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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례평석
판결전문
민사일반
약정한 공정위 사건 성공보수금은 지급해야
[판결](단독) 공정거래 사건 대리하며 이사회 승인없이 대표 형사소송 변호했더라도
로펌이 기업 공정거래사건을 대리하면서 이 회사 이사회 승인 없이 대표에 대한 형사소송 변호까지 함께 수임했다는 이유로 공정거래사건과 관련한 성공보수금 약정을 모두 무효로 볼 수는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16부(재판장 임기환 부장판사)는 A법무법인이 KT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2018가합564224)에서 "KT는 A법무법인에게 2억원을 지급하라"며 최근 원고일부승소 판결했다. KT는 2014년 B사와 맺은 태블릿 PC 제조 위탁계약을 부당하게 취소했다는 이유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20억원 상당의 과징금 납부명령을 받았다. 이 과정에서 A법무법인은 B사 측을 대리해 공정위에 의견서를 제출하는 등 B사와 법률자문 용역계약을 맺었다. 이 계약에는 △KT의 불공정거래행위 등을 이유로 한 공정위 사건 △KT에 대한 손해배상청구 등 민사소송 △B사 대표이사 관련 형사소송에 대한 법률자문 등이 포함됐다. 이와 함께 공정위가 KT에 공정거래법 위반 등으로 조치를 취할 경우 B사는 A법무법인에 성공보수금으로 2억원을 지급하기로 약정했다. ‘대표의 배임 혐의 변호’ 이유 약정한 공정위 사건 무효로 못 봐 KT는 서울고법에 과징금 취소소송을 냈지만 기각됐고 그대로 확정됐다. 그러나 B사는 결국 파산에 이르게됐고, A법무법인은 B사를 대위해 KT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소송과정에서 KT는 "A법무법인과 B사가 맺은 법률자문 용역계약에 B사 대표이사 개인의 형사사건을 변호하기로 한 부분이 포함돼 있는데, 이는 이사회의 특별승인이 요구되는 이사의 자기거래에 해당함에도 이사회의 특별승인을 거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A법무법인은 자신의 형사사건 변호비용을 B사 자금으로 지급하기로 한 대표이사의 배임행위에 적극 가담했다"며 "A법무법인과 B사의 계약은 이사회 특별승인을 받지 않아 무효이거나 민법 제103조에 따른 반사회질서 법률행위로서 무효"라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A법무법인과 B사의 계약에는 공정위 사건 외에도 KT에 대한 민사소송, B사 대표이사 관련 형사소송에 대한 법률자문 등을 계약의 목적으로 삼고 있기는 하다"고 밝혔다. 서울중앙지법, 로펌 승소 판결 그러나 "법률자문 용역계약에서 공정위가 KT에 제반조치를 취할 경우 보수금을 2억원 지급하기로 약정하는 등 계약의 내용과 문언에 비춰보면 성공보수금 2억원은 B사 대표이사 개인의 형사소송 변호나 KT에 대한 민사소송 대리와는 별개로 A법무법인의 공정위 사건 대리와 이에 따른 공정위의 KT에 대한 처분에 따른 것이라고 봄이 옳다"고 설명했다. 이어 "KT가 주장하는 용역계약 중 B사 대표이사 개인의 형사소송 변호에 관한 부분의 위법을 들어 성공보수금 약정 부분이 무효라고 할 수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공정위의 시정명령에 기초해 B사가 KT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했는데 그 청구액이 1412억원에 달하며 1심에서 67억원이 인정되기까지 한 사정에 비춰, 성공보수금 2억원이 부당하게 과다하다고 볼 수도 없다"며 "KT는 A법무법인에 2억원을 지급하라"고 판시했다.
로펌
공정거래
성공보수금
박미영 기자
2020-08-10
행정사건
대법원, 첫 판결… 용인경전철 주민소송단 손 들어줘
[판결] "지자체 혈세 낭비 사업도 주민소송 대상"
시에서 사업의 적정성 등을 충분히 검토하지 않고 추진해 혈세를 낭비했다는 논란을 빚었던 용인 경전철 사업의 손해배상청구를 주민소송으로 제기할 수 있다는 판결이 나왔다. 지난 2005년 1월 27일 지방자치법 개정으로 주민소송제도가 도입된 이후 지자체가 시행한 민간투자사업 관련 사항을 주민소송 대상으로 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대법원 특별1부(주심 권순일 대법관)는 29일 '용인경전철 손해배상 청구를 위한 주민소송단'이 김학규 전 용인시장, 한국교통연구원 등을 상대로 낸 주민소송 상고심(2017두63467)에서 원고일부승소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용인시는 1조 32억원을 투입해 2010년 6월 용인경전철을 완공했다. 그러나 시와 시행사인 캐나다 봄바디어사가 서로 최소수입보장비율 등을 놓고 다툼을 벌여 2013년 4월에야 개통됐다. 이 과정에서 용인시는 국제중재재판에서 패소해 8500억여원을 물어줬다. 경전철은 하루 이용객이 한국교통연구원이 예측한 16만1000명에 크게 못 미쳐 용인시는 재정난에 허덕였다. 이에 시민들은 용인시장과 경전철 사업 책임자들을 상대로 1조 32억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냈다. 재판에서는 용인시 주민들이 낸 소송이 지방자치법 제17조 2항에서 규정하고 있는 '주민소송'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쟁점이 됐다. 주민소송은 지방자치단체의 불법 재무회계 행위의 손해를 회복하기 위해 주민들이 제기하는 소송이다. 지방자치법에 따르면 공금 지출 사항 등을 감사청구한 주민은 그 사항과 관련이 있는 위법 행위 등에 대해 해당 지자체 장 및 직원, 지방의회의원, 해당 행위와 관련이 있는 상대방에게 손해배상청구 또는 부당이득반환청구를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1,2심은 주민들이 청구한 배상액 대부분을 기각했다. 경전철 공사과정에서 제기된 비리와 행정 오류, 시의회의 예산 감시기능 마비와는 별도로 주민들의 손해배상청구 대상이 주민소송 요건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봤다. 