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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결] 이직前 회사 영업비밀 부정사용 미수… “이직 회사에 양벌규정으로 처벌 못해”
이직 전 회사의 영업비밀을 부정사용하려다가 미수에 그쳤다면 이직한 회사에 대해 양벌규정을 적용해 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형사3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지난 12월 14일 부정경쟁방지및영업비밀보호에관한법률위반으로 재판에 넘겨진 A 회사에 대한 상고심에서 벌금 1억 원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수원지법으로 돌려보냈다. 업무상배임, 부정경쟁방지및영업비밀보호에관한법률위반(영업비밀누설 등)으로 함께 기소된 B 씨에 대해 징역 10개월을 선고한 원심 판결은 그대로 확정됐다(2023도3509). B 씨는 2008년 9월경부터 2018년 1월경까지 자외선 차단 기능을 가진 선크림 등 화장품 부문의 국내 시장 점유율 50%를 상회하는 C 회사에서 화장품 연구원으로 근무했다. 2017년 2월경부터는 선케어 화장품 연구개발을 총괄하는 색조연구소 기반연구팀 이사를 역임했는데, 2018년 1월말경 A 회사로 이직해 색조연구소 소장으로 근무하면서 선케어 화장품 등 색조화장품 개발 등의 업무를 총괄했다. B 씨는 C 회사에서 근무할 당시, 이전에 함께 근무했던 D 씨로부터 C 회사 화장품의 처방자료를 보내달라는 요청을 받고 회사 전사적 자원관리 시스템에 등록된 화장품 처방자료를 내려받아 D 씨에게 전송했다. 또 A 회사로 이직할 것을 마음 먹고 이력서를 송부한 뒤 C 회사 소유의 기능성화장품 처방 자료 등을 개인 계정으로 자동 동기화해 업로드하는 방식으로 무단 유출하는 등 C 회사의 영업비밀 자료를 누설한 혐의로 기소됐다. A 회사는 부정경쟁방지법상 양벌규정에 따라 함께 재판에 넘겨졌다. 1심은 이들의 혐의가 일부 특정됐다고 판단해 A 회사에게 벌금 500만 원을, B 씨에게 징역 10개월을 각각 선고했다. 하지만 2심은 A 회사가 B 씨의 위법 행위를 방지하기 위해 상당한 주의와 감독을 다했다기보다 오히려 이를 통한 이익을 얻으려했다고 판단하면서 벌금을 1000만 원으로 가중했다. 사용인인 B 씨가 빼돌린 C 회사의 영업비밀 자료를 취득하고, 부정사용하거나 부정사용하려다가 미수에 그쳤다는 취지다. B 씨는 2심에서도 징역 10개월이 유지됐다.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B 씨가 영업비밀을 부정사용하려다가 미수에 그친 공소사실에 대해 양벌규정을 적용해 A 회사를 처벌할 수 없다고 봤다. 재판부는 "구 부정경쟁방지법 제19조의 양벌규정은 사용인 등이 영업비밀의 취득 및 부정사용에 해당하는 제18조 제1항부터 제4항까지의 위반행위를 한 경우에 적용될 뿐이고, 사용인 등이 영업비밀 부정사용에 대한 미수범을 처벌하는 제18조의2에 해당하는 위반행위를 한 경우엔 양벌규정이 적용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A 회사 사용인 B 씨가 C 회사의 영업비밀을 부정사용하려다가 미수에 그친 공소사실에 대해 구 부정경쟁방지법상 양벌규정을 적용해 A 회사를 처벌할 수 없다"며 "그럼에도 원심은 유죄로 판단했는바, 이러한 원심 판결에는 적용대상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밝혔다.
미수범
부정경쟁방지법제19조
부정사용
배임
영업비밀
한수현 기자
2024-01-03
헌법사건
헌재, '대북전단 살포금지' 남북관계발전법은 위헌
<사진=헌법재판소 제공> 대북 전단 등 살포를 금지·처벌하는 남북관계 발전에 관한 법률(남북관계발전법) 조항은 헌법에 어긋난다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헌재는 26일 재판관 7(위헌)대 2(합헌) 의견으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남북관계발전법 조항을 위헌 결정했다(2020헌마1724 등). 현행 남북관계발전법 제24와 제25조는 전단 살포 행위 등을 하는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한다. 미수범의 경우도 처벌하도록 한다. 헌재는 남북관계발전법의 입법목적이 정당하다고 보면서도, 제한되는 표현의 내용이 매우 광범위하고 최후의 수단이 돼야 할 국가형벌권까지 동원한 것이라 표현의 자유를 지나치게 제한한다고 판단했다. 