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 결정
【사건】 2019헌마555 공직자윤리법 제17조 제1항 등 위헌확인
【청구인】 이○○ 외 4인 청구인들의 대리인 법무법인(유한) 율촌 담당변호사 곽상현, 윤여선
【선고일】 2021. 11. 25.
【주문】
이 사건 심판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이유】
1. 사건개요
청구인들은 현재 금융감독원에 3급 또는 4급으로 재직 중인 사람들인데, 금융감독원의 4급 이상 직원으로 하여금 공직자윤리위원회의 승인 없이 퇴직일부터 3년간 퇴직 전 5년 동안 소속하였던 부서 또는 기관의 업무와 밀접한 관련성이 있는 기관에 취업할 수 없도록 한 ‘공직자윤리법 제17조 제1항, 제2항 중 공직자윤리법 시행령 제3조 제4항 제15호 부분’이 청구인들의 직업의 자유 등을 침해한다고 주장하면서, 2019. 5. 29.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2. 심판대상
청구인들은 금융감독원의 직원으로서 퇴직 후 취업제한을 다투고 있으므로, 퇴직 공직자의 취업제한을 규정한 공직자윤리법 제17조 제1항은 청구인들과 관련된 부분으로 한정하고, 취업심사대상기관과 밀접한 관련성이 인정될 수 있는 부서의 업무에 관하여 규정하고 있는 공직자윤리법 제17조 제2항은 제1항을 구체화하는 내용이어서 위 제17조 제1항을 심판대상에 포함시키는 이상 함께 판단될 내용이므로, 심판대상에서 이를 제외한다. 또한, 이 사건 심판청구 이후 공직자윤리법과 그 시행령이 개정되었으므로 심판대상을 청구인들이 향후 퇴직할 시점에 적용될 가능성이 있는 개정된 공직자윤리법령으로 특정한다.
따라서 이 사건 심판대상은 공직자윤리법(2019. 12. 3. 법률 제16671호로 개정된 것) 제17조 제1항 중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공직유관단체의 직원’ 부분 가운데 같은 법 시행령(2020. 6. 2. 대통령령 제30753호로 개정된 것) 제31조 제1항 제21호에 관한 부분(이하 ‘심판대상조항’이라 한다)이 청구인들의 기본권을 침해하는지 여부이고, 심판대상조항 및 관련조항은 다음과 같다.
[심판대상조항]
공직자윤리법(2019. 12. 3. 법률 제16671호로 개정된 것)
제17조(퇴직공직자의 취업제한) ① 제3조 제1항 제1호부터 제12호까지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공직자와 부당한 영향력 행사 가능성 및 공정한 직무수행을 저해할 가능성 등을 고려하여 국회규칙, 대법원규칙, 헌법재판소규칙, 중앙선거관리위원회규칙 또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공무원과 공직유관단체의 직원(이하 이 장에서 “취업심사대상자”라 한다)은 퇴직일부터 3년간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기관(이하 “취업심사대상기관”이라 한다)에 취업할 수 없다. 다만, 관할 공직자윤리위원회로부터 취업심사대상자가 퇴직 전 5년 동안 소속하였던 부서 또는 기관의 업무와 취업심사대상기관 간에 밀접한 관련성이 없다는 확인을 받거나 취업승인을 받은 때에는 취업할 수 있다.
1. 자본금과 연간 외형거래액(부가가치세법 제29조에 따른 공급가액을 말한다. 이하 같다)이 일정 규모 이상인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사기업체
2. 제1호에 따른 사기업체의 공동이익과 상호협력 등을 위하여 설립된 법인·단체
3. 연간 외형거래액이 일정 규모 이상인 변호사법 제40조에 따른 법무법인, 같은 법 제58조의2에 따른 법무법인(유한), 같은 법 제58조의18에 따른 법무조합, 같은 법 제89조의6 제3항에 따른 법률사무소(이하 “법무법인 등”이라 한다)
4. 연간 외형거래액이 일정 규모 이상인 공인회계사법 제23조 제1항에 따른 회계법인
5. 연간 외형거래액이 일정 규모 이상인 세무사법 제16조의3 제1항에 따른 세무법인
6. 연간 외형거래액이 일정 규모 이상인 외국법자문사법 제2조 제4호에 따른 외국법자문법률사무소 및 같은 조 제9호에 따른 합작법무법인
7.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 제5조 제3항 제1호 가목에 따른 시장형 공기업
8. 안전 감독 업무, 인·허가 규제 업무 또는 조달 업무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업무를 수행하는 공직 유관단체
9. 초·중등교육법 제2조 각 호 및 고등교육법 제2조 각 호에 따른 학교를 설립·경영하는 학교법인과 학교법인이 설립·경영하는 사립학교. 다만, 취업심사대상자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교원으로 취업하는 경우 해당 학교법인 또는 학교는 제외한다.