다만 김 전 시장의 정책보좌관인 박모씨가 경전철 관련 소송 과정에서 특정 로펌에게 과도한 입찰금액을 지출해 시에게 손해를 입힌 부분만 손해배상액으로 인정했다. 1심은 "박씨는 국제중재 대리를 위한 법무법인 선정 과정에서 공정한 입찰을 방해해 용인시에 손해를 입혔으므로 5억50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시했다. 주민소송 대상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주민소송의 경우 주민감사 청구를 한 경우만 제기할 수 있는데 주민소송 대상이 주민감사 청구 내용과 동일하지 않아 적법하지 않다"고 했다. 2심은 1심이 인정한 배상액 5억5000만원 보다 늘어난 10억2500만원을 배상액으로 인정했지만 1심과 마찬가지로 주민소송 대상이 아니라고 봤다. 하지만 대법원은 "주민감사청구가 '지방자치단체와 그 장의 권한에 속하는 사무의 처리'를 대상으로 하는 반면 주민소송은 '그 감사청구한 사항과 관련있는 위법한 행위나 업무를 게을리한 사실'에 대해 제기할 수 있도록 하고 있어 주민소송의 대상은 주민감사를 청구한 사항과 관련이 있는 것이면 충분하고 반드시 동일할 필요는 없다"며 "주민감사를 청구한 사항과 관련이 있는지는 그 기초적인 사회적 사실관계 등이 동일한지 여부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며, 따라서 그로부터 파생되거나 후속해서 발생하는 행위나 사실은 주민감사청구사항과 관련이 있다고 봐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주민소송단은 '용인시로부터 용인 경전철 수요예측 조사 용역을 의뢰받은 한국교통연구원 등이 명백한 오류가 있는 수요예측 용역보고서를 작성했다'고 주장하는데, 이는 재무회계행위와 관련이 있는 행위이거나 사실에 해당하므로 용인시에 한국교통연구원 등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를 할 것을 요구하는 것도 주민소송의 대상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원심이 주민소송의 대상을 주민감사청구사항과 동일할 것을 전제로 주민소송 청구 부분 다수를 부적법하다고 판단하고, 한국교통연구원 등의 손해배상책임에 대한 본안판단 없이 수요예측행위 자체가 지자체의 재무회계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은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고 판시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이번 판결은 지자체장이 혈세 낭비성 사업을 추진해 지자체에 손해를 입혔다면 주민들이 지자체장이나 민간투자사업 관련자들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내용의 주민소송을 제기할 수 있음을 명시적으로 밝힌 사례에 해당한다"며 "또 주민들이 지자체에 사업 계약 당사자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도 주민소송으로 요구할 수 있음을 밝힌 최초의 사례"라고 설명했다.
지방자치법
용인경전철
혈세
남가언 기자
2020-07-29
민사일반
대법원, 청구각하 원심파기
[판결] 주민감사청구 각하 됐어도 주민소송은 가능
지방자치법상 감사기관이 주민감사청구를 조사·판단하지 않고 각하했더라도, 주민들은 권리구제절차에 따라 주민소송을 낼 수 있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지방자치법상 주민참여제도의 실효성을 보장하라는 취지다. 대법원 특별1부(주심 이기택 대법관)는 이씨 등 인천시민 5명이 송영길 전 인천광역시장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소송에서(2018두67251) 원고의 청구를 각하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인천시는 2014 인천아시안게임을 준비하면서 왕산마리나 요트경기장 조성사업을 위해 왕산레저개발에 167억원을지원했다. 이씨 등 인천시민 396명은 2015년 3월 문화체육관광부에 "지원이 부당하다"며 지원금 반환을 요구하는 주민감사를 청구했다. 하지만 문체부는 "인천시의 지원행위는 국제대회지원법령에 위반되지 않는다"며 감사 청구를 각하했다. 이에 이씨 등은 2016년 8월 송 전 시장과 왕산레저개발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요구하며 주민소송을 냈다. 지방자치법이 규정한 다음단계 권리구제 절차 상고심에서는 감사기관인 문체부가 인천시민들의 감사 청구를 각하했음에도 시민들이 주민소송을 낼 수 있는지 여부가 쟁점이 됐다. 지방자치법 제17조 1항은 주민감사를 청구한 주민에 한해 주민소송을 제기할 수 있도록 해 '주민감사청구 전치'를 주민소송의 소송요건으로 규정하고 있다. 재판부는 "지방자치법 제17조 1항에 따른 주민소송은 주민들이 해당 지자체의 장을 상대로 감사청구한 사항과 관련이 있는 조치나 부작위의 당부를 다투어 위법한 조치나 부작위를 시정하거나 또는 해당 지자체에 손해를 야기한 행위자들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 등을 할 것을 요구하는 소송"이라며 "감사기관이 한 감사결과의 당부를 다투는 소송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주민감사청구 전치를 규정한 입법취지에 부합 이어 "주민감사를 청구한 주민에 한해 주민소송을 제기할 수 있도록 '주민감사청구 전치 요건'을 규정한 것은 감사기관에게 스스로 전문지식을 활용해 간이·신속하게 문제를 1차적으로 시정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하고 이를 통해 법원의 부담도 경감하려는 데 입법취지가 있다"며 "감사기관이 주민감사청구를 기각하거나 각하한 경우 지방자치법이 규정한 다음 단계의 권리구제절차인 주민소송을 제기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분쟁의 1회적이고 효율적인 해결 요청과 주민감사청구 전치를 규정한 지방자치법의 입법취지에 부합한다"고 판시했다. 앞서 1,2심은 "감사기관이 주민감사청구를 수리해 실제 감사가 진행된 경우에 한해 지방자치법 제17조 1항이 정한 '주민감사청구 전치 요건'에 해당한다"며 이씨 등이 낸 소송을 각하했다.
