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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한 모방·축소 아닌 실물과 구별되는 특징·개성 있으면 창작성 인정
[판결](단독) “실제 건축물 축소 입체퍼즐도 저작물로 보호”
실제 건축물을 축소해 만든 입체퍼즐도 저작물로 보호 받을 수 있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실제 건축물과 구별되는 특징이나 개성이 나타나 있으면 창작성을 인정할 수 있다는 취지다. 대법원 민사2부(주심 고영한 대법관)는 프로모션 아이템을 개발하고 교구재를 제조·유통하는 A사가 B사와 정모씨 등 4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2016다227625)에서 원고일부승소 판결한 원심을 최근 확정했다. A사는 광화문이나 숭례문 등의 건축물 설계도를 우드락에 구현해 뜯어접거나 꽂는 방법으로 조립할 수 있는 입체퍼즐을 제조·판매해왔다. 정씨 등은 A사에서 팀장 등으로 일하다 2011년 12월 퇴사 후 B사를 설립한 다음 숭례문 등 건축물 축소 모형을 조립할 수 있는 입체퍼즐을 제조·판매했다. 이에 A사는 "B사와 정씨 등이 판매하는 모형의 전체적인 외형 및 개별 퍼즐조각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우리 제품을 모방한 것"이라며 해당 퍼즐을 판매하지 말 것과 6000만원의 배상을 요구하는 소송을 냈다. 1심은 A사의 입체퍼즐이 저작권법 보호대상이 아니라고 봤다. 1심은 "두 회사의 입체퍼즐은 예술성보다는 특별한 기능을 주된 목적으로 하는 기능적 저작물에 해당하고 서로 간에 유사한 부분은 동일하거나 같은 시대의 유사한 건축양식이 반영된 역사적 건조물을 우드락 퍼즐의 조립이라는 방식적 한계 속에서 최대한 실제와 유사하도록 구현하기 위한 것"이라며 "기능적 저작물의 최종 입체물은 누가 하더라도 같거나 비슷할 수밖에 없으므로 저작물 작성자의 창조적 개성이 나타나 있다고 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다만, 총판계약이 끝난 후에도 A사의 상표를 사용해 판매한 신모씨 등에게만 1000여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그러나 2심은 A사의 손을 들어줬다. 2심은 "A사의 광화문 모형은 측면을 줄여 높이를 강조하면서 지붕부분이 차지하는 비율을 실물보다 크게해 과장하고 형상과 모양, 색채도 실물과 달리 표현했다"며 "지붕내부에 별도의 프레임을 넣은 표현 등을 보면 저작자의 정신적 노력의 소산으로서 특성이 부여되는 표현을 사용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A사의 광화문 모형에서 나타나는 창작적인 표현이 B사의 숭례문 모형에서도 그대로 나타나고 있으므로, 두 회사의 입체퍼즐 사이에는 실질적인 유사성도 인정된다"며 "B사 등은 입체퍼즐 제품을 판매하지 말고 폐기하고 A사에 30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시했다. 대법원도 이 판단을 지지했다. 대법원은 "실제 존재하는 건축물을 축소한 모형도 실제의 건축물을 축소해 모형의 형태로 구현하는 과정에서 건축물의 형상, 모양, 비율, 색채 등에 관한 변형이 가능하고, 그 변형의 정도에 따라 실제의 건축물과 구별되는 특징이나 개성이 나타날 수 있다"면서 "따라서 실제 존재하는 건축물을 축소한 모형이 실제의 건축물을 충실히 모방하면서 이를 단순히 축소한 것에 불과하거나 사소한 변형만을 가한 경우에는 창작성을 인정하기 어렵지만, 그러한 정도를 넘어서는 변형을 가해 실제의 건축물과 구별되는 특징이나 개성이 나타난 경우라면 창작성을 인정할 수 있어 저작물로서 보호를 받을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원심은 A사의 모형이 실제의 광화문을 그대로 축소한 것이 아니라, 지붕의 성벽에 대한 비율, 높이에 대한 강조, 지붕의 이단 구조, 처마의 경사도, 지붕의 색깔, 2층 누각 창문 및 처마 밑의 구조물의 단순화, 문지기의 크기, 중문의 모양 등 여러 부분에 걸쳐 사소한 정도를 넘어서는 수준의 변형을 가한 것이라고 판단하면서, 저작자의 정신적 노력의 소산으로서의 특징이나 개성이 드러나는 표현을 사용한 것으로 볼 수 있으므로 창작성을 인정할 수 있다는 취지로 판단했는데 이는 정당하다"고 설명했다.
