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등 외국어로 변론을 진행하는 특허법원 국제재판부의 첫 사건 판결이 나왔다. 호주 철강회사가 발명한 금속 코팅된 강철 스트립의 진보성을 둘러싼 사건이다.
특허법원 특허3부(재판장 이규홍 부장판사)는 25일 호주 철강회사인 블루스코프 스틸 리미티드가 특허청장을 상대로 낸 특허심판원 심결에 대한 취소소송(2017허3720)에서 원고패소 판결했다.
블루스코프는 특허청에 금속 코팅된 강철 스트립 발명에 관한 특허출원을 냈지만 진보성 흠결을 이유로 반려됐다. 이에 특허심판원에 불복심판을 냈지만 기각되자 특허법원에 소송을 냈다. 블루스코프는 "선행발명들에는 기술적 과제나 해결수단에 대한 기재와 암시가 없으므로 진보성이 부정돼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블루스코프가 출원한 발명이 선행발명과 상이한 과제를 해결하기 위한 기술수단으로서의 의의를 갖는다고 볼 수 없다"며 "그로 인해 이질적인 효과 등 특유한 효과를 갖는다고도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출원발명으로만으로는 해당 기술분야에서 통상의 기술자가 통상적이고 반복적인 실험을 통하여 적절히 선택할 수 있는 정도의 단순한 것에 불과하므로 진보성이 부정된다"고 판시했다.
특허법원 관계자는 "재판과정에서 변론기일에 2명의 전문가 증인에 대한 증인신문이 이뤄졌고, 외국인 증인에 대한 증인신문은 대부분 영어로 이루어졌다"며 "동시통역이 제공돼 재판진행의 효율이 높았다"고 말했다. 이어 "사건 판결의 효력은 국문 판결서를 기준으로 하고, 국문 판결서에 대해서는 법원에서 영문 번역문을 제공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6월 개정된 법원조직법에 따라 마련된 국제재판부에서는 소송당사자가 법정에서 영어 등 외국어 변론과 증거 제출이 가능하다. 국제재판부는 특허 관련 소송 중 외국인이나 외국법인이 당사자인 사건이 매년 급격하게 늘어남에 따라 우리나라가 국제 특허분쟁 해결의 중심지가 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마련됐다. 현행법상 법정에서는 '국어 사용'이 원칙이지만, 소송 당사자들이 동의하면 외국어 변론이 가능하도록 예외를 둔 것이다. 국제재판부는 현재 특허법원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설치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