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경찰의 신변 보호를 받던 여성을 스토킹하다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김병찬에게 1심에서 징역 35년이 선고됐다. 유가족은 재판 결과에 유감을 표시하며 경찰의 부실 대응을 비판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6부(재판장 정진아 부장판사)는 16일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보복살인 등 혐의로 구속기소된 김병찬에게 징역 35년을 선고하고 15년간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을 명령했다(2021고합1194).
김병찬은 지난해 11월 서울 중구에 있는 한 오피스텔 주차장에서 경찰의 신변 보호를 받던 여성을 미리 준비한 흉기로 여러 차례 찔러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피해자는 김병찬을 스토킹 범죄로 4차례 신고해 경찰의 신변 보호를 받던 중이었다. 하지만 김병찬은 피해자의 신고로 법원으로부터 접근금지 등의 잠정조치를 받은 상태에서도 2020년 하반기부터 지난해 11월까지 지속해서 피해자의 집에 무단침입하고 감금·협박한 것으로 조사됐다.
재판부는 김병찬에게 적용된 모든 혐의를 유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단순히 우발적으로 피해자를 살해한 것이 아니라, 피고인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피해자를 살해할 계획이었다고 봄이 상당하다"며 계획적 범행임을 인정했다.
이어 "피고인의 범행은 자신의 잘못은 되돌아보지 않은 채 일방적인 협박을 견디다 못한 피해자가 경찰에 피고인을 신고하고 피고인과의 만남을 피한다는 이유로 분노만을 품고 보복의 목적으로 피해자를 살해한 것으로서 그 동기에 비춰 죄질이 매우 나쁘다"며 "이러한 보복범죄는 피해자의 개인적 법익을 침해하는 것은 물론, 실체적 진실의 발견과 형벌권 행사를 방해하는 것으로서 더욱 엄중한 처벌이 요구된다"고 판단했다.
또 "피고인은 이 사건 범행 이전에도 흉기로 피해자를 협박하거나 목을 조르는 등의 고통을 줬고, 경찰의 분리조치나 법원의 잠정조치 결정을 완전히 무시한 채 피해자를 계속 찾아가 협박을 일삼는 등 피고인에게서 실정법을 준수하려는 의지를 찾아보기 힘들다"며 "범행의 반복성과 잔혹성, 법 질서에 대한 경시, 자신의 책임을 회피하려는 듯한 수사기관에서의 진술과 태도, 다른 사람의 고통에 대한 공감 능력의 결여, 납득할 수 없는 변명으로 일부 범행을 부인하고 있는 점 등에 비춰 보면, 피고인의 뒤늦은 반성만으로는 중한 처벌을 피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다만 "피고인이 이 사건 범행 이전에 1회의 소년보호사건송치 처분 및 절도죄로 벌금 70만원, 전자금융거래법 위반죄로 벌금 200만원을 선고받은 이외에 별다른 형사처벌 전력이 없다"며 "범죄성향이 뚜렷하게 드러나는 사정은 보이지 않는 점 등을 고려하면, 피고인의 생명을 박탈하거나 사회로부터 영구히 격리시키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양형이유를 설명했다.
검찰은 지난 5월 열린 결심공판에서 김병찬에게 무기징역을 구형했다. 유가족은 당시 김병찬에게 사형을 선고해 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이날 선고 직후 유가족은 "재판 결과에 매우 유감"이라며 "딸은 여러 번의 신변 보호 요청에도 보호를 받지 못하다 가해자에게 처참히 살해당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피해자를 지켜주지 못한 국가의 책임을 묻고 싶다"며 "죽고 난 피해자를 지원할 것이 아니라 도움을 요청하는 피해자를 보호하고 생명을 지켜줬어야 할 것"이라며 경찰의 대응 부실 등을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