10. 의료법 제3조의3에 따른 종합병원과 종합병원을 개설한 다음 각 목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법인
가. 의료법 제33조 제2항 제3호에 따른 의료법인
나. 의료법 제33조 제2항 제4호에 따른 비영리법인
11. 기본재산이 일정 규모 이상인 다음 각 목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법인
가. 사회복지사업법 제2조 제3호에 따른 사회복지법인
나. 사회복지사업법 제2조 제4호에 따른 사회복지시설을 운영하는 가목 외의 비영리법인
12. 다음 각 목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사기업체 또는 법인·단체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준에 해당하는 사기업체 또는 법인·단체
가. 방위산업분야의 사기업체 또는 법인·단체
나. 식품 등 국민안전에 관련된 인증·검사 등의 업무를 수행하는 사기업체 또는 법인·단체
[관련조항]
공직자윤리법 시행령(2020. 6. 2. 대통령령 제30753호로 개정된 것)
제31조(취업심사대상자의 범위) ① 법 제17조 제1항 각 호 외의 부분 본문에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공무원과 공직유관단체의 직원”이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사람을 말한다.
21. ‘금융위원회의 설치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른 금융감독원의 4급 이상 직원
3. 청구인들의 주장
가. 심판대상조항은 공무집행의 공정성과 공직윤리를 확립하기 위한 것으로서 입법목적이 정당하나, 직무수행의 성실성을 저해할 수 있어 수단으로서 부적합한 측면이 있다. 심판대상조항은 5급으로 신규 채용된 직원이 보통 5년 근무 후 4급 직원으로 승급되어 4급 이상의 직원이 전체 직원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금융감독원의 구조를 고려하지 않은 채 단순히 직급을 기준으로 취업제한을 하고 있고, 취업심사대상기관의 수가 많은데다가 금융감독원과 관련된 취업심사대상기관의 범위가 넓어 취업심사대상자의 범위를 광범위하게 설정하고 있으며, 취업제한기간 3년은 기존의 금융 전문지식과 노하우를 무위로 만들 수 있는 지나치게 긴 시간에 해당한다. 이는 금융감독원을 독립된 특수법인으로 설립하여 민관의 교류를 통해 금융전문가를 양산하고 전체 금융시장 발전을 도모하고자 하는 취지에 역행할 뿐 아니라, 전면적인 취업제한이 아니더라도 미국, 일본, 독일과 같이 퇴직 공직자의 특정한 행위를 제한하여 이해충돌상황을 통제할 수 있는 대안이 존재하므로 심판대상조항은 침해의 최소성 요건을 갖추지 못하였다. 심판대상조항으로 인하여 금융감독원의 4급 이상 직원들은 이직할 자유가 광범위하게 제한되는 반면, 이를 통하여 달성하려는 공익은 불확실하고 금융산업의 발전도 저해하므로 심판대상조항은 법익의 균형성 요건을 갖추지 못하였다.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은 과잉금지원칙에 반하여 청구인들의 직업의 자유를 침해한다.
나. 심판대상조항은 금융감독원의 직원들을 금융감독원의 상위기관으로서 승진체계나 연금수령 등의 측면에서 차이가 있는 금융위원회 소속 직원과 합리적인 이유 없이 동일하게 취급하면서, 업무 내용이나 성격에 있어 본질적인 차이가 없는 한국은행이나 예금보험공사 소속 직원들과는 달리 취급하므로 평등원칙에 위반된다.
4. 판단
가. 쟁점의 정리
(1) 심판대상조항은 금융감독원의 4급 이상 직원이 퇴직하는 경우 공직자윤리위원회로부터 퇴직 전 5년 동안 소속하였던 부서 또는 기관의 업무와 취업심사대상기관 간에 밀접한 관련성이 없다는 확인을 받거나 취업승인을 받지 않는 한 퇴직일부터 3년간 취업심사대상기관에 취업할 수 없도록 하고 있으므로 청구인들의 직업의 자유를 제한한다.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이 과잉금지원칙에 위반되어 청구인들의 직업의 자유를 침해하는지 여부가 문제된다.
(2) 청구인들은 심판대상조항이 취업제한을 받는 금융감독원 직원의 범위를 금융위원회 소속 공무원과 마찬가지로 4급 이상으로 규정한 것은 본질적으로 다른 것을 합리적 이유 없이 같게 취급한 것에 해당하고, 금융감독원과 유사한 감독기능을 수행하는 한국은행과 예금보험공사가 2급 이상 직원에 대해서만 취업제한을 받는 것과 달리 취업심사대상자의 범위를 4급 이상으로 확대한 것은 합리적인 이유 없이 달리 취급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이 청구인들의 평등권을 침해하는지 여부를 살핀다.
나. 공직자 취업제한제도
퇴직 공직자에 대해 관련 사기업체 등에의 취업을 제한하는 취업제한제도는 퇴직 이후 특정업체로의 취업을 목적으로 재직 중 특정업체에 특혜를 부여하거나, 퇴직 이후 재취업한 특정 업체를 위해 재직 중에 취득한 기밀이나 정보를 이용하거나, 재직했던 부서에 대하여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가능성을 사전에 방지하기 위한 목적으로 1981. 12. 31. 공직자윤리법이 법률 제3520호로 제정되면서 처음 도입되었다. 공직자윤리법 제정 당시에는 퇴직일부터 2년간, 퇴직 전 2년 이내에 담당하였던 업무와 관련이 있는 사기업체에 취업하는 것을 금지하였으나, 2001. 1. 26. 법률 제6388호로 개정되면서 업무관련성 적용기간은 퇴직 전 3년 이내로 확대되었고, 2011. 7. 29. 법률 제10982호로 개정되면서 퇴직 전 5년 이내로 확대되었다. 또한, 퇴직일부터 2년이던 취업제한기간은 2014. 12. 30. 법률 제12946호로 개정되면서 3년으로 확대되어 현재에 이르고 있다(헌재 2014. 6. 26. 2012헌마331 참조).
