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egalinsight
  • Legaledu
  • 법률신문 판결큐레이션

    대법원 2016도14772

    대법원, 검찰의 공소권 남용 첫 제재

    박수연 기자 sypark@lawtimes.co.kr 입력 :
    글자크기 : 확대 최소
  • 인쇄
  • 메일보내기
  • 기사스크랩
  • 스크랩 보기
  • 대법원이 검찰의 '공소권 남용'을 사상 처음으로 인정하고, 공소를 기각한 원심 판결을 그대로 확정했다. 서울시 공무원 간첩 사건 피해자인 유우성씨 재판에서다. 

     

    검찰은 유씨를 간첩 혐의로 기소했지만 무죄가 선고되자 이미 4년 전 기소유예 처분했던 불법 외환거래 혐의를 들춰내 추가 기소했다가 법원의 제지를 받게 됐다. 

     

    173602.jpg

     

    검찰 수사의 병폐 가운데 하나로 지적되고 있는 '먼지떨이식 별건수사', '보복 기소'의 위법성을 지적하고 이 같은 검찰 관행에 제동을 건 판결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대법원 형사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14일 유씨의 외국환거래법 위반 혐의에 대해 공소기각 판결하고, 위계공무집행방해 혐의는 유죄로 판단해 벌금 7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2016도14772).

     

    '대북송금 혐의' 유우성씨 사건… 2010년 기소유예 처분

    간첩 혐의로 기소했으나 증거조작 드러나 1,2심 무죄

    2014년 '서울시 공무원 탈법 임용 혐의' 등과 다시 별건 기소

    "공소권 자의로 행사"… 2심 공소기각 판결 원심 확정

    법학계 "검사의 공소재량 엄격히 해석한 획기적 판결"


    유씨는 2005년 6월부터 2009년 10월까지 중국에 거주하는 친인척과 공모해 탈북자들의 돈을 중국으로 송금하는 등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등록하지 않고 외국환 업무를 업으로 한 혐의(외국환거래법 위반)로 기소됐다. 유씨는 또 자신이 중국 국적의 재북 화교인 것을 숨기고 북한이탈주민인 것처럼 가장해 서울시 복지정책과 계약직 '마'급 공무원으로 채용된 혐의도 받았다.

    앞서 2009년 9월 유씨의 외국환거래법 위반 혐의에 대해 수사에 착수했던 서울동부지검은 "유씨가 초범이고 예금계좌를 빌려준 것으로 가담 정도가 경미한 데다 범행을 깊이 뉘우치고 있다"며 이듬해 3월 기소유예 처분을 내렸다.

    유씨는 3년 뒤 검찰 수사를 다시 받았는데 이번에는 간첩 혐의였다.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는 유씨를 2013년 1월 간첩 혐의로 기소했으나 재판 과정에서 국가정보원 직원들이 유씨의 북·중 출입경기록 등 증거를 조작한 사실이 드러나, 유씨는 1심과 2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그러자 검찰은 2014년 5월 탈북자를 가장해 서울시 공무원에 임용된 혐의와 불법 대북송금 혐의로 유씨를 별건 기소했다. 검찰이 자신들이 앞서 기소유예한 불법송금 건을 되살려낸 것이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검찰이 유씨에게 괘씸죄를 적용해 '보복 기소'를 한 것이라는 말도 나왔다.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된 1심에서 배심원 7명 중 4명이 검찰의 공소권 남용을 지적했으나 재판부는 이 부분을 유죄로 인정해 벌금 1000만원을 선고했다.

    1심은 "검사가 기소유예 처분을 했다가 상당한 기간이 지난 후 다시 기소했더라도 재조사 등을 통해 기소유예 처분 당시 기초로 삼았던 사정이 실제와 다른 것으로 드러난 경우에는 검사에게 변경된 사정을 참작해 공소를 제기할 것인지 결정할 수 있는 재량권이 있다"며 "기소유예 처분 당시 기초로 삼았던 사정의 상당부분이 허위로 드러났으므로 검사가 종전과 같이 기소유예 처분을 해야 하는 것은 아니기에 외국환거래법 위반에 대한 공소제기가 검사의 소추재량권을 현저히 일탈해 공소권을 남용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유씨는 친인척과 공모해 등록하지 않고 부정한 방법으로 금전이 국외로 빠져나가게 했고, 적극적이고 치밀한 방법으로 자신이 북한이탈주민인 것처럼 가장해 장기간 공무원으로 임용되는 혜택을 받아 실제 북한이탈주민이 채용되지 못하게 했다"고 판단했다.

    반면 2심은 "종전 사건의 피의사실과 현재 사건의 공소사실 사이에 기소유예 처분을 번복하고 공소를 제기해야 할 만한 의미 있는 사정변경이 없다"며 "검사가 현재 사건을 기소한 것은 통상적이거나 적정한 소추재량권 행사라고 보기 어렵고 어떠한 의도가 있다고 보여지므로 공소권을 자의적으로 행사한 것으로 위법할 뿐 아니라 이로 인해 유씨가 실질적인 불이익을 받았기 때문에 현재 사건에 대한 기소는 소추재량권을 현저히 일탈한 경우에 해당해 이 부분 공소는 공소제기의 절차가 법률의 규정에 위반해 무효"라며 외국환거래법 위반 혐의에 대한 공소를 기각하고, 위계공무집행 방해 혐의만 유죄로 판단해 벌금 700만원을 선고했다.

    대법원은 "원심 판단에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은 채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해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공소권 남용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며 원심을 확정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공소권 남용을 인정해 공소기각한 원심 판결이 확정된 최초의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검찰의 보복기소와 별건수사의 위법성을 지적한 의미 있는 판결이라고 평가한다.

    서보학 경희대 로스쿨 교수는 "(이 사건은) 피고인을 괴롭히기 위한 대표적인 검찰의 공소권 남용 사안으로, 대법원 판결은 만시지탄(晩時之歎, 시기가 늦어 안타까움을 탄식한다는 뜻)이라는 생각도 없지 않다"며 "앞으로 검찰의 기소권이 법과 원칙에 따라 정당하게 이루어진 것인지 법원이 더욱 엄격하게 심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창현 한국외대 로스쿨 교수도 "검사의 공소제기에 대한 재량을 엄격하게 해석했다는 면에서 획기적인 의미가 있다"며 "앞으로 이 사건과 비슷한 정도라면 검찰이 기소를 할 수 없게 될, 공소권 남용의 큰 기준이 되는 판결"이라고 설명했다.

    승재현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연구위원도 "본류 사건이 무죄 판결이 나거나 무너졌을 때, 과거 피고인이 기소유예을 처분을 받은 것을 찾아 특별한 사정 변경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다시 기소하는 행위는 공소권 남용으로 그에 대한 유·무죄 판단 없이 차단하겠다는 법원의 의지"라며 "그러한 기소는 허용할 수 없다는 것을 밝힌 리딩케이스"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