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단(Sedan)형 승용차에도 디젤엔진이 보편화되고 있는 가운데 경유와 휘발유를 엇갈려 주유하는 '혼유사고'의 배상 범위를 부품 교체비용까지로 확대한 항소심 판결이 나와 주목을 끌고 있다. 압축착화방식(compression ignition·고온 고압의 상태에서 자연 발화를 촉진해 연료를 폭발시키는 것)을 활용하는 디젤엔진에 발화점이 낮은 휘발유가 유입되면 실린더내 조기폭발로 인한 녹킹(Knocking) 현상 등이 발생해 차량이 치명적인 손상을 입게 된다.
그동안 법원은 '디젤엔진-휘발유 혼유사고'에서도 엔진세척만으로 수리가 가능하다며 배상책임 범위를 좁게 인정하는 경우가 많았다(서울중앙지법 2017나36856, 포항지원 2016가단5410 판결 등).
대구지법 민사4부(재판장 이상오 부장판사)는 혼유사고를 당한 차주 A씨가 B주유소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2017나314289)에서 엔진세척비용 128만원만 인정한 1심을 취소하고 "주유소 측은 부품 교체비용 등 1400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일부 승소판결했다.
재판부는 "자동차는 생명과 신체의 안전과 직결되는 문제로서 사고로 인한 자동차 수리 시 자동차의 안정성 확보를 위한 수리 범위에 관해서는 자동차 정비업체의 판단에 따라야 한다"며 "(전문가인) 자동차 정비업체의 판단과 달리 수리의 범위를 최소한으로 제한하여 자동차의 안정성에 대한 의심을 가진 채 자동차를 계속 운행하도록 하는 것은 운전자에게 가혹하다"고 설명했다.
대구지법,
엔진세척비용만 인정 1심 취소
이어 "합리적인 수준을 초과하지 않는 범위에서 자동차의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적극적인 수리를 보장할 필요가 있다"며 "혼유사고를 일으킨 주유소 측은 A씨 차량의 엔진부품 교환비용 1355만원과 대차비용 등 14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시했다.
"안전확보 위해 필요"
정비소 의견 따라야
다만 정신적 손해는 인정할 수 없다며 위자료 지급청구 부분은 인정하지 않았다.
A씨는 2016년 5월 제주시 인근에 있는 B주유소에서 자신의 크라이슬러 300C 차량의 연료를 주유했다. 하지만 주유소 직원은 실수로 경유 대신 휘발유를 주입했다. 결국 A씨는 차량 엔진이 손상됐다는 정비소의 진단을 받고 인젝터, 고압펌프, 연료펌프, 연료레일 등 핵심부품을 모두 교체해 수리비 1700만원을 지불했다. A씨는 엔진부품 교체비용을 모두 지급해달라고 주유소 측에 요구했지만 거부당하자 2016년 "엔진 교체비용과 위자료 등 2400만원을 지급하라"며 소송을 냈다. 하지만 1심은 "혼유사고는 엔진세척만으로 수리가 가능하다"며 "세척비용 등 128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