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o
2024년 3월 29일(금)
지면보기
구독
한국법조인대관
판결 큐레이션
매일 쏟아지는 판결정보, 법률신문이 엄선된 양질의 정보를 골라 드립니다.
판결기사
판결요지
판례해설
판례평석
판결전문
의료사고
민사일반
서울동부지방법원 2019가합112395
손해배상(의)
서울동부지방법원 제13민사부 판결 【사건】 2019가합112395 손해배상(의) 【원고】 1. 하AA, 2. 하BB, 원고 1, 2는 미성년자이므로 법정대리인 친권자 부 하CC, 모 이DD, 3. 하CC, 4. 이DD, 원고들 주소, 원고들 소송대리인 변호사 이성호, 원고들 소송복대리인 변호사 이민형 【피고】 재단법인 ◇◇사회복지재단, 서울 송파구, 대표자 이사 정○○,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세승 담당변호사 조진석 【변론종결】 2021. 9. 9. 【판결선고】 2021. 11. 18. 【주문】 1. 피고는 원고 하AA, 하BB에게 각 2,000,000원, 원고 하CC, 이DD에게 각 15,000,000원 및 위 각 돈에 대하여 2019. 8. 21.부터 2021. 11. 18.까지는 연 5%,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2. 원고들의 나머지 청구를 각 기각한다. 3. 소송비용 중 1/10은 피고가, 나머지는 원고들이 각 부담한다. 4. 제1항은 가집행할 수 있다. 【청구취지】 피고는 원고 하CC에게 233,497,672원, 원고 이DD에게 228,260,422원, 원고 하AA, 하BB에게 각 10,000,000원 및 위 각 돈에 대하여 2019. 8. 21.부터 이 사건 소장 부본 송달일까지는 연 5%,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이유】 1. 기초사실 가. 당사자들의 관계 피고는 서울 송파구 ○○○로**길 **에 소재한 서울◇◇병원(이하 ‘피고 병원’이라 한다)을 운영하는 재단법인이고, 망 하EE(이하 ‘망아’라 한다)는 피고 병원에서 출생하여 진료를 받다 사망한 사람이며, 원고 하CC과 이DD은 망아의 부모, 원고 하AA, 하BB는 망아의 형제자매이다. 나. 망아 출생 전 원고 이DD에 대한 진료 경위 1) 원고 이DD은 망아 임신 16주경인 2019. 4. 2. ○○○여성병원에서 정밀초음파 검사 결과상 망아에게 선천성 횡경막탈장(CDH)이 있다는 진단을 받은 후 ○○대병원을 거쳐 2019. 7. 16. 산부인과 외래 진료를 받기 위해 피고 병원에 내원하였다. 피고 병원 의료진은 원고 이DD의 양수과다 소견을 확인하고 원고 이DD에게 양수감압술을 권유하였으나, 원고 이DD은 ○○대병원에서 양수감압술을 시행받겠다고 하면서 귀가하였다. 2) 원고 이DD은 2019. 7. 31. 산부인과 외래 진료를 받기 위해 피고 병원에 내원하였고, 피고 병원 의료진의 권유에 따라 피고 병원에 입원하였다. 그 다음날인 2019. 8. 1. 망아의 기초심박동수가 감소하자 피고 병원 의료진은 응급 제왕절개수술이 필요하다고 판단하였으나, 피고 병원 신생아 중환자실에 자리가 없어 원고 이DD을 △△대학교병원으로 전원시켰다. 3) △△대학교병원 전원 후 망아의 상태는 안정적인 것으로 확인되었고, △△대학교병원 의료진의 입원 권유에도 불구하고 원고 이DD은 2019. 8. 2. △△대학교병원에서 퇴원하였다. 4) 원고 이DD은 2019. 8. 14. 재차 피고 병원에 내원하여 산부인과 외래진료를 받았고, 피고 병원 의료진의 권유에 따라 2019. 8. 19. 피고 병원에 입원하기로 결정하였다. 다. 망아 출생 무렵 진료 경위 1) 원고 이DD은 2019. 8. 19. 피고 병원 산부인과 병동에 입원하였고, 피고 병원 의료진은 신생아 중환자실에 빈자리가 발생하면 분만하기로 결정하고, 원고 이DD과 하CC에게 망아에 대한 신생아 중환자실 치료가 필수적이며 에크모, 즉 체외막산소화(ECMO, ExtraCorporeal Membrane Oxygenation, 이하 ‘에크모’라고만 한다) 치료를 시행할 가능성이 있음을 설명하였다. 2) 피고 병원 의료진은 2019. 8. 20. 08:30경 원고 이DD에 대해 양수감압술을 시행한 후 09:30경부터 유도분만을 시도하였으나, 망아의 심박동수가 감소하고 간헐적 태아 가사 소견을 보이자, 응급 제왕절개수술을 시행하여 2019. 8. 20. 12:13경 망아를 출생시켰다. 3) 망아는 곧바로 신생아 중환자실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으나, 산소포화도가 50% 미만으로 감소(참고치 : 95~ 100%)하는 등 상태가 악화되었다. 이에 피고 병원 의료진은 원고 하CC의 동의를 받아 망아에 대해 에크모 치료를 시행하려 하였으나, 같은 날 20:30경 피고 병원이 보유하고 있던 에크모 치료기가 모두 다른 환자들의 치료에 사용중임을 확인하였다. 이에 피고 병원 의료진은 같은 날 23:13경 원고 하CC에게 에크모 치료기가 준비되어 있지 않아서 에크모 치료를 할 수 없음과 전원가능성, 전원에 따른 위험성, 사망가능성을 설명하였다. 4) 망아는 2019. 8. 21. 02:00경부터 혈압이 감소하고 맥박이 느려지기 시작하였으며, 02:54경부터는 심폐정지가 발생하였다. 피고 병원 의료진은 망아에게 응급약물을 투여하고 심폐소생술을 시행하였으나, 망아는 회복하지 못하고 같은 날 04:16경 사망하였다. 라. 관련 의료지식 1) 선천성 횡경막탈장(CDH) 횡격막이란 소화관과 간 등이 있는 복부와 폐와 심장이 있는 흉부를 가로지르는 얇은 근육으로 구성된 막으로서, 수축과 이완을 통해 사람이 호흡운동을 할 수 있게 도와준다. 횡격막은 임신 7~10주 사이에 형성되며, 식도가 지나가는 구멍만 남겨둔 채 복부와 흉부를 완전히 가로막게 된다. 그러나 유전적 원인이나 외부 원인으로 횡격막 결손이 발생하면 이곳을 통해 복부 내장이 밀려 올라가 폐를 압박하게 되며, 그 결과 태아의 폐가 정상적으로 성장하지 못하는 문제가 발생하는데, 이것을 횡격막탈장이라고 한다. 횡격막탈장 환아들은 폐가 제대로 성숙해 있지 않기 때문에 심한 호흡곤란과 청색증이 나타날 수 있으며, 복부 장기가 가슴 속으로 밀려 올라가 있기 때문에 복부가 홀쭉하게 함몰되어 있기도 한다. 폐의 발육 부진이 심하거나 밀려 들어온 장기의 부피가 클수록 호흡곤란이 더 일찍 나타날 수 있고, 특히 출생 후 24시간 이내에 호흡 곤란이 나타나면 수술을 하더라도 결과가 좋지 않은 경우가 많다. 한편, 환아의 일부는 심장기형이나 염색체 이상 등 다른 선천성 질환을 동반하기도 한다. 횡격막탈장은 가장 대표적인 신생아 응급질환 중 하나이다. 호흡곤란이 발생한 환아는 신생아 중환자실에서 인공호흡기를 필요로 하며, 수술을 통해 가슴 속으로 밀려 올라간 복부장기를 원위치로 돌려놓고 결손된 횡격막을 봉합해 주어야 한다. 생후 24시간 내에 수술교정을 요할 정도로 심한 호흡부전을 보이는 환자에서는 수술 후 사망률 높아 이를 예방하기 위한 집중적인 환자관리가 필요한데, 이에 대해 약물치료, 고빈도환기법, 체외막산소화 등의 치료법들이 추가로 시행되기도 한다. 선천성 횡격막탈장의 예후는 폐의 미성숙이 심한 정도에 달려 있다. 임신 24주 전에 횡격막탈장이 산전초음파로 진단된 경우, 간이나 위가 흉강으로 탈장되어 있는 경우, 태아초음파로 측정된 O/E LHR(Observed/Expected Lung-to-Head Ratio, 관찰된 태아 머리 직경 대비 폐의 크기 비율이, 해당 재태연령의 정상태아에서 기대되는 머리 직경 대비 폐의 크기 비율의 몇 퍼센트를 차지하는지 나타낸 비율)이 낮은 경우, 양수 과다증이 있는 경우, 심장기형이 동반된 경우 예후가 나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선천성 횡격막탈장의 예후가 나쁜 경우 에크모 치료를 적용하기도 하는데, 에크모 치료를 통해 일반적으로 약 10% 정도 생존율 향상을 기대할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2) 체외막산소공급(에크모)기 에크모 치료기는 심장이나 폐의 기능이 저하되어 기존의 방법으로는 생명 유지가 어려울 경우, 일시적으로 심장 및 폐의 기능을 도와주는 장치를 말한다. 기기를 인체와 연결할 때 대퇴나 목의 혈관을 이용하므로 이들 혈관이 손상될 위험이 있으며, 에크모 치료기를 작동하는 동안에는 혈액이 굳지 않도록 항응고제를 사용하므로 여러 장기의 출혈을 유발할 수 있다. 에크모 치료기를 적용하는 경우 혈관을 대체하는 굵은 카테터를 체내로 삽입하므로 감염에 취약하며, 자연적인 응고가 일어나지 않도록 항응고요법을 시행하므로 출혈의 위험성이 증가한다. 그러므로 체외막산소공급은 환자에게 발생할 수 있는 효과와 부작용에 대해 충분히 검토한 후 시행한다. 에크모는 심장 기능의 저하로 인해 심장 기능이 회복될 때까지 심장 기능을 보조하고, 심장 이식을 기다리는 동안 이식 전단계에 사용되며, 급성호흡부전으로 인해 인공호흡기만으로는 적절한 산소공급이 어려울 경우에 시행한다. 일반적으로 체외막산소공급을 계획하는 환자는 심장이나 폐의 상태가 매우 나쁜 경우가 많으므로 이를 시행하지 않는다면 환자는 생존이 어려워 사망에 이를 수 있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6, 11, 12호증의 각 기재, 이 법원의 ▽▽대학교병원장 및 □□대학교 ○○○○병원장에 대한 각 진료기록감정 촉탁결과, 변론 전체의 취지 2. 원고들의 주장 가. 피고 병원 의료진의 진료상 과실로 인한 망아의 사망 피고 병원 의료진의 아래와 같은 진료상 과실로 인해 망아가 사망하였으므로, 피고 병원 의료진의 사용자인 피고는 망아의 사망으로 인한 망아 및 원고들의 재산적, 정신적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 1) 피고 병원 의료진은 망아의 선천성 횡경막탈장 질환과 이로 인한 에크모 치료의 필요성을 잘 알고 있었고, 당시 원고 이DD의 분만 진통이 시작되지도 않아 응급 제왕절개 수술로 망아를 출산시킬 필요도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 병원 의료진은 사전에 에크모 치료기를 준비해 두지 아니한 채 망아를 출산시켰고, 이로 인해 망아는 출생 후 호흡곤란으로 에크모 치료가 필요하였음에도 이를 받지 못한 채 사망하였다(결과회피의무 또는 보호의무 위반). 2) 피고 병원 의료진은 에크모 치료기가 준비된 다른 병원으로 원고 이DD을 전원시켜서 에크모 치료가 준비된 상태에서 망아가 분만이 되도록 하였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분만을 감행하여 망아에 대한 즉각적인 에크모 치료가 지연되게 하였다(전원의무 위반). 나. 불성실한 진료행위 피고 병원 의료진이 에크모 치료기가 준비되지 아니한 상태에서 망아를 출생시키고 이로 인해 에크모 치료를 받지 못한 채 사망하게 한 것은 일반인의 처지에서 보아 수인한도를 넘어설 만큼 현저하게 불성실한 진료를 한 것이므로, 그 자체로 불법행위를 구성하여 피고는 망아나 원고들이 입은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의 배상할 책임이 있다. 다. 설명의무 위반 원고들은 에크모 치료기가 없음을 알았다면 분만에 동의하지 아니하였을 것인데, 피고는 에크모 치료기가 준비 안된 상태에 대한 설명 없이 분만을 시작하여 망아를 출생시켰다. 이는 설명의무를 위반하여 원고들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한 것이다. 3. 판단 가. 진료상 과실의 인정 여부 1) 관련 법리 의사가 진찰·치료 등의 의료행위를 함에 있어서는 사람의 생명·신체·건강을 관리하는 업무의 성질에 비추어 환자의 구체적인 증상이나 상황에 따라 위험을 방지하기 위하여 요구되는 최선의 조치를 취하여야 할 주의의무가 있고 의사의 이와 같은 주의의무는 의료행위를 할 당시 의료기관 등 임상의학 분야에서 실천되고 있는 의료행위의 수준을 기준으로 삼되 그 의료수준은 통상의 의사에게 의료행위 당시 일반적으로 알려져 있고 또 시인되고 있는 이른바 의학상식을 뜻하므로 진료환경 및 조건, 의료행위의 특수성 등을 고려하여 규범적인 수준으로 파악되어야 한다(대법원 2005. 10. 28. 선고 2004다13045 판결 등). 2) 구체적 판단 앞서 든 증거들에 을 제6호증의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할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 병원 의료진에게는 망아를 출생시키기 전 피고 병원의 에크모 치료기를 미리 확보하여 두지 않은 과실 또는 신생아 중환자실과 에크모 치료기가 확보된 다른 병원으로의 전원 가능성을 검토하지 않은 채 만연히 망아를 출생시킨 과실이 있다고 봄이 타당하다. ① 피고 병원 의료진은 망아 출산 전 원고 이DD에 대한 수 차례의 진료를 통해 망아의 O/E LHR이 2019. 7. 16. 21.7%, 2019. 7. 31. 19.39%, 2019. 8. 14. 19.9%로서 망아의 폐가 심각하게 미성숙된 상태임을 확인하였으므로, 망아의 출생 이후 심각한 호흡곤란으로 인해 에크모 치료가 필요할 수 있음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고, 2019. 8. 19.경에는 원고 이DD과 하CC에게 망아에 대한 에크모 치료를 시행할 가능성이 있음을 설명하기도 하였다. ② 피고 병원 의료진은 2019. 8. 20. 오전 원고 이DD에게 양수감압술을 시행하고 유도분만을 시작하여 최종적으로는 제왕절개수술로 망아를 출생시켰는데, 그 전날인 2019. 8. 19.부터 이미 피고 병원의 에크모 치료기 11대는 모두 사용중이었다(즉, 분만 개시 당시까지 사용가능한 에크모 치료기가 있었는데 에크모를 필요로 하는 다른 응급 환자가 발생하여 갑자기 모든 에크모 치료기가 사용중인 상태로 된 것이 아니다). 그럼에도 피고 병원 의료진은 이를 확인하지도 않은 채 만연히 망아에 대한 유도분만을 개시한 것으로 보인다. ③ 원고 이DD은 2019. 8. 19. 피고 병원에 입원하여 피고 병원 신생아 중환자실에 공석이 발생하기를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었고, 피고 병원 의료진이 그 다음날 오전 원고 이DD에 대해 양수감압술을 시행하고 유도분만을 시작할 당시까지도 진통 등 분만이 개시된 것은 아니었으므로, 신생아 중환자실과 에크모 치료기가 확보된 다른 병원으로 전원이 가능한지 알아볼 시간적 여유가 충분히 있었다. 게다가 피고 병원 의료진은 망아 출생일부터 약 3주 전인 2019. 8. 1.경에는 피고 병원의 신생아 중환자실에 공석이 없다는 이유로 원고 이DD을 서울대병원으로 전원시킨 적도 있다. 그럼에도 피고 병원 의료진은 신생아 중환자실과 에크모 치료기가 확보된 다른 병원이 있는지 전혀 알아보지 않은 채 만연히 망아에 대한 분만을 개시하여 망아를 출생시켰다. 나. 사망과의 인과관계 인정 여부 그러나, 앞서 든 증거들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할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피고 병원 의료진이 망아에게 에크모 치료를 실시하였더라도, 망아의 생존 기간을 다소 연장시킬 수 있을지언정 사망의 결과를 피하기는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피고 병원 의료진의 앞서 본 과실과 망아의 사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하기는 어렵다. ① 임신 24주 전에 횡격막탈장이 산전초음파로 진단된 경우, 간이나 위가 흉강으로 탈장되어 있는 경우, 태아초음파로 측정된 O/E LHR이 낮은 경우, 양수과다증이 있는 경우, 심장기형이 동반된 경우 선천성 횡격막탈장의 예후가 나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망아는 임신 16주경 선천성 횡격막탈장이 진단되었고, O/E LHR이 2019. 7. 31. 