저작권법
교구재
창작성
저작물
건축물
이세현 기자
2018-05-31
지식재산권
창고 보관 상태라면 '저작권 위반' 처벌 못해
[판결] 다른 사람의 저작권 침해… 서적 발간 했더라도
다른 사람의 저작권을 침해해 책을 발간했더라도 책이 유통되지 않고 창고에 보관만 돼 있었다면 저작권법 위반으로 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형사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저작권법 위반 및 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기소된 권모씨 등 대학교수 7명에게 업무방해 등의 혐의를 유죄로 인정해 벌금 500만원씩을 선고하고, 시중에 유통되지 않은 책 발간 부분과 관련한 저작권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최근 확정했다(2017도18230). 권씨 등은 전공서적의 공저자가 아니면서도 서적 표지에 자신들의 이름을 공저자로 추가해 이른바 '표지갈이'를 한 서적을 발간하고 이를 업무실적으로 보고했다가 저작권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됐다. 이들이 발간한 표지갈이 책 가운데 일부는 인쇄된 뒤 출판사 창고에 입고된 직후 검찰로부터 압수당해 시중에 출고되지는 않았다. 재판부는 "저작권법 제137조 1항은 저작자 아닌 자를 저작자로 하여 실명·이명을 표시해 저작물을 공표한 자를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며 "또한 같은 법 제2조는 '공표'의 의미에 대해 '저작물을 공연, 공중송신 또는 전시 그 밖의 방법으로 공중에게 공개하는 경우와 저작물을 발행하는 경우를 말한다(25호)'로 정하고 있고, 공표의 한 유형인 저작물의 '발행'은 '저작물 또는 음반을 공중의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하여 복제·배포하는 것을 말한다(24호)'고 정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공표'는 사전(辭典)적으로 '여러 사람에게 널리 드러내어 알리는 것'을 의미하고, 저작물의 '발행'은 저작권법상 '공표' 한 유형에 해당한다"면서 "단순히 저작물을 복제했다고 해서 곧바로 이를 공표라고 볼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또 "(통상) 가운뎃점(·)은 단어 사이에 사용할 때 일반적으로 '와/과'의 의미를 가지는 문장부호"라며 "따라서 '발행'의 의미를 규정한 저작권법 제2조 24호에서 말하는 '복제ㆍ배포'는 그 문언상 '복제하여 배포하는 행위'라고 해석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죄형법정주의의 원칙상 형벌법규는 문언에 따라 해석·적용해야 하고 피고인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지나치게 확장해석하거나 유추해석해서는 안 된다"면서 "'복제·배포'의 의미를 엄격하게 해석하면 결국 저작물을 '복제하여 배포하는 행위'가 있어야 저작물의 '발행'이라고 볼 수 있고 저작물을 '복제'한 것만으로는 저작물의 '발행'이라고 볼 수 없으므로, 권씨 등의 책이 시중에 출고되기 전의 상태에 있었던 이상 배포 행위가 있었다고 보기 어려워 저작물이 발행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앞서 1심도 시중에 출고되지 않은 책 등 일부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로 판단해 벌금 1000만~1500만원을 선고했다. 2심은 "(권씨 등이) 형사처벌 전력이 없고 실제로 얻은 이득도 없다"며 각 500만원으로 감형했다.
