직후 "직무유기의 범위를 협소하게 인정한 판례를 근거로 판단해 아쉽다"며 1심에 불복해 항소할 것을 시사했다.
직무유기
은폐
2차가해
명예훼손
이예람
이용경 기자
2024-01-15
군사·병역
형사일반
[판결] '故 이예람 중사 통화 녹음파일 요구' 공군 장교들 '직권남용' 무죄 확정
고(故) 이예람 중사 사망 사건과 관련해 공군에 대한 비난 여론을 돌리기 위한 목적으로 이 중사가 동료와 통화한 녹음파일을 받아 언론에 제공한 혐의로 기소된 공군 장교들에게 무죄가 확정됐다. 대법원 형사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11일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기소된 공군 정훈장교 A 씨와 B 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2023도178). 판결문에 따르면 공군본부 공보정훈실장 A 씨와 공보계획담당 B 씨는 선임에게 성폭력 피해를 입고 2차 가해에 시달리던 이 중사가 2021년 5월 사망한 뒤 공군에 대한 비난 여론을 반전시킬 목적으로 이 중사의 동료인 C 씨로부터 이 중사와의 통화 녹음파일을 제출받아 언론사에 제공한 혐의를 받았다. 이들은 해당 통화 녹음파일을 언론에 제공해 '사망자가 신고를 망설였다'거나 '사망자에 대한 2차 가해는 없었다'라는 내용이 보도되도록 모의했다고 공소사실에 적시됐다. 또 B 씨가 C 씨가 소속한 대대장과 동일한 계급임을 내세워 C 씨를 압박했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하지만 1, 2심은 이들에게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원심은 "피고인들은 이 사건 뉴스 내용이 일부 사실과 다른 부분이 있다는 인식 아래 이에 대응하기 위해 C 씨에게 이 사건 녹음파일을 제공해 줄 것을 요청한 것"이라며 "피고인들이 뉴스 내용에 오보가 있는지 여부에 대해 군수사기관 등에 면밀하게 확인하지 않았고, 정정보도나 반론보도 등의 법적인 절차를 거치지 않은 채 다른 기자를 통해 반박 보도를 하는 형식으로 대응하고자 한 면은 다소 부적절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오보를 바로 잡겠다는 주된 인식 아래 C 씨에게 자료제공을 요청한 것이므로 직권 행사의 목적이 부당했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피고인들의 행위가 공보활동을 위해 관련 부서 또는 기관 등에 자료제공의 협조를 요청할 수 있는 직무상 권한을 불법·부당하게 행사한 것이라고 볼 수 없고, 절차나 방법에 일부 부적절한 점이 있더라도 그 위법·부당의 정도가 실질적·구체적으로 봐서 직무 본래의 수행이라고 평가할 수 없을 정도에 이른 경우로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대법원도 검사의 상고를 기각하며 "원심 판결에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고 판시했다.
직권남용
이예람
공군
이용경 기자
2024-01-12
소비자·제조물
형사일반
서울고법 "원심, 피고인들 업무상 과실 인정여부 등 판단 생략" '무죄 판단' 1심 판결 파기하고 피고인들 전원에게 유죄 판결
[판결] '가습기살균제 사건' SK케미칼·애경 前 대표 등 항소심 전원 유죄
안용찬 애경산업 전 대표. <사진=연합뉴스> 인체에 유해한 독성 물질이 든 가습기살균제를 제조·판매한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던 SK케미칼과 애경산업 전 대표 등 임직원 13명에게 항소심에서 모두 유죄가 선고됐다. 서울고법 형사5부(재판장 서승렬 부장판사, 안승훈·최문수 고법판사)는 11일 업무상과실치사 등 혐의로 기소된 SK케미칼·애경산업·신세계이마트 전직 임직원 등 13명에 대한 항소심에서 홍지호 전 SK케미칼 대표와 안용찬 전 애경산업 대표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각각 금고 4년을 선고했다(2021노134). 1심에서 무죄가 선고됐던 한모 전 SK케미칼 사업본부장에게는 금고 4년이, 홍모 전 이마트 상품본부장에게는 금고 3년이 선고됐다. 조모 전 SK케미칼 팀장 등 나머지 임직원들에게도 금고 2년 6개월~3년 6개월이 선고됐다. SK케미칼 OEM 협력업체인 필러물산의 김모 대표에게는 금고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이, 김모 공장장에게는 금고 2년에 집행유예 4년이 선고됐다. 