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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판결전문 대법원 2019다297137

    손해배상(기)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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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법원 제3부 판결

     

    사건2019297137 손해배상()

    원고, 피상고인A

    피고, 상고인B

    원심판결의정부지방법원 2019. 11. 7. 선고 2018214488 판결

    판결선고2021. 8. 19.

     

    주문

    상고를 기각한다.

    상고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의 소멸시효 기산점

    . 관련 법리

    1) 민법 제766조 제2항에 의하면,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은 불법행위를 한 날부터 10년을 경과한 때에도 시효로 인하여 소멸한다. 가해행위와 이로 인한 손해의 발생 사이에 시간적 간격이 있는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청구권의 경우, 위와 같은 장기소멸시효의 기산점이 되는 불법행위를 한 날은 객관적·구체적으로 손해가 발생한 때, 즉 손해의 발생이 현실적인 것으로 되었다고 할 수 있을 때를 의미하고, 그 발생시기에 대한 증명책임은 소멸시효의 이익을 주장하는 자에게 있다(대법원 2013. 7. 12. 선고 200617539 판결 참조).

    2) 성범죄 피해의 영향은 피해자의 나이, 환경, 피해 정도, 가해자와의 관계, 피해자의 개인적인 성향 등 구체적 상황에 따라 그 양상, 강도가 매우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ost-traumatic stress disorder)는 범죄, 전쟁, 자연재해 등 심각한 외상을 경험한 후에 나타나는 정신병리학적 반응으로서, 보통 외상 후 짧게는 1주에서 3개월 이내에 증상이 시작되지만 길게는 증상이 나타나기까지 30년이 걸리기도 하며, 진단기준 이하로 관해(寬解)되었던 증상이 재발하거나 악화되는 경우도 있다. 일부 증상들이 사건 직후에 발생하더라도 외상 사건으로부터 적어도 6개월 이후에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의 진단기준을 충족하는 경우에는 지연성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라고 한다.

    성범죄로 인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가 뒤늦게 나타나거나, 성범죄 직후 일부 증상들이 발생하더라도 당시에는 장차 증상이 어느 정도로 진행되고 그것이 고착화되어 질환으로 진단될 수 있을 것인지 예측하기 어려울 수 있다. 이러한 경우 성범죄 당시나 일부 증상의 발생일을 일률적으로 손해가 현실화된 시점으로 보게 되면, 피해자는 당시에는 장래의 손해 발생 여부가 불확실하여 손해배상을 청구하지 못하고, 장래 손해가 발생한 시점에서는 소멸시효가 완성되어 손해배상을 청구하지 못하게 되는 부당한 결과가 초래될 수 있다. 특히 피해자가 피해 당시 아동이었거나 가해자와 친족관계를 비롯한 피보호관계에 있었던 경우 등 특수한 사정이 있는 때에는 그 인지적·심리적·관계적 특성에 비추어 더욱 그러하다. 따라서 위와 같은 경우 법원은 전문가로부터 성범죄로 인한 정신적 질환이 발현되었다는 진단을 받기 전에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로 인한 손해의 발생이 현실적인 것으로 되었다고 인정하는 데 매우 신중할 필요가 있다.

    .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따르면, 다음 사실을 알 수 있다.

    1) 피고는 2001. 4. 9.부터 2002. 10. 1.까지 강원 ○○군 소재 초등학교의 테니스 코치로 근무하였고, 원고는 당시 위 초등학교 재학생으로서 테니스 선수로 활동하였다.

    2) 피고는 20017월 하순경부터 20028월 초순경까지 사이에 4회에 걸쳐 원고를 강간하였다(이하 이 사건 불법행위라고 한다).

    3) 원고는 20165월경 주니어 테니스대회에서 우연히 피고와 마주친 후 성폭력 피해 기억이 떠오르는 충격을 받아 3일간의 기억을 잃고, 빈번한 악몽, 위장장애, 두통, 수면장애, 불안, 분노, 무기력 등을 겪고 일상생활을 할 수 없는 상태에 이르렀고, 그로 인해 심리치료를 받던 중 2016. 6. 7.경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진단을 받았다. 한편 원고는 2016. 6. 7. 이전에는 정신과 전문의로부터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진단을 받거나 치료를 받은 사실이 없었다.