저작권법
서적
발행
복제
이세현 기자
2018-02-19
공정거래
소비자·제조물
중앙지법, 저작인격권·초상권 침해 판결
[판결](단독) ‘짝퉁’ 팔며 ‘진품’ 협찬 모델 사진 무단 사용했다면
인터넷 쇼핑몰에서 짝퉁 선글라스를 판매하는 업자들이 진품을 협찬 받아 촬영한 모델의 사진을 무단 사용했다면 저작인격권과 초상권 침해라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208단독 유영일 판사는 모델 이모씨가 김모씨 등 6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2016가단5138223)에서 "김씨 등은 180만원씩 모두 1040만원을 지급하라"며 최근 원고일부승소 판결했다. 유 판사는 "사진저작물은 피사체의 선정, 구도 설정 등의 과정에서 촬영자의 개성과 창조성이 인정돼야 저작권법에 의해 보호되는 저작물에 해당한다"며 "이씨의 사진은 선글라스의 모양과 색상 등에 맞춰 립스틱 등 색상을 선택해 화장을 하고 스타일, 표정 등을 연출하는 등 촬영자의 개성과 창조성이 반영된 독창성 있는 사진저작물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이어 "김씨 등이 이씨의 허락 없이 소위 짝퉁이라고 불리는 저가의 가품(假品) 선글라스의 소개·광고를 위해 이씨의 사진을 이용한 것은 저작재산권 침해는 물론 이씨가 제품 협찬 모델로 활동한다는 점 등을 감안할 때 저작자의 명예를 훼손하는 방법으로 저작물을 이용하는 행위로서 저작인격권 침해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김씨 등이 사진 속 인물이 이씨임을 식별할 수 있는 사진을 인터넷에 게시해 영리 목적으로 사용한 것은 초상권을 침해하는 불법행위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다만 "이씨도 사전에 복제 방지를 위해 워터마크와 경고 문구 등의 조치를 하지 않았다"며 "김씨 등은 각각 저작재산권 침해에 따른 손해금 80만원과 저작인격권·초상권 침해에 따른 위자료 100만원 등 모두 1040만원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했다. 이씨는 '스테판 크리스티앙' 선글라스 판매업체로부터 제품을 무료로 제공받는 대신 이를 착용한 사진을 인스타그램에 3회 올려주는 모델 역할을 하면서 선글라스를 착용한 '셀카'를 본인의 블로그 등에 게시했다. 모바일 중고장터에서 선글라스 등 패션 관련 제품을 판매하는 김씨 등은 2016년 5월 이씨의 사진을 허락도 없이 자신들이 운영하는 온라인 장터의 짝퉁 선글라스 제품 소개 등에 사용했다. 이에 이씨는 같은해 6월 "김씨 등은 2000만원씩 모두 1억2000만원을 배상하라"며 소송을 냈다.
선글라스
가품
저작인격권
인터넷쇼핑몰
이순규 기자
2018-01-29
지식재산권
[판결] '표지갈이 의혹' 대학교수들에 "저작권법 위반" 첫 확정 판결
실제로 집필하지 않았으면서 표지에 공동저자로 이름을 표시해 저서를 출간하는 이른바 '표지갈이' 수법으로 책을 펴내고 교원 평가자료로 제출한 대학교수들에게 벌금형이 확정됐다. 2012년 검찰이 학계의 이같은 관행에 메스를 댄 이후 사법부의 최종 유죄 판단이 내려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대법원 형사2부(주심 조재연 대법관)는 저작권법 위반과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혐의 등으로 기소된 지방 국립대 교수 김모(57)씨에게 벌금 15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최근 확정했다(2016도16031). 함께 기소된 사립대 교수 2명에게도 벌금 1500만원이 확정됐다. 