다만 재판부는 실형이 선고된 피고인들의 방어권 등을 보장하기 위해 법정구속은 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우선 유죄가 확정된 옥시 사건 관계자들과 피고인들의 업무상과실치사상죄의 공동정범이 성립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대량 생산과 대량 소비를 특징으로 하는 현대 산업사회에서는 경쟁관계에 있는 복수의 제조업자가 동일한 유형의 제품을 제조·판매하고 소비자가 시중에 유통되는 여러 종류의 제품들을 사용하는 것이 당연히 예정돼 있으므로 각 가습기살균제 제품의 개발·제조·판매에 관여한 사람들 모두가 공동의 주의 의무와 인식 아래 업무상 과실로 결함 있는 가습기살균제를 각각 제조·판매했다고 할 것"이라며 "그 결함으로 그중 두 종류 이상의 가습기살균제를 사용한 피해자들에게 사망 또는 상해의 결과가 발생했다면, 이들 중 특정 피해자가 중복 사용한 가습기살균제들의 제조·판매에 관해 업무상 과실이 있는 사람들 간에는 해당 피해자에 대한 업무상과실치사상죄의 공동정범이 성립한다고 할 것"이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피고인들은 인체에 유해한 성분이 함유된 각 가습기살균제 제품을 제조하거나 제조·판매하는 회사의 임직원들으로서 그 맡은 업무에 따라 제품 출시 전 수행하도록 요구되는 안전성 검사를 수행했어야 함에도 이를 이행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제품 출시 후 요구되는 관찰의무를 이행하지 않아 그 피해를 확대시켰다"며 "일부 피고인들은 가습기 제품의 용기에 허위 사실이 기재되도록 한 업무상 과실까지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피고인들의 이 같은 과실은 다른 공동정범의 업무상 과실과 중첩적 또는 순차적으로 경합한 결과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이 원인을 모르는 상태에서 폐질환 또는 천식으로 큰 고통을 겪었고, 상당수의 피해자들은 사망이라는 돌이킬 수 없는 참혹한 피해를 입는 등 그 존엄성을 침해당했다"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재판과정에서 피해자들과 그 가족들은 피해자들이 입은 신체적 피해뿐만 아니라 그동안 겪었던 극심한 정신적 고통을 거듭 호소하며 피고인들에 대한 엄벌을 호소하고 있다"며 "각 가습기살균제로 인한 피해의 원인을 규명하는 과정에서 많은 국가적·사회적 비용이 소요됐을 뿐 아니라 현재까지도 피해의 완전한 회복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피고인들도 각 가습기 제품을 제조하거나 판매할 당시에는 지금과 같은 대규모의 인명피해가 발생할 것까지 예상하지는 않았을 것으로 보이고, 형사책임이 문제돼 지금까지 긴 시간 동안 수사와 형사재판을 받는 과정에서 많은 정신적 고통을 받은 사실도 인정된다"며 "다만 피고인들이 겪고 있는 그러한 고통은 이 사건으로 피해자들과 그 가족들이 겪었거나 겪고 있는 고통에 비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할 것이기에 피고인들에 대해서는 그 책임에 따른 엄정한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판시했다. 홍 전 대표 등은 2002년부터 2011년까지 클로로메틸아이소티아졸리논(CMIT)·메틸아이소티아졸리논(MIT) 등 독성 화학물질 성분으로 가습기살균제인 '가습기메이트' 등을 제조·판매하는 과정에서 객관적·과학적 방법으로 안전성을 검증하지 않아 인명 피해를 내 업무상과실치사 등 혐의로 기소됐다. 앞서 1심을 맡은 서울중앙지법 형사23부(당시 재판장 유영근 부장판사)는 2021년 1월 모든 피고인들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클로로메틸아이소티아졸리논(CMIT)·메틸아이소티아졸리논(MIT) 성분 가습기살균제가 폐질환이나 천식을 유발한다는 구체적 인과관계가 입증됐다고 보기 어렵다는 취지였다. 당시 재판부는 "CMIT·MIT 가습기살균제 사용과 폐질환, 천식 발생 혹은 악화 사이에 인과관계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며 "따라서 피고인들이 제조·판매한 가습기살균제 사용과 피해자들의 상해 및 사망 사이에 인과관계가 인정됨을 전제로 하는 공소사실과 나머지 쟁점들 역시 더 나아가 살펴볼 필요 없이 이 사건 공소사실은 모두 범죄증명이 없다"고 밝혔다. 이어 "가습기살균제 사건은 많은 피해가 발생한 사회적 참사였고 이를 바라보는 심정은 안타깝고 착잡하다"면서도 "2년여 동안 심리한 결과 CMIT 성분 가습기살균제는 유죄 판결을 받았던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HMG) 성분 가습기살균제와 성분·유해성에서 많은 차이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가습기살균제
SK케미칼
업무상과실치사
옥시
제조물책임
이용경 기자
2024-01-11
민사일반
[판결] 강제징용 피해자 유족, 日 기업 상대 '1억원' 손해배상 승소 확정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의 유족이 일본 기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최종 승소했다. 2018년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강제징용 피해자들에 대한 일본 기업의 배상책임을 인정한 이후, 피해자들이 손해배상 소송에서 연이어 승소하고 있다. 대법원 민사 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11일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김모 씨(2012년 사망)의 유족 3명이 현 신일철주금(구 일본제철)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2018다47533). 