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o
2024년 2월 27일(화)
지면보기
구독
한국법조인대관
판결 큐레이션
매일 쏟아지는 판결정보, 법률신문이 엄선된 양질의 정보를 골라 드립니다.
판결기사
판결요지
판례해설
판례평석
판결전문
정영훈 변호사(서울중앙지법 국선전담)
미결수용자 변호인의 공휴일 접견불허 결정에 대한 검토
Ⅰ. 사건개요 청구인은 사기 등의 혐의로 2009. 3. 3. 불구속 기소되어 재판을 받던 중 선고 기일인 5월 1일에 불출석하여 법원이 발부한 구속영장집행에 의해 5월 27일 서울구치소에 수감되었다. 국선변호인은 6월 1일 선정된 후 접견일시를 6월 6일(현충일이자 토요일)로 하여 서울구치소에 접견을 신청하였으나 접견일이 공휴일이라는 이유로 불허되어 부득이 6월 8일 접견을 하였다. 이에 변호인은 서울구치소장을 상대로 청구인과 변호인 간의 6월 6일자 접견을 불허한 처분이 청구인의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침해하였다며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Ⅱ. 결정요지 1. 헌법재판소가 91헌마111 결정에서 미결수용자와 변호인 간의 접견에 대해 어떠한 명분으로도 제한할 수 없다고 한 것은 구속된 자와 변호인 간의 접견이 실제로 이루어지는 경우에 있어서의 '자유로운 접견', 즉 '대화내용에 대하여 비밀이 완전히 보장되고 어떠한 제한, 영향, 압력 또는 부당한 간섭 없이 자유롭게 대화할 수 있는 접견'을 제한할 수 없다는 것이지, 변호인과의 접견 자체에 대해 아무런 제한도 가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므로 미결수용자의 변호인접견권 역시 국가안전보장·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해 필요한 경우에는 법률로써 제한될 수 있음은 당연하다. 2. 형의 집행 및 수용자의 처우에 관한 법률 제84조 제2항에 의해 금지되는 접견시간 제한의 의미는 접견에 관한 일체의 시간적 제한이 금지된다는 것으로 볼 수는 없고, 수용자와 변호인의 접견이 현실적으로 실시되는 경우, 그 접견이 미결수용자와 변호인의 접견인 때에는 미결수용자의 방어권 행사로서의 중요성을 감안하여 자유롭고 충분한 변호인의 조력을 보장하기 위해 접견 시간을 양적으로 제한하지 못한다는 의미로 이해하는 것이 타당하므로, 수용자처우법 제84조 제2항에도 불구하고 같은 법 제41조 제4항의 위임에 따라 수용자의 접견이 이루어지는 일반적인 시간대를 대통령령으로 규정하는 것은 가능하다. 3.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보장하는 목적은 피의자 또는 피고인의 방어권 행사를 보장하기 위한 것이므로, 미결수용자 또는 변호인이 원하는 특정한 시점에 접견이 이루어지지 못하였다고 하더라도 그것만으로는 곧바로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침해되었다고 단정할 수는 없는 것이고,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가 침해되었다고 하기 위해서는 접견이 불허된 특정한 시점을 전후한 수사 또는 재판의 진행 경과에 비추어 보아, 그 시점에 접견이 불허됨으로써 피의자 또는 피고인의 방어권 행사에 어느 정도는 불이익이 초래되었다고 인정할 수 있어야만 하며, 그 시점을 전후한 변호인 접견의 상황이나 수사 또는 재판의 진행 과정에 비추어 미결수용자가 방어권을 행사하기 위해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기회가 충분히 보장되었다고 인정될 수 있는 경우에는, 비록 미결수용자 또는 그 상대방인 변호인이 원하는 특정시점에는 접견이 이루어지지 못하였다 하더라도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가 침해되었다고 할 수 없다. Ⅲ. 평석 1. 헌법 제12조 제4항 '즉시' 변호인조력권의 취지 누구든지 체포 또는 구속을 당한 때에는 '즉시'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기본권으로 보장받는다(헌법 제12조 제4항 전단). 변호인조력권은 "국가권력의 일방적인 행사에 대항하여 자신에게 부여된 헌법상 소송법상 권리를 효율적이고 독립적으로 행사하기 위하여 변호인의 도움을 얻을 피의자 및 피고인의 권리"(2000헌마138)로 "피의자와 피고인의 신체구속의 상황에서 발생하는 여러 가지 폐해를 제거하고 구속이 그 목적의 한도를 초과하여 이용되거나 작용되지 않게끔 보장"(91헌마111 결정)하기 위한 것이다. 구속된 상황에서는 진술강요나 고문 등 가혹행위의 발생가능성이 있는 반면 피의자는 국가형벌권에 대응하여 자신이 행사할 수 있는 방어권이 무엇인지 자신의 진술이 추후 재판에서 어떤 증거로 사용될지 알지 못한다. 이 때문에 법률전문가의 신속하고도 충분한 도움은 필요 불가결하다. 2. 미결수용자와 변호인의 '공휴일 접견'에 대한 법률상 제한여부 변호인조력권은 특히 구속된 피의자와 피고인에게 중요한 헌법상 권리이기 때문에 두텁게 보장되어야 한다. 그렇다고 도망 또는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어 체포·구속된 사람이 '언제'(시기), '어디서나'(장소), '원하는 만큼'(접견시간) 마음대로 변호인과 접견할 수는 없기 때문에 헌법 제37조 제2항에 따른 법률상의 제한은 받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이러한 제한은 '즉시' 변호인조력권의 취지상 필요 최소한이어야 한다. 따라서 "도망 또는 증거인멸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가 이루어지고 수사 또는 재판에 방해가 되지 않는다면" 미결수용자의 변호인과의 접견은 헌법 제12조 제4항에 규정된 '즉시'의 의미에 맞게 신속하게 접견이 이루어져야 한다. 특히 미결수용자와 변호인의 첫 번째 접견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허용되어야 한다. 단지 공휴일이라거나 공무원근무시간이 아니라는 이유만으로는 '즉시' 변호인조력권의 제한을 정당화할 수는 없다고 할 것이다. 3. 공휴일 접견 불허의 근거로 삼은 수용자처우법 조항 해석의 문제점 대상 판결이 수용자처우법 제41조 제4항(접견의 횟수·시간·장소·방법 및 접견내용의 청취·기록·녹음·녹화 등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과 시행령 제58조 제1항(수용자의 접견은 매일(공휴일 및 법무부장관이 정한 날은 제외한다) 「국가공무원복무규정」 제9조에 따른 근무시간 내에서 한다)에 따라 미결수용자와 변호인 간의 공휴일 접견을 불허하면서 같은 법 제84조 제2항(미결수용자와 변호인간의 접견은 시간과 횟수를 제한하지 아니한다)의 의미를 지나치게 제한적으로 해석한 것은 부당하다. 법 문언과 체계상 법 제41조 제4항, 시행령 제58조 제1항은 기결수인 수형자에게 적용되는 규정임이 분명하지만 무죄추정을 받는 미결수용자에게 적용되는 규정인지는 명확하지 않다. 반면, 법 제9장에서 '미결수용자의 처우'라는 제하에 제79조부터 제87조까지 9개 조항(미결수용자 처우의 원칙, 참관금지, 분리수용, 사복착용, 이발, 변호인과의 접견 및 서신수수, 조사 등에서의 특칙, 작업과 교화, 유치장)을 두고 있는 점에 비추어보면 제84조 제2항은 미결수용자에게만 적용됨이 분명하다. 그런데 수용자처우법은 기결수를 중심으로 미결수용자를 포함하여 같은 법률에서 규율하고 있고 미결수용자에 대한 고유규정은 1장 9개 조항만을 두고 있다. 이로 인해 법 규정이 기결수에게만 적용되는지 혹은 미결수용자에게도 적용되는지 해석이 필요한 경우가 많고 그 적용에 있어 미결수용자에게 불리하게 해석되는 경우가 많다. 위와 같은 점을 인식한다면 기결수와 미결수용자에게 공통으로 적용되는 일반규정은 미결수용자에게 유리하게 유연하고 탄력적으로 해석되어져야 하고, 미결수용자에 대한 특별규정은 그 고유한 의미를 살리는 방향으로 해석해야 할 것이다. 따라서 법 제84조 제2항이 미결수용자와 변호인과의 접견에 대해 시간과 횟수를 제한하지 않고 있다면, 헌법 제12조 제4항 '즉시' 변호인조력권의 취지와 법 제84조의 고유의미를 부각하는 방향으로 해석하여야 할 것이다. 그럼에도 이를 외면하고 오히려 법 제41조 제4항과 시행령 제58조 제1항 중심으로 해석하고 법 제84조 제2항의 의미를 제한하는 방향으로 해석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할 것이다. 4. 변호인조력권의 침해여부에 대한 판단기준의 문제점 변호인조력권은 누구든지 '체포 또는 구속을 당한 때'에는 '즉시' 즉, 최대한 신속하게 또한 자유롭게 '충분히' 변호인과 접견, 상담, 조언 등을 받을 기본권이라고 해야 한다. 특히 미결수용자와 변호인의 첫 번째 접견은 '접견 그 자체로' 미결수용자의 방어권보장을 위해 필요하다고 할 것이다. 대상 판결의 취지대로 미결수용자의 변호인과의 접견교통권의 침해여부를 미결수용자의 방어권에 실제로 불이익이 있었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한다면 '즉시'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는 부당하게 제한될 수밖에 없다. 미결수용자와 변호인 간의 접견이 불허된 경우마다 미결수용자의 방어권에 불이익이 초래되었는지 여부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기다려야 하고, 이로 인해 당사자의 신속한 실효적인 방어권 행사에도 지장을 받게 되며, 실제 접견불허로 침해된 피해를 회복할 수도 없다고 할 것이다. 5. 결론 현행 교정행정은 미결수용자와 변호인의 접견을 평일 오전 9시부터 저녁 6시까지만 허용하고 토·일요일을 포함한 공휴일은 일체 불허한다. 미결수용자가 변호인과 처음으로 실시하는 접견이더라도 그 접견 일시가 공휴일이거나 근무시간이 아닌 경우에는 허용되지 않는다. 공무원근무시간에 맞춘 위와 같은 교정행정에 대해서는 행정편의주의적으로 운영된다는 비판이 있어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와 같은 잘못된 교정행정을 정당화한 대상 판결은 헌법 제12조 제4항 체포·구속된사람의 '즉시'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의 취지와 중요성을 간과하고, 지나치게 '행정편의주의적인 사고'에 기울어진 결정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지난 91헌마111 결정(구속피의자와 변호인의 접견에 수사관이 참여하여 대화내용을 듣고 기록함으로써 헌법 제12조 제4항이 규정한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침해한 사안이다. 여기서 헌법재판소는 "변호인과의 자유로운 접견은 신체구속을 당한 사람에게 보장된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의 가장 중요한 내용이어서 국가안전보장, 질서유지, 공공복리 등 어떠한 명분으로도 제한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라고 판시하였다)과 달리 미결수용자의 '즉시'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의 '원칙적 실현'보다는 그 '제한'에 무게중심을 두고 논지를 전개함으로써 '행정편의주의적인 법규와 교정행정'을 '헌법 제12조 제4항'보다 우위에 두고 해석하는 잘못을 범한 것이다. 보충의견이 "접견의 시간대를 평일에 비해 단축하거나(예컨대, 오전 중에만 실시하거나, 오후에만 실시하는 방법), 또는 미결수용자가 처음 실시하는 변호인접견에 한하여 원칙적으로 허용해 주고 그 이후에는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만 허용해 주는 방법 등을 통해서라도 미결수용자와 변호인의 접견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토요일과 공휴일이라도 허용해 줄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 부분을 되새길 필요가 있다고 할 것이다.
