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연관계에 있던 50대 변호사로부터 사건 청탁과 함께 벤츠 승용차와 명품 핸드백 등을 받은 혐의로 구속기소돼 1심에서 징역 3년의 실형을 선고받은 '벤츠 여검사' 이모(36·사법연수원 34기)씨에게 항소심이 무죄를 선고했다. 검찰은 "내연관계가 면죄부인가"라며 강력 반발했다.
앞서 지난달 29일 이씨와 내연관계였던 최모(50·15기) 변호사가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로 풀려나 '벤츠 여검사' 사건의 핵심 장본인들이 모두 풀려났다.
부산고법 형사1부(재판장 김형천 부장판사)는 13일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알선수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씨에 대한 항소심(2012노65) 선고공판에서 징역 3년에 추징금 4462만여원, 샤넬 핸드백과 명품 의류 등의 몰수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이씨가 내연관계에 있던 최모 변호사로부터 제공받은 벤츠 승용차와 신용카드, 명품 핸드백 등이 사건 청탁의 대가가 아니라 연인관계에 있던 사람끼리 주고 받은 '사랑의 증표'라는 이씨 측 주장을 모두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이씨가 2007년 최 변호사와 내연관계가 시작된 이래 지속적으로 경제적 지원을 받아왔다"며 "최 변호사가 이씨에게 고소사건이 잘 처리될 수 있도록 도와달라는 취지의 청탁을 받은 것은 2010년 9월인데 이씨가 벤츠 승용차를 최 변호사로부터 받아 사용한 것은 이보다 1년5개월 전 쯤인 2009년 4월일 뿐만 아니라 사건 청탁 시점을 기준으로 전후 3개월간 이씨가 최 변호사로부터 생활비 등으로 받은 경제적 지원이 각각 1700여만원과 2300여만원으로 별 차이가 없어 청탁 이전과 이후를 비교할 때 최 변호사로부터 더 많은 경제적 지원을 받았다고 할 수 없다"고 밝혔다.
또 "이씨가 청탁 대상이던 고소사건에 대한 검토 의견서를 최 변호사에게 보내기 직전 '샤넬 가방값 보내줘요~ 540만원' 이란 문자메시지를 보내 최 변호사로부터 청탁 관련 대가로 백값을 요구한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면서도 "최 변호사가 이씨의 생일인 9월에 생일선물로 가방을 사주겠다고 약속했지만 당시 또 다른 내연녀인 이모씨와 깊은 관계를 유지하면서 약속을 차일피일 미루자 이씨가 (독촉하는 의미로) 문자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볼 때 고소사건에 대한 청탁 대가로 가방 값을 요구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씨가 당시 문제의 고소사건 주임검사에게 청탁 전화를 하고 최 변호사에게 처리 결과를 문자메시지로 보냈다는 혐의에 대해서도 "이씨가 주임검사에게 전화를 걸어 '고소사건을 가급적 신속하게 처리해주면 좋겠다는 취지의 부탁'을 한 것 외에 다른 부탁을 하지 않았음에도 최 변호사에게 '뜻대로 전달했고 그렇게 하겠대. 영장청구도 고려해 보겠대. 부도 협박 등 상황은 다 설명했어'라고 과장된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보냈다"면서 "이씨가 이후에는 주임검사에게 연락을 한 적이 없음에도 '주임검사에게 말해뒀으니 그리 알어'라는 문자를 보내는 등 내연관계에 있던 최 변호사를 위해 자신이 고소사건의 처리와 관련해 많은 신경을 쓰고 있다는 점을 최 변호사에게 보여주려 했던 사실에 비춰볼 때 주임검사에게 전화를 건 것도 최 변호사의 청탁이 있던 차에 내연남을 위해 호의로 한 것이지 어떤 대가를 바라고 한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앞서 재판부는 지난달 29일 열린 최 변호사의 항소심 선고공판에서도 "범행을 자백하고 있고 이 사건과 관련해 발생한 사회적 물의와 자신의 잘못된 행동에 대해 반성하고 있는 점을 참작했다"면서 징역 10월의 실형을 선고한 1심을 깨고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고 최 변호사를 풀어줬다.
이씨는 최 변호사의 고소사건과 관련해 사법연수원 동기인 창원지검 검사에게 전화로 청탁을 해준 대가 등으로 벤츠 승용차를 제공받고 최 변호사가 운영하던 로펌의 법인 카드로 명품 가방과 항공료, 회식비, 병원진료비 등을 결제하는 등 모두 5500여만원의 금품을 받은 혐의로 지난해 12월 구속기소돼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 하지만 임신 중이던 이씨는 1심 선고 직전 보석으로 풀려나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아왔다.
이에 대해 검찰은 "변호사가 검사에게 사건 청탁을 하고 검사가 그 청탁을 받아 실행하고 그 직후 금품을 받아도 둘 사이가 불륜관계면 죄가 안 된다는 결론인가"라며 "이해할 수 없는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에 상고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한편 인터넷 상에는 이번 판결을 비난하는 글들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한 누리꾼은 "눈 가리고 귀 막는 국민 정서와는 정반대로 가는 대한민국 판사와 법원"이라고 했고, 다른 누리꾼은 "벤츠는 차가 아닙니다. 벤츠는 사랑입니다"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