김 씨는 일제강점기인 1943년 강제동원 돼 일본 큐슈 소재 구 일본제철의 야하타 제철소에서 강제노동을 했다. 김 씨가 사망한 후인 2015년 5월 김 씨의 아내와 자녀들은 "강제로 끌려가 노동한 데 대한 손해를 배상하라"며 일본제철을 상대로 1억 원을 청구하는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1심은 김 씨의 위자료 1억 원 중 상속지분에 따라 부인에게 4300만 원, 두 자녀에게 각각 2850만 원을 각각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2심도 일본제철의 항소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날 대법원이 최종 상고를 기각하면서 일본제철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한 원심 판결이 최종 확정됐다. 대법원은 2018년 전원합의체 판결 선고로 인해 비로소 대한민국 내에서 강제동원 피해자들이 사법적 구제를 받을 수 있게 됐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채권자에게 권리의 행사를 기대할 수 없는 객관적인 사실상의 장애사유가 있었던 경우에, 대법원이 이에 관해 채권자의 권리행사가 가능하다는 법률적 판단을 내렸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시점 이후에는 장애사유가 해소되었다고 볼 수 있다"고 전제했다. 이어 "대법원은 2018년 전원합의체 판결을 통해 일본 정부의 한반도에 대한 불법적인 식민지배 및 침략전쟁의 수행과 직결된 일본 기업의 반인도적인 불법행위를 전제로 하는 강제동원 피해자의 일본 기업에 대한 위자료청구권은 청구권협정의 적용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법적 견해를 최종적으로 명확하게 밝혔다"며 "강제동원 피해자의 상속인인 원고들에게는 2018년 전원합의체 판결이 선고될 때까지는 피고를 상대로 객관적으로 권리를 사실상 행사할 수 없는 장애사유가 있었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원고들의 손해배상청구권은 일본 정부의 한반도에 대한 불법적인 식민지배 및 침략전쟁의 수행과 직결된 일본 기업의 반인도적인 불법행위를 전제로 하는 강제동원 피해자의 일본 기업에 대한 위자료청구권으로서 '대한민국과 일본국 간의 재산 및 청구권에 관한 문제의 해결과 경제협력에 관한 협정'(청구권협정)의 적용대상에 포함되었다고 볼 수 없다고 한 원심 판단에 청구권협정의 적용대상 및 효력에 관한 법리 오해로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고 판시했다. 대법원은 또 "대한민국 법원이 이 사건에 대해 국제재판관할권을 가진다고 판결한 원심 판단에 법리 오해가 있다"는 피고 측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강제징용
일제
청구권협정
홍윤지 기자
2024-01-11
형사일반
[판결] 김밥·떡볶이 억지로 먹여 장애인 질식사…복지센터 관계자 벌금형 확정
중증 장애인에게 강제로 음식을 먹이다 질식해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사회복지센터 관계자들에게 벌금형이 확정됐다. 대법원 형사3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12월 14일 학대치사, 장애인복지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사회복지사 A 씨에게 벌금 500만 원을 선고하고, 사회복무요원 B 씨에게 징역 1년의 선고를 유예한 원심을 확정했다. 원심은 B 씨에게 벌금 100만 원을 함께 선고했으며, 이들에게 장애인관련기관 취업 3년과 5년 제한 명령을 내렸다(2023도7324). A, B 씨는 2021년 8월 장애인 주간보호센터에서 1급 중증 장애인 C 씨에게 떡볶이와 김밥을 강제로 먹여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C 씨는 기도가 막혀 호흡곤란을 호소하다 쓰려졌고 119구급대에 의해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졌다. 조사 결과 C 씨가 음식을 먹던 곳에는 센터 관계자 2명과 사회복무요원 1명이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폐쇄회로(CC)TV에는 B 씨가 식사를 원하지 않는다는 표현을 하는데도 억지로 먹이는 듯한 장면이 담겼다. 1심은 A 씨에게 벌금 300만 원을 선고했다. B 씨에게는 학대치사죄를 유죄로 인정해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하지만 2심은 1심을 파기했다. 2심은 B 씨에 대한 학대 치사 혐의를 무죄로 인정하면서 "피해자에게 즉시 심폐소생술을 한 것으로 미뤄 살인의 고의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피해자를 학대한 것은 맞지만 그 행위로 사망에 이를 것으로 예측하지는 못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대법원도 이 같은 판결을 확정했다.