주민소송
주민감사청구
지방자치법
손현수 기자
2020-07-15
민사일반
서울중앙지법, 임의비급여라도 예외적 진료비 청구 인정
[판결](단독) “맘모톰 시술도 실손보험 지급대상 된다”
맘모톰 시술(초음파 유도하 진공보조장치를 이용한 유방종양절제술)도 실손보험 지급 대상이라는 점을 설시한 첫 법원 판결이 나왔다. 보험사들은 맘모톰 시술이 임의비급여에 해당한다며 이 시술로 보험금을 받은 고객(환자)을 대위해 병원 등을 상대로 부당이득반환을 요구하는 줄소송을 내왔다. 법원은 이들 소송에서 고객(환자)이 무자력이 아니라는 이유 등 채권자대위권 행사의 형식적 요건이 충족되지 못했다는 이유로 보험사들의 소송을 각하하는 사례가 많았다. 그런데, 이번 판결은 임의비급여라도 예외적으로 진료비 청구 등이 허용되는 경우를 인정하며, 맘모톰 시술이 실손보험 지급 대상이라는 점을 밝혀 보험사들이 맘모톰 시술 보험금과 관련한 소송을 제기할 근거 자체를 인정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특히 주목 받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86단독 김상근 판사는 최근 A보험사가 맘모톰 시술을 한 의사 B씨를 상대로 낸 부당이득금 반환 소송(2019가단5136808)을 각하했다. 외과의원을 운영하는 B씨는 2012년 12월부터 2018년 11월까지 환자들에게 맘모톰 시술을 했다. B씨에게 시술을 받은 환자들 가운데 A보험사의 실손의료비 보험에 가입한 C씨 등은 시술을 받은 후 A사에 맘모톰 시술 관련 보험금을 청구해 받았다. 의료기관이 환자에게 충분히 내용 설명 A사는 "맘모톰을 이용한 의료행위는 유방생검(생체 조직 일부를 제거함으로써 질병의 존재나 확산 양상을 파악하는 검사)에 한해 국민건강보험법상 요양급여 대상으로 정해져 있고, 유방 양성종양 절제 목적으로는 신의료기술평가를 거쳐 안전성과 유효성이 인정된 신의료기술로 인정받기 전에는 요양급여 및 법정 비급여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 '임의 비급여' 의료행위에 해당한다"며 "B씨가 한 진료행위는 맘모톰 시술이 2019년 8월 신의료기술로 심의돼 같은 해 10월 보건복지부 고시로 공표되기 전에 이뤄진 것으로서 임의 비급여 행위에 해당하므로, 건강보험공단은 물론 환자 개인으로부터도 급여 또는 비급여에 따른 진료비를 받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B씨의 행위는 국민건강보험법 제57조 1항의 '속임수나 그 밖의 부당한 방법으로 진료비 등을 부담하게 한 경우'에 해당해 무효"라며 "따라서 C씨 등은 B씨에 대해 관련 진료비 상당에 해당하는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을 가지고, 동시에 우리는 C씨 등에 대해 지급한 보험금 상당의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을 가진다. 두 청구권은 서로 밀접한 관련 등이 있어 우리는 C씨 등을 대위해 B씨에게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다"면서 1억900여만원을 반환라는 소송을 냈다. 김 판사는 "의료인은 진료계약에 따라 최선의 진료를 다할 의무를 부담하고 의료법에 따라 환자에게 최선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할 의무를 부담하고 있는 점과 가입자 등 환자 스스로도 질병·부상 등에 대해 과도한 비용부담 없이 유효·적절한 진료를 받을 권리가 있는 점에 비추어 보면, 요양기관이 국민건강보험의 틀 밖에서 임의로 비급여 진료행위를 하고 그 비용을 가입자 등으로부터 지급받은 경우라도 △그 진료행위 당시 시행되는 관계 법령상 이를 국민건강보험 틀 내의 요양급여대상 또는 비급여대상으로 편입시키거나 관련 요양급여비용을 합리적으로 조정할 수 있는 등의 절차가 마련되어 있지 아니한 상황에서, 또는 그 절차가 마련되어 있다 하더라도 비급여 진료행위의 내용 및 시급성과 함께 그 절차의 내용과 이에 소요되는 기간, 그 절차의 진행 과정 등 구체적 사정을 고려해 볼 때 이를 회피했다고 보기 어려운 상황에서, △그 진료행위가 의학적 안전성과 유효성뿐 아니라 요양급여 인정기준 등을 벗어나 진료해야 할 의학적 필요성을 갖추었고, △가입자 등에게 미리 그 내용과 비용을 충분히 설명해 본인 부담으로 진료받는데 동의를 받았다면, 이러한 경우까지 '사위 기타 부당한 방법으로 가입자 등으로부터 요양급여비용을 받거나 가입자 등에게 이를 부담하게 한 때'에 해당한다고 볼 수는 없다"고 밝혔다. 