2012-10-08
신동운 교수(서울대 로스쿨)
횡령죄의 미수범 성립 여부
1. 사실관계 및 사건의 경과 (법률신문 9월 6일 자 5면) (1) 사실관계 갑과 A는 "A가 자금을 출연하여 소나무 39주, 팥배나무 1주(이하 P수목으로 약칭함)를 구입하고, 갑이 노동력을 제공하여 P수목에 대한 가식·관리를 하여 쌍방의 협의 하에 제3자에게 처분한 다음 그 수입을 분배한다."는 동업계약을 체결하였다. A는 P수목을 대금 1,200만 원에 매수하였고, 갑은 이를 M토지에 가식(假植)하여 관리해 왔다. 그런데 갑은 A의 허락 없이 C에게 P수목을 대금 1억 9,000만 원에 매도하는 매매계약을 체결하고, 즉석에서 계약금 명목으로 5,000만 원을 교부받아 개인적으로 사용하였다. 갑의 계약체결 사실을 알게 된 A는 C에게 P수목과 관련한 동업계약 사실을 알렸다. 갑과 C와의 P수목 매매는 이로써 무산되었다. (2) 사건의 경과 검사는 갑을 횡령죄와 사기죄로 기소하였다(이하 횡령죄 부분만 고찰함). 제1심은 횡령죄의 기수를 인정하였다. 갑과 검사의 항소에 대해, 항소심법원은 직권으로 판단하여 횡령미수를 인정하였다. 항소심은 횡령 미수의 인정근거에 대해 학술논문에 준하는 정도로 상세한 논리를 전개하고 있는데(춘천지방법원 2010노197), 지면관계로 필자가 임의로 이를 요약한다면 대체로 다음과 같다. (가) 판례는 횡령죄를 위험범으로 보고 있다(2008도10971 등). (나) 횡령행위는 정당한 소유자의 본권 침해에 관한 구체적인 재산상 위험을 초래하는 행위로서 구체적 위험범으로 보아야 한다. (다) 동산과 달리 부동산의 경우에는 소유권의 권리변동에 등기나 명인방법 등의 공시방법이 필요하다. (라) 부동산의 경우에 계약금의 수령만으로는 아직 구체적 위험발생이 있다고 볼 수 없다. (마) 따라서 갑의 행위는 횡령죄의 실행의 착수에는 해당하나 기수에 이른 것은 아니다. 검사의 상고에 대해, 대법원은 "원심판결 이유를 관련 법리 및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이 피고인이 보관하던 이 사건 수목을 함부로 제3자에 매도하는 계약을 체결하고 계약금을 수령·소비하여 이 사건 수목을 횡령하였다는 공소사실에 관하여 횡령미수죄를 인정한 조치는 정당한 것으로 수긍할 수 있고, 거기에 상고이유의 주장과 같이 횡령죄의 기수시기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는 등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고 판단하여 상고를 기각하였다. 2. 판례평석 본 판례는 대법원이 횡령죄의 미수범 성립을 긍정한 예로서 특별히 주목된다. 그런데 대법원은 항소심판단의 타당성을 긍정하고 있을 뿐, 독자적인 관점에서 논거를 제시하고 있지는 않다. 대법원은 단지 '관련 법리'만을 언급하고 있는데, 그 구체적인 내용은 알 수가 없다. 그 동안 학계의 다수의견과 판례는 횡령죄를 위험범으로 파악해 왔다. 즉 재물에 대한 사실상 또는 법률상 지배를 장악하고 있는 상황에서 불법영득의사를 외부로 표현하는 순간 횡령죄는 기수에 이른다는 것이다(소위 표현설). 이에 대해 소수의견은 불법영득의사를 표시하는 것은 실행의 착수에 해당하며 실제로 재물을 소유권자에 준하여 처분할 수 있게 될 때 기수에 이른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소위 실현설). 본 판례의 사안에서 항소심법원은 종래의 표현설에 의문을 표시하면서, 실현설의 입장에서 피고인의 행위를 횡령죄의 미수범으로 처벌하고 있다. 항소심법원은 점유의 이전이 소유권 이전에 영향을 미치는 동산과 달리 등기나 명인방법에 의하여 소유권 이전이 일어나는 부동산의 경우에는 종래의 위험범설로는 적절한 결론을 도출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본 판례의 사안에서 갑이 함부로 P수목을 매도하는 계약을 체결하고 계약금을 수령하는 행위는 불법영득의사의 발로로서 실행의 착수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지만, 아직 명인방법에 의하여 P수목에 대한 소유권이전이 일어나고 있지 않으므로 기수에는 이르지 않았다는 것이다. 항소심법원은 이러한 논리를 전개하는 과정에서 횡령죄를 추상적 위험범과 구체적 위험범의 경우로 나누어 설명한다. 동산의 경우에는 점유가 이미 행위자에게 있으므로 추상적 위험범으로 포착할 수 있지만, 부동산의 경우에는 등기이전이나 명인방법에 의한 인도가 있을 때 비로소 위험발생이 구체화하여 이때에 기수에 이른다는 것이다. 생각건대 항소심법원의 태도 및 이를 유지한 대법원의 태도는 결론에 있어서 타당하다고 본다. 그러나 그 논리구성에 백 퍼센트 찬성할 수는 없다. 우선 횡령죄를 구체적 위험범으로 파악하려는 태도는 구체적 위험범의 개념정의에 반드시 부합한다고는 말할 수 없다. 구체적 위험범이란 입법자가 법익침해의 위험을 구성요건요소로 명시해 놓은 경우를 말하는데(예컨대 형법 167조 1항의 일반물건방화죄의 경우 참조), 횡령죄의 경우에 이를 나타내는 구성요건표지는 없다. 지금까지 횡령죄를 위험범으로 파악하여 왔던 학계나 판례의 입장은 외국의 해석론을 무비판적으로 추종하는 데에서 비롯되었다고 생각된다. 독일 형법의 경우 횡령죄는 그 객체가 동산으로 한정된다(독일형법 246조 1항 참조). 독일 형법은 횡령죄의 미수범 처벌규정을 두고 있으나(동조 3항) 동산만을 객체로 하는 관계로 횡령죄의 미수범은 자기 소유의 재물을 타인 소유의 재물로 오인하여 횡령하는 불능미수의 경우에 예외적으로 상정할 수 있을 뿐이라는 설명이 제시되고 있다(Nomos Kommentar StGB, 2. Aufl. § 246 Rn. 43). 한편 일본의 경우를 보면, 일본 형법은 횡령죄의 가중형태로 업무상 횡령죄를 처벌하고 있으나 미수범 처벌규정은 두고 있지 않다. 또한 횡령죄에는 징역형만 규정되어 있고 벌금형은 배제되어 있다(동법 252조, 253조 참조). 요컨대 독일 형법이나 일본 형법의 경우에는 모두 횡령죄의 미수범을 상정하고 있지 않다고 말할 수 있다. 이에 대해 우리 형법은 횡령죄와 배임죄를 같은 조문(형법 355조)의 제1항과 제2항으로 배치하여 그 법적 성질이 유사함을 나타내고 있다. 아울러 업무상 횡령 및 업무상 배임을 같은 조문에서 같은 형으로 가중처벌하고(형법 356조), 미수범도 같은 조문(형법 359조)에 의하여 처벌하고 있다. 또한 횡령죄의 객체는 '재물'로서 동산과 부동산을 모두 포함한다. 이러한 우리 형법의 구조를 보면, 동산을 객체로 하는 독일 형법의 횡령죄에 관한 해석론이나, 미수범 처벌규정이 없는 일본 형법의 횡령죄에 관한 해석론을 그대로 차용할 수 없음을 즉시 알 수 있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우리 민법은 소유권 변동과 관련하여 형식주의를 취하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특히 주목되는 것이 부동산 물권변동이다(민법 186조 참조). 부동산의 횡령과 관련하여 독일 형법의 해석론은 우리에게 아무런 시사점을 제공하지 못한다. 우리처럼 부동산을 횡령죄의 객체에 포함시키고 있는 일본 형법의 해석론도 미수범 처벌규정이 없다는 점에서는 참고할 바가 별로 없다. 요컨대 우리 형법 제359조가 규정하고 있는 횡령죄의 미수범 처벌규정은 우리 민법의 물권변동 법리에 맞추어서 새롭게 그 의미가 부각되지 않으면 안 된다. 항소심법원은 바로 이 점에 주목하고 있으며, 대법원 또한 '관련 법리'라는 표현을 통하여 이러한 태도를 지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횡령죄의 미수범 성립을 긍정한 본 판례는 앞으로 실무계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횡령죄의 미수감경을 허용한 본 판례는 특히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의 횡령죄 처벌과 관련하여서도 의미가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끝으로 본 판례와 관련하여 떠오르는 의문점 한 가지만을 지적하고자 한다. 우리 형법은 횡령죄와 배임죄의 성질이 유사하다고 보고, 그 처벌을 가능한 한 같이 하고 있다. 그런데 잘 아는 바와 같이 부동산 이중매매에 관한 배임죄 판례를 보면, 계약금의 수령단계에서는 아직 배임죄의 실행의 착수가 인정되지 않는다(2009도14427). 적어도 중도금 수령단계에 이르러야 미수가 되고, 본등기 또는 가등기가 경료될 때 기수에 이른다(2008도3766). 그런데 본 판례에서는 계약금의 수령만으로 횡령죄의 미수를 인정하고 있다. 이와 같은 차이점을 어떻게 이론적으로 설명할 것인가는 앞으로 연구를 요하는 부분이라고 할 것이다.
2012-09-17
성중탁 교수(경북대 로스쿨)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제39조의 매도청구권행사
1. 사건의 개요 서울시는 2008. 3. 6. 서울특별시 고시 2008-58호로 단독주택 밀집지역인 서울 노원구 ○○동 633-31일대 4만3303㎡를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제4조의 규정에 따라 주택재건축 정비구역으로 지정·고시하였고, '인덕마을 주택재건축정비사업조합'은 이 사건 정비구역에서 주택재건축사업을 시행하기 위하여 서울특별시 노원구청장으로부터 2008. 8. 8. 설립인가를 받아 2008. 8. 27. 설립등기를 마친 정비사업조합이다. 청구인들은 정비구역 내에 아래와 같이 토지 및 건물을 소유하고 있는 자들로서 이 사건 재건축조합 설립에 동의하지 않았다. 청구인들은, 이 사건 재건축조합이 재건축조합설립에 동의하지 않은 청구인들을 상대로 매도청구를 하게 되면 청구인들의 의사에 반하여 토지 및 건축물을 시가로 매도하여야 하는데, 이는 헌법이 보장하는 청구인들의 재산권, 행복추구권, 거주이전의 자유 및 직업선택의 자유 등을 과도하게 침해하는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2008. 9. 12.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제39조, '집합건물의 소유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제48조의 위헌확인을 구하는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2. 문제의 소재 헌법 제23조 제3항은 '공공필요에 의한 재산권의 수용과 보상은 법률로서 하되 정당한 보상을 지급'하도록 하고 있는바, 법률에 의한 재산권의 수용과 보상은 헌법이 요구하는 공공필요가 있어야 하고 정당한 보상을 하여야 하는데, 여기서 공공필요, 재산권 수용, 정당한 보상 등은 공익사업법이 준용되는 재개발과정에서의 토지수용의 경우에만 적용되는 개념적 징표인지, 아니면 이를 확대하여 주택법상 주택건설사업 및 도시정비법상 주택 재건축사업에서의 토지 취득방식으로 활용되고 있는 매도청구의 경우에도 적용되어 위 매도청구제도가 헌법상 근거있는 제도로 볼 수 있는지 문제된다. 즉, 현행 도시정비법 등은 주택 재개발과 재건축 사업시행구역내에 소재하는 부동산의 소유권을 취득하는 방법으로는 각 강제수용방식과 매도청구방식을 취하고 있는데 위 토지취득방식 중 매도청구방식은 법률의 규정에 의한 사업시행자의 권리로서 강제성을 수반하는 점에서는 사실상 강제수용과 유사한 것임에도 민사소송을 통해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위와 같이 민사소송을 취하면서도 매도청구로 말미암아 강제로 소유권을 상실하게 된다는 점에서 매도청구 행사의 상대방은 행복추구권, 재산권, 거주이전의 자유, 주거의 자유 등에 중대한 제한을 받게 되는 것이다. 우리 헌법 제37조는 국민의 자유와 권리는 국가안전보장, 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으며, 제한하는 경우에도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는바, 이러한 매도청구제도가 헌법이 정한 위와 같은 한계를 벗어난 것으로서 위헌이 아닌지 문제될 수 있다. 3. 헌재 결정례 요지 과거 헌법재판소는 과거 집합건물법 규정 매도청구권제도와 관련하여 '건물의 노후화로 인하여 그 건물을 유지하는 것 자체가 불합리하게 되는 경우에는 재건축을 찬성하는 구분소유자와 반대하는 구분소유자들 간의 권리관계를 적절히 조정하는 것을 전제로 하여 그 건물 전체를 철거하고 다시 건축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재건축을 원하는 다수의 구분소유자들의 권리보호와 사회·경제적 이익을 위해 필요하다고 보며 재건축 제도가 재건축을 원하지 않는 구분소유자들의 기본권을 제한한다 하더라도 이는 헌법이 기본권 제한의 원리로서 제한하고 있는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어서 이를 위헌이라고 볼 여지는 없다'고 판시한 바 있다.(헌법재판소 1999.9.16. 선고 97헌바73 결정) 그 후 헌법재판소 대상 결정인인 2008헌마571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제39조 위헌확인】 사건에서 헌법재판소는 주택재건축사업시행자에게 매도청구권을 인정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제39조가 청구인들의 재산권을 침해하는지 여부와 관련하여, "사업시행자로 하여금 매도청구권을 행사하도록 한 것은, 노후·불량주택을 재건축하여 도시환경을 개선하고 주거생활의 질을 높인다는 공공복리를 실현하기 위한 것으로 그 입법목적의 정당성이 인정되고 그 수단도 적절하다. 그리고 매도청구권은 통상의 재개발절차에서의 수용제도보다는 조금 완화된 제도라고 볼 수 있고, 그 매도청구권 행사에 있어서도 여러 가지 제한을 가함으로써 상대방의 이익을 충분히 보장하고 있으며, 재산권을 보다 덜 침해하는 다른 수단이 명백히 존재한다고 보이지도 아니하며, 침해받는 재건축 불참자의 사익은 위와 같은 공익에 비하여 결코 크다고 할 수 없으므로, 피해의 최소성 및 법익의 균형성도 갖추었다.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은 청구인들의 재산권을 본질적인 내용까지 침해하거나 과잉금지의 원칙에 위배된다고 볼 수 없다." 라고 판시하였다. 참고로, 헌재는 2009.11.26. 선고 2008헌바133 결정 【주택법 제18조의2 위헌소원】 사건에서도 민간 건설업자에게 매도청구권을 부여한 주택법 제18조의2 조항이 개인의 재산권과 계약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청구인의 주장에 대하여 위 판시 내용과 거의 동일한 취지로 재판관 8대1의 의견으로 합헌결정을 한 바 있다. 4. 위 헌재 결정에 대한 검토 도시정비법상의 매도청구권의 경우, 토지 또는 건물만을 소유하여 조합원이 될 수 없는 자들의 반대가 있는 경우 이들을 제외하고 재건축을 하는 것도 가능함에도 불구하고, 그들에게까지 모두 매도청구를 인정하고 있는바, 이러한 경우는 침해되는 사익이 이에 의하여 보호되는 공익보다 크다고 보아 그 위헌성 시비가 꾸준히 있어 왔다. 이에 대해 헌법재판소와 대법원은 지금까지 일관되게 매도청구제도가 합헌이라고 판단하여 왔는데 과거 헌법재판소의 판례는 합헌 판단을 함에 있어 과잉금지의 원칙에 따른 구체적인 논증을 하지 아니하였으나, 최근에는 대상 결정과 같이 합헌성 판단을 함에 있어 과잉금지 원칙을 준수하였는지 여부를 구체적으로 다루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매도청구제도는 해당 토지소유자의 의사에도 불구하고 재산권을 강제적으로 변동, 박탈시킬 수 있는 수용적 성질이 있다. 이 경우 토지의 매도대금에 대해서는 헌법상 정당보상 법리가 적용되어야 한다. 위와 같이 민간사업주체가 보유하는 매도청구권이 헌법 제23조 제3항에 근거한다고 의제하려면 민간사업자가 시행하는 '주택건설사업' 등이 공공필요의 범위에 해당하여야 함은 당연하다. 즉, 주택건설사업은 헌법상 공공필요에 해당되어 이는 민간사업주체에 대한 매도청구권의 허용근거가 되는 것이다. 이에 대해 위헌의견에 의하면, 비록 매도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는 대상의 범위를 확대할 필요성이 인정된다 하더라도, 소위 알박기라 불리는 투기세력과 관계없는 사람들에게도 매도청구권의 행사를 필요이상으로 인정할 우려가 크므로 이는 헌법상 과잉금지원칙에 반한다고 한다. 즉 민간사업주체의 주택건설(재건축)사업은 헌법상 공공필요의 범위에 포함되지 아니한다고 보아 매도청구권의 헌법적 허용근거가 없다고 보는 것이다. 생각건대, 민간사업주체가 시행하는 주택건설사업은 비록 사기업체의 이익 독식으로 전락할 우려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주택법과 도시정비법이 추구하는 국민의 쾌적한 주거안정 확보라는 입법목적을 충족한다고 볼 수 있고, 이는 헌법재판소의 다수의견처럼 헌법상 공공필요의 범위에 해당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결국, 매도청구권 제도가 형성권의 성질을 가지면서 미동의 토지소유자의 토지를 사실상 강제 수용하는 등으로 인하여 그들의 토지 재산권에 침해를 주는 것은 부인하기 어렵지만, 주택법상 주택건설사업과 도시정비법상의 주택재건축 사업은 공익성이 보다 강화되어 있는 점, 사실상 재건축사업과 유사한 기능을 수행하고 있는 재개발사업에서는 공용수용 등에 의한 강제적 토지소유권 취득방법이 인정되고 있는 점, 도시정비법이 토지 또는 건축물만을 소유하고 있는 자에 대하여도 매도청구권의 행사를 인정한 취지는 토지등 소유자의 반대에 따른 (재)건축이 지연되는 것(이른바 알박기)을 방지하고, 조속한 사업시행을 통해 국민의 주거안정을 도모하고자 함에 있다는 점 등에 비추어보면 매도청구권에 의하여 보호되는 공익이 침해되는 사익보다 훨씬 크다고 할 수 있으므로 위헌의 소지는 크지 않다고 생각된다. 따라서 동 헌재의 결정은 타당하다고 하겠다. 다만, 도시정비법과 주택법 등에서 인정되고 있는 매도청구는 사인의 재산권을 본인 의사에 반하여 박탈한 채 환가보상만 한다는 점에서 헌법상 재산권보장의 근본취지인 존속보장에 위배될 여지가 있음은 부인할 수 없는 만큼 이러한 점을 불식시키기 위해서는 매도청구제도를 재개발사업에서의 공용수용제도로 동일하게 통일할 필요성이 있다고 하겠다.
