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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사일반
- 대법원 2020. 2. 20. 선고 2019도9756 판결 -
동산양도담보권설정자의 담보물관리의무와 배임죄에서의 타인의 사무
Ⅰ. 사실관계 및 판결요지 1. 사실관계 공소외1 회사를 운영하는 피고인은 피해자 공소외2 은행으로부터 1억5000만원을 대출받아 '크라샤4230'을 구입하면서 위 대출금을 완납할 때까지 크라샤를 피해자에게 양도담보로 제공하기로 하는 계약을 체결하였다. 그럼에도 피고인은 크라샤를 매각함으로써 매각대금 합계 1억5500만원 상당의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고 피해자에게 위 대출금 1억5000만원 상당의 손해를 가하였다. 2. 판결요지(다수의견) 채무자가 금전채무를 담보하기 위하여 그 소유의 동산을 채권자에게 양도담보로 제공함으로써 채권자인 양도담보권자에 대하여 담보물의 담보가치를 유지·보전할 의무 내지 담보물을 타에 처분하거나 멸실·훼손하는 등으로 담보권 실행에 지장을 초래하는 행위를 하지 않을 의무를 부담하게 되었더라도 이를 들어 채무자가 통상의 계약에서의 이익대립관계를 넘어서 채권자와의 신임관계에 기초하여 채권자의 사무를 맡아 처리하는 것으로 볼 수 없다. 따라서 채무자를 배임죄의 주체인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고 그가 담보물을 제3자에게 처분하는 등으로 담보가치를 감소 또는 상실시켜 채권자의 담보권 실행이나 이를 통한 채권실현에 위험을 초래하더라도 배임죄가 성립한다고 할 수 없다. 금전채무의 이행은 어디까지나 채무자가 자신의 급부의무의 이행으로서 행하는 것이므로 이를 두고 채권자의 사무를 맡아 처리하는 것으로 볼 수 없다. 채무자가 금전채무를 담보하기 위하여 그 소유의 동산을 채권자에게 양도하기로 약정하거나 양도담보로 제공한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채무자가 양도담보설정계약에 따라 부담하는 의무, 즉 동산을 담보로 제공할 의무, 담보물의 담보가치를 유지·보전하거나 담보물을 손상·감소 또는 멸실시키지 않을 소극적 의무, 담보권 실행 시 채권자나 그가 지정하는 자에게 담보물을 현실로 인도할 의무와 같이 채권자의 담보권 실행에 협조할 의무 등은 모두 양도담보설정계약에 따라 부담하게 된 채무자 자신의 급부의무이다. 양도담보설정계약에 따라 채무자가 부담하는 의무는 담보목적의 달성, 즉 채무불이행 시 담보권 실행을 통한 채권의 실현을 위한 것이므로 담보설정계약의 체결이나 담보권설정 전후를 불문하고 당사자 관계의 전형적·본질적 내용은 여전히 금전채권의 실현 내지 피담보채무의 변제에 있다. 동산을 점유개정 방식으로 양도담보에 제공한 채무자는 양도담보 설정 이후에도 여전히 남아 있는 자신의 권리에 기하여, 그리고 자신의 이익을 위하여 자신의 비용 부담 하에 담보목적물을 계속하여 점유·사용하는 것이지, 채권자인 양도담보권자로부터 재산관리에 관한 임무를 부여받았기 때문이 아니다. Ⅱ. 판례평석 1. 변경전 판례와 학설 판례는 채권자와 채무자 간의 대내적 관계에서 채무자는 소유권을 보유하게 되나, 채권자인 양도담보권자가 담보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도록 이를 보관할 의무를 지게 되어 부당히 이를 처분하거나 멸실·훼손 기타 담보가치를 감소케 하는 행위가 금지되므로, 채무자인 양도담보설정자는 채권자에 대하여 채권담보의 약정에 따른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지위에 있게 된다고 하였다. 따라서 채무자가 양도담보된 동산을 처분하는 등 부당히 그 담보가치를 감소시키는 행위를 한 경우 배임죄가 성립한다고 보았다. 