금융감독원의 경우, 공직자윤리법 시행령이 2001. 4. 27. 대통령령 제17213호로 개정되면서 2급 이상 직원이, 2011년 부산저축은행 사태를 계기로 공직자윤리법 시행령이 2011. 10. 28. 대통령령 제23271호로 개정되면서 4급 이상 직원이 취업심사대상자의 범위에 포함되었다.
금융감독원의 4급 이상 직원은 퇴직일부터 3년간 일정 규모 이상인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사기업체 등 인사혁신처장이 확정하여 매년 관보에 고시하는 취업심사대상기관에 취업할 수 없으나, 관할 공직자윤리위원회로부터 취업심사대상자가 퇴직 전 5년 동안 소속하였던 부서 또는 기관의 업무와 취업심사대상기관 간에 밀접한 관련성이 없다는 확인을 받거나 취업승인을 받은 때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심판대상조항, 공직자윤리법 시행령 제33조 제6항). 취업승인을 받지 않고 밀접한 업무관련성이 있는 취업심사대상기관에 취업한 사람은 형사처벌의 대상이 된다(위 법 제29조 제1항).
관할 공직자윤리위원회는 취업승인을 받지 아니하고 밀접한 관련성이 있는 취업심사대상기관에 취업한 경우 국가기관의 장 등에게 해당인에 대한 취업해제조치를 하도록 요청하여야 하며, 그 요청을 받은 국가기관의 장 등은 해당 취업심사대상기관의 장에게 해임 요구를 하여야 하고(위 법 제19조 제1항), 해임 요구를 받은 취업심사대상기관의 장은 지체 없이 이에 응하여야 하며(같은 조 제2항), 해임 요구에 대하여 행정소송을 제기한 경우에는 그 소송이 제기된 때부터 법원의 판결이 확정될 때까지 해당인의 취업제한 기간의 진행이 원칙적으로 정지된다(같은 조 제3항).
다. 직업의 자유 침해 여부
(1) 선례의 태도
헌법재판소는 금융감독원의 4급 이상 직원에 대하여 퇴직일부터 2년간 사기업체 등에의 취업을 제한하였던 ‘구 공직자윤리법(2011. 7. 29. 법률 제10982호로 개정되고, 2013. 6. 7. 법률 제11873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7조 제1항 중 공직자윤리법 시행령 제31조에 의하여 적용되는 제3조 제4항 제15호에 관한 부분’(이하 ‘이 사건 취업제한 조항’이라 한다)이 직업의 자유를 침해하지 아니한다는 결정을 선고하였고(헌재 2014. 6. 26. 2012헌마331), 그 결정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가) 목적의 정당성 및 수단의 적합성
이 사건 취업제한조항은 퇴직 이후 특정업체로의 취업을 목적으로 재직 중 특정업체에 특혜를 부여하거나, 퇴직 이후 재취업한 특정 업체를 위해 재직 중에 취득한 기밀이나 정보를 이용하거나, 재직했던 부서에 대하여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가능성을 사전에 방지함으로써 궁극적으로 금융감독원 직무의 공정성을 확보하고 건전한 금융질서를 확보하려는 것으로서 그 입법목적이 정당하고, 금융감독원의 일정 직급 이상 직원이 재직 중 소속하였던 부서의 업무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사기업체 등에의 취업을 일정 기간 제한하는 것은 위와 같은 입법목적 달성을 위해 적합한 수단이 된다.
(나) 침해의 최소성
1) 이 사건 취업제한 조항은 금융감독원 직원의 업무와 관련성이 있는 모든 사기업체 등에의 취업을 제한하는 것이 아니라, 공직자윤리법에서 정하는 일정한 규모 이상에 해당하면서 취업제한 대상자가 퇴직 전 소속하였던 부서의 업무와 밀접한 관련성이 인정되는 사기업체 등에의 취업만 제한한다[공직자윤리법(이하 공직자윤리법의 조문을 인용하는 경우 ‘법’이라 한다) 제17조, 시행령 제32조, 제33조].
금융감독원의 모든 직원이 아니라, 금융기관의 업무 및 재산상황에 대한 조사, 검사 및 감독과 각종 인·허가 업무를 담당하는 부서에서 근무하였던 금융감독원의 직원만을 취업심사대상자에 포함시키고 있고(법 제17조 제2항, 시행령 제32조 제2항), 그 중에서도 4급 이상의 직원만을 포함시키고 있다.
구 공직자윤리법(2011. 7. 29. 법률 제10982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은 퇴직 전 3년 이내에 소속부서의 업무와 관련이 있는 사기업체에 취업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었는데, 퇴직예정자가 공직 퇴직 전에 일정기간 의도적으로 업무관련성이 없는 부서 등으로 발령을 받아 취업제한을 회피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는 비판이 있어 2011. 7. 29. 공직자윤리법 개정 시 퇴직 전 5년 동안의 업무를 기준으로 업무관련성을 판단하도록 개정된 것으로서, 5년이라는 업무관련성 적용기간이 과도하게 길다고 보기는 어렵다.