다만 구체적 논증의 과정에서 이은애, 이종석, 이영진, 김형두 헌법재판관의 위헌 의견과 유남석 소장 및 이미선, 정정미 헌법재판관의 위헌의견으로 나누어졌다. 이은애, 이종석, 이영진, 김형두 헌법재판관은 심판대상조항이 과잉금지원칙과 책임주의원칙 모두 위반한다고 봤다. 이들 재판관은 "국가가 이러한 표현을 규제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중대한 공익의 실현을 위해 불가피한 경우에 한해 허용된다"며 "특히 정치적 표현의 내용 중에서도 특정한 견해, 이념, 관점에 기초한 제한은 과잉금지원칙 준수 여부를 심사할 때 더 엄격한 기준이 적용돼야 한다"고 했다. 이어 "전단 살포를 금지·처벌하지 않더라도 현장에 출동한 경찰이 국민의 생명·신체에 위험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 판단하면 '경찰관 직무집행법'에 따라 행위자에게 경고하고 필요한 경우 살포를 직접 제지하는 등 유연한 조치를 할 수 있다"며 "또 전단 살포 전에 시간, 장소, 방법 등을 사전에 신고하도록 하고, 관할 경찰서장은 관련 법률에 저촉될 여지가 있는 경우 '살포 금지 통고'를 할 수 있도록 하는 등의 입법적 보완을 하면 경찰이 이에 대응하기 용이해져 심판대상조항을 통한 제한보다 덜 침익적인 수단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심판 대상 조항으로 접경지역 주민의 안전이 확보되고 평화통일의 분위기가 조성될지는 단언하기 어렵지만, 심판 대상 조항이 초래하는 정치적 표현의 자유에 대한 제한은 매우 중대하다"고 지적했다. 또 "심판대상조항은 북한의 도발로 인한 책임을 전단 등 살포 행위자에게 전가하고 있는데 법원이 구체적 사건에서 인과관계와 고의의 존부를 판단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위해나 심각한 위험을 초래하는 북한에 대해 행위자의 지배가능성이 인정되지 않는 이상, 비난가능성이 없는 자에게 형벌을 가하는 것과 다름이 없다"며 책임주의 원칙에 위배된다고 했다. 한편 유남석 소장과 이미선, 정정미 헌법재판관은 심판대상조항이 과잉금지원칙은 위반하지만, 책임주의원칙은 위반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이들은 "심판대상조항으로 달성하고자 하는 국민의 생명·신체의 안전 보장은 중대한 공익에 해당하고 국가는 남북 간 평화통일을 지향할 책무가 있으나, 표현행위자가 받게 되는 표현의 자유에 대한 제약은 그 표현의 의미와 역할의 중요성에 비해 매우 커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헤 청구인들의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판단했다. 다만 이들은 "심판대상조항이 정한 결과의 발생이 북한의 개입으로 실현되는 것이기는 하지만 이는 전단 등 살포 행위를 원인으로 하여 이루어진 것을 전제로 하는 것이고 결과 발생에 대한 고의와 인과관계를 요하기 때문에 타인의 행위로 인한 결과에 대해 그 책임 유무를 묻지 않고 형벌을 부과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이 비난가능성 있는 행위를 하지 않는 사람에게 책임을 물어 처벌하는 것이라고 볼 수 없어 책임주의원칙 위반은 문제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반면 김기영, 문형배 헌법재판관은 심판대상조항이 책임주의원칙과 과잉금지원칙 모두 위배되지 않는다는 반대의견을 냈다. 이들 재판관은 "국가형벌권 행사가 최후수단으로서 필요 최소한에 그쳐야 한다는 점에 동의하지만 '접경지역 주민의 생명과 신체의 안전'이라는 중요한 법익의 침해·위험을 동등한 정도로 방지하면서도 덜 침해적인 대안을 찾을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심판 대상 조항에 따른 처벌은 남북합의서의 유효한 존속을 전제로 한다"며 "전단 살포를 극도로 경계하는 북한 당국 입장에서는 전단 살포 억제를 위해서라도 남북합의서를 준수할 이익이 있고 북한이 이를 준수하면 접경지역 주민의 안전은 물론, 한반도 전체의 평화가 유지될 수 있어 법익의 균형성도 인정된다"고 부연했다. 앞서 국회는 2020년 12월 남북관계발전법 개정 법률안을 의결해, 이 법은 2020년 12월 공포돼 2021년 3월부터 시행됐다. 북한 접경지역에서 대형풍선 등을 이용하여 북한 지역으로 북한의 통치체제를 비판하는 내용을 담은 전단을 살포하는 등의 활동을 해 온 자연인 또는 북한 인권 개선 등을 목적으로 조직된 법인·단체인 청구인들은 개정법 제24조 등이 위헌이라며 2020년 12월 헌법소원을 냈다.
