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방화 등 범죄의 경우 범죄동기를 공소사실에 기재하더라도 공소장일본주의의 위반이 아니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형사2부(주심 박시환 대법관)는 보험금을 타기 위해 딸을 살해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안모(38·여)씨에 대한 상고심(☞2007도748) 선고공판에서 무기징역을 선고한 원심을 최근 확정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공소장에는 법령이 요구하는 사항만 기재하고 공소사실의 첫머리에 공소사실과 관계없이 법원의 예단만 생기게 할 사유를 불필요하게 나열하는 것은 옳다고 할 수 없고, 공소사실과 관련이 있는 것도 원칙적으로 범죄의 구성요건에 적어야 할 것이고, 이를 첫머리 사실로서 불필요하게 길고 장황하게 나열하는 것을 적절하다고 할 수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그러나 살인·방화 등의 경우 범죄의 직접적인 동기 또는 공소사실과 밀접불가분의 관계에 있는 동기를 공소사실에 기재하는 것이 공소장일본주의 위반이 아님은 명백하고, 설사 범죄의 직접적인 동기가 아닌 경우에도 동기의 기재는 공소장의 효력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이어 "공소장 첫머리가 범행 동기와 경위가 다소 길고 장황하게 기재됐다고 해서 공소제기 방식이 공소장일본주의 내지 예단금지의 원칙에 위배된다고 할 수 없다고 본 원심 판단은 정당하다"고 덧붙였다.
안씨는 2003년 10월 딸 앞으로 보험에 가입하고 이틀 뒤 김해의 한 수영장 탈의실에서 청산염을 먹여 살해한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하지만 변호인은 "검찰이 이 사건과 아무런 상관이 없는 2001년과 2002년 사망한 안씨의 남편과 친구의 사망원인이 불명확 하다는 점을 공소장에 기재한 것은 예단을 생기게 하는 것으로 공소장일본주의 내지 예단금지의 원칙에 위배된다"는 이유로 상고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