19.39%, 2019. 8. 14. 19.9%로서 매우 낮았으며, 양수과다증이 있는 등 선천성 횡격막탈장의 예후가 불량할 다수의 인자들이 있는 상태였다. ② 출생 직전 망아의 O/E LHR은 2019. 7. 31. 19.39%, 2019. 8. 14. 19.9%이었는데, 연구 결과 정상아 대비 폐 크기(O/E LHR) 수치가 20% 미만인 경우 생존율은 15% 미만으로 보고되고 있다. ③ 대단위 연구에서 선천성 횡격막탈장 신생아를 대상으로 한 에크모 치료의 효과는 분명하지 않다고 보고되고 있고, 2006년부터 2015년까지 △△대학교 어린이병원에서 에크모 치료를 받은 선천성 횡격막탈장 신생아 환자 6명 모두가 사망한 바 있다. ④ 출생 이후 망아는 활력징후와 산소포화도가 매우 불안정한 상태였고, 이 사건의 소아외과 진료기록 감정의 역시 ‘에크모 치료를 하였어도 망아가 생존할 가능성은 매우 낮았을 것’이라는 소견을 제시하였다. 다. 연명이익 또는 치료기회 상실에 관한 위자료의 배상 다만 피고 병원 의료진의 위와 같은 과실이 없었더라면 망아는 에크모 치료를 받고 그 치료를 통해 다소나마 생존기간을 연장할 수 있는 여지도 있었을 것인데 피고병원 의료진의 위와 같은 과실로 인하여 그 치료를 받아 볼 기회를 상실하였는바, 이로 인하여 망아나 그 가족들인 원고들이 정신적 고통을 받았을 것으로 봄이 타당하다. 따라서 피고는 피고 병원 의료진의 사용자로서 망아와 원고들이 입은 정신적 고통을 금전으로나마 위자할 의무가 있다. 나아가 위자료의 액수에 관하여 보건대, 이 사건 진료의 경위와 결과, 망아의 연령, 망아와 원고들의 관계 기타 이 사건 변론에 나타난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보면, 위자료의 액수는 망아 20,000,000원, 원고 하CC, 이DD 각 5,000,000원, 원고 하AA, 하BB 각 2,000,000원으로 정함이 타당하다.1) [각주1] 이상과 같이 연명이익 또는 치료기회 상실에 관한 위자료의 배상을 명하는 이상 원고들의 불성실한 진료행위 주장 또는 설명의무 위반 주장에 관하여는 따로 판단하지 않는다. 라. 소결론 따라서 피고는 원고 하CC, 이DD에게 망아의 위자료를 상속지분에 따라 상속한 금액 및 위 원고들 고유의 위자료 합계액으로 각 15,000,000원[= 상속분 (20,000,000 × 1/2)원 + 고유 위자료 5,000,000원], 원고 하AA, 하BB에게 각 2,000,000원 및 위 각 돈에 대하여 불법행위일인 2019. 8. 21.부터 피고가 이행의무의 존부나 범위에 관하여 항쟁함이 상당한 이 사건 판결 선고일인 2021. 11. 18.까지는 민법이 정한 연 5%,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이 정한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4. 결론 그렇다면 원고들의 이 사건 청구는 각 위 인정 범위 내에서 이유 있어 인용하고 나머지 청구는 이유 없어 각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성창호(재판장), 전희숙, 조정용
태아
사망
의료과실
병원
아기
2021-12-17
노동·근로
민사일반
대법원 2016다10544
임금
대법원 제3부 판결 【사건】 2016다10544 임금 【원고, 상고인】 1. 장AA, 2. 왕BB, 3. 김CC, 4. 안DD, 5. 권EE 【피고, 피상고인】 주식회사 ◇◇◇◇조선 【원심판결】 부산고등법원 2016. 1. 13. 선고 2015나1956 판결 【판결선고】 2021. 12. 16. 【주문】 원심판결의 원고들 패소 부분 중 격려금, 성과금, 상여O/T, 하기휴가비, 월차휴가수당 청구 부분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부산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원고들의 나머지 상고를 모두 기각한다. 【이유】 상고이유(상고이유서 제출기간이 지난 다음 제출된 상고이유보충서 등은 이를 보충하는 범위에서)를 판단한다. 1. 격려금, 성과금, 상여O/T, 하기휴가비, 월차휴가수당 청구 부분을 제외한 원고들 패소 부분 가. 민법 제2조 제1항은 신의성실의 원칙(이하 ‘신의칙’이라 한다)에 관하여 “권리의 행사와 의무의 이행은 신의에 좇아 성실히 하여야 한다.”라고 정하고 있다. 신의칙은 법률관계의 당사자가 상대방의 이익을 배려하여 형평에 어긋나거나 신의를 저버리는 내용 또는 방법으로 권리를 행사하거나 의무를 이행해서는 안 된다는 추상적 규범으로서 법질서 전체를 관통하는 일반 원칙으로 작용하고 있다. 신의칙에 반한다는 이유로 권리의 행사를 부정하기 위해서는 상대방에게 신뢰를 제공하였다거나 객관적으로 보아 상대방이 신뢰를 하는 데 정당한 상태에 있어야 하고, 이러한 상대방의 신뢰에 반하여 권리를 행사하는 것이 정의관념에 비추어 용인될 수 없는 정도의 상태에 이르러야 한다(대법원 2003. 4. 22. 선고 2003다2390, 2406 판결, 대법원 2021. 6. 10. 선고 2017다52712 판결 참조). 단체협약 등 노사합의의 내용이 근로기준법의 강행규정을 위반하여 무효인 경우에, 그 무효를 주장하는 것이 신의칙에 위배되는 권리의 행사라는 이유로 이를 배척한다면, 강행규정으로 정한 입법 취지를 몰각시키는 결과가 되므로, 그러한 주장은 신의칙에 위배된다고 볼 수 없음이 원칙이다. 그러나 노사합의의 내용이 근로기준법의 강행규정을 위반한다는 이유로 노사합의의 무효 주장에 대하여 예외 없이 신의칙의 적용이 배제되는 것은 아니다. 위에서 본 신의칙을 적용하기 위한 일반적인 요건을 갖춤은 물론 근로기준법의 강행규정성에도 불구하고 신의칙을 우선하여 적용할 만한 특별한 사정이 있는 예외적인 경우에 한하여 그 노사합의의 무효를 주장하는 것이 신의칙에 위배되어 허용될 수 없다. 노사합의에서 정기상여금은 그 자체로 통상임금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전제에서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 산정 기준에서 제외하기로 합의하고 이를 기초로 임금수준을 정한 경우, 근로자 측이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 가산하고 이를 토대로 추가적인 법정수당의 지급을 구함으로써 사용자에게 예측하지 못한 새로운 재정적 부담을 지워 중대한 경영상의 어려움을 초래하거나 기업의 존립을 위태롭게 하는 것은 정의와 형평 관념에 비추어 신의에 현저히 반할 수 있다(대법원 2013. 12. 18. 선고 2012다89399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다만 근로관계를 규율하는 강행규정보다 신의칙을 우선하여 적용할 것인지를 판단할 때에는 근로조건의 최저기준을 정하여 근로자의 기본적 생활을 보장·향상시키고자 하는 근로기준법 등의 입법 취지를 충분히 고려할 필요가 있다. 기업을 경영하는 주체는 사용자이고 기업의 경영상황은 기업 내·외부의 여러 경제적·사회적 사정에 따라 수시로 변할 수 있다. 통상임금 재산정에 따른 근로자의 추가 법정수당 청구를 중대한 경영상의 어려움을 초래하거나 기업 존립을 위태롭게 한다는 이유로 배척한다면, 기업 경영에 따른 위험을 사실상 근로자에게 전가하는 결과가 초래될 수 있다. 따라서 근로자의 추가 법정수당 청구가 사용자에게 중대한 경영상의 어려움을 초래하거나 기업의 존립을 위태롭게 하여 신의칙에 위배되는지는 신중하고 엄격하게 판단해야 한다(대법원 2019. 2. 14. 선고 2015다217287 판결 참조). 통상임금 재산정에 따른 근로자의 추가 법정수당 청구가 기업에 중대한 경영상의 어려움을 초래하거나 기업 존립을 위태롭게 하는지는 추가 법정수당의 규모, 추가 법정수당 지급으로 인한 실질임금 인상률, 통상임금 상승률, 기업의 당기순이익과 그 변동 추이, 동원 가능한 자금의 규모, 인건비 총액, 매출액, 기업의 계속성·수익성, 기업이 속한 산업계의 전체적인 동향 등 기업운영을 둘러싼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판단해야 한다. 기업이 일시적으로 경영상의 어려움에 처하더라도 사용자가 합리적이고 객관적으로 경영 예측을 하였다면 그러한 경영상태의 악화를 충분히 예견할 수 있었고 향후 경영상의 어려움을 극복할 가능성이 있는 경우에는 신의칙을 들어 근로자의 추가 법정수당 청구를 쉽게 배척해서는 안 된다. 나.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서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을 위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이 사건 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해당함을 전제로 재산정한 미지급 법정수당과 퇴직금 차액을 구하는 원고들의 청구가 신의칙에 위배된다고 볼 수 없다. 피고의 매출액, 영업이익, 당기순이익 등 경영 지표는 2012년경까지 전반적으로 양호하였다. 피고의 매출총이익률, 영업이익률, 당기순이익률은 2007년 이후 피고의 주된 제조분야인 선박 가격의 지속적 하락 등의 영향으로 감소 추세를 보였으나, 피고의 경영상태가 열악한 수준이었다고 보기 어렵다. 피고의 매출과 손익 등 경영상태는 2013년과 2014년 무렵 악화되었다. 그 원인은 2012년경부터 주요 수출처인 유럽의 경기침체에 따른 수출량 감소, 중국 기업의 급속한 성장세에 따른 수출 점유율 하락, 동종업계의 경쟁 심화 등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경영상태의 악화는 피고가 예견할 수 없었던 사정이라고 보기 어렵다. 국내외 경제상황의 변동에 따른 위험과 불이익은 피고와 같이 오랫동안 대규모 사업을 영위해 온 기업이 예견할 수 있거나 부담해야 할 범위에 있고, 피고의 기업 규모 등에 비추어 극복할 가능성이 있는 일시적 어려움이라고 볼 수 있다. 실제로 피고는 경영 현황 설명 자료에서 2014년도부터 조선 산업이 점진적으로 회복될 것으로 예상하였고, 피고의 2015년도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이 상당히 증가하여 위와 같은 예상에 부합한다. 통상임금 재산정 결과 피고 소속 근로자의 통상임금 상승률과 임금 인상률이 상당할 것으로 보이기는 하지만, 사실심 변론종결 당시를 기준으로 피고가 부담할 것으로 예상되는 추가 법정수당의 규모(소멸시효가 완성한 부분을 제외하고 휴일근로수당 중복할증을 하지 않은 것을 전제로 한다), 추가 법정수당의 연도별 총인건비와 당기순이익 대비 비율, 피고의 사업 규모와 그동안의 매출, 영업이익, 당기순이익 등 손익의 추이 또는 경영성과의 누적 상태 등 기업운영을 둘러싼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보면, 추가 법정수당과 이를 반영한 추가 퇴직금의 지급으로 피고에게 중대한 경영상 위기가 초래된다거나 기업의 존립 자체가 위태롭게 된다고 인정하기 어렵다. 피고의 경영상태는 원고들이 이 사건 소를 제기한 이후에 급격히 악화되었다가 사실심 변론종결 무렵에는 어느 정도 회복세를 보이고 있었다. 원심으로서는 피고의 일시적인 경영악화만이 아니라, 기업의 계속성이나 수익성, 경영상 어려움을 예견하거나 극복할 가능성이 있는지도 고려해서 추가 법정수당 등 청구의 인용 여부를 판단했어야 한다. 다. 그런데도 원심은, 피고의 추가부담액이 4년 6개월간 약 868억 원에 이른다는 등의 사정을 들어, 원고들의 미지급 법정수당과 퇴직금 차액 청구가 신의칙에 위배되어 허용될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원심판결에는 신의칙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는 등으로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2. 격려금, 성과금, 상여O/T, 하기휴가비, 월차휴가수당 청구 부분 원고들은 상고장과 상고이유서에 위 부분에 대하여 상고이유를 기재하지 않았다. 3. 결론 원심판결의 원고들 패소 부분 중 격려금, 성과금, 상여O/T, 하기휴가비, 월차휴가수당 청구 부분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며, 원고들의 나머지 상고는 이유 없어 이를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노정희(재판장), 김재형(주심), 안철상, 이흥구
상여금
현대중공업
통상임금
법정수당
현대미포조선
2021-12-17
형사일반
서울중앙지방법원 2021노1151
집회및시위에관한법률위반
서울중앙지방법원 제2형사부 판결 【사건】 2021노1151 집회및시위에관한법률위반 【피고인】 A (6*-1) 【항소인】 피고인 【검사】 양준석(기소), 김우중(공판) 【원심판결】 서울중앙지방법원 2021. 5. 11. 선고 2020고정2005 판결 【판결선고】 2021. 12. 17. 【주문】 피고인의 항소를 기각한다. 【이유】 1. 항소이유의 요지 피고인은 기자회견을 하려고 하였을 뿐 옥외집회를 주최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원심은 피고인이 옥외집회를 주최하였다고 인정하고 유죄를 선고하였는바, 원심판결에는 사실을 오인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2. 판단 피고인은 원심에서 이 사건 항소이유와 동일한 주장을 하여 원심은 판결문에 ‘피고인 및 변호인의 주장에 대한 판단’이라는 제목 아래 피고인의 주장과 이에 대한 판단을 설시하여 위 주장을 배척하였는바, 원심의 이와 같은 판단을 기록과 대조하여 살펴보면, 원심의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이 되고, 피고인의 주장과 같이 사실을 오인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피고인의 주장은 이유 없다. 3. 결론 그렇다면 피고인의 항소는 이유 없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4항에 의하여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박노수(재판장), 조영은, 안지열
문재인
집회및시위에관한법률
불법집회
2021-12-17
정보통신
금융·보험
민사일반
서울고등법원 2021나2010775
손해배상(기)