남북관계발전법
대북전단
박수연 기자
2023-09-26
헌법사건
헌재 "집행유예 선고 못해 형별개별화 가능성 극도로 제한"<BR> 야간주거침입절도미수범의 준강제주행죄 무기 또는 징역 7년 이상은 합헌
"주거침입 강제추행죄 법정형 무기 또는 7년 이상 징역은 위헌"
다른 사람의 주거지에 침입해 강제추행을 저지른 경우 7년 이상의 징역형에 처하도록 법정형을 규정한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조항은 헌법에 어긋난다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헌법재판소는 23일 전주지법이 주거침입강제추행죄 및 주거침입준강제추행죄에 대해 무기징역 또는 7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도록 한 성폭력처벌법 제3조 제1항에 대해 직권으로 제청한 위헌법률심판사건(2021헌가9 등)에서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위헌 결정했다. 이 조항은 기존에 '무기징역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이던 법정형 하한선이 2020년 법 개정으로 높아진 것인데, 법관이 법에 따라 형량의 최대 절반을 감경해도 3년 6개월이기 때문에 집행유예 선고 기준인 징역 3년 이하에 미치지 못한다. 헌재는 "주거침입죄와 강제추행·준강제추행죄는 모두 행위 유형이 매우 다양하다"며 "이들이 결합된다고 해서 행위의 다양성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므로, 그 법정형의 폭은 개별적으로 각 행위의 불법성에 맞는 처벌을 할 수 있는 범위로 정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해당 조항은 구 성폭력처벌법과 달리 법정형의 '하한'을 징역 7년으로 정해 주거침입의 기회에 행해진 강제추행 또는 준강제추행의 경우에는 다른 법률상 감경사유가 없는 한 법관이 정상참작감경을 하더라도 집행유예를 선고할 수 없도록 했다"며 "주거침입의 기회에 행해진 강제추행 또는 준강제추행의 불법과 책임의 정도가 경미한 경우여도 다른 법률상 감경사유가 없으면 일률적으로 징역 3년 6월 이상의 중형에 처할 수밖에 없게 되어, 형벌개별화의 가능성이 극도로 제한된다"고 했다. 또 "주거침입죄를 범한 사람이 그 기회에 성폭력범죄를 행하는 경우는 전반적으로 불법과 책임이 중하게 평가되고, 강제추행 또는 준강제추행의 행위 중에서도 강간이나 유사강간을 한 경우 못지않게 죄질이 나쁜 경우가 있을 수도 있다. 이에 심판대상조항은 법정형의 상한을 무기징역으로 높게 규정함으로써 불법과 책임이 중대한 경우에는 그에 상응하는 형을 선고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법정형의 하한을 일률적으로 높게 책정해 경미한 강제추행 또는 준강제추행의 경우까지 모두 엄하게 처벌하는 것은 책임주의에 반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심판대상조항은 법정형이 형벌 본래의 목적과 기능을 달성함에 있어 필요한 정도를 벗어났고, 각 행위의 개별성에 춰어 그 책임에 알맞은 형을 선고할 수 없을 정도로 과중하므로, 책임과 형벌 간의 비례원칙에 위배된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이선애 헌법재판관은 이 조항 개정 당시 국회 회의록 등을 근거로 "국회는 성폭력처벌법 제3조 제2항의 '특수강도강간죄'와 혼동해 실제 심의 대상인 같은 조 제1항의 '주거침입 강제추행·준강제추행죄' 심의는 하지 않은 채 법정형을 상향하도록 의결했다는 사정이 확인된다"며 "법정형의 종류와 범위를 정하는 입법재량의 한계와 관련해 입법과정상 중대한 오류가 있었다"는 별개의견을 냈다. A 씨는 2020년 5월 전북 전주시의 B 씨 집에 침입해 B 씨를 추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 씨 사건을 심리하던 전주지법은 "성폭력처벌법 제3조 제1항은 두 죄를 결합했다는 것만으로 법정형이 지나치게 높아 책임과 형벌간 비례원칙에 위반된다"며 2021년 1월 헌재에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했다. 헌재는 이 사건 등 총 25건의 위헌법률심판 사건과 7건의 헌법소원심판 사건 등 관련 사건을 병합해 심리했다. 한편 같은 날 헌재는 야간주거침입절도미수범의 준강제추행죄의 법정형을 '무기징역 또는 7년 이상의 징역'으로 정한 것과 관련한 성폭력처벌법 제3조 제1항 위헌법률심판 사건(2022헌가2)에서는 재판관 7(합헌)대 2(위헌) 의견으로 합헌 결정했다. 헌재는 "기본범죄인 준강제추행죄에 있어 추행으로 인정되는 행위 유형의 범위가 넓다고 하더라도 가중적 구성요건인 야간주거침입절도행위의 죄질과 불법성이 중대하고 단순 주거침입에 비해 범행의 동기와 정황이 제한적이며 야간주거침입절도의 기회에 성범죄에 이르게 된 동기의 비난가능성이 현저히 큰 점 등을 고려할 때, 주거침입준강제추행죄의 경우와 달리 이 같은 법정형을 규정한 것은 책임과 형벌의 비례원칙을 준수한 것이고 형벌체계상 정당성이나 균형성에도 부합한다"고 판단했다.
