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급차로 환자를 이송시키며 응급구조사를 같이 태우지 않은 병원이 환자의 유족에게 수천만원을 배상하게 됐다.
이모씨는 2012년 1월 어머니의 진료를 위해 경기도 수원에 있는 A병원을 찾았다가 급성심근경색 증세를 보이며 쓰러졌다. 당시 병원은 응급혈관중재술을 시행할 형편이 되지 않아 이씨를 급히 인근에 있는 대형병원으로 이송시키기로 했다. 이씨는 구급차로 이동하면서 혼수상태에 빠졌고 대형병원에 도착한 뒤 사망했다.
이씨의 유족들은 A병원 의료진에게 책임을 물었다. 이송 당시 구급차에 심폐소생술을 시행할 수 있는 의료진이 함께 탑승하지 않은 탓에 이씨가 숨졌다고 주장했다. 이씨가 쓰러진 직후에 근처에 대기중이던 119 차량이 있었는데도 병원이 굳이 위탁계약을 맺은 구급차를 이용하게 하느라 이송이 몇 분간 지체된 것도 문제 삼았다.
병원과 합의에 실패하자 유족은 A병원을 상대로 "7700여만원을 지급하라"며 소송을 냈다. 1·2심은 "A병원은 이씨 유족에게 3800여만원을 지급하라"며 일부승소판결을 받았다. A병원은 상고했지만 대법원의 판단도 원심과 같았다.
대법원 민사2부(주심 조희대 대법관)는 이씨의 유족(대리인 김수현 변호사)이 A병원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상고심(2014다232913)에서 지난달 11일 원고일부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응급의료법 제48조에는 구급차로 환자를 이송할 때 응급구조사 등이 함께 탑승하도록 돼 있는데 A병원은 이씨를 다른 병원으로 옮기면서 이를 위반한 잘못이 있다"고 밝혔다. 다만 재판부는 "이씨가 사건 발생 전날 과음을 했고 당뇨와 고혈압 등 지병이 있었던 점, 음주경력이 있는 점 등을 참작해 A병원의 책임을 30%로 제한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