서울고등법원 제19–1민사부 판결 【사건】 2021나2010775 손해배상(기) 【원고, 항소인 겸 피항소인】 이○○, 전주시, 소송대리인 법무법인(유한) 동인 담당변호사 김미리 【피고, 피항소인 겸 항소인】 주식회사 ◇◇코리아(변경 전 상호: 주식회사 △△△코리아닷컴), 서울, 대표이사 허○○, 소송대리인 법무법인(유한) 충정 담당변호사 조성환 【제1심판결】 서울중앙지방법원 2021. 2. 3. 선고 2019가합515496 판결 【변론종결】 2021. 10. 13. 【판결선고】 2021. 12. 8. 【주문】 1. 이 법원에서 추가한 주위적 청구 및 확장한 예비적 청구를 포함하여 제1심판결을 아래와 같이 변경한다. 피고는 원고에게 비트코인 암호화폐 5.03비트코인(BTC)을 인도하고, 위 비트코인 암호화폐에 대한 강제집행이 불능일 때에는 비트코인 암호화폐 1비트코인(BTC)당 54,280,000원의 비율로 환산한 돈을 지급하라. 2. 소송 총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3. 제1항은 가집행할 수 있다. 【청구취지 및 항소취지】 1. 청구취지 가. 주위적으로, 피고는 원고에게 비트코인 암호화폐 5.03비트코인(BTC)을 인도하고, 위 비트코인 암호화폐에 대한 강제집행이 불능일 때에는 비트코인 암호화폐 1비트코인(BTC)당 54,280,000원의 비율로 환산한 돈을 지급하라. 나. 예비적으로, 피고는 원고에게 273,028,400원 및 그중 25,904,500원에 대하여는 2018. 11. 22.부터 이 사건 소장 부본 송달일까지 연 6%, 그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31,241,330원에 대하여는 이 사건 2020. 6. 15.자 청구취지 및 청구원인 변경신청서 부본 송달 다음 날부터, 49,193,400원에 대하여는 이 사건 2020. 11. 26.자 청구취지 및 청구원인 변경신청서 부본 송달 다음 날부터, 166,689,170원에 대하여는 이 사건 2021. 9. 30.자 청구취지 및 청구원인 변경신청서 부본 송달 다음 날부터 각 다 갚는 날까지 연 12%의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원고는 이 법원에 이르러 비트코인 암호화폐 인도청구 및 그 강제집행이 불능인 경우에 대비한 대상청구를 주위적 청구로 추가하고, 제1심에서의 손해배상청구를 예비적 청구로 변경하면서 청구취지를 확장하였다.] 2. 항소취지1) 가. 원고 제1심 판결 중 아래에서 지급을 명하는 금원에 해당하는 원고 패소 부분을 취소한다. 피고는 원고에게 80,389,460원 및 그중 45,270원에 대하여는 2018. 11. 22.부터 이 사건 소장 부본 송달일까지 연 6%, 그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31,241,330원에 대하여는 이 사건 2020. 6. 15.자 청구취지 및 청구원인 변경신청서 부본 송달 다음 날부터, 49,193,400원에 대하여는 이 사건 2020. 11. 26.자 청구취지 및 청구원인 변경신청서 부본 송달 다음 날부터 각 다 갚는 날까지 연 12%의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제1심판결 중 원고에 대한 피고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그 취소 부분에 해당하는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각주1] 제1심 공동원고 이BB, 정CC, 박DD, 이EE, 박FF에 대한 부분은 쌍방 모두 항소하지 않아 분리 확정되었다. 【이유】 1. 기초사실 가. 피고는 암호화폐 거래소인 ‘◇◇’(bit****)을 운영하면서 암호화폐 매매와 중개 등의 업무를 하는 회사이고, 원고는 ◇◇을 통하여 암호화폐를 거래하던 사람이다. 나. 피고가 운영하는 암호화폐 거래소인 ◇◇을 이용하여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를 매수하거나 송금받는 경우, 거래소 회원은 각 거래마다 피고로부터 부여받은 계정(가상의 입금주소로서 은행의 가상계좌와 유사하다)을 이용하지만 회원이 지급받은 암호화폐는 피고 소유의 전자지갑(영문과 숫자의 조합으로 이루어진 고유 주소를 가지는 디지털 보관함으로서 은행계좌와 유사하다)에 보관되고, 다만 회원의 계정상 잔고에 입금된 암호화폐의 수량이 표시된다. 비트코인을 보관하는 개인 또는 거래소의 전자지갑은 고유한 주소 값을 가지지만, 비트코인 자체는 고유한 값이나 번호가 부여되어 있지 않아 각개의 개성이 중요시되는 것은 아니다. 다. 원고는 2018. 11. 22. 11:18경 자신의 계정상 잔고에 표시된 암호화폐 중 비트코인 암호화폐 5.03비트코인(BTC, 이하 비트코인 암호화폐를 ‘비트코인’으로, 비트코인 암호화폐의 수량을 나타내는 단위를 ‘BTC’로 각 약칭한다)을 ◇◇에서 타 거래소로 송금하기 위해 주소록에 저장되어 있던 주소(3P56DUwfG7byAxUsigs***************)로 출금요청을 하였다. 그런데 위 비트코인이 원고가 요청하지 않은 다른 주소(lLYrdJSWdQ83GouUqUY***************)로 출금되었고(이하 ‘이 사건 사고’라 한다), 피고는 원고에게 이메일을 통해 위 다른 주소(lLYrdJSWdQ83G(5uUqUY***************)에 대한 출금요청이 등록되었고 그 출금이 완료되었음을 통보하였다. 라. 이 사건 사고 당시 시행되던 피고 약관 중 주요 부분은 아래와 같다. 마. 제1심 감정인 박GG은 이 사건 사고의 원인 등에 관한 감정보고서를 제1심법원에 제출하였는데, 그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바.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한 2018. 11. 22.경 종가 기준 비트코인 1BTC의 시세는 5,159,000원이었는데, 그 이후 비트코인의 시가가 상승하여 이 사건 변론종결일에 가까운 2021. 9. 23.경 비트코인 1BTC의 시세는 54,280,000원이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7, 14, 24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의 각 기재, 제1심 감정인 박GG의 감정결과, 변론 전체의 취지 2. 원고의 주장 요지 가. 주위적 주장 원고와 피고 사이에는 원고 명의의 ◇◇ 계정에 보관되어 있는 암호화폐에 관한 유상임치계약이 성립하였다고 보아야 한다. 그런데 암호화폐는 객관적 성질상 각 암호화폐의 개성이 중요시되지 않고, 동종·동질·동량의 것으로 바꾸더라도 급부의 동일성이 유지되는 대체물에 해당하므로, 원고와 피고 사이의 임치계약은 소비임치 혹은 혼장임치에 해당한다. 따라서 피고는, 원고가 임치한 암호화폐가 잘못 출금되는 등 멸실된 경우에도 여전히 임치인인 원고의 반환청구에 따라 멸실된 암호화폐와 동종·동질·동량의 대체물을 반환할 의무가 있고, 만일 비트코인 인도의무의 강제집행이 불능인 경우에는 전보배상으로서 비트코인의 이 사건 변론종결 당시의 시가에 해당하는 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나. 예비적 주장 1) 피고는 아래와 같이 채무불이행 또는 불법행위를 저질렀으므로, 이 사건 사고에 관하여 원고에게 손해를 배상하여야 한다(원고는 아래 각 청구원인을 선택적으로 주장하고 있다). ① 피고는 거래소 회원인 원고가 요청한 출금 주소와 실제 출금되는 주소의 일치 여부를 확인하여야 할 계약상 의무를 부담함에도 이를 해태하였고, 그로 인해 다른 주소로 비트코인이 출금되는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하여 원고가 손해를 입게 되었다(이하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 주장’이라 한다). ② 피고는 전자상거래에 의한 금융업, 전자지급결제대행업, 선불전자지급수단 발행 및 관리업 등을 목적으로 하고 있고, 금융업과 유사한 서비스를 제공하므로 피고에게는 전자금융거래법이 유추적용되어야 한다. 따라서 피고는 전자금융거래가 안전하게 처리될 수 있도록 선관주의의무를 다해야 하고(전자금융거래법 제21조 제1항), 정보통신망에 침입하여 거짓이나 부정한 방법으로 획득한 접근매체의 이용으로 발생한 사고로 인하여 이용자에게 손해가 발생한 경우에는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전자금융거래법 제9조 제1항 제3호). 이 사건 사고는 피고의 관리영역에서 발생한 것으로 피고의 과실이 존재하므로, 결국 피고는 전자금융거래법 제9조 제1항 제3호에 의하여 원고에게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이하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주장’이라 한다). ③ 피고가 ◇◇ 홈페이지의 전산시스템을 안전하게 구축하고 관리하지 못한 과실로 인하여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하여 원고가 손해를 입었으므로, 피고는 원고에게 불법행위에 의한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한다(이하 ‘불법행위에 따른 손해배상 주장’이라 한다). 2) 민법은 원상회복 방법에 의한 손해배상을 금하고 있지 않다. 그리고 이 사건에서 금전배상주의 원칙을 따를 경우 원물 가격 변동에 대한 위험을 일방에게 전가하는 결과가 되어 공평·타당한 손해분담 및 실손해 보전이라는 손해배상의 이념에 맞지 않는다. 따라서 피고는 원고에게 잘못 출금된 비트코인과 동종·동질·동량의 비트코인을 반환하는 방법으로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 3) 설령 금전배상 방법으로 손해를 배상하더라도, 피고는 원고에게 이 사건 사고 당시가 아닌 이 사건 변론종결 당시의 비트코인 시가를 기준으로 환산한 금액을 배상하여야 한다. 원고는 장기투자의 목적으로 비트코인을 매수하였고, 이 사건 사고 당시와 비교하여 비트코인의 거래량과 시세가 모두 크게 상승하였으며, 피고는 일반 투자자라면 비트코인의 시세가 매우 낮았던 이 사건 사고 당시에 굳이 비트코인을 처분하지 않았으리라는 사정과 추후 비트코인의 시세가 상승하면 그때 비트코인을 처분하리라는 사정을 충분히 알고 있었다고 보아야 하기 때문이다. 3. 판단 가. 주위적 청구에 관한 판단 1) 원고와 피고 사이의 계약 내용과 법적 성격 및 피고의 의무 내용 가) 앞서의 인정사실에 의하면, 원고와 피고 사이에는 피고가 원고에게 원고 명의의 계정을 통해 피고 소유의 전자지갑에 저장·보관된 암호화폐에 관하여 일련의 서비스를 제공하기로 하는 계약이 체결되었다고 보아야 한다. 원고가 ◇◇을 이용하여 비트코인 매수하거나 취득할 경우 원고는 피고에게 원고가 매수·취득한 비트코인의 보관을 위탁하게 된다는 점에서, 위 계약은 민법상 임치계약과 유사한 면이 있다. 그러나 민법상 임치계약은 ‘금전이나 유가증권 기타 물건’을 대상으로 성립하고(민법 제693조 참조), 이 때 ‘물건’은 유체물 및 전기 기타 관리할 수 있는 자연력을 의미하는데(민법 제98조 참조), 비트코인은 물리적인 실체 없이 경제적 가치를 디지털로 표상하여 전자적으로 이전, 저장 및 거래가 가능하도록 한 가상화폐의 일종으로서 디지털 정보에 해당하므로, 현행법상 물건이라고 볼 수는 없다(대법원 2002. 7. 12. 선고 2002도745 판결 등 참조). 결국 비트코인 보관에 관한 법률관계를 민법상의 임치계약관계 그 자체로 볼 수는 없고, 원고와 피고 사이의 계약은 유상임치계약의 성질을 가지는 비전형계약이라고 봄이 상당하다. 나) 한편, 원고와 피고 사이에 적용되는 피고 약관에는 피고가 제공하는 서비스 중 하나로 암호화폐 거래 서비스(판매 관련, 구매 관련, 거래 API 제공 등)를 명시하고 있고, 암호화폐의 판매 등 거래 과정에는 암호화폐의 이동이 수반될 수 있으므로, 위 ‘암호화폐 거래 서비스’에는 원고가 자신의 계정상 잔고에 표시된 암호화폐를 다른 주소로 이동시키는 것도 포함된다. 따라서 피고는 원고의 요청이 있는 경우 원고 명의의 계정을 통해 피고 소유의 전자지갑에 저장·보관된 암호화폐를 원고가 요청한 주소로 이전하거나 반환할 의무를 부담한다. 그런데 앞서 본 것과 같이 비트코인 자체에는 고유한 값이나 번호가 부여되어 있지 않아 각개의 개성이 중요시되지 않으므로, 피고의 원고에 대한 비트코인 이전 내지 반환의무는 종류채무와 유사한 성질을 가진다(민법 제375조 제1항 참조). 따라서 피고는 원고가 출금을 요청한 주소로 비트코인을 이전하기 전에 비트코인의 멸실·훼손 등 사정이 발생하였더라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원고에게 동종·동질·동량의 비트코인을 다시 조달하여 이전하거나 반환할 의무를 부담한다. 2) 비트코인 이전·반환의무의 이행 여부 가) 당사자들의 주장 피고는 피고가 최종 출금 요청이 진행되는 단계에서 피고 서버로 전송된 출금 주소로 비트코인을 이전한 이상 비트코인 이전 내지 반환의무를 모두 이행하였다고 주장하는 반면에,2)원고는 피고가 원고가 요청한 주소가 아닌 다른 주소로 비트코인을 이전한 이상 비트코인 이전 내지 반환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고 다툰다. [각주2] 피고는 원고가 요청한 출금 주소와 실제 출금되는 주소의 일치 여부를 확인하여야 할 주의의무가 없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주장 속에는, 피고가 출금 요청이 진행되는 단계에서 최종적으로 피고 서버에 전송된 주소로 비트코인을 이전한 이상 비트코인 이전 내지 반환의무를 모두 이행한 것이라는 주장이 포함되어 있다고 선해할 수 있다. 나) 판단 원고가 2018. 11. 22. 11:18경 자신의 계정상 잔고에 표시된 비트코인 5.03BTC를 ◇◇에서 타 거래소로 송금하기 위해 주소록에 저장되어 있던 주소로 출금 요청을 한 사실, 원고의 위와 같은 출금 요청이 처리되는 과정에서 알 수 없는 이유로 원고가 기입한 출금 주소가 전혀 다른 주소로 변조되어 피고 서버로 전송된 사실, 피고가 이를 알지 못한 채 피고 서버에 변조되어 전송된 다른 주소로 비트코인 5.03BTC를 이전한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다. 그러나 앞서 든 증거, 제1심법원의 농○은행 주식회사, 주식회사 하○은행, 주식회사 국○은행(이하 위 은행들을 지칭할 때 ‘주식회사’ 표시는 생략한다)에 대한 각 사실조회 결과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실 내지 사정을 고려하면, 피고는 보안 프로그램 등을 통하여 출금 요청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원고가 요청한 주소와 실제 출금이 이루어지는 주소의 동일성을 확인하여 악성 코드 또는 해킹 등 만일의 사태로 인하여 원고가 요청한 주소와 다른 주소로 출금이 이루어지는 것을 방지하여야 할 주의의무를 부담하므로, 피고가 원고와의 계약에 따라 비트코인을 이전하여야 할 출금 주소는 당초 원고가 요청한 출금 주소이지, 불상의 이유로 변조되어 피고 서버에 전송된 주소라고 볼 수는 없다. 따라서 피고가 실제 출금 요청이 진행되는 마지막 단계에서 피고의 서버에 수신된 출금 주소로 비트코인을 이전하였다고 하더라도, 그 주소가 당초 원고가 요청한 출금 주소와 일치하지 않는 이상, 원고에 대한 계약상 비트코인 이전 내지 반환의무를 모두 이행하였다고 인정하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도 없다. 피고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① 피고의 비트코인 이전 내지 반환의무는, 피고가 원고 요청에 의하여 특정되는 주소로 비트코인 전송을 완료하여야만 채무의 내용에 좇은 이행이 완료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즉, 비트코인 이전 내지 반환의무의 이행을 위한 송부장소(출금 주소)는 원고가 지정하는 주소로 특정되는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원고가 출금요청을 하면서 지정한 주소 정보가 피고 서버에 접수되면 송부장소의 지정이 이루어지므로, 피고는 이 송부장소로 비트코인 전송을 마쳐야 채무이행을 완료하게 된다. ② ◇◇ 홈페이지에서 주소록 기능을 이용하여 출금 요청을 진행하는 경우 다음과 같은 5단계를 거쳐 출금이 이루어진다. 먼저 원고와 같은 고객이 주소록 화면에서 원하는 항목을 선택하면(1단계), 피고의 서버에서 선택한 항목에 대한 출금 주소를 획득하고(2단계), 획득한 출금 주소에 대한 유효성 검사를 진행한 다음(3단계), 출금 주소가 ◇◇ 내부 주소인지 검사한 후(4단계), 그 출금 주소로 출금 요청을 진행한다(5단계). 이 때 3 내지 5단계는 서로 독립적으로 진행되고, 각 단계는 피고 서버와의 통신을 통해 진행된다. 이 사건의 경우 원고가 주소록에 저장되어 있던 주소 중 하나로 출금요청을 한 직후(1단계) 피고의 서버에는 원고가 요청한 위 주소가 정상적으로 전송 및 접수되었고(2단계), 피고는 위 주소를 토대로 3, 4단계를 진행하였다. 