2012-06-04
조성훈
금지금을 이용한 사기사건의 올바른 처리
1. 변칙적인 금지금 거래의 일반적 형태 서울행정법원 2008.8.19. 선고 2006구합39864의 판결문을 인용한다. 가) 부가가치세법 제11조 제1항 제1호에 의하면, 수출하는 재화의 공급에 대하여는 영세율이 적용된다. 그리고 구 부가가치세법 시행령(2002. 12. 30. 대통령령 제17827호로 개정되어 2003. 7. 1.부터 시행되기 전의 것) 제24조 제2항 제1호에 의하면, 사업자가 구매확인서에 의하여 공급하는 재화도 '수출하는 재화'에 포함되고, 금지금도 그 예외가 아니었기 때문에, 금세공업자 등이 수출관련서류를 근거로 외국환은행장으로부터 구매확인서를 발급받아 금지금 도매업자로부터 금지금을 공급받는 경우에도 부가가치세 영세율의 적용을 받을 수 있었으며, 구 조세특례제한법(2002. 12. 11. 법률 제6762호로 개정되어 2003. 7. 1.부터 시행된 것) 제106조의3과 같은 법 시행령(2002. 12. 30. 대통령령 제17829호로 개정되어 2003. 7. 1.부터 시행된 것) 제106조의3에 의하면, 금지금 도매업자 및 금지금 제련업자가 면세금지금 거래추천자의 면세추천을 받은 금세공업자 등에게 공급하는 금지금과 금세공업자 등이 면세금지금 수입추천자로부터 면세수입추천을 받아 수입하는 금지금에 대하여는 부가가치세가 면제되는 것으로 규정되어 있다. 나) 위와 같은 부가가치세 영세율 또는 면세 제도를 악용하여, 금지금을 수입한 후 이를 여러 단계의 도매상을 거쳐 영세율 또는 면세로 유통시키다가 이른바 '폭탄업체'(경제적 능력이 없고 단지 탈세를 목적으로 하는 업체로서, 조세부담을 안고 폐업한다고 하여 '폭탄업체'라고 불린다)에 이르러 과세금으로 전환시키고, 다시 여러 단계의 도매상을 거쳐 과세로 유통시키다가 수출하면서, '폭탄업체'는 거래징수한 부가가치세를 포탈하고, 수출업체는 납부되지도 않은 부가가치세를 환급받는 형태의 이른바 '폭탄영업'이 2002.경부터 특히 서울 종로구 소재 귀금속업체들 사이에서 만연하였는바, 부가가치세 면세제도하에서 이루어진 '폭탄영업'의 형태에 대하여 좀 더 자세히 보면 다음과 같다. ⑴ 외관상으로는 금지금이 '외국업체 → 수입업체 → 면세 도매업체 → … → 면세 도매업체 → 폭탄업체 → 과세 도매업체 → … → 과세 도매업체 → 수출업체 → 외국업체'의 단계를 거쳐 유통되고, 그 거래대금은 수출업체에서부터 수입업체에 이르기까지 역방향으로 순차 지급되나, 특히 과세 도매업체들은 특정인 또는 특정업체의 지시에 따라 세금계산서를 발행하기만 할 뿐, 실제로 금지금의 거래나 운송을 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⑵ '폭탄업체'는 금지금을 면세금으로 매입하여 과세금으로 판매한 다음, 단기간 내에 이익금을 전액 인출·은닉하고 폐업하는 방법으로 부가가치세를 포탈한다. '폭탄업체'는 매입가액보다 낮은 공급가액으로 금지금을 판매하지만, 공급가액에 부가가치세액을 더한 공급대가는 매입가액보다 높고, 거래징수한 부가가치세를 납부하지 않기 때문에, 공급대가와 매입가액과의 차액에 상당한 이익을 얻게 된다. 한편, '폭탄업체'가 거래징수한 부가가치세는 그 이후 각 단계의 업체가 직전 단계 업체로부터 교부받은 세금계산서를 이용하여 매입세액을 공제받는 방법으로 순차적으로 전가되다가, 결국 수출업체가 금지금을 수출한 후 영세율의 적용에 따라 국가로부터 환급받는바, 그 환급액 중 '폭탄업체'가 납부하지 않은 부가가치세액에 상당한 부분이 '폭탄영업'에 의한 이익의 궁극적인 원천이 된다. 그 이익은 '폭탄영업'에 관여한 국내업체들에게는 각 거래단계에서의 마진(margin)의 형태로 분배되거나, '폭탄업체'의 이익금 중 일정비율로 계산한 금액을 관여업체에게 별도로 지급하는 이른바 백 마진(back margin)의 형태로 분배되고, '폭탄영업'에 관여한 외국업체에게도 수입가격과 수출가격의 차액(국내업체를 기준으로 하면 수출가격이 수입가격보다 낮게 된다) 형태로 분배된다. ⑶ '폭탄영업'에 있어서는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하여 통상 단기간 내에 최대한 많은 물량의 금지금을 유통시키는바, 그에 따라 발생할 수 있는 관여업체들 사이의 분쟁이나 대금유실 등의 사고를 예방하기 위하여 ① 대부분 동일한 전주(전주 : 폭탄영업망의 외부에서 최초에 금지금의 수입자금을 준비하는 자를 일컫는다)가 수출업체와 수입업체를 동시에 운영하고, ② 전주가 자신이 실질적으로 지배하거나 신뢰하는 업체를 '폭탄업체'와 직접 거래하도록 배치하며, ③ 전주가 각 거래단계마다 거래물량, 단가 및 마진 등을 실질적으로 결정하고, ④ 수입업체부터 수출업체까지의 일련의 거래가 대부분 하루 또는 수일 이내의 매우 짧은 시간에 이루어지며, ⑤ 금지금 실물이 거래단계를 건너뛰어 수출업체로 곧바로 운송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설령 각 거래단계마다 운송되더라도 이는 정상적인 거래로 위장하기 위한 형식적인 운송에 불과하다). 다) 위와 같은 방법에 의한 조세포탈을 방지하기 위하여 2004. 12. 31. 법률 제7322호로 조세특례제한법이 개정되면서 관할세무서장이 부가가치세 보전상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에는 금지금 도매업자 등 및 금세공업자 등에 대하여 담보의 제공을 요구할 수 있도록 한 납세담보제도가 신설되어(제106조의3 제11항) 2005. 4. 1.부터 시행되었는데, 2004년도에는 금지금 수입량 268톤, 수출량 233톤이었던 것이, 위 납세담보제도가 시행된 2005년도에는 수입량 56톤, 수출량 19톤으로 급감하였다. 2. 대법원의 판단 폭탄업체는 조세포탈범이지만(대법원 2007. 2. 15. 선고 2005도9546 전원합의체 판결) 수출업체의 환급행위는 조세포탈행위가 아니다(대법원 2007. 10. 11. 선고 2007도5577 판결 등). 폭탄업체와 과세도매업체가 발행한 세금계산서는 정당한 세금계산서이고(대법원 2009. 6. 23. 선고 2008두13466 판결 등) 과세도매업체는 매입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지만(대법원 2011. 2. 24. 선고 2009두22317 판결 등) 수출업체의 환급신청은 신의성실원칙에 반하여 인정될 수 없다(대법원 2011. 1. 20. 선고 2009두13474 전원합의체 판결). 3. 금지금 순환이 사업상의 거래인가? 부가가치세는 재화나 용역을 사업상 공급하는 경우에 과세된다. 부가가치세법 제2조 제1항 소정의 사업상 독립하여 재화 또는 용역을 공급하는 자라고 함은 부가가치를 창출해낼 수 있는 정도의 사업형태를 갖추고 계속, 반복적인 의사로 재화 또는 용역을 공급하는 자라고 풀이해야 할 것이다(대법원 1984.12.26. 선고 84누629 판결). 금지금 순환은 조직적으로 수행되었다. 한 조직이 수행하거나, 실질 거래로 위장하기 위해 여러 조직이 조직 간 금이 거래되는 외형을 만들어 협력하는 경우도 있었다. 금지금을 순환시킨 조직의 유일한 목표는 부정환급이다. 금지금 순환을 통해 부가가치가 창출될 수 없다. 오히려 운반 수출입 등의 비용이 발생할 뿐이다. 부가가치를 창출해낼 수 있는 정도의 사업형태가 전혀 없었다. 타인과의 거래 자체가 없기 때문이다. 범죄조직 혼자 여러 명의상 사업자들을 만들고 그 사이에서 거래가 있는 것처럼 세금계산서와 금지금만 오고간 것이다. 단지 국가에 사기 치기 위해 사업의 외형을 조작했을 뿐이다. 4. 올바른 처리 사업활동이 없었다. 사업활동이 없었으므로 부가가치세와는 무관하다. 금지금 순환 조직은 조세범이 아니다. 금지금 순환은 사업활동을 가장하여 조세 환급 명목으로 국가에 사기 친 사기행위일 뿐이다. 사기행위의 주된 실행행위는 수출업체가 부가가치세 환급을 신청하여 환급을 받아가는 행위이다. 폭탄업체 수입업체 기타 중간 거래업체들의 행위는 수출업체가 부정환급을 받아가도록 보조하는 행위이다. 이들 모든 행위가 조직적으로 행해졌으므로 조직 가담자 모두를 사기죄의 정범으로 처벌해야 했다. 사업활동으로 보지 않는 경우 범죄조직이 납부할 조세는 없지만, 범죄조직이 납부한 부가가치세나 법인세는 사기 치는 수단이었으므로 추징대상으로서 범죄조직에 환급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5. 결 위 인용된 판결문에서 본 바와 같이 법원은 범죄조직의 조직적 사기행위라는 실체를 파악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범죄조직이 외형으로만 만든 거래행위의 사업성을 검토하지도 않고 기정사실로 인정하여 수많은 범죄자들에게 면죄부를 주었다. 물론 국세청과 검찰청이 조직적 사기행위로 고발·기소하지 않은 잘못도 크다. 그렇다고 법원의 오류가 용서될 수는 없다. 법원은 우리사회 최고이며 최후의 현자이기 때문이다. 법원이라도 공소장 변경 요구를 통해 악질적 범죄조직에 응분의 처벌을 가했어야 했다. 범죄조직의 가장 하부에 있는 폭탄업체만 조세범으로 처벌하고 나머지 모두를 범죄혐의에서 해방시킨 국세청 검찰청 법원의 처리는 무능 자체라 볼 수 있을 것이다. 국세청과 검찰청은 익숙한 자료상 처벌논리 즉 '사실과 다른 세금계산서'를 적용하려 하였다. 자료상은 탈세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자이다. 자료상은 허위 (세금)계산서를 통해 탈세 수요자들에게 가공거래사실을 만들어 준다. 자료상은 가공거래사실이 발각되지 않도록 즉 국세청 전산분석에서 (세금)계산서 불부합이 발생하지 않도록 허위 (세금)계산서에 부합하는 자료상 자신의 세무신고를 한다. 자료상이 발행한 (세금)계산서는 허위임이 분명하다. 자료상이 제공하는 탈세 서비스와 (세금)계산서에 표시된 거래내용은 명백히 다르기 때문이다. 그러나 금지금 사기조직 내에서의 가장거래는 대금과 금지금이 실제로 이전된다. 가장거래의 사업성을 인정하는 경우 조직 내부에서 수수된 세금계산서가 허위라고 단언하기 어렵게 된다. 결국 법원은 이를 정당한 세금계산서라 판단하였다. 이들 조직의 세금계산서를 정당한 세금계산서로 본다면 포탈범도 없고 환급도 정당하다. 결과의 부당함을 방지하기 위해 법원은 포탈범죄자로 판정되는 자를 찾다찾다, 대법원의 논리에 따르더라도 체납범에 불과한 폭탄업체를 포탈범으로 만들었고, 수출업체로의 환급을 방지하기 위해선 비상수단인 신의성실원칙을 사용할 수밖에 없었다. 새로운 범죄 유형이 나타나면 차분하게 검토하여 적절히 대응해야 한다. 차분하게 부가가치세법 적용의 기본전제인 사업성 여부를 먼저 검토했다면 범죄조직원 모두를 적절히 처벌할 수 있었고, 옹색한 환급거부논리를 만들 필요도 없었을 것이다. 국세청, 검찰청, 법원의 전문성 제고를 위한 노력을 기대한다.