학설로는 변경전 판례와 마찬가지로 배임죄를 긍정하는 견해, 신탁적 소유권이전설을 따르게 되면 목적물의 소유권이 채권자에게 이전하므로 채무자에게는 목적물 처분권이 없고 채무자의 목적물 처분은 횡령죄를 구성한다는 견해(대상판례의 별개의견), 채무자의 채권자에 대한 주된 의무는 채무변제에 한정되므로 채무자에 대해서는 단순한 채무불이행 이외에 배임죄의 성립을 인정할 수 없다는 견해가 있다. 2. 대상판례의 검토 (1) 신임관계의 내용 다수의견은 신임관계의 내용을 금전 채권채무계약 또는 금전 채권채무계약의 종된 계약으로서의 양도담보설정계약으로 파악하고 동산양도담보설정자의 담보물관리의무를 금전채권채무관계상 변제의무나 담보권설정계약상 담보설정의무와 유사한 성격을 가진 사무로 본다. 그러나 담보물관리의무는 담보권설정계약을 통하여 만들어진 담보물권자와 담보물권설정자 간의 물권적 관계에서 발생하였다는 점에서 채무변제나 양도담보권설정의무와는 내용적·단계적으로 구별된다. 동산 양도담보권이라는 비전형물권을 설정하는 계약이 엄연히 존재하는 이상 이를 금전소비대차계약 상의 신임관계와 동일하다고 볼 수는 없다. (2) 타인의 사무의 의미 다수의견은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의 의미에 대하여 "위임 등과 같이 계약의 전형적·본질적인 급부의 내용이 상대방의 재산상 사무를 일정한 권한을 가지고 맡아 처리하는 경우", "양도담보권자의 재산을 보호·관리하는 사무를 위탁받아 처리하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그동안 판례는 타인의 사무를 타인의 재산관리에 관한 사무를 대행할 의무와 타인의 재산보전에 협력할 의무의 두 가지 유형으로 이해해왔다. 이는 배신설의 입장에 충실한 것이었지만, 타인의 재산보전에 협력할 의무를 타인의 사무로 보고 부동산 이중매매나 이중저당 등에 대해서도 배임죄로 처벌하는 것에 대해서는 반대하는 견해도 많았다. 다수의견은 명시적으로 타인의 재산보전에 협력할 의무를 타인의 사무에서 제외하지는 않았으나 '맡아 처리하는 경우', '위탁받아 처리'라는 표현을 새롭게 사용함으로써 타인의 사무의 내용을 제한하고 있다. 해석론의 변화는 타인의 사무처리자의 범위를 명확히 하였다는 점에서 죄형법정주의 원칙상 일응 바람직하지만 몇 가지 해결되어야 할 문제가 있다. 하나는 부동산 이중매매에 관하여 판례가 변경되지 않은 이상 여전히 타인의 재산보전에 협력할 의무가 타인의 사무로 인정되는 판례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맡아 처리', '위탁받아 처리'의 의미를 위임·고용 등에 한정할 것인지의 문제다. 배임죄는 '타인의 사무'라고만 하고 있을 뿐 타인의 재산관리를 '대행'하는 사무라고 규정하지 않으므로 타인의 사무를 타인의 재산관리에 관한 사무를 대행할 의무로만 이해하는 것은 문언을 합리적 이유없이 지나치게 좁게 해석하는 것이다. (3) 담보물관리의무의 타인의 사무성에 대한 검토 및 결론 먼저 담보물관리의무가 '양도담보권자의 재산을 보호·관리하는 사무를 위탁받아 처리하는 것'에 해당할 여지가 없는지 본다. 대상판례 사안의 계약서에는 '담보목적물은 설정자가 채권자의 대리인으로서 점유·사용·보전·관리한다', '설정자는 선량한 관리자로서의 주의의무를 다하여 점유·사용·보전·관리하여야 한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다수의견은 위 계약서 조항에 대하여 전형적인 양도담보설정계약의 내용이고 담보설정자의 선관주의의무는 거래상 일반적으로 평균인에게 요구되는 주의의 정도를 의미할 뿐이며, 담보목적물 보존의무는 채권만족이라는 궁극적 목적을 위해 당연히 수반되는 의무에 불과하다고 하였다. 그리고 담보물 관리의무가 타인의 사무가 되기 위해서는 전형적 양도담보설정계약 외에 별도로 신임관계에 기초하여 담보목적물의 보관·관리에 관한 사무의 처리를 위탁하는 특약이 필요하다고 한다. 그러나 다수의견이 요구하는 별도의 신임관계가 무엇인지 불분명하고 문제되는 것은 선관주의의무의 '내용'이지 '정도'가 아니라는 점에서 명시적인 계약의 존재에도 불구하고 위탁관계를 부정한 다수의견에 찬성하기 어렵다. 