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egaledu
  • 법률신문 판결큐레이션

    판결전문 대법원 2019두59851

    교습정지처분 취소

    판결

    입력 :
    글자크기 : 확대 최소
  • 인쇄
  • 메일보내기
  • 대법원 제3부 판결

     

    사건201959851 교습정지처분 취소

    원고, 상고인A

    피고, 피상고인B

    원심판결광주고등법원 2019. 10. 30. 선고 (전주)20191062 판결

    판결선고2022. 1. 27.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광주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상고이유서 제출기간 이후에 제출된 각 탄원서의 기재는 상고이유를 보충하는 범위에서)를 판단한다.

    1. 사건의 개요와 쟁점

    .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알 수 있다.

    1) 학원의 설립·운영 및 과외교습에 관한 법률(이하 학원법이라 한다) 8조의 위임에 따라 제정된 전라북도 학원의 설립·운영 및 과외교습에 관한 조례(이하 이 사건 조례라 한다) 3조의3 2호는 학원의 열람실 시설기준으로 남녀별로 좌석이 구분되도록 배열할 것이라고 규정하고, 이 사건 조례 제11조 제1, 이 사건 조례 시행규칙 제15조 제1[별표 3]은 독서실의 남녀 혼석에 관한 사항을 위반한 경우 1차 위반 시 10일 이상의 교습정지처분, 2차 위반 시 등록말소를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이하 혼석 금지 및 교습정지 규정을 합쳐 이 사건 조례 조항이라 한다).

    2) 원고는 2017. 10. 12. 전주시 ○○C에서 학원법 및 같은 법 시행령에 따른 학습장소로 제공되는 학원인 시설에 해당하는 D’(이하 이 사건 독서실이라 한다)을 등록하여 운영하였다. 원고는 이 사건 독서실 등록 당시 이 사건 조례 제3조의3 2호에 따라 피고에게 남녀별로 좌석이 구분 배열된 열람실 배치도를 제출하였다.

    3) 피고는 2017. 12. 1. 이 사건 독서실에 대한 현장점검을 실시하여 열람실의 남녀별 좌석 구분 배열이 준수되지 않고, 배치도상 남성 좌석으로 지정된 곳을 여성이 이용하거나 여성 좌석으로 지정된 곳을 남성이 이용하여 남녀 이용자가 뒤섞여 있는 것(이하 이 사건 위반행위라 한다)을 적발하였고, 원고로부터 이 사건 위반행위를 시인하는 내용의 확인서를 제출받았다.

    4) 피고는 2017. 12. 6. 원고에 대하여 학원법 제17, 이 사건 조례 조항에 따라 10일간(2017. 12. 22. ~ 2017. 12. 31.) 교습정지를 명하는 처분(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 한다)을 하였다.

    . 이 사건의 쟁점은, 이 사건 조례 조항이 과잉금지원칙에 반하여 독서실 운영자와 이용자의 헌법상 기본권을 침해하여 무효인지 여부이다.

     

    2. 이 사건 조례 조항이 과잉금지원칙에 위반되는지 여부

    . 이 사건 조례 조항은 학원법상 학원으로 등록된 독서실의 운영자로 하여금 열람실의 남녀 좌석을 구분하여 배열하도록 하고 위반 시 교습정지처분을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로써 독서실 운영자는 자신의 영업장소인 독서실 열람실 내의 좌석 배열을 자유롭게 할 수 없게 되므로 헌법 제15조에 따른 직업수행의 자유를 제한받는다. 한편 독서실 이용자는 독서실 열람실 내에서 성별의 구분 없이 자유롭게 좌석을 선택하는 등 학습방법에 관한 사항을 스스로 결정할 수 없게 되므로 헌법 제10조에 따른 일반적 행동자유권 내지 자기결정권을 제한받는다.

    이러한 직업수행의 자유와 일반적 행동자유권 내지 자기결정권은 헌법 제37조 제2항에 따라 국가안전보장·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으나, 입법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필요한 최소한도에 그쳐야 하고 보호되는 공익과 침해되는 사익 사이에 적정한 균형관계를 이루어야 한다.

    . 이 사건 조례 조항은 입법경위와 내용에 비추어 볼 때 독서실 내에서 이성과 불필요한 접촉을 차단하여 면학분위기를 조성하고 성범죄를 예방하는 것을 입법목적으로 한다.