주거침입
강제추행
성폭력처벌법제3조
박수연 기자
2023-02-23
형사일반
누범가중 요건에 포함되지 않아… 대법원, 첫 판결
[판결] 집행유예 기간 경과해 실효된 판결 대상으로 재심 진행돼 징역형 선고됐다면…
동종 범죄 징역형 전과 3회 이상을 누범가중 요건으로 정했더라도 집행유예 기간이 경과해 형 선고의 효력이 상실된 판결을 대상으로 재심이 진행돼 징역형이 새롭게 선고됐다면 이렇게 새로 선고된 징역형은 누범가중 요건으로 규정된 3회 이상의 '징역형'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첫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형사2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절도 혐의로 기소된 A 씨에게 징역 1년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지난달 28일 대전지법으로 돌려보냈다(2020도13705). A 씨는 구 특정범죄가중법 제5조의4 제1항(상습절도 가중처벌 조항) 등을 위반한 혐의로 기소돼 1997년 9월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 받아 판결이 확정됐고, 선고의 취소나 실효 없이 유예기간이 경과했다. 한편 헌법재판소는 2015년 2월 A 씨에게 적용됐던 구 특정범죄가중법 제5조의4 제1항 중 형법 제329조(절도)에 관한 부분 등이 헌법에 위반된다고 결정했다. 이에 A 씨는 재심을 청구했고 법원은 2017년 2월 A 씨에게 상습절도 혐의로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이 판결은 확정됐다. 이후 A 씨는 재심 판결의 집행유예 기간이 끝나기 전인 2020년 1월 다시 절도 범행을 저질렀다. 이에 검사는 "A 씨가 '절도죄 등으로 3회 이상 징역형을 받고 누범기간에 다시 절도죄를 저지른 자'에 해당한다"며 특정범죄가중법 제5조의4 제5항 위반 혐의로 기소했다. 이 조항은 절도죄나 강도죄 등(미수범 포함)으로 세 번 이상 징역형을 받은 사람이 다시 이들 죄를 범해 누범으로 처벌하는 경우 가중처벌하는 규정이다. 재판부는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한 판결이 확정된 후 선고의 실효 또는 취소 없이 유예기간을 경과함에 따라 형 선고의 효력이 소멸돼 그 확정판결(재심대상판결)이 특정범죄가중법 제5조의4 제5항에서 정한 '징역형'에 해당하지 않게 된 이후, 해당 확정판결에 적용된 형벌 규정에 대한 위헌결정 취지에 따른 재심판결에서 다시 징역형의 집행유예가 선고·확정되고 유예기간이 경과되지 않아 형의 선고의 효력이 유지되는 경우라면, 특정범죄가중법 제5조의4 제5항의 입법취지에 비춰 재심판결에 기한 징역형은 비록 형의 선고의 효력이 유지되는 상태에 있더라도 해당 조항에서 정한 '징역형'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어 "확정판결에 적용된 형벌 규정에 대한 위헌결정에 따른 재심절차에서 다시 징역형의 집행유예가 선고됐다는 우연한 사정변경만으로 해당 조항의 구성요건에 해당한다거나 입법 취지에 저촉되는 불법성·비난가능성이 새로 발생했다고 볼 수 없다"며 "이렇게 보지 않는다면 헌법에 위반된 형벌 규정으로 처벌받은 피고인의 재심 청구권의 행사를 위축시키거나 검사의 청구로 인해 재심절차가 개시된 피고인에게 예상 못한 부당한 결과를 초래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1,2심은 A 씨에게 징역 1년을 선고했다.
절도
누범가중
특정범죄가중법
박수연 기자
2022-08-19
형사일반
장·단기중 하나만 감경은 죄형법정주의 원칙 어긋<br> 임의적인 감경 재량을 획일적으로 정할 필요 없어<br> 대법원 전원합의체, 기존 판례 유지
[판결] "징역형 감경시 형기 상·하한 모두 절반 감경해야"
징역형을 감경할 때 형기(刑期)의 상한과 하한을 모두 절반씩 줄여 처단형의 범위를 정하는 판례와 실무 관행은 타당하다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이기택 대법관)는 21일 특수상해미수 및 폭행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대법관 12(다수)대 1(별개)의 의견으로 확정했다(2018도5475). A씨는 2016년 12월 경기도 포천시 한 술집에서 종업원과 술값 문제로 시비를 벌이다 멱살을 잡는 등 폭행한 혐의로 기소됐다. 그는 종업원과 다투던 중 화가 나 업주에게 욕을 하며 주방용 식칼을 가져와 가슴 부위를 찔렀으나, 옷만 찢어져 특수상해미수 혐의도 받았다. 1,2심은 A씨의 혐의를 유죄로 판단해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고 보호관찰 및 사회봉사 120시간을 명령했다. A씨에게 적용된 특수상해죄를 규정하고 있는 형법 제258조의2는 '단체 또는 다중의 위력을 보이거나 위험한 물건을 휴대하여 상해 또는 존속상해죄를 범한 때에는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고 규정하면서 미수범도 처벌하도록 하고 있다. 또 형법 제25조 2항은 '미수범의 형은 기수범보다 감경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법률상 감경 방법을 규정하고 있는 같은 법 제55조 1항 3호는 '유기징역 또는 유기금고를 감경할 때에는 그 형기의 2분의 1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1,2심은 A씨의 특수상해미수 혐의에 대해 미수감경을 적용하면서, 법정형의 상한과 하한을 모두 절반씩 감형해 처단형의 범위를 '징역 6개월 이상 5년 이하'로 해 A씨에 대한 형을 선고했다. 상고심에서는 형법에 따라 징역형을 감경할 때, 형의 상한과 하한을 모두 절반씩 감경하는 기존 판례와 실무의 해석이 타당한지가 쟁점이 됐다. 대법원은 이 사건을 전원합의체에 회부해 심리한 뒤 기존 판례를 유지했다. 