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진돗개를 공격한다며 이웃집 맹견을 전기톱으로 잔인하게 죽인 50대 남성에게 대법원이 재물손괴뿐만 아니라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도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민사3부(주심 박보영 대법관)는 28일 동물보호법 위반과 재물손괴 혐의로 기소된 김모(53)씨에게 재물손괴죄만을 유죄로 인정해 벌금형의 선고를 유예한 원심 판결을 깨고 사건을 수원지법으로 돌려보냈다(2014도2477).
동물보호법 제8조는 동물을 잔인하게 죽이거나, 노상 등 공개된 장소에서 죽이는 행위, 고의로 사료나 물을 주지 않아 동물을 죽음에 이르게 한 행위 등을 한 사람을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동물보호법 제8조 1항 1호가 규정하는 '잔인한 방법으로 죽이는 행위'는 잔인한 방법으로 동물을 죽이는 행위를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을 뿐 정당하고 합리적인 이유 없이 죽인 경우로 제한하고 있지 않다"며 "따라서 잔인한 방법으로 죽이는 행위를 하는 것 자체로 구성요건을 충족한다 할 것이고, 설령 그 행위를 정당화할 만한 사정 또는 행위자의 책임으로 돌릴 수 없는 사정이 있다 하더라도 이는 위법성이나 책임조각 사유의 문제이지 구성요건 해당성이 조각된다고 볼 수는 없다"고 밝혔다.
이어 "당시 김씨가 피해견으로부터 직접적인 공격은 받지 않았을뿐만 아니라 자신의 진돗개의 목줄을 풀어 다른 곳으로 피하거나 주위에 있는 몽둥이나 기계톱 등을 휘둘러 피해견을 쫓아버릴 수도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자체로도 매우 위험한 물건인 전기톱의 엑셀을 잡아당겨 작동시킨 후 피해견을 절단해 잔인하게 죽였다"며 "이는 동물을 잔인한 방법으로 죽이는 행위에 해당하며 나아가 김씨의 행위에 위법성조각사유 또는 책임조각사유가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설명했다.
김씨는 2013년 3월 이웃집 개 두 마리가 자신의 진돗개를 공격했다는 이유로 작업 중이던 전기톱으로 이용해 이웃집 개 1마리를 죽인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1심은 "피해견이 로트와일러종으로 공격성이 강한 대형견이었다"면서 "김씨의 개는 물론 김씨도 공격을 받을 수 있는 급박한 상황이었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하지만 2심은 "김씨가 자신의 진돗개를 공격하는 피해견들을 쫓아버리기 위해 몽둥이나 기계톱을 휘두르는 방법을 쓸 수도 있었다"면서 "피난행위의 상당성을 넘은 행위"라며 재물손괴죄 혐의는 유죄를 인정해 벌금 30만원의 선고를 유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