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에서 만나는 자연 그대로의 숲, 대체 불가능한 숲과 집의 가치 - 르엘 어퍼하우스
logo
2024년 4월 19일(금)
지면보기
구독
한국법조인대관
판결 큐레이션
매일 쏟아지는 판결정보, 법률신문이 엄선된 양질의 정보를 골라 드립니다.
판결기사
판결요지
판례해설
판례평석
판결전문
조세·부담금
헌법사건
- 헌법재판소 2020. 8. 23. 선고 2018헌바425 결정 -
물이용부담금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결정과 헌재의 존립근거
1. 결정 요지 헌법재판소는 한강수계 상수원수질개선 및 주민지원 등에 관한 법률(이하 '한강수계법') 제19조에 따라 부과하는 물이용부담금에 대하여 2020년 8월 28일 합헌결정을 내렸다. 헌법재판소의 결정 내용 중에서 주목을 끄는 부분은 심판대상 조항에 대한 과잉금지원칙심사 과정에서 수단의 적합성에 대하여 설시한 부분이다. "부담금 부과조항은 한강수계 중 하류 지역의 상수원으로부터 취수된 수돗물의 최종수요자(이하 '부담금 납부대상자')에게 물이용부담금을 부과하고 있는데 물이용부담금을 부과하는 것이 위와 같은 입법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적합한 수단이 되기 위해서는 그것이 재정조달목적 부담금으로서 헌법상 허용되는 것이어야 한다. 수자원은 하천을 매개로 관리되는데 물이 상류에서 하류로 흐르는 자연적 특성상 용수의 사용과 수질이 상·하류 간 밀접하게 영향을 줄 수밖에 없고 하천마다 주변 자연환경, 지리적·사회적 환경이 다르므로 수자원을 관리할 때에는 하천별 특성들이 고려되어야 한다. 이러한 특별한 정책적 필요에 따라 한강수계법은 '한강'이라는 특정한 수계를 중심으로 수자원을 관리하기 위한 목적으로 제정된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공적 과제는 반드시 조세에 의하여 재원이 조달되어야만 하는 국가의 일반적 과제라기보다는 관련된 특정 집단으로부터 그 재원이 조달될 수 있는 특수한 공적 과제의 성격을 가지므로 이를 위해 부담금 납부대상자에게 물이용부담금을 부과하는 것이 국가의 일반적 과제를 수행하면서 부담금 형식을 남용한 것이라고는 볼 수 없다. 나아가 상수원의 수질개선은 해당 국민의 건강, 생활환경과 밀접한 관련을 갖는 중대한 공적 과제로 관련 사업이 지속적으로 수행될 필요가 있기 때문에 그에 필요한 재원의 조달이 안정적으로 확보될 필요성이 있으므로 일반적인 재정수단이 아닌 부담금 형식의 별도의 기금을 마련할 필요성이 인정된다. 또한 물이용부담금이 헌법상 정당화되기 위해서는 한강수계의 상수원 수질 개선이라는 공적 과제에 대하여 부담금의 납부의무자 집단으로 선정된 부담금 납부대상자가 특별히 밀접한 관련성을 가져야 하므로 이에 대하여 보기로 한다. 부담금 납부대상자는 공공재로서 한강수계의 특정한 공공수역으로부터 취수된 물을 공급받아 소비한다는 점, 한강수계의 수질개선을 위한 토지 이용규제 등 공적 부담을 지고 있지 않는 집단이라는 점에서 동질적인 특정 요소를 갖추고 있다. 그리고 부담금 납부대상자는 수질개선을 통해 양질의 수자원을 제공받는 특별한 이익을 얻는다는 측면에서 이러한 공적과제와 객관적으로 근접한 집단이고 그 수혜자로서 해당 비용에 대해 집단적 책임성도 인정된다. 또한 앞서 본 바와 같이 물이용부담금은 한강수계관리기금의 재원이 되어 상수원 수질보전을 위한 토지이용 규제에 따르는 기회비용을 보전하고 수자원 이용을 위한 수질관리비용에 충당되는바 한강수계관리기금의 집행을 통한 궁극적 이익은 한강수계로부터 수돗물을 공급받는 최종수요자에게 돌아가게 되므로 결국 물이용부담금은 부담금 납부대상자에게 양질의 수돗물 공급이라는 직접적인 효용을 제공하게 된다. 그러므로 물이용부담금 제도를 통해 추구하는 공적 과제와 부담금 납부대상자 간에 특별히 밀접한 관련성을 인정할 수 있다. 나아가 한강수계법 제19조에 따라 징수한 물이용부담금은 조세와 달리 국가의 일반회계의 재원으로 귀속되지 않고 한강수계관리기금의 재원으로 귀속되어 한강수계의 상수원 수질개선 비용 등의 용도로만 사용된다. 기획재정부장관은 매년 부담금의 부과실적·사용명세 등이 포함된 부담금운용종합보고서를 작성하여 국회에 제출하고(부담금관리 기본법 제7조 등) 이를 통해 물이용부담금 징수의 타당성이나 적정성은 입법자의 지속적 심사를 받고 있다. 그러므로 물이용부담금 부과가 재정에 대한 국회의 민주적 통제체계로부터 일탈하는 수단으로 남용될 위험성은 크지 않다. 이를 종합하면 부담금 부과조항은 입법목적 달성을 위한 적합한 수단에 해당한다." 2. 평석 헌법재판소의 결정은 그동안 헌법재판소가 특히 재정조달목적 부담금의 헌법적 요건에 대한 엄격한 심사기준을 스스로 무너뜨렸다는 점에서 우려의 여지가 크다. 정책실현목적 부담금의 경우 헌법재판소가 입법자의 형성권과 정부의 집행권을 존중하고 완화된 심사기준을 적용하는 것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조세와 경쟁관계에 있는 재정조달목적 부담금의 경우 국민의 재산권 등 기본권을 수호하는 최후의 보루로서 헌법재판소가 느슨한 심사기준을 적용하여 결국 잘못된 입법을 바로잡을 기회를 스스로 상실한다면 과연 헌재의 존립목적이 무엇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우선 헌법재판소는 물이용부담금이 집단적 동질성, 집단적 책임성, 객관적 근접성, 집단적 효용성을 모두 충족하였으므로 이른바 재정조달목적 부담금으로서 합헌이라는 입장이다. 과연 그럴까? 헌법재판소는 납부의무자들의 집단적 동질성과 관련하여 "부담금 납부대상자는 공공재로서 한강수계의 특정한 공공수역으로부터 취수된 물을 공급받아 소비한다는 점, 한강수계의 수질개선을 위한 토지 이용규제 등 공적 부담을 지고 있지 않는 집단이라는 점에서 동질적인 특정 요소를 갖추고 있다"는 견해를 제시하였다. 그런데 집단적 동질성이라는 요건은 납부의무자들이 역사적·문화적·사회적·직업적으로 상당한 기간 동안 숙성되어 다른 국민이나 인구집단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매우 긴밀하고 독특한 유대감으로 구별되는 특징을 말한다. 물이용부담금의 납부의무자들은 아파트 1호와 2호, 3호에 거주하는 장삼이사 평범한 사람들로서 이들은 역사적·문화적으로 각인된 공통의 유대감을 가진 사람들이 아니다. 이들은 단순하게 아파트 주민이며 공통점이 있다면 수돗물을 사용한다는 점이다. 이들에게 "당신들은 한강 상류로부터 깨끗한 물을 공급받기 때문에 특별한 연대감을 가진 동질적인 사람들이지요?"라고 묻는다면 "네 그렇습니다"라고 답할 사람이 있을까? 오히려 같은 아파트 주민이라는 동질감이 더 크지 않을까? 그래도 그들은 상류 지역에 거주하는 주민들에 대한 법적 규제로 인하여 깨끗한 취수원을 유지할 수 있고 결과적으로 건강하고 위생적인 수돗물을 사용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특별한 혜택을 받는다는 점에서 집단적 효용성 원칙이 실현되고 따라서 수도요금 이외에 물이용부담금도 마땅히 내야한다는 것이 헌법재판소의 논리이다. 깨끗하고 위생적인 수돗물을 마시는 주민들이 기꺼이 물이용부담금을 부담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낙동강 유역 특히 하류 지역에 거주하는 주민들이 들으면 어떻게 생각할까라는 문제는 별론으로 하더라도 "쾌적하고 깨끗한 물을 마시는 것은 헌법상 당연한 기본권 아닌가요?"라고 헌법재판소에 묻고 싶다. 헌법 제35조 제1항에 따라서 모든 국민은 건강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생활할 권리를 가진다는 내용을 설마 헌법재판관들이 모르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국민들이 수돗물의 사용에 대하여 수도요금이라는 사용료를 지불하는 것 이외에 깨끗한 물을 마시기 위해서 정수기나 먹는 샘물도 아닌데 별도로 물이용부담금을 또 내야만 기본권을 향수할 자격이 생기는 것인가? 사실 깨끗하고 쾌적한 물을 제공하는 것은 국가의 가장 기본적인 책무 중의 하나이며 그렇기 때문에 우리 헌법과 지방자치법에 따라서 국가에게 (수)자원관리 의무를 부과하고 자치단체의 고유사무로 규정하고 있는 것이다. 헌법재판소는 수돗물을 사용하는 주민들과 물이용부담금 제도를 통해 추구하는 깨끗하고 쾌적한 물의 공급이라는 공적 과제 간에 특별히 밀접한 관련성을 인정할 수 있다고 하는데 원래 깨끗하고 위생적인 물을 관리하고 공급해야 하는 국가나 자치단체는 쏙 빠지고 왜 주민들이 그 책임을 지는 것인가? 그렇다면 수돗물을 사용하는 주민들이 물이용부담금 제도를 통해 추구하는 깨끗하고 쾌적한 물의 공급이라는 공적 과제에 다른 국민들이나 인구집단에 비교하여 특별히 밀접한 책임을 지고 있다고 할 수 있는가? 결국 물이용부담금은 재정조달목적을 가지는 특별부담금으로서의 허용요건을 갖추지 못하였으며 깨끗하고 건강한 물을 공급하는 국가의 공적 과제는 국민의 세금을 바탕으로 국가의 일반회계에서 지출되어야 하기 때문에 수계관리기금 역시 헌법적 정당성이 없다. 헌법재판소는 이번 결정에서 조세와 부담금의 차이와 구별에 대한 본질적인 성찰을 방기하고 결과적으로 국민의 재산권과 환경권 등을 수호하는 역할보다는 물이용부담금이라는 정부의 현실적인 재정수단을 정당화하는 단순한 논리를 제시하는데 그쳤다는 점에서 지난 30여년 간의 자랑스러운 전통에도 불구하고 그 존립 근거에 대한 심각한 우려를 자아내는 결정이라고 혹평하지 않을 수 없다. 결정문에 언급은 하고 있지만 학교용지부담금결정 등 최소한 자신의 선례와 치열하게 비교하여 물이용부담금의 헌법적 정당성 여부를 따지는 성의를 보였어야 한다. 사실 물이용부담금와 법체계가 유사한 것으로서 전기사업법 제51조 제1항에 따라서 일반 국민인 전기사용자를 납부의무자로 보고 전기요금에 부가하여 부과하는 전력산업기반 부담금 등 국민들이 잘 모르지만(그 이유는 수도요금과 전기요금 청구서 구석에 슬쩍 끼어 넣기 때문이지만) '정부의 숨겨진 지갑'과 수많은 부담금에 대해서 헌법재판소가 과연 엄정한 평가를 내릴 수 있는 의지와 능력이 있는지 지극히 회의적이다. 그래서 상식적인 질문을 스스로 던져본다. "헌법재판소는 왜 있는 것이지?" 김성수 교수 (연세대 로스쿨)
수돗물
상수원
물이용부담금
김성수 교수 (연세대 로스쿨)
2020-09-24
노동·근로
행정사건
- 대법원 2020. 9. 3 선고 2016두32992 전원합의체 판결 -
전교조 법외노조통보의 법적 성질과 문제
Ⅰ. 사실관계 2013년 9월 23일 당시 노동부장관(현재는 고용노동부장관)이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라 한다)에 대하여 "두 차례에 걸쳐 해직자의 조합원 가입을 허용하는 규약을 시정하도록 명하였으나 이행하지 않았고 실제로 해직자가 조합원으로 가입하여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는 이 사건 부칙 조항을 2013년 10월 23일까지 교원노조법 제2조에 맞게 시정하고 조합원이 될 수 없는 해직자가 가입·활동하지 않도록 조치할 것을 요구하였다. 그러나 전교조는 시정요구에 따른 이행을 하지 않았고 이에 피고는 2013년 10월 24일 교원노조법 제14조 제1항, 노동조합법 제12조 제3항 제1호, 제2조 제4호 라.목 및 교원노조법 시행령 제9조 제2항, 노동조합법 시행령 제9조 제2항에 의하여 원고를 '교원노조법에 의한 노동조합으로 보지 아니함'을 통보하였다('이 사건 법외노조 통보'라 한다). Ⅱ. 대상판결의 요지 1. 법외노조통보는 이미 법률에 의하여 법외노조가 된 것을 사후적으로 고지하거나 확인하는 행위가 아니라 그 통보로써 비로소 법외노조가 되도록 하는 형성적 행정처분이다. 이러한 법외노조 통보는 단순히 노동조합에 대한 법률상 보호만을 제거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헌법상 노동3권을 실질적으로 제약한다. 그런데 노동조합법은 법상 설립요건을 갖추지 못한 단체의 노동조합 설립신고서를 반려하도록 규정하면서도 그보다 더 침익적인 설립 후 활동 중인 노동조합에 대한 법외노조통보에 관하여는 아무런 규정을 두고 있지 않고 이를 시행령에 위임하는 명문의 규정도 두고 있지 않다. 더욱이 법외노조통보제도는 입법자가 반성적 고려에서 폐지한 노동조합 해산명령 제도와 실질적으로 다를 바 없다. 