본인부담 진료 동의 받았다면 지급한 의료비는 보험계약에 따른 보장대상에 포함된다고 볼 수 있어 이어 "맘모톰은 기존 유방양성종양 절제술에 비해 흉터를 남기지 않는 장점이 있어 수술 흉터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환자들에게 병변제거의 효용성과 편리함 외에도 미용적인 측면에서 만족도가 매우 높아 20여년 전부터 세계적으로 실시되어 오고 있고 현재는 시술 횟수가 전국 700여개 이상 병의원에서 연간 약 8만건 이상에 이를 정도로 대중화되어 있다"면서 "맘모톰 시술이 신의료기술로 평가받은 2019년 10월 이전에 이뤄진 이 사건 시술들은 임의 비급여 치료행위에 해당하지만, 제출된 여러 증거 등을 종합할 때 맘모톰 절제술이 건강보험의 틀 안으로 편입되지 못하고 있던 시기에도 맘모톰 시술은 안전성과 유효성 뿐 아니라 요양급여 인정기준을 벗어나 진료해야 할 의학적 필요성을 갖추고 있었다고 봄이 상당하므로, 의료기관이 환자들에게 미리 그 내용과 비용을 충분히 설명해 본인 부담으로 진료 받는데 동의를 받았다면 '사위 기타 부당한 방법으로 가입자 등으로부터 요양급여비용을 받거나 가입자 등에게 이를 부담하게 한 때'에 해당한다고 볼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처럼 B씨가 맘모톰 시술을 하고 C씨 등으로부터 진료비를 받은 것이 유효한 이상 C씨 등이 B씨에게 지급한 의료비는 보험계약에 따른 보장대상에 포함된다고 할 것"이라며 "따라서 A사가 이번 채권자대위소송에서 피보전채권으로 주장하는 C씨 등에 대한 부당이득반환채권 자체가 성립할 여지가 없으므로, 이번 소송은 당사자적격이 인정되지 않아 부적법하다"고 판시했다. 법조계 관계자는 "법원이 맘모톰 시술과 관련한 채권자대위소송에서 채무자 무자력 여부 등 형식적 요건만 판단해 잇따라 각하 판결을 내리자 보험사들은 최근 채권양수금청구나 불법행위에 따른 손해배상청구 등 다른 청구원인을 추가해 계속 소송전을 이어나가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맘모톰 시술에 대한 보험금 지급이 정당하다는 취지의 판결이 나와 다른 사건에도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고 말했다.
맘모톰시술
실손보험
임의비급여
보험
조문경 기자
2020-07-06
민사일반
서울고법, 원고승소 판결
[판결](단독) 임직원이 빼돌린 8억9000만원 6년만에 되찾다
정보통신 사업을 지원하는 준정부기관인 한국정보통신산업진흥원 임직원들이 용역과제 수행업체 등을 이용해 사업비를 부풀리는 수법으로 정부출연금을 빼돌렸다가 거액의 배상책임을 물게 됐다. 진흥원은 이들 임직원을 상대로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을 청구했다가 1심에서 패소하자, 항소심에서 이들이 근로계약상 요구되는 근로자의 의무를 위반했다며 청구원인을 소멸시효가 더 긴 채무불이행으로 변경한 것이 주효했다. 서울고법 민사19부(재판장 견종철 부장판사)는 한국정보통신산업진흥원이 A씨 등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2019나2022621)에서 최근 원고패소 판결한 1심을 취소하고 "A씨 등은 진흥원에 8억9000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승소 판결했다. 정보통신산업진흥원 임직원인 A씨 등은 2012년 진흥원이 정부출연금을 지원받아 실시하는 연구용역사업 과제에 참여한 업체를 이용, 사업비를 부풀리는 수법으로 8억9000만원을 빼돌렸다. 2016년 A씨 등은 업무상 배임, 뇌물 등의 혐의로 기소돼 유죄 확정 판결을 받았고, 진흥원은 2018년 8월 이들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냈다. 정보통신진흥원, 2012년 ‘배임·뇌물혐의’로 기소 재판과정에서는 소멸시효가 쟁점이 됐다. 1심은 진흥원이 A씨 등을 상대로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청구를 했지만 불법행위 관련 소멸시효가 완성됐다고 판단했다. 민법 제766조 1항은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의 청구권은 피해자나 그 법정대리인이 그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로부터 3년간 이를 행사하지 아니하면 시효로 인하여 소멸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A씨 등에 대한 형사사건 1심 판결이 선고된 2014년 12월로부터 3년이 훨씬 지난 2018년 8월에 손해배상소송이 제기돼 A씨 등에게 불법행위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것이다. 유죄 확정 판결 3년 뒤 손배소 시효소멸로 패소 진흥원은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그러면서 손해배상청구 원인을 불법행위에서 채무불이행을 원인으로 한 손해배상으로 변경했다. A씨 등이 고용주인 진흥원과의 관계에서 소속 근로자로서 지켜야 할 의무를 위반했다는 것이다. 민법 제162조 1항은 채무불이행 책임과 관련한 소멸시효를 10년으로 규정하고 있는 점에 착안한 것이다. 항소심을 맡은 서울고법은 진흥원 측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A씨 등은 진흥원과의 근로계약에 따라 공정한 직무수행과 부당이득 수수금지는 물론 진흥원에 대한 충실의무가 있다"며 "A씨 등은 진흥원에 대한 업무상 배임행위를 하거나 묵인하고 그 이익을 분배받음으로써 진흥원과의 근로계약을 위반했다고 봄이 타당하며 그로 인해 진흥원이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항소심서 근로계약 위반으로 변경 배상 인정받아 이어 "진흥원은 윤리경영추진위원회, 윤리경영실무위원회 등을 운영하며 반부패청렴교육, 공익신고제도 등 임직원의 부패행위를 경계하고 이에 대비한 정책을 기획·실시했다"며 "A씨는 사업 담당자로 진흥원을 대신해 수행업체들을 관리·감독할 의무가 있음에도 공모했고, B씨는 자신의 배임행위를 적극 은폐하고자 했으므로 진흥원으로서는 A씨 등의 잘못을 적발하기가 쉽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설령 진흥원 측에 A씨 등에 대한 감독을 소홀히 한 과실이 있다고 하더라도, A씨 등은 청렴서약서까지 작성하고도 진흥원의 부주의를 이용해 고의적으로 배임행위를 하고 그에 따른 이익을 취득했다"며 "A씨 등은 근로계약을 위반하면서 교부받은 금액 상당을 배상할 책임이있다"고 판시했다.
