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 압수수색 과정에서 피의자 측의 참여권을 보장하지 않고 수집한 증거는 위법해 증거능력이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은 또 압수수색 영장의 범위를 벗어나 공소사실과 무관한 정보를 수집한 것도 위법하다고 봤다.
대법원 형사1부(주심 권순일 대법관)는 12일 '오바마 당시 미국 대통령의 딸을 성폭행하겠다'는 등의 글을 올린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2019도17613).
A씨는 지난 2015년 7월 서울 동대문구 자택에서 미국 백악관 홈페이지에 접속해 오바마 대통령의 딸을 성폭행하겠다는 등의 글을 올린 혐의로 기소됐다. 그는 '오바마 대통령에 대한 테러 선언'이라는 글을 올려 마크 리퍼트 당시 미국 대사를 암살하겠다고 협박한 혐의도 받았다.
1심은 "A씨는 협박 글을 미국 백악관 홈페이지에 올림으로써 국내 뿐만 아니라 국제적인 파장을 일으켰다"며 "비록 미수에 그치기는 했으나 범행 수법 및 범행 내용에 비춰 죄질이 매우 불량하다"며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그런데 2심에서 논란이 일었다. 경찰이 A씨의 노트북을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A씨 측의 참여권을 보장하지 않아 위법성이 문제가 된 것이다.
2심은 "경찰은 A씨의 노트북에 저장된 전자정보들을 압수하기 위해 노트북 전자정보 이미징 파일을 탐색하는 과정에서 A씨나 A씨의 변호인에게 집행의 일시나 장소 등을 통지하지 않아 참여의 기회를 보장하지 않았다"며 "또 경찰은 A씨 노트북에 저장된 전자정보들을 압수하면서 사건과 관련된 부분만을 압수한 것이 아니라 관련이 없는 정보까지 일괄해 압수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수사기관은 이처럼 압수수색 전반에 걸쳐 헌법 및 형사소송법에 규정된 적법절차의 원칙과 영장주의를 중대하게 위반했고, 이로 인해 피고인은 절차적 권리를 박탈당하고 방어권 행사의 전제가 되는 기초 자료 확보에 어려움을 겪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압수수색 절차에서 수사기관이 적법절차와 영장주의를 중대하게 위반한 사정이 있다면 위법하고, 이러한 위법한 압수수색 절차를 통해 수집된 증거들은 증거능력이 없다"며 A씨의 노트북에 저장된 정보들의 증거능력을 부정하고 무죄를 선고했다.
대법원도 "위법수집증거 배제의 법칙에 관한 법리오해가 없다"며 검찰의 상고를 기각하고 원심을 확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