결국 이 사건 시행령 조항은 법률이 정하고 있지 아니한 사항에 관하여 법률의 구체적이고 명시적인 위임도 없이 헌법이 보장하는 노동3권에 대한 본질적인 제한을 규정한 것으로서 법률유보원칙에 반한다. 2. 피고는 이 사건 시행령 조항이 유효함을 전제로 이에 근거하여 이 사건 법외노조통보를 하였다. 앞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시행령 조항은 헌법상 법률유보원칙에 위반되어 그 자체로 무효이다. 따라서 이 사건 시행령 조항에 기초한 이 사건 법외노조통보는 그 법적 근거를 상실하여 위법하다. Ⅲ. 문제의 제기 하급심(서울고법 2016. 1. 21 선고 2014누54228판결; 서울행정법원 2014. 6. 19 선고 2013구합26309 판결)에서의 판단과는 달리 대상판결은 법외노조통보의 위법성을 확인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하였다. 12인의 대법관이 참여하여 10인의 대법관은 이 사건 법외노조통보가 위법한 것으로 본 반면 이기택·이동원 대법관은 그것이 적법하다고 보았다. 그리고 그 다음날 고용노동부가 법외노조통보를 취소하였고 전교조가 교원노조법에 따른 노동조합의 지위를 회복하게 되었다고 설명한다. 근 7년의 소송 끝에 국가 전체를 달구었던 오랜 숙제가 해소되었다. 대상판결의 판시와 관련해서 특기할 만한 점은 다수의견 및 별개의견, 반대의견이 각기 법학방법론, 해석론 및 입법론에 바탕을 두고서 매우 상반된 입장을 개진하였는데 특히 상호 간에 매우 비판적이고 직설적인 언급을 하고 있다. 가령 반대의견이 "다수의견의 입장은 이 사건 법률 규정이 그 자체로 완결적인 규정임을 간과한 것이거나 이 사건 시행령 조항이 무효라는 결론을 위하여 법규정의 의미를 임의로 축소하는 편의적 해석일 뿐"이라고 지적하였는데 종래 대법원 판례에서 보기 드문 일이다. 개개의 행정법, 공법적 쟁점에 관한 상론은 다른 곳에서 하고 여기선 법외노조통보의 처분성 여부 및 그 법적 성질에 초점을 맞추어 검토하고자 한다. Ⅳ. 법외노조통보의 처분성 여부 다수의견 8인의 대법관은 법외노조통보의 직접적 근거가 된 교원노조법 시행령 제9조 제2항 및 노동조합법 시행령 제9조 제2항의 위헌성을 적극적으로 논증하여 법률유보의 차원에서 법외노조통보의 위법성을 접근하였는데 반면 김재형·안철상 대법관은 별개의견으로 법외노조통보 그 자체의 위법성을 논증하였다. 다만 기본적 시간에서 헌법의 차원에서 바라보는 입장(김재형 대법관 별개의견)과 수익적 행정처분의 취소철회의 차원에서 바라보는 입장(안철상 대법관 별개의견)으로 나뉜다. 법외노조통보의 처분성 여부는 하급심에서 피고측이 본안전 항변으로 "교원노조법 제1조, 제2조, 제14조 제1항, 노조법 제2조 제4호 라.목 단서에 의하여 원고를 교원노조법상 노동조합으로 보지 아니하는 효과가 곧바로 발생한다. 따라서 이 사건 통보는 원고에 대하여 교원노조법상 노동조합으로 보지 아니하는 효과가 발생하였음을 단순히 확인해 주는 사실 또는 관념의 통지에 해당한다"고 주장하였으나 주효하지 않았다. Ⅴ. 법외노조통보의 법적 성질 법외노조통보의 법적 성질과 관련해서 다수의견은 그것을 형성적 행정처분으로 보는 반면 김재형 대법관의 별개의견은 확인적 행정처분으로 보는데 이는 사안을 법률유보의 원칙 및 위임입법의 법리의 차원에서 접근하는 것에 대한 입장의 차이를 낳는다. 반대의견 역시 김재형 대법관의 별개의견과 마찬가지로 확인적 성질을 인정하기에 다수의견의 입장에 대해 매우 강한 비판을 하였다. 결국 이 문제는 "근로자가 아닌 자의 가입을 허용하는 경우에는 노동조합으로 보지 아니한다"는 노동조합법 제2조 제4호의 성격의 문제이다. 여기서 '노동조합으로 보지 아니한다'는 -그것의 타당성은 차치하고서- 노동조합법상의 노동조합이 될 수 없다는 입법자의 의사를 표방한 것이다. 즉 노동조합의 적격성(허용성)의 물음이다. 이 점에서 논증의 출발점을 시행령이 아닌 법률에 둔 김재형 대법관의 별개의견과 이기택·이동원 대법관의 반대의견은 바람직하다. 확인적 행정행위의 기능은 개별사건과 관련하여 법적으로 중요한 특성을 구속적으로 확인하거나 부인하는 데 있는데 그것은 행정청과 수범자를 위해 법효과를 증명하는 의사(意思)로써 행해진다(김중권, 행정법, 235면). '교원노조법에 의한 노동조합으로 보지 아니함'을 통보한다는 자체는 이미 법효과가 발생하였음을 전제로 한다. 따라서 법외노조통보에 의해 비로소 전교조가 법외노조로 된 것이 아니다. 다수의견의 지적처럼 현재의 법외노조 통보제도가 설령 사실상 폐지된 노동조합 해산명령 제도와 그 주체, 대상, 절차 및 효과 등이 모두 동일하다 하더라도 그것이 법률상의 노동조합의 적격성 규정에서 비롯된 이상 법률 자체의 문제이지 결코 시행령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법외노조통보를 하기 전에 시정명령을 통해 노동조합의 부적격 상황을 해소할 기회를 제공하는 점과 설령 마치 수리를 요하는 신고인양 취급되나 기본적으로 노동조합의 설립이 신고제에 해당하는 점에서 법외노조 통보를 창설적인 설권적 처분으로 보는 것은 체계에 반한다. 이처럼 법외노조통보를 확인적 처분으로 접근하는 이상 법외노조통보의 법적 성질을 노동조합 설립신고 수리처분의 철회로 보고서 이익형량과 비례원칙의 차원에서 검토하는 안철상 대법관의 별개의견 역시 수긍하기 힘들다. 특히 법외노조통보가 기속행위인 점에 더욱 그러하다. Ⅵ. 관견(管見): 어떻게 접근하여야 하는가? 법원은 과거사를 다루지만 과거분석과 과거평가로부터 현재는 물론 미래를 결정하는 권력이다. 판례(Rechtsprechung)는 법(Recht)을 말하는 것(Sprechen)이다. 실현되고 있는 법의 타당근거(妥當根據)는 과거에 있는 것이 아니라 현재에 있다(김형배, 법학방법론, 1981, 41면). 따라서 법을 말한다는 것은 민주적 법치국가에서는 개별사례를 위해 법률의 언명을 현재에 맞게 해석하는 것을 의미한다. 판례는 사전에 규정된 것(입법)을 사후에 말하는 것 이상(以上)이며 항상 불완전한 규정을 숙고하여야 한다. 결국 법원은 법률에 의한 미래선취의 범주에서 법치국가의 미래개방성을 보장한다. 다만 법률흠결을 메우기 위해 적극적인 법형성을 통해 '창조적 법발견'이 강구되더라도 그것이 입법이 되어선 곤란하다. 일찍이 대법원 2014. 4. 10. 선고 2011두6998 판결을 평석하면서 필자는 "사안에서 쟁점대상은 신고제에서 실질적 심사의 문제가 아니라 법규정{노동조합법 제2조 제4호 (라)목}을 중심으로 해직자가 완전히 배제된 현재의 근로자만이 조합원이 될 수 있는 것으로 본 해석의 문제이다. 처음부터 근로자가 아닌 경우에는 그 비근로자를 조합원으로 하는 조합의 설립을 불허하는 것이 정당화될 수 있지만 해직자의 경우에는 그리고 사안처럼 기왕의 조합을 합병하여 조합을 설립하는 경우에는 나름의 (판례의) 법형성적 접근도 강구할 만하다. 나아가 사안에 대한 노동조합법 차원의 문제인식이 필요하다"고 지적하였다(김중권, 안암법학 제47호, 2015.5., 9면). 시대와 호흡하지 못하고 현실의 상황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현재의 법상황이 문제인데 이런 문제인식을 어떻게 구현하는지가 관건이다. 비록 서울고법 2016. 1. 21 선고 2014누54228 판결의 재판부가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을 한 것에 대해 헌법재판소의 합헌 판단이 내려졌지만(헌법재판소 2015. 5. 28. 선고 2013헌마671 결정 등) "만일 법에 정당성이 부족하다고 본다면 헌법재판소에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하거나 국회에 법개정을 청원하여야 할 것"이라고 반대의견이 지적한 것처럼 위헌법률심판을 통해 해결되는 것이 정도이다. 일찍이 대법원 2012. 4. 26. 선고 2011도6294 판결은 별다른 추가적 요건을 설정하지 않고서 집회미신고를 집회해산명령의 요건으로 규정하고 있는 법상황에 즈음하여 추가적 요건을 더해서 집회해산명령을 정당화시켰다. 이처럼 현행법의 해석의 차원(de lege lata)에서 기본권과 노동조합의 본질 등에 의거하여 새로운 해석의 방법으로 현안의 문제점을 타개하지 않은 것이 아쉽다. 김중권 교수(중앙대 로스쿨)
전교조
법외노조
해직교사
노동조합법
김중권 교수(중앙대 로스쿨)
2020-09-21
민사일반
- 대법원 2018. 10. 30. 선고 2014다235189 전원합의체 판결 -
관급공사 도급계약에서 발생하는 간접비에 대한 소고
우선 지면상 ① 국가계약법(이하 관급공사 도급계약에 적용되는 각 법률 및 법령을 통칭하여 '국가계약법')상 다년도계약 체결 방식은 계속비계약과 장기계속계약으로 나뉜다는 점 ② 장기계속계약에서 수급인 측의 귀책사유 없이 총공사기간이 연장될 경우 추가 간접비가 발생하는 구조와 이를 청구하기 위한 요건 및 필요성 등에 대해서는 상세히 논하지 못함과 각주로 처리하지 못하는 부분들이 존재함을 미리 밝힌다. 다만 독자의 이해를 위하여 예를 들어 7년의 장기계속계약에서는 7년을 명시한 총괄계약이 먼저 체결되고 이후 매년 1년짜리 차수별계약이 별도로 체결되면서 그 해의 공사비용도 정산하여야 하는데 간접비의 경우는 누구의 책임으로 공사가 지연되었는지를 함께 밝혀야 하기 때문에 해당 연도에 발생한 추가 간접비를 청구하지 못한 채로 다음 연도로 넘어가는 일이 자주 발생하게 된다는 점 정도만 간략히 기재한다. I. 대상판결(대법원 2018. 10. 30. 선고 2014다235189 전원합의체 판결) 사건의 경과 서울 지하철 7호선 연장공사(이하 '이 사건 공사')의 수급인인 원고들은 이 사건 공사기간이 약 2년간 연장됨에 따른 추가 간접비를 청구하게 되었다. 1·2심에서는 원고들의 손을 들어주었으나 대상판결은 장기계속계약에서의 총괄계약에 기재된 총공사기간이나 총공사금액에는 법적 구속력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하면서 원심판결을 파기·환송하였다. II. 대상판결의 분석 1. 대상판결에서의 쟁점 대상판결에서는 장기계속계약 방식의 관급공사 도급계약에서 이미 지난 차수의 공사기간에서 발생한 추가 간접비를 총괄계약 종료 전이기만 하면 청구할 수 있는지가 주요 다툼의 대상이 되었고 그 결과 장기계속계약에서 총괄계약과 각 차수별 계약의 법리적 성격을 어떻게 보아야 하는지(구체적으로는 총괄계약상 총공사기간의 계약상 구속력이 인정될 수 있는지)로 쟁점이 집중되었다. 2. 다수의견과 소수의견의 요지 대상판결의 다수의견은 장기계속계약에서의 총괄계약상 전체적인 사업 규모나 공사금액, 공사기간 등에 대해서는 구속력이 직접 미치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리고 그 근거로서 예산일년주의나 차수별 준공대가 수령 전 계약금액 조정 신청의무 조항 등을 들었다. 반면 소수의견은 총공사기간 등에 구속력이 인정된다고 하면서 그렇지 않으면 이는 계약 상대방에게 불이익을 강요하는 것이라고 하였다. 3. 다수의견에 대한 비판적인 고찰 대상판결은 아래와 같은 점들에서 타당하지 않다고 생각된다. 가. 처분문서 해석의 법리에 반하는 결과 - 계약 당사자들의 의사 및 실무례 대상판결은 국가계약법상 계약이 공공기관 등과 계약 상대방이 대등한 지위에서 체결하는 사법상 계약임을 강조하고 있다. 위와 같은 결론과 처분문서 해석에 관한 대법원의 태도를 종합하면 총공사기간의 구속력에 대하여 계약의 양 당사자가 어떠한 의사를 가지고 있었는지와 통상 실무상 어떻게 취급되어 왔는지에 의하여 계약이 해석되어야 한다. 총공사기간 7년의 장기계속계약이 체결될 때 당사자들이 '7년짜리 계약을 1년으로 쪼개어 체결한다'고 생각하는 것인지 아니면 '1년짜리 계약을 체결하다 보니 7년이 되었다'고 생각하는 것인지의 문제이다. 실무상 당사자들은 총공사기간 동안 하나의 공사가 진행되는 것을 전제로 현장사무소를 운영하는 것이 통상적이고 차수별계약이라는 형식적인 시간대 별로 나누어진 공사를 한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나. 계약 상대방에 대한 불이익을 금지하는 일반조항을 후퇴시키는 결과 발생 총공사기간의 구속력 유무에 대한 결론과 무관하게 국가계약법상 일반원칙은 여전히 관급공사 도급계약에 적용된다. 국가계약법 제5조는 계약 상대방에 대한 불이익을 금지하는 대원칙을 규정하고 있다. 지방자치단체계약법과 '공기업·준정부기관 계약사무규칙' 또한 마찬가지이다. 국가계약법상 다년도계약은 예산이 확보된 계속비계약에 의하는 것이 원칙이나 장기계속계약은 오로지 발주자의 사정이나 편의에 의하여 체결되는 것이다. 