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독촉을 하는 동업자를 폭행하고 생매장해 살해한 '시신없는 살인사건'의 40대 피고인에게 징역 13년형이 확정됐다.
대법원 형사1부(주심 양창수 대법관)는 11일 돈을 갚으라고 재촉하는 동업자를 땅에 묻어 숨지게 한 혐의(살인)로 구속기소된 박모(42)씨에 대한 상고심(2013도1007)에서 징역 13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형사재판에서 유죄를 인정하려면 법관에게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공소사실이 진실하다는 확신을 가지게 할 수 있는 증명력을 가진 증거에 의해야 하고, 이러한 정도의 심증을 형성하는 증거가 없다면 유죄의 의심이 간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할 수 밖에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그러나 "그와 같은 심증은 반드시 직접증거에 의해야 하는 것은 아니고 경험칙과 논리법칙에 위반되지 않는 한 간접증거에 의해서도 형성되는 것"이라며 "여러 간접사실을 인정한 후 박씨가 2008년 4월 28일께부터 같은달 30일까지 사이에 용인시 또는 평택시 소재 물류창고 기초공사 현장에서 살인의 범의로 피해자를 생매장해 살해한 사실을 인정해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한 원심은 정당하다"고 설명했다.
박씨는 일용직 중장비 기사로 일하면서 2007년 알게 된 A(36)씨에게 동업을 권유해 2008년 3~4월 사업자금으로 약 800만원을 받았다. 하지만 자금조달의 어려움 등으로 사업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자 A씨는 "투자금을 돌려주지 않으면 사기죄로 고소하겠다"며 압박했고, 박씨는 친한 동생에게서 이런 얘기를 전해듣고는 격분해 A씨를 때려 정신을 잃게 한 뒤 구덩이에 밀어 넣고 흙을 부어 질식해 숨지게 한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이 사건은 "박씨가 사람을 죽였다"는 박씨 동거녀의 증언과 각종 정황 증거만 있을 뿐 시신을 찾지 못하고 범행장소도 명확히 밝히지 못해 '시신 없는 살인사건'으로 불렸다.
박씨는 1심에서 국민참여재판을 신청했으나, 배심원단은 만장일치로 유죄의견을 냈고 재판부는 징역 13년형을 선고했다. 2심도 "박씨는 평소 가깝게 지내는 피해자가 사라졌음에도 찾으려 노력하지 않는 등 행동과 정황을 고려하면 유죄로 인정할 충분한 근거가 된다"며 항소를 기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