그러나 실제 출금 요청을 진행하는 마지막 단계(5단계)에서 피고가 수신한 주소가, 알 수 없는 이유로 원고가 출금 요청을 한 주소로서 피고가 최초 수신한 주소와 달라졌다. ③ 그런데 아래와 같은 점을 고려하면, 이와 같이 최초 수신한 원고의 의사표시 내용과 실제 출금 요청이 진행되는 단계에서 수신한 의사표시 내용이 달라진 경우 각 단계에서 수신한 주소의 동일성을 확인할 책임은 피고에게 있다고 보아야 한다. 피고는 이러한 책임을 다하지 않는 바람에 출금 주소가 변조된 사실을 알지 못한 채 비트코인을 원고가 당초 요청한 주소가 아닌 다른 주소로 이전하였다. ㉠ 농○은행, 하○은행, 국○은행은 인터넷 뱅킹 서비스를 이용한 출금 요청이 있을 때, 이체정보 입력 단계(1단계), 이체정보 확인 및 전자서명 단계(2단계), 이체 실행 및 거래 완료 단계(3단계)를 거쳐 출금을 실행하고 있다. (i) 농○은행의 경우, 고객이 1단계에서 입력한 계좌에 대해 최종 단계까지 그 위·변조 여부를 체크하고, 중간단계에서 위 계좌가 변조된 경우에는 이체가 되지 않는다. 특히 고객이 선택한 계좌를 별도 메모리 영역(세션)에 저장하고, 다음 단계 진행 시마다 메모리 영역에 있는 계좌와 거래를 진행하는 계좌를 비교·검증하는 내부 프로그램을 사용하여 위·변조 여부를 검증하고 있다. (ii) 하○은행의 경우, 입금은행과 입금계좌를 선택한 경우 해당 계좌의 정상 여부를 확인하고 있고, 최종 출금하여 입금 처리될 때까지 고객이 요청한 입금계좌와 실제 입금하려는 계좌가 동일하지 않은 경우에는 해당 거래를 오류 처리하고 있다. (iii) 국○은행의 경우, 계좌 오출금 방지를 위하여 2단계에서 이체정보를 확인·검증하여 고객에게 명시하고 있고, 이체정보 확인(2단계) 후 이체 본거래 진행 시(3단계) 마지막으로 계좌의 정상 여부, 수취 가능 여부 등을 확인하여 고객이 2단계에서 확인한 정보대로 송금을 완료하고 있다. 이처럼 위 은행들은 내부 프로그램 또는 전산을 통하여 위 1단계에서 고객이 입력한 계좌정보가 3단계에 이르기까지 위·변조되었는지 여부를 계속 확인하며, 중간단계에서 계좌정보가 변조된 경우에는 해당 거래를 오류처리하고 계좌이체를 실행하지 않고 있다. ㉡ 피고가 취급하는 암호화폐 거래가 은행 등 일반적인 금융기관이 취급하는 업무와 동일하지는 않아 전자금융거래법 적용 여부에 있어서 일부 차이가 있다 하더라도, 은행 등 일반적인 금융기관이 취급하는 예금 이체 거래와 피고가 취급하는 암호화폐 출금 거래는 모두 계약에 따라 보관 중인 물건 등을 고객의 요청에 따라 다른 계좌 내지 주소로 이동시키는 것으로서, 그 과정에서 계약상 요구되는 주의의무의 내용이 본질적으로 다르다고 보기 어렵다. 이는 위 암호화폐 거래가 온라인에서 이루어진다고 하더라도 마찬가지이다. 그런데 농○은행, 하○은행, 국○은행 등 여러 시중 은행들이 제공하는 인터넷 뱅킹에 있어서는 내부 프로그램 또는 전산을 통하여 최초에 고객이 입력한 계좌정보가 이체완료 단계에 이르기까지 위·변조되었는지 여부를 계속 확인하고, 중간단계에서 계좌정보가 변조된 경우에는 해당 거래를 오류처리하고 계좌 이체를 실행하지 않도록 하고 있다. 이러한 사정에 비추어 보면 피고는 온라인상으로 이루어지는 암호화폐 출금 거래에서 각 단계마다 피고 서버에 전송되는 출금 주소의 동일성을 확인할 의무를 부담한다고 보아야 하고, 이러한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기술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보이지도 않는다. ㉢ 피고는 자신의 암호화폐 거래 서비스를 이용하는 회원들을 위하여 온라인 키보드 보안, 악성코드 탐지, 네트워크 보호, 콘텐츠 위·변조 방지, 해킹 방지 등을 목적으로 한 「AhnLab Safe Transaction」 보안프로그램을 제공하였다. 이는 원고와 같은 회원들이 요청한 출금 주소와 동일한 주소로 출금 요청이 이루어지도록 하기 위한 목적도 포함되는 것으로 판단되고, 피고 스스로도 이러한 계약상 의무가 있음을 전제로 위와 같은 보안 프로그램을 제공한 것이라고 판단된다. ㉣ 피고가 출금 요청 단계에서 원고 요청 출금 주소와 실제 출금 주소의 동일성을 확인하는 보안 시스템을 구축하지 않는 바람에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하였다. 피고 약관 제21조 제2, 3항는 피고가 책임질 수 없는 불가항력인 사유로 발생한 사고의 경우 피고가 면책된다고 정하고 있기는 하다. 그러나 원고 및 제1심 공동원고들이 사용했던 컴퓨터 중 2대를 포렌식 분석한 결과 오출금에 영향을 줄만한 악성코드 및 그 흔적 등이 발견되지 않았고, 이 사건 사고 당시 원고 및 제1심 공동원고들의 접속지역 뿐 아니라 컴퓨터 운영체제도 다양하여, 원고 및 제1심 공동원고들의 공통된 귀책사유가 존재한다고 볼 만한 뚜렷한 근거가 발견되지도 않았다. 더욱이 이 사건 사고 발생 이후 피고는 원고 및 제1심 공동원고들의 문의에 대하여 피고 책임을 인정하는 취지로 안내하기도 하였다. 이러한 사정을 고려하면 이 사건 사고가 피고가 책임질 수 없는 불가항력적인 사유로 발생하였다고 보기도 어렵다. 나) 비트코인 인도의무의 이행불능 여부 (1) 피고의 주장 설령 피고의 비트코인 반환의무가 이행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피고가 원고의 출금요청에 따라 비트코인을 피고 소유의 보관용 전자지갑에서 출금서비스용 전자지갑으로 옮겨놓거나 타 거래소의 주소로 이전한 때 급부목적물은 특정되었고, 그 이후 잘못된 주소로 송금됨으로써 이미 특정이 이루어진 비트코인이 멸실된 것이므로, 원고에 대한 비트코인 반환의무는 이행불능이 되었다. 따라서 원고는 비트코인 자체의 반환을 구할 수는 없고, 단지 채무불이행책임만을 추궁할 수 있을 뿐이다. (2) 판단 종류채권의 경우 채무자가 이행에 필요한 행위를 완료하거나 채권자의 동의를 얻어 이행할 물건을 지정한 때에는 그때로부터 그 물건이 채권의 목적물로 특정된다(민법 제375조 제2항 참조). 그런데 앞서 든 증거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실 내지 사정을 고려하면, 제출된 증거만으로 피고의 비트코인 이전 과정에서 원고의 출금요청에 따른 급부목적물이 특정되었다고 보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따라서 피고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① 피고가 원고와 원고의 출금요청에 따라 이전할 비트코인을 특정하는 합의를 하였다거나, 원고의 동의를 얻어 이전 대상이 되는 비트코인을 지정하였다고 볼 자료가 없다. ② 피고의 비트코인 이전 내지 반환의무는 피고가 원고의 요청에 따라 특정한 주소로 비트코인을 전송하는 것을 내용으로 한다. 이러한 점에서 피고의 의무는 피고가 급부목적물을 선정하고 이를 분리·획정하여 원고가 지정한 송부장소로 발송함으로써 ‘이행에 필요한 행위를 완료’한 것이 되어 그 때 급부목적물이 특정된다. 이 사건의 경우 송부장소는 앞서 본 바와 같이 원고가 당초 출금요청을 한 주소이다. 그런데 피고는 이 사건 사고 당시 피고의 서버에 전송된 변조된 주소(출금 주소가 유효한지 및 출금 주소가 ◇◇ 내부 주소인지 검사하는 단계에서는 정상적인 주소가 전송되었으나, 마지막 출금 요청을 진행하는 단계에서 변조된 주소가 피고의 서버로 전송되었다)로 비트코인을 발송하였을 뿐, 원고가 지정한 송부장소인 정상적인 주소로 비트코인을 발송한 적이 없다. 따라서 피고는 채무 이행에 필요한 행위를 완료하였다고 볼 수 없다. 나. 소결론 피고는 원고에게 원고와의 계약에 따라 비트코인 5.03BTC를 인도할 의무가 있고, 만일 위 비트코인에 대한 강제집행이 불능일 때에는 비트코인 1BTC당 이 사건 변론종결일에 가까운 2021. 9. 23.경의 시가에 해당하는 54,280,000원의 비율로 환산한 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채권자가 본래적 급부청구에 이를 대신할 전보배상을 부가하여 대상청구를 병합하여 소구한 경우, 대상청구는 본래적 급부청구권이 현존함을 전제로 하여 이것이 판결확정 전에 이행불능되거나 또는 판결확정 후에 집행불능이 되는 경우에 대비하여 전보배상을 미리 청구하는 경우로서 양자의 병합은 현재 급부청구와 장래 급부청구의 단순병합에 속하는 것으로 허용되고, 이 경우의 대상금액은 사실심 변론종결 당시의 본래적 급부의 가격을 기준으로 산정하여야 한다(대법원 1975. 7. 22. 선고 75다450 판결, 대법원 2011. 8. 18. 선고 2011다30666, 30673 판결 등 참조). 피고가 위 비트코인 인도의무의 존부를 다투고 있는 이상, 원고가 장래이행의 소로서 위 비트코인에 대한 강제집행이 불능인 경우를 대비하여 전보배상을 미리 청구할 필요가 있다]. [원고의 주위적 청구를 인용하는 이상, 예비적 청구에 관하여는 더 나아가 판단하지 않는다.] 4. 결론 원고의 주위적 청구는 이유 있어 인용하여야 한다. 이 법원에서 추가한 주위적 청구 및 확장한 예비적 청구를 포함하여 제1심판결을 주문과 같이 변경한다. 판사 정승규(재판장), 김동완, 배용준
손해배상
가상화폐
오출금
2021-12-17
행정사건
서울행정법원 2021구합86979
2022대학수학능력시험정답결정처분취소
서울행정법원 제6부 판결 【사건】 2021구합86979 2022대학수학능력시험정답결정처분취소 【원고】 【피고】 한국교육과정평가원 【변론종결】 2021. 12. 10. 【판결선고】 2021. 12. 15. 【주문】 1. 피고가 2021. 11. 29. 2022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생명과학Ⅱ 20번 문제의 정답을 5번으로 결정한 처분을 취소한다. 2. 소송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청구취지】 주문과 같다. 【이유】 1. 처분의 경위 가. 피고는 고등교육법 제34조 제3항, 같은 법 시행령 제35조 제1항, 제36조, 행정권한의 위임 및 위탁에 관한 규정 제45조 제3항 제2호에 의하여 대학수학능력시험(이하 ‘수능시험’이라 한다)의 출제, 문제지의 인쇄, 채점 및 성적통지 등의 업무를 교육부장관으로부터 위탁받아 매년 수능시험을 실시하여 왔다. 나. 2021. 11. 18. 치러진 2022학년도 수능시험에는 약 44만 명의 수험생이 응시하였고, 그 중 원고들을 포함한 6,515명의 수험생들은 과학탐구의 선택 과목 중 생명과학Ⅱ를 선택하여 수능시험에 응시하였다. 다. 피고는 2022학년도 수능시험 종료 직후 수능시험 정답(가안)을 발표하였고, 그 중 별지 2 기재와 같은 생명과학Ⅱ 20번 문제(이하 ‘이 사건 문제’라 한다)의 정답을 보기 ㄱ, ㄴ, ㄷ이 모두 포함된 ⑤번으로 발표하였다. 원고들은 이 사건 문제의 정답을 ⑤번으로 기재하지 않았다. [이하에서는 이 사건 문제의 첫 번째 글상자 내에 기재된 조건 7개를 순서대로 ‘조건 1 내지 7’이라 하고, 두 번째 글상자 내에 기재된 보기 3개를 순서대로 ‘보기 ㄱ, ㄴ, ㄷ’이라 하며, 답항 ① 내지 ⑤번을 순서대로 ‘1 내지 5번’이라 한다] 라. 피고는 2021. 11. 22.까지 정답에 대한 이의신청을 접수받았는데, 생명과학Ⅱ에 응시한 수험생 중 일부가 피고에게 이 사건 문제에서 제시한 조건을 충족시키는 동물 집단을 구하는 과정에서 특정 집단 유전자형의 개체 수가 음수인 경우가 발생하므로, 이 사건 문제 자체에 오류가 있어 정답을 구할 수 없다는 취지의 이의를 제기하였다. 마. 이에 피고는 이의심사실무위원회와 이의심사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2021. 11. 29 이 사건 문제에 대하여 ‘이의신청에서 제기된 바와 같이 이 사건 문제의 조건이 완전하지 않다고 하더라도 교육과정의 성취기준을 준거로 학업 성취 기준을 변별하기 위한 평가 문항으로서의 타당성은 유지된다’는 이유로 이 사건 문제 및 정답에 이상이 없다고 답변하며, 이 사건 문제의 정답을 5번으로 결정하였다(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 한다). 2. 이 사건 처분의 적법 여부 가. 당사자들의 주장 1) 원고들의 주장 가) 행정절차법 제23조 제1항은 행정청이 처분을 할 때에 그 근거와 이유를 제시하도록 정하고 있다. 그러나 피고는 다수의 수험생들로부터 이 사건 문제에 관한 이의신청이 있었음에도 이 사건 문제의 타당성에 대하여 충분히 검토하지 않은 채 만연히 출제위원, 이의심사실무위원회, 비공개된 전문가들의 의견만을 반영하여 이 사건 문제의 정답을 5번으로 결정하였고, 어떠한 학회와 전문가들로부터 어떠한 내용의 자문 의견을 청취하였는지를 전혀 공개하지 아니하였으므로, 이 사건 처분에는 근거와 이유를 제대로 명시하지 않은 절차적 하자가 있어 위법하다. 나) 이 사건 문제는 수험생이 하디-바인베르크 법칙을 이해하고 있다는 전제에서 주어진 조건 1 내지 7을 충족하는 동물 집단Ⅰ,Ⅱ에 대한 설명으로서 옳은 보기를 고르는 문제이다. 그런데 ‘집단Ⅰ에서 하디-바인베르크 평형이 유지되는 경우’에는 대립유전자 B와 B* 중 어느 것이 우성이더라도 위 조건을 충족하지 못하고, ‘집단Ⅱ에서 하디-바인베르크 평형이 유지되고 대립유전자 B가 B*에 대하여 우성인 경우’에도 위 조건을 충족하지 못하며, 피고가 의도한 정답인 ‘집단Ⅱ에서 하디-바인베르크 평형이 유지되고 대립유전자 B*가 B에 대하여 우성인 경우’에는 집단Ⅰ의 B*B* 유전자형 동물의 개체 수가 음수가 산출되므로, 결국 주어진 조건을 모두 만족하는 동물 집단Ⅰ, Ⅱ는 존재하지 않게 된다. 따라서 이 사건 문제에는 명백한 오류가 있고, 제시된 답항 중 옳은 선택지가 존재하지 않으므로, 이 사건 문제의 정답을 5번으로 결정한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다. 2) 피고의 주장 가) 피고는 2021. 11. 18. 2022학년도 수능시험이 실시된 후 2021. 11. 22.까지 이의신청을 받았고, 이의신청 과정 동안 모니터링단을 운영하였으며, 이의심사실무위원회와 이의심사위원회를 거듭 거치면서 정답결정에 대하여 다시 한 번 검토하고 숙고하였다. 그 과정에서 피고는 이 사건 문제와 관련된 학회 3곳으로부터 자문을 받았고, 다수의 학자와 교사들의 의견을 수렴하였으며, 그 결과 2곳의 학회와 대부분의 전문가들로부터 이 사건 문제의 정답을 5번으로 유지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의견을 제출받았다. 피고는 위와 같은 면밀한 심사 과정을 거쳐 이 사건 문제의 정답을 5번으로 결정하였으므로, 이 사건 처분에는 아무런 절차적 하자가 없다. 나) 이 사건 문제의 출제의도는 하디-바인베르크 평형을 유지하는 집단의 특성을 이해하고, 그러한 특성을 갖는 집단을 찾을 수 있는지를 평가하기 위한 것이다. 즉, 이 사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조건 5를 적용하여 A와 A*의 빈도를 구한 뒤, 조건 6, 7을 동시에 만족하는 집단을 발견하여야 한다. 위와 같은 과정을 통하여 수험생은 하디-바인베르크 평형을 유지하는 집단은 Ⅱ이고, 날개 길이 대립유전자 중 B*가 B에 대하여 우성이라는 결론을 내릴 수 있으며, 보기 ㄱ, ㄷ을 참이라고 판별할 수 있다. 이후 수험생은 집단Ⅱ가 하디-바인베르크 평형을 유지하는 집단이라는 점, 집단Ⅰ과 Ⅱ에서 A의 빈도가 서로 같다는 조건 4 전단을 통하여 보기 ㄴ 또한 참이라고 판별할 수 있다. 이처럼 수험생은 주어진 조건을 활용하여 보기 ㄱ, ㄴ, ㄷ이 참이라는 점을 충분히 판별할 수 있고, 그와 같은 과정에서는 오류를 발견할 수 없다. 원고들은 이 사건 문제의 해결과 관계가 없는 집단Ⅰ의 B*B* 유전자형 개체 수가 음수라는 흠결만을 강조하여 이 사건 문제의 오류를 주장하고 있으나, 이는 정답 선택과 무관하므로, 기존과 같이 정답을 5번으로 결정한 것은 정당하다. 나. 인정사실 다음과 같은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거나, 갑 제1, 2, 4, 5, 7, 8, 13 내지 17호증, 을 제1, 2, 3, 7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된다. 1) 2022학년도 수능시험 시행기본계획 피고는 2021. 