따라서 계속비계약이 아닌 장기계속계약 방식으로 계약이 이행됨에 따라서 수급인인 민간 사업자가 입게 될 수 있는 불이익에 대해서는 보다 엄격한 판단이 이루어져야 한다. 특히 장기계속계약 제도는 일본의 회계법에 규정된 것을 도입한 것인데 일본의 경우는 장기계속계약의 적용범위를 전기·가스·수도 및 공공전기통신 역무 등 해당 연도에 이루어진 역무 범위를 특정하기 쉬운 종류에 한정시키고 있는 반면 우리나라는 대형공사에까지 확대시키고 있어 계약 상대방의 이익을 보호해주어야 할 필요성은 더욱 크다. 따라서 해당 차수별 기간으로 계약상 권리의무를 제한하는 법리를 장기공사에 적용함에는 매우 신중한 고려가 필요하다. 국가계약법상 장기계속공사계약에 따른 계약금액 조정 청구는 각 차수별 준공대가 수령 전에 이루어져야 한다고 규정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이를 간접비를 청구하는 경우까지 형식적으로 적용하게 된다면 발주자 측의 일방적 사정으로 장기계속계약 방식을 택하는 것이 현실인 점을 고려할 때 계속비계약을 체결하는 경우보다 불리한 조건을 계약 상대방에게 강요하는 결과가 되어 부당특약금지의 원칙에 반하게 된다. 다. 국가계약법상 계약금액 조정 관련 조항의 규정 목적(예산 확보로 인한 결과 및 부실공사 방지)에 반하는 결과 발생 국가계약법상 계약금액 조정 제도를 둔 이유는 ① 세수의 증가로 계약금액을 증액해 줄 예산 재원의 확보 ② 건설비용의 증가에 따라 계약금액을 증액하지 않을 경우 발생하는 부실공사 방지에 있다. 간접비는 차수별계약의 특정 기간에만 영향을 미치는 비용이 아님에도 그 시적 한계만을 강조하여 청구가 허용되지 않는다면 이는 그만큼의 부실공사가 발생할 가능성을 높게 하는 결과로 이어지게 된다. 장기계속계약이라는 특수한 형태의 계약방식으로 인하여 계약의 적정한 이행이라는 대원칙이 훼손되는 결과까지 입법자가 의도하였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이다. 라. 국가계약법상 사인으로서의 지위와 공적기관으로서의 지위가 적용되어야 할 영역이 오히려 바뀐 해석 국가계약법에는 발주자에게 공적기관으로서의 지위를 강조하는 영역이 있다. 계약금액의 조정과 관련된 부분이 그러한 영역 중 하나이다. 대상판결은 발주자가 예산을 확보하여 둔 경우보다 더 가혹하고 불리한 결과를 계약 상대방으로 하여금 감내하도록 하고 있다. 이미 불리한 지위에서 장기계속계약을 체결한 사인에게 재차 사적자치의 원칙을 강조하여 간접비를 포기해야 한다고 하는 것이 이러한 영역에서의 해석상 타당한지 의문이다. 대상판결의 결론은 국가계약법이 예정하는 강조점(공적기관으로서의 지위에서 계약금액 조정에 성실히 응할 의무의 존재)을 고려하지 않은 결과라는 비판을 면하기가 어렵다. 마. 간접비 리스크의 부정적 영향 발생 대상판결에 따르더라도 계약 상대방이 매 차수별 준공시마다 간접비를 발주자에게 청구하면 되므로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에는 두 가지 어려움이 있다. 첫째는 증명의 어려움인데 추가 간접비를 청구하기 위해서는 단순한 액수 외에도 계약 상대방의 귀책사유가 아니라는 점을 밝혀야 한다. 둘째는 부정당업자 제재처분이다. 관급 공사의 수주 비율이 높은 우리나라의 건설업계에서 위 처분은 사실상 사형처분에 해당한다고 할 정도로 기업의 존폐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다. 그러므로 계약 상대방으로서는 남은 계약기간 동안 발주자와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느냐 아니면 분쟁의 소지가 발생하더라도 매년 발주자에게 불리한 사유를 주장하면서 간접비를 청구하느냐의 갈림길에서 전자를 선택할 가능성이 높을 것이다(그런데 간접비 청구 포기는 배임의 문제를 발생시킬 우려가 있어서 선택을 어렵게 한다). 이와 같은 리스크로 인하여 건설회사들로서는 공사입찰에 참여할지 여부에 대해서 고민을 할 수밖에 없다. 우량한 업체의 경우 리스크를 부담하기 싫어 입찰을 포기하게 되고 리스크에도 불과하고 일단 낙찰을 받기에 급급한 업체들만이 입찰에 참가하는 결과가 발생하게 될 가능성이 높은데(이는 재정자립도가 낮은 지방자치단체가 발주하는 공사의 경우 더욱 그러할 것이다) 국가계약법이 이와 같은 결과를 의욕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이다. III. 맺으며 법리적인 관점에서만 볼 때 대상판결이 명백히 잘못되었다고 볼 수는 없을 것이다. 다만 국가계약법상 장기계속계약 방식이 대규모 공사에 대해서도 도입되어 버린 점, 수없이 체결되었고 앞으로도 체결되어야 할 장기계속계약들의 이행 실무, 국가계약법상 계약금액 조정 관련 조항은 부실공사를 방지함에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소수의견이 타당하다고 생각된다. 최근 발의된 국가계약법 개정안에는 장기계속계약상 총공사기간의 구속력을 인정하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는바 이는 사법적 판단을 회피하기 위한 개정이 아니라 사법적 판단을 열어주기 위한 개정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이준민 교수 (전남대 로스쿨·변호사)
공사대금청구
장기계속공사계약
대림산업
서울시
이준민 교수 (전남대 로스쿨·변호사)
2020-09-14
지식재산권
형사일반
- 대법원 2020. 1. 30. 선고 2018도14446 판결 -
상표권 계약위반과 권리소진
1. 서론 상표권 계약위반의 경우 권리소진의 원칙이 적용되는가? 용어부터 생소한 권리소진(權利消盡)의 원칙(the rule of exhaustion) 또는 최초판매이론(the first sale doctrin)이란 특허권이나 상표권 또는 저작권의 행사로 인해 제작된 물품이 시장에 유통되는 경우 해당 권리자가 이에 대하여 재차 권리를 행사할 수 없다는 원칙을 말한다. 이론상 상품이 유통되는 모든 단계에서 상표권자의 허락이 필요하지만 상표권자가 상품을 판매한 경우 상표권은 완전히 행사된 것으로 소진되고 이후 상표권자는 그 상품이 추가적으로 유통되는 것을 통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세계 각국의 법원 및 학계는 권리소진의 원칙을 받아들여 지식재산권과 소유권 사이의 조화를 도모하고 있다. 그런데 통상사용권자가 상표권자와의 계약에 위반하여 상품을 판매한 경우에도 권리소진의 원칙이 적용되는지는 일률적으로 답하기 어려운 문제로서 국내에서는 아직 논의가 충분하지 않고 대법원 판례도 없었다. 국제적으로는 미국 연방대법원의 2008년 Quanta 판결 및 2017년 Lexmark 판결, 그리고 유럽사법재판소(CJEU)의 2009년 Dior v. Copad 판결 등에서 활발한 논의가 있는데 위 각 사안은 특정한 계약위반의 경우에 적용되는 것이라는 한계가 있었다. 최근 선고된 대법원 2020. 1. 30. 선고 2018도14446 판결은 계약위반과 상표권의 소진에 관한 일반적인 판단기준을 처음으로 제시하였다. 상세한 논증은 졸고, '상표권 계약위반과 권리소진{사법 제52호(2020. 7.)}'를 참조하시길 바란다. 2. 사안의 개요 'Metrocity' 브랜드 상표권자는 통상사용권자와 상표권사용계약을 체결하며 인터넷쇼핑몰에서의 판매를 제한하였다. 이후 통상사용권자가 계약조건을 위반하여 인터넷쇼핑몰울 운영하는 피고인에게 시계를 공급하고 피고인이 인터넷으로 판매하였는데 검찰은 피고인이 상표권자의 동의를 받지 않고 인터넷으로 상품을 판매한 것은 상표권 침해죄에 해당한다고 기소하였다. 피고인은 상표권 소진 주장 및 침해 고의가 없다는 주장을 했으나 1심과 2심 모두 유죄를 인정하며 벌금형을 선고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2심 판결을 파기하며 '계약상 부수적인 조건을 위반하여 상품이 유통된 경우까지 일률적으로 권리소진의 원칙이 배제된다고 볼 수 없고 계약의 구체적인 내용, 상표의 주된 기능인 상표의 상품출처표시 및 품질보증 기능의 훼손 여부, 상표권자가 상품 판매로 보상을 받았음에도 추가적인 유통을 금지할 이익과 상품을 구입한 수요자 보호의 필요성 등을 종합하여 상표권의 소진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고 하였고 피고인의 고의도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3. 대상판결의 검토 가. 학설 국내 상표법 분야에서는 '계약의 본질적 내용을 기준으로 권리소진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는 견해가 제기된바 있으나 본격적인 논의는 찾기 어렵다. 특허법 분야에서는 계약위반은 채무불이행 문제일 뿐이라는 견해와 특허권 침해에 해당한다는 견해가 대립하고 있고 저작권법 분야에서는 이용방법과 조건을 구분하는 견해, 저작권의 본래적 내용 여부를 구분하는 견해 등 다양한 의견이 국내 및 일본에서 제시되고 있다. 나. 국내의 판결 대법원 2003. 4. 11. 선고 2002도3445 판결은 상표의 권리소진과 그 적용 범위를 명시한 최초의 판결이고 이후 병행수입에 관한 일련의 대법원 판결(대법원 2006. 10. 13. 2006다40423 판결 등)이 있었으나 계약위반과 상표권의 소진에 관한 판례는 없었다. 하급심에서는 특허법원 2018. 10. 10. 선고 2018나1343 손해배상 사건 등에서 계약위반과 상표권의 소진이 문제되었으나 대법원의 법리 설시까지 이어지지는 않았다. 다. 외국의 판결 먼저 미국에서는 19세기 후반부터 특허품의 자유로운 유통을 허용하기 위해 최초판매의 원칙이 생성되어 왔는데 종래 미국의 판례는 특허권자가 적법한 제한을 가하여 특허품을 판매하는 경우에는 특허권이 소진되지 않는다는 취지로 판시해 왔으나 연방대법원의 2008년의 Quanta 판결, 2017년 Lexmark 판결을 통해 권리소진을 넓게 인정하는 방향으로 바뀌고 있다고 설명된다. 2008년 연방대법원의 Quanta v. LG 판결은 일부 계약조건에 위반된 경우에도 권리소진을 인정했으나 이는 허락된 판매(Authorized Sale)에 해당하는지가 문제된 사안으로 계약위반과 권리소진을 직접 다룬 것은 아니었다. 이후 2017년 미국 연방대법원은 Lexmark 판결에서 "특허권자가 특허품을 판매하기로 결정하면 특허권자가 부과하는 어떠한 제한에도 불구하고 해당 특허권은 소진된다"고 판단하여 권리소진의 적용범위를 넓혔으나 Lexmark case는 '특허권자에 의해' 최종소비자에게 판매가 적법하게 이루어졌고 다만 판매 후의 반환조건(post sale restriction, PSR)만이 추가된 것이므로 통상사용권자에 의해 판매된 우리 대상판결의 사안과는 차이가 있다. 2009년 유럽사법재판소(CJEU)의 Copad v. Dior 판결은 소위 '선택적 판매망(selective distribution)'에 관한 것으로 대상판결 사안과 유사하다. 선택적 판매망 시스템이란 특정한 양적·질적 조건을 충족하는 허가받은 판매업자에게만 물품을 공급하고 해당 판매업자는 소비자 또는 (위 네트워크 내의) 허가받은 재판매업자에게만 물품을 공급하기로 하는 약정을 말하는데 CJEU는 위 사건에서 고급 브랜드(luxury brand)의 선택적 공급 약정(할인매장에서의 판매 금지) 위반은 채무불이행(breach of contract) 뿐만 아니라 상표권 침해(infringement)에도 해당하고 제3자에 대해서도 침해금지를 구할 수 있다고 판단하였다. 이는 단지 라이선스 계약 위반 때문이 아니고 사치품에 있어서 할인매장 판매는 상표의 명성을 손상시키는 것으로서 유럽상표지침 7(2)에 규정된 권리소진의 예외조항 중 품질손상에 해당하기 때문이라고 설명된다. 다만 사치품이 아닌 일반 제품에까지 위 법리가 적용되는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일본에서는 특허와 관련된 2003년 5월 27일 오사카 고등재판소 판결이 계약 위반과 관련된 쟁점을 다루며 '특허권자는 라이선스 계약에서 라이선스 범위를 한정할 수 있으나 특허발명의 실시와 직접적 관련이 없는 부수적 조건의 위반은 채무불이행에 불과하며 특허침해가 아니다'고 한 바 있다. 라. 종합적인 검토 먼저 계약 조건에 위반하여 통상사용권자가 물품을 유통한 경우 항상 권리소진의 원칙이 배제된다고 보기는 어렵고 계약 위반행위에 대해 지식재산권 침해를 인정하는 범위는 제한하여 해석해야 한다. 