    그러나 열람실의 남녀 좌석을 구분하여 면학분위기를 조성하고 학습효과를 높인다는 것은 독서실 운영자와 이용자의 자율이 보장되어야 하는 사적 영역에 지방자치단체가 지나치게 후견적으로 개입하는 것으로서 목적의 정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 사람들은 저마다 학습습관과 학습방식에 대한 선호를 가지고 있고 이를 수행하는 모습도 다양하다. 남녀가 옆자리에 나란히 앉아 학습할 것인지, 어느 정도 떨어진 자리에서 학습할 것인지 등 사적 공간에서 학습방법을 선택하는 것은 타인의 법익과 특별한 관련이 없는 지극히 개인적인 것이므로 이용자 각자의 자율적 판단에 맡기는 것이 바람직하다. 미성년 학생이라도 학교 밖의 교육영역에 속하는 경우에는 부모가 자녀의 의사를 존중하여 우선적으로 결정할 것이지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가 먼저 개입할 것은 아니다.

    남녀 혼석을 금지함으로써 성범죄를 예방한다는 목적을 보더라도, 이는 남녀가 한 공간에 있으면 그 장소의 용도나 이용 목적과 상관없이 성범죄 발생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불합리한 인식에 기초한 것이므로 그 정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

    . 의견을 달리하여 면학분위기 조성이나 성범죄 예방이라는 목적의 정당성을 수긍한다고 하더라도, 같은 열람실 내에서 남녀 좌석을 구별하는 것이 그 목적 달성을 위한 적합한 수단인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열람실 자체를 분리하지 않으면서 동일한 열람실에서 남녀의 좌석 배열만 구별하는 경우, 남녀가 바로 옆 자리에 앉을 수 없을 뿐 앞뒤의 다른 열 책상에는 앉을 수 있고, 동일한 출입문을 사용하므로 계속 마주칠 수밖에 없어 E 접촉 차단에 실질적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뿐만 아니라 도서관이나 스터디카페 등 남녀 혼석이 허용되는 다른 형태의 사적인 학습공간이 많은 상황에서 학원법의 적용을 받는 독서실만을 대상으로 남녀 혼석을 금지한다고 하여 사적 학습공간에서 E의 접촉을 차단하는 효과가 생긴다고 볼 수도 없다.

    남녀 혼석 때문에 학습분위기가 저해되거나 성범죄 발생 위험이 높아진다고 단정하기도 어렵다. 같은 성별끼리 대화나 소란행위로도 얼마든지 학습분위기가 저해될 수 있는데, 남녀 혼석을 하면 학습분위기를 저해하는 상황이 더욱 빈번하게 발생한다고 볼 만한 자료는 없다. 남녀 혼석이 성범죄 발생가능성을 반드시 높이는지,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고 하더라도 공간 구분이 아닌 좌석 구분만으로 이를 해결할 수 있는지 등에 관한 실증적인 자료도 찾아보기 어렵다.

    . 이 사건 조례 조항은 그 적용대상이 되는 독서실 운영자에게 남녀 좌석을 구분 배열하도록 하고 이를 위반할 경우 별도의 경고 조치 없이 곧바로 10일 이상의 교습정지 처분을 하도록 하면서도(2회 위반의 경우에는 등록말소의 대상에도 해당된다), 독서실의 운영 시간이나 열람실의 구조, 주된 이용자의 성별과 연령, 관리감독 상황 등 개별적·구체적 상황을 전혀 고려하지 아니하여 독서실 운영자의 직업수행의 자유를 필요 이상으로 제한하고 있다. 또한 독서실 이용자에게 남녀가 분리된 좌석만을 이용하도록 하면서도 이용자 상호 간의 관계가 어떠한지, 미성년자인지 성인인지, 미성년 학생의 경우 부모의 동의가 있었는지 여부 등도 전혀 고려하지 아니하여 독서실 이용자가 자신의 학습 장소와 방식에 관하여 자유롭게 결정할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하고 있다. 반면, 독서실의 남녀 좌석을 구분 배열함으로 인해 달성할 수 있는 면학분위기 조성이나 성범죄 예방이라는 효과는 불확실하거나 미미하다고 볼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이 사건 조례 조항은 침해최소성과 법익균형성도 충족하지 못한다.

    . 그러므로 이 사건 조례 조항은 과잉금지원칙에 반하여 독서실 운영자의 직업수행의 자유와 독서실 이용자의 일반적 행동자유권 내지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것으로 헌법에 위반된다고 보아야 한다.

    . 그런데도 원심은, 이 사건 조례 조항이 헌법에 위반되지 않고 이에 근거한 이 사건 처분도 적법하다고 판단하였다. 이러한 원심 판단에는 사적인 자율영역에 대한 공권력 개입의 헌법적 한계, 헌법상 기본권 제한의 한계로서 과잉금지원칙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3. 결론

    그러므로 나머지 상고이유에 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안철상(재판장), 김재형, 노정희, 이흥구(주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