2) 나아가 이 사건 취업제한 조항은 퇴직 후 2년이 경과하면 퇴직자의 부당한 영향력 행사 가능성이 감소한다고 보아 퇴직 후 2년 동안만 취업제한을 하고 있으므로, 퇴직 후 2년이 경과하면 아무런 제한 없이 재취업이 허용된다. 취업심사대상자의 경우에도 사전에 공직자윤리위원회에 취업제한 여부의 확인을 요청함으로써 자신이 취업하려는 사기업체 등이 취업제한 대상에 해당하는지 미리 파악할 수 있고, 일정한 경우 취업제한 여부를 확인하기 전에 우선취업을 신청할 수도 있다(법 제18조 제1항, 시행령 제33조의2~제33조의4).
또한 소속하였던 부서의 업무와 밀접한 관련성이 인정되더라도, 국가안보상의 이유나 국가의 대외경쟁력 강화와 공공의 이익을 위하여 취업이 필요한 경우, 본인이 직접 담당하였던 업무와 취업하려는 사기업체 등 간에 밀접한 관련성이 없고 취업 후 영향력 행사 가능성이 적은 경우 등에는 공직자윤리위원회의 승인을 받아 취업할 수 있으며(시행령 제34조 제3항), 직제와 정원의 개정·폐지, 예산의 감소 등에 따라 직위가 없어지거나 정원이 초과되어 본인의 의사와 관계없이 면직된 경우 및 채용계약에 따라 일정기간 전문지식·기술이 요구되는 직위에 채용되었다가 퇴직 후 임용 전에 종사하였던 분야에 재취업하는 경우로서 그 채용계약 시 소속기관장이 전문성·특수성을 갖춘 인력의 원활한 채용을 위하여 관할 공직자윤리위원회와 사전 협의한 후 채용한 경우에는 공직자윤리위원회는 특별한 사유가 없으면 반드시 취업을 승인하여야 하는 예외를 인정하고 있다(시행령 제34조 제4항).
3) 한편, 특정 사기업체에 취업하는 것을 원천적으로 금지할 것이 아니라 특정 이해충돌 행위만을 금지하는 방법이 직업선택의 자유를 덜 침해하면서 이 사건 취업제한 조항의 입법목적을 효과적으로 달성할 수 있는 수단이 될 수 있는지에 대해 살펴본다.
우리나라는 학연, 혈연, 지연 등이 사회활동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는 연고주의 성향이 강하여 이로 인하여 퇴직 전 소속기관에서 형성된 대인관계 등을 이용한 로비활동이 사회적으로 문제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고 있고, 이와 같이 공직자와 영리 사기업체 간의 유착 및 영향력 행사 가능성이 상존하고 있는 만큼 공직자의 직무공정성을 확보하는 데에 상당한 곤란을 겪고 있는 것이 현실이므로, 특정 행위만을 금지하여서는 이를 사전에 방지하는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또한 공직 재직 중 취득했던 정보의 활용이나 기존에 형성된 대인관계를 이용한 로비활동 등은 외부에 드러나는 경우가 드물어 위반행위를 포착해 내기도 곤란하다. 따라서 특정 이해충돌 행위를 금지하는 것만으로는 이 사건 취업제한 조항의 입법목적을 달성하는 데에 충분하다고 볼 수 없다.
4) 이와 같은 사정을 종합해 보면, 이 사건 취업제한 조항이 침해의 최소성 원칙에 위반된다고 볼 수도 없다.
(다) 법익의 균형성
이 사건 취업제한 조항으로 인하여 제한되는 사익은 퇴직일부터 2년간 퇴직 전 5년 동안 소속하였던 부서의 업무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사기업체 등에의 취업이 제한되거나 금지된다는 것으로 직업선택의 자유의 제한이라는 불이익은 그리 크지 않은 반면, 이 사건 취업제한 조항이 달성하려는 공익은 금융감독원 직원의 피감독기관인 사기업체 등과의 유착 및 영향력 행사 가능성을 사전에 방지함으로써 금융감독원 업무의 공정성을 확보하고, 금융감독원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제공하려는 것이므로, 제한되는 사익이 보호하려고 하는 공익보다 더 크다고 할 수 없다. 따라서 이 사건 취업제한 조항으로 인하여 달성하려는 공익과 제한되는 사익 간에 법익균형성도 충족된다.』
(2) 선례 변경의 필요성 인정 여부
(가) 심판대상조항은 이 사건 취업제한조항의 내용을 거의 유지하고 있으나, 취업제한기간을 퇴직일부터 2년간으로 정하던 것보다 길게 3년으로 정하고 있고, 취업심사대상기관도 범위를 확대하여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개정이 선례를 변경하여야 할 사정에 해당하는지 살핀다.