학대치사
장애인
주간보호센터
박수연 기자
2024-01-09
금융·보험
상사일반
“코로나19는 감염병에 해당” 손해보험 산정 기준 되나
[판결] “코로나19 감염 사망은 ‘상해’ 아닌 ‘질병’”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전 세계를 휩쓴 가운데, 최근 법원에서는 코로나 감염병을 상해가 아닌 질병으로 판단한 판결이 나와 관심이 쏠린다. 코로나 발발 초기에도 코로나 감염을 ‘상해’가 아닌 ‘질병’으로 본 하급심 판례가 나온 적이 있어 앞으로 유사 사안에서 손해보험 산정의 기준이 될 지 주목된다. 서울중앙지법 민사213단독 이현종 판사는 2023년 12월 20일 A 씨 유족들이 흥국화재해상보험을 상대로 낸 보험금 소송(2022가단5136181)에서 원고패소 판결했다. A 씨는 생전인 2014년 9월 흥국화재와 보험계약을 체결했다. 이는 보험기간 중 상해의 직접적 결과로 사망한 경우 1억8000만 원의 상해사망보험금을 지급하는 ‘일반상해사망 보장’과 질병으로 사망할 경우 1000만 원의 질병사망보험금을 지급하는 ‘질병사망 보장’ 등을 내용으로 하는 보험이었다. 특히 보험계약 약관에는 질병으로 인한 사망의 경우 일반상해사망 보험금을 지급하는 않는다는 취지의 조항, 이른바 ‘질병면책 조항’이 포함돼 있었다. 이후 A 씨가 2022년 1월 코로나19 감염으로 갑작스럽게 사망하자 법정상속인인 유족들은 흥국화재를 상대로 보험금을 청구했다. 흥국화재는 A 씨의 사망을 질병 사망이라고 판단하고, 유족들에게 질병사망보험금을 지급했다. 이에 유족들은 "A 씨의 사망은 보험계약에서 정한 보험사고에 해당하고, 흥국화재가 질병면책조항을 제대로 설명하지 않아 보험계약상 일반상해사망 보험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며 소송을 냈다. 하지만 법원은 코로나19 감염 사망을 '일반상해사망'이 아니라 '질병사망'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보험사는 질병면책조항과 상법 규정 등을 근거로 상해사망보험금 지급을 거절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판사는 "상해보험에서 담보되는 위험으로서 상해란 외부로부터 우연한 돌발적 사고로 인한 신체의 손상을 뜻한다"며 "사고 원인이 피보험자 신체의 외부로부터 작용하는 것을 말하고, 신체 질병 등과 같은 내부적 원인에 기한 것은 상해보험에서 제외되고 질병보험 등의 대상"이라고 밝혔다. 이어 "코로나19 감염 경로와 증상, 감염병예방법령 질병 분류, 질병·사인 분류에 관한 통계청 고시 내용 등에 질병의 사전적 의미를 더하면, 코로나19는 이 보험계약의 보험사고 유형 또는 보장대상 중 '질병'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또 "보험계약 보장내용, 즉 상해 사망과 질병 사망을 각각 독립한 보험사고 또는 보장대상으로 정하고 있음을 고려하면, '질병 사망은 일반상해사망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약관 조항은 질병사망이 상해사망보험금이 아닌 질병사망보험금의 지급 대상이라는 점을 다시 한 번 확인하는 조항이라고 볼 수 있다"며 "상해보험과 질병보험에 관한 상법 규정, 감염병 또는 사인 분류에 관한 감염병예방법령 등의 규정, 질병의 사전적 의미와 코로나19의 일반적으로 알려진 증상 등에 비춰 코로나19가 질병인 감염병에 해당함이 명백한 이상 코로나19로 인한 사망은 상해로 인한 사망이 아니라 질병으로 인한 사망이라는 점도 명백하다고 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번 사건의 질병면책 조항은 거래상 일반적이고 공통된 것이어서 보험계약자가 별도 설명 없이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던 사항이거나 이미 법령에 의해 정해진 것을 부연하는 정도에 불과한 사항"이라며 "질병면책 조항은 보험자 등의 명시·설명의무 대상이 아니라고 봄이 타당하고, 흥국화재는 질병면책조항을 보험계약 내용으로 주장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앞서 이번 사례와 유사한 사건을 맡은 1심도 코로나19 감염을 '상해'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 판결은 1심에서 그대로 확정됐다. 대구지법 민사11부(당시 재판장 주경태)도 2020년 10월 C 씨 유족들이 현대해상화재보험을 상대로 낸 보험금 소송(2020가합753)에서 원고패소 판결했다. C 씨는 2020년 3월 코로나19에 감염돼 사망했다. 현대해상은 이를 '질병 사망'으로 판단하고, 보험계약에 따라 유족들에게 질병사망보험금 3000만 원을 지급했다. 유족들은 "C 씨의 사망 원인은 코로나19"라며 "보험계약 약관상 급격하고 우연한 외래 사고, 즉 '상해 사고'로 봐야 하므로 보험사는 상해사망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며 소송을 냈다. 