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사건에 대한 관할을 특별법에서 제각각으로 규정함으로써 혼란을 초래, 법원이 일부사건에서 관할을 오인한 채 판결해 온 것으로 드러나 입법정비 등 대책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대법원제2부(주심 李勇雨 대법관)는 지난 14일 안모씨가 용산구청장을 상대로 낸 변상금부과처분 무효확인소송 상고심(99두9735)에서 "이 사건 소의 제1심 재판을 서울고법에서 한 것은 위법"이라며 관할위반을 이유로 원심판결을 파기, 사건을 서울행정법원으로 이송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지방재정법 제87조1항에 의한 변상금부과처분은 지방자치법 제127조 소정의 사용료 징수처분과는 그 근거법령, 성립요건 등을 달리 하는 것이므로 다른 특별한 명문의 준용규정이 없는 한 사용료징수처분에 대한 불복절차를 규정한 지방자치법 제131조의 각 규정은 변상금징수처분에 대한 불복절차에 준용 또는 적용될 수 없다고 보아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따라서 이 사건 소의 제1심 관할법원은 서울행정법원이라고 할 것인데, 같은 법원이 관할이 서울고법에 있는 것으로 오인한 나머지 이송한 것은 위법하고, 이 사건을 이송받은 원심으로서는 의당 이 사건 이송결정이 위법하다고 하여 다시 사건을 서울행정법원에 이송했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처럼 일선법원 조차 행정사건의 관할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것은 유사한 성격의 행정소송임에도 불구하고 개별 특별법에서 관할법원을 서로 다르게 규정, 혼란을 초래했기 때문이다.
예컨대 국유토지에 대한 부당이득금 반환청구소송의 관할은 서울행정법원을 비롯 각 지방법원인데 반해, 지난해 8월 개정되기 이전의 지방자치단체법 제131조는 지방자치단체 소유토지에 대한 소송을 고등법원의 관할로 하고 있었다.
서울행정법원의 지난해 국정감사 자료에 의하면 98년 8월부터 1년간 행정법원이 접수받은 사건 가운데 관할위반을 이유로 서울고법으로 이송된 사건은 모두 29건에 이르며, 이 가운데 2건은 또다시 서울고법에 의해 행정법원으로 재이송 됐던 것으로 나타나 관할혼동이 심각하다는 점을 잘 보여주고 있다.
늦은 감은 있지만 고등법원을 1심법원으로 함으로써 문제가 됐던 지방자치단체법 제131조와 집회및시위에관한법률 제9조4항이 지난해 정비가 됐다. 하지만, '독점규제및공정거래에관한법률(제55조)' '약관의규제에관한법률(제30조의2)' '하도급거래공정화에관한법률(제27조1항)' '보안관찰법(제23조)' 등은 아직까지도 서울고등법원을 전속관할로 하고 있어 관할을 혼동케 할 여지는 남아있다.
이와 관련해 법원의 모 판사는 "행정소송법이 시행된 이후에도 행정소송의 관할을 규정한 특별법이 정비돼지 않아 법원과 재판당사자들에게 혼란을 야기해 왔다"며 "이들 법률들은 현행 행정소송법과 맞지 않기 때문에 조속히 개정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에따라 법조계에서는 일반 국민들뿐만 아니라 대리인인 변호사들조차 어느 법원에 소송을 내야 하는지 몰라 당황케하는 이같은 불합리한 현상들을 시정하기 위해서는 행정당국이 조속히 관련법률의 정비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촉구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