재판부는 "저작자가 아닌 자를 저작자로 표시해 저작물을 공표한 이상 범죄는 성립하고, 실제 저작자의 동의가 있었더라도 달리 볼 것은 아니다"라며 "저작자가 아님에도 공저자로 표시돼 발행된 서적을 마치 자신의 저서인 것처럼 업적보고서에 연구업적으로 기재하고 제출해 교원업적평가 결과를 왜곡한 이상 업무방해죄도 성립한다"고 밝혔다. 이어 "교원업적평가 등에 방대한 자료가 제출되는 현실을 감안할 때 담당자들이 저작권법 위반 여부를 밝혀내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2010년 9월 '전기회로'와 관련된 서적을 자신이 쓰지 않았는데도 공저자로 표시해 발간한 혐의(저작권법 위반)로 기소됐다. 그는 이 서적을 교원 업적평가 자료로 학교에 제출한 혐의(위계공무집행방해)도 받았다. 다른 두 명의 교수 역시 저작자가 아닌데도 이 책에 공저자로 이름을 넣었고, 이후 학교에 교원 업적평가 자료나 교수 재임용 평가자료로 제출한 혐의(저작권법위반 및 업무방해)를 받았다. 1심은 "책이 최초 발행된 후 오·탈자를 수정해 다시 발행하면서 자신의 이름을 추가한 것은 저작권법이 처벌하는 '공표(公表)' 행위가 아니다"라며 저작권법 위반 혐의를 무죄로 판단했다. 저작권법은 남의 저작물에 이름을 바꿔 공표한 자를 처벌하는데, 공표를 최초 발행으로 축소해 해석한 것이다. 다만 위계공무집행방해죄와 업무방해죄는 유죄로 보고 벌금 1000만원을 선고했다. 하지만 2심은 "저작권법상 공표는 저작물을 공연, 공중송신 또는 공중에게 공개하거나 저작물을 발행하는 것"이라며 "저작자를 허위로 표시하는 대상이 되는 저작물이 이전에 공표된 적이 있더라도 범죄 성립에는 영향이 없다"며 저작권법 위반도 유죄로 판단해 벌금 1500만원을 선고했다. 김씨 등은 실제 저작자가 동의한 가운데 공저자로 책을 발행했다며 상고했지만, 대법원은 원심 판단을 지지했다. 한편 비슷한 '표지갈이' 수법으로 연구성과를 부풀린 국립대 교수 김모(44)씨와 임모(35)씨도 같은 날 대법원에서 각각 벌금 1500만원과 1000만원이 확정됐다. 앞서 검찰은 2015년 12월 다른 사람이 쓴 책에 표지만 바꿔 전공서적 등을 낸 혐의로 대학교수 179명을 무더기로 적발해 105명을 약식 기소하고 74명을 불구속기소했다.
표지
공동저자
저작권법
저작물
위계공무집행방해
이순규 기자
2017-10-31
지식재산권
[판결](단독) 공동저작권자 동의 없이 무용극 공연… “저작권 침해 아니다”
무용극 저작권자가 공동저작권자의 동의 없이 무용극을 재공연하더라도 저작권을 침해한 것은 아니라는 법원 결정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50부(재판장 김정만 제1민사수석부장판사)는 라모씨 등 2명이 이모씨 등 2명을 상대로 낸 저작권침해금지 가처분 신청(2017카합81259)을 최근 기각했다. 라씨 등 6명은 2014년 7월부터 2015년 1월까지 한 무용극을 공동으로 창작해 공연했다. 이후 이씨와 권모씨는 2016년 3월부터 이 무용극을 일부 수정해 라씨 등을 배제한 채 독자적으로 재공연을 해왔다. 이에 라씨와 최모씨는 "무용극은 6인의 공동창작물이므로 우리 허락 없이 재공연해서는 안 된다"며 "이씨 등의 재공연 행위는 저작권법을 위반한 것으로서 저작권을 침해한 것"이라며 가처분 신청을 냈다. 저작권법 제48조 1항은 공동저작물의 저작재산권은 그 저작재산권자 전원의 합의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이를 행사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법원은 이씨 등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저작권법 제48조 1항은 어디까지나 공동저작권자들 사이에서 각자의 이바지한 부분을 분리해 이용할 수 없는 단일한 공동저작물에 관한 저작재산권 행사 방법을 정하고 있을 뿐"이라며 "공동저작자가 다른 공동저작자와의 합의 없이 공동저작물을 이용했더라도 저작재산권의 행사 방법을 위반한 것에 그칠 뿐 다른 공동저작자의 저작재산권을 침해하는 행위까지 된다고 볼 수는 없다"고 밝혔다. 이어 "이씨 등은 무용극에 대한 저작권을 공동으로 보유하고 있다"며 "이씨 등이 라씨 등의 동의 없이 무용극을 공연하는 등의 행위를 하더라도 라씨 등의 저작권을 침해한 것이라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지적재산권자