모든 계약위반의 경우 권리소진의 원칙이 적용되지 않는다면 당사자들의 합의로 지식재산권 침해가 성립하는 범위를 형성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고 이는 계약위반으로 규율할 수 있는 문제이며 거래의 안전을 보호할 필요도 있다. 계약을 위반하여 상품이 유통되었다고 해도 이는 진정상품에 해당하여 사실상 상품출처의 혼동이나 품질에 대한 오인의 우려가 없으며 앞서 본 미국 및 유럽의 판결 역시 계약조건 위반만으로 바로 권리침해를 인정하지 않고 권리소진 원칙의 이론적 배경, 해당 지식재산권 분야에서 충돌하는 이익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합리적인 결론을 도출하려는 태도이기도 하다. 구체적으로는 상표사용계약에 있어서 지정상품, 존속기간, 지역 등 통상사용권의 범위는 통상사용권계약에 따라 부여되는 것이므로 이를 넘는 통상사용권자의 상표 사용행위는 상표권자의 동의를 받지 않은 것으로 볼 수 있으나 통상사용권자가 계약상 부수적인 조건을 위반하여 상품을 양도한 경우까지 일률적으로 상표권자의 동의를 받지 않은 양도행위로서 권리소진의 원칙이 배제된다고 볼 수는 없다. 그 판단기준으로는 계약의 구체적인 내용, 상표의 주된 기능인 상표의 상품출처표시 및 품질보증 기능의 훼손 여부, 상표권자가 상품 판매로 보상을 받았음에도 추가적인 유통을 금지할 이익과 상품을 구입한 수요자 보호의 필요성 등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할 것이고 대상판결의 사안에서는 권리소진이 인정되었다. 4. 결론 최근 선고된 대법원 2020. 1. 30. 선고 2018도14446 판결은 계약위반과 권리소진의 판단기준을 처음으로 제시했을 뿐만 아니라 기존의 국제적인 논의에서도 한걸음 더 나아간 것에 그 의의가 있다. 상표법은 상표를 보호함으로써 상표 사용자의 업무상 신용 유지를 도모하여 산업발전에 이바지하고 수요자의 이익을 보호함을 목적으로 하는 것으로(상표법 제1조) 권리소진 원칙의 적용에 있어서도 충돌하는 이익 사이의 균형 있는 조화가 필요하다. 다만 구체적인 사안별로 계약위반과 권리소진의 원칙의 적용 여부를 판단하는 것은 여전히 어려울 것이나 위 판결을 계기로 향후 더 발전된 논의가 이루어지기를 기대한다. 김민상 부장판사 (창원지법·前 대법원 재판연구관)
상표법
상표권침해
통상사용권자
김민상 부장판사 (창원지법·前 대법원 재판연구관)
2020-09-10
민사일반
- 대법원 2020. 5. 21. 선고 2018다287522 전원합의체 판결 -
소수지분권자에 대한 다른 소수지분권자의 방해배제·인도청구
1. 사안의 개요와 쟁점 ① A와 B가 각 2분의 1 지분으로 공유하는 토지 중 A의 지분은 甲이 단독으로 상속하고 B의 지분은 乙이 형제들과 함께 공동으로 각 상속하였다. ② 그 후 乙은 토지의 일부(7732㎡ 중 6432㎡)에 소나무를 심어 그 부분 토지를 독점적으로 점유하고 있다. ③ 甲(2분의 1 지분권자)은 乙(14분의 1 또는 17분의 1 지분권자)을 상대로 소나무 등 지상물의 수거, 토지의 인도, 부당이득의 반환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다. 위 사안과 같이 공유 토지의 소수지분권자(乙)가 다른 공유자와 협의 없이 지상물을 설치하는 등 그 토지의 전부 또는 일부를 독점적으로 점유하는 경우 다른 소수지분권자(甲)는 지상물 제거와 토지 인도를 청구할 수 있는가? 또 그 근거는 무엇인가? 2. 기존판례와 대상판결의 요지 기존판례(대상판결 전의 판례)는 공유물을 점유하는 소수지분권자(乙)에 대하여 다른 소수지분권자(甲)가 부동산 인도(또는 건물철거 및 토지인도)를 청구한 사안에서 甲은 '보존행위로서' 위 청구를 할 수 있다는 입장을 취하여 왔다. 대상판결(다수의견)은 위 사안에서 乙의 독점적 점유는 위법하고(기존판례도 같음), 甲은 乙의 위법한 점유를 배제하기 위하여 방해배제청구를 할 수 있을 뿐이며(기존판례와 결론은 같으나 논거는 다름), 인도청구를 할 수는 없다고 보았다(기존판례와 결론·논거 모두 다름). 즉 원심은 기존판례에 따라 甲의 청구를 모두 인용하였으나 대상판결의 다수의견은 ①甲에게 독점적으로 점유할 권원이 없는 점, 乙에 대한 인도청구를 보존행위로 볼 수 없는 점 등을 이유로 인도청구 부분에 대한 판단을 파기·환송하였고 ②지상물 수거청구는 보존행위가 아니라고 보면서도(지분권에 기한 방해배제청구라고 보았음) 그 청구를 인용한 결론은 정당하다는 이유로 그 부분에 대한 상고를 기각하였다. 또한 대법원 2020. 6. 12.자 2020마5186 결정은 부부가 각 2분의 1 지분으로 공유하는 아파트 중 남편의 지분에 대한 강제경매절차의 매수인이 아파트를 독점적으로 점유하고 있는 부인을 상대로 부동산인도명령을 신청한 사안에서 대상판결의 법리를 원용하면서 위 신청을 인용한 원심결정을 파기·환송하였다. 3. 평석 가. 공유물 인도청구 배척의 근거 (1) 독점적 점유 권원의 부존재 대상판결은 공유물의 인도청구가 인용되기 위해서는 1)甲은 인도를 청구할 수 있는 권원이 있어야 할 뿐만 아니라 2)甲은 독점적으로 점유할 권원이 있고 乙은 점유할 권원이 전혀 없어야 한다고 보았다. 대상판결은 지분 비율에 따른 사용·수익권(민법 제263조)을 침해하는 위법상태(乙의 독점적 점유) 해소의 결과 또 다른 위법상태(甲의 독점적 점유)가 초래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하여 2)의 요건을 요구하고 있다. 甲은 소유자로서 소유물반환청구권(민법 제213조)이 있으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1)의 요건을 갖추게 된다. 그러나 지분 과반수의 결정(민법 제265조)이 없는 한 甲과 乙은 지분의 비율로 공유물을 사용·수익할 수 있으므로 2)의 요건을 갖출 수 없게 된다. 따라서 공유물을 무단 점유하는 제3자에 대한 인도청구는 2)의 요건을 갖추어 인용될 수 있지만 공유자인 乙에 대한 인도청구는 2)의 요건을 갖추지 못하여 배척되는 것이다. (2) 공유자 간 인도청구의 '보존행위' 불포함 기존판례와 같이 甲의 인도청구가 공유물의 보존행위(민법 제265조)에 해당한다고 보면 甲은 보존행위로서 인도청구를 할 수 있고 乙은 이를 수인하여야 한다. 인도청구의 보존행위성을 인정한다면 2)의 요건을 요구하더라도 그 요건을 갖추게 되므로 甲의 인도청구는 인용될 수 있다. 그러나 대상판결은 공유자 사이의 인도청구는 보존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봄으로써 이러한 가능성도 차단하였다. 즉 모든 공유자가 보존행위를 단독으로 할 수 있도록 한 취지는 그것이 긴급을 요하는 경우가 많고 특히 다른 공유자에게도 이익이 되는 경우가 보통이기 때문인데(93다54736), 甲의 인도청구는 乙의 이해와 충돌하게 되므로 보존행위에 포함된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3) 또 다른 위법상태의 초래 인도청구가 허용된다면 甲은 승소판결을 받아 인도집행을 신청함으로써 공유물을 인도받을 수 있다(민사집행법 제258조 제1항). 그러나 인도집행으로 甲이 독점적으로 점유하는 또 다른 위법상태가 초래될 뿐 '공유자 전원이 공동으로 공유물을 점유하여 사용·수익할 수 있는 상태(공동점유 상태)'가 달성되는 것은 아니다. 또한 현행법상 공동점유 상태를 실현할 소송이나 집행방법도 없다. 대상판결은 이러한 점도 논거로 제시하고 있다(김재형·안철상 대법관 보충의견). (4) 순환소송의 기판력 저촉 인도청구가 허용된다면 인도판결·인도집행으로 점유를 상실한 乙은 다시 甲에 대한 동일한 소송·집행으로 점유를 회복할 수 있게 되고 甲에 의하여 또 다시 이러한 소송·집행이 반복될 수 있다(순환소송·순환집행). 대상판결은 기판력 제도의 본질상 순환소송이 허용될 수 없다는 점도 그 논거로 제시하고 있다(이기택 대법관 보충의견). 나. 공유물 방해배제청구 인정의 근거 (1) 지분권에 기한 방해배제청구권 대상판결은 甲은 乙에 대하여 지상물 수거청구를 단독으로 할 수 있으며 이는 보존행위(민법 제265조)가 아니라 방해배제청구(민법 제214조)에 해당한다고 보았다. 즉 공유지분권의 본질은 소유권이고 사용·수익권은 소유권의 가장 기본적이고 핵심적인 권능에 속하는데(민법 제211조) 乙의 독점적 점유는 甲 등의 사용·수익권을 침해하는 것이므로 甲은 지분권에 기하여 공유물에 대한 방해상태 제거나 행위 금지 등을 단독으로 청구할 수 있다는 것이다. (2) 공유자 간 방해배제청구의 '보존행위' 불포함 대상판결은 지상물 제거와 같은 공유물 방해배제청구는 보존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시하면서 그 논거는 제시하지 않았다. 이 경우에도 인도청구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甲과 乙의 이해가 충돌한다는 점에 착안한 것이라고 할 것이다. (3) 공동점유 상태의 직접 실현 대상판결은 인도청구를 허용하지 않고 방해배제청구를 인정하면 甲이 독점적으로 점유하는 중간과정 내지 위법상태를 거치지 않고 적법한 공동점유 상태를 곧바로 달성할 수 있다고 보았다. 다. 적용범위 첫째 대상판결의 법리는 乙이 공유물을 대여하여 제3자가 독점적으로 점유하는 경우에도 적용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따라서 이러한 경우 甲은 그 제3자를 상대로 인도를 청구할 수 없다고 할 것이다(김재형·안철상 대법관 보충의견). 둘째 대상판결의 법리는 지상물제거(건물철거 등)·토지인도 청구의 경우뿐만 아니라 건물퇴거·건물철거·토지인도 청구의 경우에도 적용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예를 들어, 甲·乙이 각 2분의1 지분으로 공유하는 토지에 乙이 무단 건축한 건물을 丙이 乙로부터 임차하여 점유하는 경우 甲의 토지인도 청구는 허용되지 않지만 丙에 대한 퇴거청구 및 乙에 대한 철거청구는 방해배제청구로서 허용된다고 할 것이다. 라. 관리·보존행위 해당 여부에 관한 판례이론 (1) 과반수 지분의 결정으로 점유하는 경우 과반수 지분의 결정으로 일부 공유자(특히 그 과반수지분권자) 또는 대여받은 제3자가 공유물을 점유하는 경우 그 결정 내지 점유는 적법한 관리행위 내지 관리방법(민법 제265조)으로서 모든 공유자에 대한 관계에서 유효하므로 소수지분권자는 인도('방해배제 및 인도' 포함, 이하 같음)를 청구할 수 없다. (2) 소수 지분의 결정으로 점유하는 경우 소수 지분의 결정으로 일부 공유자(특히 그 소수지분권자) 또는 대여받은 제3자가 공유물을 점유하는 경우 그 결정 내지 점유는 적법한 관리행위 내지 관리방법이 아니며 적어도 다른 공유자에 대한 관계에서는 무효이다. 따라서 '과반수지분권자'는 관리행위로서 그 점유자에 대하여 인도를 청구할 수 있다(81다653). 그러나 '다른 소수지분권자'는 앞서 살펴본 바대로 보존행위나 관리행위로서가 아니라 지분권에 기하여 방해배제를 청구할 수 있을 뿐이며 인도를 청구할 수는 없다. (3) 제3자가 무단 점유하는 경우 제3자가 무단 점유하는 경우 그 점유는 모든 공유자에 대한 관계에서 부적법·무효이다. 이 경우 각 공유자가 공유물의 인도를 청구할 수 있는 근거에 관하여 기존판례는 보존행위로 보았으나(66다800) 대상판결의 취지를 고려하면 甲은 지분권에 기하여 인도를 청구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마. 전망 대상판결에 의하면 향후 소수지분권자 사이의 순환소송·순환집행의 폐해나 소수지분권 매수인의 횡포는 현저하게 감소될 것이다. 또한 소수지분권자들은 서로 대등한 입장에서 공유물의 관리방법에 관한 협의를 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이재석 집행관 (안양지원·민사집행법학회 부회장)
무단독점
방해배제청구
토지인도
토지공유
이재석 집행관 (안양지원·민사집행법학회 부회장)
2020-09-03
민사일반
- 대법원 2019. 7. 25. 선고 2019다212945 판결 -
소멸시효 중단사유로서의 압류·추심명령 및 추심소송