2012-01-09
이헌묵 변호사(법률사무소 여산)
원본채권 준거법이 외국법인 경우 지연손해금 지급 여부
I. 사안의 개요 피고 주식회사 미쓰비시 도쿄 유에프제이 은행은 수익자를 주식회사 성보, 최대한도금액 미화 87만1500달러의 신용장을 발행하면서 분할 선적 및 분할 환어음의 발행을 허용하였다. 주식회사 성보는 위 신용장을 근거로 하여 미화 24만4639.18달러의 환어음을 발행하였고, 피고 주식회사 제주은행은 이 환어음을 매입하였다. 이러한 사실을 모르는 원고 주식회사 부산은행은 주식회사 성보가 추가로 발행한 각 미화 75만789.78달러 및 미화 10만8019.52달러의 환어음을 매입하였다. 원고 주식회사 부산은행이 피고 주식회사 미쓰비시 도쿄 유에프제이 은행에 대하여 신용장대금을 청구하자 피고 주식회사 미쓰비시 도쿄 유에프제이 은행은 피고 제주은행에 이미 미화 24만4639.18달러를 지급하였기 때문에 원고의 청구는 신용장의 한도금액을 초과한다는 이유로 지급을 전부 거절하였다. II. 대법원 2011. 1. 27. 선고 2009다10294 판결내용 "지연손해금은 채무의 이행지체에 대한 손해배상으로서 본래의 채무에 부수하여 지급되는 것이므로 본래의 채권채무관계를 규율하는 준거법에 의하여 결정되어야 한다. 한편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 제3조 제1항에서 정하는 법정이율에 관한 규정은 비록 소송촉진을 목적으로 소송절차에 의한 권리구제와 관련하여 적용되는 것이기는 하지만 그 실질은 금전채무의 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의 범위를 정하기 위한 것이다. 따라서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 제3조 제1항에서 정한 법정이율에 관한 규정을 절차법적인 성격을 가지는 것이라고만 볼 수는 없다."고 판시하면서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의 법정이율이 아닌 이 사건의 준거법인 일본법에 따라서 지연손해금을 산정해야 한다고 보았다. III. 평석 1. 논의의 쟁점 위 대법원 판결은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의 법정이율을 실체법으로 본 기존의 대법원 1997. 5. 9. 선고 95다34385 판결을 그대로 원용하였다. 국제사법에서는 당사자가 선택하거나 저촉규정에 따라서 지정된 외국법은 그것이 실체법인 경우에만 적용되며, 절차법은 법정지법이 적용된다는 원칙이 확립되어 있다. 그런데 각 국의 법정이율이 다르기 때문에 법정이율의 성격을 어떻게 보는가에 따라서 그 결론에서는 큰 차이를 가져온다. 이러한 중요성에 비하여 위 대법원 판결은 실체법과 준거법의 구분기준을 명확하게 제시하지 않은 아쉬움을 주고 있다. 대법원 판결 중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 제3조 제1항에서 정한 법정이율에 관한 규정을 절차법적인 성격을 가지는 것이라고만 볼 수는 없다"라는 판시내용을 그대로 적용한다면 어떤 법제도가 실체법적 성격과 절차법적 성격을 모두 갖고 있는 경우에 절차법적 성격은 무시되고 실체법적 성격만 인정되어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아래에서는 이러한 대법원의 기준이 합당한지 여부에 대하여 검토해 보도록 한다. 2. 법정지법의 원칙이 인정되는 이유 소송절차는 법정지법(lex fori)에 따른다는 원칙이 인정되는 이유는 송달, 증거, 집행 등의 소송절차는 매우 기술적인 부분이기 때문이다. 이로 인하여 어느 한 국가의 법원이 다른 국가의 소송절차를 인지하고 이를 적용할 것을 기대할 수 없으며, 소송절차는 권리실현의 방법이므로 굳이 외국의 절차를 도입할 실용적 이유도 없기 때문이다. 결국 소송절차를 법정지법에 따르도록 한 것은 법원의 편의를 위한 것이다. 하지만 필자는 이러한 전통적인 견해에 덧붙여 소송절차가 당사자의 이익 또는 공적 이익을 보호하고 있다면 이러한 이익들도 위 원칙을 인정하는 이유에 포함되어야 한다고 본다. 다만, 뒤에서 보는 바와 같이 이때의 당사자의 이익 또는 공적 이익은 준거법인 외국법의 적용을 배제할 정도로 중대한 경우에 한정되어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당사자의 이익 또는 공적 이익이란 명목 하에 외국법인 준거법의 적용을 함부로 배제하고 법정지법을 적용하여 국제사법의 존재이유를 망각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3. 실체법과 절차법의 구분의 기준 일반적으로 권리와 의무의 발생·변경·소멸을 정하는 법을 실체법이라고 하고, 의무위반이 있는 경우에 권리를 강제하기 위한 절차를 규정한 법을 절차법이라고 한다. 개념적으로는 명확히 구분되는 이 두 개의 개념은 현실에서는 명확히 구분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영국의 예를 보면 영국의 사기방지법(Statute of Frauds)은 일정한 계약에서는 당사자가 서명한 계약서를 작성하도록 하고 이러한 계약서가 작성되지 않은 경우에는 '소송'을 제기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영국법원은 Monterosso Shipping Co Ltd v International Transport Workers' Federation 사건에서 실체법과 절차법의 구분은 해당 법률이 계약의 존재를 부정하는지 아닌지 여부에 두어야 한다고 하면서 사기방지법은 계약의 존재를 부정하는 법이므로 실체법이라고 보았다. 하지만 이와 같은 구분기준은 문제된 법이 실체법 또는 절차법으로 명확하게 분류될 수 있을 때에만 유용하며, 양자의 성격이 모두 혼합된 경우에 대하여는 해결방법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한편, 캐나다 판례(Block Bros Realty Ltd v Mollard (1981) 122 DLR (3d) 323)에서는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가 아니면 절차법으로 보아서는 안 된다고 보았다. 미국의 경우에는 연방법과 주(州)법의 적용과 관련하여서 실체법과 절차법의 구분기준이 발전하였다. 현재까지도 적용되는 원칙은 Erie Doctrine으로서 이 원칙에 따르면 실체법은 주(州)법을 절차법은 연방법을 적용해야 한다. 실체법적 성질과 절차법적 성질을 복합적으로 갖고 있는 주(州)법에 대하여 미국 연방대법원은 Guaranty Trust Co. v. York 사건에서 결과결정기준(Outcome Determinative Test)에 대하여 그 적용과 비적용이 판결결과를 달리하게 할 경우 실체법에 해당한다는 취지로 판시하였다. 하지만 미국 연방대법원은 이에 더 나아가 Byrd v. Blue Ridge Rural Electric Cooperative, Inc 사건에서 정부이익균형기준(Balancing of Governmental Interests Test)을 제시하여 결과결정기준의 관점에서 다른 결과를 가져오더라도 연방정책이 더 중요하다면 이를 절차법으로 보아서 연방법을 적용해야 한다. 이와 같이 실체법과 절차법의 구분에 관하여는 각 국의 법률구조와 역사적 과정에 따라서 다양한 입장이 제시되고 있다. 우리 경우에 있어서는 사례와 판례가 많지 않기 때문에 실체법과 절차법의 구분기준을 제시하기가 쉽지 않다. 잠정적인 사견은 다음과 같다. 어떤 법률이 실체적 성격과 절차적 성격이 혼합되어 있다면 원칙적으로 이를 실체법으로 보아야 한다고 본다. 법정지법을 절차법으로 보아서 이를 적용한 결과와 원래 준거법을 적용한 결과가 다르다면, 법정지법을 적용하는 근거가 되는 법원의 편의는 당사자의 형평의 이익을 위하여 배제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여기까지는 결론에 있어서 우리 대법원과 동일하다. 하지만 이에 덧붙여 절차법에서 보호하는 당사자의 이익이나 공적인 이익도 법정지법을 적용하게 되는 근거가 된다는 사견에 따르면, 이러한 이익들과 법정지법을 적용한 결과가 당사자의 형평의 이익을 침해하는 정도를 비교형량하여 전자의 이익이 더 큰 경우에는 이를 절차법으로 보아서 법정지법을 적용해야 된다. 4.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 법정이율의 법적 성격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 제1조에서는 "이 법은 소송의 지연(遲延)을 방지하고, 국민의 권리·의무의 신속한 실현과 분쟁처리의 촉진을 도모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규정하여 소송의 신속이라는 공적 이익과 이를 통한 당사자의 신속한 권리실현이라는 사적 이익이 모두 위법의 보호법익임을 명시하고 있다. 이는 모두 절차적 이익지만 법정이율이 기본적으로 지연손해금이고, 지연손해금은 손해배상이므로 이러한 점에서는 실체적 성격을 갖고 있다. 앞서 언급한 절차법과 실체법의 구분기준을 적용한다면 지연이자에 대한 법정이율은 원칙적으로 실체법이 되겠지만,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의 법정이율은 소송이 진행된 후에야 비로소 적용되고, 법의 이름이나 목적도 소송촉진을 명시하고 있으며, 피고가 상당한 이유 없이 원고의 주장을 다투는 경우에 한하여 그에 대한 일종의 제재로서 민상법상의 지연이자에 더하여 부과되고 있다는 점에서 모든 요소들이 소송촉진에 집중되어 있다. 특히 다른 나라에 비하여 상당히 높은 연 20%의 고율의 이자율이 인정되고 있는 사실은 소송촉진에 있어서 법정이율의 역할에 대하여 입법적으로 높은 비중을 두고 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점들을 종합하면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의 법정이율은 절차적 목적이 손해배상액 획정이라는 실체적 목적보다 우월하므로 이를 절차법으로 분류하여 준거법이 외국법인 경우에도 적용해야 한다고 본다. 이러한 점에서 위 법정이율을 실체법으로 보고 있는 대법원 판결과 차이가 있다. 참고로 미국의 Restatement (Second) of Conflict of Laws §207과 연방대법원은 지연이자를 실체법으로 보고 있다. IV. 결론 기존의 절차법과 실체법의 구분은 양자가 명확하게 분리될 수 있다는 점을 전제로 하였지만 실제로는 명확하게 분리될 수 없는 경우가 적지 아니하며, 오히려 이러한 구분이 어려워지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이에 대한 국내 연구는 거의 없는 실정이므로 향후 많은 사례와 연구가 집적될 것을 기대하면서 본 글을 마친다.