(나) 먼저, 취업제한기간이 3년으로 확대된 경위를 살펴보면, 2014년 4월경 세월호 침몰 사고가 발생한 후 그 사고원인 중 하나로 해양수산부 출신의 퇴직 관료들이 유관기관에 취업하여 여객선의 화물적재, 구명장비와 소화설비 등의 점검, 선박 안전운항 관리·감독 및 선박의 안전검사 등을 회피하도록 한 것이 지적되면서 민관유착의 폐해가 다시금 사회적으로 크게 문제되었고, 그 폐해를 방지하고 공직수행의 공공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사회적 요청이 매우 강하였다. 공직자의 부패는 겉으로 드러나는 외형적 범죄보다 부당한 의사결정이나 알선·청탁 등 직무를 수행하면서 겪게 되는 이해충돌과 관련된 형태로 많이 나타나며, 일단 한 번 사건이 발생하면 국민 전체와 국가 경제, 사회 등에 미치는 영향과 파급효과가 매우 크고 피해를 복구하기 어렵다. 특히 금융감독원은 국민의 경제활동에 밀접한 영향을 미치는 대부분의 금융기관의 업무 및 재산상황에 대한 검사 및 제재를 할 수 있는 권한[금융위원회의 설치 등에 관한 법률(이하 ‘금융위원회법’이라 한다) 제37조 제1호, 제2호]을 보유하고 있고, 시정명령 및 징계요구(금융위원회법 제41조), 임원의 해임권고(금융위원회법 제42조), 영업정지 건의(금융위원회법 제43조), 한국은행이나 예금보험공사의 요청에 따른 금융회사 검사 권한 등 금융회사 및 금융기관 등의 업무에 실질적이고 중대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권한을 보유하고 있다. 이러한 권한의 내용과 성격 등에 비추어 볼 때, 금융감독원 업무를 둘러싸고 공익과 사익 간 이해충돌이 발생할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할 수 있는 조치가 필요하다 할 것이며, 3년이라는 취업제한기간은 퇴직한 직원의 부당한 영향력 행사 가능성이 충분히 감소하는 데 필요한 기간으로서 지나치게 길다고 보기 어렵다.
(다) 다음으로, 취업심사대상기관의 범위를 살펴보면, 이처럼 그 범위가 확대된 것은 세월호 침몰 사고의 영향으로 퇴직 공직자가 영리 사기업체 이외에도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의 출자·출연·보조를 받거나 업무를 위탁받아 수행하는 기관·단체에 취업하여 지도·점검기관이나 산하·유관기관과 유착하는 것을 방지할 필요가 인정되었기 때문이고, 방위산업분야의 사기업체 등 국민의 안전이나 생명·신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법인 등의 역할을 고려하여 보다 엄격하게 공직자의 직무수행의 공정성을 확보하고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관한 책임 있는 봉사자로서의 공직자의 윤리와 기강을 확립하기 위함이었다. 앞서 2012헌마331 결정에서도 언급된 바와 같이 실제로 취업제한이 이루어질지 여부는 구체적인 사안에서 업무 간 밀접한 관련성이 인정되는지 여부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므로 단순히 취업심사대상기관의 종류 또는 수가 많음을 들어 과도한 제한이라 볼 수 없다.
(라) 이러한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취업제한기간과 취업심사대상기관 범위의 확대만으로 이 사건 취업제한 조항보다 심판대상조항이 직업의 자유를 더 과도하게 제한하고 있다고 인정하기 어렵고, 위 2012헌마331 결정의 판단을 변경할 만한 사정변경이나 필요성이 인정되지도 아니하므로 위 선례의 견해를 유지하기로 한다.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은 청구인들의 직업의 자유를 침해하지 아니한다.
라. 평등권의 침해 여부
(1) 선례의 태도
헌법재판소는 위 2012헌마331 결정에서 이 사건 취업제한 조항이 금융위원회, 한국은행 및 예금보험공사와의 관계에서 금융감독원의 4급 이상 직원들의 평등권을 침해하지 아니한다고 판단하였고, 그 결정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금융위원회는 금융 정책 및 제도 전반에 걸친 포괄적인 업무를 담당하는 중앙행정기관이나, 금융기관에 대한 감독 및 제재 업무도 소관 업무로 하는 등 피감독기관인 금융기관과의 유착 및 영향력 행사 가능성 측면에서 금융감독원과 다를 바 없으므로, 금융감독원의 취업제한 대상 직급을 금융위원회의 경우와 같이 4급 이상 직원으로 정한 데에는 합리적 이유가 인정된다.
한편, 한국은행 및 예금보험공사가 담당하는 업무는 각각 통화신용정책의 수립 및 부실금융기관의 정리 등으로 금융기관에 대한 검사, 감독 및 제재를 그 주된 업무로 하는 금융감독원의 업무와 기본적으로 차이가 있고, 이러한 연유로 피감독기관인 금융기관과의 유착 및 영향력 행사 가능성도 차이가 있다고 보이므로, 금융감독원의 취업제한 대상 직급을 한국은행 및 예금보험공사의 경우보다 더 넓은 범위인 4급 이상으로 정한 데에는 합리적 이유가 인정된다.
이와 같이 금융감독원의 취업제한 대상을 4급 이상 직원으로 정한 데에는 합리적인 이유가 있으므로, 이 사건 취업제한 조항이 청구인들의 평등권을 침해한다고 볼 수도 없다.』
(2) 사정 변경의 필요성 유무
위 2012헌마331 결정의 선고 이후에 그 판단을 변경할 만한 사정변경이나 필요성이 인정되지 않고, 위 선례의 취지는 이 사건에서도 그대로 타당하므로 위 선례의 견해를 그대로 유지하기로 한다.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은 청구인들의 평등권을 침해하지 아니한다.
5. 결론
이 사건 심판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이 결정은 아래 6.과 같은 재판관 이은애의 반대의견이 있는 외에는 관여 재판관들의 일치된 의견에 의한 것이다.
6. 재판관 이은애의 반대의견
나는 법정의견과 달리 심판대상조항이 과잉금지원칙에 위반되어 청구인들의 직업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생각하므로 다음과 같이 견해를 밝힌다.
