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1,000억원대의 재산을 해외로 빼돌린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는 기업인 소유의 서울 강남 초대형 빌딩에 대해 몰수보전결정을 내렸다. 지상 15층, 지하 4층 규모의 이 빌딩 시가는 1,500억원으로 범죄수익으로 간주돼 몰수보전된 액수로는 사상 최고액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31단독 권순건 판사는 지난 7일 완구제조업체 A사 대표 박모씨가 소유한 서울 강남구 논현동 C빌딩에 대해 몰수보전결정(2010초기3666)을 내렸다.
재판부는 결정문에서 "피의자가 법령에 위반해 국내에 반입해야 할 대한민국 국민의 재산 1,054억여원 상당을 국외에서 은닉 또는 처분해 이를 도피한 범죄로 범죄수익을 취득했고 이 범죄수익 중 일부로 C빌딩의 소유권을 A사 명의로 취득했다는 점에 관한 (검찰의) 소명이 있다"며 "C빌딩은 범죄수익은닉의규제및처벌등에관한법률 제2조에서 정한 범죄행위에 의해 유래한 재산으로 동법 제8조1항 제2호와 제9조1항에 의해 몰수할 수 있는 재산에 해당한다고 판단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으며 이를 몰수할 필요성도 인정된다"고 밝혔다.
앞서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2부(이성윤 부장검사)는 A사가 조세피난처인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와 홍콩에 유령회사를 차려놓고 허위납품계약을 맺는 등의 수법으로 1,000억원대의 자금을 해외로 빼돌려 세금을 탈루한 정황을 잡고 수사에 착수했으며, 범죄수익환수를 위해 법원에 기소전 몰수보전을 청구했다.
기소전 몰수보전이란 범죄혐의자를 기소하기 전 범죄수익 등을 빼돌리지 못하도록 미리 범죄수익이나 여기서 발생한 재산의 처분 등을 금지해 놓고 유죄가 확정되면 몰수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