    4) 피고는 위와 같이 13세 미만인 원고를 간음하여 강간하고 원고에게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등의 상해를 입게 하였다는 범죄사실로 기소되어 2017. 10. 13. 1심에서 징역 10년을 선고받았고, 위 판결에 대한 항소 및 상고가 기각되어 2018. 7. 26. 확정되었다[춘천지방법원 원주지원 2016고합96, 서울고등법원(춘천) 2017156, 대법원 20187118].

    5) 2016년경 원고를 8개월 이상 치료하면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진단을 한 정신과 전문의는 위 형사재판에서 피해자는 초등학교 때 피부에 벌레가 기어가는 것 같은 느낌 때문에 깊은 잠에 들지 못하였고 중학교, 고등학교 때는 이 사건 범행과 연관된 악몽을 계속 꾸었음을 보고하였으며, , 고등학교 시절에도 주체할 수 없는 울음, 분노 등 주관적인 고통을 많이 겪었음에 비추어 성폭행 범행일 무렵 피해자의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가 발병하였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한동안 잊고 지내다가 또 비슷한 내용의 영화를 보는 등 자극을 받아 다시 나타날 수도 있고 그 경우에도 원인은 최초에 겪었던 외상으로 인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취지로 증언하였다.

    6) 한편 원고를 상담하였던 ○○○○○센터 소속 정신과 전문의는 위 형사재판에서 과거 성폭력 피해를 당한 이후 현재까지 만성적인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겪고 있는데, 2016년 가해자와 조우하면서 정신적 증상과 고통이 매우 악화되고 있다.’는 취지의 의견서를 제출하였다.

    . 위 사실관계를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고가 2016. 6. 7.경 전문가로부터 성범죄로 인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가 발현되었다는 진단을 받은 때 비로소 이 사건 불법행위로 인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라는 손해 발생이 현실적인 것이 되었고, 이때부터 민법 제766조 제2항에 의한 소멸시효가 진행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1) 피고는 4회에 걸쳐 만 10세 내지 11세에 불과한 원고를 강간하였다. 피고는 당시 원고가 재학 중인 초등학교의 테니스 코치로 원고를 지도하고 있었다.

    2) 원고가 범행 직후 초등학교 때 또는 중학교, 고등학교 때에도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에 해당하는 일부 증상이 발현되었음을 호소하였고, 이를 근거로 정신과 전문의는 그 무렵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가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는 의견을 밝히기도 하였다. 그러나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가 뒤늦게 발병하기도 하고 그 증상이 회복되었다가 악화되기도 하는 점 등에 비추어 위와 같은 사후적인 의견만으로 일부 증상의 발현 당시 그 증상이 1개월 이상 지속되어 고착화됨으로써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의 진단기준을 충족하였음이 증명되었다고 보기 어렵다.

    3) 특히 원고는 2016년 피고와 조우하면서 급격한 스트레스 반응을 보였고, 정신과 전문의도 피고와의 조우로 인하여 원고의 정신적 증상과 고통이 매우 악화되었다는 의견을 밝혔으며, 그 후 처음으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진단을 받았다.

    4) 위와 같은 이 사건 불법행위 당시 원고의 나이, 피고와의 인적 관계, 원고가 성인이 되어 피고를 우연히 만나기 전과 후에 겪은 정신적 고통의 현저한 차이 및 그에 따른 치료 여부나 경과 등에 비추어 보면, 원고가 성인이 되어 피고를 우연히 만나기 전까지는 잠재적·부동적인 상태에 있었던 손해가 피고를 만나 정신적 고통이 심화되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진단을 받음으로써 객관적·구체적으로 발생하여 현실화 되었다고 볼 수 있다.

    . 원심은 이와 마찬가지 이유에서 피고의 소멸시효 항변을 배척하였다.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의 소멸시효 기산점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

     

    2. 위자료 액수 산정

    불법행위로 입은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 액수에 관하여는 사실심 법원이 제반 사정을 참작하여 그 직권에 속하는 재량에 의하여 이를 확정할 수 있다(대법원 1999. 4. 23. 선고 9841377 판결 등 참조).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를 들어 원고에 대한 위자료 액수를 정하였는데, 원심판결 이유를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위자료 산정에 대한 법리를 오해하는 등으로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

     

    3. 결론

    그러므로 상고를 기각하고 상고비용은 패소자가 부담하도록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김재형(재판장), 안철상, 노정희(주심), 이흥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