가. 목적의 정당성 및 수단의 적합성
금융감독원은 금융산업의 선진화와 금융시장의 안전을 도모하고 건전한 신용질서와 공정한 금융거래 관행을 확립하며 예금자 및 투자자 등 금융 수요자를 보호함으로써 국민경제의 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하므로, 금융감독원의 업무 수행에 있어 공정성을 유지하고 투명성을 확보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금융위원회법 제1조, 제2조).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의 입법목적이 정당하다는 점은 법정의견과 같다.
그러나 금융감독원의 공정한 직무 수행은 그 나라의 법률제도와 정치적·문화적 수준, 금융감독원장을 비롯한 임직원들의 직무집행에 임하는 전반적인 자세 등 복합적 요인에 의하여 결정되는 것이므로, 개별 직원의 경우 외적 환경뿐만 아니라 주위의 유혹이나 압력에 굴복하지 않을 수 있는 신분 보장 제도, 그리고 직원 개인의 자질과 소신 및 열정에 의해서도 상당한 영향을 받을 수 있다. 따라서 직원이 공정하고 투명하게 금융감독 업무를 처리하도록 하기 위해 퇴직 후의 취업 자체를 봉쇄하는 것이 반드시 불가결하게 요청된다고 보기 어렵다.
물론 퇴직 후 재취업을 제한함으로써 재직 중 추후의 지위에 연연하여 특정한 금융회사나 기관을 위한 불공정한 업무처리를 하지 못하도록 이를 미연에 방지하는 측면이 있을 수 있고, 퇴직 공직자가 취업제한기간 동안 사기업체 등을 대변할 기회를 차단하여 공무집행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기회를 제한하는 측면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이와 반대로, 직원으로 열심히 소신껏 봉직한 다음 그 전문지식과 실무경험을 기초로 하여 그러한 능력과 재능을 다시 활용할 수 있는 재취업 기회를 보장하는 것은 직무수행의 성실성을 높이는 긍정적인 유인책으로 작용할 여지도 있다. 심판대상조항은 금융감독원 직원이 가질 수 있는 이러한 기대를 전면적으로 차단함으로써 오히려 직원들의 직무수행 태도를 무기력하게 만들고 방만하게 하여 직무수행의 공정성과 신뢰성을 확보하려는 취지에 역행할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이 반드시 직원의 직무수행에 긍정적 효과만을 가지는 것으로 보기 어려우며, 오히려 직원의 직무수행의 성실성과 공평성을 저해하는 요인이 될 수도 있다.
그렇다면 심판대상조항에 의하여 퇴직 후 금융감독원 직원의 사기업체에의 취업을 일정 기간 전면적으로 제한하는 것은 직원의 직무수행상 공정성과 투명성을 확보하고자 하는 입법목적을 달성하는 데 반드시 적합한 수단이 된다고 할 수 없다.
나. 침해의 최소성
(1) 심판대상조항은 퇴직일부터 3년 동안 취업 자체를 제한하고 있고, 법정의견은 우리 사회의 강한 연고주의 성향을 들어 특정한 행위의 제한 방식으로는 입법목적을 달성할 수 없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직무수행의 공정성은 사회 환경이나 문화적 배경 등의 영향을 받더라도 근본적으로 개인의 자질과 소신, 윤리의식, 성향에 의해서 좌우된다. 재직 중 얻은 직무정보와 인적 네트워크를 이용한 이해충돌이 발생할 위험성을 사전에 방지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고 할 것이나, 심판대상조항은 윤리의식을 저버리고 부당한 유착관계를 형성한 소수의 사례를 모든 퇴직 공직자에게 확대 적용함으로써 공정성을 해할 수 있는 특정한 행위 위주로 규제하여 입법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가능성을 차단하고 오로지 전면 취업금지라는 가장 강력한 규제 방식으로 접근하고 있다.
또한, 우리 사회는 그동안 강한 연고주의 성향으로 많은 비판을 받아 왔지만 한편으로는 공직윤리를 바로잡고 부정부패를 척결하는 데 많은 노력을 쏟아 왔다. 1981년 제정된 공직자윤리법에서 공무집행의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하여 다양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였고, 2016년 ‘부정청탁 및 금품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 시행되어 공공 부문을 넘어 언론과 학교 등 민간 부문에 이르기까지 사회 전반에 걸쳐 사회정의 및 공정에 대한 문제의식과 인식을 확대하는 전기를 마련하였다. 이러한 상황에서 입법자는 문제될 소지가 있는 개별 행위의 제한이라는 덜 제약적인 수단을 고려해볼 수 있음에도 여전히 우리 사회에 부정부패가 만연하고 공직윤리 수준이 현저히 낮다는 기존 논리 아래 재취업 자체를 제한하는 가장 강력한 규제수단을 택하고 있다.
미국, 독일, 일본에서도 취업 자체를 제한하는 방법이 아닌 개별 행위를 제한하는 방법으로 퇴직 공직자들의 이해충돌 상황 방지를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와 같이 취업제한기간을 두고 있던 일본도 2007년 국가공무원법을 개정하면서 취업제한기간을 폐지하고 퇴직 공직자의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특정한 행위 등을 제한하는 방식을 채택하였는바, 이는 덜 침해적인 대안이 존재함을 시사한다.
이러한 사정을 고려하면, 가장 기본권 제한의 강도가 큰 취업 여부에 대한 제한이 아니더라도, 공정성을 해하고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우려가 있는 특정한 형태의 행위를 제한하는 방식을 통해서도 부당한 의사결정을 막고 공익을 추구할 수 있는 수단이 존재한다 할 것이다.