근로계약
불법행위
배임
뇌물
소멸시효
박미영 기자
2020-04-09
민사일반
[판결] 대법원 "변호사 잘못으로 소송위임 해지돼도 소송비용은 줘야"
소송에서 지면 변호사가 소송비용을 전부 부담하기로 위임계약을 맺은 상황에서 변호사 잘못으로 위임계약이 해지됐더라도 변호사가 이미 지출한 소송비용은 의뢰인이 보전해줘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민사1부(주심 이기택 대법관)는 A변호사가 B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를 상대로 낸 약정금 청구소송(2016다200538)에서 원고패소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최근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변호사 A씨는 2012년 3월 입주자대표회의와 아파트 분양사들을 상대로 아파트 하자에 대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위한 위임계약을 체결했다. 양 측은 인지대, 송달료 등 소송 관련 비용과 하자진단비용 등을 A씨가 먼저 지급하고 승소금에서 정산하기로 했다. 또 소송에 패소하면 A씨가 소송비용을 모두 부담하고, 승소하면 입주자대표회의가 소송비용은 물론 성공보수를 지급하는 내용이 담겼다. 입주자대표회의가 정당한 이유없이 계약을 해지하면 승소한 것으로 간주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이후 A씨는 소송을 위해 인지대 등 280여만원을 사용했고, 조사 업체에 하자진단비로 3300만원을 지급한 뒤 보고서를 작성해 입주자대표회의에 제출했다. 하지만 입주자대표회의는 2013년 5월 A씨의 업무태만 및 부실한 하자조사 등을 이유로 계약을 해지했다. 이에 A씨는 "정당한 이유 없이 계약을 해지했으므로 대납한 소송 관련 비용 3580여만원과 성공보수금, 입주자대표회의가 빌려간 차용금 1억원 등을 지급하라"며 소송을 냈다. 1심은 "A씨가 위임계약에 반해 소송수행을 현저히 게을리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소송비용 3580여만원과 입주자대표회의가 A씨에게 빌린 1억원을 갚으라고 판결했다. 다만 성공보수금에 대해서는 "입주자대표회의가 아직 아파트 하자 손해배상소송에서 승소하지 않았으므로 지급 의무가 발생하지 않았다"고 했다. 하지만 2심은 "A씨가 아파트에 관한 세대전수 하자 조사를 게을리해 입주자대표회의가 위임계약을 정당하게 해지했다"며 성공보수금 및 소송비용 3580여만원도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고 판단했다. 입주자대표회의가 A씨에게 빌린 차용금 1억원에 대해서는 1심과 같이 갚으라고 판결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변호사 잘못으로 도중에 계약을 해지했더라도 이미 지출한 소송 비용 등은 지급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소송위임계약과 관련해 위임사무 처리 도중에 수임인의 귀책사유로 신뢰관계가 훼손되어 더 이상 소송위임사무를 처리하지 못하게 됨에 따라 계약이 종료됐더라도, 위임인은 수임인이 계약종료 당시까지 이행한 사무처리 부분에 관해서 △수임인이 처리한 사무의 정도와 난이도 △사무처리를 위해 수임인이 기울인 노력의 정도 △처리된 사무에 대해 가지는 위임인의 이익 등 여러 사정을 참작해 상당하다고 인정되는 보수 금액 및 사무처리비용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소송 위임계약이 A씨의 귀책 사유로 해지됐더라도 A씨가 소송 수행을 위해 입주민 약 78%로부터 손해배상 채권을 양도받았고 세대하자 전수조사를 실시한 세대가 약 61.6%에 이르는 등 위임사무 처리를 위해 기울인 노력이 상당하다"며 "처리된 사무가 주민들에게도 상당한 이익인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어 "소송비용 280여만원과 하자진단비 3300만원은 A씨가 위임계약 종료 당시까지 이행한 사무처리를 위해 필요한 상당한 비용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며 "'수임인이 위임사무 처리를 위해 지출한 필요비는 위임인에게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한 민법 제688조 1항에 따라 입주자대표회의가 그 비용을 상환해야 한다"고 밝혔다.