공동창작물
재공연
공동저작권
저작권
무용극
이순규 기자
2017-10-26
소비자·제조물
의료사고
[판결] "공개된 치료방법 이용 유사 의료기기 판매, 부정경쟁 아니다"
비슷한 의료기기를 만들어 팔았더라도 그 기기가 이미 널리 공개된 치료법을 이용한 것이라면 위법행위로 볼 수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해당 치료법 자체의 독점적·배타적 지위를 인정할 근거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서울중앙지법 민사63부(재판장 이규홍 부장판사)는 통증치료법 연구자 A씨와 의료기기 생산업체 B사가 자신들이 개발한 제품과 유사한 상품을 출시한 C사를 상대로 낸 부정경쟁행위금지 등 청구소송(2016가합534984)에서 최근 원고패소 판결했다. 이탈리아 출신인 A씨는 미세전류를 이용해 통증을 줄이는 치료법인 '비침습적 무통증 신호요법(Scrambler Therapy)'을 개발한 뒤 B사와 계약을 맺고 2011년 7월부터 이 치료법을 토대로 의료기기인 '페인스크램블러(Pain Scrambler)'를 제조·판매했다. A씨는 연구내용을 논문에 게재하고 학회에서 발표했으며 2014년 8월 관련 특허도 취득했다. 그런데 의료기기 제조업체인 C사가 지난해 1월 A씨의 치료법을 구현하는 유사 의료기기인 '페인잼머(Pain Jammer)'를 제조·판매하며 문제가 불거졌다. A씨 등은 지난해 6월 "오랜 연구를 통해 치료법을 개발하고 상용화를 위해 임상시험, 마케팅 등 상당한 투자와 노력을 기울였다"며 "C사가 이런 성과물을 무단 도용해 부정경쟁방지법과 저작권법을 위반했다"며 소송을 냈다. 다만 특허 관련 부분은 제외했다. 이에 C사는 "A씨 등이 도용했다고 주장한 부분은 모두 의료기기에 관한 것으로 치료법과는 구분돼야 한다"며 "비침습적 무통증 신호요법은 과거부터 있던 통증 치료법의 일종으로 이를 단순히 이론적으로 설명하는 내용 등에 불과해 특허법상 독점적 권리가 인정될 수 없는 것"이라고 맞섰다. 법원은 C사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A씨가 치료법을 개발했다고 해도 특허를 주장에서 배제한 이상 치료법 그 자체에 독점적 지위를 인정할 근거가 없다"며 "B사도 계약에 따라 권리·의무를 부담했을 뿐 치료법에 상당한 투자나 노력을 가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A씨 등이 광고·판촉행위 등 간접 비용을 지출했다고 해도 이를 성과물로 인정하기 어렵다"며 "특허로 보호되지 않는 나머지 부분은 사회구성원들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고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A씨 등이 "C사가 불법행위 또는 저작권법 위반 행위를 저질렀다"는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C사가 이미 시장에서 판매되는 B사의 의료기기를 일부 참조한 것은 사회상규에 반하거나 경쟁질서에 반해 위법성이 인정된다고 볼 수 없다"며 "지적재산권법의 요건을 갖추지 못한 성과물에 대해서는 예외적으로 특별한 사정이 인정돼야 불법행위책임이 성립하며 단순히 타인의 성과물을 이용·모방했다는 이유만으로 책임이 인정되는건 아니다"라고 밝혔다. C사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제품 심사를 신청하며 A씨의 연구자료 등을 제출한 것과 관련해서도 "행정절차를 위해 공개된 학술논문을 이용한 것은 저작권법상 공정이용에 해당한다"면서 문제가 없다고 판시했다.