하지만 당시 재판부는 "C 씨에 대한 코로나19 바이러스 침입은 다른 병원체들과 마찬가지 침입 경로를 통해 전파된 것으로 보인다"며 "C 씨는 일상생활을 하던 중 코로나19에 감염된 것으로 보일 뿐 다른 특별한 매개체에 의해 감염됐다는 등 감염 과정에 있어 외래성을 인정할만한 특별한 사정이 없다"고 밝혔다. 이어 "코로나19 감염자 중 무증상자도 존재하고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에도 발열, 기침, 호흡곤란, 폐렴 등 경증에서 중증까지 다양한 호흡기감염증이 나타난다"며 "특히 고령, 면역기능 저하 환자, 기저질환자가 주로 중증으로 나타날 가능성이 높은 점에 비춰 보면, 코로나19가 체내 침투한 이후 패혈증으로 이르게 되는 데에는 신체조건, 체력, 면역력 등이 상당한 영향력을 미칠 것으로 보이는 데, C 씨는 60세를 넘은 사람으로 당뇨와 고혈압의 기저질환을 가지고 있었던 점을 고려하면 망인이 코로나19에 감염돼 사망에 이르렀다 해도 내재적 요인인 기저질환 등이 코로나19로 악화돼 사망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코로나19 감염은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제2조 제2호 타목 '제1급감염병 신종감염병증후군'에 해당하는 점 등을 종합하면, 코로나19에 의해 패혈증에 이르게 된 것을 두고 '급격한 외래의 사고로 입은 상해'라고 보기는 어렵고, 감염병에 해당하는 질병으로 봄이 타당하다"고 판시했다. 관련 사건을 수행한 경험이 있는 유인호 변호사는 "현재 생명보험사는 표준약관 개정(2020. 7 . 31)을 통해 코로나 감염병을 상해(재해)로 규정해 가입자에게 보험금을 지급하는 것과 달리, 손해보험사는 약관상 코로나를 '상해'로 보지 않고 있다"며 "금융감독당국이 일정한 기준을 제시해 코로나 감염에 의한 사망을 상해사망으로 본다는 '유권해석'을 하거나 생명보험의 경우처럼 '표준약관 개정'을 통해 문제들이 해결될 수 있을 것 같은데, 소송으로 다투기는 쉽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코로나19
보험
질병사망
이용경 기자
2024-01-04
국가배상
민사일반
[판결] 강남역 폭우로 맨홀 빠져 숨진 남매… 법원 "서초구, 유족에 16억 배상하라"
지난해 8월 중부지방에 발생한 집중 호우로 당시 강남역 인근 맨홀에 빠져 숨진 남매의 유족에게 서초구가 16억여 원을 배상해야 한다는 1심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33부(재판장 허준서 부장판사)는 14일 남매 A 씨와 B 씨 유족들이 서초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2023가합45284)에서 "서초구는 유족들에게 16억4700여만 원을 지급하라"며 원고일부승소 판결했다. 남매인 A 씨와 B 씨는 2022년 8월 8일 저녁 10시 50분께 서울 서초구 한 도로를 건너다 뚜껑이 열린 채 방치돼 있던 맨홀에 빠져 사망했다. 이들은 차량을 타고 가던 중 폭우로 시동이 꺼지자 차에서 내려 대피했다가, 비가 소강 상태에 접어들 무렵 귀가를 위해 물에 잠긴 도로 위를 걷다 이 같은 사고를 당한 것으로 조사됐다. 유족은 "도로에 있는 맨홀에는 추락방지 시설이 설치돼야 했다"며 "해당 도로 관리청인 서초구의 설치·관리상 하자로 사고가 발생했다"며 소송을 냈다. 이에 대해 서초구는 "사고 당시 기록적 폭우로 인해 맨홀 뚜껑이 열렸는데, 이는 천재지변에 의한 것"이라며 "예측 가능성이나 회피 가능성이 없었다"며 배상 책임을 부인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맨홀 설치·관리 하자로 인해 사고가 발생한 만큼 해당 도로 관리청인 서초구는 유족에게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특히 사고 장소 일대가 낮은 지대와 항아리 지형 등을 이유로 홍수나 집중 호우 때마다 침수된 점, 하수도에서 수압으로 인해 빗물이 역류해 맨홀 뚜껑이 열릴 가능성이 충분히 있었던 점 등을 이유로 이 같이 판단했다. 재판부는 "사고 당시 맨홀은 뚜껑이 열려있는 채로 통상 갖춰야 할 상태에 있지 않았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며 "서초구는 기록적 폭우로 인해 사고가 발생했다고 주장하지만, 강수량이 적었던 2011년 7월 집중호우 당시에도 맨홀 뚜껑 이탈은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다만 "사고 발생 당시 서초구가 맨홀 뚜껑 이탈을 즉시 확인하거나 조치하기 어려웠던 점, 사망한 남매 역시 빗물이 가득 찬 도로 상태에 주의할 필요가 있었던 점 등에 비춰 서초구의 배상 책임을 80%로 제한한다"고 판시했다.
