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OTT(Over The Top) 시장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는 글로벌 온라인 스트리밍 업체 넷플릭스가 "망 사용료를 지급할 수 없다"며 국내 통신사인 SK브로드밴드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패소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20부(재판장 김형석 부장판사)는 25일 넷플릭스서비시스코리아와 넷플릭스 인코퍼레이티드가 SK브로드밴드를 상대로 낸 채무부존재 확인소송(2020가합533643)에서 "협상의무 부존재 확인 부분은 각하하고, 원고의 나머지 청구를 기각한다"며 원고패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계약자유의 원칙상 계약 체결여부와 어떤 대가를 지불할 것인지는 당사자 협상에 따라 정해질 문제이지, 법원이 나서서 관여할 문제는 아니다"라고 밝혔다.
먼저 재판부는 넷플릭스의 협상의무 부존재 확인 청구에 대해 "확인의 소에서 확인의 이익은 권리 또는 법률상의 지위에 현존하는 불안·위험이 있고, 그 불안·위험을 제거함에는 확인 판결을 받는 것이 가장 유효·적절한 수단일 때 인정된다"며 "원고들과 피고는 여전히 망 연결 등에 관한 대가의 범위와 지급 방식 등을 협상하는 과정에 있는 것으로 보이고, 넷플릭스 서비스 제공으로 유발되는 트래픽과 관련해 대가를 지급하거나 비용을 분담하는 것에 관한 이들의 협상이 종국적으로 결렬된 상태에 있다고 볼 수도 없어 원고들의 권리 또는 법률상의 지위에 불안이 현존하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어 "원고들로서는 대가지급 채무 부존재 확인판결만으로도 방송통신위원회의 재정결정으로 협상의무 등을 부담하게 될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는 점 등에 비춰 피고의 망 이용에 관련한 대가지급 채무의 부존재 확인을 구하는 것이 아니라 이에 관한 협상의무의 부존재 확인을 구하는 것은 원고들의 권리 또는 지위의 불안을 해소시킴에 있어 가장 유효·적절한 수단이라 인정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넷플릭스의 대가지급 채무 부존재 확인 청구에 대해서는 "원고는 피고를 통해 인터넷 망에 접속하고 있거나 적어도 피고로부터 피고의 인터넷 망에 대한 연결과 그 연결 상태의 유지라는 유상의 역무를 제공받고 있다고 봐야 한다"며 "이는 '통신사가 자사망에 흐르는 합법적 트래픽을 불합리하게 차별하는 것을 금지하는 원칙'인 망 중립성에 관한 논의나 '전송의 유상성'에 관한 논의와는 직접적 관련이 없으므로 결국 원고들은 피고에게 적어도 피고로부터 인터넷 망에 대한 연결 등의 유상의 역무를 제공받는 것에 대한 대가를 지급할 의무를 부담한다고 봄이 타당하고, 원고들과 피고 사이의 형평에 부합한다"고 덧붙였다.
또 "원고들이 피고의 망에 연결돼 있는 것에 관해 그 대가의 지급 방식과 규모, 기준, 시기 등을 협상하는 과정에 있고, 그에 따라 원고들이 부담하는 대가지급 채무의 범위가 정해질 것으로 보인다"며 "협상 결렬로 볼 수 없는 현재로서 원고들이 피고에 대해 대가 자체를 지급할 채무가 있음을 넘어 그 지급채무의 범위를 확정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원고들은 '피고의 국내 및 국제망을 통한 전송 등에 대해 그 대가를 지급할 채무'의 부존재 자체의 확인만을 구하고 있다"며 "원고들이 연결에 관한 대가지급 채무를 부담하는 것으로 인정되는 이상 그 범위가 확정되지 않았더라도 원고들의 이 부분 청구는 전부 이유 없다"고 판시했다.
앞서 넷플릭스는 이용자의 급격한 증가에 따라 인터넷 망에서 과도한 트래픽를 발생시키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에 SK브로드밴드는 2019년 11월 방송통신위원회에 넷플릭스와의 망 사용료 협상 중재를 요청하는 재정 신청을 냈다. 그러나 넷플릭스는 2020년 4월 방통위의 중재를 거부하고 망 사용료를 낼 의무가 없다는 취지의 소송을 냈다.
넷플릭스는 재판에서 "망 관리 의무는 인터넷서비스 제공업체(ISP)에 있으므로, 우리가 망 사용료를 낼 의무는 없다"며 "특정 서비스에 망 사용료를 요구하는 것은 콘텐츠 차별을 금지하는 '망 중립성 원칙'에 어긋난다"고 주장했다.
반면 SK브로드밴드는 "망 사용료는 기본적으로 유상이고, 미국과 프랑스 등에 있는 통신사에 망 사용료를 지급해왔던 만큼 한국에서도 이를 내야 한다"며 "넷플릭스가 트래픽 관리에 중대한 영향을 끼치는 만큼, 이에 대한 공동관리 의무가 있어 망 사용료를 내야 한다"고 맞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