재판부는 "판례와 실무는 임의적 감경의 경우 감경사유의 존재가 인정되더라도 법관이 형법에 따라 감경을 할 수도 있고 하지 않을 수도 있는 재량 내지 권한을 가지고 있다"며 "임의적 감경 사유의 존재가 인정되고 법관이 그에 따라 징역형을 감경하는 경우에는 형의 상한과 하한을 모두 2분의 1을 감경하고 있는데, 이는 타당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형법은 범죄의 구성요건에 해당하는 행위에 상응하는 법정형을 정해두고, 법정형에 대해 법률상 가중·감경 및 작량감경을 통해 최종적인 처단형을 정하도록 하고 있으며, 법률상 감경이든 작량감경이든 형을 감경하는 경우에는 형법 제55조에서 정한 바에 따르도록 되어 있다"면서 "형법 제55조 1항 3호의 문언상 유기징역형을 감경할 경우에는 법정형의 장기와 단기를 모두 2분의 1로 감경해야 하므로, 유기징역형에 대한 법률상 감경을 하면서 형법 제55조 1항 3호에서 정한 것과 달리 장기 또는 단기 중 어느 하나만을 2분의 1로 감경하는 방식 등은 죄형법정주의의 원칙상 허용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형법은 개별 범죄의 처벌에 관하여 여러 형종과 넓은 범위의 형량을 규정한 뒤, 법관에게 형종의 선택, 작량감경, 최종 선고형의 선택 등에 관해 폭넓은 재량을 부여하고 있고, 이처럼 구체적인 양형 과정에서 법관에게 주어진 많은 재량들을 고려하면, 임의적 감경 여부에 대한 결정 권한 내지 재량이 법관에게 있다고 해석하는 것을 부당하다고 할 수 없다"면서 "임의적 감경사유가 인정되더라도 그에 따른 감경을 하는 것이 오히려 정의의 관념에 반하는 경우가 있으므로, 임의적 감경에 따른 법률효과를 획일적으로 정할 필요가 없다"고 판시했다. 이에 대해 이기택 대법관은 ""임의적 감경에 대한 새로운 해석이 필요하다"며 "'할 수 있다'는 것은 감경을 '하는 경우의 범위'와 '하지 않는 경우의 범위' 모두에 걸쳐서 선고형을 정할 수 있다는 의미로 보아야 하고, 이를 간단히 법정형의 하한만 감경된다고 이해할 수 있다"는 별개의견을 냈다. 이 대법관은 "기존 해석에 따르면 임의적 감경사유가 인정되는 경우 처단형이 불명확해진다는 점에서 죄형법정주의에 반하는 문제, 처단형의 범위가 분절되어 처단형의 최상한과 최하한 사이에 선고형을 선택할 수 없는 공백이 발생할 수 있는 문제 등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원심이 미수 감경을 하면서 법정형의 상한과 하한 모두 2분의 1로 감경한 것은 잘못"이라면서 "다만, 이 같은 잘못이 판결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특수상해미수
폭행
감경
처단형
징역형
손현수 기자
2021-01-21
형사일반
대법원 전원합의체, 박모씨에게 징역 2년 선고한 원심 확정
[판결] "만취상태로 착각하고 간음… 준강간 불능미수로 처벌"
피해자가 반항이 불가능할 정도의 만취상태인줄 알고 간음했으나 실제로는 피해자가 그 정도로 술에 취해있지는 않았더라도, 피고인이 범행 당시 피해자가 항거불능 상태인 것으로 인식해 범행을 저질렀다면 준간강죄의 불능미수범으로 처벌해야 한다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 나왔다. 형법 제27조는 실행의 수단 또는 대상의 착오로 인하여 결과의 발생이 불가능하더라도 위험성이 있는 때에는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다만 형을 감경 또는 면제할 수 있도록 한다. 상근예비역으로 근무중이던 박모씨는 2017년 4월 자신의 집에서 미성년자인 피해자와 함께 새벽까지 술을 마시다 피해자가 방으로 들어가자 따라 들어가 간음한 혐의로 기소됐다. 박씨는 피해자가 술에 취해 항거불능 상태에 빠진 것으로 착각한 채 간음한 것으로 조사됐다. 군검찰은 당초 박씨가 피해자를 성폭행한 것으로 봐 강간 혐의로 기소했다가, 1심 재판 과정에서 공소장을 변경해 준강간 혐의를 추가했다. 강간은 가해자가 폭행 또는 협박 등으로 피해자를 항거 불능 상태로 만들고 성관계를 갖는 것이고, 준강간은 심신상실 등 다른 원인으로 피해자가 항거 불능 상태라는 점을 이용해 성관계를 했을 때 적용된다. 1심인 보통군사법원은 박씨의 강간 혐의는 인정하지 않고 준강간 혐의만 유죄로 판단해 징역 3년을 선고했다. 그러나 고등군사법원에서 열린 2심 재판 과정에서 피해자가 사실은 술에 취하지 않은 상태였다는 점이 밝혀지자 군 검찰은 다시 한번 공소장을 변경해 준강간 미수 혐의를 추가했다. 피해자가 항거불능 상태에 있지 않아 애초에 준강간 범행이 이뤄질 수 없는 상황이었어도, 박씨가 준강간을 한다고 인식했다면 준강간 불능미수로 처벌해야 한다는 이유였다. 고등군사법원은 군검찰의 이 같은 주장을 받아들여 이번에는 준강간 혐의를 무죄로 인정하고, 대신 준강간 미수 혐의를 유죄로 인정해 징역 2년을 선고했다. 박씨는 이에 불복해 상고하면서 "피해자가 실제로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의 상태에 있지 않았으므로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하지 않았다"며 무죄를 주장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28일 준강간 미수 혐의로 기소된 박모씨에게 징역 2년을 선고하고 아동청소년 관련기관 취업제한 5년을 명령한 원심을 확정했다(2018도16002). 재판부는 "형법 제299조에서 정한 준강간죄는 정신적·신체적 사정으로 인해 성적인 자기방어를 할 수 없는 사람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보호법익으로 한다"며 "준강간죄에서 행위의 대상은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의 상태에 있는 사람'이고, 구성요건에 해당하는 행위는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의 상태를 이용하여 간음'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박씨는 피해자가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에 있다고 인식하고 그러한 상태를 이용해 간음할 의사를 가지고 간음하였으나, 피해자가 실제로는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의 상태에 있지 않았다면, 처음부터 준강간죄의 기수에 이를 가능성이 처음부터 없는 경우로서 준강간죄의 미수범이 성립한다"며 "이 경우 박씨가 범행 당시에 인식한 사정을 놓고 일반인이 객관적으로 판단해 봤을 때 준강간의 결과가 발생할 위험성이 있었다면 불능미수가 성립한다"고 판시했다. 이에 대해 권순일·안철상·김상환 대법관은 "다수의견은 어떠한 점에서 박씨에게 실행의 수단의 착오가 있었는지 설명하지 않고 있다"며 "준강간죄의 행위의 객체는 '사람'이므로, 이 사건에서 박씨에게 대상의 착오는 물론 구성요건적 착오인 객체의 착오조차 존재한다고 볼 수도 없다. 준강간죄의 행위 객체를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의 상태에 있는 사람'이라고 해석하는 다수의견은 형벌조항의 문언의 범위를 벗어난 것"이라는 반대의견을 냈다.
