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방송공사(KBS)가 적폐 청산과 개혁을 이유로 설립한 '진실과 미래 위원회(진미위)'의 행보에 제동이 걸렸다. 진미위는 양승동 KBS 사장이 새롭게 취임하면서 불공정 방송과 부당 노동행위 등을 조사하기 위해 설립한 기구다.
서울남부지법 민사51부(재판장 김도형 수석부장판사)는 17일 KBS공영노동조합이 진미위를 상대로 낸 효력정지 등 가처분신청(2018카합20284)을 일부인용해 진미위가 직원에 대한 징계를 요구할 수 있는 권한을 정지시켰다.
법원은 진미위가 근로자에게 불리한 운영규정을 만들면서도 사전 동의를 구하지 않아 절차상 위법을 저질렀다고 판단했다. 또 조사대상의 시기에 있어서도 무제한적 재량을 허용한 위법이 있다고 봤다.
재판부는 "운영규정 제10조 1항 3호, 제13조는 취업규칙의 성격을 가지고 있음에도 그 제정 과정에서 근로기준법 제94조 1항에서 정한 근로자의 동의를 받지 않아 효력을 인정하기 어려운 하자가 있다"며 "이 사건 운영규정이 유효함을 전제로 위원회의 출석 요구에 불응한 근로자들을 상대로 징계절차에 회부하고 있는 등의사정을 감안하면 노조 측 권리의 보전 필요성 역시 소명된다"고 밝혔다.
이어 "또한 이들 운영규정들은 근로자에 대한 징계 등의 인사조치와 관련된 내용으로서 근로자들의 신분상 불이익을 초래할 수 있어 근로자들에게 일방적으로 불이익한 규정임이 명백하다"며 "KBS의 인사규정은 징계시효를 원칙적으로 2년으로 제한하고 있는데 반해 운영규정은 조사대상의 시기에 아무런 제한을 두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진미위는 본안판결 확정시까지 운영규정 제10조 1항 3호, 제13조에 근거한 활동을 할 수 없다"고 결정했다.
이번 결정으로 진미위 활동이 상당부분 위축될 것으로 보인다. KBS 측은 "징계 등 인사조처를 권고하거나 요구할 수 있는 규정이 근로자 과반의 동의를 얻어야 하는 취업규칙 변경으로 보는 법원의 결정을 존중한다"면서도 "과거에 일어난 방송 공정성 및 독립성 침해에 대한 진상규명 작업은 중단없이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KBS 공영노조는 이번 결정을 환영하는 성명서를 내고 진미위 폐지를 주장했다. 노조는 "법원의 결정은 그동안 KBS에서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며 과거 보수정권 시절에 보도했던 내용 등에 대해 무차별적으로 조사해 징계를 추진하는 불법적인 활동에 급제동을 건 것으로 사실상 활동중지"라고 평가하며 "진미위 위원장인 정필모 부사장과 양승동 사장은 책임을 지고 즉각 사퇴하고 진미위도 해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