담보권자는 간접점유를 가지고 적어도 대외관계에서는 담보물의 소유권을 취득하였고 채무자의 계속적 경제활동 보장등을 이유로 점유를 허락함으로써 채무자에 대하여 특별한 신뢰관계를 부여하였다는 점에서 적어도 사실상의 위탁관계가 인정되어야 할 것이다. 다음으로 타인의 재산보전에 협력할 의무에 해당하지 않는지 검토하여야 한다. 대상판례는 동산이중양도, 대물변제예약부동산의 제3자처분, 부동산이중저당 사안에서 배임죄 성립을 부정한 최근의 판례경향에 따라 선고되었다. 이는 등기협력의무와 같이 타인의 재산보전에 협력할 의무에 대하여는 부동산 이중매매를 제외하고는 가급적 타인의 사무성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취지로 이해된다. 그러나 담보물관리의무는 소유권이 대외적으로 담보권자에게 이전된 상태에서 담보권설정자가 담보권자에 대하여 부담하는 의무라는 점에서 일반적인 채권계약에서 당사자가 부담하는 대향적 급부의무와는 구별된다. 채무자가 담보물관리의무를 부담하는 시점부터 물권자와 물권설정자의 지위는 역전된다. 채권자는 대외적 소유권을 취득하였다고 하더라도 직접점유를 계속하고 있는 채무자의 의무이행 여하에 따라 담보목적물의 소유권을 상실할 수 있는 지위에 놓이게 되기 때문이다. 목적물의 소유권보존이 오로지 이를 타주점유하는 채무자의 의사에 좌우된다는 점에서 양도담보설정자는 양도담보권자의 권리보호를 위한 보증인적 지위에 서게 된다. 담보물관리의무의 실질은 횡령죄에서의 보관과 크게 다르지 않고 이를 임의로 처분하는 행위의 불법 역시 횡령죄의 그것과 구별할 것은 아니라는 점까지 고려한다면 담보물관리의무를 이중양도나 이중저당 사안과 동일한 논리로 자기의 사무라고 볼 수 있을 것인지 의문이다. 강수진 교수 (고려대 로스쿨)
채권자
양도담보
배임죄
강수진 교수 (고려대 로스쿨)
2021-05-10
형사일반
대법원 2018도10823 판결
망인의 생전의사에 부합하는 처분의 횡령죄 성립여부
1. 사실관계 A는 2004년 12월 경부터 B와 동거하면서 그와 사실혼 관계에 있었는데, B는 2015년 1월 암 진단을 받았다. B는 2016년 3월 간암으로 부산대병원에 입원을 하게 되자 그 무렵 A에게 “트랙터 등 차량 2대를 팔아 내가 죽고 나면 생활비로 사용하라”고 말하는 한편, 차량매매상인 C에게 전화하여 “차량을 매도하여 대금을 A에게 주라”고 부탁하였다. 그리고 A를 통해 차량의 매도위임장과 신분증 등 서류를 전달해주었다. B는 그 직후인 2016년 4월 사망하였다. B의 사망 다음날 C는 위 차량 3대를 4200만원에 매도하였고, 그 대금은 A의 통장으로 입금되었으며, A는 위 돈을 생활비 등으로 소비하였다. 한편, B의 상속인으로 딸 D가 있었는데 B는 암 진단을 받고 딸 D에게 간 이식 절차를 요청하였으나 D는 이를 거절하였다. D는 B의 병문안을 오지 않았으며 장례식장에도 참석하지 않았다. A는 D의 상속재산인 차량 매매대금을 보관 중 임의로 사용하여 횡령한 혐의로 공소 제기되었다. 위 사건에서 1심은 횡령혐의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하였으나, 항소심은 유죄를 선고하였는데, 대법원은 다시 무죄의 취지로 파기환송하였다. 2. 판결 요지 가. 1심 판결(무죄) 망인(B)이 생전에 C에게 차량의 매도를 위임한 것으로 볼 수 있어, C의 차량 매도와 그 대금의 처분행위는 유효한 것으로 보일뿐만 아니라 피고인(A)이 망인으로부터 위 차량 대금을 증여받은 것이거나 사인증여받았다고 볼 수도 있을 것이므로, 검찰이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인의 횡령행위나 불법영득의사의 존재를 단정하기 어렵다. 나. 2심 판결(유죄) 이 사건 차량 매도에 관한 망인의 위임이 있었다거나 위 차량 매도가 망인의 생전 의사에 합치되는 것이라 하더라도 그 위임은 민법 제690조에 의하여 망인의 사망으로 종료되고, 위 차량을 포함한 망인의 재산은 상속인인 피해자에게 상속됨으로써 C 내지 피고인은 더 이상 이 사건 차량을 매도할 권한이 없으므로, 이 사건 차량에 대한 매도대금을 송금받아 보관 중이던 피고인이 상속인에게 이를 반환하지 아니하고 위 돈을 인출한 것은 상속인에 대한 횡령행위가 된다. 