3. 16. 2022학년도 수능시험 시행기본계획을 발표하였는데, 그 중 이 사건과 관련된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2) 생명과학Ⅱ의 문제 구성 및 이 사건 문제의 출제의도 가) 2022학년도 수능시험 생명과학Ⅱ의 시험시간은 30분, 전체 문제는 20문제이고, 위 20문제 중에는 다른 문제들에 비하여 난이도가 현저히 높은 3문제가 포함되어 있으며, 이 사건 문제는 그러한 3문제 중 하나이다. 나) 이 사건 문제는 하디-바인베르크 법칙과 집단의 유전적 평형에 대하여 이해하고 있음을 전제로 하여 각 집단 중 하디-바인베르크 평형을 유지하는 집단을 찾고, 보기 ㄱ, ㄴ, ㄷ의 진위를 판별할 수 있는지를 평가하기 위한 문제이다. 피고가 이 사건 문제를 출제한 구체적인 근거 및 의도는 아래와 같다. 3) 이 사건 문제 관련 고등학교 교과서의 내용 가) 고등학교 생명과학Ⅱ 교과서들은 하디-바인베르크 법칙과 유전적 평형, 멘델 집단에 대하여 아래와 같이 설명하고 있다. 나) 하디-바인베르크 법칙이 성립하여 유전적 평형이 유지되는 집단(이하 ‘멘델 집단’이라 한다)에서 세대를 거듭해도 대립유전자 빈도가 유지되는 과정을 예시하면 아래와 같다(수능-EBS 연계 대상 교재인 ‘EBS 수능특강 생명과학Ⅱ’ 제181면에 기재된 내용). 다) 특정 생물 집단에서 대립유전자의 빈도를 계산하는 방법을 예시하면 아래와 같다(수능-EBS 연계 대상 교재인 ‘EBS 수능완성 생명과학Ⅱ’ 제98면에 기재된 내용). 4) 피고가 의도한 이 사건 문제의 풀이방법 가) 이 사건 문제의 풀이에 필요한 미지수를 아래와 같이 가정하고, 이하의 문제 풀이에 계속 적용한다. 나) 피고가 이 사건 문제를 출제하며 의도한 풀이방법(이하 ‘제1풀이방법’이라 한다)은 아래와 같다. [각주1] 5) 원고들의 이 사건 문제 풀이 방법 가) 원고들은 이 사건 문제의 정답을 구하기 위하여 아래와 같은 풀이방법(이하 ‘제2풀이방법’이라 한다)을 사용하였다. 제2풀이방법은 제1풀이방법과 동일하게 ‘집단Ⅰ이 멘델 집단이고, B가 B*에 대하여 우성인 경우’, ‘집단Ⅰ이 멘델 집단이고, B*가 B에 대하여 우성인 경우’, ‘집단Ⅱ가 멘델 집단이고, B가 B*에 대하여 우성인 경우’라는 가정에 대하여는 조건 7을 충족하지 못하여 타당하지 않다는 결론에 이르렀으나, 제1풀이방법에서는 타당한 가정이라고 판단된 ‘집단Ⅱ가 멘델 집단이고, B*가 B에 대하여 우성인 경우’에도 집단Ⅰ의 유전자형 B*B*의 개체 수가 음수로 구해진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이에 주어진 조건을 모두 만족하는 집단Ⅰ, Ⅱ가 없다는 결론에 이르러 보기 ㄱ, ㄴ, ㄷ의 참·거짓 여부를 판단하지 못하였다. 나) 원고들이 제2풀이방법에 따라 집단Ⅰ, Ⅱ의 대립유전자 및 유전자형 빈도를 구하는 과정에서 작성한 표는 별지 3 기재와 같다(별지 3 기재 표의 유전자형 란에 나타난 숫자는 집단Ⅰ, Ⅱ를 구성하는 각 개체 수인 N을 임의의 값으로 대입하여 산출한 숫자로, 특정 유전자형의 개체 수 자체보다는 전체 개체 수에서 특정 유전자형의 수가 차지하는 비율, 즉 유전자형 빈도로서의 의미가 있다). 6) 전문가 자문 의견 가) 피고는 이 사건 문제에 대한 이의신청을 심사하는 과정에서 한국과학교육학회, 한국생물교육학회, 한국유전학회로부터 아래와 같은 자문 의견을 제출받았다. 한국과학교육학회, 한국생물교육학회는 이 사건 문제의 정답을 5번으로 유지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의견을 표시하였고, 한국유전학회는 내부적으로 견해가 갈려 의견을 유보하였다. 나) 피고는 이 사건 문제에 대한 이의신청을 심사하는 과정에서 대학교 교수 및 고등학교 교사 합계 16명으로부터 자문 의견을 제출받았는데, 그 중 1명만이 이 사건 문제의 오류를 이유로 의견을 보류하였고, 나머지 15명은 아래와 같은 이유로 이 사건 문제의 정답을 5번으로 결정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의견을 제출하였다. 다) 반면 원고들은 대학교 교수 및 고등학교 교사 합계 6명, 학원 강사 6명 등으로부터 이 사건 문제에 아래와 같은 오류가 있으므로 이 사건 처분이 부당하다는 취지의 의견을 제출받았다. 7) EBS 수능완성 교재에 수록된 유사문제와 오류 수정 수능-EBS 연계 대상 교재인 ‘EBS 수능완성 생명과학Ⅱ’ 교재 제107면에 수록된 8번 문제는 별지 4 기재(이하 ‘관련 EBS 문제’라 한다)와 같은데, 위 문제에서는 이 사건 문제와 같이 하디-바인베르크 법칙을 이용하여 멘델 집단을 찾고, 대립유전자간의 우열 관계, 대립유전자 빈도 등을 판별하는 과정이 요구된다. 그런데 관련 EBS 문제에서도 이 사건과 마찬가지로 하디-바인베르크 평형이 유지되지 않는 집단인 (가)집단의 TT 유전자형 개체 수가 음수로 산출되는 오류가 발견되었고, 이에 대하여 EBS 홈페이지의 담당 교사는 ‘오류를 확인하여 집필진에 해당 부분에 대하여 확인을 요청하였다. 수능시험에서는 문제의 모든 부분을 고려하여 출제하기 때문에 어떤 방향으로 접근하여도 풀이가 가능하고, 모순점이 없도록 출제가 될 것이다.’라는 취지의 답변을 하였다. EBS 측은 위와 같은 오류를 정정하기 위하여 2021. 9. 15. 관련 EBS 문제의 5번째 조건에 기재된 을 로 수정하였고, 그에 맞추어 해설 또한 수정하였다. 다. 이 사건 처분의 절차적 하자 여부 1) 행정절차법 제23조 제1항은 ‘행정청은 처분을 할 때에는 원칙적으로 당사자에게 그 근거와 이유를 제시하여야 한다’라고 정하고 있다. 이는 행정청의 자의적 결정을 배제하고 당사자로 하여금 행정구제절차에서 적절히 대처할 수 있도록 하는 데 그 취지가 있다. 따라서 처분서에 기재된 내용, 관계 법령과 해당 처분에 이르기까지 전체적인 과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처분 당시 당사자가 어떠한 근거와 이유로 처분이 이루어진 것인지를 충분히 알 수 있어서 그에 불복하여 행정구제절차로 나아가는 데 별다른 지장이 없었던 것으로 인정되는 경우에는 처분서에 처분의 근거와 이유가 구체적으로 명시되어 있지 않았더라도 이를 처분을 취소하여야 할 절차상 하자로 볼 수 없다(대법원 2019. 12. 13. 선고 2018두41907 판결 등 참조). 2) 이 사건에 관하여 보건대, 위 인정사실 및 앞서 든 증거들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알 수 있는 같은 사정들, 즉 ① 피고가 이 사건 처분을 하면서 ‘관련 분야 학회들과 다수의 외부 전문가들에게 자문 의견을 구하여 이의신청 내용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결과, 이 사건 문제의 조건이 완전하지 않다고 하더라도 교육과정의 성취기준을 준거로 학업 성취 수준을 변별하기 위한 평가 문항으로서의 타당성은 유지된다고 판단하였다’라는 취지로 일응 처분의 이유를 기재한 점, ② 수험생들이 제기한 이의신청의 내용과 피고의 답변 내용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피고가 이 사건 문제의 조건이 완전하지 않음에도 어떠한 이유로 정답을 5번으로 결정하였는지를 충분히 알 수 있으므로, 원고들이 이 사건 처분에 불복하여 행정구제절차로 나아가는 데 별다른 지장이 없었던 것으로 보이는 점, ③ 피고가 이 사건 문제에 대한 이의신청을 중대 사안으로 분류하여 이의심사실무위원회, 이의심사위원회를 모두 거치고, 관련 학회 및 외부 전문가들에 대한 자문 의견을 청취하여 이 사건 문제의 정답을 5번으로 확정하였으므로, 2022학년도 수능시험 시행기본계획에서 정한 이의신청 심사절차를 거친 것으로 보이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처분에 절차상 하자는 존재한다고 볼 수 없다. 이와 다른 전제에서 한 원고들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원고들은 2021. 12. 13. 제출한 참고서면에서 ‘피고가 이의신청 심사 과정에서 자문을 받은 한국과학교육학회, 한국생물교육학회, 한국유전학회에는 피고의 직원들, 이의심사실무위원회에 참가했던 위원들 등이 다수 포함되어 있으므로, 위 학회들로부터 자문을 받아 이 사건 처분을 한 것은 절차적 하자에 해당한다’라는 취지로 주장한다. 그러나 위 각 학회들은 과학교육, 생물교육 및 유전학 분야에 관한 대표적인 학회이고, 이 사건 문제에서 다루는 주제에 가장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고 보이므로, 위 각 학회에 자문 의견을 요청한 것이 그 자체로 부적절하다고 보이지는 않는다. 이에 더하여 위 각 학회보다 이 사건 문제와 더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거나, 더 적절한 자문 의견을 제출할 수 있는 학회가 있다고 볼 만한 자료도 없는 점, 위 각 학회가 과학교육, 생물교육 및 유전학 분야와 관련된 업무에 종사하는 다수의 회원들로 구성되어 있으므로, 수능시험 생명과학Ⅱ 과목의 문제를 출제한 출제위원이나 이의신청을 검토한 심사위원 중 일부가 위 각 학회에 속해 있거나 직·간접적으로 연관되어 있는 것이 비정상적인 것은 아닌 점 등을 모두 고려하면, 원고들이 주장하는 위와 같은 사정만으로는 이 사건 처분의 절차적 하자가 인정된다고 보기 어렵다.] 라. 이 사건 처분의 실체적 하자 여부 1) 관련 법리 일반적으로 행정행위로서 시험을 출제하는 출제 담당위원은 법령 규정의 허용범위 내에서 어떠한 내용의 문제를 출제할 것인가, 그 문제의 문항과 답항을 어떤 용어나 문장형식을 써서 구성할 것인가를 자유롭게 정할 수 있다는 의미에서 재량권을 가진다. 다만 그 재량권에는 그 시험의 목적에 맞추어 수험생들의 능력을 평가할 수 있도록 출제의 내용과 구성에서 적정하게 행사되어야 한다는 내재적인 한계가 있으므로, 재량권의 행사가 그 한계를 넘을 때 그 출제행위는 위법하게 된다. 한편 객관식 문제의 출제에서 문항 또는 답항의 문장구성이나 표현용어의 선택이 지나칠 정도로 잘못되어 결과적으로 평균 수준의 수험생으로 하여금 정당한 답항을 선택할 수 없게 만든 때에도 재량권의 일탈 또는 남용이 되나, 평균 수준의 수험생이 객관식 답안작성 요령이나 전체 문항과 답항의 종합·분석을 통하여 진정한 출제의도를 파악하고 정답을 선택하는 데에 장애를 받지 않을 정도에 그친 때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재량권의 일탈 또는 남용이라고 할 수 없다[대법원 2011. 7. 14. 선고 2010두17267, 2010두17274(병합) 판결 등 참조]. 2) 판단 살피건대, 이 사건 문제에는 주어진 조건을 모두 만족하는 동물 집단Ⅰ, Ⅱ가 존재할 수 없다는 명백한 오류가 있고, 이와 같은 문제 자체의 오류는 생명과학이라는 과목의 특성상 그러한 오류를 인지한 평균적인 수험생들로 하여금 정답항의 선택을 불가능하게 하거나 적어도 심각한 장애를 줄 정도에 이르렀다고 인정된다. 따라서 이 사건 문제가 대학교육에 필요한 수험생들의 수학 능력을 측정하기 위한 역할을 수행할 수 없는 정도에 이르렀다고 판단됨에도 피고는 이 사건 문제가 생명과학Ⅱ 과목의 평가지표로서 여전히 유효하다는 전제에서 이 사건 처분을 하였으므로, 이 사건 처분은 피고의 합리적인 재량권 범위를 일탈·남용한 것으로서 위법하다. 그 구체적인 이유는 아래와 같다. 가) 이 사건 문제의 오류 피고가 당초 이 사건 문제를 출제하며 의도한 방향은, 집단Ⅰ, Ⅱ 중 어느 집단이 멘델 집단인지 여부 및 대립유전자 B와 B* 사이의 우열 관계가 주어지지 않은 상황에서 수험생들이 조건 3, 5, 6, 7을 통하여 ‘집단Ⅱ가 멘델 집단이고 B*가 B에 대하여 우성이다’라는 결론을 도출하고, 그에 따라 보기 ㄱ, ㄷ을 참이라고 판단하며, 이후 ‘집단Ⅰ과 Ⅱ에서 A의 빈도는 서로 같다’는 조건 4 전단을 활용하여 보기 ㄴ을 참이라고 판단하도록 하려는 것이었다. 그러나 ‘집단Ⅰ과 Ⅱ에서 B의 빈도는 서로 같다’라는 조건 4 후단을 활용하면, 피고가 위와 같이 의도한 방향, 즉 집단Ⅱ가 멘델 집단이고 B*가 B에 대하여 우성인 경우’에 집단Ⅰ의 B*B* 유전자형의 빈도가 -0.4의 음수로 나타나고, BB* 유전자형의 빈도가 1.2로 1보다 크게 나타나는 중대한 문제점이 발생하게 되며,2)동물 집단의 유전자형 빈도가 음수로 나타날 수 없음은 생명과학의 원리상 당연한 전제이다. 따라서 조건 4 후단까지 활용하여 더 충실하게 문제풀이를 시도한 수험생들이 조건 1 내지 7을 모두 만족하는 동물 집단Ⅰ, Ⅱ가 존재할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르게 될 수밖에 없고, 이는 이 사건 문제의 명백한 오류에 해당한다. [각주2] 집단Ⅰ의 BB* 유전자형 빈도가 1.2로서 1보다 크다는 의미는 집단Ⅰ의 전체 개체 수보다 집단 내 BB* 유전자형의 개체 수가 더 많다는 의미로서 생명과학의 원리상 이 또한 명백한 오류에 해당한다. 다만, 위와 같은 오류는 집단Ⅰ의 B*B* 유전자형 빈도가 음수로 나타남과 동시에 발생하는 오류이므로, 아래에서 이를 별도로 언급하지는 않는다. 이에 대하여 피고는, 집단Ⅰ은 하디-바인베크르 평형이 유지되지 않는 집단(이하 ‘비멘델 집단’이라 한다)이므로, 그러한 집단에 대하여 하디-바인베르크 법칙을 적용하여 추정한 개체 수 값은 과학적 의미를 부여하기 어렵고, 따라서 이 사건 문제에 오류가 있다고 단정할 수 없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그러나 이 사건 문제의 오류는 ‘집단Ⅱ가 멘델 집단이고 B*가 B에 대하여 우성이다’라는 전제에서 하디-바인베르크 법칙을 적용하여 집단Ⅱ의 대립유전자 및 유전자형 빈도를 계산하고, 이를 전제로 조건4 전단 및 후단, 조건 5, 6을 모두 활용하여 집단Ⅰ의 유전자형 빈도를 계산할 경우 집단Ⅰ의 B*B* 유전자형의 빈도가 -0.4의 음수로 나타난다는 것으로서, 집단Ⅰ에 대하여 하디-바인베르크 법칙을 적용하여 발생하는 것이 아니다. 즉, 집단Ⅰ의 B*B* 유전자형 빈도가 음수라는 결과값을 얻는 문제풀이 과정에서 집단Ⅰ에 대하여는 하디-바인베르크 법칙을 전혀 적용하지 아니하였고, 집단Ⅱ에 대하여만 하디-바인베르크 법칙을 적용한 후 이 사건 문제의 조건을 활용하여 집단Ⅰ의 유전자형 빈도를 계산한 결과 오류가 발생하였을 따름이다. 결국 위와 같은 풀이과정을 거쳐 집단Ⅰ의 B*B* 유전자형의 빈도가 음수가 된다는 결과값을 얻은 수험생들로서는 이 사건 문제의 조건을 모두 충족하는 동물 집단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결론에 이를 수밖에 없다. 이와 달리 집단Ⅰ이 비멘델 집단이라는 점 등을 들어 돌연변이 등의 유전자풀 변화가 일어났을 것이라고까지 추측하여 개체 수가 음수임을 정당화해야 한다는 것은 이 사건 문제에서 명백히 제시된 조건을 무시하고, 그에 우선하는 돌연변이까지 가정하여 문제를 풀라는 것이어서 논리적·합리적인 문제풀이 방법에 해당하지 않는다(그와 같은 가정으로 문제를 풀 경우 집단Ⅰ의 몸 색 유전자형 빈도도 계산할 수 없게 되므로 보기 ㄴ의 진위를 전혀 판별할 수 없다). 따라서 피고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고,피고의 이 부분 주장과 같은 전제에 선 관련 학회들, 외부 전문가들의 자문 의견도 같은 이유에서 받아들이기 어렵다. 나) 이 사건 문제에 대한 제1, 2풀이방법과 그 타당성 수능시험은 대학교육에 필요한 수학 능력을 평가하기 위한 것으로서, 특히 과학탐구 영역에 있어서는 단순한 암기와 기억력에 의존하는 평가를 지양하고 문제 상황에 포함된 정보와 자료를 바탕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추리하고 분석하며 탐구하는 능력을 측정할 수 있도록 출제하여야 한다. 