설치관리하자
폭우
맨홀
이용경 기자
2023-12-28
산재·연금
형사일반
대법원, 28일 한국제강 대표에 징역 1년 확정
[판결]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원청회사 대표, 첫 실형 확정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원청회사 대표에게 실형이 확정된 첫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형사3부(주심 오석준 대법관)는 28일 중대재해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산업재해치사) 및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한국제강 대표 성모 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징역 1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2023도12316). 한국제강 법인에도 양벌 규정에 따라 선고된 벌금 1억 원이 확정됐다. 성 씨는 2022년 3월 경남 함안에 있는 한국제강 야외 작업장에서 하청업체 소속 60대 노동자 A 씨가 방열판 보수 작업 도중 1.2톤 무게의 방열판에 깔려 사망한 사고와 관련해 안전보건 조치 의무를 다하지 않고 경영책임자로서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위반한 혐의 등을 받았다. 1심은 "한국제강 사업장에서 수년간 안전조치 의무 위반 사실이 여러 차례 적발되고 산업재해 사망 사고까지 발생한 것은 해당 사업장에 근로자 등 종사자의 안전권을 위협하는 구조적 문제가 있음을 드러내는 것"이라며 "이 같은 상황에서 성 씨는 종전에 발생한 산업재해 사망 사고로 형사재판을 받는 와중에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됐음에도 경영책임자로서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고 그로 인해 이번 중대산업재해가 발생하기에 이르렀다"며 성 씨에게 징역 1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2심도 "성 씨의 반성하는 태도, 유족과의 원만한 합의 등은 앞서 1심에서 다 참작됐다"며 "법 시행 직후라 '대처가 어려웠다'고 주장하지만, 사업장 사망 사건이 처음 발생한 것이 아니고, 그전에도 여러 차례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으로 처벌받았던 점, 중대재해처벌법 입법 후 유예기간이 상당했다는 점에 비춰보면 1심 양형은 적절하다"고 검찰과 성 씨 양측의 항소를 기각했다. 대법원은 원심 판단을 그대로 확정했다. 특히 대법원은 이번 판결을 통해 근로자 사망으로 인한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죄와 중대재해처벌법 위반(산업재해치사)죄의 죄수관계에 관한 최초의 법리를 선언했다. 재판부는 "상상적 경합은 1개의 행위가 수개의 죄에 해당하는 경우를 말하는데, 여기에서 1개의 행위는 법적 평가를 떠나 사회관념상 행위가 사물자연의 상태로서 1개로 평가되는 것을 의미한다"며 "중대재해처벌법과 산업안전보건법의 목적, 보호법익, 행위태양 등에 비춰 보면, 중대재해처벌법 위반(산업재해치사)죄와 근로자 사망으로 인한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죄 및 업무상과실치사죄는 상호간 사회관념상 1개의 행위가 수개의 죄에 해당하는 경우로서 형법 제40조의 상상적 경합 관계에 있다"고 판시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되기 이전에 근로자 사망으로 인한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죄와 업무상과실치사죄는 그 업무상 주의의무가 일치해 상상적 경합 관계에 있다는 것이 대법원 판례의 입장이었다"며 "2022년 1월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 이후 중대재해처벌법 위반(산업재해치사)죄와 근로자 사망으로 인한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죄, 업무상과실치사죄의 죄수 관계는 어떻게 되는지 문제됐지만, 이에 대한 대법원 선례는 없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대법원은 이번 판결을 통해 중대재해처벌법위반(산업재해치사)죄와 근로자 사망으로 인한 산업안전보건법위반죄 및 업무상과실치사죄는 상호간 사회관념상 1개의 행위가 수개의 죄에 해당하는 경우로서, 형법 제40조의 상상적 경합 관계에 있다고 판시해 양죄의 죄수 관계에 대해 최초로 법리를 선언했다"고 설명했다.