[사실관계] 소외 회사는 피고를 상대로 임대료지급 청구의 소를 제기하여 일부승소 판결을 선고받았다. 원고는 위 사건 소송계속 중 소외 회사를 채무자, 피고를 제3채무자로 하여 위 임대료채권에 관해 압류 및 추심명령을 받았고 위 사건 항소심에서는 소외 회사에게 당사자적격이 없음을 확인하는 화해권고결정이 내려져 2017년 5월 16일 확정되었다. 그 후 원고는 2017년 8월 11일 위 추심명령을 근거로 제3채무자인 피고를 상대로 추심의 소를 제기하였다. 피고는 소멸시효가 완성되었다고 항변하였고 원고는 선행사건 화해권고결정 확정시로부터 6개월 이내에 소를 제기하여 민법 제170조에 따라 선행사건 소 제기 시부터 소멸시효가 중단되었다는 등으로 재항변하였다. [법원의 판단] 제1심은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였으나, 항소심은 원고의 시효중단 재항변을 받아들여 원고의 청구를 인용하였다. 대법원은 "압류 및 추심명령이 있더라도 이는 추심채권자에게 피압류채권을 추심할 권능만을 부여하는 것이고 이로 인하여 채무자가 제3채무자에게 가지는 채권이 추심채권자에게 이전되거나 귀속되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채무자가 제3채무자를 상대로 금전채권의 이행을 구하는 소를 제기한 후 채권자가 위 금전채권에 대하여 압류 및 추심명령을 받아 제3채무자를 상대로 추심의 소를 제기한 경우 채무자가 권리주체의 지위에서 한 시효중단의 효력은 집행법원의 수권에 따라 피압류채권에 대한 추심권능을 부여받아 일종의 추심기관으로서 그 채권을 추심하는 추심채권자에게도 미친다"고 하면서 "채무자가 제3채무자를 상대로 제기한 금전채권의 이행소송이 압류 및 추심명령으로 인한 당사자적격의 상실로 각하되더라도 위 이행소송의 계속 중에 피압류채권에 대하여 채무자에 갈음하여 당사자적격을 취득한 추심채권자가 위 각하 판결이 확정된 날로부터 6개월 내에 제3채무자를 상대로 추심의 소를 제기하였다면 채무자가 제기한 재판상 청구로 인하여 발생한 시효중단의 효력은 추심채권자의 추심소송에서도 그대로 유지된다"고 하여 "원심의 이유설시에 적절하지 않은 부분이 있지만" 피고의 소멸시효 항변을 배척한 원심의 결론은 정당하다고 판시하였다. [평석] 1. 압류 및 추심명령을 받고 또 이를 기초로 추심의 소를 제기한 경우 소멸시효 중단과 관련하여 다음과 같은 점이 문제된다. 우선 (1) 압류 및 추심명령이 있는 경우 추심채무자의 제3채무자에 대한 피압류채권의 소멸시효가 중단될 수 있는지 및 중단된다면 민법 제168조의 어느 중단사유에 해당하는지 문제된다. 다음으로 (2) 추심채무자가 제3채무자를 상대로 먼저 피압류채권의 이행에 관한 소('이행소송')를 제기하였다가 각하, 기각 또는 취하된 후 다시 추심채권자가 제3채무자를 상대로 추심의 소('추심소송')를 제기하는 경우 또는 반대로 추심소송이 각하 등으로 종결된 후 이행소송이 제기되는 경우 양 소송의 관계가 문제된다. 2. 먼저 위 (1)에 관하여는 이미 대법원 2003. 5. 13. 선고 2003다16238 판결을 통해 정리된 바 있다. 압류 및 추심명령은 민사집행법상 금전채권에 대한 강제집행 방법으로 일종의 '권리의 행사'에 해당하므로 이를 통해 소멸시효 중단효가 생길 수 있다는 점에 대하여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특히 압류 및 추심명령은 추심채권자가 추심채무자에 대하여 갖는 집행채권의 만족을 위한 강제집행 방법이기 때문에 집행채권과 관련하여서는 문언 그대로 민법 제168조 2호 '압류'로서 확정적인 시효중단의 효력이 발생한다. 반면 채무자가 다시 제3채무자에 대하여 갖는 피압류채권에 대하여도 시효중단 효력이 있는지에 관해서는 논란이 있다. 다수설과 위 2003다16238 판결은 집행채권에 관하여는 민법 제168조 제2호의 압류로서 확정적인 중단 효력이 생긴다고 할 수는 없고 다만 채권자가 확정판결에 기한 채권의 실현을 위하여 압류 및 추심명령을 받아 그 결정이 제3채무자에게 송달이 되었다면 거기에 단지 '최고'로서의 효력은 인정된다고 본다. 다만 추심채권자가 법원을 통하여 집행행위에 나아갔으므로 권리 위에 잠자는 자로 보기 어렵고 압류 및 추심명령에 잠정적 소멸시효 중단사유인 최고보다는 좀 더 강력한 효과를 부여해야 한다는 주장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압류 및 추심명령은 어디까지나 집행채권에 대한 권리행사로 피압류채권은 권리행사의 대상물에 불과하다. 피압류채권을 현실화하기 위하여는 다시 추심소송을 통한 집행권원 확보 등 추가적 권리행사절차가 요구되므로 피압류채권에 대해서까지 '압류'로서 확정적인 중단 효력을 인정할 수는 없다. 따라서 추심채권자로서는 보다 빠른 시일 내에 추심소송 등 적극적인 집행에 착수할 필요가 있다. 3. 대상판결은 위 2003다16238 판결과 같이 압류 및 추심명령이 피압류채권에 대하여는 '압류'로서의 확정적인 시효중단 효력은 없다는 전제에서 위 (2)에 대하여 즉 먼저 추심채무자의 이행소송이 각하 등으로 종결된 후 그로부터 6개월 내에 추심채권자의 추심소송이 제기되는 경우에 이행소송의 시효중단 효과가 민법 제170조에 의해 추심소송에도 유지되는지에 대하여 판단한 것이다. 재판상의 청구에 관하여 소송의 각하, 기각 또는 취하의 경우에는 소급하여 시효중단의 효력이 소멸하나(민법 제170조 제1항) 이 경우에 6월내에 재판상의 청구 등을 한 때에는 최초의 재판상 청구로 인한 시효중단 효력이 유지된다(동조 제2항). 그런데 압류 및 추심명령이 있는 경우 추심채무자가 제기한 이행소송과 추심채권자가 제기한 추심소송 사이에서도 위 제2조의 관계가 인정될 수 있을지 문제된다. 원심과 대상판결 모두 결론적으로는 이행소송의 소멸시효 중단 효과가 추심소송에도 지속된다고 보았으나 이유 구성은 서로 다르다. 원심은 시효중단이 당사자 및 그 승계인간에 효력이 있다는 민법 제169조를 들면서 원고가 추심채권자로서 소외 회사의 권리승계인에 해당하여 소외 회사의 소제기 효과가 원고에게도 미친다고 보았다. 이에 반하여 대상판결은 "압류 및 추심명령이 있더라도 이는 추심채권자에게 피압류채권을 추심할 권능만을 부여하는 것이고 이로 인하여 채무자가 제3채무자에게 가지는 채권이 추심채권자에게 이전되거나 귀속되는 것은 아니다"고 하여 원고가 소외 회사의 권리승계인에 해당하는 것은 아니라는 취지로 설시하면서 "채무자가 권리주체의 지위에서 한 시효중단의 효력은 집행법원의 수권에 따라 피압류채권에 대한 추심권능을 부여받아 일종의 추심기관으로서 그 채권을 추심 하는 추심채권자에게도 미친다"고 하였다. 대상판결은 추심채권자에게 시효중단 효력이 유지되는 이유에 관하여 상세한 논거를 제시하고 있지는 않았으나 추심소송의 일반적인 법적 성질에 근거하여 이와 같은 결론을 내린 것으로 생각된다. 채권자의 추심할 권능은 추심명령에 의하여 창설적으로 취득하는 것이고 채무자로부터 승계하는 것은 아니므로 추심채권자를 추심의무자의 승계인으로 볼 수는 없다. 추심소송은 채권자대위소송과 마찬가지로 제3자인 추심채권자가 타인인 추심채무자의 권리를 행사하는 것이므로(법정소송담당설) 추심소송의 대상은 결국 추심채무자의 권리 자체이고 실체법상 권리의무의 당사자는 추심채무자와 제3채무자로 고정된 채 단지 당사자적격자만이 추심채무자에서 추심채권자로 변경된 것에 불과하게 된다. 따라서 채권의 성질과 특성, 상태가 모두 유지된 채 추심채권자는 추심채무자를 대신하여 추심권능을 갖게 되는 것이므로 추심채권자가 추심채무자가 한 소멸시효 중단행위의 효과도 적용받는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4. 대상판결은 추심채무자의 이행소송이 먼저 있은 후 추심소송이 나중에 제기된 사안인데 반대로 추심소송이 먼저 있은 후 이행소송이 나중에 제기되는 경우에도 민법 제170조 제2항이 적용될 수 있는지도 문제된다. 채권의 원래의 성질과 상태가 그대로 유지되는 추심명령의 특성상 소제기 순서 전후를 불문하고 이행소송과 추심소송 사이에서는 민법 제170조 제2항을 적용하여야 할 것이다. 따라서 대상판결 사안에는 물론 추심소송이 각하, 기각 또는 취하된 후 이행소송이 있는 경우에도 양 소송의 관계는 서로 제170조에 규정된 재판상 청구에 해당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5. 대상판결은 이행소송과 추심소송 사이에서 민법 제170조에 관해 판단한 최초로 사례로 향후 추심소송과 소멸시효 중단에 관한 실무지침으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다. 최근 수십 년간 국내에서는 소멸시효 중단사유를 비롯한 제도 전반에 관한 개정 논의가 계속되고 있고 독일이나 일본 등에서도 소멸시효 제도에 대한 대대적인 개정이 이루어졌다. 그러나 대상판결에서 문제된 쟁점은 이러한 개정 논의에서 다소 빗겨나 있는 것이어서 설령 향후 소멸시효 중단사유 등이 대폭 개정되더라도 대상판결은 여전히 실천적 의미를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신지혜 교수(한국외대 로스쿨·변호사)
채권자
시효중단
채무자
신지혜 교수(한국외대 로스쿨·변호사)
2020-08-27
민사일반
- 대법원 2019. 10. 23. 선고 2012다46170 전원합의체 판결을 중심으로 -
참가승계와 필수적 공동소송의 심리특칙
I. 사건 및 판결 개요 공사수급인인 원고는 도급인인 피고들을 상대로 공사계약에 따른 정산금의 지급을 구하였다. 이 사건 소송에 참가승계를 한 승계인은 제1심 소송 계속 중 원고의 피고들에 대한 정산금 채권 중 일부에 관하여 채권압류 및 전부명령을 받은 뒤 제3채무자인 피고들에 대하여 전부금의 지급을 구하면서 참가승계 신청을 하였다. 원고는 참가승계인의 승계사실에 대해 다투지 않았으나 참가한 부분의 청구를 취하하지는 않았다. 제1심은 인정된 정산금 채권이 채권압류 및 전부명령으로 인하여 참가승계인에게 이전되었음을 이유로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고 승계인의 피고들에 대한 청구를 일부 인용하였다. 참가승계인과 피고들은 제1심판결 중 자신의 패소 부분에 대해 항소하였으나 원고는 항소하지 않았다. 항소심에서 피고들이 참가승계인의 전부명령이 압류 경합으로 무효라고 다투자 원고는 뒤늦게 부대항소를 제기하였다. 종전 대법원 판결에 따르면 원고 청구는 분리확정된 것임에도 항소심 법원은 원고의 부대항소를 일부 인용하였다. 이에 피고가 상고를 제기하였으나 대법원은 승계인과 피승계인 간에 필수적 공동소송의 법리가 적용되어야 한다면서 원고의 부대항소는 적법하다고 판단하였다. 상세한 논증은 졸고, '참가승계와 필수적 공동소송의 심리특칙', 법조 제740호(2020. 4), 531면 이하를 참조하시길 바란다. II. 판례 변경의 근거 1. 2002년 개정 민사소송법(이하 '법'이라 함)은 당사자 한쪽을 상대로 하는 편면적 독립당사자참가소송을 허용하고 예비적·선택적 공동소송을 신설하였으며 두 소송절차에서 모두 필수적 공동소송에 관한 법 제67조를 준용하고 있다. 이로써 법률상 양립할 수 없는 청구를 하는 공동소송인들 사이에 필수적 공동소송에 관한 특별규정을 적용할 수 있는 법규적 근거가 마련되었다고 한다. 2. 권리승계형 참가승계에서 피참가인인 원고가 소송탈퇴, 소 취하 등을 하지 않아 승계된 부분에 관한 원고의 청구가 그대로 유지되는 경우 원고의 피고에 대한 청구와 참가승계인의 피고에 대한 청구는 그 주장 자체로 법률상 양립할 수 없는 관계에 있다. 따라서 권리승계형 승계참가의 경우에도 원고의 청구가 그대로 유지되고 있는 한 독립당사자참가소송이나 예비적·선택적 공동소송과 마찬가지로 필수적 공동소송에 관한 규정을 적용하여 같은 소송 절차에서 두 청구에 대한 판단의 모순·저촉을 방지하고 이를 합일적으로 확정할 필요성이 있다. 보충의견에 따르면 법원은 원고와 참가승계인으로 하여금 그들의 청구가 양자 중 어느 쪽인지 분명히 하도록 석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한다. III. 대상판결에 대한 평석 1. 참가승계와 편면참가 (1) 참가승계의 경우 법 제79조의 형식을 빌려 참가하지만 반드시 독립당사자참가의 실질을 갖는 것을 전제하지 않았으므로 법 개정 이전에도 편면참가 형태의 참가승계가 허용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참가승계가 독립당사자참가의 실질을 갖는 것은 아니었다. 참가승계가 독립당사자참가의 실질을 갖기 위해서는 승계사실을 피승계인이 다투어야 하는데 이 경우 승계인은 인지법에 따라 인지를 첩부하고(인지법 제6조 제2항, 제2조) 법원 역시 독립한 민사사건으로 취급하게 된다. 따라서 법 개정에 따라 편면참가가 허용됨으로써 승계인과 피승계인간의 공동소송인들에게 필수적 공동소송에 관한 특별규정을 적용할 수 있는 근거가 비로소 마련되었다는 것은 정확한 설명이 될 수 없다. 