따라서 그와 같은 목적에 부합하기 위해서는 수험생들이 문제를 해결함에 있어 출제자가 의도한 특정 풀이방법에 얽매일 것이 아니라 생명과학의 개념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문제를 인식하고 가설을 설정하여 다양한 풀이방법을 수립할 수 있어야 하고, 그러한 풀이방법이 논리성·합리성을 가지고 있는 이상 피고가 의도한 풀이방법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당연히 유효한 정답을 도출할 수 있도록 문제가 구성되어야 한다. 제1풀이방법은 피고가 이 사건 문제를 출제하며 의도한 풀이 과정이고, 제2풀이방법은 원고들을 포함한 일부 수험생들이 시도한 풀이 과정이다. 제1, 2풀이방법은 ‘집단Ⅰ이 멘델 집단이고 B가 B*에 대하여 우성인 경우’, ‘집단Ⅰ이 멘델 집단이고 B*가 B에 대하여 우성인 경우’, ‘집단Ⅱ가 멘델 집단이고 B가 B*에 대하여 우성인 경우’라는 세 가지 가정이 모두 조건 7을 충족하지 못하여 타당하지 않다고 판단한다는 점에서는 공통된다. 그러나 이후 제1풀이방법은 ‘집단Ⅱ가 멘델 집단이고 B*가 B에 대하여 우성인 경우’에 보기 ㄴ의 진위를 판별하기 위해서는 조건 4 전단만이 필요하므로, 이를 이용하여 보기 ㄴ의 진위를 판별한 후 조건 4 후단에 더 나아가지 않고 이 사건 문제의 정답을 결정한다. 반면 제2풀이방법은 ‘집단Ⅱ가 멘델 집단이고 B*가 B에 대하여 우성인 경우’에 조건 4 전단 및 후단을 이용하여 집단Ⅰ, Ⅱ의 유전자형 빈도를 산출할 수 있으므로, 이와 같이 산출된 값에 근거하여 보기의 진위를 판별한 후 정답을 결정한다. 즉, 제1풀이방법은 조건 4 전단만을 이용하여 집단Ⅰ의 몸 색 유전자형의 빈도만을 산출한 후 문제풀이를 종료하지만, 제2풀이방법은 조건 4 전단 및 후단을 모두 이용하여 집단Ⅰ의 몸 색 유전자형 빈도 및 날개 길이 유전자형 빈도를 모두 산출한 후 정답을 구하게 된다. 이처럼 제1, 2풀이방법은 그 과정에서 다소 차이가 있으나 모두 충분한 논리성·합리성을 가지고 있으므로, 피고가 의도한 제1풀이방법이 아니라 원고들이 사용한 제2풀이방법에 의하더라도 이 사건 문제의 정답을 도출할 수 있어야 한다. 다) 제2풀이방법에 따라 정답을 구하는 과정에서의 오류 발생 그러나 제2풀이방법에 따라 이 사건 문제의 해결을 시도한 수험생들은 주어진 조건을 활용하여 ‘집단Ⅱ가 멘델 집단이고 B*가 B에 대하여 우성인 경우’의 유전자형 빈도를 산출하는 과정에서 집단Ⅰ의 B*B* 유전자형의 빈도가 -0.4의 음수라는 결과값을 얻게 되었다. 따라서 위 수험생들은 ‘집단Ⅰ이 멘델 집단이고 B가 B*에 대하여 우성인 경우’, ‘집단Ⅰ이 멘델 집단이고 B*가 B에 대하여 우성인 경우’, ‘집단Ⅱ가 멘델 집단이고 B가 B*에 대하여 우성인 경우’에는 조건 7을 충족하지 못하게 되고, ‘집단Ⅱ가 멘델 집단이고 B*가 B에 대하여 우성인 경우’에는 유전자형의 빈도가 음수로(또는 유전자형의 개체 수가 음수로) 나타나는 생명과학의 원리상 불가능한 모순이 발생하게 되므로, 이 사건 문제에서 가능한 네 가지 가정이 모두 타당하지 않고, 주어진 조건을 모두 만족하는 동물 집단Ⅰ, Ⅱ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결론에 봉착하게 되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수험생들에게 정답을 5번으로 선택할 것을 요구하는 것은 이 사건 문제에 명시된 조건 4 후단을 무시하거나, 동물의 개체 수가 음수일 수는 없다는 생명과학 원리를 무시한 채 답항을 고르라는 것과 다름없는데, 이는 논리적 타당성을 결여한 문제해결 방법을 요구하는 것으로서 부당하다. 이에 대하여 피고는, 조건 4 후단을 이용하여 집단Ⅰ의 B*B* 유전자형의 빈도를 구하는 단계에까지 나아가지 않더라도 보기 ㄱ, ㄴ, ㄷ의 진위를 모두 판별할 수 있으므로, 이 사건 문제의 오류는 문제풀이 과정이 종료된 후 발생하는 것에 불과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출제자로서 이미 예정된 풀이와 정답을 알고 있는 피고와 달리 조건 1 내지 7 중에 어느 조건이 이 사건 문제의 해결에 필요하고, 어느 조건이 필요하지 않은 것인지를 알 수 없는 수험생들로서는 주어진 조건을 모두 충족하는 집단Ⅰ, Ⅱ를 도출한 뒤 보기의 진위 여부를 판별하는 방식의 제2풀이방법을 선택할 수 있고, 위와 같은 풀이과정은 충분한 논리성·합리성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제2풀이방법은 앞서 본 바와 같이 집단Ⅰ의 몸 색 유전자형 빈도 및 날개 길이 유전자형 빈도를 산출한 후 이를 바탕으로 보기의 진위 여부를 판별하게 되므로, 문제풀이 과정에서 이 사건 문제의 오류와 논리 필연적으로 맞닥뜨리게 된다. 따라서 피고의 이 부분 주장은 특정한 풀이방법만을 전제로 한 것이어서 이유 없고, 피고의 이 부분 주장과 같은 전제에 선 관련 학회들, 외부 전문가들의 자문 의견도 같은 이유에서 받아들이기 어렵다. 라) 제1풀이방법에 따라 정답을 구한 후 검산하는 과정에서의 오류 발생 더욱이 피고가 의도한 제1풀이방법에 따라 5번을 정답으로 선택한 수험생이라 하더라도, 검산하는 과정에서 다시 이 사건 문제의 오류를 발견하게 될 가능성이 충분하다. 즉, 앞서 본 바와 같은 제1풀이방법에 의하면, 수험생들은 이 사건 문제에서 주어진 조건 중 조건 4 후단을 제외한 모든 조건을 활용하여 보기 ㄱ, ㄴ, ㄷ이 참이라고 판별하게 되므로, 이후 유일하게 사용하지 않은 조건 4 후단을 활용하여 자신의 계산 과정을 검산하는 것은 수험생으로서 취할 수 있는 문제풀이 과정의 일환인데, 만약 그러한 과정에서 이 사건 문제의 오류를 발견하게 될 경우 자신이 선택한 정답의 타당성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상황에서도 수험생들에게 정답을 5번으로 선택할 것을 요구하는 것은 앞서 제2풀이방법에 대한 판단에서 본 바와 같이 논리적 타당성을 결여한 문제해결 방법을 요구하는 것으로서 부당하다. 마) 대학교육 수학능력 측정을 위한 이 사건 문제의 역할 수행 불능 이 사건 처분이 유지된다면, ① 제1풀이방법에 따라 5번을 정답으로 선택한 후 검산 과정을 거치지 않은 수험생(이하 ‘①수험생’이라 한다), ② 제2풀이방법에 따라 정답을 구하는 과정에서 집단Ⅰ의 B*B* 유전자형의 빈도가 음수로 나타나는 오류를 발견하였지만 이를 무시하고 5번을 정답으로 선택한 수험생(이하 ‘②수험생’이라 한다)은 정답 판정을 받게 되나, ③ 제2풀이방법에 따라 정답을 구하는 과정에서 오류를 발견하여 주어진 조건을 모두 충족하는 집단Ⅰ, Ⅱ를 도출할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른 수험생(이하 ‘③수험생’이라 한다), ④ 제1풀이방법에 따라 정답을 구한 후 검산하는 과정에서 오류를 발견하여 기존 정답을 수정한 수험생(이하 ‘④수험생’이라 한다)은 오답 판정을 받게 된다. 그러나 ③, ④수험생이 이 사건 문제의 정답을 5번으로 선택하지 못한 것은 ①, ②수험생에 비하여 부족한 추리·분석·탐구 능력을 가지고 있어서가 아니라, 타당한 풀이방법을 선택하여 논리적으로 문제를 해결하였음에도 이 사건 문제 자체에 존재하는 오류로 인하여 정답을 선택할 수 없었기 때문이므로, 결국 이 사건 문제의 정답을 5번으로 선택한 수험생들과 그렇지 않은 수험생들 사이에 유의미한 수학능력의 차이가 있다고 단정할 수 없다. 그렇다면 이 사건 문제는 그 명백한 오류로 인하여 대학교육 수학능력 측정을 위한 수능시험 문제로서의 기본적인 역할을 수행하지 못하게 되었다고 봄이 타당하다. 바) 관련 EBS 문제에서 발생하였던 오류와 동일한 오류 발생 수능-EBS 연계 대상 교재에 수록된 관련 EBS 문제에서 이 사건 문제와 같이 비멘델 집단의 특정 유전자형 개체 수가 음수로 산출되는 오류가 발생하였고, 이에 대하여 담당 교사가 오류임을 확인하였을 뿐만 아니라 EBS측에서 문제를 수정하기도 하였음은 앞서 본 바와 같다. 2022학년도 수능시험 시행기본계획에 따르면, 수능시험은 EBS 수능교재 및 강의와 연계하여 문제가 출제되고, 그 연계 비율이 약 50%에 이르므로, 수능시험을 충실히 준비한 수험생일수록 관련 EBS 문제에서 발생한 위와 같은 오류와 그 해결과정에 대하여 알고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수험생들로서는 관련 EBS 문제에서 이미 지적되어 수정되었던 오류가 수능시험에서 다시 발생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기대를 하는 것이 당연하므로, 이 사건 문제에서 같은 유형의 오류를 발견하였을 경우 그러한 오류가 출제자의 실수에 의한 것이 아니라 의도된 것이라고 해석할 가능성도 충분한데, 이 경우 이 사건 문제의 정답을 5번으로 선택하는 것은 더욱 어렵게 된다. 결국 이 사건 문제는 수능시험을 충실하게 준비한 수험생들에게 오히려 더 혼동을 초래하게 되므로, 이러한 점에서도 이 사건 처분은 부당하다. 사) 이 사건 문제의 정답을 그대로 인정할 경우 수능시험에 미치는 악영향 이 사건 처분이 유지될 경우 향후 수능시험에서는, 문제의 해결 과정에서 과학의 기본 원칙상 성립할 수 없는 오류를 발견하더라도, 그러한 오류가 출제자의 실수인지 의도된 것인지 불필요한 고민을 할 수밖에 없게 된다. 또한 이 사건 문제의 오류에도 불구하고 예정된 정답이 그대로 유지된다면, 이는 수험생들에게 향후 수능시험에서 피고가 의도하였을 특정 풀이방법을 따라야만 불이익을 받지 않는다는 인상을 주게 될 수 있고, 이로써 수능시험을 준비함에 있어 기초적 개념과 원리에 근거하여 사고력과 창의성을 발휘하여 문제를 실질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논리적·합리적인 풀이방법을 모색하는 것에 초점을 두지 않고, 특정 문제유형의 특정한 풀이방법 또는 출제자가 의도할 만한 정답이 무엇인지를 찾는 것에만 초점을 두게 될 우려도 있다. 이는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의 추리·분석·종합·평가 등의 사고력을 측정한다는 수능시험의 목표 및 출제 원칙에 정면으로 어긋나는 것으로서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고 판단된다. 4. 결론 그렇다면 원고들의 청구는 이유 있으므로 이를 모두 인용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이주영(재판장), 김종신, 윤민수
수능
출제오류
대학수학능력시험
정답취소
2021-12-16
노동·근로
민사일반
대법원 2016다7975
임금
대법원 제3부 판결 【사건】 2016다7975 임금 【원고, 상고인】 1. 정AA, 2. 남BB, 3. 김CC, 4. 김DD, 5. 용EE, 6. 김FF, 7. 이GG, 8. 김HH, 9. 용II, 10. 정JJ 【피고, 피상고인】 한국○○○○ 주식회사의 소송수계인 ◇◇중공업 주식회사 【원심판결】 부산고등법원 2016. 1. 13. 선고 2015나1888 판결 【판결선고】 2021. 12. 16.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부산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상고이유서 제출기간이 지난 다음 제출된 상고이유보충서 등은 이를 보충하는 범위에서)를 판단한다. 1. 사건 개요와 쟁점 가.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따르면 다음 사실을 알 수 있다. (1) 피고는 원고들을 비롯한 소속 근로자에게 상여금을 지급해 왔다. 피고의 단체협약에서는 피고가 조합원에게 상여금을 지급한다고 정하고, 지급률과 지급시기 등 세부사항은 따로 정하도록 하였다. (2) 피고의 2012년 급여세칙은 상여금에 관하여 다음과 같이 정하고 있다. 상여금의 연간 지급률은 800%로 하되, 2월, 4월, 6월, 8월, 10월, 12월말에 100%씩 합계 600%의 기간상여를, 설날과 추석에 각각 50%의 명절상여를, 12월말에 100%의 연간상여를 지급한다. 상여금 적용일수는, 기간상여가 지급월 전월 2개월, 연간상여가 전년도 12월부터 당해연도 11월까지, 명절상여는 이전 명절상여 지급일 이후부터 다음 지급일까지이다. 퇴직자에 대한 상여금은 적용대상 기간 동안 근무분에 대해서 일할 계산하여 지급한다. 다만 위 급여세칙이 정하는 명절상여는 2011년에 신설되어 지급되기 시작한 것으로서, 그 이전까지 상여금은 명절상여 100%를 제외한 700%였다. (3) 피고는 원고들에게 이 사건 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포함되지 않는 것으로 보고 이를 제외하고 계산한 연장근로수당, 야간근로수당 등 법정수당을 지급하였다. 나. 원심판단 원심은 다음과 같이 판단하였다. (1) 이 사건 상여금 중 기간상여, 연간상여는 통상임금에 해당한다. 그러나 퇴직한 근로자에게는 명절상여를 한 번도 지급한 적이 없었던 사정 등을 고려하면 퇴직자를 명절상여의 지급제외자로 하는 노사 간의 묵시적인 합의 또는 관행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명절상여는 특정 시점에 재직 중인 근로자에게만 지급하는 임금에 해당하므로 근로자가 연장·야간·휴일근로를 제공하는 시점에서 그 지급조건이 성취될지 여부가 불확실하여 고정성을 갖춘 것으로 볼 수 없으므로 통상임금에 해당하지 않는다. (2) 원고들이 기간상여, 연간상여를 통상임금에 포함하여 추가 법정수당의 지급을 구하는 것은, 노사가 합의한 임금수준을 훨씬 초과하는 예상 밖의 이익을 추구하고 그로 말미암아 피고에게 예측하지 못한 새로운 재정적 부담을 지워 중대한 경영상의 어려움을 초래하거나 피고의 존립을 위태롭게 하는 것으로서 정의와 형평의 관념에 비추어 도저히 용인될 수 없으므로 신의성실의 원칙(이하 ‘신의칙’이라 한다)에 위배되어 허용될 수 없다. 다. 쟁점 쟁점은 명절상여가 통상임금인지 여부와 원고들의 통상임금 재산정에 따른 추가 법정수당 청구가 신의칙에 위배되는지 여부이다. 2. 명절상여가 통상임금인지 여부 가. 특정 임금 항목이 근로자가 소정근로를 했는지 여부와 상관없이 특정 시점에 재직 중인 근로자에게만 지급하는 임금인지를 판단할 때에는, 그에 관한 근로계약이나 단체협약 또는 취업규칙 등 규정의 내용, 사업장 내 임금 지급 실태나 관행, 노사의 인식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판단해야 한다(대법원 2013. 12. 18. 선고 2012다94643 전원합의체 판결, 대법원 2020. 4. 29. 선고 2018다303417 판결 참조). 그리고 특정 시점이 되기 전에 퇴직한 근로자에게 특정 임금 항목을 지급하지 않는 관행이 있더라도, 단체협약이나 취업규칙 등이 그러한 관행과 다른 내용을 명시적으로 정하고 있으면 그러한 관행을 이유로 해당 임금 항목의 통상임금성을 배척함에는 특히 신중해야 한다. 나.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서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을 위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명절상여를 소정근로 여부와 상관없이 특정 시점에 재직 중인 근로자에게만 지급하는 임금이라고 볼 수 없다. 피고는 1994년경부터 중도퇴직자에게 상여금을 일할 계산해서 지급하기 시작하였고, 피고의 2012년 급여세칙은 명절상여를 포함해서 이 사건 상여금을 지급일 이전 퇴직자에게도 근무일수에 비례하여 일할 지급한다는 것을 명시하고 있다. 피고 사업장에서 근로자 개인 또는 노동조합이 지급일 그 밖의 특정 시점 이전에 퇴사함으로써 명절상여를 받지 못한 근로자에게도 근무일수에 상응하는 명절상여를 지급할 것을 요구하거나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급여세칙 등 취업규칙이 정한 명절상여의 퇴직자 일할 지급 규정이 효력을 상실하였다거나 다른 내용으로 변경되었다고 단정할 수 없다. 피고가 노동조합과 묵시적 합의 또는 관행에 따라 퇴직한 근로자에게는 명절상여를 지급하지 않았다는 근거로 내세우는 자료는 모두 품의서, 지급안 등과 같이 피고 내부적으로 작성한 자료에 불과하다. 