2011-09-08
김영진 공익법무관(서울고등검찰청 송무부)
금지금 부정거래자에 대한 권리남용 금지원칙 적용
I. 들어가며 대법원은 2011. 1. 20. 금지금 부정거래에 대한 부가가치세(이하'부가세'라 한다) 부과처분 취소소송에서 납세자의 권리남용을 이유로 국가승소 취지의 파기환송 판결을 선고하였다. 조세법률주의가 지배하는 조세법 영역에서 거의 논의되거나 인정되지 않았던 납세자에 대한 권리남용금지원칙을 최초로 인정한 본건 전원합의체 판결(이하 '전합판결')의 의미와 납세자에 대한 신의칙 적용범위에 관한 2011. 2. 10. 선고된 판결(이하 '본건판결')에 관하여 검토해 보도록 하겠다. II. 사건의 개요 - 금지금(金地金) 부정거래사건이란? 금지금은 금괴(덩어리), 골드바 등 원재료 상태에 있는 순도 99.5% 이상인 금을 말한다. 1999. 이후로 국내 최대의 금도매시장인 속칭 '종로 금시장'에서는 다수의 지금(地金) 도매업체들이 재화를 수출하거나 구매승인서에 의하여 수출용 원재료로 국내 거래하는 경우에 부가세납부시 영의 세율이 적용되어 부가세를 부담하지 않아도 되는 영세율제도나 일정한 요건을 갖춘 금지금의 경우 부가세를 면제받는 면세제도를 악용하여 각 업체의 자금력, 구매승인서 및 면세추천 확보 여부, 시장에서의 신용도 등에 따라 일련의 거래계통에 각자의 위치를 점한 다음, 외관상으로는 통상 외국업체 → 대형도매업체(속칭 '수입업체') → 1차 도매업체(속칭'영세도관업자') → 2차 도매업체(속칭 '폭탄업체') → 3차 도매업체(속칭 '과세도관업자') → 대형 도매업체(속칭'바닥업체') → 수출업자 → 외국업체의 단계로 지금을 유통시키는 형태를 취하지만 실제로는 폭탄업체 또는 그 이전 단계 업체부터 바닥업체까지의 일련의 거래에 있어서 특정인의 지시에 따라 경제적 합리성이 없이 수입에서 수출까지 7~8시간 만에 거래를 완성하여 부가세를 포탈하는 거래가 만연하였는데, 이것을 금지금 부정거래라고 한다. 이는 폭탄업체가 자신의 이전 단계에서 영세율 또는 면세로 유통되던 지금을 매입하고 과세도관업자에게 매입금액보다 단가를 낮춘 금액에 10%의 부가세 상당액을 추가하여 과세로 매출하면서 그 이익금을 현금으로 인출하고 폐업함으로써 국가로 하여금 부가세를 징수할 수 없게 하고, 수출업자는 영세율 또는 면세제도의 적용을 받아 외국으로 수출하면서 국가로부터 매입세액을 환급받도록 하는 거래를 반복함으로써, 소극적인 조세수입의 공백을 넘어 적극적인 국고의 유출에 해당하는 정도로 그 부당성이 심각하다 할 것이고, '자전적 사기거래'라고도 한다. Ⅲ. 전원합의체 판결의 요지 매입세액의 공제·환급을 구하는 것이 보편적인 정의관과 윤리관에 비추어 도저히 용납될 수 없는 경우 이는 국세기본법 제15조 소정의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는 것으로서 허용될 수 없고, 이러한 법리는 공평의 관점과 결과의 중대성 및 보편적 정의감에 비추어 수출업자가 중대한 과실로 인하여 그와 같은 부정거래가 있었음을 알지 못한 경우, 즉 악의적 사업자(폭탄업체)와의 관계로 보아 수출업자가 조금만 주의를 기울였다면 이를 충분히 알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거의 고의에 가까울 정도로 주의의무를 현저히 위반하여 이를 알지 못한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고 봄이 상당하고, 그 수출업자와 부정거래를 한 악의적 사업자와 간에 구체적인 공모 또는 공범관계가 있은 경우로 한정할 것은 아니라며 납세자에 대한 권리남용금지의 원칙 적용을 최초로 인정하였다. Ⅳ. 평석 1. 세법상 신의성실의 원칙 국세기본법(이하 '국기법') 제15조는 '신의성실의 원칙'(이하 '신의칙')을 명문으로 규정함으로써 기존의 법을 구체화하거나 이를 보충하고 또 성문법의 경직성을 보완하는 등의 기능을 통해 법의 운용에 구체적 타당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하였다. 우리나라에서는 1974년 처음으로 동 규정이 입법화 되었는데, 우리보다 훨씬 일찍 세법학에서 신의칙을 수용한 독일이나 일본의 경우를 보더라도 이와 같은 명문의 규정은 두지 않았다. 이는 독일과 일본에서의 세법상 신의칙 이론이 주로 과세관청의 언동에 기초해서 그 후의 과세권 행사를 구속하려는 측면에서 전개되어 왔기 때문이었지만 우리 국기법상의 규정을 보면 어순과 어감에서 주로 납세자의 납세의무의 이행에서 신의를 요구하기 위한 것이고, 부수적으로 세무공무원의 직무수행에 있어서도 신의를 요구하는 것이 입법자의 의사였기 때문에 명문으로 신의칙이 입법화된 것이다. 비록 민사법 영역에 비하여 그 적용범위가 다소 제한적일 것이기는 하나, 신의칙에 의해 예외적으로 세법규정의 적용을 제한 또는 배제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한 의미에서 본건 판결은 신의칙에 대한 기존 판례의 입장을 변경한 것이 아니라 합법성을 희생하여서라도 신뢰보호의 필요성이 인정되는 경우에 한하여 신중하게 신의칙을 적용하여야 한다는 기존 판례의 입장을 적극적으로 해석한 것임과 동시에 국기법 제15조에도 부합하는 판결이다. 하지만 전합판결에서는 그 적용범위를 수출업자에 한정하여야 하는 것인지 명확한 입장을 표명하지 않았으나, 뒤이어 수출업자 외의 과세도관업자에 대한 판결이 선고되었으므로 이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본다. 2. 전단계 과세도관업자에 대한 신의칙 적용여부 (1) 대립되는 견해 가. 수출업자에 한하여 적용될 수 있다는 견해 상호의존적으로 폭탄업체의 판로를 확보해 줄 뿐만 아니라 국가로부터 매입세액을 공제·환급받음으로써 국고의 유출을 현실화시켜 단순히 소극적인 조세수입의 공백을 넘어 적극적인 국고의 유출에 해당하는 정도에 이르렀다고 볼 수 없는 납세자에게는 조세법률주의와 조화를 위해서도 권리남용금지원칙을 적용해서는 안 된다는 견해이다. 나. 수출업자 외에 이 사건 부정거래에 참여한 전단계 과세도관업체들에게도 적용할 수 있다는 견해 과세사업자가 매입세액을 매출세액에서 공제받는 것이나 수출업자가 매출세액이 없어 국가로부터 그 매입세액을 환급받는 것이나 매입세액의 부담의무를 면한다는 점에서는 차이가 없고 또한 이들이 악의적 사업자(폭탄업체)가 개재된 금지금 부정거래를 완성하는 데 기여함으로써 보편적 정의관과 윤리관에 비추어 용납할 수 없는 부당한 결과를 초래한다는 점에서도 별반 다를 바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신의칙을 적용함에 있어 수출업자와 과세도관업자를 서로 달리 취급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는 견해이다. (2) 판례의 태도 (대법원 2011. 2. 10. 선고 2009두23594 판결) 악의적 사업자(폭탄업체)와 수출업자 사이의 과세사업자는 일련의 변칙적 금지금 거래에 있어서 필수적인 존재가 아닐 뿐만 아니라 수출업자와 악의적 사업자 사이의 도관역할만 할 뿐이어서 그의 매입세액공제를 인정하더라도 매출세액과 매입세액의 차액이 국가에 납부되므로 국고에 직접적 손실이 발생하지 않으며, 또한 전단계세액 공제제도의 근간을 유지하는 데에는 최종단계에 있는 수출업자의 매입세액 공제·환급을 제한하는 것으로 족하고 더 나아가 그 중간의 과세사업자의 매입세액공제마저 부인하는 것은 국가가 부당한 이득을 취하는 결과에 이르게 된다는 점에 비추어 보면, 위와 같은 신의성실의 원칙은 수출에 대한 영세율 적용에 의하여 매입세액을 공제·환급받는 경우에 대하여만 적용되고 국내의 과세거래에 관련된 매입세액의 공제·환급에 대하여는 적용될 수 없다고 하여 같은 거래에 있어서 신의칙 적용범위를 제한하였다. (3) 검토 세금계산서의 수수를 요건으로 매입세액을 공제해 주는 것은, 국가가 세금계산서의 수수를 장려함으로써 과세거래의 발견을 용이하게 하여 세원을 포착하는 한편 세금계산서를 수취한 사업자에 대한 포상으로 그 매입세액 상당의 부담을 조기에 덜어 주고자 함에 있기 때문에 포상의 취지에 반하는 행위를 한 납세자에 대한 매입세액공제 내지 환급거부를 국가가 이중으로 이익을 취하는 것으로 볼 수는 없는 것이다. 도관업자들의 역할이 금지금 부정거래에 있어서 폭탄업체나 수출업자에 비해 결코 그 비중이 작지 아니함에도 일률적으로 필수적인 존재가 아니라고 판시한 것은 납세자에 대한 권리남용금지원칙의 적용이 확대됨을 우려한 것이라 판단된다. 하지만, 과세도관업자 중에 악의적 사업자(폭탄업체)의 조세포탈에 공모한 혐의로 유죄판결을 받은 자들까지 일률적으로 금지금 부정거래에 필수적인 존재가 아니라고 하는 것은 이 사건 거래의 심각한 위법·부당성을 인정하여 어렵게 권리남용금지원칙을 적용한 마당에 그 위법성에 실질적인 차이가 없는 과세도관업자에게 적용할 수 없도록 함으로써 전합판결의 이론 자체가 금지금 변칙거래를 통한 수출업자의 국고유출을 막기 위한 아주 예외적인 이론에 그치지 않는다는 비판을 면할 수 없을 것이다. 또한, 과세도관업자에 대한 매입세액 공제허용은 매입세액공제제도 취지에 반할 뿐만 아니라 국민의 법감정에 반하고 공평의 관점과 결과의 중대성에 비추어 볼 때에도 도저히 허용되어서는 안 된다고 본다. Ⅴ. 마치며 전합판결은 부가세법상 납세자의 매입세액 공제·환급요구도 일종의 권리행사로 보아 신의칙상 권리남용금지 원칙에 반하지 않아야 한다고 해석한 최초의 판결로써 그 당부와 적용범위에 관하여 논의의 중심이 될 것임이 분명하다. 필자는 이 판결이 법의 공백을 이용하여 절세의 차원을 넘어서 교묘하게 법을 악용하는 자들의 법적안정성과 예측가능성을 보호하는 것이 조세법률주의의 이념이 아님을 확인하고, 앞으로 법원이 법적상태실현이라는 공익과 신의칙 보호라는 사익을 비교형량하여 납세의무이행의 적법성을 구체적이고 개별적으로 판단할 수 있도록 새 지평을 열어준 매우 의미있는 판결이라 생각된다. 하지만, 본건판결을 통하여 이런 의미가 많이 희석된 것 같아 이 부분이 큰 아쉬움으로 남는다.
2011-02-14
석광현 교수(서울대 법대·법학전문대학원)
사기에 의해 획득한 외국중재판정의 승인과 공서위반
Ⅰ. 사안의 개요 동해펄프 주식회사("동해". 정리절차 개시 전의 피고이나 혼용한다)는 원고(MWI)에게 자회사를 매각하면서, 우드칩 독점공급권을 원고에게 주는 대가로 우드칩 공급가격을 할인받기로 하는 독점공급계약("이 사건 계약")을 1994년1월 체결했다. 당사자들은 시차를 두고 한글계약서와 영문계약서를 체결했는데 후자에는 동해의 책임제한조항이 삭제되었다. 원고는 1996년 영문계약서를 기초로 동해의 계약위반으로 손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면서 ICC 중재법원에 손해배상을 구하는 중재신청을 했다. 중재인은 중재지인 홍콩에서 중재절차를 진행했고 당사자들은 충분히 다투었다. 중재인은 1998년1월 영문계약서를 기초로 동해의 계약위반을 인정하고 원고에게 손해를 배상하라는 중재판정("이 사건 중재판정")을 내렸다. 동해는 1998년8월 회사정리절차개시 결정을 받았고 원고는 정리채권 신고기간 내에 정리채권을 신고했으나 관리인이 이의하자 관리인을 상대로 정리채권확정의 소를 제기했다. Ⅱ. 소송의 경과 1. 하급심판결 제1심인 울산지방법원 2003.7.31. 선고 98가합8505 판결은 이 사건 중재판정을 승인하여 원고의 청구를 인용했다. 피고는 중재판정의 편취를 주장했으나 법원은 이를 배척했다. 원심(부산고등법원 2006.2.16. 선고 2003나12311 판결)은, 독자적으로 증거를 종합하여 전면적으로 사실인정을 하고 법률적 판단을 한 뒤, 원고는 허위의 주장과 증거를 제출하여 중재판정을 편취했으므로 1958년 외국중재판정의 승인 및 집행에 관한 협약("뉴욕협약")상 공서위반이라는 승인거부사유가 존재한다고 보아 원고의 청구를 각하했다. 2. 대법원 판결의 요지 대상판결은 원심판결을 파기했는데 그 요지는 아래와 같다. 이 사건은 승인의 문제이므로 승인을 중심으로 논의한다. [1] 외국중재판정은 확정판결과 동일한 효력이 있어 기판력이 있으므로, 정리채권확정소송의 관할 법원은 뉴욕협약(제5조)의 승인거부사유가 없는 한 외국중재판정에 따라 정리채권을 확정하는 판결을 해야 한다. [2] 뉴욕협약의 공서위반의 취지는 외국중재판정의 승인이 승인국의 기본적인 도덕적 신념과 사회질서를 해하는 것을 방지하여 이를 보호하는 데 있으므로, 국내적 사정뿐만 아니라 국제적 거래질서의 안정이라는 측면도 함께 고려하여 제한적으로 해석해야 하고, 외국중재판정을 인정한 구체적 결과가 승인국의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반할 경우에 한하여 승인을 거부할 수 있다. [3] 승인국 법원은 뉴욕협약의 승인거부사유의 유무를 판단하기 위하여 필요한 범위 내에서는 본안에서 판단된 사항에 관하여도 독자적으로 심리·판단할 수 있고, 공서위반에는 중재판정이 사기적 방법에 의해 편취된 경우가 포함될 수 있다. 그러나 승인국 법원이 외국중재판정의 편취 여부를 심리한다는 명목으로 실질적으로 중재인의 사실인정과 법률적용 등 실체적 판단의 옳고 그름을 전면적으로 재심사한 후 외국중재판정이 편취되었다고 보아 승인을 거부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 다만, 외국중재판정의 집행을 신청하는 당사자가 중재절차에서 처벌받을 만한 사기적 행위를 했다는 점이 명확한 증명력을 가진 객관적인 증거에 의하여 명백히 인정되고 반대당사자가 과실 없이 신청당사자의 사기적 행위를 알지 못하여 중재절차에서 그에 대해 공격방어를 할 수 없었으며, 사기적 행위가 중재판정의 쟁점과 중요한 관련이 있다는 요건이 모두 충족되는 경우에 한하여 집행을 거부할 수 있다. Ⅲ. 