소송비용
위임계약
손해배상청구소송
손현수 기자
2019-08-16
수술 직전 15분간 6종의 동의서에 잇따라 서명… 설명의무 위반<br> 서울중앙지법 "동의서 내용 추상적… 병원 측 위자료 배상하라"
[판결] 수술동의서 서명했어도… 담당의사의 충분한 설명 없었다면
환자가 수술 전 동의서에 서명을 했더라도 해당 수술에 대한 담당의사의 자세하고 충분한 설명이 없었다면 병원 측이 설명의무를 위반한 것이라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4부(재판장 송인권 부장판사)는 최모씨가 서울의 A대학병원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및 부당이득금 반환 소송(2018나5835)에서 원고패소 판단한 1심을 일부 취소하고 최근 "위자료 200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일부승소 판결했다. 사지마비 1급 장애인으로 기초생활보장수급자인 최씨는 지난 2013년 3월 비중격만곡증(코 중앙을 나누는 칸막이뼈가 한쪽으로 휘는 증상)으로 인한 코막힘 증상을 개선하기 위해 A병원 이비인후과를 찾았다. 상담 끝에 최씨는 수술을 받기로 하고 입원했다. 최씨는 입원 수속 직후 전공의로부터 수술에 관한 설명을 듣고 15분 만에 각종 동의서를 작성한 후 비중격·비갑개·외비성형술을 받았다. 최씨는 상담 과정에서 필요한 경우 귀의 연골을 사용해서라도 비주(코의 기둥)를 내려달라고 여러차례 요청했다. 그런데 최씨는 퇴원 후에도 코뼈가 휜 것에 변함이 없고 심지어 코끝에서 인중까지 비주를 절개한 부위가 말려올라가 함몰로 인해 들창코 모양이 됐다. 최씨는 대한법률구조공단의 도움을 받아 2015년 10월 A병원을 상대로 치료비 등 800여만원과 위자료 200만원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최씨는 "수술 과정에서 동의없이 임의로 의사가 비첨 연부 조직을 제거하고 연골을 충분히 사용하지 않아 비주가 함몰됐다"며 "CT상 코에 금이 간 부분이 있었음에도 적절한 조치를 하지 않아 병원 측이 본래 목적을 달성하지 못했으므로 의료과실이 있고 설명의무도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A병원 측은 "비주의 함몰은 수술 전부터 있었던 것으로 수술 결과 발생한 것이 아니다"라며 "주 증상이었던 비중격만곡증이 개선됐고, 진료나 수술과정에서도 과실이 있다 할 수 없다"고 맞섰다. 재판부는 1심과 같이 의료과실은 인정하지 않았지만 병원 측의 설명의무 위반은 인정했다. 재판부는 "의사가 환자에게 부담하는 진료채무는 결과를 반드시 달성해야 할 결과채무가 아니다"라며 "현재 의학수준에 비춰볼 때 필요하고 적절한 진료조치를 다해야 할 채무이므로 결과가 만족스럽지 못하다해서 바로 진료채무의 불이행으로 단정할 수 없고, 의사는 진료방법을 선택할 상당한 범위의 재량이 있다"고 밝혔다. 다만 "담당의사는 환자의 외모가 어느 정도 변하는지와 발생이 예상되는 위험·부작용 등에 대해 충분히 이해하도록 설명할 의무가 있다"며 "결과를 일부만 구현할 수 있는 것이라면 내용을 상세히 설명해 시술을 받을 것인지 선택하도록 할 의무가 있으며 이같은 입증책임은 의사 측에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병원의 입원기록지·수술동의서 등에 '비주 교정은 한계가 있음' 등 추상적인 내용만 기재돼있고 입원 당일 수술 직전 짧은 시간내에 동의서를 작성해 충실히 설명했다고 인정할 근거가 없다고 판단해 "위자료 2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시했다. 앞서 1심은 "최씨가 주장하는 손해는 심미적인 영향으로 손해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병원 측의 의료과실을 인정하지 않았고, "최씨가 서명한 수술 동의서에 부작용에 대해 기재돼 있다"면서 설명의무 위반도 인정하지 않았다.
