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자가 경찰에 강제연행 상태에서 음주측정을 거부한 경우에는 음주측정거부죄로 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이번 판결은 임의동행 형식을 빌어 피의자를 사실상 강제연행해 오던 경찰의 수사관행에 제동을 걸었던 지난 6월의 대법원 판결(☞2005도6810)의 취지를 재확인한 것으로 평가된다.
대법원 형사1부(주심 김지형 대법관)는 경찰에 강제연행된 뒤 음주측정을 거부한 혐의로 기소된 양모(38)씨에 대한 상고심(☞2004도8404) 선고공판에서 검사의 상고를 기각하고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지난 9일 확정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교통안전과 위험방지 필요가 없는데도 주취운전을 했다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이뤄지는 음주측정은 이미 행해진 주취운전 이라는 범죄행위에 대한 증거수집을 위한 수사절차로서의 의미를 가진다"며 "도로교통법상의 규정들이 음주측정을 위한 강제처분의 근거가 될 수 없으므로 음주측정을 위해 운전자를 강제로 연행하기 위해서는 수사상의 강제처분에 관한 형사소송법상의 절차에 따라야하고, 이러한 절차를 무시한 채 이뤄진 강제연행은 위법한 체포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위법한 체포 상태에서 음주측정요구가 이뤄진 경우 운전자가 주취운전을 했다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다 하더라도 운전자에게는 경찰의 위법한 음주측정요구에 대해서까지 응할 의무가 있다고 보아 이를 강제하는 것은 부당하다"며 "따라서 그에 불응했다고 해서 음주측정거부에 관한 도로교통법위반죄로 처벌할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양씨는 2003년 6월 목수로 일하던 청주시 공사장에서 일을 마치고 오토바이를 타고 귀가하다 집 앞에서 안전모 미착용으로 경찰에 적발됐다. 경찰은 양씨에게서 술 냄새가 나자 음주측정을 요구하면서 음주측정기가 있는 파출소에 동행할 것을 요구했고, 양씨가 임의동행을 거부하자 순찰차로 양씨를 파출소까지 강제로 연행했다. 양씨는 파출소에서도 계속 음주측정을 거부하다가 음주측정거부 혐의로 기소됐으나, 1·2심에서 모두 무죄를 선고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