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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법률신문 판결큐레이션

    판결기사 대법원 2020도12630

    "유부녀가 집으로 불러들인 불륜남… 주거침입죄 해당 안돼"

    통상적 출입방법 따라 들어가… 침입으로 볼 수 없어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례 변경… 무죄 선고 원심 확정

    박수연 기자 sypark@lawtimes.co.kr 입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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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남편 몰래 내연녀의 집에 성관계를 할 목적으로 들어간 경우 주거침입죄가 성립하는지 여부를 두고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공개변론까지 열어 심리한 끝에 기존 판례를 변경하고 무죄를 확정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안철상 대법관)는 9일 주거침입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2020도12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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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씨는 내연관계에 있던 유부녀 B씨의 남편 C씨가 집을 비운 사이 이 집에 3차례 드나든 혐의를 받았다. 주거침입 혐의로 기소된 A씨는 1심에서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 받았지만, 2심에서는 무죄를 선고 받았다.

     

    대법원은 이 사건을 포함해 비슷한 사건의 하급심들에서 주거침입죄 성립 여부를 두고 엇갈린 판결이 이어지자 지난 6월 공개변론을 열어 심리했다. 대법원의 기존 입장은 공동 주거권자인 남편의 의사에 반해 주거에 침입한 것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었지만(83도685), 남편과 공동주거권자 중 한 명인 내연녀의 승낙을 받고 들어간 것이기 때문에 '주거의 평온'이라는 주거침입죄의 법익을 침해한 것으로 볼 수 없어 무죄로 봐야 한다는 지적도 많았기 때문이다. 고심 끝에 대법원은 기존 판례를 변경했다.

     

    재판부는 "외부인이 공동거주자의 일부가 부재중에 주거 내에 현재하는 거주자의 현실적인 승낙을 받아 통상적인 출입방법에 따라 공동주거에 들어간 경우에는 그것이 부재중인 다른 거주자의 추정적 의사에 반하더라도 주거침입죄는 성립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어 "주거침입죄의 보호법익은 '사실상 주거의 평온'으로, 거주자가 주거에서 누리는 사실적 지배·권리관계가 평온하게 유지되는 상태이고 주거침입죄의 구성요건적 행위인 '침입'은 거주자가 주거에서 누리는 사실상의 평온상태를 해치는 행위태양으로 주거에 들어가는 것으로, 침입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출입 당시 객관적·외형적으로 드러난 행위태양을 기준으로 판단함이 원칙"이라며 "단순히 주거에 들어가는 행위 자체가 거주자의 의사에 반한다는 거주자의 주관적 사정만으로 바로 침입에 해당한다고 볼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외부인이 공동거주자의 일부가 부재중에 주거 내에 현재하는 거주자의 현실적인 승낙을 받아 통상적인 출입방법에 따라 공동주거에 들어간 경우 그것이 부재중인 다른 거주자의 추정적 의사에 반하더라도, 이는 사실상의 평온상태를 해치는 행위태양으로 주거에 들어간 것이라고 볼 수 없기 때문에 주거침입죄에서 규정하고 있는 침입행위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주거침입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며 "설령 A씨의 출입 목적이 피해자의 아내와 혼외 성관계를 가지는 것이어서 A씨의 출입이 부재중인 피해자의 의사에 반하는 것으로 추정되더라도 그러한 사정만으로 주거침입죄가 정한 침입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한편 김재형 대법관은 "동등한 권한이 있는 공동거주자 중 한 사람의 승낙을 받고 주거에 출입한 경우 어느 한쪽의 의사나 권리를 우선시할 수 없으므로 원칙적으로 주거침입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며 "주거침입죄는 목적범이 아니고 혼외 성관계는 형사처벌의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이러한 목적의 유무에 따라 주거침입죄의 성립이 좌우된다고 볼 수 없다"는 별개의견을 냈다.

     

    안철상 대법관도 "공동거주자 중 한 사람의 승낙을 받은 외부인의 출입행위는 그 출입 승낙을 한 공동거주자가 통상적으로 공동주거를 이용하는 행위 또는 이에 수반되는 행위이고, 다른 거주자는 외부인의 출입이 그의 의사에 반하더라도 공동주거의 특성에 비추어 이를 용인해야 한다"며 "외부인이 공동거주자 중 1명의 승낙을 받아 공동주거에 출입했다면 그것이 다른 거주자의 의사에 반하더라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주거침입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별개의견을 냈다.

     

    이에 대해 이기택, 이동원 대법관은 기존 판례에 따라 주거침입죄로 처벌해야 한다는 반대의견을 냈다.

     

    이들 대법관은 "주거침입죄의 보호법익인 '사실상의 평온'은 법익의 귀속주체인 거주자의 주거에 대한 출입 통제가 자유롭게 유지되는 상태인데, 이러한 출입 통제는 거주자의 의사와 의사표명을 통해 이루어지기 때문에 주거의 침입은 종전의 판례와 같이 거주자의 의사에 반해 주거에 들어가는 것이라고 해석해야 하고, 이와 달리 침입의 의미나 판단기준을 변경할 이유가 없다"며 "외부인이 다른 거주자의 승낙을 받아 주거에 들어갔더라도, 부재중인 거주자가 그의 출입을 거부했을 것임이 명백하다면, 부재중인 거주자의 주거에 대한 사실상 평온이 침해된 것이므로 주거침입죄가 성립한다. 이 사건에서 A씨가 피해자의 아내와 간통할 목적으로 출입한 것은 부재중인 피해자의 의사에 명백히 반하므로 주거침입죄가 성립한다"고 밝혔다.

     

    대법원 관계자는 "이번 판결은 주거침입죄의 보호법익과의 관계에서 구성요건적 행위인 '침입'의 의미를 해석하고 침입에 해당하는 판단기준을 제시하면서, 이에 따라 공동거주자 중 일부가 부재중에 주거 내에 현재하는 거주자의 현실적인 승낙을 받아 통상적인 출입방법에 따라 공동주거에 들어간 경우에는 그것이 부재중인 다른 거주자의 추정적 의사에 반하더라도 주거침입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사례"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