준강간미수
취업제한
준강간죄
이세현 기자
2019-03-28
형사일반
[판결] "촬영 미수에 그쳤어도 카메라 들이대면 범죄"
촬영을 시도하다 그만뒀어도 일단 다른 사람의 신체를 향해 휴대전화 카메라를 들이댔다면 이는 성폭력특례법상 카메라등이용촬영죄에 해당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0단독 권희 부장판사는 성폭력처벌법 위반과 주거침입 혐의 등으로 기소된 A씨에게 최근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 성폭력치료강의 수강 40시간을 선고했다(2018고단688). A씨는 지난해 8월 자정이 다 된 시간 서울의 한 공동주택 앞을 지나다 그 주택 안에 여성이 혼자 있는 걸 봤다. 담벼락 문을 열고 들어가 1시간 30분을 기다린 끝에 목표로 한 여성이 샤워를 하고 나오는 모습을 포착했다. 피해 여성의 신고로 A씨는 경찰에 붙잡혔다. A씨는 "주택 담장 밖에서 휴대폰 카메라 앱을 통해 피해자 모습을 보려고 했을 뿐, 촬영하려고 한 사실은 없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권 부장판사는 "A씨는 휴대폰 카메라 확대기능을 이용해 육안 대신 보려고 했고 사진을 찍으면 불법이라는 생각이 들어 사진을 찍지는 않았다고 진술하지만, 당시 촬영된 CCTV 영상을 보면, 담장이 높았던 관계로 A씨가 팔을 올려 휴대폰을 창문 쪽으로 향하고 있는 모습이 확인된다. A씨가 휴대폰 화면을 통해 피해자를 보려고 하는 상황으로 보이지는 않는다"며 "시간을 확인하느라 휴대폰을 보고 있어 불빛이 비친 것이라는 A씨의 주장 역시 타인의 주거에 불법 침입 해 발각될 위험이 있는 상태에서 단지 시간 확인만을 위해 휴대폰을 밝은 화면으로 들여다 보았다는 점도 납득이 가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어 "카메라등이용촬영죄는 카메라등을 이용해 성적 용망 기타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타인의 신체를 의사해 반해 촬영함으로써 성립하는 범죄이며, '촬영'이란 필름이자 저장장치에 피사체에 대한 영상정보를 입력하는 행위를 뜻하기에 그 죄의 미수범으로 처벌하려면 범행의 실행에 착수한 것이 인정되어야 하고, 착수가 인정되려면 촬영대상이 특정돼 카메라 등 기계장치의 렌즈를 통해 피사체에 초점을 맞추는 등 기계장치에 영상정보를 입력하기 위한 구체적이고 직접적인 행위가 개시되어야 한다"며 "A씨가 동영상촬영 시작 버튼이나 사진 촬영 버튼을 누르지 않았더라도, 당시 피해자가 샤워를 마치고 안방에서 머리를 말리고 있는 상황에서 이를 계속해서 지켜보던 A씨가 피해자를 촬영대상으로 특정해 휴대폰의 카메라 앱을 열어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피해자의 신체'를 기계장치의 화면에 담은 이상 피해자의 신체 촬영을 위한 구체적이고 직접적인 행위를 개시해 실행의 착수에 나아간 것으로 봄이 상당하다"고 판시했다. 다만 권 부장판사는 "A씨가 아무런 범죄전력이 없고, 카메라촬영이 미수에 그친 점 등을 고려해 형을 정했다"고 설명했다.
