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외 이주 직전에 모친 주소로 전입신고를 했어도 모친에게 우편물 수령 권한을 위임했다거나 수취인에게 우편물이 도달했다고 추정할 수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고법 행정8부(재판장 김인욱 부장판사)는 지난달 20일 최모(53)씨가 동작세무서를 상대로 낸 8억여원의 종합소득세부과처분무효확인 및 보험채권외압류처분취소소송 항소심(2010누37133)에서 원고패소 판결한 1심을 취소하고 원고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우편물) 수취인이나 가족이 주민등록지에 실제로 거주하고 있지 않으면서 전입신고만을 해 둔 경우에는 주민등록지 거주자에게 송달수령의 권한을 위임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수취인이 주민등록지에 실제로 거주하지 않는 경우에도 우편물이 수취인에게 도달했다고 추정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이어 "최씨가 국외 이주하면서 모친 이모씨의 주민등록지에 주민등록을 이전한 사실과 과세청이 이 주소로 납부고지서 및 독촉장을 발송한 후 반송되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납부고지서 등이 이씨에게 도달됐다거나 이씨에게 송달수령권한을 위임했다고 보기 어려워 최씨에게 납부고지서 등이 도달했다고 추정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또 "이 같은 사정만으로 최씨가 이씨에게 납부고지서 등의 수령권한을 위임했다는 것으로 추정한다면, 최씨는 사실상 이러한 추정을 벗어나는 것이 불가능하게 돼 입증책임의 분배원리에 반하게 되는 문제도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법인인 N사에 근무하던 최씨는 미국대사관으로부터 주재원 비자를 발급받아 가족들과 2001년 8월 28일 미국으로 국외이주를 했고, 이주 3일 전인 25일 어머니 이씨와 함께 동작구에 전입신고를 했다.
동작세무서는 2003년 5월 최씨의 주민등록지로 8억5400여만원의 종합소득세 부과처분 납부고지서를 송달했고, 6월 독촉장을 발송한 후 최씨의 보험사 해약환급금 채권 등을 압류했다.
최씨는 2010년 5월 납부고지서 송달이 무효라며 소송을 냈다. 그러나 1심은 "국외이주를 하면서 굳이 현 주소지로 전입신고를 할 만한 다른 특별한 사정이 보이지 않는다"며 "사회통념상 자신에게 송달되는 우편물을 이씨 등 친척으로 하여금 수령하게 하는 편의를 위해 전입신고를 했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원고패소 판결을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