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자금을 빌리기 위해 평소 아는 사람이 제3자에 대해 가지고 있는 채권을 양수받아 직접 소송을 제기한 경우 소송신탁에 해당돼 변호사법 위반이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농장을 운영하고 있는 문모(56)씨는 2003년 2월 사업자금이 바닥나자 평소 알고 지내던 정모(60·여)씨에게 돈을 빌려달라고 부탁했다. 정씨는 현금이 없다며 채무자 A씨를 상대로 가지고 있던 채권 8,476만원을 문씨가 양수받아 소송을 제기해 승소하면 그 돈을 사업자금으로 빌려주겠다고 약속했다. 이에 문씨는 A씨를 상대로 양수금 청구소송을 제기했으나 소송중에 정씨가 당초 약속과는 달리 “A씨로부터 4,400만원을 받고 소를 취하키로 합의했다”며 소 취하를 종용해왔다. 문씨는 처음에는 소 취하에 반대하다 정씨로부터 사업자금 400만원을 건네받고 소를 취하했다.
문씨는 돈을 받고 소송사건에 관여했다는 혐의(변호사법위반)로 기소됐다. 1심 법원은 유죄를 인정해 벌금 400만원과 추징 400만원을 선고했으나, 2심은 “소송사건을 대리하기 위해 채권을 양수한 것이 아니라 사업자금을 빌리기 위한 방법으로 채권을 양수해 소를 제기한 것에 해당된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하지만 대법원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 형사1부(주심 양승태 대법관)는 문씨에 대한 상고심(2005도9978) 선고공판에서 유죄취지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부산지법으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사업자금을 빌리는 한 방법으로 이용한 것이 바로 법률이 금지하고 있는 ‘소송사건을 대리’하는 방법이었고, 400만원이 소송대리의 대가가 아니라고 보더라도 소 제기 때 소송대리의 대가로서 ‘8,476만원 차용의 금융이익’을 받기로 약속한 것은 변호사법 제109조1호의 ‘금품·향응 기타 이익’에 해당한다”고 유죄이유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