참가승계의 경우 독립당사자참가의 형식을 빌리는 것일 뿐이며 이 사건 대상판결의 사안과 같이 승계사실의 다툼이 없는 경우에는 개정 전후를 불문하고 독립당사자참가의 실질을 갖지 않는다. (2) 편면참가 제도 하에서도 참가인과 기존 당사자 간의 대립·견제 관계는 여전히 요구된다. 특히 원고의 본소 청구와 독립당사자참가인의 청구가 주장 자체에서 양립할 수 없는 관계에 있는 경우에 허용되고 편면적 독립당사자참가의 경우에도 이러한 요건을 갖추어야 한다는 점은 이 사건 대상 판결도 시인하고 있다. 2. 참가승계와 예비적·선택적 공동소송 (1) 참가승계 유형과 예비적·선택적 공동소송 대법원은 승계인과 피승계인 사이의 청구 내용이 법률상 양립불가능한 관계에 있고 법에서 예비적·선택적 공동소송을 인정하고 있으므로 필수적 공동소송의 심리특칙 규정을 적용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되었다고 한다. 이 사건 대상 판결의 사안에서 승계인은 원고의 피고에 대한 정산금지급채권 중 일부를 압류 및 전부 받았다는 것을 이유로 참가승계신청을 하였고 피승계인 원고는 이를 다투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전부된 청구 부분에 대해 소 취하를 하지도 않았다. 따라서 승계사실을 다투지 않는 참가승계의 경우 소송의 외관만 본다면 승계인은 주위적 원고, 피승계인은 예비적 원고의 모습을 한 예비적 공동소송관계로 파악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외관의 모습에 불과하다. (2) 예비적·선택적 공동소송과 필수적 공동소송 1) 예비적·선택적 공동소송은 합일확정의 필요성이 반드시 요구되는 성격의 소송이 아니며 나아가 우연히 하나의 소송절차에서 예비적·선택적 공동소송의 형태로 진행되더라도 언제든지 소취하 등을 통해 단일한 소송의 형태로 전환될 수 있는 매우 탄력적인 공동소송이다(법 제70조 제1항 단서). 따라서 예비적·선택적 공동소송은 당사자의 선택에 따라 신청을 하지 않으면 인정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법원은 이 사안에서 승계인과 피승계인간의 청구가 양립할 수 없는 것이므로 당연히 당해 절차를 예비적·선택적 공동소송으로 간주하여 법 제67조를 적용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는데 이는 명백히 처분권주의에 반한다. 2) 실정법상의 근거도 없이 승계제도와 예비적·선택적 공동소송제도를 법원의 재량에 따라 임의로 결합하는 것이 허용될 수 있는지 의문이다. 우선 두 제도는 그 목적을 달리한다. 참가승계는 승계인이 피승계인의 지위를 이전받았는가 여부가 핵심 쟁점이며 양자 간의 이에 대한 다툼 여부에 따라 독립당사자참가 형태나 혹은 통상 공동소송 형태를 전제로 설계된 제도이다. 반면 예비적·선택적 공동소송은 승계여부가 관건이 아니라 누가 권리자인지(원고 측면) 혹은 누가 책임을 부담하느냐의 문제(피고 측면)이고 제한적인 필수적 공동소송의 심리 원칙을 법에서 명시하고 있어 승계제도와의 결합은 전혀 예정되어 있지 않았다. 더구나 법률상 양립불가능한 청구만을 대상으로 하는 예비적·선택적 공동소송제도와 승계제도는 공존하기 어려운 제도임이 분명하다. (3) 필수적 공동소송 심리특칙은 정당한 결론을 위한 필수적 도구인가? 1) 기존의 원고가 승계사실을 다투지 않는데 예비적 공동소송으로 소를 구성할 현실적인 필요성은 없으며 통상 공동소송 형태의 소송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보다 자연스럽다. 종전 판례들에 따르더라도 승계사실이 인정되면 원고청구를 기각하고 승계인의 청구를 인용하는 것으로 충분했다. 오히려 원고와 승계인의 각 청구가 일부씩 인정될 수 있어 이를 예비적·선택적 공동소송 형태로 보는 것보다 유연한 결론에 이를 수 있다. 2) 문제는 이 사건 대상 판결 사안과 같이 승계인이 승소한 1심 판결에 대해 원고가 항소를 제기하지 않았을 때 발생할 수 있다. 즉 항소심 심리결과 승계사실이 인정되지 않아서 원고청구를 인용해야 하는데 원고가 항소를 제기하지 않아 부당한 결과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결국 억울한 원고를 위해 법원이 예비적·선택적 공동소송 법리와 독립당사자참가 법리를 가져와 항소하지 않은 원고에게 승소판결을 해 줌으로써 정당하고 바람직한 결론에 이르게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대법원이 바람직한 결론이라고 도출한 상황은 원고 입장에서만 사물을 볼 때이고 상대방 입장에서는 매우 부당한 결론이 아닐 수 없다. 3. 필수적 공동소송의 심리특칙 적용을 당사자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인지 여부 법 제67조의 적용과 준용을 통해 필수적 공동소송의 심리특칙을 적용하게 되는 상황의 핵심조건은 합일확정의 필요성인데 고유필수적 공동소송의 경우는 실체법상의 관리처분권의 공동 귀속 내지 판결의 모순 저촉을 방지해야 하는 현실적인 필요성(소송법적 이익)을 통해 이 요건이 언제나 충족된다. 유사필수적 공동소송의 경우에는 승소판결에 대세적 효력이 인정되거나 이러한 효력이 인정되지 않더라도 판결의 모순저촉을 피하기 위해 소송법적인 이해관계에 의해서 필수적 공동소송의 심리특칙을 준용하거나 유추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두 경우 모두 당사자의 의사에 의해서 필수적 공동소송의 심리특칙 규정의 적용 여부를 결정하는 상황은 허용되지 않는다. IV. 결론 대상판결의 사안은 합일확정의 필요성이 인정되지 않으며 판결의 대세효도 인정되는 경우도 아니므로 필수적 공동소송의 심리특칙을 적용할 수 없다. 나아가 원고와 승계참가인 사이에 긴장관계도 없으므로 편면참가의 법리를 적용할 수도 없고 원고나 승계인 누구도 예비적·선택적 공동소송을 신청한 바도 없다. 따라서 대상판결은 독립당사자 참가 및 예비적·선택적 공동소송의 법리를 위반하였으며 처분권주의에도 정면으로 반한다. 한충수 교수(한양대 로스쿨)
통상공동소송
필수정공동소송
승계참가인
공동소송인
한충수 교수(한양대 로스쿨)
2020-08-24
형사일반
- 대법원 2019. 11. 14. 선고 2019도13290 판결 -
수사기관이 체포현장에서 피의자로부터 임의 제출받은 휴대폰의 저장정보까지 영장없이 탐색할 수 있는가
1. 사실관계 피고인은 2018년 3월 26일 08:14경 서울 지하철역 에스컬레이터에서 휴대전화기의 카메라를 이용하여 성명불상의 여성 피해자의 치마 속을 몰래 촬영하다가 현행범으로 체포되어 '2018년 3월 20일부터 같은 달 26일까지 18회에 걸쳐 카메라를 이용하여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다른 사람의 신체를 그 의사에 반하여 촬영하였다'는 혐의로 기소되었다. 서울지방경찰청 지하철경찰대 소속 사법경찰관은 2018년 3월 26일 08:14경 ◇◇역 승강장에서 피고인이 휴대전화로 여성 승객의 신체를 몰래 촬영하였다고 의심하고 피고인을 불러 세워 신분증 제시와 검문이유를 밝히며 범행을 추궁하였다. 경찰관은 부인하는 피고인으로부터 휴대전화기를 제출받아 카메라 사진폴더를 확인하였으나 여성 신체사진이 저장되지 않았음을 확인하였다. 그래서 최근 실행 프로그램을 확인하였고 피고인의 무음 촬영 애플리케이션 구동 사실을 인지하고 해당 사진폴더를 열어 보려고 하였으나 잠겨 있었다. 이에 경찰관은 피고인에게 비밀번호를 요구하여 계속된 추궁 끝에 결국 비밀번호를 풀었고 불법촬영된 영상이 있음을 확인한 후 현행범 체포와 임의제출에 의한 휴대전화기 압수를 집행하였다. 경찰관은 임의제출물로 압수한 휴대전화기에 관하여 사후 압수영장을 발부받지 않고 계속 보관하고 있다가 2018년 4월 1일 위 지하철경찰대에서 휴대전화 저장정보를 다시 탐색하여 피고인이 촬영한 모든 영상을 캡처·출력하고 영상파일을 CD에 복제하였다. 2. 재판경과 및 대상판결의 요지 1심에서는 별다른 문제제기 없이 피고인에게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카메라 등 이용 촬영)으로 벌금 700만원을 선고하였으나 항소심에서는 ①체포현장에서 임의제출 형식에 의한 압수수색은 이미 체포되었거나 체포 직전의 피의자에게 임의적 제출의사를 기대할 수 없으므로 그 실질은 형사소송법(이하 '법'이라고 한다) 제216조 제1항 제2호에 따라 압수한 것으로서 사후영장을 발부받지 못하였고 현행범 체포현장에서 법 제218조에 따른 임의제출물 압수가 가능하다고 하더라도 임의제출에 의한 압수절차와 효과에 대한 피고인의 인식 또는 경찰관의 고지가 없었다고 보이는 등 압수된 휴대전화기에 대하여 경찰관의 강제수사 또는 피고인의 임의적 제출의사 부재가 의심되는 반면 이를 배제할 검사의 증명이 이루어지지 않았음을 이유로 이 사건 휴대전화기 자체는 적법절차로 수집한 증거가 아니어서 유죄의 증거로 삼을 수 없고, ②2차 증거에 해당하는 휴대전화기에 기억된 저장정보(영상) 역시 영장 없이 탐색하여 출력·복사하였으며 그 과정에서 피의자의 참여권을 보장하지 아니하여 적법절차로 수집한 증거가 아니라는 이유로 1심판결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하였다(의정부지법 2019. 8. 22. 선고 2018노2757 판결). 그러나 대법원은 "범죄를 실행 중이거나 실행 직후의 현행범인은 누구든지 영장 없이 체포할 수 있고(법 제212조)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은 피의자 등이 유류한 물건이나 소유자·소지자 또는 보관자가 임의로 제출한 물건은 영장 없이 압수할 수 있으므로(제218조) 현행범 체포현장이나 범죄 현장에서도 소지자 등이 임의로 제출하는 물건은 법 제218조에 의하여 영장 없이 압수하는 것이 허용되고 이 경우 검사나 사법경찰관은 별도로 사후에 영장을 받을 필요가 없다"며 항소심 판결과 반대의 결론을 내렸다. 3. 피체포자의 휴대폰 속에 저장된 정보의 '영장 없는 수색' 허부에 대한 국내외 동향 (1) 미국 연방대법원 미국 연방대법원은 이미 Riley 판결에서 '체포에 수반하는 영장 없는 수색'으로 압수된 피체포자의 휴대폰이라 하더라도 경찰은 사생활 보호가치가 있는 개인 정보가 다량 저장된 휴대폰의 데이터를 영장 없이 수색할 수 없고 수색 전에 일반적으로 영장을 발부받기를 주문하여 수사기관에 의한 휴대폰의 저장정보 검색행위에 대한 사법적 통제를 하였다(2014년 Riley v. California 판결). 이러한 Riley 판결은 개인의 정보보호와 사생활 보호를 위하여 피체포자의 휴대폰을 영장없이 수색할 권한이 원칙적으로 경찰에게 없다고 선언한 획기적인 판결로 평가되고 있다. 미국 연방대법원은 건국의 아버지들이 제한 없이 가택 수색이 가능한 '일반적 가택 수색영장'에 저항한 것처럼 21세기 디지털 시대에는 집안보다 훨씬 많은 양의 사생활 보호가치가 있는 정보가 저장된 휴대폰 데이터에 대한 수사기관의 영장 없는 수색에 저항할 것을 촉구한 셈이다. (2) 국내 하급심 최근 하급심 판결에서는 "수사기관이 긴급체포 현장에서 법 제218조에 따라 피의자로부터 임의제출의 방법으로 휴대폰을 확보하는 것은 영장주의의 원칙을 무력화할 위험이 있어 원칙적으로 허용되지 않고 설령 법 제216조에 의하여 긴급체포 현장에서 영장 없이 적법하게 휴대전화 자체를 압수하였다 하더라도 이를 근거로 전자정보까지 영장 없이 압수·수색할 수 있다고 보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고 밝혔다. 피의자의 긴급체포라는 상황에서 엄격한 제한 하에 이루어져야 할 예외적인 압수·수색임에도 영장 없는 전자정보에 대한 압수·수색을 허용하게 되면 수사기관은 사실상 전자정보에 대한 포괄적이고 무제한적인 수색을 할 수 있게 되므로 영장 없이 휴대전화에 저장된 전자정보에 대하여 압수·수색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허용되지 않고 다만 증거인멸 방지나 용의자 긴급추적 등 아주 예외적인 경우에만 허용된다고 판시하였다(서울중앙지법 2019. 10. 8. 선고 2019고합441 판결). 4. 평석 및 결론 (1) 대상판결은 임의제출물 압수에 관한 기존 판례의 논거에 배치 기존 판례에서는 임의제출의 의미·효과 등에 관한 검찰수사관의 고지 또는 피고인의 인식, 피고인이 체포당시 범행을 부인하였다고 볼 자료가 없는 점 등을 근거로 임의제출물로 인정하였다(대법원 2016. 2. 18. 선고 2015도 13726). 