영상정보
카메라
성폭력처벌법
휴대전화
촬영
성폭력특례법
박수연 기자
2018-07-25
형사일반
대법원, 공무상표시무효죄 인정
[판결] "가압류 사실 알리고 물건 안 옮겼어도… 압류물품 양도는 불법"
채무자가 압류된 물품을 다른 사람에게 팔면서 가압류 사실을 알리고 법적인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물건을 옮기지 않을 예정이었다고 하더라도 공무상표시무효죄에 해당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형법 제140조 1항 등은 공무원이 그 직무에 관하여 실시한 봉인 또는 압류 기타 강제처분의 표시를 손상 또는 은닉하거나 기타 방법으로 그 효용을 해한 자를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7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그 미수범도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대법원 형사1부(주심 이기택 대법관)는 최근 공무상표시무효 혐의로 기소된 이모(63)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인천지법으로 돌려보냈다(2015도5403). 이씨는 2013년 6월 빌린 돈을 갚지 못해 자신이 운영하던 업소에 있던 냉장고 등 물품 128점이 가압류 됐고 법원 집행관은 이 물품들에 압류표시를 부착했다. 그런데 이씨는 이로부터 한달여 뒤 배모씨와 점포 내 시설물 일체를 넘기는 권리 양수·양도계약을 맺고 압류된 물품을 매매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씨는 재판 과정에서 "처분 당시 양수인인 배씨에게 가압류된 사실을 모두 고지하고 계약을 체결했다"며 "공무원이 실시한 강제처분 효용을 해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이씨는 배모씨에게 가압류 결정의 집행에 따라 압류표시가 부착된 유체동산들을 포함한 이 사건 점포 내 시설물 일체를 양도하면서, 2013년 10월 점포의 출입문 열쇠도 넘겨줬다"며 "이씨의 행위는 가압류집행이 금지한 처분행위로서, 압류표시 자체의 효력을 사실상으로 감쇄 또는 멸각시키는 행위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는 유체동산들이 이 사건 점포 내에 계속 보관될 예정이었다고 하더라도 마찬가지"라면서 "원심이 이씨의 행위가 강제처분의 효용을 해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은 가압류된 유체동산의 처분 및 그로 인한 공무상표시무효죄의 성립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판시했다. 1심은 이씨의 행위를 유죄로 판단해 벌금 200만원을 선고했다. 그러나, 2심은 이를 뒤집고 무죄를 선고했다. 2심은 "가압류명령의 집행은 가압류의 목적물에 대해 채무자가 매매, 증여 그 밖의 일체의 처분을 금지하는 효력을 생기게 하지만 이러한 처분금지의 효력은 채무자의 처분행위를 절대적으로 무효로 하는 것이 아니라 가압류채권자와 처분행위 전에 집행에 참가한 자에 대한 관계에서만 상대적으로 무효가 될 뿐"이라며 "이씨가 점포 내 시설물을 양도할 당시 배씨에게 일부 유체동산들이 가압류되어 있다는 사정을 고지했고, 해당 물품들을 법적인 문제가 해결될때까지 점포에서 보관할 예정이었다면 강제처분의 효용을 해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공무상표시무효죄
형법
가압류
이세현 기자
2018-07-23
기업법무
대법원 전원합의체… '배임죄 기수' 인정했던 종전 판례 변경
[판결] "무효인 약속어음, 실제로 유통안됐다면 '배임미수'만 성립"
회사 대표가 대표권을 남용해 무효인 약속어음을 발행했더라도 이 어음이 실제로 제3자에게 유통되지 않았다면 배임죄의 미수만 성립한다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 나왔다. 무효인 약속어음이라도 회사 재산에 손해 발생의 위험이 초래됐다고 판단해 배임죄의 기수를 인정해 온 종전 판례를 변경한 것이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김신 대법관)는 20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배임 혐의로 기소된 김모(57)씨에게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2014도1104). 여러 회사를 운영하고 있던 김씨는 자신이 대표이사를 맡고 있던 A사의 모 저축은행 대출 담보를 위해 역시 자신이 대표이사로 있는 B사 명의로 29억9000만원의 약속어음을 발행했다가 B사의 손해를 끼친 혐의로 기소됐다. 판결문 보기 대표이사가 임무에 위배해 회사 명의로 의무부담행위를 한 경우, 그 행위가 유효하면 회사의 채무가 발생하므로 그 채무가 현실적으로 이행되기 전이라도 배임죄의 기수가 성립한다. 하지만 그 의무부담행위가 법률상 무효인 경우에는 배임죄의 재산상 손해 요건이 충족되지 않으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배임죄의 기수가 성립하지 않는다. 그러나 기존 대법원 판례는 약속어음이 발행된 경우에는 다르게 봐 왔다. 대표이사가 임무에 위배해 회사 명의로 약속어음을 발행한 경우에는 그약속어음 발행행위가 무효이더라도 그 약속어음이 제3자에 유통되지 아니한다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재산상 실해 발생의 위험이 초래됐다고 판단해 배임죄의 기수가 성립한다는 입장을 취해왔다. 1,2심은 이같은 기존 대법원 판례에 따라 배임죄의 기수를 인정했다. 다만 손해의 위험이 현실화 되지 않아 B사가 실제로 입은 피해가 없다는 점 등을 고려해 형의 집행을 유예했다. 하지만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기존 판례를 변경해 배임죄의 미수만 인정했다. 