연구 1. 문제의 제기 이 사건의 쟁점은, 우리 법원이 정리채권을 확정하는 판결을 함에 있어 뉴욕협약이 적용되는 외국중재판정에 구속되는가이다. 구체적으로 ① 외국중재판정은 우리 법원의 승인판결 없이 한국에서 기판력을 가지는지, ② 외국중재판정의 승인거부사유인 공서위반의 의미 및 판단 방법과 ③ 사기에 의한 외국중재판정의 편취가 승인거부사유가 되기 위한 요건이다. 사기에 의하여 편취된("사기에 의한") 외국판결의 승인을 다룬 대법원 2004.10.28. 선고 2002다74213 판결("2004년 판결")이 있으므로 양자의 異同도 관심의 대상이다. 대상판결에 대하여는 오영준 판사의 해설(판례해설 79호)과 정선주 교수의 평석(민사재판의 제문제 제18권)이 있다. 필자의 상세 평석은 서울지방변호사회 판례연구에 게재될 예정이다. 2. 외국중재판정의 효력과 승인판결의 요부 외국판결은 민사소송법(제217조)의 승인요건이 구비되는 한 우리 법원의 재판 없이 자동적으로 승인되나(자동승인제), 외국도산절차는 채무자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에 따라 우리 법원의 승인결정에 의하여 승인된다(결정승인제). 그런데 중재법(제37조 제1항)이 중재판정의 승인은 법원의 승인판결에 따른다고 규정하므로 외국중재판정은 승인판결이 있어야 하는 것처럼 보이고 실제로 그런 견해가 있다. 그러나 외국판결과, 뉴욕협약이 적용되지 않는 중재판정의 승인에 관한 우리 법제를 보면 뉴욕협약이 적용되는 중재판정의 경우에만 승인판결을 요구할 이유가 없다. 따라서 뉴욕협약이 적용되는 외국중재판정도 승인요건이 구비되면 자동승인된다고 본다. 대상판결은 이를 분명히 한 판결로서 의의가 있다. 승인의 결과 외국중재판정은 한국에서 효력(특히 기판력)을 가지는데 문제는 그 기준이다. 외국판결 승인의 경우처럼 외국중재판정 승인의 경우에도 효력확장설(즉 중재지국법설), 승인국법설과 절충설이 가능하다. 대상판결이 외국중재판정은 확정판결과 동일한 효력이 있다고 할 뿐, 그것이 한국 법원의 확정판결인지와 그 근거를 밝히지 않는 점은 아쉽다. 3. 외국중재판정의 승인거부사유인 국제적 공서위반 뉴욕협약(제5조)은 승인거부사유를 규정하는데 여기에서 문제는 공서위반이다. 공서는 승인국의 본질적인 법원칙, 즉 기본적인 도덕적 신념 또는 근본적인 가치관념과 정의관념에 반하는 외국중재판정의 승인을 거부함으로써 국내법질서를 보존하는 방어적 기능을 가지므로 이는 좁게 제한적으로 해석해야 한다. 이런 이유로 뉴욕협약상의 공서는 민법(제103조)이 정한 국내적 공서와 구별되는 '국제적 공서'라고 본다. 대상판결이 그런 취지로 판시한 것은 판례를 따른 것으로 타당하다. 다만 승인만이 문제되는 이 사건에서 마치 집행이 문제되는 것처럼 설시한 것은 아쉽다. 4. 사기에 의한 외국중재판정의 승인과 공서위반 가. 실질재심사 금지의 원칙과 예외 뉴욕협약상 '실질재심사 금지의 원칙'이 타당하므로 승인국 법원은 원칙적으로 실질재심사를 할 수 없지만, 승인거부사유의 유무를 판단하기 위하여 필요한 범위 내에서는 실질재심사를 할 수 있고, 그 범위 내에서는 중재인의 사실인정에 구속되지 않는다. 다만 그 경우에도 가능한 한 제한적으로 실질재심사가 허용된다. 여기에서 실질재심사 금지의 원칙과 승인거부사유, 특히 공서위반의 심사 간에 긴장관계가 존재한다. 대상판결은 종래의 판례를 따른 것으로서 타당하다. 나. 사기가 공서위반이 되기 위한 요건 외국판결 승인의 맥락에서 전통적으로 영미에서는 사기를 공서위반이 아닌 독립한 승인거부사유로 본다. 미국 통일외국금전판결승인법(UFMJRA)도 같다. 미국에서는 외재적 사기와 내재적 사기를 구분하는데, 전자는 외국 소송절차 외의 원고의 행위로 인하여 피고의 절차 참가가 박탈된 경우이고, 후자는 위조증거의 사용처럼 원고가 외국 소송절차 내에서 행위한 경우이다. 승인거부사유는 외재적 사기에 한정되고, 내재적 사기의 주장은 실질재심사를 요구하므로 허용되지 않으며 이는 판결국에 제출해야 한다. UFMJRA를 개정한 2005년 통일외국국가금전판결승인법(UFCMJRA)은 승인거부사유가 외재적 사기에 한정됨을 명시한다. 한편 2004년 판결은, "… 외국판결의 성립절차에서 공서에 어긋나는 경우도 승인·집행의 거부사유에 포함되나, 민사집행법이 실질재심사금지의 원칙을 규정할 뿐만 아니라, 사기적 방법으로 편취한 판결인지를 심리한다는 명목으로 실질재심사하는 것은 외국판결에 대하여 별도의 집행판결제도를 둔 취지에도 반하므로, 사기적 방법으로 외국판결을 얻었다는 사유는 원칙적으로 승인·집행의 거부사유가 될 수 없고, 다만 재심사유에 관한 민사소송법 …에 비추어 볼 때 ① 피고가 판결국 법정에서 사기적 사유를 주장할 수 없었고, ② 처벌받을 사기적 행위에 대하여 유죄의 판결과 같은 고도의 증명이 있는 경우에 한하여 승인·집행을 거부할 수 있다는 취지로 판시했다. 필자는 이에 대해 "유죄의 판결과 같은 고도의 증명" 이라는 생소하고 애매한 개념을 사용한 점과, 재심의 법리에 지나치게 의존한 점을 비판했다. 필자는, 사기에 의한 외국판결의 승인거부에 관한 법리가 사기에 의한 외국중재판정의 승인거부에도 원칙적으로 타당하다고 본다(영국의 태도는 특이하다). 흥미로운 것은 사기에 의한 중재판정의 취소에 관한 미국법이다. 연방중재법(제10조(a))에 따르면, 법원은 ① 취소 신청인이 명확하고 설득력 있는 증거에 의해 사기를 입증하고(the movant must establish the fraud by clear and convincing evidence), ② 상대방이 정당한 주의를 기울였더라도 중재 이전에 그 사기를 발견할 수 없었으며, ③ 사기가 중재의 쟁점과 중요한 관련이 있는 경우 중재판정을 취소할 수 있다. 대상판결은 이를 수용한 것으로 대체로 타당하다. 다만 판결문 중 사기적 행위를 했다는 점이 "명확한 증명력을 가진 객관적인 증거에 의하여 명백히 인정되고"라는 부분은 미국의 'clear and convincing evidence'라는 개념을 차용한 것인데, 이는 미국에서 민사소송에서 통상 요구되는 '증거의 우월'(preponderance of evidence)보다 높은 증명의 정도를 요구하는 개념이다. 우리 민사소송법상 증명은 '고도의 개연성의 확신'을 요구하는 것으로 '증거의 우월'보다 훨씬 높은 증명도를 필요로 하므로, 차라리 사기적 행위를 했다는 점이 "객관적 증거에 의하여 증명될 것"을 요구하는 편이 낫다. 2004년 판결에서 "고도의 증명"을 요구한 대법원이 대상판결에서는 달리 설시하는데, 이것이 판결과 중재판정의 차이에 기인하는지, 좀더 정치하게 진화한 것인지는 불분명하다. 5. 맺음말 대상판결은, 외국중재판정은 승인판결 없이 한국에서 기판력을 가진다고 본 점, 외국중재판정의 승인거부사유인 공서위반의 의미 및 판단 방법에 관한 종전 판례를 재확인한 점과, 사기에 의한 중재판정의 승인이 공서위반이 되기 위한 요건을 명확히 제시한 점에 큰 의의가 있다. 또한 대상판결처럼 외국중재판정에 대한 실질재심사를 합리적인 범위로 제한해야 한다는 인식이 우리 법관들에게 확산될 때 국제상사중재가 제 기능을 할 수 있다. 그러나 대상판결이 2004년 판결과 달리 설시한 이유를 설명하지 않은 점, 미국 판례의 영향을 받아 우리 민사증거법상 부적절한 설시를 한 점과, 미국 판례법리를 차용하면서도 전거를 밝히지 않은 점은 유감이다. 필자는 2004년 판결에 대한 평석을 2006년 초 발표했고 뉴욕협약에 관해 2007년 책에서 상세한 글을 썼으나, 이는 개인적 추억으로 남았을 뿐이고 법학비전공자의 글보다 못하게도 대법원과 재판연구관에게 도움이 되지 못했던 것 같아 몹시 부끄럽다.
2010-10-14
성중탁 변호사(법무법인(유) 에이펙스)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청구 사건에서 손해발생여부 판단시점
Ⅰ. 사건개요 1. 사실관계 피고 노○○는 2005. 4.1. 김○○, 김○○으로부터 화성시 서신면 용두리 757 답7,090㎡(약2,144평, 이하, 이 사건 부동산이라 한다)를 매매대금 3억4,000만원에 매수하고 김○○은 2005. 4.22. 피고 노○○으로부터 이 사건 부동산을 4억5,000만원에 다시 매수하였고, 원고는 원고의 딸 강○○를 통하여 2005. 4.28. 김○○으로부터 이 사건 부동산 중 500평을 매매대금 1억5,000만원에 매수하고 2005. 5. 4. 김○○에게 계약금으로 2,000만원을 지급하였는데, 김○○이 원고에게 위와 같이 이 사건 부동산을 매도함에 있어서, 피고 김○○은 6억원이면 주변시세보다 평당 7만원 이상 싼 것이며, 이 사건 부동산 옆으로 4차선의 직선도로가 확장될 것이어서 땅값이 더 올라갈 것이라고 거짓말하고, 원고 딸 강○○는 이에 속아서 위와 같이 이 사건 부동산에 대한 매매계약을 체결하였다. 그 후 김○○과 피고 김○○은 2005. 5. 20.경 원고의 딸 강○○에게 이 사건 부동산 전체를 매수하면 그 매매대금을 5억5,000만원으로 5,000만원 싸게 해주겠다고 하면서 이 사건 부동산 전체를 매수를 권유하였고, 피고 노○○ 역시 이에 동조하여 강○○에게 자신이 김○○와 김○○으로부터 이 사건 부동산의 매도를 의뢰받았는데 자신이 애써서 매매대금을 5억5,000만원에서 1,000만원 깎아서 5억4,000만원에 계약을 성사시킬 수 있게 하였다고 거짓말하여 이에 속은 강○○로 하여금 원고가 김○○, 김○○으로부터 이 사건 부동산 전부를 매매대금 5억4,000만원에 매수하는 내용의 매매계약을 체결하였다. 이 사건 부동산은 2006. 1.6. 원고 명의로 그 소유권이전등기가 경료되었는데, 계약체결일인 2005. 5.20. 당시 시가는 2억9,788만원(7,090㎡×42,000원/㎡)이었다. 한편, 원고는 피고들 및 김○○의 위와 같은 사기행위와 관련하여 2007. 3.23. 김○○으로부터 3,500만원, 2007. 5.31. 피고 노○○으로부터 3,300만원, 피고 김○○으로부터 1,500만원 합계 8,300만원을 손해배상의 일부로 지급받았고, 감정평가결과 현재 공시지가는 2배 가까이 상승한 상태이다. 2. 하급심 법원 및 대법원 각 판단 가. 수원지법 1심 재판부는 "부동산매매에 있어서 매도인이 매수인을 기망하여 시가보다 비싼 가격에 부동산을 매수하게 하였다면, 다른 사정이 없는 한 매수인이 입은 손해는 매수가격과 매수 당시의 시가와의 차액 상당액이라고 할 것이므로(대법원 1980. 2.26. 선고79다1746호 판결 참조), 피고들은 연대하여 원고에게 그 시가 차액 상당액인 금 2억4,222만원(원고의 매수가격 5억4,000만원이 사건 부동산의 2005. 5.20. 당시 시가 2억9,778만원)을 배상할 의무가 있다"라고 판시하여 원고 청구인용. 나. 2심 서울고등법원은 "피고 등의 기망행위로 말미암아 원고가 입게 된 손해에 관하여, 원심 변론종결일 현재 원고는 피고 등의 기망행위가 없었더라면 이 사건 부동산에 관한 매매계약을 체결하지 아니하고, '매매대금 5억4,000만원 및 그에 대한 시중금이 및 도매물가상승률 상당 가액'을 보유하고 있었을 터인데, 기망행위로 말미암아 매매계약을 체결하고 ' 이 사건 부동산에 관한 매매계약을 체결하고', 이 사건 부동산 중 4,570제곱미터 및 나머지 부분에 대한 보상금 4억2,000만원'을 보유하고 있으므로 결국 후자의 가액이 전자의 가액을 상회하는 이상 원고에게 사실심 변론종결일 현재 재산상 어떠한 손해가 발행했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하여 원심 취소, 원고 청구 기각. 다. 상고심 대법원 재판부는 "불법행위로 인한 재산상 손해는 위법한 가해행위로 인하여 재산상 불이익, 즉 그 위법행위가 없었더라면 존재하였을 재산상태와 그 위법행위가 가해진 현재의 재산상태의 차이를 말하는 것이므로 그 손해액은 원칙적으로 불법행위 당시를 기준으로 산정해야한다(대법원 1992. 6.23. 선고 91다33070판결, 대법원 2003. 1.10.선고 2000다34426 판결)"라고 판시하여 원고 상고 인용, 원심 판기환송. Ⅱ. 판례평석 1. 이 사건의 쟁점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에서 손해 발생 유무를 판단하는 기준이 언제인가가 쟁점이다. 이 사건에서 기망에 의한 매매계약(불법행위)이 이루어진 당시보다 사실심 변론종결에 즈음하여 대상 부동산의 시가가 2배 이상 상승하였기 때문에 문제가 되었다. 피고 측은 원고가 이 사건 부동산을 취득한 뒤 부동산 가격이 상승하여 이 사건 부동산의 시세가 2배 가까이 상승하여, 변론종결 당시 기준으로 원고가 손해를 입지 아니하였다는 취지로 주장하였으나 1심과 대법원 재판부는 불법행위로 인하여 손해가 발생하였는지 여부는 불법행위 당시를 기준으로 판단하여, 원고가 피고들의 사기행위로 인하여 이 사건 부동산을 취득한 후 가격이 상승하였다는 사정만으로 원고에게 손해가 발생하지 아니하였다고 볼 수 없어 피고 주장을 배척하였다. 2. 수원지법 1심 및 대법원 판례의 문제점 가. 먼저, 원고 청구를 인용한 수원지법이 인용한 대법원 79다1746 판결의 경우 "피고가 자신이 매수한 임야가 개발제한 구역으로 지정되어 가격이 떨어지고 매수하려는 사람도 없어 상당한 가격으로 현금화하기 어려운데도 그러한 사정을 모르는 원고에게 바로 비싼 값에 전매할 수 있다고 기망하여 매매계약을 체결하였다면 이는 불법행위로 되고, 그로 인하여 원고가 입은 손해는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매수가격과 매수 당시의 시가와의 차액 상당액이다"라고 판시하고 있는 바, 이 사건 사실관계는 "원고가 피고를 상대로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 청구 당시까지도 위 사건 대상 임야는 여전히 개발제한구역으로 묶여 있는 상태로서 가격변동이 없거나, 더 낮아진 경우"이다. 