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관적 예비적 병합을 인정하는 대법원 결정이 처음으로 나왔다.
이에 따라 민사소송에서 권리자나 의무자가 택일적 관계에 있는 경우 분쟁을 한꺼번에 해결할 수 있게 돼 소송경제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예비적·선택적 공동소송은 공동소송인의 청구나 공동소송인에 대한 청구가 법률상 양립할 수 없는 관계에 있고 어느 청구가 인용될 것인가 쉽게 판정할 수 없을 때에 필수적 공동소송의 규정을 준용해 서로 모순 없는 통일적인 재판을 구하는 공동소송을 말한다.
대법원은 그동안 '주위적 피고에 대한 청구가 인용될 경우 예비적 피고의 지위가 불안정해진다'는 등의 이유로 일관되게 부정해 왔다. 하지만 2002년 민사소송법이 전면개정 되면서 객관적 예비적·선택적 병합청구에 대응하는 주관적 예비적·선택적 공동소송에 관한 규정이 신설돼 근거가 마련됐다.
대법원 민사2부(주심 김능환 대법관)는 김모씨 등 인천 M아파트 주민 15명이 낸 '피고추가 불허결정에 대한 재항고사건'(☞2007마515)에서 신청을 기각한 원심 결정을 파기하고 사건을 지난달 26일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결정문에서 "민사소송법 제70조 제1항의 '법률상 양립할 수 없다'는 것은 동일한 사실관계에 대한 법률적인 평가를 달리해 두 청구가 모두 인용될 수는 없는 관계에 있는 경우 또는 택일적 사실인정에 의해 어느 일방의 법률효과를 긍정하거나 부정하고 이로써 다른 일방의 법률효과를 부정하거나 긍정하는 반대의 결과가 되는 경우 등 두 청구 사이에서 한쪽 청구에 대한 판단 이유가 다른쪽 청구에 대한 판단 이유에 영향을 줘 각 청구에 대한 판단 과정이 필연적으로 상호 결합되어 있는 관계를 의미한다"며 "여기에는 실체법적으로 서로 양립할 수 없는 경우뿐만 아니라 소송법상으로 서로 양립할 수 없는 경우도 포함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법인이나 비법인 등 당사자능력이 있는 단체의 대표자나 구성원의 지위에 관한 확인소송에서 개인뿐만 아니라 소속된 단체를 공동피고로 해 소가 제기된 경우 누가 피고적격을 갖는지에 관한 법률적 평가에 따라 어느 한쪽에 대한 청구는 부적법하고 다른 쪽의 청구만이 적법하게 될 수 있다"며 "따라서 이 경우는 민소법 제70조 제1항 소정의 예비적·선택적 공동소송의 요건인 각 청구가 서로 법률상 양립할 수 없는 관계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는 것이 옳다"고 덧붙였다.
김씨 등은 아파트 동대표 박모(69)씨를 상대로 동대표지위부존재확인소송을 내 소송이 진행되던 중에 "아파트입주자대표회의를 피고로 추가해 달라"며 신청을 했으나 1,2심 법원이 신청을 기각하자 재항고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