박수연 기자
2018-11-19
금융·보험
민사일반
[판결] 토마토저축은행 투자피해자, 회계법인 등 상대 손배소 '패소' 확정
토마토저축은행 투자피해자들이 이 은행의 외부감사기관인 남일회계법인과 금융감독원, 정부를 상대로 투자 피해를 배상해 달라며 소송을 냈지만 패소가 확정됐다. 대법원 민사1부(주심 박정화 대법관)는 투자피해자 김모씨등 7명이 남일회계법인과 금융감독원, 정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2016다265238)에서 원고패소 판결한 원심을 최근 확정했다. 재판부는 "남일회계법인이 감사절차를 위반했다고 볼 증거가 없다는 등의 원심 판단에는 관련 법리를 오해한 등의 잘못이 없다"고 밝혔다. 토마토저축은행은 2009년 5월부터 이듬해 6월까지 3차례에 거쳐 900억원의 후순위사채를 발행했다. 그러면서 금융위원회에 외부감사기관인 남일회계법인이 작성한 재무제표 감사보고서와 검토보고서를 첨부한 증권신고서를 제출했다. 각각 700만∼7900만원 어치의 사채를 인수한 김씨 등은 토마토저축은행이 2012년 8월 '채무초과로 인한 지급불능'을 이유로 파산선고를 받아 더는 이자배당금을 받을 수 없게 되자 소송을 냈다. 이들은 "증권신고서에 첨부된 남일회계법인의 감사의견을 믿고 투자해 손해를 봤다"며 투자손해를 배상하라고 청구했다. 또 금융감독원 소속 직원이 토마토저축은행으로부터 뇌물을 받고 감독 및 검사에 편의를 제공했으므로 금융감독원과 정부가 책임을 져야 한다는 주장도 했다. 앞서 1,2심은 "남일회계법인이 감사절차를 위반했다거나 주의의무를 게을리했다는 증거가 없고, 과실이 있더라도 원고들의 손해와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김씨 등에게 패소 판결했다. 금융감독원과 정부에 대한 청구도 "금융감독원 직원의 뇌물수수는 인정되나 그 직원의 업무처리가 위법하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며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금융감독원
남일회계법인
토마토저축은행
이세현 기자
2018-01-12
국가배상
원고일부승소 원심 확정
[판결] 50여년만에… 대법원 "국가, '구로공단 농지강탈' 피해자에 배상"
1960년대 초 구로공단 조성 과정에서 정부에 강제로 농지를 빼앗기고 소송사기범으로까지 몰렸던 농민들의 유족이 50여년만에 국가배상을 받게 됐다. 대법원 민사1부(주심 김신 대법관)는 29일 이른바 '구로 분배농지 소송사기 조작의혹 사건'에 연루됐던 피해 농민들의 유족들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소유권이전등기 및 손해배상청구소송 4건(2013다41769 등)에서 원고일부승소 판결한 원심을 모두 확정했다. 유족들의 소유권이전등기 청구는 등기부취득시효완성 등을 이유로 기각했지만, 손해배상청구는 대폭 받아들인 것이다. 이날 대법원 확정 판결로 고 이영복씨 등 피해농민 4명의 유족 331명은 총 1165억원과 1999년 1월 이후 법정이자를 국가로부터 배상받게 됐다. '구로 분배농지 소송사기 조작의혹 사건'은 1961년 9월 정부가 구로수출산업공업단지(구로공단)를 조성한다는 명목으로 서울 구로동 일대에 약 30만평의 땅을 강제수용하면서 시작됐다. 정부는 이 땅이 서류상 군용지였다는 점을 사유로 내세워 농사를 짓던 농민들을 내쫓았다. 농민들은 "1950년 4월 농지개혁법에 따라 서울시로부터 적법하게 분배받은 땅"이라며 반발했지만, 정부는 토지수용을 강행했다. 농지를 뺏긴 이씨는 다른 피해자 46명과 함께 1967년 국가를 상대로 땅을 되찾기 위한 소송을 냈다. 1심에서 농민들이 승소하자 구로공단 조성에 차질을 우려한 당시 박정희 정권은 권력기관을 동원했다. 검찰이 1968년부터 농민들과 관련 공무원에게 소송 사기 혐의를 적용해 수사에 착수한 것이다. 수사결과 농지분배 서류가 조작됐다며 농민들뿐만 아니라 농림부 등 각급 기관의 농지 담당 공무원들까지 사법처리됐다. 이어진 2심은 1969년 "농지분배 절차에 하자가 있다"면서 이씨 등의 청구를 기각하는 판결을 내렸다. 그러나 대법원은 "1970년 농지분배는 적법했다"며 원심을 파기환송했다. 하지만 파기환송심 재판부는 좀처럼 결론을 내지 않았고, 이씨를 제외한 다른 농민들 대다수가 소송을 취하했다. 이씨는 비슷한 소송을 진행 중이던 다른 일부 농민들과 함께 소송사기 혐의로 형사재판에 넘겨졌다. 1979년 이씨는 대법에서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확정됐다. 설상가상으로 땅 소송을 심리하던 파기환송심은 이 같은 형사판결을 이유로 이씨에게 패소 판결했다. 이씨는 상고를 포기했고, 1983년 사망했다. 그렇게 억울함을 안은 채 숨을 거둔 농민은 이씨만이 아니었다. 그러다 2008년 7월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의 결정이 나오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과거사정리위는 이 사건을 "국가의 공권력 남용으로 벌어진 일"이라며 진실규명 결정을 내렸다. 유죄 판결을 받았던 농민 등 26명 가운데 23명이 형사재판 재심을 청구해 무죄를 확정받았다. 이들은 무죄 판결을 근거로 1970년대 말~1980년대 초 정부가 승소했던 민사소송 재심을 다시 심리해달라며 다시 재심을 청구했다. 이씨 유족들도 2011년 12월 무죄 확정판결을 받은 뒤 2012년 1월 민사소송 재심을 다시 청구했다. 