따라서 이 사건의 사실관계(이 사건 원고의 손해배상 청구 당시 이미 이 사건 대상 임야의 시가가 당초 매매대금 5억4,000여만원보다 2배 가까이 상승한 10억여원으로 상승한 경우)와는 반대의 경우에 해당한다. 그렇기 때문에 이 사건 수원지법 하급심 인용 대법원 79다1746호 판례 또한 판결 이유에서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이라는 단서를 붙이고 있는 것이다. 더욱이, 위 대법원 79다1746호 판례를 직접적으로 따르는 판례는 그 이후 전혀 나오지 않는 것으로 파악된다. 나. 나아가 대법원이 서울고등법원 항소심을 파기하면서 손해액 산정 기준에 관하여 불법행위시라고 판시하며 그 근거로 내세우고 있는 대법원 2003. 1.10. 선고 2000다34426 판례는 "특정물에 대한 소유권을 침해하고 그 목적물이 현존하지 아니함을 원인으로 하는 손해배상청구에 있어서는 원칙적으로 불법행위시를 기준으로 하여 그 때의 교환가격에 의하여 손해액을 산정해야할 것인 바, 원심이 이 사건 장외거래로 인한 원고들의 손해를 탁○○과 이○○가 원고 최○○로부터 부당하게 주권을 인출 받아 선용자에게 교부해 버린 1995. 10.23.의 주식 시가에 의하여 산정한 것은 정당하다"라고 판시하여 이 사건과 그 사실관계를 전혀 달리하고 있다. 또한 대법원 2001. 4. 10. 선고 99다38705【손해배상(공)】 청구 사건은 "인근 공동어장에 대한 보상금을 기준으로 관행어업권의 피해액을 산출함에 있어 어장면적과 어업종사자의 수가 다른 점과 당해 어장의 일부 관행어업권자가 비교대상이 되는 인근 공동어장에서도 관행어업을 하는 사정 등을 고려하지 않은 채 인근 공동어장의 관행어업에 의한 단위면적당 평년수익액을 바로 당해 어장의 관행어업에 의한 평년수익액으로 인정한 것은 위법하다"고 한 사례로서 이 사건 쟁점인 불법행위 당시라는 기준을 제시하고 있지도 않다. 또한 1997. 10.28. 선고 97다26043 판결도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채권은 불법행위시에 발생하고 그 이행기가 도래하는 것이므로, 장래 발생할 소극적·적극적 손해의 경우에도 불법행위시가 현가 산정의 기준시기가 되고, 이때부터 장래의 손해 발생시점까지의 중간이자를 공제한 금액에 대하여 다시 불법 행위시부터 지연손해금을 부가하여 지급을 명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불법행위시 이후로 사실심의 변론종결일 이전의 어느 시점을 기준으로 그 이후 발생할 손해를 그 시점으로부터 장래 각 손해 발생시점까지의 중간이자를 공제하는 방법으로 현가를 산정하여 지연손해금은 그 기준시점 이후로부터 구하는 것도 허용된다"라고 판시하여 본 사안과 사실관계를 전혀 달리하는 인적 손해배상청구에서의 중간이자 기산점에 관한 판시에 불과하다. 3. 항소심 서울고등법원 판례의 타당성-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청구의 요건사실로서 손해 발생 여부 판단 시점 가. 손해배상청구의 요건 사실로서 손해액의 확정은 원심인 서울고등법원 판례와 같이 사실심 변론종결 당시를 기준으로 산정해야함이 구체적 타당성 측면에서 합리적이다. 이러한 원심 판시를 뒷받침하는 의미에서 손해의 범위 및 손해액의 산정의 기준과 관련하여, 기존 대법원 1999. 4.9. 선고 98다27623 판결은 "무효인 채무자 명의의 소유권이전등기를 신뢰하여 그 부동산에 관하여 근저당권설정등기를 경료하고 금원을 대출하였다가 후에 근저당권설정등기를 말소 당하게 됨으로써 근저당권자가 입은 통상의 손해는, 위 채무자 명의의 이전등기가 유효하여 담보권을 취득할 수 있는 것으로 믿고 출연한 금액 즉, 근저당목적물인 위 부동산의 가액 범위 내에서 채권최고액을 한도로 하여 채무자에게 대출한 금원 상당이며, 위에서 말하는 부동산의 가액은 근저당권이 유효하였더라면 그 실행이 예상되는 시기 또는 손해배상 청구소송의 '사실심 변론종결시'를 기준으로 해야 한다"라고 판시한 바 있고, 비슷한 취지에서 대법원 1978. 7.11. 선고 78다626 판결【손해배상】사건에서 "피담보채무가 근저당권의 채권최고액을 초과할 경우 위 근저당권의 불성립으로 근저당권가 입은 손해액을 산정하려면 우선 그 저당채무의 변제기 후이며 그 저당권의 실행이 예상되는 시기 또는 손해배상청구권을 소송으로 행사할 경우에는 그 '사실심 변론종결 당시를 표준'으로 하여 저당목적물의 시가를 확정해야 하고 그 시가가 위 채권최고액 이상이 될 때에 한하여 채권최고액 상당액을 그 손해액으로 인정할 수 있다"라고 판시한 바 있다. 나. 구체적 타당성의 확보 문제 대법원 판시와 같이 원고가 피고들로부터 기망당하여 토지를 매수한 것은 사실이라고 하더라도, 이 사건 토지의 시가는 현재 수억원이 상승하여 원고는 오히려 막대한 이득을 취하였을 뿐 손해를 본 것이 없다는 점에서 원고에 대한 손해배상을 추가로 인정하는 것은 구체적 타당성 측면에서 문제가 있다. 피고들은 사실심에서 원고에게 "기존에 피고들이 원고에게 형사합의금으로 지급한 8천300만원 외에 위 매매대금 5억 4,000만원을 반환받는 조건으로 이 사건 토지에 대한 소유권을 피고들에게 다시 이전해 달라"고 수차례 요청하였으나 원고는 위 요청을 받아들이지 아니하였는 바, 이는 원고도 이 사건 토지 시가가 크게 상승하였다는 것을 알기에 이 사건 토지는 그대로 보유하면서 피고들에게는 단지 위자료로 기 수령한 8,300만원 이외에 추가손해배상을 요구한 것이다. 이에 대하여 원심은 구체적 타당성을 중시하여 원고에게 사실심 변론종결 당시 아무런 손해가 발생했다고 볼 수 없다고 인정하여 원고 청구를 기각한 반면, 대법원은 구체적 타당성을 결여한 채 형식판단에만 치우쳐 원심을 파기하고 만 것이다. Ⅲ. 결론 손해배상청구의 요건 사실로서 손해발생 여부의 확정은 사실심 변론종결 당시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함이 상당하다. 이 사건에서 원고 청구는 손해배상청구의 요건사실인 금전 손해가 발생하였다고 볼 수 없는 경우에 해당한다. 더욱이 원고는 피고들로부터 형사 합의금으로 이미 8,300만원을 지급받았고 위 합의금에 더하여 원고 보유 사건 부동산의 시가가 상승하여 수억원 이상의 시세 차익을 얻었다. 그럼에도 대법원은 사실관계가 동일하지 아니한 다른 대법원 판례를 근거로 형식 판단에만 치우쳐 원고에게 추가로 2억4,000만원의 금전을 지급하도록 하는 취지로 원심을 파기한 것은 법적 형평성(구체적 타당성)은 물론 일반인의 법 감정에도 부합하지 아니한다고 사료된다. 대법원 판시대로라면 매매계약 과정에서 일부 기망을 당하였다고는 하나, 기망(불법)행위 당시보다 변론종결 당시에 지가가 상승한 경우에 기망당한 원고가 대상 부동산 매매계약의 유효성은 주장하면서 단지 기망행위에 대한 위자료조로 너무나 큰 이익을 얻게 된다는 점에서 더욱 납득하기 어렵다.
2010-06-21
전재우 변호사(법무법인 케이씨엘)
부동산실명법상 유예기간 경과시 계약명의수탁자의 부당이득 내용과 소멸시효 진행여부
Ⅰ. 사안의 개요 甲은 乙과 함께 丙으로부터 丙 소유 토지를 매수하기로 하면서, 甲과 乙 사이의 명의신탁 약정에 따라 당해 토지 중 甲 매수지분에 대해서도 그 계약명의를 乙로 하여 매매계약을 체결하고 전체 등기를 乙 앞으로 하였다. 당시에 丙은 甲과 乙 사이의 명의신탁 약정을 알지 못하였다. 甲은 당해 토지 매수 당시부터 현재까지 이를 계속 점유·경작하여 왔다. 甲은 「부동산 실권리자명의 등기에 관한 법률」(이하 '부동산실명법') 제11조에서 정한 유예기간이 경과함에 따라 乙이 위 지분에 관한 완전한 소유권을 취득한 1996. 7.1.로부터 10년이 경과한 2006. 10.12. 乙을 상대로 당해 토지 중 위 지분 상당의 부당이득 반환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다. Ⅱ. 판결 요지 [1] 부동산실명법 시행 전에 명의수탁자가 명의신탁 약정에 따라 부동산에 관한 소유명의를 취득한 경우 위 법률의 시행 후 같은 법 제11조의 유예기간이 경과하기 전까지 명의신탁자는 언제라도 명의신탁 약정을 해지하고 당해 부동산에 관한 소유권을 취득할 수 있었던 것으로, 실명화 등의 조치 없이 위 유예기간이 경과함으로써 같은 법 제12조 제1항, 제4조에 의해 명의신탁 약정은 무효로 되는 한편, 명의수탁자가 당해 부동산에 관한 완전한 소유권을 취득하게 된다 할 것인데, 같은 법 제3조 및 제4조가 명의신탁자에게 소유권이 귀속되는 것을 막는 취지의 규정은 아니므로 명의수탁자는 명의신탁자에게 자신이 취득한 당해 부동산을 부당이득으로 반환할 의무가 있다. [2] 이와 같은 경위로 명의신탁자가 당해 부동산의 회복을 위해 명의수탁자에 대해 가지는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은 그 성질상 법률의 규정에 의한 부당이득반환청구권으로서 민법 제162조 제1항에 따라 10년의 기간이 경과함으로써 시효로 소멸한다. 명의신탁계약 및 그에 기한 등기를 무효로 하고 그 위반행위에 대하여 형사처벌까지 규정한 부동산실명법의 시행에 따라 그 권리를 상실하게 된 위 법 시행 이전의 명의신탁자가 그 대신에 부당이득의 법리에 따라 법률상 취득하게 된 명의신탁 부동산에 대한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의 경우, 무효로 된 명의신탁 약정에 기하여 처음부터 명의신탁자가 그 부동산의 점유 및 사용 등 권리를 행사하고 있다 하여 위 부당이득반환청구권 자체의 실질적 행사가 있다고 볼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만약 명의신탁자가 그 부동산을 점유·사용하여 온 경우에는 명의신탁자의 명의수탁자에 대한 부당이득반환청구권에 기한 등기청구권의 소멸시효가 진행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한다면, 이는 명의신탁자가 부동산실명법의 유예기간 및 시효기간 경과 후 여전히 실명전환을 하지 않아 부동산실명법을 위반한 경우임에도 그 권리를 보호하여 주는 결과로 되어 부동산 거래의 실정 및 부동산실명법 등 관련 법률의 취지에도 맞지 않는다. Ⅲ. 검토 1. 부동산실명법상 유예기간 경과시 법률관계 구성에 대한 이의 대상판결은 부동산실명법 시행 전에는 계약명의신탁 약정에 따라 명의수탁자가 당해 부동산에 관한 소유명의를 취득하는데, 부동산실명법상 유예기간 경과시 계약명의신탁 약정이 무효화됨으로써 명의신탁자는 명의수탁자에 대하여 부당이득반환청구권으로서의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을 취득한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러한 태도는 이미 대법원 2002. 12.26. 선고 2000다21123 판결을 통해 처음으로 나타났고, 대법원 2008. 11.27. 선고 2008다62687 판결에서도 계속되었는데(다만, 이들 판결은 부동산실명법의 문제점을 피하기 위한 부득이한 것이었다는 느낌을 주었으나, 대상판결은 부동산실명법의 입법취지를 충분히 인정하고 있다는 점에서 기존의 두 차례에 걸친 판결과 '실질적으로 다른' 것이라는 느낌이 든다), 이러한 '판례'에 대하여는 동의하기 어렵다. 먼저, 판례가 설시하는 바와 같이 '계약명의신탁 약정에 따라 명의수탁자가 당해 부동산에 관한 소유명의를 취득'하였기 때문에 유예기간 경과시 그 소유권이 부당이득반환의 대상이 되는 것이라면, 즉, 계약명의신탁 약정이 명의수탁자의 소유명의 취득의 원인이라고 인정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계약명의신탁 약정이 없는 경우 명의수탁자가 당해 부동산에 관한 소유명의를 취득할 수 없었어야 한다는 '관계'가 인정되어야 할 것이다(물론 이러한 '관계'가 인정된다고 하여 당연히 명의신탁자의 명의수탁자에 대한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이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 3자간 등기명의신탁에서 유예기간이 경과한 사안에 대한 대법원 2008. 11.27. 선고 2008다55290, 55306 판결 등 참조). 그러나 계약명의신탁의 존부 및 효력과 관계없이(가령 명의신탁 약정이 의사흠결상태에서 체결되어 무효이거나, 사기 또는 착오에 의하여 체결된 후 취소된 경우를 생각해보자) 명의수탁자는 당해 부동산의 원 소유자와의 매매계약에 기하여 당해 부동산의 소유권을 취득할 수 있으므로, 계약명의신탁 약정이 부동산실명법상 유예기간 경과로 무효가 되었다고 하여 돌연 명의수탁자가 명의신탁자에 대한 관계에서 당해 부동산을 소유할 법률상 원인을 상실하였다고 볼 이유는 없을 것이다. 물론, 계약명의신탁 약정이 무효가 됨으로써 명의수탁자가 계약명의신탁 약정에 따라 명의신탁자로부터 받은 급부는 부당이득으로 반환되어야 할 것인데, 그 급부가 바로 명의신탁자가 명의수탁자에게 제공한 매수자금이다. 따라서 부동산실명법상 유예기간의 경과로 계약명의신탁 약정이 무효가 됨으로써 명의수탁자가 명의신탁자에게 반환할 부당이득반환의 대상은 당해 부동산의 소유권이 아니라, 명의신탁자가 제공한 매수자금이 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생각된다. 