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태안 앞바다에서 유출된 원유가 인근 해안으로 확산 되면서 양식장과 어장 등이 심각한 손해를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원유유출로 인한 손해배상이 어떻게 이루어질지에 대해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국제기금협약 제4조 제1항은 유류오염손해를 입은 피해자가 선박소유자 또는 보험자 등으로부터 배상을 받지 못한 손해금액에 관해 국제기금협약이 정하는 바에 따라 보상을 하도록 하고 있다. 따라서 이번 유류오염사고로 인한 피해는 사고선박인 유조선 ‘허베이 스프리트’가 가입한 선주상호 보험인 중국P&I와 SKULD P&I에 1차 배상책임이, 국제유류오염보상기금(IOPC펀드)에 2차 배상책임이 있다.
IOPC 펀드로부터 충분한 배상을 받지 못했다고 생각된다면 민사소송을 통해 그 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원유유출로 인한 피해를 이유로 IOPC펀드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하는 것은 처음있는 일은 아니다. 지난 1995년 5천여톤의 원유가 유출된 씨프린스호 사건에서도 피해어민들이 소송을 제기해 일부승소 판결을 받아낸 바 있다. 손해배상 소송이 제기된다면 씨프린스호 판결이 적지않은 영향을 미칠것으로 보인다.
재경지법의 한 부장판사는 “원유유출 사고로 인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이고 기본적으로 구조가 같기 때문에 구체적인 입증방법의 차이는 있겠지만 씨프린스호 사건이 많은 참고대상이 될 것” 이라고 전망했다.
광주지법 순천지원 민사1부(당시 재판장 김중곤 부장판사)는 2001년 11월 씨프린스호 원유유출로 입은 손해를 다 배상받지 못했다며 어업종사자들과 어선어업 종사자들이 IOPC 펀드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99가합343, 97가합5726)에서 원고 일부승소 판결을 내렸다.
당시 재판을 맡았던 김 전 부장판사(현 변호사)는 “원유유출 사고로 인한 손해배상의 경우 기본적으로 협약에 따라 IOPC펀드에서 감정가 등을 토대로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며 “단지 씨프린스호 사건 때는 IOPC펀드와 원고들 사이에 어느 정도 합의가 있었기 때문에 이를 참작해 손해배상액을 산정했다는 점이 다르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피해 배상범위를 △양식업에서 기름유출로 직접적으로 입은 피해와 향후 입게 될 피해 △시설이 손상되면서 생긴 피해에 대해 IOPC 펀드에서 배상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방제조치 비용과 방제조치로 인한 추가손해도 배상받을 수 있다. 단 배상액은 감정기관의 감정 등을 토대로 산정한다.
원유유출로 인한 조업중단기간의 산정도 사고 발생일부터 방제작업 종결시까지보다 더 길게 봐야 한다는 판단이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피고는 조업중단기간은 사고 발생일부터 해양경찰청에 의해 잔존 유류가 더 이상 없다고 공식적으로 발표된 날까지로 산정해야 한다고 주장 하지만 유출된 유류 및 유처리제가 침잠돼 상당 기간 지속적으로 영향을 미친다고 하는 해양 유류 오염의 성격을 감안하면 (검정보고서가) 방제작업 종결 이후 상당한 기간을 조업중단기간에 포함한 것이 부당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그러나 원유유출로 활어의 가격이 하락하고, 관광객의 발길이 격감됐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유류 사고로 인해 활어의 가격이 하락하거나 관광객이 줄었다고 보기 어렵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항소심을 맡은 광주고법 민사2부는 2003년 5월 “총 1,500여만원을 배상하라”는 화해권고결정을 내렸고 이 결정은 한달후 확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