서울고법은 이씨의 유족 5명이 낸 재심 사건에서 "1979년 판결에서 인용된 서류 조작의 증거들은 모두 형사재심의 무죄 판결 확정으로 근거를 잃어 인정되지 않는다"며 재심 사유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소유권 이전등기 청구에 대해선 "1996년 시행된 옛 농지법이 3년 안에 농지 대가의 상환을 완료하도록 하고 있는데, 그러지 못한 채 시한을 넘겨 상환 완료를 이유로 한 소유권이전등기는 불가능하게 됐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신 국가는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서울고법은 "정부의 불법행위가 없었더라면 이씨는 분배농지를 취득했을 것"이라며 "무죄 판결이 확정된 2011년 12월까지는 손해배상청구 등의 권리 행사가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곤란한 특별한 사정이 있었던 만큼, 국가가 손해배상청구권의 소멸시효가 완성됐다고 항변하는 것은 권리남용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또 "농지 대가 상환을 통해 농지 소유권을 취득할 수 있는 기한이었던 1998년 12월 31일의 시가에 상당하는 손해액과 법정이율에 따른 이자 등 모두 32억여원을 이씨의 유족들에게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대법원도 이 판결을 지지해 그대로 확정했다. 대법원은 또 이씨 외에 이 사건 피해자들의 유족이 제기한 3건의 사건도 같은 취지로 국가배상 책임을 인정하는 판결을 내렸다. 대법원 관계자는 "구로동 농지분배와 관련한 다수의 사건이 하급심에서 진행 중"이라며 "손해배상액의 산정기준에 관한 원심의 판단을 수긍함으로써 관련 사건들에 참고가 될 수 있는 판결"이라고 설명했다.
농지법
과거사정리위원회
농지분배
구로분배농지소송사기조작의혹
이세현 기자
2017-11-29
민사소송·집행
대법원 "재판부, 가정적 항변도 주장으로 봐 판단했어야"
[판결](단독) 재판부에 “청구원인 확실히 해달라” 석명요청하고 항변했다면
피고가 원고의 청구원인에 관한 주장이 불분명하다며 재판부에 석명을 구하고 가정적으로 항변했다면, 재판부는 주요사실에 대한 주장이 있다고 보고 그 부분을 확실히 판단해줘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건설업체 A사 대표이사인 B씨는 2005년 회사 부사장을 통해 C씨를 소개받았다. C씨는 B씨에게 "서울 서대문구 OO동 일대에 주거환경개선사업이 시행될 예정"이라며 자신이 주민대표도 잘 알고 있다면서 사업을 수주할 수 있게 해주겠다고 했다. C씨는 2005년 7월 B씨에게 주민대표 등이 A사에 정비사업을 맡기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공사도급약정서를 건넸다. A사 측은 사업 수주대가로 C씨에게 5000만원을 지급했다. 그러나 당시 주거환경개선사업은 시행이 확정된 상태도 아니었고, 약정서에 찍힌 주민대표의 인장도 가짜였다. 2006년 3월 뒤늦게 사실을 알게 된 A사 측은 C씨를 상대로 부당이득금 반환을 요구하는 소송을 냈다. 1심은 증거부족을 이유로 원고패소 판결했다. 그러나 2심은 "C씨는 A사가 사업을 수주할 수 없다는 사정을 알고도 계약서를 건네고 대가를 요구했다"며 "5000만원을 반환하라"고 판결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이를 파기했다. "원심에 소멸시효 항변에 관한 판단이 누락됐다"는 C씨의 주장을 받아 들인 것이다. 대법원 민사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A사가 "5000만원을 달라"며 C씨를 상대로 낸 부당이득금반환소송(2017다865)에서 원고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최근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주요사실에 대한 주장은 당사자가 이를 직접적으로 명백히 한 경우뿐만 아니라 당사자의 변론을 전체적으로 관찰해 그 주장을 한 것으로 볼 수 있는 경우에도 주요사실의 주장이 있다고 봐야 한다"며 "청구원인에 관한 주장이 불분명한 경우 그 주장이 무엇인지에 관해 석명을 구하면서 가정적으로 항변한 경우에도 주장이 있는 것으로 보아 그 부분을 판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C씨의 소송대리인은 재판과정에서 'A사의 주장대로 C씨가 A사를 기망해 돈을 편취했다면 A사는 불법행위를 원인으로 한 손해배상을 청구해야하는데도 부당이득을 청구하고 있는 것은 아마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을 청구할 경우 소멸시효 3년이 지난 것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며 재판부에 청구원인이 무엇인지를 밝혀달라고 석명을 요청했다"면서 "이에 A사는 다음 변론기일에 '피고에 대한 청구는 불법행위에 따른 손해배상청구, 부당이득반환 청구의 성격을 모두 가진다'고 답했는데, 이 같이 피고(C씨)가 소멸시효 완성을 가정적으로 항변하고 원고(A사)가 이에 재항변까지 했으므로 피고는 소멸시효 항변을 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따라서 원심은 원고의 손해배상채권이 피고의 주장과 같이 소멸시효가 완성되었는지에 관해 판단했어야 하는데, 이에 대해 아무런 판단을 하지 않아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판시했다.
소송
소멸시효
항변
이세현 기자
2017-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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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댓글 전부로 보면 비방목적 인정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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