그러나 대상판결에서와 같이 이미 수사기관이 부인하는 피의자로부터 위법하게 사실상 휴대폰을 압수하고 휴대폰 저장정보에 대한 탐색·수색을 먼저 마친 상태라면 그 이후에 이루어진 현행범 체포상태에서의 임의제출에 의한 휴대폰 압수에 임의성을 인정하는 것은 헌법상 영장주의를 훼손할 위험이 있다. 우월적 지위에 있는 수사기관에 의한 실질적인 강제 압수수색 이후 이루어진 임의제출물 압수를 허용하는 대상판결의 입장이 지속된다면 압수·수색 영장 및 사후영장제도를 사실상 형해화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2) 정보화시대의 필수품인 휴대폰의 저장정보에 관한 수사기관의 검색에 대한 사법적 통제의 필요성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일상이 된 인공지능(AI)이 수사도구로서 상당히 활용되고 있는 상황에서 휴대폰 데이터(문자·음성언어·사진·동영상 등)에 대한 디지털 포렌식 영역에서도 AI의 이미지 인지 및 분석 기술 등이 활용될 수 있으므로 방대한 개인정보에 대한 사생활 보호를 위해 휴대폰 저장정보의 압수·수색에 대한 적법절차의 원리를 더욱 강화시켜야 한다. 그래서 항소심은 경찰관이 현행범 체포시 법 제216조 제1항 제2호에 따라 휴대폰 자체를 체포현장에서 영장 없이 긴급 압수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휴대폰 속에 저장된 정보까지 영장 없이 탐색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막대한 양의 민감한 개인정보가 담겨 있는 휴대폰 저장정보를 영장 없이 압수수색하는 현재의 수사관행은 개인의 사생활과 비밀의 자유를 침해하므로 긴급한 경우가 아니라면 휴대폰 저장정보 압수수색에 대한 사전 영장이 필요하다"고 주문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법원은 수사기관이 영장 없이 휴대폰을 압수하고 영장 없이 휴대폰을 들여다보는 수사관행에 대하여 아무런 문제 의식없이 '체포현장에서도 소지자 등이 임의 제출하는 물건은 법 제218조에 의하여 영장 없이 압수하는 것이 허용되고 사후에 영장을 받을 필요가 없다'는 기존 입장(대법원 2016. 2. 18. 선고 2015도13726 판결)을 고수하고 있는데 이는 휴대폰 개인정보 보호를 위한 국내외의 시대적 흐름에 역행하는 매우 유감스러운 판결이다. 지금이라도 하루빨리 전향적인 하급심 판결의 취지를 수용하여 우월적 지위에 있는 수사기관이 수사편의를 위하여 임의제출 형식으로 압수한 휴대폰 속 개인정보를 영장 없이 투망식 탐색을 하는 수사관행에 제동을 걸고 원격 데이터 삭제 등 긴급상황이 아니라면 휴대폰 저장정보의 압수수색에 대한 사전 영장을 발부받아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을 기대한다. (3) 결론 : 법률개정 필요 대법원이 대상판결과 같은 입장을 고수하여 휴대폰 압수수색에 대한 수사기관의 실무관행을 법치국가원리에 따라 합리적으로 개선하기 힘들다면 국민을 위한 검·경 개혁 차원에서 국회에서의 관련 법률 개정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기존 형사소송법은 유체물(물건)을 압수수색 대상으로 전제한 규정으로 법 제정자가 예상하지 못한 휴대폰(이른바 스마트폰)의 등장에 맞추어 휴대폰에 저장된 디지털 정보의 압수수색에 대한 법률 개정이 필요하다. 그래서 개인의 사생활과 관련된 민감정보가 다수 포함된 휴대폰 저장정보의 압수수색에 대하여 영장주의가 적용되는 방향으로 개정되어 입법자가 수사기관에게는 피체포자의 휴대폰을 영장 없이 탐색할 권한이 원칙적으로 없다고 선언하여야 할 것이다. 김영규 변호사 (법무법인 대륙아주)
불법촬영
저장정보
영장없는수색
영장주의
김영규 변호사 (법무법인 대륙아주)
2020-08-20
민사일반
- 대법원 2019. 1. 17. 선고 2015다236196 판결; 헌법재판소 2020. 4. 23. 선고 2015헌마1149 결정 -
직사살수와 관련한 최근 판례의 문제점
Ⅰ. 살수행위의 법적 성질 살수는 경찰장비의 사용의 일환이다(경찰관직무집행법 제10조 제1항, 제2항). 그 법적 성질은 사실행위이다. 경찰장비의 사용에 대해 직접강제와 즉시강제 두 가지 관점이 있다. 직접강제란 하명처분에 의해 가해진 일체의 의무를 불이행한 경우에 직접 의무자의 신체나 재산 또는 이 양자에 물리력(실력)을 가하여 의무의 이행이 있었던 것과 같은 상태를 실현하는 것이고, 즉시강제는 일반적으로 목전의 긴급한 장애를 제거하기 위하여 필요한 경우 또는 미리 의무를 명하는 것으로는 행정목적을 달성할 수 없는 경우에 행정청이 하명처분을 하지 않고서 직접 상대방의 신체·재산에 실력을 가함으로써 행정상 필요한 상태를 실현시키는 것이다. 독일 주 경찰법과 연방 직접강제법(UZwG)은 포승, 무기나 살수차 등을 직접강제에 해당하는 물리력의 보조수단으로 명문으로 들고 있다((가령 UZwG 제2조 제3항). 독일에서는 직접강제 역시 대집행과 마찬가지로 계고 등의 절차를 거쳐서 행해진다(주제와 관련한 제도 등에 관한 상론은 다른 지면에서 한다). Ⅱ. 대법원 2019. 1. 17. 선고 2015다236196 판결 1. 판결요지 위해성 경찰장비인 살수차와 물포는 필요한 최소한의 범위에서만 사용되어야 하고 특히 인명 또는 신체에 위해를 가할 가능성이 더욱 커지는 직사살수는 타인의 법익이나 공공의 안녕질서에 직접적이고 명백한 위험이 현존하는 경우에 한해서만 사용이 가능하다고 보아야 한다. 또한 위해성 경찰장비인 살수차와 물포는 집회나 시위 참가자들을 해산하기 위한 목적의 경찰장비이고 경찰관이 직사살수의 방법으로 집회나 시위 참가자들을 해산시키는 것은 집회의 자유나 신체의 자유를 침해할 우려가 있으므로 적법절차의 원칙을 준수하여야 한다. 따라서 경찰관이 직사살수의 방법으로 집회나 시위 참가자들을 해산시키려면 먼저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제20조 제1항 각호에서 정한 해산 사유를 구체적으로 고지하는 적법한 절차에 따른 해산명령을 시행한 후에 직사살수의 방법을 사용할 수 있다고 보아야 한다. 경찰청 훈령인 '물포운용지침'에서도 '직사살수'의 사용요건 중 하나로서 '도로 등을 무단점거하여 일반인의 통행 또는 교통소통을 방해하고 경찰의 해산명령에 따르지 아니하는 경우'라고 규정하여 사전에 적법한 '해산명령'이 있어야 함을 요구하고 있다. 2. 검토 (1) 해산명령의 위법성의 살수행위에로의 이전 문제 대상판결은 해산명령 자체가 위법한 이상 실행행위로서의 직사살수 역시 당연하게 위법하게 되어 국가배상책임을 인정한다. 살수행위를 하명처분의 실행행위로 보는 것은 기본적으로 전자를 후자를 위한 강제절차로 보는 것이다. 원칙적으로 강제집행절차에서 기본행위(당초의 하명처분)의 적법성은 강제집행의 수단이 적용되기 위한 요건이 될 수 없다. 기본행위(하명처분)에 따른 행정상의 강제집행에서 기본행위의 하자가 고려되지 않는다(W-R Schenke. Polizei- und Ordnungsrecht, 8.Aufl., 2013, §10 Rn.540). 즉 양자 사이에는 하자가 승계되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 행정행위의 공정력을 인정하는 이상 해산명령의 위법성이 살수행위에 당연히 이전하는 것으로 볼 수는 없다. 독일 연방헌재 역시 살수형식의 직접강제의 적법성은 기본처분의 적법성에 좌우되지 않는 것으로 본다{BVerfG, NVwZ 1999, 290(292)}. (2) 해산명령에 대한 고도의 절차적 요청의 문제 판례는 집시법상의 해산명령에 대해 적법절차의 원칙에 의거하여 높은 절차적 요청을 설정한다(대법원 2012. 2. 9. 선고 2011도7193판결). 해산명령에 대한 고도의 절차적 요청이 과연 정당한가? 해산명령에서의 사유의 고지는 일종의 처분의 이유제시에 해당한다. 행정절차법 제23조 제1항에 의하면 긴급을 요하는 경우에는 이유제시의무가 면제된다. 긴급을 요하는 상황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관한 인식 없이 해산명령에 대해 법규정상의 구체적 해산사유의 고지를 요구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집시법 시행령 제17조에 의하면 해산명령을 하기 전에 먼저 주최자 등에게 종결 선언을 요청한 후 주최자 등이 그 요청에 따르지 아니하거나 종결 선언에도 불구하고 집회 또는 시위의 참가자들이 집회 또는 시위를 계속하는 경우에 직접 참가자들에 대하여 자진 해산할 것을 요청하도록 하고 그 자진 해산 요청에 따르지 아니할 경우에 한하여 세 번 이상 자진 해산을 명령한 후 직접 해산에 나설 수 있다. 해산사유가 발생하더라도 곧바로 해산명령을 발하지 않고 일정한 시차를 두고서 해산명령을 발하고 실행되게 함으로써 해산사유가 구체적으로 고지되지 않았다는 문제는 충분히 상쇄될 수 있다. 해산명령에 대한 높은 절차적 요청은 절차하자를 쉽게 인정하게 하는 과도한 절차적 철조망이다. 물론 직사살수가 관련 법규정에 위반하여 행해진 것은 별개의 문제이다. 적법절차의 요청에 대한 과도한 인식에 문제가 있다(김중권, 행정법, 2019, 553면 이하). Ⅲ. 헌재 2020. 4. 23. 선고 2015헌마1149 결정 1. 결정요지 이 사건 직사살수행위는 불법 집회로 인하여 발생할 수 있는 타인 또는 경찰관의 생명·신체의 위해와 재산·공공시설의 위험을 억제하기 위하여 이루어진 것이므로 그 목적이 정당하다. 이 사건 직사살수행위 당시 억제할 필요성이 있는 생명·신체의 위해 또는 재산·공공시설의 위험 자체가 발생하였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수단의 적합성을 인정할 수 없다. 이로 인하여 청구인 백○○는 상해를 입고 약 10개월 동안 의식불명 상태로 치료받다가 2016년 9월 25일 사망하였다. 그러므로 이 사건 직사살수행위는 침해의 최소성에 반한다. 이 사건 직사살수행위를 통하여 청구인 백○○가 홀로 경찰 기동버스에 매여 있는 밧줄을 잡아당기는 행위를 억제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공익은 거의 없거나 미약하였던 반면 청구인 백○○는 이 사건 직사살수행위로 인하여 사망에 이르렀으므로 이 사건 직사살수행위는 법익의 균형성도 충족하지 못하였다. 2. 검토 과거 헌재 2011헌마815의 법정의견은 물포발사행위와 관련하여 권리보호의 이익은 물론 심판의 이익까지도 부인하였지만 그 반대의견은 물포의 반복사용이 예상되며 헌법재판소도 이에 대하여 헌법적 해명을 한 바 없음을 들어 예외적으로 심판의 이익을 인정하였는데 이번에는 후자와 같은 논거로 심판의 이익을 인정하였다. 다만 이번에는 헌재 2011헌마815의 반대의견과는 달리 살수와 관련한 경찰관직무집행법령상의 규정은 제외하고 직사살수행위만을 심판대상을 보고 과잉금지의 원칙의 차원에서 위헌성을 적극적으로 논증하였다. 먼저 살수가 직접강제이든 즉시강제이든 해산명령의 실효성확보의 일환으로 행해진 점에서 헌재가 과잉금지의 원칙의 차원에서 파생원칙을 개별적으로 대입하여 접근한 것은 문제가 있다. 사안의 직사살수가 살수와 관련한 법규정에 위배하여 행해졌는지 여부가 관건이다. 그리고 헌법소원심판의 보충성으로 인해 살수행위의 법적 성질에 따라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최근 대법원은 권력적 사실행위에 대해 적극적으로 처분성을 인정하고 있다(대법원 2014. 2. 13. 선고 2013두20899 판결). 판례는 경찰관직무집행법 제6조 제1항상의 범죄예방을 위한 경찰관 제지행위를 즉시강제이자 권력적 사실행위로 본다(대법원 2018. 12. 13. 선고2016도19417 판결). 일부 문헌에서처럼 경찰관집무집행법상의 대인적 강제수단을 즉시강제의 차원에서 접근하면 경찰장비의 일환의 살수차의 사용에 따른 살수행위 역시 권력적 사실행위에 해당할 수도 있어서 심각한 재판관할의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 Ⅳ. 맺으면서-행정강제와 행정소송의 시급한 발본적 개혁 독일 대부분 주 경찰법에 직접적으로 규정된 무기사용과는 달리 경찰의 살수행위는 기본적으로 행정규칙에 해당하는 '경찰직무규정 122'에 상세히 규율되어 있다. 살수와 관련해서 무기사용처럼 법률의 차원에서 규율하지 않은 점이 문제되었지만 일찍이 독일 연방헌재는 살수가 무기사용과 비슷한 잠재적 위험상황이 야기된다는 점과 무기사용처럼 법률에서 자세히 규정했어야 하는 점이 분명치 않다는 입장을 취하였다{BVerfG, NVwZ 1999, 290(291)}. 또한 경찰직무규정에 대한 헌법소원심판청구도 허용하지 않았다. 독일의 경우 직접강제의 일환인 살수행위와 관련한 권리구제는 기본처분에 대해 취소소송을 제기한 다음에 직접강제가 실행된 데 따른 계속적 확인소송의 차원이나 살수행위를 포함한 일련의 경찰조치의 위법성의 확인을 구하는 일반적인 확인소송의 차원에서 검토되고 이를 바탕으로 국가배상책임이 강구된다. 살수를 포함한 경찰장비의 사용을 독일처럼 직접강제의 차원에서 시급히 체계화할 필요성이 있다. 그렇기 위해선 먼저 직접강제를 포함한 행정강제 전반을 시대에 맞게 확립하여야 한다. 현행 행정소송의 체제를 유지하는 한 원상회복 자체를 기대할 수 없는 살수와 관련한 직접적인 권리구제를 강구할 수 없다. 행정강제와 행정소송 전반에 대한 발본적인 개혁이 시급하다. 김중권 교수 (중앙대 로스쿨)