부정경쟁
의료기기
치료법
통증치료법
이순규 기자
2017-06-26
지식재산권
일부 수정 요구했더라도 기획자, 공동저작권자 아냐<br> 서울고법 "창작적 기여 없었다면 인정 안돼"
창작 발레 공연 안무 저작권은 누구에게
무용수인 안무가와 공연기획사가 발레 기획·공연사업을 함께 하다 만들어낸 창작 발레 작품의 저작권은 원칙적으로 안무가에게 있다는 판결이 나왔다. 기획사가 안무 일부의 수정을 요구했더라도 무용의 완성에 창작적인 기여를 했다는 점이 인정되지 않는다면 공동저작권자로 볼 수 없다는 취지다. 서울고법 민사4부(재판장 배기열 부장판사)는 모 공연기획사 대표 A씨가 발레 무용수 겸 안무가인 B씨를 상대로 낸 저작권침해금지 등 청구소송(2016나2020914)에서 최근 1심과 마찬가지로 원고패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B씨는 A씨가 제시한 아이디어에 따라 발레 작품들의 안무를 담당했고 A씨가 안무에 대한 의견 등을 제시하긴 했지만, 이는 A씨가 발레 작품 기획자 또는 연출자의 지위에서 안무가인 B씨에게 작품 콘셉트에 맞게 수정을 요청한 것"이라며 "A씨가 제작 기획자로 발레 작품 제작과정 및 공연에 이르기까지 전체적인 조율과 지휘·감독을 했더라도 발레 무용의 완성에 창작적으로 기여한 바가 없는 이상 독자적인 저작권자라고 볼 수 없을 뿐만 아니라, A씨가 기획의도에 맞게 창작자인 안무가에게 안무의 수정을 요구했더라도 그러한 사정만으로 공동저작자라고 보기도 부족하다"고 밝혔다. 이어 "A씨는 '작품이 업무상 저작물에 해당하기 때문에 저작권이 있다'고 주장하지만, 저작권법에서 정한 업무상 저작물에 해당하기 위해서는 저작물이 법인 등과 고용관계 내지 적어도 실질적인 지휘·감독을 받는 저작자에 의해 작성돼야 한다"며 "A씨와 B씨는 고용관계 또는 실질적인 지휘·감독 관계가 있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에 이 사건 작품들은 업무상 저작물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A씨는 2012년 2월 B씨에게 발레 공연 사업을 함께 하자고 제안했다. B씨는 이를 2012~2014년 2개의 발레 작품을 만들어 공연했다. B씨는 이 작품에서 예술감독 겸 안무가로 일했다. 그런데 2015년 5월 B씨는 A씨가 자신과 상의도 없이 이들 작품을 따로 공연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B씨는 A씨에게 "왜 저작권자인 내 허락도 없이 무단으로 공연을 하느냐"며 해명을 요구했다. B씨는 같은해 6월 한국저작권위원회에 이 발레 작품들에 대한 저작권 등록도 했다. 그러자 A씨는 "발레 작품들은 B씨가 피고용인으로서 만든 '업무상 저작물'이므로 단독 저작권은 고용주인 나에게 있다. 설령 단독 저작권이 인정되지 않더라도 적어도 공동저작권은 갖는다"면서 B씨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저작권침해금지
안무가
공연기획사
창작발레
공동저작권
이장호 기자
2017-04-13
지식재산권
형사일반
“게임조작 SW유포만으론 처벌 못해”-직접 접속하거나 공모하지 않았다면 업무방해죄 성립 안돼
모바일 게임의 게임머니와 능력치를 조작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유포한 것만으로는 업무방해죄가 성립되지 않는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형사2부(주심 조희대 대법관)는 업무방해 및 저작권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배모씨에게 벌금 10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최근 사건을 대전지법으로 돌려보냈다(2016도15144). 재판부는 "배씨의 혐의는 변조된 게임프로그램을 자신이 개설한 모바일 어플리케이션 공유사이트 게시판에 게시해 접속한 사람들이 이를 내려받아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는 것일뿐, 배씨가 직접 변조된 게임프로그램을 실행해 게임서버에 접속했다거나 해당 프로그램을 내려받은 게임 이용자와 공모해 게임서버에 접속했다는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어 "게임회사는 게임 이용자가 변조된 게임프로그램을 이용해 게임서버에 접속하는 경우에야 정상적인 게임프로그램을 설치·실행해 서버에 접속한 게임이용자를 구별할 수 없게 된다"며 "따라서 게임 이용자가 변조된 게임프로그램을 설치·실행해 게임서버에 접속해야 비로소 게임회사에 대한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죄가 성립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어떠한 방법으로 변조된 게임프로그램을 실행해 그 게임서버에 접속했는지에 관하여는 전혀 특정하지 아니한 채, 배씨가 변조된 게임프로그램을 유포한 행위만으로는 그 게임프로그램을 제작한 게임회사들에 대해 오인·착각·부지를 일으켜 업무를 방해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신했다. 모 대학 정보통신학과 학생인 배씨는 모바일 게임 '카툰 디펜스4'의 게임머니나 능력치를 높일 수 있는 조작 프로그램을 2014년 5~9월 본인이 운영하는 인터넷 사이트에 올린 혐의로 기소됐다. 1,2심은 "게임 이용자에게 변조된 게임을 하게 하는 경우 이는 피해자인 게임회사들로 하여금 게임 서버에 접속한 변조된 게임 이용자를 정상적인 게임 이용자와 구별할 수 없게 하는 오인·착각·부지를 일으킨다"며 "이를 통해 게임회사는 게임머니 충전을 통한 매출이 감소함은 물론 게임 내 캐릭터의 능력치 등 서버의 적정한 운영업무에 방해를 받았다고 봄이 상당하다"며 배씨의 혐의를 유죄로 판단했다.