피고가 퇴직한 근로자에게 명절상여를 지급하지 않는다는 사정을 공지하거나 근로자가 이러한 사정을 분명하게 인식하고 있었다고 볼 자료도 없다. 설령 피고 사업장에서 퇴직자에게 명절상여를 지급하지 않는 관행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그와 같은 일시적 관행이 있었다는 사정만으로 그것이 개별 근로자의 근로계약 내용이 되거나 근로관계를 규율하는 규범으로 확립되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 다. 그런데도 원심은 명절상여가 소정근로 여부와 상관없이 특정 시점에 재직 중인 근로자에게만 지급하는 임금으로서 통상임금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원심판결에는 통상임금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상고이유 주장은 정당하다. 3. 이 사건 청구가 신의칙에 위배되는지 여부 가. 민법 제2조 제1항은 신의칙에 관하여 “권리의 행사와 의무의 이행은 신의에 좇아 성실히 하여야 한다.”라고 정하고 있다. 신의칙은 법률관계의 당사자가 상대방의 이익을 배려하여 형평에 어긋나거나 신의를 저버리는 내용 또는 방법으로 권리를 행사하거나 의무를 이행해서는 안 된다는 추상적 규범으로서 법질서 전체를 관통하는 일반 원칙으로 작용하고 있다. 신의칙에 반한다는 이유로 권리의 행사를 부정하기 위해서는 상대방에게 신뢰를 제공하였다거나 객관적으로 보아 상대방이 신뢰를 하는 데 정당한 상태에 있어야 하고, 이러한 상대방의 신뢰에 반하여 권리를 행사하는 것이 정의관념에 비추어 용인될 수 없는 정도의 상태에 이르러야 한다(대법원 2003. 4. 22. 선고 2003다2390, 2406 판결, 대법원 2021. 6. 10. 선고 2017다52712 판결 참조). 단체협약 등 노사합의의 내용이 근로기준법의 강행규정을 위반하여 무효인 경우에, 그 무효를 주장하는 것이 신의칙에 위배되는 권리의 행사라는 이유로 이를 배척한다면, 강행규정으로 정한 입법 취지를 몰각시키는 결과가 되므로, 그러한 주장은 신의칙에 위배된다고 볼 수 없음이 원칙이다. 그러나 노사합의의 내용이 근로기준법의 강행규정을 위반한다는 이유로 노사합의의 무효 주장에 대하여 예외 없이 신의칙의 적용이 배제되는 것은 아니다. 위에서 본 신의칙을 적용하기 위한 일반적인 요건을 갖춤은 물론 근로기준법의 강행규정성에도 불구하고 신의칙을 우선하여 적용할 만한 특별한 사정이 있는 예외적인 경우에 한하여 그 노사합의의 무효를 주장하는 것이 신의칙에 위배되어 허용될 수 없다. 노사합의에서 정기상여금은 그 자체로 통상임금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전제에서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 산정 기준에서 제외하기로 합의하고 이를 기초로 임금수준을 정한 경우, 근로자 측이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 가산하고 이를 토대로 추가적인 법정수당의 지급을 구함으로써 사용자에게 예측하지 못한 새로운 재정적 부담을 지워 중대한 경영상의 어려움을 초래하거나 기업의 존립을 위태롭게 하는 것은 정의와 형평 관념에 비추어 신의에 현저히 반할 수 있다(대법원 2013. 12. 18. 선고 2012다89399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다만 근로관계를 규율하는 강행규정보다 신의칙을 우선하여 적용할 것인지를 판단할 때에는 근로조건의 최저기준을 정하여 근로자의 기본적 생활을 보장·향상시키고자 하는 근로기준법 등의 입법 취지를 충분히 고려할 필요가 있다. 기업을 경영하는 주체는 사용자이고 기업의 경영상황은 기업 내·외부의 여러 경제적·사회적 사정에 따라 수시로 변할 수 있다. 통상임금 재산정에 따른 근로자의 추가 법정수당 청구를 중대한 경영상의 어려움을 초래하거나 기업 존립을 위태롭게 한다는 이유로 배척한다면, 기업 경영에 따른 위험을 사실상 근로자에게 전가하는 결과가 초래될 수 있다. 따라서 근로자의 추가 법정수당 청구가 사용자에게 중대한 경영상의 어려움을 초래하거나 기업의 존립을 위태롭게 하여 신의칙에 위배되는지는 신중하고 엄격하게 판단해야 한다(대법원 2019. 2. 14. 선고 2015다217287 판결 참조). 통상임금 재산정에 따른 근로자의 추가 법정수당 청구가 기업에 중대한 경영상의 어려움을 초래하거나 기업 존립을 위태롭게 하는지는 추가 법정수당의 규모, 추가 법정수당 지급으로 인한 실질임금 인상률, 통상임금 상승률, 기업의 당기순이익과 그 변동 추이, 동원 가능한 자금의 규모, 인건비 총액, 매출액, 기업의 계속성·수익성, 기업이 속한 산업계의 전체적인 동향 등 기업운영을 둘러싼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판단해야 한다. 기업이 일시적으로 경영상의 어려움에 처하더라도 사용자가 합리적이고 객관적으로 경영 예측을 하였다면 그러한 경영상태의 악화를 충분히 예견할 수 있었고 향후 경영상의 어려움을 극복할 가능성이 있는 경우에는 신의칙을 들어 근로자의 추가 법정수당 청구를 쉽게 배척해서는 안 된다. 나.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서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을 위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고들의 이 사건 청구가 신의칙에 위배된다고 볼 수 없다. 피고의 매출액, 영업이익, 당기순이익 등 경영 지표는 2010년 이전부터 2013년경까지 전반적으로 양호하였다. 같은 기간 피고의 매출총이익률, 영업이익률, 당기순이익률은 2007년 이후 피고의 주된 제조분야인 선박 가격의 지속적 하락 등의 영향으로 감소 추세를 보였으나, 피고의 경영상태가 열악한 수준이었다고 보기 어렵다. 피고의 매출과 손익 등 경영상태는 2014년과 2015년 무렵 악화되었다. 그 원인은 2012년경부터 주요 수출처인 유럽의 경기침체에 따른 수출량 감소, 중국 기업의 급속한 성장세에 따른 수출 점유율 하락, 동종업계의 경쟁 심화에 따른 수주 실적의 감소, 지속적인 유가 하락, 기존 선박 건조 계약의 취소 등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경영상태의 악화는 피고가 예견할 수 없었던 사정이라고 보기 어렵다. 국내외 경제상황의 변동에 따른 위험과 불이익은 피고와 같이 오랫동안 대규모 사업을 영위해 온 기업이 예견할 수 있거나 부담해야 할 범위에 있고, 피고의 기업 규모 등에 비추어 극복할 가능성이 있는 일시적 어려움이라고 볼 수 있다. 실제로 피고는 2014년도 3분기 자체 경영실적 분석 자료에서 피고의 주된 영업부문인 조선, 해양, 플랜트의 향후 장기적인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였고, 금융기관 역시 피고의 영업실적이 점차 나아질 것으로 전망하였다. 사실심 변론종결 당시를 기준으로 보면 통상임금 재산정에 따른 추가 법정수당 지급으로 피고에게 경영상 어려움이 가중될 여지가 있다. 통상임금 재산정 결과 피고 소속 근로자의 통상임금 상승률과 실질임금 인상률도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피고가 부담할 것으로 예상되는 추가 법정수당액이 피고에게 중대한 경영상의 어려움을 초래하는지 여부는 사실심 변론종결시라는 특정 시점에 국한한 피고의 경영상태만을 기준으로 볼 것이 아니라 기업운영을 둘러싼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판단해야 하는데, 추가 법정수당의 규모(소멸시효가 완성한 부분을 제외하고 휴일근로수당 중복할증을 하지 않은 것을 전제로 한다), 추가 법정수당의 연도별 총인건비와 당기순이익 대비 비율, 피고의 사업 규모와 그동안의 매출, 영업이익, 당기순이익 등 손익의 추이 또는 경영성과의 누적 상태 등에 비추어 보면, 추가 법정수당의 지급으로 피고에게 중대한 경영상 위기가 초래된다거나 기업의 존립 자체가 위태롭게 된다고 인정하기 어렵다. 피고의 경영상태가 급격히 악화된 2014년은 원고들이 이 사건 소를 제기한 때부터 1년 이상 지난 다음이다. 원심으로서는 변론종결 당시 피고의 일시적인 경영악화만이 아니라, 기업의 계속성이나 수익성, 경영상 어려움을 예견하거나 극복할 가능성이 있는지도 고려해서 추가 법정수당 청구의 인용 여부를 판단했어야 한다. 다. 그런데도 원심은, 피고가 추가로 부담하게 될 법정수당 총액이 4년 6개월간 약 6,300억 원에 이른다는 등의 사정을 들어, 원고들의 청구가 신의칙에 위배되어 허용될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원심판결에는 신의칙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는 등으로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4. 결론 원고들의 상고는 이유 있어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노정희(재판장), 김재형(주심), 노태악
상여금
현대중공업
통상임금
법정수당
현대미포조선
2021-12-16
금융·보험
형사일반
대법원 2020도9789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횡령)
대법원 제3부 판결 【사건】 2020도9789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횡령)[인정된 죄명: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배임)] 【피고인】 김AA 【상고인】 피고인 【변호인】 법무법인 민후 담당변호사 김경환, 양진영, 최주선 【원심판결】 수원고등법원 2020. 7. 2. 선고 2020노171 판결 【판결선고】 2021. 12. 16.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수원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예비적 공소사실의 요지 예비적 공소사실인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하 ‘특정경제범죄법’이라 한다) 위반(배임) 부분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피고인은 알 수 없는 경위로 피해자의 ‘○빗’ 거래소 가상지갑에 들어 있던 199.999비트코인(이하 ‘이 사건 비트코인’이라 한다)을 자신의 계정으로 이체 받았으므로 착오로 이체된 이 사건 비트코인을 반환하기 위하여 이를 그대로 보관하여야 할 임무가 있었는데도, 그중 29.998비트코인을 자신의 ‘○비트’ 계정으로, 169.996비트코인을 자신의 ‘바○○○’ 계정으로 이체하여 재산상 이익인 합계 약 1,487,235,086원 상당의 총 199.994비트코인(29.998비트코인 + 169.996비트코인)을 취득하고, 피해자에게 동액 상당의 손해를 가하였다. 2. 원심판단 원심은 예비적 공소사실을 다음과 같은 이유로 유죄로 판단한 제1심 판결을 그대로 유지하였다. 가상자산은 경제적 가치를 갖는 재산상 이익으로서 형법상 보호할 가치가 있다. 피고인이 법률상 원인 없이 타인 소유 비트코인을 자신의 가상자산 지갑으로 이체 받아 보관하게 된 이상, 소유자에 대한 관계에서 비트코인을 부당이득으로 반환해야 한다. 횡령죄와 배임죄는 신임관계를 기본으로 하는 같은 죄질의 재산범죄로서, 법률관계 없이 돈을 이체 받은 계좌명의인은 송금의뢰인에 대해 송금 받은 돈을 반환할 의무가 있어 계좌명의인에게 송금의뢰인을 위하여 송금 받거나 이체된 돈을 보관하는 지위가 인정되는데, 가상자산을 원인 없이 이체 받은 경우를 이와 달리 취급할 이유가 없다. 이러한 사정을 고려하면 피고인은 이체 받은 비트코인을 신의칙에 근거하여 소유자에게 반환하기 위해 그대로 보관하는 등 피해자의 재산을 보호하고 관리할 임무를 부담하게 함이 타당하므로 배임죄의 주체로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한다. 3. 대법원 판단 그러나 원심판결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받아들일 수 없다. 가. 가상자산 권리자의 착오나 가상자산 운영 시스템의 오류 등으로 법률상 원인관계 없이 다른 사람의 가상자산 전자지갑에 가상자산이 이체된 경우, 가상자산을 이체 받은 자는 가상자산의 권리자 등에 대한 부당이득반환의무를 부담하게 될 수 있다. 그러나 이는 당사자 사이의 민사상 채무에 지나지 않고 이러한 사정만으로 가상자산을 이체 받은 사람이 신임관계에 기초하여 가상자산을 보존하거나 관리하는 지위에 있다고 볼 수 없다. 또한 피고인과 피해자 사이에는 아무런 계약관계가 없고 피고인은 어떠한 경위로 이 사건 비트코인을 이체 받은 것인지 불분명하여 부당이득반환청구를 할 수 있는 주체가 피해자인지 아니면 거래소인지 명확하지 않다. 설령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직접 부당이득반환의무를 부담한다고 하더라도 곧바로 가상자산을 이체 받은 사람을 피해자에 대한 관계에서 배임죄의 주체인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한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나. 대법원은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라고 하려면, 타인의 재산관리에 관한 사무의 전부 또는 일부를 타인을 위하여 대행하는 경우와 같이 당사자 관계의 전형적·본질적 내용이 통상의 계약에서의 이익대립관계를 넘어서 그들 사이의 신임관계에 기초하여 타인의 재산을 보호하거나 관리하는 데에 있어야 한다고 함으로써(대법원 2020. 2. 20. 선고 2019도9756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배임죄의 성립 범위를 제한하고 있다. 이 사건과 같이 가상자산을 이체 받은 경우에는 피해자와 피고인 사이에 신임관계를 인정하기가 쉽지 않다. 다. 가상자산은 국가에 의해 통제받지 않고 블록체인 등 암호화된 분산원장에 의하여 부여된 경제적인 가치가 디지털로 표상된 정보로서 재산상 이익에 해당한다(대법원 2021. 11. 11. 선고 2021도9855 판결 참조). 가상자산은 보관되었던 전자지갑의 주소만을 확인할 수 있을 뿐 그 주소를 사용하는 사람의 인적사항을 알 수 없고, 거래 내역이 분산 기록되어 있어 다른 계좌로 보낼 때 당사자 이외의 다른 사람이 참여해야 하는 등 일반적인 자산과는 구별되는 특징이 있다. 이와 같은 가상자산에 대해서는 현재까지 관련 법률에 따라 법정화폐에 준하는 규제가 이루어지지 않는 등 법정화폐와 동일하게 취급되고 있지 않고 그 거래에 위험이 수반되므로, 형법을 적용하면서 법정화폐와 동일하게 보호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라. 원인불명으로 재산상 이익인 가상자산을 이체 받은 자가 가상자산을 사용·처분한 경우 이를 형사처벌하는 명문의 규정이 없는 현재의 상황에서 착오송금 시 횡령죄 성립을 긍정한 판례(대법원 2010. 12. 9. 선고 2010도891 판결 등 참조)를 유추하여 신의칙을 근거로 피고인을 배임죄로 처벌하는 것은 죄형법정주의에 반한다. 이 사건 비트코인이 법률상 원인관계 없이 피해자로부터 피고인 명의의 전자지갑으로 이체되었더라도 피고인이 신임관계에 기초하여 피해자의 사무를 맡아 처리하는 것으로 볼 수 없는 이상, 피고인을 피해자에 대한 관계에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 마. 그런데도 피고인을 배임죄의 주체로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원심은 특정경제범죄법위반(배임)죄에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 4. 파기 범위 위에서 본 이유로 원심판결 중 예비적 공소사실 부분은 파기사유가 있어 그대로 유지될 수 없고, 그 부분과 동일체의 관계에 있는 주위적 공소사실인 특정경제범죄법위반(횡령) 부분도 파기를 면할 수 없으므로, 원심판결 전부가 파기되어야 한다. 5. 결론 피고인의 상고는 이유 있어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노정희(재판장), 김재형(주심), 안철상, 이흥구
