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대표가 전환사채를 발행하고 조기상환권 등을 행사해 주식을 취득했다고 하더라도 증여세 대상으로 보기 어렵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여러 단계의 거래를 거친 후의 결과만을 가지고 그 실질이 증여 행위라고 단정해 과세대상으로 삼을 수 없다는 취지다.
대법원 특별1부(주심 김용덕 대법관)는 터치스크린 업체인 A사의 최대주주이자 대표인 B씨가 서대전세무서장을 상대로 낸 증여세부과처분 취소소송(2015두3270)에서 원고패소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최근 사건을 대전고법으로 돌려보냈다.
A사는 제품생산 및 회사운영을 위한 자금 조달을 위해 C사 등 증권사, 은행 등 금융기관과 전환사채 인수계약을 체결하고 C사 등에 권면총액 5억원의 전환사채를 발행했다. 이 전환사채 인수계약에는 A사 대표인 B씨가 발행한 전환사채에 대해 C사 등에 조기상환을 요청할 수 있다는 규정이 포함돼 있었다. B씨는 이 조기상환권을 행사해 전환사채 일부를 양수한 뒤 전환권을 행사해 우선주를 수령한 다음 이를 보통주로 전환해 취득했다. 2011년 7월 서대전세무서는 전환사채 발행, 조기상환권 행사, 전환권 행사 등 일련의 행위에 따른 B씨의 주식 취득은 '회사의 대주주가 금융기관을 이용해 회사로부터 직접 주식을 받은 것'에 해당한다며 증여세 82억원을 부과했다. B씨는 이에 불복해 소송을 냈다. 구 상속세 및 증여세법(상증세법) 제2조 4항은 제3자를 통한 간접적인 방법이나 2명 이상의 행위 또는 거래를 거치는 방법에 의해 상속세 또는 증여세를 부당하게 감소시킨 것으로 인정되는 경우에는 그 경제적인 실질에 따라 당사자가 직접 거래한 것으로 보거나 연속된 하나의 행위 또는 거래로 보아 과세하도록 규정하고 있었다.
그러나 대법원은 B씨의 손을 들어줬다. 대법원은 "구 상증세법이 이처럼 규정한 것은 증여세의 과세대상이 되는 행위 또는 거래를 우회하거나 변형해 여러 단계의 거래를 거침으로써 증여의 효과를 달성하면서도 부당하게 증여세를 감소시키는 조세회피행위에 대처하기 위해 그 같은 여러 단계의 거래 형식을 부인하고 실질에 따라 증여세의 과세대상인 하나의 행위 또는 거래로 보아 과세할 수 있도록 한 것으로 실질과세 원칙의 적용 태양 중 하나를 증여세 차원에서 규정해 조세공평을 도모하고자 한 것이지만, 납세의무자는 경제활동을 할 때 동일한 경제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여러 가지의 법률관계 중의 하나를 선택할 수 있고 과세관청으로서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당사자들이 선택한 법률관계를 존중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여러 단계의 거래를 거친 후의 결과에는 손실 등의 위험 부담에 대한 보상 뿐 아니라 외부적인 요인이나 행위 등이 개입되어 있을 수 있으므로, 그 여러 단계의 거래를 거친 후의 결과만 가지고 그 실질이 증여 행위라고 쉽게 단정해 증여세의 과세대상으로 삼아서는 안 된다"고 설명했다.
1심은 B씨의 손을 들어줬지만, 2심은 "B씨가 전환사채 및 각 신주인수권증권을 직접 취득할 경우 부담하게 될 증여세를 회피하기 위해 제3자를 거치는 방법으로 증여세를 부당하게 감소시켰다"며 이를 뒤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