파기환송
업무방해죄
모바일게임
게임머니
게임서버
모바일어플리케이션
신지민 기자
2017-03-09
전문직직무
형사일반
범죄사실 특정 안돼 공소사실 인정 못한다
[판결] 검사가 공소장 변경신청하며 CD에 내용 담아 제출했다면
검사가 공소장 변경을 신청하면서 변경하려는 내용을 파일로 만들어 CD에 담아 제출했다면 공소사실이 구체적으로 특정된 것으로 볼 수 없어 공소사실로 인정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이번 판결은 종이문서가 아닌 CD로 제출된 검찰 공소내용은 효력이 없다는 지난달 대법원 첫 판결(2015도3682)과 같은 맥락인 것으로 보인다. 최근 저작권법 위반 사건 등에서 범죄사실을 적시하느라 공소장 분량이 수만쪽에 이르는 등 방대해지면서 검찰이 공소장 내용을 CD나 USB(이동식 저장 장치)에 담아 기소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는데, 대법원이 공소제기나 공소장 변경의 엄격한 요식성을 강조하며 잇따라 이 같은 관행에 제동을 건 것이다. 대법원 형사3부(주심 박병대 대법관)는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된 대부 중개업자 천모씨에게 징역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최근 사건을 수원지법으로 돌려보냈다(2016도11138). 천씨는 2014년 7월부터 2015년 6월까지 불법으로 취득한 개인정보 14억5324만9597건을 이용해 자신이 고용한 상담원에게 전화를 하게 한 다음, 이를 통해 대출 필요금액 등 2만9943명의 개인정보를 수집하고, 또 다른 사람에게 4만7914명의 개인정보를 판매한 혐의로 기소됐다. 그런데 검사는 천씨의 1심 제9회 공판기일에서 구술로 공소장 변경 허가신청을 하면서 변경하려는 공소사실의 일부인 범죄일람표를 엑셀 파일로 만들어 CD에 담아 제출했다. 대법원은 "검사가 구술로 공소장 변경 허가 신청을 하면서 변경하려는 공소사실의 일부만 진술하고 나머지는 전자적 형태의 문서로 저장한 저장매체를 제출했다면, 공소사실의 내용을 구체적으로 진술한 부분에 한해서만 공소장 변경 허가 신청이 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저장매체에 저장된 전자적 형태의 문서는 공소장 변경 허가 신청이 된 것이라고 할 수 없고, 법원이 그 부분에 대해서까지 공소장 변경 허가를 했다고 하더라도 적법하게 공소장 변경이 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대법원은 또 "형사소송규칙 제142조는 '검사가 공소장을 변경하고자 하는 때에는 그 취지를 기재한 공소장변경허가신청서를 법원에 제출하여야 하고, 다만 피고인이 재정하는 공판정에서 피고인에게 이익이 되거나 피고인이 동의하는 예외적인 경우에 한하여 법원은 구술에 의한 공소장변경을 허가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며 "검사가 구술에 의한 공소장변경허가신청을 하는 경우에도 변경하고자 하는 공소사실의 내용은 서면에 의해 신청할 때와 마찬가지로 구체적으로 특정해 진술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앞서 1,2심은 적법하게 공소장이 변경됐다는 전제 하에 천씨에게 징역 2년을 선고했다.