중대재해처벌법
산업재해치사
한국제강
이용경 기자
2023-12-28
민사일반
[판결]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 손해배상 '2차 소송'서 또 승소 확정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피해자 유가족 등이 28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미쓰비시중공업 등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의 상고심 선고 결과를 접한 뒤 기뻐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대법원이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들에 대한 일본 기업의 배상 책임을 또 인정했다. 지난 21일 일본 기업의 소멸시효 완성 주장을 허용할 수 없다며 2차 소송의 첫 원고 승소 확정판결을 내놓은 데 이어 두 번째로 나온 원고 승소 판결이다. 대법원 민사3부(주심 안철상·오석준 대법관)는 28일 피해자 홍모 씨 등의 유족이 미쓰비시중공업과 히타치조센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1인당 5000만 원에서 1억5000만 원씩 배상하라"고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2019다203644). 홍 씨 등은 1944년 9월 일본 히로시마 미쓰비시중공업의 군수공장에 끌려가 강제노동에 시달리다 이듬해 귀국했다. 이들은 히로시마 원자폭탄 투하로 재해를 입어 피폭 후유증에 시달렸고 사회·경제적 어려움을 겪었다. 홍 씨 등 일부 생존자와 사망 피해자의 유족은 2013년 7월 미쓰비시중공업을 상대로 1인당 1억 원씩을 배상하라며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다. 2016년 1심은 "일본 정부의 강제적 인력 동원 정책에 기업이 적극적으로 동참해 강제 노동에 종사시켰다"며 "강제노동 기간과 강도, 근로환경 등을 고려해 1인당 9000만 원씩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2심도 1심 판단을 유지했다. 일제강점기 히타치 조선소 등에서 강제노동을 한 피해자 이모 씨도 2015년 히타치조센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내 1·2심에서 일부 승소했다. 이들의 소송은 2012년 대법원이 피해자들의 배상청구권을 인정하는 내용의 판결을 선고한 이후 다른 피해자들이 낸 일련의 소송 중 일부로, '2차 소송'이라 통칭한다. 일본 기업 측은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소멸시효가 지나 배상 책임이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2018년 전원합의체 판결이 선고되기 전까지 피해자들이 일본 기업을 상대로 권리를 사실상 행사할 수 없는 장애사유가 있었다고 봤다. 대법원은 "2012년 판결에서 대법원은 강제동원 피해자들의 일본 기업에 대한 불법행위를 이유로 한 위자료청구권이 청구권협정의 적용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고 판단한 후, 같은 취지의 환송 후 원심의 판단을 유지해 상고를 기각했다"면서 "이로써 2018년 전원합의체 판결을 통해 일본 정부의 한반도에 대한 불법적인 식민지배 및 침략전쟁과 직결된 일본 기업의 반인도적인 불법행위를 전제로 하는 강제동원 피해자의 일본 기업에 대한 위자료청구권은 청구권협정의 적용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법적 견해를 최종적으로 명확히 밝혔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2018년 대법원 전원합의체 선고로 비로소 대한민국 내에서 강제동원 피해자들의 사법적 구제가능성이 확실하게 됐다고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대법원은 한국 법원이 재판관할권이 없고 일제강점기 당시와 현재 미쓰비시 법인이 동일하지 않다는 주장도 일본 기업 측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1965년 체결된 한일청구권협정으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는 주장도 기각했다. 일본 정부는 이날 판결 이후 "극히 유감스럽다"며 반발했다. 일 정부는 지난 21일 한국 대법원이 같은 취지의 판결을 했을 때도 "매우 유감이고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고 항의했다. 피고 기업인 히타치조선과 미쓰비시중공업도 이번 판결에 유감을 표했다고 교도통신은 보도했다.
