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제사 2명이 근무해야 하는 규정을 어기고 1명만 근무했던 사실을 은폐하기 위해 세월호 참사 후 내부 폐쇄회로(CC)TV 영상을 삭제한 진도 연안 해상교통관제센터(VTS) 센터장에게 해경이 정직 3개월의 징계처분을 내린 것은 정당하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특별1부(주심 박정화 대법관)는 진도 VTS 센터장 김모씨가 서해해양경비안전본부장을 상대로 낸 정직처분 취소소송(2017두47472)에서 원고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최근 사건을 광주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온 국민이 TV중계로 지켜보는 가운데 수백명의 여객을 태운 채 그대로 침몰한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후 주권자인 국민은 담당공무원이 CCTV자료를 보존해 수사기관에 제출할 것이라고 기대했을 것이고, 김씨도 공무원으로서 사고와 직접적인 업무관련성이 있는 진도 VTS에 대한 수사 및 재판이 개시될 수 있고 그 경우 진도 VTS에 보관되어 있던 이 사건 CCTV 영상자료 원본 파일이 증거자료로 쓰일 가능성이 있음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다"면서 "이같은 상황에서 김씨는 지휘계통상의 아무런 보고나 지시를 받지 않은 채 독단적으로 CCTV 영상자료 원본 파일을 삭제하도록 했는데, 이는 단순히 관리규칙에 정해진 보존기간을 준수하기 위한 것이라기보다 비상상황에서 자신들에게 미칠 수 있는 처벌이나 제재를 피하기 위한 것이라고 볼 여지가 크다"고 밝혔다.
이어 "김씨의 행위로 세월호 참사 원인을 규명하고 사고 발생 직후 구조활동이 적절하게 이뤄졌는지 확인할 수 있는 단서 중 하나로 여겨지던 CCTV 영상자료 원본 파일이 삭제되고, 이같은 행위가 언론을 통해 보도됨으로써 세월호 사고 조사과정 및 결과에 대한 국민의 혼란과 불신을 초래했을뿐만 아니라 해양경찰 전체의 명예도 크게 훼손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김씨의 행위는 공무원으로서 최대한으로 공공의 이익을 도모하고 그 불이익을 방지하기 위해 전인격과 양심을 바쳐 성실히 직무를 수행하도록 한 성실의무 규정에 부합한다고 볼 수 없을뿐만 아니라 본인은 물론 공직사회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실추시킬 우려가 있는 행위에 해당한다"며 "김씨의 영상 파일 삭제행위가 징계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본 원심의 판단에는 국가공무원법상의 성실의무 위반 및 품위유지의무 위반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판시했다.
세월호 참사 당시 진도 VTS 센터장으로 근무하던 김씨는 관제사들의 변칙근무를 묵인하는 등 복무감독을 소홀히 하고, 관제사들의 변칙근무를 은폐하기 위해 VTS내 CCTV를 관제석이 보이지 않는 바다 방향으로 돌려놓고 운영하다 세월호 참사 이후 이같은 사실이 밝혀질 것을 우려해 CCTV 녹화 영상을 삭제한 혐의로 해경으로부터 2014년 4월 강등 처분을 받았다. 김씨는 이에 불복해 인사혁신처에 소청심사를 청구했다. 소청심사위는 2016년 1월 '비위행위는 모두 인정되나 정상참작 사유가 인정된다'며 강등을 정직 3개월로 변경했지만, 김씨는 이에 불복해 소송을 냈다.
1,2심은 "세월호 참사는 관제업무 문제 뿐만 아니라 지휘계통 혼선, 승무원의 구조의무 불이행, 구조작업 지연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발생했다"며 "김씨가 형사재판에서 직무유기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 받았고, 사고 이후 화물선에 구조요청도 했다"면서 김씨의 손을 들어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