(2) 금융위원회법과 공직자윤리법에서는 심판대상조항에 의한 취업제한제도 외에도 이해충돌 방지를 위한 다른 제도들을 이미 도입하고 있다.
금융위원회법에서는 금융감독원 직원으로 하여금 재직 중에 검사·감독을 받는 금융기관 또는 그 기관의 임직원에게 대출을 강요하거나 금품 등을 받는 것을 금지하고(제35조 제1항), 이에 위반하는 모든 금융감독원의 직원을 공무원으로 보아 형법 제129조 내지 제132조를 적용하며(제69조, 시행령 제23조 단서), 직무상 알게 된 정보를 다른 사람에게 누설하거나 직무상의 목적 외에 이를 사용하는 것을 금지하고(제35조 제2항), 이에 위반한 사람은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제68조).
공직자윤리법에서는 2011. 7. 29. 법률 제10982호로 개정되면서부터 개별적 업무 제한에 관한 규정을 신설하여 적용하고 있다. 즉, 모든 공무원 또는 공직유관단체의 임직원은 다른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있거나, 국가안보상의 이유나 공공의 이익을 위한 목적 등 해당 업무를 취급하는 것이 필요하고 그 취급이 해당 업무의 공정한 처리에 영향을 미치지 아니한다고 인정되는 경우로서 관할 공직자윤리위원회의 승인을 받은 경우를 제외하고는, 재직 중에 직접 처리한 업무를 퇴직 후에 취급할 수 없다(제18조의2 제1항, 제3항).
또한, 퇴직한 모든 공무원과 공직유관단체의 임직원은 본인 또는 제3자의 이익을 위하여 퇴직 전 소속 기관의 임직원에게 법령을 위반하게 하거나 지위 또는 권한을 남용하게 하는 등 공정한 직무수행을 저해하는 부정한 청탁 또는 알선을 금지하고 있으며(제18조의4 제1항), 퇴직 공직자로부터 직무와 관련한 청탁 또는 알선을 받은 재직자에게 소속 기관의 장에 대한 신고의무를 부여하고(같은 조 제2항), 그 밖에 누구든지 청탁 또는 알선을 받은 사실을 알게 된 경우 신고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같은 조 제3항). 그리고 이러한 업무취급 제한 규정을 위반하여 재직 중 본인이 직접 처리한 업무를 퇴직 후 취급한 사람(제29조 제2호)과 퇴직 전 소속 기관의 임직원을 상대로 부정한 청탁 또는 알선 행위를 한 사람(같은 조 제3호)에 대해서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재직 중인 취업심사대상자의 경우에는 퇴직 전 5년 동안 처리한 업무와 관련한 취업심사대상기관을 상대로 하여 재직 중 본인의 취업을 위한 청탁행위가 금지된다(제18조의5 제1항).
이처럼 구체적인 이해충돌 상황에서 공직자가 사익보다 공적 의무를 우선시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적 장치와 제재수단이 구비되어 있음에도 더 나아가 심판대상조항에 의한 일반적 취업제한까지 부과하는 것은 과도한 규제라 할 것이다.
(3) 퇴직 후 전반적인 취업 제한 방식을 채택할 것인지, 개별적 이해충돌이 발생할 수 있는 업무 제한 방식을 채택할 것인지를 정함에 있어서는 정치·경제·역사·문화적 배경과 사회 전반의 청렴도 수준 및 이에 대한 국민의 신뢰의 정도 등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만약 국가행정의 청렴도에 대하여 사회적으로 부정적 인식이 높은 경우 국민의 불신을 초래할 수 있는 권력기관 소속 공직자의 취업 자체를 일정 기간 제한하는 것이 직무집행의 공정성과 신뢰를 확보하기 위하여 부득이하고 불가피한 수단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제한은 사기업체에 취업할 가능성을 차단하여 직업선택 자체를 봉쇄한다는 점에서 기본권 제한을 최소화하기 위한 기간의 설정이 필요하다.
설사 우리나라가 아직 연고주의 성향이 강하여 공직자와 영리 사기업체 간의 유착 및 영향력 행사 가능성이 상존하여 특정 행위만을 금지하여서는 도저히 이를 사전에 방지하는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보더라도, 심판대상조항이 정하고 있는 3년이라는 취업제한기간은 입법목적 달성에 필요한 최소한의 범위를 넘어선 긴 기간에 해당한다.
심판대상조항에 관하여 보건대, 취업제한기간은 1981. 12. 31. 공직자윤리법이 제정될 때부터 ‘퇴직 후 2년’으로 유지되어 오다가 2014년 세월호 침몰 사건을 계기로 퇴직 공직자에 의한 민관유착 현상의 폐해가 다시금 집중 조명되자 취업제한을 강화하기 위하여 공직자윤리법이 2014. 12. 30. 법률 제12946호로 개정되면서 3년으로 늘어났다. 그런데 위 개정 당시 직접적으로 문제된 해양수산부 외에 금융감독원에 대한 취업제한기간을 늘릴 필요와 관련하여 퇴직 공직자를 매개로 부당한 민관유착이 발생하여 피해가 발생한 사례는 얼마나 되는지, 어떤 공직 부문에서 그러한 피해가 많이 발생하였는지, 민관유착의 유형은 어떠한 것인지, 문제를 일으킨 퇴직 공직자가 퇴직 당시 고위급 결정권자였는지 아니면 실무자급이었는지, 퇴직 후 얼마나 경과하여 피해가 발생하였는지 등 기존의 취업제한기간이 입법목적을 달성하는 데 실효적이지 않았다는 객관적·실증적 입법자료를 찾기 어렵다.