살수차
물포
집회
해산명령
김중권 교수 (중앙대 로스쿨)
2020-08-18
조세·부담금
행정사건
- 대법원 2020. 7. 9. 선고 2017두63788 판결 -
과세관청의 결손금 감액경정이 항고소송의 대상인 처분인지
1. 사실관계 가. 원고는 2010 내지 2014 사업연도의 각 법인세 과세표준을 신고하면서 위 각 사업연도에 모두 결손금이 발생하였다고 신고하였다. 나. 피고는 2015년 5월 28일 원고에 대하여 원고가 특수관계인에 대한 매출채권을 정당한 사유 없이 지연회수한 것으로 보아 그 지연회수한 매출채권의 인정이자 상당 금액을 부당행위계산으로 부인하고 그 부인된 금액을 원고의 2010 내지 2014 사업연도의 익금으로 각 산입하여 2010 내지 2014 사업연도 각 법인세 과세표준의 결손금을 감액경정하였다(이하 '이 사건 결손금 감액경정'이라고 한다). 다. 그 이후 피고는 2015년 7월 1일 원고에게 일용직 인건비 지급 관련 적격증빙 미수취를 이유로 가산세 부과처분을 하면서 위와 같이 경정된 과세표준을 함께 통지하였다. 2. 이 사건의 쟁점 법인세법 제13조 제1호 후문 규정 신설 이후 과세관청의 결손금 감액경정이 항고소송 대상인 처분에 해당하는지 여부이다. 3. 대상 판결의 요지 구 법인세법(2009년 12월 31일 법률 제9898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3조는 '내국법인의 각 사업연도의 소득에 대한 법인세의 과세표준은 각 사업연도의 소득의 범위 안에서 다음 각 호의 규정에 의한 금액과 소득을 순차로 공제한 금액으로 한다'고 규정하면서 제1호에서 '각 사업연도의 개시일 전 10년 이내에 개시한 사업연도에서 발생한 결손금으로서 그 후 각 사업연도의 과세표준계산에 있어서 공제되지 아니한 금액'을 이월결손금으로 공제한다고 규정하고 있었다. 그런데 위 법률 제9898호로 개정되어 2010년 1월 1일 시행된 구 법인세법은 제13조 제1호 후문으로 '이 경우 결손금은 제14조 제2항의 결손금으로서 제60조에 따라 신고하거나 제66조에 따라 결정·경정되거나 국세기본법 제45조에 따라 수정신고한 과세표준에 포함된 결손금에 한정한다'는 규정을 신설하였다. 위 제1호 후문 규정은 원칙적으로 공제가 가능한 이월결손금의 범위를 신고·경정 등으로 확정된 결손금으로 축소하여 법적 안정성을 도모하기 위한 것이다. 이와 같은 관련 규정의 개정 경위와 구 법인세법 제13조 제1호 후문의 문언 및 입법 취지 등에 비추어 보면 구 법인세법이 시행된 2010년 1월 1일 이후 최초로 과세표준을 신고한 사업연도에 발생한 결손금 등에 대하여 과세관청의 결손금 감액경정이 있는 경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납세의무자로서는 결손금 감액경정 통지가 이루어진 단계에서 그 적법성을 다투지 않는 이상 이후 사업연도 법인세의 이월결손금 공제와 관련하여 종전의 결손금 감액경정이 잘못되었다거나 과세관청이 경정한 결손금 외에 공제될 수 있는 이월결손금이 있다는 주장을 할 수 없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이러한 과세관청의 결손금 감액경정은 이후 사업연도의 이월결손금 공제와 관련하여 법인세 납세의무자인 법인의 납세의무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과세관청의 행위로서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행정처분이라고 봄이 상당하다. 4. 평석 가. 항고소송의 대상인 처분 (1) 처분 여부의 판단기준 항고소송의 대상인 '처분' 이란 '행정청이 행하는 구체적 사실에 관한 법집행으로서의 공권력의 행사 또는 그 거부와 그 밖에 이에 준하는 행정작용(행정소송법 제2조 제1항 제1호)'을 말한다. 행정청의 행위가 항고소송의 대상이 될 수 있는지는 구체적인 경우에 관련 법령의 내용과 취지, 그 행위의 주체·내용·형식·절차, 그 행위와 상대방 등 이해관계인이 입는 불이익 사이의 실질적 견련성, 법치행정의 원리와 그 행위에 관련된 행정청이나 이해관계인의 태도 등을 고려하여 개별적으로 결정하여야 한다(대법원 2010. 11. 18. 선고 2008두167 전원합의체 판결). 대법원은 아래 (2)항에서 보는 바와 같이 납세의무(과세표준과 세액)나 권리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행위, 납세의무자의 법률상 지위에 직접적인 법률적 변동을 가져오는 행위를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처분으로 보고 있다. (2) 관련 사례 대법원은 신고시인결정(대법원 2016. 8. 18. 선고 2015두41562 판결), 원천징수의무자에 대한 소득금액변동통지(대법원 2006. 4. 20. 선고 2002두1878 전원합의체 판결), 증액경정처분(대법원 2009. 5. 14. 선고 2006두17390 판결), 세무조사결정(대법원 2011. 3. 10. 선고 2009두23617 판결), 납세고지서를 발급하지 않고 결정결의서만 교부한 경우(대법원 2017. 10. 12. 선고 2014두3044, 3051 판결), 결손금액증액경정청구 거부처분(대법원 2009. 7. 23. 선고 2007두21297 판결) 등을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처분이라고 한 반면, 원천납세의무자에 대한 소득금액변동통지(대법원 2015. 1. 29. 선고 2013두4118 판결), 감액경정처분(대법원 2013. 10. 31. 선고 2010두4599 판결), 사업자등록 직권말소와 직권 명의정정(대법원 2000. 12. 22. 선고 99두6903 판결, 대법원 2011. 1. 27. 선고 2008두2200 판결), 국세기본법 제51조 제1항, 제52조 등에 의한 국세환급결정이나 그 결정을 구하는 신청에 대한 환급거부결정, 환급충당(대법원 2010. 2. 25. 선고 2007두18284 판결, 대법원 2005. 6. 10. 2005다15482 판결) 등을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처분으로 보지 아니한다. 나. 결손금 감액경정의 항고소송 대상 여부 (1) 종전 대법원의 입장 대법원은 2009년 12월 31일자 개정 전의 구 법인세법 적용에 있어서 과세관청의 결손금 감액경정(법인세 과세표준 결정이나 손금불산입 처분)이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지 아니한다는 입장이었다(대법원 1996. 9. 24. 선고 95누12842 판결). 법인의 과세표준 등 확정신고나 정부의 조사·결정에 따른 과세표준 등 확정시에 결손금으로 조사된 금액만이 결손금에 해당하는 것이 아니므로 납세의무자인 법인은 그 뒤 사업연도의 법인세 부과처분의 효력을 다툼에 있어서 종전의 과세표준 결정이 잘못되었다거나 법인세법의 관계 규정에 따라 소득에서 공제될 수 있는 이월결손금이 있다는 등의 주장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대법원 2002. 11. 26. 선고 2001두2652 판결 등). (2) 2009년 12월 31일자 구 법인세법 개정 이후 결손금 감액경정의 처분성 2009년 12월 31일자 법인세법 개정 이전에는 과세관청이 어느 사업연도의 과세표준을 경정 또는 결정함에 있어서 결손금을 감액결정·경정하더라도 납세의무자는 그 이후 사업연도에 대한 법인세 과세처분을 다투면서 종전의 과세표준 결정이 잘못되었다거나 공제될 수 있는 이월결손금이 있다는 주장을 하여 과세처분을 취소시킬 수 있었다. 그러나 2009년 12월 31일자 법인세법 개정시 제13조 제1호 후단이 신설됨으로써 공제 대상이 되는 이월결손금은 모든 결손금이 아니라 위 제1호 후단의 요건을 갖춘 결손금으로 축소되었다. 따라서 2009년 12월 31일자 법인세법 개정 이후 사업연도에 있어서는 과세관청이 어느 사업연도의 결손금을 감액경정하는 경우 이를 바로 다투지 아니하면 그 이후 사업연도에 대한 과세처분 시 과세관청의 결손금 감액경정과 다른 결손금은 주장할 수 없게 되었다. 이와 같이 2009년 12월 31일자 법인세법 개정 이후에는 과세관청의 결손금 감액경정이 확정되면 그 이후의 사업연도에 있어서 공제 대상인 이월결손금이 축소되는 결과를 가져온다. 따라서 과세관청의 경정으로 감액된 결손금만큼 납세의무자의 과세표준이 증가하게 된다. 위 가.항에서 본 바와 같이 대법원은 납세의무자의 권리나 법률상 지위에 직접적인 법률적 변동을 가져오거나 납세의무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행위를 항고소송의 대상인 처분으로 판단하고 있다. 이러한 판단기준에 따르면 2009년 12월 31일자 법인세법 개정 이후에 있어서 과세관청의 결손금 감액경정은 납세의무자의 권리나 법률상 지위에 직접적인 법률적 변동을 가져오고 납세의무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행위로서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처분에 해당된다. 다. 대상 판결의 의의 구 법인세법 제13조 제1호 후문의 신설 이후에도 그 개정 전과 마찬가지로 납세의무자가 과세관청의 결손금 감액결정·경정에 대하여는 다툴 수 없고 그 이후 사업연도에 대한 과세처분을 다투면서 종전의 과세표준 결정이 잘못되었다거나 공제 대상인 이월결손금이 있다는 주장을 하는 방법으로 다투어야 하는지에 관하여 실무상 많은 논란이 있었다. 대상 판결은 위 제1호 후문이 신설된 이후에는 납세의무자가 과세관청의 결손금 감액경정을 항고소송의 대상인 처분으로 보아 바로 다투어야 하고 이에 대하여 다투지 않은 경우에는 그 이후의 사업연도에 대한 과세처분 시 종전의 결손금 감액경정이 잘못되었다는 주장을 할 수 없다고 하였다. 대상 판결은 2009년 12월 31일 법률 제9898호로 개정 때 신설된 구 법인세법 제13조 제1호 후문에 대한 최초의 대법원 판결로서 실무상 논란이 있던 쟁점을 명확하게 정리해 주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고 타당하다. 유철형 변호사 (법무법인 태평양)
법인세
결손금
과세표준
유철형 변호사 (법무법인 태평양)
2020-08-10
16
17
18
19
20
banner
주목 받은 판결큐레이션
1
헌재 "사실혼 배우자에게 숨진 배우자 재산 상속 권리 부여 않은 민법 조항 합헌"
판결기사
2024-04-01 09:30
태그 클라우드
공직선거법명예훼손공정거래손해배상중국업무상재해횡령조세사기노동
달리(Dali)호 볼티모어 다리 파손 사고의 원인, 손해배상책임과 책임제한
김인현 교수(선장, 고려대 해상법 연구센터 소장)
footer-logo
1950년 창간 법조 유일의 정론지
논단·칼럼
지면보기
굿모닝LAW747
LawTop
법신서점
footer-logo
법인명
(주)법률신문사
대표
이수형
사업자등록번호
214-81-99775
등록번호
서울 아00027
등록연월일
2005년 8월 24일
제호
법률신문
발행인
이수형
편집인
차병직 , 이수형
편집국장
신동진
발행소(주소)
서울특별시 서초구 서초대로 396, 14층
발행일자
1999년 12월 1일
전화번호
02-3472-0601
청소년보호책임자
김순신
개인정보보호책임자
김순신
인터넷 법률신문의 모든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으며 무단 전재, 복사, 배포를 금합니다. 인터넷 법률신문은 인터넷신문윤리강령 및 그 실천요강을 준수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