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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중앙지방법원 2019고합749

    ‘업무상 위력에 의한 추행죄’ 판단기준 첫 명시

    서울중앙지법, 제자 ‘성추행혐의’ 무용가에 실형 선고

    박수연 기자 sypark@lawtimes.co.kr 입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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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업무상 위력에 의한 추행죄 성립 여부를 판단할 때 피해자가 거부나 반항을 하지 않아 신체접촉을 동의한 것처럼 보였다는 이유만으로 추행이 성립되지 않는다고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명시한 첫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형사31부(재판장 김연학 부장판사)는 제자를 성추행한 혐의(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상 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추행)로 기소된 유명 무용가 A씨에게 징역 2년을 선고하고 40시간의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와 3년 간 아동·청소년 관련기관 및 장애인 복지시설 취업 제한을 명령했다(2019고합749 등). 다만 검찰의 보호관찰 명령 청구는 기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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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씨는 2015년 4~5월 자신의 개인연습실에서 제자인 피해자를 안고 입과 목에 키스하는 등 4차례 걸쳐 추행한 혐의로 기소됐다. 검찰은 A씨가 "대상을 받은 것에 대해 내게 감사하라"고 말하는 등 A씨가 자신의 보호 감독을 받는 피해자에게 위력으로 성추행을 가했다고 기소했다. 이에 대해 A씨는 피해자와의 신체 접촉은 있었으나 동의 아래 한 것이라고 맞섰다.

     

    재판부는 "업무상 위력에 의한 추행죄는 업무, 고용이나 그 밖의 관계로 인해 타인의 보호·감독을 받는 사람의 성적 자기결정권이 부당하게 침해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규정이므로 피해자가 사전에 동의한 경우에는 성립되지 않는다. 하지만 피해자의 동의 여부란 객관적·외부적으로 판단 가능해야 하므로 피해자가 진정으로 원했는지 여부나 내심의 의사, 심리적 경험에 의존할 수는 없고 피해자 특유의 정서적 취약성, 상처받기 쉬운 성격 등을 고려해 피해자의 의사에 반했는지 여부를 판단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피해자가 거부·반항 않고

    순응했다는 것만으로

    신체접촉에 동의했다고

    섣불리 단정해서는 안돼”

     

    재판부는 그러면서도 "그러나 피해자가 거부하거나 반항하지 않고 순응했다는 사정만으로 피해자가 동의했다거나 위력의 행사에 이르지 않았다고 섣불리 단정해서도 안 된다"며 "설령 외견상 피해자가 동의한 것으로 보이더라도 피해자의 저항을 곤란하게 하는 어떤 사정이나 상황이 있었다면 이는 부진정 동의로서 오히려 피해자가 행위자의 위력행사에 굴복했음을 보여줄 뿐, 피고인의 행위에 대한 동의가 존재했던 것으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이어 "피해자는 A씨의 범죄행위를 감내하며 표면적으로 순응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을 뿐이고, A씨는 피해자의 의사에 반해 이러한 행위를 했음을 인정할 수 있기 때문에 피해자가 A씨의 신체접촉에 응하는 모습을 보여 이를 허용하는 것으로 생각했다는 A씨 측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A씨가 현대무용계에서의 지위 등으로 인해 피해자가 적극적으로 저항하지 못하는 상태에 있음을 알고도 이를 이용해 애정 표현을 빙자해 피해자를 추행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가해자의 행위가 피해자의 사적 영역에서 발생한 경우보다는 피해자에 대한 보호 또는 감독의 지위가 형성된 바로 그 권위의 영역에 속하는 장소에서 발생한 경우, 다양한 시간대나 장소에서 행해진 경우보다는 가해자가 다른 사람의 시선을 피할 수 있는 시간이나 공간을 일부러 탐색·선택한 것으로 보이는 경우, 추행행위가 가해자의 주도 하에 어떠한 사전 조짐이나 예고 없이 기습적이고 공격적으로 이뤄진 경우, 가해자가 피해자의 정서적 반응에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는 경우, 반복된 성적 접촉에도 불구하고 가해자와 피해자의 관계에 별다른 변화가 없거나 오히려 간장감이나 불편감이 형성된 경우에 위력으로 추행한 것으로 보기 쉬울 것"이라고 판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