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의 영문보고서 번역이 엉망이라고 발언하며 출판을 금지시킨 이영조(61) 전 진실화해위원장이 영문보고서의 번역자와 감수자에게 수천만원대의 손해배상금을 물게 됐다.
대법원 민사1부(주심 이인복 대법관)는 진실화해위 영문보고서를 번역·감수한 김모(56)씨 등 3명이 이 전 위원장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2013다44683)에서 "이 전 위원장은 김씨 등에게 800만원씩 총 2400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일부승소 판결한 원심을 최근 확정했다.
이 전 위원장은 2009년 진실화해위가 발행한 '3주년 활동 현황' 보고서의 영문판 배포를 중단시켰다. 이와 관련해 이 전 위원장이 '좌파 흔적'을 지우려는 것 아니냐는 논란이 일자 이듬해 한 주간지와의 인터뷰에서 "번역상 오류가 너무 많아 배포를 중단시켰다"고 해명했다. 그러자 김씨 등은 "번역에 오류가 많다는 말은 허위사실"이라며 "이 위원장의 발언으로 번역 능력에 대한 신뢰와 명예가 훼손됐으니 6000만원을 배상하라"고 소송을 냈다.
1심은 이 전 위원장이 3000만원을 배상해야 한다며 원고일부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문제의 보고서는 어순, 어조, 단어선택 등에서 바꿀 만한 부분도 있지만 전체적인 의미에는 영향을 주지 않고 문법 오류도 거의 찾아볼 수 없다"며 "주간지와 인터뷰하면서 이 전 위원장이 말한 내용이 진실했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2심도 원고일부승소 판결했지만 이 전 위원장이 물어야 할 손해배상금을 2400만원으로 낮췄다. 재판부는 "보고서는 주로 해외에 배포된 반면 주간지는 국내에 배포돼 김씨 등이 보고서의 번역자 또는 감수자였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던 사람은 많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공직자의 직무상 발언에 대해 과다한 위자료를 부과할 경우 공무수행을 위축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