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질환 증상으로 부모에 의해 강제로 입원한 30대 남성이 "위법한 절차에 따라 입원하게 됐으니 내보내달라"며 낸 인신보호신청을 법원이 받아들여 퇴원시키라는 결정을 내렸다. 보호자가 동의했더라도 전문의의 진단과 의료기관장의 허가가 없었다면 위법하다는 취지다.
서울중앙지법 형사31단독 정재우 판사는 이모씨(39)가 A대학병원을 상대로 낸 인신보호신청사건(2016인1)에서 최근 "병원은 이씨의 수용을 즉시 해제하라"고 명령했다.
이씨의 부모는 지난 1월 이씨의 입원치료를 권유하는 의료진의 말에 응급업체에 연락해 이씨를 병원으로 이송해달라고 했다. 이 과정에서 이씨가 저항하자 응급업체 직원들은 부모의 동의를 얻어 이씨를 결박하고 A대학병원으로 옮겼다. 이씨를 대면 진찰한 의사는 입원이 필요하다고 판단했지만 이씨는 자신의 의사와 무관하게 강제입원됐다며 법원에 구제를 신청했다.
정 판사는 "헌법상 보장된 신체의 자유를 제한하려면 적법한 절차에 따라야 한다"며 "이씨를 즉시 퇴원시키라"고 결정했다. 부모가 동의해도 본인의 동의나 정신과 전문의의 진단 없이 강제로 이송한 것은 위법하다는 것이다. 정 판사는 "이씨의 부모가 이씨를 이송하는 과정에서 강제로 결박한 것은 정신과 전문의를 대면해 진찰하고 입원 결정을 하기 전에 이뤄졌다"며 "이는 법에 의해 허용되는 강제력 행사로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서울중앙지법 관계자는 "정신질환자를 강제로 병원에 이송시키는 행위의 위법성을 판단하는 기준을 제시한 결정"이라며 "법에 따른 절차를 지키지 않고 수용한 때에는 나중에 입원 요건을 갖췄더라도 위법하다고 판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