다. 대법원(무죄) (1) 불법영득의 의사의 판단기준과 증명의 정도 횡령죄에서 불법영득의 의사는 자기 또는 제3자의 이익을 꾀할 목적으로 임무에 위배하여 보관하고 있는 타인의 재물을 자기의 소유인 것과 같이 사실상 또는 법률상 처분하는 의사를 의미하는데, 이는 내심의 의사에 속한다. 피고인이 이를 부인하는 경우에, 이러한 주관적 요소로 되는 사물의 성질상 그와 상당한 관련이 있는 간접사실 또는 정황사실을 증명하는 방법에 의하여 증명할 수밖에 없다(대법원 2014. 6. 26. 선고 2014도753 판결 등 참조). 그리고 형사재판에서 유죄의 인정은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공소사실이 진정하다는 확신을 가지게 할 수 있는 증명력을 가진 증거에 의하여야 하며, 이와 같은 증명이 없다면 설령 피고인에게 유죄의 의심이 간다고 하더라도 유죄로 판단할 수는 없다(대법원 2001. 8. 21. 선고 2001도2823 판결, 대법원 2006. 3. 9. 선고 2005도8675 판결 등 참조). 나. 이 사건 처분행위의 법적 성격 망인이 이 사건 차량 또는 처분대금을 피고인에게 무상으로 수여하는 의사를 표시하였고, 피고인 또한 이를 승낙함으로써 그 무렵 망인과 피고인 사이에 증여계약이 체결된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증여계약에 따라 망인에게는 이 사건 각 차량이나 그 처분대금에 관한 소유권을 피고인에게 무상으로 이전할 의무가 발생하였고, 망인이 2016년 4월 사망함에 따라 망인의 상속인인 D가 이사건 차량의 소유권을 취득하기는 하였지만, 이와 동시에 D는 이 사건 증여계약에 따라 망인이 피고인에게 부담하는 의무도 함께 승계하였다. 3. 평석 가. 판결의 쟁점 이 사건 판결은 언뜻 보면 망인의 사망 다음 날 이루어진 차량 매매행위가 법적으로 위임행위인지 증여의 이행인지 여부가 쟁점인 듯 보인다. 왜냐하면 그 결과에 따라 매매대금이 피고인 자신의 돈인지 아니면 상속인을 위한 보관금인지 여부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위임에 해당한다면 보관금을 횡령한 것이 되고 증여에 해당한다면 횡령죄가 성립하지 않는다. 그런데 이와 같이 본다면 한 가지 의문이 생긴다. 왜 1심과 대법원 판결은 이 부분을 분명히 하지 않고 오히려 불법영득 의사의 존부와 형사판결에서 입증의 정도를 언급하였을까 하는 점이다. 법리적으로 증여에 해당한다면 그것으로 횡령이 성립하지 않음이 충분하고, 다른 이유가 필요하지 않기 때문이다. 만약 A가 차량의 매매대금을 수령하지 않은 상태에서 상속인인 D에게 망인으로부터의 증여를 원인으로 대금지급 청구를 민사소송으로 제기하였다면 법원에서 이를 과연 증여로 인정해줄 수 있을지 의문이기는 하다. 민사소송에서의 입증책임은 원고에게 있는데 이 사안은 증여계약서가 작성되지 않았고, 매도위임장과 차량매매업자 C의 진술이 있을 뿐이기 때문이다. 통상 이 정도의 증거로 민사소송에서 증여사실을 인정받기는 어렵다. 항소심 판결은 아마도 이를 고려하여 피고인에게 유죄를 인정하였을 것이다. 이 사건에서 중요한 부분은 이런 점을 형사재판에서 어떻게 바라볼 것인지에 있다고 할 수 있다. 민사사건은 권리의 입증책임이 원고에게 있지만, 형사사건에서는 범죄의 입증책임이 검사에게 있다. 그리고 범죄사실의 입증의 정도는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정도’를 요구한다. 즉 “차량을 매도하여 대금을 A에게 주라”는 말의 의미는 민사재판과 형사재판에서 동일하게 취급되지 않을 수 있다. 나. 