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유소 직원이 실수로 경유차에 휘발유를 주유하는 '혼유 사고'를 냈더라도 고객이 유종을 직원에게 미리 말하지 않았다면 고객에게도 30%의 과실이 있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11부(재판장 박미리 부장판사)는 허모씨가 경기도에서 주유소를 운영하는 문모씨 그리고 문씨와 배상책임보험을 체결한 현대해상화재보험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2017나36856)에서 "문씨 등은 공동해 170여만원을 지급하라"며 최근 원고일부승소 판결했다.
허씨는 2016년 9월 경유를 원료로 사용하는 BMW 320D 차량에 기름을 넣기 위해 문씨가 운영하는 주유소에 들렀다. 그런데 허씨는 유종을 지정하지 않은 채 주유를 요청했고 주유소 직원은 차량 시동이 켜져 있는 상태에서 휘발유를 주유했다.
차에 동승한 허씨의 남편은 주유소 직원이 경유가 아닌 휘발유를 넣고 있는 것을 발견하고 급히 주유를 정지하도록 했지만 이미 차량에는 18ℓ가량의 휘발유가 주유된 상태였다. 이때문에 허씨는 서비스센터에서 차량의 연료탱크와 필터, 고압펌프 등 부품을 교체해야 했다.
중앙지법 "운전자,
사전에 유종 말해줬어야"
허씨는 지난해 1월 "차량 수리비용 830여만원과 견인·대차비용 500만원, 격락손해 200만원 등 모두 1500여만원을 배상하라"며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주유소 직원은 주유업무에 종사하는 사람으로서 주유하는 차량이 사용하는 연료를 확인해 그에 맞는 연료를 주유해야 할 주의의무가 있다"며 "당시 종업원이 경유를 연료로 사용하는 허씨의 차량에 휘발유를 주유함으로써 혼유사고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다만 "차량 외관을 보면 경유 차량인지 휘발유 차량인지 구별이 어렵고, 허씨가 유종을 알려주지 않았으며, 시동을 끄지도 않은 채 주유를 요청했다"며 주유소 측의 책임을 70%로 제한했다.
재판부는 또 "서비스센터 손상진단 결과에 따르면 사고 차량의 연료순환계통 부품들은 정상 상태였다"며 "혼유사고가 발생한 경우 부품 손상이 없는 경우 혼유된 연료를 제거하고 연료장치 등의 세척만으로도 수리가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혼유사고로 사고 차량의 연료필터 등이 손상됐는지 단정할 수 없다"며 연료장치 세척 비용 57만원과 대차비용 175만원, 견인비 16만원만 손해로 인정했다. 앞서 1심은 "1500여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승소 판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