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장 경기보조원(캐디)은 근로기준법에 따른 근로자로 볼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다만,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상 근로자로는 인정할 수 있다는 기존의 대법원 판례와 같은 취지의 판결이다.
대법원 민사2부(주심 신영철 대법관)는 13일 서모씨 등 캐디 41명이 경기 용인시의 P컨트리클럽을 상대로 낸 부당징계 무효확인 청구소송 상고심(☞ 2011다78804)에서 원고일부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인정되면 근로기준법 제23조에 따라 사용자는 '정당한 이유 없이' 근로자를 해고하거나 징계할 수 없다. 반면 노조법상의 근로자성만 인정되면 사용자가 근로자의 노조활동을 이유로 불이익을 주는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하는지만 다툴 수 있다.
기존의 대법원 판례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는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했는지 여부로 판단하고 있다. 노조법상 근로자는 임금 등 수입에 의해 생활하는 자로 규정돼 있어 특정한 사용자에 종속될 필요는 없다.
재판부는 "캐디의 경기보조업무는 원래 골프장이 이용객에게 당연히 제공해야 하는 용역 제공이 아니고, 이용객이 캐디에게 캐디 피를 직적 지급했다"며 "캐디의 노무제공 상대방은 골프장이 아닌 이용객이고, 캐디들이 골프장으로부터 임금을 받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노무를 제공하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또 캐디들의 노조법상 근로자 지위를 인정해 "서씨 등이 골프장 승인 없이 5회 이상 결장해 캐디 수칙에 따른 제명대상에 해당하고, 서씨 등이 노조 활동을 위해 신청한 결장 기간이 2개월 이상으로 장기간이어서 골프장이 결장을 허용하지 않고 무단결장으로 처리해 제명처분 한 것은 부당노동행위로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다만 "일부 캐디들의 장기간 출장유보처분은 캐디 수칙에 없는 제재처분으로 노조활동에 개입하려는 부당노동행위로 인정된다"며 일부승소 판결했다.
서씨 등은 2008년 9월께 경기 용인의 P골프장에서 이용자들의 경기를 보조하던 중 진행이 더디다는 이유로 지적을 받았고 이후 골프장 관계자로부터 질책을 받았다.
골프장 측은 캐디 한 명에게 '추후 처벌'을 전제로 출장 유보를 통보하자 전국여성노조 P골프장 분회 회원들은 출장 유보 해제를 요구하며 결근하는 등 항의했다. 골프장 측은 무단결장, 영업방해 등을 이유로 서씨 등 4명에게 제명 처분을, 나머지 37명에게 출장유보 처분을 했다.
1심은 원고승소 판결했지만, 항소심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인지, 노조법상 근로자인지를 살펴본 뒤 각 처분의 정당성을 판단해야 한다"고 전제하고 서씨 등을 노조법상 근로자라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