판결의 의미 이 사건은 제출된 증거자료에 비추어 볼 때 피고인이 망인으로부터 이 사건 차량 또는 그 매매대금을 증여받은 것으로 볼 수도 있기 때문에, 피고인에게 불법영득의 의사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고, 횡령 혐의에 대하여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공소사실이 진정하다는 확신을 가지게 할 수 있는 증명이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무죄가 되어야한다는 취지이다. 이 판결은 형사재판에서의 증명력과 내심의 의사에 대한 평범하지만 중요한 시각을 제시한다고 생각된다. 피고인의 주장에 대한 직접적이고 확실한 증거가 없더라도 피고인의 주장이 신빙성이 있어 보이는 경우에는 이를 함부로 배척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그 근거로는 피고인이 망인과 10여년간 사실혼 배우자로 생활한 점, 망인이 딸에게 간이식을 요청하였으나 딸이 거절한 점, 사망 당시 망인의 곁에는 피고인만이 남아 있었던 점 등의 정황이 고려되었을 것이다. 4. 결어 어떤 사건이 민사냐 형사냐에 따라 그 결론이 달라지는 것은 사건의 구조적 일체성에 반하는 일이다. 왜냐하면 결국 하나의 사실관계에서 도출되는 사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형사재판과 민사재판은 그 목적과 취지가 전혀 다른 별개의 절차이고, 사건의 정확한 진실을 아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그렇기 때문에 때로는 그 모순을 두려워하지 않을 필요도 있다. 그보다 더 중요한 피고인의 이익과 재판제도의 목적이다. 그런 점에서 대상 판결은 형사재판의 정의(正義)에 부합하는 올바른 결론에 도달한 것으로 보인다. 이현곤 변호사 (새올 법률사무소 대표)
횡령
사실혼
증여계약
이현곤 변호사 (새올 법률사무소 대표)
2019-01-14
형사일반
박영관 변호사 (법무법인 동인)
소송촉진특례법 제23조의2 제1항 재심규정의 해석과 형사소송법상 적법절차원칙
1. 사실관계 및 재판의 경과 □ 피고인은 상해 및 강제추행의 공소사실로 각 기소되었고, 제1심 법원은 2014. 1. 28. 병합심리결정과 함께 위 사건들 공소장 부본 등을 공시송달의 방법으로 송달하였으며, 제1심은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 제23조에 근거하여 피고인에게 2014. 5. 9. 공소사실들을 모두 유죄로 인정하고 징역 10월과 40시간의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를 명하는 제1심판결을 선고하였다(창원지방법원 2014. 5. 9. 선고 2013고단76, 2014고단141(병합), 2013초기105 판결). □ 그 후, 피고인은 항소를 제기함과 동시에 공소장 부본 등이 자신에게 송달되지 않아 재판에 불출석하였음을 이유로 항소권회복청구를 하였고, 이에 대해 제1심은 2014. 10. 15. 피고인이 책임질 수 없는 사유로 항소기간 내에 항소를 하지 못한 것으로 보아 피고인의 항소권을 회복한다는 결정을 하였다. □ 한편 피고인은 별건의 사기, 횡령 등의 공소사실로 기소되어 재판을 받고 있었고, 제1심 법원은 피고인이 출석한 상태에서 심리를 진행하여 2015. 4. 8. 위 공소사실들을 모두 유죄로 인정하고 피고인에게 징역 1년 6월을 선고하였다(창원지방법원 2015. 4. 8. 선고 2014고단2906, 2014고단3192(병합) 판결). 피고인은 이 판결에 대해서도 항소를 제기하였고, 항소심 법원은 위 두 사건을 병합하여 심리하면서, 기존 증거조사의 결과와 추가로 조사한 증거조사 결과들을 토대로 공소사실을 전부 유죄로 인정하여 징역 2년을 선고하였다(창원지방법원 2015. 10. 1. 선고 2014노2376, 2015노847(병합) 판결). □ 대법원은 공시송달의 방법으로 진행된 창원지방법원 2014. 5. 9. 