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국적 외국계 회사들이 한국시장진출을 위해 편법으로 국내기업들을 이용하는 행위에 제동이 걸렸다. 그동안 일부 다국적 외국계 회사들은 국내 진출전에 시장을 시험평가해 보기 위해 국내회사에 독점판매권을 준 후, 시장성이 있으면 계약을 일방적으로 해지하고 직접 자회사를 차리는 행태를 보였는데 법원이 이런 행태에 제동을 건 결정을 내렸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사건은 외국계 회사본사가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국내 기업과 직접계약을 체결하는 것 대신 중간자를 대동해 거래계약을 체결했던 사안으로 앞으로의 거래관행에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서울중앙지법 민사50부(재판장 박병대 수석부장판사)는 13일 건강식품을 판매하는 SB라이프(주)가 “독점판매권을 침해하고 있다”며 이뮤노텍 코리아(주) 등을 상대로 낸 독점판매권침해금지 및 공급단행 가처분신청사건(2009카합1086)에서 일부인용 결정했다.
재판부는 결정문에서 “통상적으로 독점판매권은 채권적인 권리에 불과해 대세효가 없으므로 제3자에 대해 물품의 공급금지를 구할 수 있는 권리가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며 “그러나 예외적으로 독점판매권을 침해해서는 안될 법적의무를 부담하는 자가 제3자(자회사)를 설립했는데 그 제3자(자회사)가 모회사와 별개의 법인격을 갖고 있음을 주장하는 것이 신의성실의 원칙상 허용될 수 없는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인정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이뮤노텍 본사가 신청인의 독점판매권을 침해해서는 안될 의무를 부담함에도 불구하고 직접 신청인과 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았음을 기화로 중간자였던 차모씨와 공급계약을 임의로 해지한 후 자회사인 피신청인 회사를 설립해 독점판매권을 행사하게 한 것으로 보인다”며 “이런 상황에서 피신청인 회사가 모회사인 이뮤노텍 본사와 별개의 법인격임을 주장해 신청인의 독점판매권과 무관하다고 주장하는 것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비춰 허용될 수 없는 법인격 남용의 행태라고 봄이 상당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