청구권협정
미쓰비시
강제동원
일제
홍윤지 기자
2023-12-28
가사·상속
민사일반
(단독)[판결] 외국서 유언공정증서 작성後 그 국가법 적용했다면… “사망시까지 상거소 유지 땐 해당 국가법 적용 가능”
유언공정증서 작성 당시 상거소(常居所)가 외국에 있었고 사망 시까지 그 상거소가 유지된 가운데, 유언자가 상속에 관한 준거법을 상거소가 있는 곳의 법률을 적용한다고 기재했다면 유언 작성 이후 한국에서 체류했더라도 국제사법 해석상 해당 국가의 법률을 적용할 수 있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서울고법 민사24부(재판장 김시철 부장판사, 강상욱·이동현 고법판사)는 10월 19일 A 씨가 B·C 씨를 상대로 제기한 유류분반환청구 소송(2022나2040001)에서 원고의 항소를 기각하고 원고패소한 1심 판결을 유지했다. 이 판결은 원고 측이 상고하지 않아 그대로 확정됐다. A·B·C 씨의 아버지 D 씨는 대한민국 국적의 재일교포로 일본에서 파친코 사업을 하는 비상장회사의 지배주주였다. D 씨는 생전에 배우자와 자녀 및 손자 등에게 상당한 재산을 증여했으며 2013년 7월 일본에 있는 공증사무소에서 유언공정증서를 작성했다. 이 유언증서에는 자신이 보유한 주식과 토지, 예금 등을 장녀와 차녀인 B 씨, C 씨에게 균등한 비율로 상속하고 장남인 A 씨에게도 토지 및 예금을 상속시킨다는 내용이 있었다. 특히 유언증서에는 ‘대한민국 국제사법 제49조 제2항에 기해 유언자의 상속에 관해선 유언자의 상거소가 있는 일본의 법률을 적용함을 지정한다’는 내용도 있었다. 구 국제사법은 상속에 관해 △사망 당시 피상속인의 본국법에 의한다 △피상속인이 유언에 적용되는 방식에 의해 명시적으로 다음 각 호의 법 중 어느 것을 지정하는 때에는 상속은 제1항의 규정에 불구하고 그 법에 의한다 △유언의 방식은 유언자가 유언 당시 또는 사망 당시 국적을 가지는 국가의 법 혹은 유언자의 유언 당시 또는 사망 당시 상거소지법 또는 유언 당시 행위지법으로 의하도록 규정하고 있었다. 2018년 5월 D 씨는 일본에서 사망했다. 이후 장남인 A 씨는 “유언공정증서에 일본법을 준거법으로 지정했다고 하더라도, 아버지는 2011년 4월부터 2017년 12월까지의 기간 중 일본으로 출국한 7일을 제외한 나머지 기간 한국에 거주했다”며 “유언공정증서 작성에 따른 준거법 지정 당시 아버지의 상거소가 일본이었다고 볼 수 없다”고 주장하면서 유류분반환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D 씨가 일본으로 출국한 7일을 제외한 나머지 기간 한국에 거주했더라도, 상속에 관한 준거법을 일본법으로 지정한 유언공정증서는 유효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D 씨가 파친코 사업을 하기 위해 설립한 상사의 소재지는 일본이고, 파친코 사업 등을 주된 경제활동으로 주요 자산을 형성했다”며 “D 씨는 한국에 체류하던 2012년부터 2017년까지의 기간 동안 일본 소득세법상 ‘거주자’의 지위에서, 한국 소득세법상 ‘비거주자’의 지위에서 각각 양국에 소득세 등을 납부한 것은 그 당시 항구적 거주 및 중대한 이해관계의 중심지가 일본이었음을 뒷받침하는 유력한 자료에 해당한다”고 했다. 이어 “D 씨는 (지배주주인) 회사 임시이사회 다음날 유언공정증서를 작성했는데, 그 작성 당시에 D 씨의 의사능력 등에 문제가 있다는 점이나 유언공정증서가 유효하지 않다는 점 등을 뒷받침할 수 있는 자료를 발견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D 씨 등은 모두 2013년 7월 당시 D 씨의 한국 체류를 휴양 상태로 파악하고 있던 점, D 씨는 2016년 5월 한정후견 개시심판 이후에 자신의 생활기반이 구축돼 있던 일본으로 복귀를 희망했고, 이를 토대로 2017년 12월 일본으로 최종 출국한 점, 주요 자산이 대부분 일본에 있고 공동상속인 전원이 주로 일본에 거주하면서 그곳에서 생활관계를 형성하고 있는 점 등을 함께 고려하는 경우 D 씨의 상거소지를 일본으로 보고 이 사건 상속에 관한 준거법을 일본 민법으로 파악하는 것이 공동상속인들의 이해관계를 침해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유언공정증서
유류분
상속
준거법
한수현 기자
2023-1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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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사실혼 배우자에게 숨진 배우자 재산 상속 권리 부여 않은 민법 조항 합헌"
판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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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현 교수(선장, 고려대 해상법 연구센터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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