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를 하는 사람 가운데 한 명으로부터 동의를 얻어 통화 내용을 녹음한 경우도 불법감청에 해당되므로 통신비밀보호법위반으로 처벌할 수 있다는 대법원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형사1부(주심 배기원·裵淇源 대법관)는 8일 통신비밀보호법위반 혐의로 기소된 김모씨(48)에 대한 상고심(☞2002도123) 선고공판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대전지법으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제3자가 설령 전화통화 당사자 일방의 동의를 받고 그 통화내용을 녹음했다 하더라도 그 상대방의 동의가 없었던 이상, 사생활 및 통신의 불가침을 국민의 기본권의 하나로 선언하고 있는 헌법규정과 통신비밀의 보호와 통신의 자유신장을 목적으로 제정된 통신비밀보호법의 취지에 비춰 법 제3조1항 위반이 된다"며 "따라서 전화통화의 감청이 법에 위반되지 않기 위해서는 원칙적으로 양 당사자 모두의 동의가 있어야 할 것이고 단지 일방 당사자의 동의를 받은 것만으로는 불법감청이 아니라고 할 수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재판부는 "전화통화 당사자의 일방이 상대방 모르게 통화내용을 녹음하는 채록은 여기의 감청에 해당되지 않으므로 전화통화 당사자 일방이 상대방 몰래 녹음하더라도, 대화 당사자 일방이 상대방 모르게 대화내용을 녹음한 경우와 마찬가지로 법 제3조1항의 위반이 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이발소를 경영하는 김씨는 지난 99년 6월 같은 상가내에 있는 미용실 때문에 손님이 줄자 미용실업주 박모씨를 공중위생업법위반죄로 고발하기 위해 원모씨를 시켜 '귓불을 뚫어 주느냐'는 용건으로 통화를 하게 한 다음 그 내용을 녹음한 혐의로 기소돼 1·2심에서는 무죄를 선고받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