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인이 임대차계약에서 특약사항으로 보장한 바닥 난방공사 대신 카펫 설치 등 다른 선택지를 제안하고, 임차인이 '바닥 공사는 안되는 것이냐'고 묻는 문자에 즉시 답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이를 곧바로 이행거절의 의사표시로 단정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민사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임차인 A씨가 임대인 B씨를 상대로 낸 계약금 반환 등 청구소송(2018다214210)에서 원고승소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최근 사건을 수원지법으로 돌려보냈다.
A씨는 2016년 3월 말 B씨로부터 같은 해 4월 22일부터 2년간 오피스텔을 임차하는 계약을 체결하고 B씨에게 계약금 2000만원을 줬다. 이들은 임대차계약을 체결하면서 '현재 난방방식은 바닥 난방이 아닌 천정 히팅 방식인데, A씨가 바닥 난방을 원하므로, B씨는 계약 후 바닥(지역열병합방식) 난방공사를 잔금일 전까지 완료해 입주에 지장이 없도록 해야 한다'는 특약사항을 넣었다.
그런데 B씨는 A씨에게 4월 5일과 6일 전화를 걸어 바닥 난방공사의 위법성과 어려움을 설명하면서 대신 카펫을 설치하거나 전기판넬 공사로 대신하자고 설득했다. A씨는 6일 '최종적으로 바닥공사는 카펫과 전기판넬 아니면 공사 안 되는 거죠?'라는 확인 문자를 보내고 B씨의 답장이 없자 같은 날 B씨에게 임대차계약을 해제한다는 내용증명을 보냈다. A씨는 이후 B씨를 상대로 계약금 등의 반환을 요구하는 소송을 냈다.
이 사건에서는 이행거절의 요건이 쟁점이 됐다. 민법 제544조는 '당사자 일방이 그 채무를 이행하지 아니하는 때에는 상대방은 상당한 기간을 정하여 그 이행을 최고하고 그 기간내에 이행하지 아니한 때에는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 그러나 채무자가 미리 이행하지 아니할 의사를 표시한 경우에는 최고를 요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대법원은 B씨가 A씨에게 다른 대안을 제안하거나 문자에 바로 답하지 않았다고 해서 이를 곧바로 바닥 난방공사에 대한 이행거절의 의사표시로 볼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결국 A씨의 계약해제가 인정되지 않는다는 취지다.
재판부는 "B씨가 바닥 공사 대신 다른 제안을 하기는 했지만 이를 선택하지 않더라도 바닥 난방공사를 거부하겠다는 의사를 직접 표현하지는 않았다"며 "A씨가 문자를 보내고 해제 통보하기 전까지 짧은 시간 동안 B씨가 즉시 답변을 못할 불가피한 사정이 있을 수도 있고, A씨에게 즉시 답변할 의무가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B씨가 이행거절의 의사를 표시한 것으로 단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계약상 채무자가 계약을 이행하지 않을 의사를 명백히 표시했는지는 계약 이행에 관한 당사자의 행동과 계약 전후의 구체적인 사정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 판단해야 한다"며 "명시적으로 이행거절의사를 표명하는 경우 외에 계약 당시 또는 그 후의 여러 사정을 종합해 묵시적 이행거절의사를 인정하기 위해서는 그 거절의사가 정황상 분명하게 인정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앞서 1,2심은 "관련 건축 법령은 해당 오피스텔에 온돌·온수온돌, 전열기를 사용한 바닥 난방을 금지하고 있어 B씨가 A씨에게 다른 방식을 요구했고, 임대차계약 중개자 역시 A씨에게 다른 방법을 생각하자고 이야기했으며, B씨는 A씨의 문자에 아무런 답장도 하지 않았다"면서 "A씨의 계약해제 통보 후 B씨가 바닥 난방공사를 진행한 것은 계약이 이미 해제된 이후의 사정에 불과하다"며 A씨의 손을 들어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