배임죄
배임
비트코인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2021-12-16
지식재산권
대법원 2018후11728
등록무효(특)
대법원 제2부 판결 【사건】 2018후11728 등록무효(특) 【원고, 상고인】 A 【피고, 피상고인】 B 주식회사 【원심판결】 특허법원 2018. 10. 5. 선고 2017허8459 판결 【판결선고】 2021. 12. 10.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특허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상고이유서 제출기간이 지난 후에 제출된 상고이유보충서 등의 기재는 상고이유를 보충하는 범위 내에서)를 판단한다. 1. 발명의 진보성 유무를 판단할 때에는 선행기술의 범위와 내용, 진보성 판단의 대상이 된 발명과 선행기술의 차이, 그 발명이 속하는 기술분야에서 통상의 지식을 가진 사람(이하 ‘통상의 기술자’라고 한다)의 기술수준에 대하여 증거 등 기록에 나타난 자료에 기초하여 파악한 다음, 통상의 기술자가 특허출원 당시의 기술수준에 비추어 진보성 판단의 대상이 된 발명이 선행기술과 차이가 있는데도 그러한 차이를 극복하고 선행기술로부터 쉽게 발명할 수 있는지를 살펴보아야 한다. 이 경우 진보성 판단의 대상이 된 발명의 명세서에 개시되어 있는 기술을 알고 있음을 전제로 사후적으로 통상의 기술자가 쉽게 발명할 수 있는지를 판단해서는 안 된다(대법원 2009. 11. 12. 선고 2007후3660 판결, 대법원 2020. 1. 22. 선고 2016후2522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2. 위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본다. 가. 명칭을 ‘세라믹 용접 지지구’로 하는 이 사건 특허발명(특허번호 제1524236호, 2017. 4. 21.자 정정청구에 의해 정정된 것)의 청구범위는 ‘50~70wt%의 SiO2, 15~35wt%의 Al2O3, 8~15wt%의 MgO, 0.5~3wt%의 CaO를 주성분으로 포함하고, Fe2O3, K2O 및 Na2O로 이루어지는 기타 성분이 0.5~5wt%의 범위로 포함되어 이루어진 조성을 갖고, 내화도가 SK 8~12이고, 소성밀도가 2.0~2.4g/㎤이며, 흡수율이 3% 미만인 세라믹 용접 지지구’이다. 이 사건 특허발명은 위와 같은 수치범위의 내화도와 소성밀도를 통하여 원활한 슬러그 발생과 적정한 이면비드 생성을 가능하게 하고, 낮은 수치 범위의 흡수율을 통하여 과다수분 흡습을 방지하여 용접부의 강도를 향상시키는 것을 해결 과제로 한다. 나. 반면 선행발명 1은 이 사건 특허발명과 같은 용접 지지구에 관한 발명으로 ‘45~70wt%의 SiO2, 15~40wt%의 Al2O3, 5~30wt%의 MgO, 0.3~2wt%의 CaO 조성과 내화도는 SK 11~15, 기공률은 20~40%인 것’을 구성으로 하는데, 이 사건 특허발명의 내화도 범위(SK 8~12)에서 차이가 있고(원심판시 차이점 3), 소성밀도(원심판시 차이점 4)와 흡수율(원심판시 차이점 5)에 대하여는 아무런 기재가 없다. 그리고 선행발명 1의 명세서에는 ‘고형 내화재의 기공률이 20% 미만에서는 슬러그 층이 비드를 밀어 올리고, 덧붙임 부족 혹은 백비드가 고르지 않게 된다’고 기재되어 있는 반면, 기공률과 비례관계에 있는 이 사건 특허발명의 흡수율은 3% 미만이다. 다. 이와 같이 선행발명 1에는 20% 미만의 낮은 기공률에 관하여 부정적 교시를 담고 있어, 통상의 기술자가 선행발명 1의 기공률을 20% 미만으로 낮추어 결과적으로 기공률과 비례 관계에 있는 흡수율을 낮추는 것을 쉽게 생각하기 어렵다. 라. 선행발명 3의 명세서에 의하더라도 ‘현재 통상적으로 사용되는 세라믹 뒷받침재는 자기화 단계까지 거친 뒷받침재로서 이는 흡수율이 적은 편이고, 기공률이 낮아 조직이 치밀하여 흡습방지성 내지는 방수성이 좋으나 대신 기공률이 낮아 단열성이 좋지 않고 열팽창 계수가 비교적 큰 편이어서 사용할 때에 균열, 파손이 발생하는 경우가 있다’고 기재되어 있어 낮은 흡수율은 장점이 있는 반면 단점도 있다는 것이므로, 위와 같은 내용이 통상의 기술자에게 선행발명 1의 흡수율을 낮추는 방향으로 변형을 시도하도록 만드는 동기나 암시로 받아들여지기 어렵다. 마. 게다가 통상의 기술자가 선행발명 1에 이 사건 특허발명과 같은 낮은 흡수율(기공률과 비례 관계)을 채택하여 결과적으로 선행발명 1의 비교적 높은 범위의 기공률을 배제하는 것은 선행발명 1의 내화도와 기공률 간의 유기적 결합관계를 해치는 것일 뿐 아니라, 그로 인한 효과를 예측할 수 있을 만한 자료도 없다. 바. 그리고 이 사건 특허발명의 명세서 기재에 의하면, 이 사건 특허발명에 따른 실시예는 이 사건 특허발명의 구성요소를 충족하지 못하는 비교예와 비교하여 용접결과가 모두 양호하고, 내부크랙 및 모재의 충격강도에 있어서도 우수한 결과를 얻었다. 사. 위와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통상의 기술자의 입장에서 이 사건 특허발명의 내용을 이미 알고 있음을 전제로 사후적으로 판단하지 않는 한 선행발명 1로부터 이 사건 특허발명을 쉽게 도출할 수 있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선행발명 1에 의하여 이 사건 특허발명의 진보성이 부정된다고 할 수 없다. 3. 그럼에도 원심은 통상의 기술자가 선행발명 1로부터 이 사건 제1항 발명을 쉽게 도출할 수 있으므로 이 사건 특허발명의 진보성이 부정된다고 판단하였다. 이러한 원심판결에는 특허발명의 진보성 판단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고, 이를 지적하는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4.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 판단하도록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천대엽(재판장), 조재연, 민유숙(주심), 이동원
특허발명
발명
진보성
2021-12-16
형사일반
대법원 2021도8993
공중위생관리법위반
대법원 제2부 판결 【사건】 2021도8993 공중위생관리법위반 【피고인】 A 【상고인】 피고인 【변호인】 변호사 옥준원 【원심판결】 인천지방법원 2021. 6. 25. 선고 2020노1982 판결 【판결선고】 2021. 12. 10. 【주문】 상고를 기각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원심은 영업신고를 하지 않고 네일미용업을 한 위반행위의 주체는 피고인이 아니라 이 사건 각 점포에서 직접 네일미용시술을 한 행위자들이라는 피고인의 주장에 대하여, ① 이 사건 각 점포는 피고인이 대표이사인 이 사건 회사의 명의로 임차한 것이고, 그 내부 설비 역시 이 사건 회사의 소유인 점, ② 이 사건 점포에서 근무한 H는 수사기관에서 ‘이 사건 회사는 점주라는 개념이 없고 모두 본사에서 채용된 직원이다. 본사에서 미용업 신고를 하라고 하여 이 사건 적발 이후 자신이 근무한 점포에서 미용업 신고를 한 사실이 있다. 본사에서는 평소 아무런 공지가 없다가 경찰에 적발되면 이 사건 회사 매출내역시스템에 미용업 신고를 하라는 공지를 올렸다.’는 취지로 진술한 점, ③ 이 사건 각 점포에서 네일미용시술을 한 사람들은 이 사건 회사와 사이에 체결한 ‘프로스파리스트’ 계약에 따라 고정급여가 아닌 매출실적에 따른 수수료를 지급받은 것으로 보이기는 하나, 이 사건 회사는 위와 같은 계약의 명칭과 관계없이 매출내역시스템을 통해 각 점포들의 매출, 수익 등을 관리하고 각 점포의 직원들에게 일정한 교육을 실시하는 등으로 업무상 지휘·감독을 한 것으로 보이는 점, ④ 결국 영업신고를 한 점주가 이 사건 각 점포를 운영한다기보다는 형식적으로 명의만 제공하는 것에 불과한 것으로 보이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위반행위의 주체를 이 사건 각 점포에서 직접 네일미용시술을 한 사람들이 아닌, 이 사건 회사의 대표이사인 피고인으로 보아 영업신고를 하지 않고 공중위생영업을 하였다고 기소된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한 제1심판결을 그대로 유지하였다. 관련 법리에 적법하게 채택한 증거들을 비추어 보면, 원심이 든 위 사정들과 함께 공중위생관리법 제3조 제1항 전단에 의하면 공중위생영업의 신고의무는 ‘공중위생영업을 하고자 하는 자’에게 부여되어 있고, 여기서 ‘영업을 하는 자’라 함은 영업으로 인한 권리의무의 귀속주체가 되는 자를 의미하는 점(대법원 2008. 3. 27. 선고 2008도89 판결 참조), 설령 직접 네일미용시술을 한 개별 행위자들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 지위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할지라도 행정적으로 관할 관청에 대하여 영업신고의무를 부담할 ‘영업자’로 취급되어야 하는 것은 아닌 점 등을 더하여 보면, 피고인을 이 사건 미신고 공중위생영업으로 인한 위반행위의 주체로 인정한 원심의 판단이 타당하고, 원심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공중위생관리법 위반죄의 주체, 적법행위의 기대가능성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그러므로 상고를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천대엽(재판장), 조재연, 민유숙(주심), 이동원
영업신고
네일미용업
공중위생관리법
네일
네일미용
위생
2021-12-16
민사일반
광주지방법원 2020가소615990
손해배상(기)
광주지방법원 판결 【사건】 2020가소615990 손해배상(기) 【원고】 허AA, 부천시,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로베리 담당변호사 김동훈, 소송대리인 오혜림 【피고】 임BB, 광주, 송달장소 이천시 【변론종결】 2021. 10. 26. 【판결선고】 2021. 12. 7. 【주문】 1. 피고는 원고에게 7,397,834원 및 이에 대하여 2018. 10. 2.부터 2021. 12. 7.까지는 연 5%,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2. 원고의 나머지 청구를 기각한다. 3. 소송비용 중 3/4은 원고가, 나머지는 피고가 각 부담한다. 4. 제1항은 가집행할 수 있다. 【청구취지】 피고는 원고에게 28,595,668원 및 이에 대하여 2018. 10. 2.부터 이 사건 소장 송달일까지는 연 5%,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이유】 1. 기초사실 가. 원고는 2018. 10. 2. 피고로부터 ‘티온’과 ‘리온’이라는 이름의 포메라니안종 등 배견으로 2마리를 구입하였고, ‘티온’과 ‘리온’의 분양비로 950만 원을 지급하였다. 나. 원고는 2019. 7. 11. 인천 소재 ◇◇◇동물의료센터에서 MRI 촬영을 하여 ‘티온’에 대해 ‘뇌질 확장과 수막 척수염’의 진단을 받고, 성남시에 있는 △△△동물메디컬센타에서 진찰결과 후두골 이형성 증후군으로 확진되었다. 다. 원고는 ‘티온’과 동배견인 수컷 강아지 ‘리온’에 대해서도 서울 소재 ◎◎동물의학센타에서 MRI 촬영을 하였고, ‘리온’ 역시 후두골 이형성이라는 진단 결과를 받게 되었다. 라. 원고는 이 사건 ‘티온’과 ‘리온’의 후두골 이형성을 치료하기 위해 진료비와 수술비를 합하여 14,795,668원을 지출하였다. 2. 피고의 주장 가. 견종 브리더들은 견종표준서를 참고하여 각 견종을 번식하고 있는데 FCI 국제 애견연맹 포메라니안 견종표준서(STANDARD) 결점, 중대결점, 실격 사유에도 후두골 이형성증은 포함되어 있지 않다. 나. 많은 소형견들은 후두골 이형성을 가지고 있지만 대부분 큰 증상이 없이 수술을 하지 않고 살아가고 있고, ‘티온’과 ‘리온’의 동배견 중 후두골 이형성이 문제된 경우는 없다. 3. 손해배상책임의 범위 가. 불법행위로 물건이 훼손되었을 때에는 수리 또는 원상회복이 가능한 경우에는 수리비 또는 원상회복에 드는 비용을, 수리 또는 원상회복이 불가능하거나 그 비용이 과다한 경우에는 훼손으로 인하여 교환가치가 감소된 부분을 통상의 손해로 보아야 한다. 그러나, 반려견 등의 경우처럼 소유자가 정신적인 유대와 애정을 나누는 대상일 뿐 아니라 생명을 지닌 동물로서 반려견 등에게 상해가 발생할 경우 보통의 물건과 달리 그 교환가격보다 높은 치료비를 지출하고도 치료를 할 수 밖에 없는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다(대법원 1998. 5. 29. 선고 98다7735 판결 등 참조). 나.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재산적 손해의 발생 사실은 인정되나 구체적인 손해의 액수를 증명하는 것이 사안의 성질상 곤란한 경우, 법원은 증거조사의 결과와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밝혀진 당사자들 사이의 관계, 불법행위와 그로 인한 재산적 손해가 발생하게 된 경위, 손해의 성격, 손해가 발생한 이후의 제반 정황 등의 관련된 모든 간접사실들을 종합하여 상당인과관계 있는 손해의 범위인 수액을 판단할 수 있다(대법원 2009. 8. 20. 선고 2008다19355 판결 등 참조). 다. 이 사건 ‘티온’과 ‘리온’의 후두골 이형성이 문제된 경위 및 내용, 원고가 이 사건 ‘티온’과 ‘리온’의 진료비와 수술비를 합하여 14,795,668원을 지출한 사실, 원고가 지출한 ‘티온’과 ‘리온’의 분양비 등을 감안할 때 피고는 원고에게 ‘티온’과 ‘리온’의 진료비와 수술비 14,795,668원의 1/2에 해당하는 7,397,834원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보는 것이 상당하므로 주문과 같이 판결을 선고한다. 판사 양동학
손해배상
반려견
분양
불완전이행
유전질환
2021-12-14
16
17
18
19
20
banner
주목 받은 판결큐레이션
1
[판결] 현대제철 사내하청 근로자 일부 ‘파견 근로’ 인정
판결기사
2024-03-12 18:05
태그 클라우드
공직선거법명예훼손공정거래손해배상중국업무상재해횡령조세사기노동
등록사항정정의 대위신청과 관련된 법적 문제
서보형 한국국토정보공사 변호사
footer-logo
1950년 창간 법조 유일의 정론지
논단·칼럼
Voice Of Law
지면보기
굿모닝LAW747
LawTop
footer-logo
법인명
(주)법률신문사
대표
이수형
사업자등록번호
214-81-99775
등록번호
서울 아00027
등록연월일
2005년 8월 24일
제호
법률신문
발행인
이수형
편집인
차병직 , 이수형
편집국장
신동진
발행소(주소)
서울특별시 서초구 서초대로 396, 14층
발행일자
1999년 12월 1일
전화번호
02-3472-0601
청소년보호책임자
김순신
개인정보보호책임자
김순신
인터넷 법률신문의 모든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으며 무단 전재, 복사, 배포를 금합니다. 인터넷 법률신문은 인터넷신문윤리강령 및 그 실천요강을 준수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