선고 2013고단76, 2014고단141(병합) 판결에는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 제23조의2 제1항의 재심청구의 사유가 인정되는바, 원심으로서는 위 사건들에 대해 피고인에게 공소장 부본 등을 송달하는 소송행위를 새로이 한 후에 다시 판결을 하였어야 함에도, 이를 하지 않은 잘못이 있음을 이유로 파기 환송하였다(대법원 2016. 1. 14. 선고 2015도16551 판결). 2. 대법원 판결 취지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 제23조의2 제1항의 재심청구를 하지 않고 항소권회복청구를 하여 인용된 경우라도, 그 사유가 피고인이 책임질 수 없는 사유로 인하여 공판절차에 출석할 수 없었던 사정을 포함하고 있다면 피고인이 재심청구의 사유가 있음을 주장한 것으로 보아야 하므로 재심사유가 있는지를 판단하여 절차를 진행해야 한다. 그러나 이 사건 원심판결은 피고인이 불출석한 상태에서 진행된 1심 판결과 피고인이 출석한 상태에서 진행된 1심 판결을 병합하여 항소심에서 판단하는 과정에서, 위와 같은 재심사유가 있는지를 살피지 않고 새로이 공소장 부분 등을 송달하는 소송 절차를 거치지 않고 심리 및 판단을 하였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1조의5 제 13호의 '재심청구의 사유가 있는 때'의 의미 및 피고인의 귀책사유 없이 불출석 한 상태에서의 소송행위의 효력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 3. 평석 (1) 적법절차원칙 및 헌법상의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와 관련하여 적법절차원칙은 실체진실주의와 함께 형사소송법 전반에 있어서 양대 산맥을 구성하고 있는 원칙이다. 헌법 제12조 제1항은 '누구든지 법률에 의하지 않고는 체포·구속·압수·수색 또는 심문을 받지 아니하며, 법률과 적법한 절차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처벌·보안처분 또는 강제노역을 받지 아니한다.'고 규정함으로서 적법절차원칙을 헌법상 일반원칙으로 규명하고 있고, 헌법 제12조 제1항 이외에도 제12조 제3항의 영장주의, 제27조 제3항의 신속한 공개재판을 받을 권리, 제27조 제4항의 무죄추정의 원칙 등을 통해 형사피고인과 피의자의 보장하고 있다. 이번 대법원 판결은 적법절차원칙을 표명하고 있는 여러 헌법적 가치들 중 모든 국민이 적법하고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가지고 있음을 규정하고 있는 헌법 제27조 제1항에 대해 논의하고 있는 판결로 볼 수 있을 것이다. 헌법상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에는 모든 증거자료가 법관의 앞에서 조사·진술되고 이에 대하여 피고인이 방어할 수 있는 기회가 실질적으로 보장되는 재판, 즉 피고인이 공판절차에 당사자로 참여하여 구술변론에 의해 답변과 반증을 할 수 있는 충분한 기회가 보장되는 재판을 받을 권리가 포함된다고 할 수 있고,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사전에 피고인에게 공소장을 송달하여 공소사실을 알려주고 공판기일을 통지하여 공판기일에 출석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해 주는 것이 필수적(대법원 2015. 6. 25. 선고 2014도17252 판결 참조)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피고인에게 공시송달의 방식으로 공소장이 송달되고, 피고인이 불출석한 상태에서 심리가 진행되어 확정된 1심판결과 병합되어 항소심에서 심리, 판결된 항소심 판결을 위와 같은 이유로 파기 환송한 대법원 판결은 헌법상 권리인 피고인의 적법하고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보장하는 판결이었다는 점에서 그 의의를 찾을 수 있는 것이다. 