입법목적을 달성하기에 충분한 기간이면서도 직업의 자유를 지나치게 제한하지 않는 수준의 기간을 확정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나, 이러한 규제는 직업선택의 기회 자체를 박탈하는 강력한 것인 만큼 신중하게 설정될 필요가 있다. 그런데 심판대상조항에 새로이 설정된 3년이라는 기간은 오늘날 금융산업 분야가 매우 빠른 속도로 변화하고 발전하는 상황에 비추어 볼 때 취업제한 대상자가 금융감독원에서 쌓아온 전문지식과 실무경험을 무위(無爲)로 돌릴 수 있는 긴 기간에 해당한다. 이러한 퇴직 후의 장기간 소득공백에 대한 우려는 직원이 인사적체 등의 사유로 정년 이전에 퇴직을 희망하더라도 퇴직을 단념하게 만드는데, 금융감독원의 전체 직원 수가 2,000명에 이르렀음에도 취업승인 신청 건수가 4년간 44명에 불과하였던 사실은 이러한 취업제한의 현실과 무관하다고 할 수 없을 것이다.
미국이나 독일, 일본도 개별적인 행위를 기준으로 이해상충을 규제하면서 직무에 관여한 정도와 직급에 따라 차등적인 제한기간을 두고 있는데, 직접 상당한 정도로 관여한 사안이 아닌 한 행위제한기간이 대체로 2년을 넘지 않고 있다.
심판대상조항은 금융감독원 직원의 직급, 직무의 성격이나 관여 정도, 부당한 영향력 행사의 고의 등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일률적으로 자신이 소속되었던 부서의 업무와 일반적 관련성을 가지는 사기업체에 대해 3년 동안 취업을 금지하고 있다. 심판대상조항은 덜 제약적인 방법을 모색하지 아니한 채 일률적으로 3년이라는 장기간 동안 취업을 제한하므로 과도하게 청구인들의 직업의 자유를 제한한다.
(4) 심판대상조항은 퇴직하려는 공직자의 직급 등을 고려하지 않고 일률적으로 금융감독원의 4급 이상 직원을 취업제한 대상자로 규정함으로써 직급상 차이를 반영하거나 업무 관여에 따른 실제 영향력 행사의 가능성이나 정도를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 나아가 심판대상조항은 취업제한대상기관의 범위를 지속적으로 확대하여 2012년 3,766개에 불과했던 취업제한기관의 수가 2021년 현재 20,284개에 이르고 있다. 여기에 퇴직 공직자가 직접 담당하지 않았더라도 퇴직 전 5년간 소속되었던 부서의 업무에 해당하면 업무관련성 요건을 충족시킬 수 있다는 제한이 결합되면서 취업심사대상자의 직업의 자유에 대한 제한은 극대화되고 있다. 이는 심판대상조항이 소수의 부당한 유착관계 형성을 방지한다는 명목으로 대다수 금융감독원 직원들을 잠재적인 범죄자로 보아 희생시키는 것이며, 결과적으로 재직 중 쌓은 전문지식과 실무경험을 사장시키는 것이다.
(5) 소결
이상의 내용을 종합하면, 심판대상조항은 금융감독원 직원의 직급에 따라 차등을 두어 실질적으로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가능성이 있는지 여부를 고려하여 취업심사대상자의 범위를 제한하거나 퇴직 후 취업제한기간을 설정할 수 있고, 전면적인 취업제한 방식이 아닌 행위제한 방식을 통하여 규율하는 등 덜 침해적인 수단이 존재한다고 볼 여지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심판대상조항은 일률적으로 4급 이상 금융감독원 직원에 대하여 퇴직 후 3년 이내의 기간 동안 광범위한 취업심사대상기관에의 취업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예외적으로 취업을 하기 위해서는 관할 공직자윤리위원회로부터 일정한 확인이나 취업승인을 받도록 강제하고 있으므로, 침해의 최소성 요건을 갖추지 못하였다.
다. 법익의 균형성
심판대상조항이 달성하고자 하는 직무집행에 있어서의 공정성과 투명성 확보는 우리 사회에서 중요한 공익이나, 심판대상조항은 재직 중 공직윤리를 함양하고 성실히 봉직하던 대다수의 퇴직 공직자에게 재직 중 얻은 직무정보와 인적 네트워크를 활용하여 부당한 유착관계를 형성할 수 있다는 막연하고 추상적인 굴레를 씌우고 실제 부당한 직무수행으로 공익이 침해되었는가와 상관없이 퇴직 후 3년이라는 긴 기간 동안 취업을 제한하므로, 제한되는 사익이 달성하고자 하는 공익에 비하여 결코 작다고 볼 수 없다. 심판대상조항은 법익의 균형성 요건을 갖추지 못하였다.
라. 소결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은 과잉금지원칙에 위반되어 청구인들의 직업의 자유를 침해한다.
재판관 유남석(재판장), 이선애, 이석태, 이은애, 이종석, 이영진, 김기영, 문형배, 이미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