개인정보보호법
공소장변경
형사소송규칙
요식성
CD공소장
공소장변경허가신청
신지민
2017-01-19
형사일반
"문서로 제출해야"… 검찰 관행에 제동 첫 판결
[판결] 대법원 "CD로 제출된 공소내용 무효"
CD로 제출된 검찰 공소내용은 효력이 없다는 대법원 첫 판결이 나왔다. 공소제기는 문서, 즉 '공소장'으로 해야 하기 때문에 이 종이 공소장에 적힌 것만 유효하다는 것이다. 최근 저작권법 위반 사건 등에서 범죄사실을 적시하느라 공소장 분량이 수만쪽에 이르는 등 방대해지면서 검찰이 공소장 내용을 CD나 USB(이동식 저장 장치)에 담아 기소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는데, 대법원이 공소제기 방식의 서면주의와 엄격한 요식성을 강조하며 이같은 관행에 제동을 건 것이다. 대법원 형사2부(주심 김창석 대법관)는 웹하드 사이트를 운영하며 회원들이 무단으로 저작물을 업로드 및 다운로드 할 수 있도록 중개하고 요금을 받아 수익을 챙긴 혐의(저작권법 위반 등)로 기소된 김모(55)씨에게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최근 사건을 대전지법 형사항소부로 돌려보냈다(2015도3682). 재판부는 "공소제기는 검사가 법원에 대하여 특정한 형사사건의 심판을 구하는 소송행위로서 형사소송법 제254조 1항은 '공소를 제기함에는 공소장을 관할법원에 제출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같은 조 3항은 '공소장에는 피고인의 성명 기타 피고인을 특정할 수 있는 사항, 죄명, 공소사실, 적용법조를 기재'하도록 하고 있으며, 제266조는 '공소제기가 있는 때에는 지체 없이 공소장의 부본을 피고인 또는 변호인에게 송달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형사소송법이 이처럼 공소제기와 관련해 서면주의와 엄격한 요식행위를 채용한 것은 심판의 대상을 서면에 명확하게 기재해 둠으로써 법원의 심판 대상을 명백하게 하고 피고인의 방어권을 충분히 보장하기 위한 것"이라며 "서면인 공소장의 제출은 공소제기라는 소송행위가 성립하기 위한 본질적 요소"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따라서 저장 매체나 전자적 형태의 문서에 담긴 내용은 공소장의 일부로서의 서면으로 볼 수 없다"면서 "전자적 형태의 문서가 저장된 저장 매체 자체를 서면인 공소장에 첨부해 제출한 경우에는 서면인 공소장에 기재된 부분에 한해 공소가 제기된 것으로 볼 수 있을 뿐"이라고 판시했다. 김씨는 2010년 6월 웹하드 사이트 2개를 만들어 이듬해 6월까지 1년여간 61만7481건의 불법 콘텐츠를 유통한 혐의로 기소됐다. 그의 저작권 침해 및 방조 혐의는 동영상 3만2085건, 기타 저작물 58만5396건에 이른다. 김씨는 이를 통해 7억2000여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검찰은 김씨를 기소하면서 김씨의 범죄 건수가 너무 많아 공소사실 전부를 종이 문서로 출력할 경우 분량이 방대하다는 이유로 별지 범죄일람표 3개의 목록을 CD에 담아 법원에 제출했다. 1심은 검찰의 기소 방식에 대해서는 아무런 문제를 삼지 않은 채 김씨의 범행을 인정해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이에 불복한 김씨는 항소심 재판 과정에서 "검찰이 공소내용을 CD에 담아 제출한 것은 법이 정한 기소 방식에 위반돼 무효"라고 주장했지만, 2심 재판부는 검찰의 공소제기 방식에 문제가 없다며 1심과 같은 형을 선고했다. 2심은 당시 "김씨의 범행 횟수가 61만여건에 달하고 범행일시와 침해한 지적재산권 등도 모두 달라 이를 문서로 출력하면 수만 페이지가 되므로 검찰이 방어권 보장에 지장이 없는 한도내에서 CD로 공소내용을 제출하는 것도 허용된다"고 밝혔다.
CD공소장
공소장
공소제기
서면주의
요식성
신지민
2016-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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