이는 소송촉진특례법 제23조의2 제1항(이하 '이 사건 재심 규정'이라 한다.)에서 소송촉진특례법 제23조(이하 '이 사건 특례 규정'이라 한다.)에 의하여 판결이 확정된 피고인이 책임질 수 없는 사유로 공판절차에 출석할 수 없었던 경우에 그 사실을 안 날로부터 14일 이내에 재심을 청구할 수 있도록 규정한 입법취지를 뒷받침 하는 판결이며, 최근 1심에 이어 항소심에서도 피고인 불출석으로 진행, 확정된 경우에도 소송촉진특례법 제23조를 유추 적용하여 재심의 기회를 부여함이 타당하다는 취지로 선고된 대법원 판결과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다(대법원 2015. 6. 25. 선고 2014도17252 판결 참조). (2) 소송 경제적 측면과 관련하여 헌법은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국민의 기본권으로 보장함과 동시에 제27조 제3항에서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 역시 규정하고 있다. 무익한 절차의 반복을 피하고, 같은 절차 내에서 효율적으로 소송을 진행하는 것은 심리를 하는 재판부 뿐만 아니라 소송 당사자들에게도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피고인이 불출석한 상태에서도 차후에 재심을 청구할 수 있는 권리를 제도적으로 보장하면서도 재판을 진행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는 이 사건 특례규정 역시 이러한 소송 경제적 측면에서 이해될 수 있을 것이다. 파기환송의 대상이 되었던 이 사건 항소심 판결은 소송 경제 도모를 위해 현재 진행 중인 사건들을 병합하여 징역 2년의 단일한 형을 선고하였다. 이러한 항소심 판결에 대하여 대법원에서는 형사소송법 제361조의5 제13호를 잘못 해석한 위법이 있고 따라서 위 사건에 관하여 다시 공소장 부본 등을 송달하는 등 소송행위를 새로이 한 다음 그 1심판결을 파기하고, 위 사건에 관한 원심에서의 진술 및 증거조사 등 심리결과에 따라 다시 판결을 해야 한다고 지적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대법원 판결은 피고인의 심급 이익과 적법절차원칙을 준수한다는 측면에서는 물론 의의가 있으나, 기존 원심에서 행해진 증거조사의 결과를 모두 무효화시키고 새로이 증거조사를 하는 것도 아니고, 공소장 부본 등을 송달한 뒤 기존의 증거조사 결과에 따라 다시 판결을 하는 것이 심리결과에 어떠한 변화도 가져오지 않는다는 면에서 무익한 절차의 반복으로 보일 여지가 있다. 더욱이 피고인이 어떠한 사유로 공소장 부본을 송달받지 못하였고 그 결과 재판에 불출석하게 되었는지에 대한 이유가 대법원 및 파기된 원심 판결들에 구체적으로 나타나있지 않은 이번 사안과 같은 경우에는 위와 같은 대법원의 결론에 더더욱 이러한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4. 결어 이번 대법원 판결은 불출석 피고인의 공정한 재판을 받을 헌법상 권리와 방어권을 보장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인 소송촉진특례법 제27조의 재심규정을 헌법과 형사소송법상의 적법절차원칙에 방점을 두어 내려진 판결이라는 점에서 그 의의를 찾을 수 있다. 그러나 형사소송법을 지탱하는 또 다른 축인 실체진실발견 및 이를 뒷받침 하는 소송경제의 측면에서는 같은 결론을 가져오는 무익한 절차를 반복한다는 점에서는 문제가 지적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실체발견과 적법절차원칙이라는 형사소송법상의 두 가지 커다란 축이 서로 합리적으로 조화를 이룰 수 있는 방법이 제도적 차원에서 연구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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