재판부는 "형법은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그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로써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3자로 하여금 취득하게 해 본인에게 손해를 가한 때에 배임죄가 성립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배임죄의 미수범을 처벌하고 있다"며 "따라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임무에 위배한 행위를 하더라도 그로 인해 본인에게 재산상 손해가 발생하지 않으면 배임 미수죄는 성립할 수 있어도 배임죄의 기수는 성립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어 "대법원은 오래 전부터 배임죄에서 말하는 '재산상 손해를 가한 때'에는 현실적인 손해가 발생한 경우뿐만 아니라 재산상 실해 발생의 위험이 초래된 경우도 포함된다고 판단해 왔다"며 "그런데 여기서의 '실해 발생의 위험'은 경제적 관점에서 재산상 손해가 발생한 것과 사실상 같다고 평가될 정도의 구체적·현실적 위험이 야기된 경우만을 말한다고 보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 "회사 대표이사가 임무에 위배해 회사 명의로 약속어음을 발행한 경우 발행행위가 법률상 무효라 하더라도 그 어음이 제3자에게 유통되면 회사는 어음법 제17조, 제77조에 따라 인적 항변으로 소지인에게 대항하지 못함으로써 그 약속어음에 기한 어음채무를 부담할 위험이 있지만, 그러한 위험은 그 약속어음이 실제로 제3자에게 유통되기 전까지는 아직 구체화되거나 현실화되었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이를 가지고 배임죄의 재산상 손해 요건에 해당하는 실해 발생의 위험이 초래되었다고 평가할 수는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따라서 약속어음 발행행위가 무효이고 그 약속어음이 제3자에게 유통되지도 않은 경우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회사에 현실적인 손해가 발생하거나 재산상 실해 발생의 위험이 초래되었다고 볼 수 없으므로, 이 경우에는 배임죄의 기수범이 아니라 배임 미수죄로만 처벌할 수 있다"며 "이와 달리 대표이사의 회사 명의 약속어음 발행행위가 무효인 경우에도 그 약속어음이 제3자에게 유통되지 아니한다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곧바로 배임죄의 기수가 성립할 수 있다는 취지의 종전 판례는 배임죄의 기수 시점에 관해 이 판결과 배치되는 부분이 있으므로 그 범위에서 종전 판례를 변경한다"고 판시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종전 판례는 무효인 약속어음 채무가 실제로 이행되지 않은 경우에도 유통 가능성만 있으면 기수가 성립한다고 봐 배임죄의 기수 시기가 너무 앞당겨지는 문제가 있었다"며 "이번 판결은 종전 판례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판례를 변경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전원합의체 판결문은 대법원 홈페이지(http://www.scourt.go.kr/sjudge/1500528983935_143623.pdf)에서 전문을 확인할 수 있다.
배임죄
어음
이세현 기자
2017-07-20
헌법사건
형사일반
범행 경중 구분없이 일괄 20년 보존은 헌법불합치
성범죄자 신상정보 무조건 등록은 합헌이지만…
성범죄로 기소돼 유죄가 확정된 사람의 신상정보를 무조건 등록하도록 한 것은 합헌이지만, 범행 경중을 따지지 않고 신상정보를 일괄적으로 20년간 법무부가 보존·관리하도록 하는 것은 헌법에 위반된다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헌재는 지난달 30일 카메라 등을 이용해 타인의 신체를 몰래 촬영한 혐의로 기소돼 유죄 확정 판결을 받은 이모씨 등이 "성범죄의 미수 여부나 경중을 가리지 않고 무조건 신상정보를 등록하게 하고, 이렇게 등록한 정보를 20년이나 보존하도록 정한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성폭력처벌법)은 위헌"이라며 낸 헌법소원사건(2014헌마340)에서 신상정보 등록 대상을 규정한 성폭력처벌법 제42조 1항에 대해서는 재판관 5(합헌):4(위헌)로 합헌 결정을, 신상정보의 보존·관리를 규정한 같은 법 제45조 1항에 대해서는 재판관 7(헌법불합치):2(위헌)의 의견으로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헌법불합치 결정이 내려진 성폭력처벌법 제45조 1항은 개정시한인 2016년 말까지만 잠정적용되고 만약 그때까지 개선입법이 이뤄지지 않으면 성범죄자의 신상정보를 보존·관리할 수 있는 근거 규정이 없어지게 된다. 성폭력처벌법 제42조 1항은 원칙적으로 성범죄로 유죄 확정 판결을 받은 모든 사람을 신상정보 등록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고 같은 법 제45조 1항은 이렇게 등록된 정보를 법무부장관이 20년간 보존·관리하도록 하고 있다. 재판부는 제45조 1항에 대해 "성범죄의 종류, 대상자의 특성에 따라 다르게 등록기간을 차등화해 개인정보자기결정권에 대한 제한을 최소화해야 하는데도, 범죄 경중에 상관없이 교화 가능성이 있는 소년범까지 포함해 일률적으로 신상정보를 20년간 보존하게 하는 것은 가혹하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김이수·이진성 재판관은 "단순위헌결정을 해야한다"는 의견을 냈다. 그러나 재판부는 제42조 1항에 대해서는 "성범죄의 유형과 불법성의 경중은 다양할 수 있지만 결국 인격체인 피해자의 성적 자유를 침해하는 성범죄로서의 본질은 같다"며 "신상정보 등록대상자가 된다고 해서 그 자체로 사회복귀가 저해되거나 전과자라는 사회적 낙인이 찍히는 것은 아니므로 침해되는 사익은 크지 않은 반면 달성되는 공익은 매우 중요해 합헌"이라고 밝혔다. 반면 김이수·이진성 재판관은 "불법성의 경중을 고려해 별도의 불복절차를 두는 등 덜 침해적인 대체수단을 채택하지 않아 미수범이나 벌금형이 선고되는 경우처럼 책임이 가벼운 경우도 신상정보 등록 대상이 되고 있어 침해의 최소성에 반한다"는 반대의견을 냈다. 강일원·조용호 재판관도 "죄질이 무겁고 재범의 위험성이 인정되는 범죄로 등록대상을 축소하는 한편 유죄 확정과 별개로 신상정보 등록 여부에 관해서도 (별도로) 법관의 판단을 받도록 해야 한다"는 반대의견을 밝혔다.
성폭력처벌법
성범죄자신상정보
개인정보자기결정권
침해의최소성
성폭력범
홍세미 기자
2015-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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