한편 어떤 법률이 새로이 시행되면서 기존에는 유효로 보았던 법률관계를 무효로 보는 경우에 이 법률에서 유예기간을 둔다는 것은, 당해 법률의 시행으로 인하여 발생할 혼란을 피하기 위하여 기존의 법률에 기하여 이루었던 사실상태를 새로운 법률에서 요구하는 바에 따라 변경할 시간을 주는 것이다. 따라서 유예기간이 계속되는 중에는 기존의 관점에 따라 당해 사실상태에 대한 법적 평가를 하지만, 유예기간이 경과한 후에도 기존의 사실상태가 유지되고 있다면 이제는 새로운 법률의 관점에서 당해 사실상태에 대한 법적 평가를 하는 것이 당연하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부동산실명법 시행 이전에는 명의신탁자는 명의신탁을 해지하고 신탁관계 종료 또는 소유권에 기하여 소유권이전등기를 청구함으로써 명의수탁자와의 관계를 '정리'할 수 있었다. 이에 비하여 부동산실명법의 시행 이후에 계약명의신탁이 행해진 경우에는, 부동산실명법 제4조 제2항 단서에 따라(즉, 매도인이 선의인 것을 전제로 한다) 명의수탁자가 소유권을 취득하되, 명의신탁자는 명의신탁 약정이 무효라는 이유로 명의수탁자에 대하여 자신이 조달해 주었던 매수자금 상당액을 부당이득으로 반환 청구할 수 있을 뿐 당해 부동산의 반환을 구할 수는 없다(대법원 2005. 1.28. 선고 2002다66922 판결 등 참조). 그렇다면 부동산실명법 시행 이전의 계약명의신탁의 경우, 유예기간이 경과하기 전까지 명의신탁자는 명의수탁자에 대하여 ㉠ 명의신탁 약정을 해지하면서 신탁관계 종료 또는 소유권에 기한 ㉡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을 가진다고 할지라도, 유예기간이 경과한 때부터는 부동산실명법 시행 이후의 계약명의신탁의 경우와 동일하게 당해 계약명의신탁은 무효가 되고, 이제 명의신탁자는 명의수탁자에 대하여 ⓐ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을 가지고 그 내용은 ⓑ 매수자금 상당액의 반환청구권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판례는 부동산실명법상 유예기간 경과로 계약명의신탁 약정이 무효가 되면 명의신탁자가 명의수탁자에 대하여 ⓐ 부당이득반환청구권으로서 당해 부동산에 관한 ㉡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을 취득하게 된다는 태도를 취하고 있는데, 이러한 '특이한 교차'에 의한 법률관계 구성은 부동산실명법의 시행에도 불구하고 부동산실명법 시행 전 명의신탁 약정의 효력을 유지시키고자 하는 취지에서 나온 것으로 보이나 부동산실명법상 허용될 수 없는 법률관계를 인정하는 것이라 생각된다. 2.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의 소멸시효 진행에 대한 이의 부동산실명법상 유예기간의 경과시 명의신탁자의 부당이득반환청구권으로서 당해 부동산의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이 인정된다는 판례의 태도를 정당한 것으로 받아들이는 경우에도 대상판결은 여전히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의 소멸시효 진행과 관련하여 의문을 제기한다. 대상판결도 인용하고 있는 매매목적 부동산을 점유·사용하는 경우 채권적 청구권인 매매계약에 기한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의 소멸시효가 진행되지 않는다는 확고한 판례(대법원 1976. 11.6. 선고 76다148 전원합의체 판결, 대법원 1999. 3.18. 선고 98다32175 전원합의체 판결 등)는 매수인은 이미 소유권에 포함되는 사용·수익·처분권능 중 사용·수익권능을 행사하고 있고, 그에 반하여 당해 매매목적물을 매각하여 인도함으로써 매도인은 더 이상 매매목적물에 대하여 이해관계를 가진다고 보기 어렵게(최소한 매수인보다 그 이해관계가 작게) 되었음에도 매수인이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 자체를 행사하지 아니하였다는 이유만으로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의 소멸시효 진행을 인정하고, 그 결과 소멸시효가 완성되면 오히려 매수인보다 매도인이 보호되는 것은 부당하다는 취지로 이해된다. 그렇다면 명의신탁자가 부동산실명법이 시행되기 전부터 대내적 소유권에 기하여 적법하게 당해 부동산을 사용·수익해 왔고, 부동산실명법상 유예기간이 경과한 때부터는 명의수탁자에 대한 부당이득반환청구권으로서의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에 기하여 여전히 당해 부동산을 적법하게 사용·수익해 왔으며, 명의신탁자에게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이 인정된다는 것은 당해 부동산에 관하여 명의신탁자의 이익이 명의수탁자의 이익보다 크다는 평가가 내려졌음을 의미할 것이므로, 매매계약에 기한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과 마찬가지로 계약명의신탁에 기하여 부동산실명법상 유예기간 경과 후 발생하는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도 명의신탁자의 당해 부동산에 대한 사용·수익이 계속되는 한 소멸시효에 걸리지 않는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생각된다. 물론, 대상판결에서 지적하는 바와 같이, 계약명의신탁에 기하여 부동산실명법상 유예기간 경과 후 발생하는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이 소멸시효에 걸리지 않는다고 보는 것은 명의신탁을 억제하려는 부동산실명법의 취지에 맞지 않을 것이나, 그러한 문제는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의 소멸시효 진행을 인정함으로써가 아니라, 애초에 명의신탁자의 명의수탁자에 대한 부당이득반환청구권으로서의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을 부정함으로써 해소되어야 할 것이다. 결국 기왕에 명의신탁자에게 명의수탁자에 대한 당해 부동산의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을 인정하였다면, 명의신탁자가 당해 부동산을 점유·사용하는 한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의 소멸시효는 진행하지 않는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생각된다. Ⅳ. 결론 이상에서 간략히 살펴본 바와 甲의 乙에 대한 지분이전등기청구를 배척한 대상판결의 결론에는 찬성하나 그 논리에는 동의하기 어려운 바, 대상판결은 잘못 끼운 첫 단추를 그대로 둔 채로 왜곡된 법률관계를 바로잡으려는 과정에서 또 한 번 단추를 잘못 끼운 예가 아닌가 생각된다. 개인적으로는 처음부터 대법원이 명의신탁 약정이 당사자 사이에 채권적 효력만 가지는 것으로 판단하거나, 부동산실명법이 판례의 '소유권의 관계적 귀속론'을 명의신탁 약정 자체를 무효화함으로써가 아니라 명의신탁 약정에 채권적 효력만을 인정함으로써 극복하는 편이 옳았다고 보는데, 그러한 관점에서 보면 애초에 본 사안과 같은 계약명의신탁뿐 아니라 등기명의신탁에서도 일관되게, 명의신탁자는 명의신탁 약정의 내용에 따라 명의수탁자를 상대로 소유권이전등기를 청구할 수 있었을 것이며, 명의신탁자가 당해 부동산을 사용·수익하는 경우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의 소멸시효가 진행되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림에도 어려움이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입법자가 명의신탁 약정을 무효로 보는 극단적인 입법적 결단을 내린 이상, 그리고 그러한 결단을 내린 입법자의 '선의'를 인정할 수는 있는 이상, 부동산실명법의 태도를 충실히 받아들이는 전제에서 당사자 사이의 이익균형을 도모하는 것이, '아쉽지만' 최선일 것이다.
2010-02-25
임천영 대령(국방부 규제개혁법제담당관)
명예전역수당 환수처분의 법적 근거
Ⅰ. 대상판결 1. 사실관계 원고 A는 해군대령으로 근무 중 2003. 11.30. 명예전역수당 9,800만원을 수령하면서 명예전역을 한 후, 2004. 1.2. 군인공제회 건설산업본부에 채용되었고, 원고 B는 해군대령으로 근무 중 2004. 12.31. 명예전역수당 6,000만원을 수령하면서 명예전역을 한 후, 2005. 2.21. 군인공제회 경영지원본부에 채용되었다. 피고 해군중앙경리단장은 원고 A, B에 대하여 각 2004. 7.1.과 2005. 3. 31.부로 "원고들은 국방부 산하기관인 군인공제회의 채용예정자로서 명예전역수당의 지급대상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명예전역수당을 지급받았다"는 이유로 원고들이 수령한 위 각 명예전역수당을 환수하는 처분(이하 '이 사건 각 환수처분'이라고 한다)을 하였다. 2005. 9.6. 피고 서대문세무서장과 반포세무서장은 피고 해군경리단장으로부터 환수금의 징수의뢰를 받아 원고 A, B의 재산에 대해 각 압류처분을 하였다. 원고들은 명예전역을 할 당시 시행되던 군인사법 제53조의2에는 명예전역수당의 지급에 관한 규정만 있었을 뿐이고, 명예전역수당의 환수에 관한 규정은 존재하지 않았으므로 해군경리단장의 이 사건 각 환수처분은 법률에 근거 없이 행해진 것으로서 그 하자가 중대하고 명백하여 당연무효에 해당한다고 주장하였다. 2. 판결요지 1) 1심 판결요지는 첫째로 국가공무원법 제74조의2 제3항이 이 사건 각 환수처분의 법률적 근거가 될 수 있는지의 여부에 관하여 "군인사법은 군인의 책임 및 직무의 중요성과 신분 및 근무조건의 특수성을 고려하여 그 임용·복무·교육훈련·사기·복지 및 신분보장 등에 관하여 국가공무원법에 대한 특례를 규정함을 목적으로 제정된 것으로서 군인에 대하여 국가공무원법보다 우선하여 적용되나, 군인사법이 제정되었다고 하여 군인에 대하여 국가공무원법의 적용이 전면 배제되는 것은 아니고, 군인사법이 미처 규율하고 있지 못한 부분에 관해서는 여전히 국가공무원법이 군인사법을 보완하여 군인에 대하여 적용된다 할 것이다"라고 판시하였다. 또한 국방부장관의 명예전역수당지급업무처리지침에 대해서는 "이 사건 처리지침은 비록 국방부장관의 훈령 형식으로 되어 있지만 이 사건 지급규정의 위임에 따라 그 규정의 내용을 보충하는 기능을 가지면서 그와 결합하여 대외적 효력을 발생하게 되므로, 지급대상범위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하는 법률상의 근거가 된다"라고 판시하였다(서울행정법원 2008. 8.22. 선고 2008구합12054 판결). 2) 2심 판결요지는 "이 사건에서는 원고들이 명예전역 당시 이미 군인공제회에 채용이 예정되어 있었다는 점을 인정하기 부족하다는 이유로 이 환수처분은 위법하다. 이 사건에 있어서도 원고들이 명예전역 후 한 달 내지 50일 남짓 만에 각 군인공제회에 채용된 점 등에 비추어 원고들이 명예전역 당시 실제 군인공제회에 채용이 예정되어 있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적어도 이 사건 환수처분 당시에는 원고들이 명예전역 당시 채용이 예정되어 있었다고 오인할 만한 객관적인 사정이 존재하였다고 할 것이라고 하면서 이 사건 환수처분은 당연무효라고 볼 수 없다"라고 판시하였다(서울고법 2009. 2.12. 선고 2008누26543 판결). 3)대법원은 심리불속행으로 원고의 상고를 기각하는 판결을 하였다(대법원 2009. 5.28. 선고 2009두5077 판결). Ⅱ. 명예전역수당 환수제도 1. 의의 및 제도의 취지 공무원의 명예퇴직수당제도는 정년 이전에 퇴직하는 공무원에게 정년 이전의 퇴직으로 받게 되는 불이익, 즉 계속 근로로 받을 수 있는 수입의 상실이나 새로운 직업을 얻기 위한 비용지출 등에 대한 보상으로 명예퇴직수당을 지급함으로써 정년 이전의 퇴직을 유도하여 조직의 신진대사를 촉진하고자 하는 데 그 취지가 있다(대법원 2001. 11.9. 선고 2000두2389 판결, 대법원 2006. 7.28. 선고 2006두5021 판결 등 참조). 명예퇴직 환수제도는 명예퇴직수당을 초과하거나 지급대상이 아닌 자가 지급받은 경우에 기지급된 명예퇴직수당을 환수하는 것을 말한다. 즉 명예퇴직수당을 지급받고 명예퇴직 하였던 공무원이 다시 경력직 공무원으로 재임용된다면, 명예퇴직수당을 지급하였던 본래의 취지가 몰각되므로 기지급된 명예퇴직수당을 환수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대법원 2007. 11.15. 선고 2005다24646 판결). 2. 관련 법규 국가공무원의 명예퇴직수당의 환수 제도는 국가공무원법 제74조의2, 국가공무원 명예퇴직수당 등 지급규정(대통령령 제21082호 2008. 10.14.) 등에 의해 시행되고 있다. 군인의 명예전역수당지급제도는 국가공무원법 제74조의2의 명예퇴직수당제도와 같은 취지로 1989. 3.22. 군인사법에 도입되었다(임천영, 군인사법(제3판), 법률문화원, 2007. 831면). 군인의 명예전역수당 환수 관련 조항은 군인사법 제53조의2, 군인 명예전역수당지급 규정(대통령령 제21884호, 2009. 12.15.) 및 기타 국방부 지침 및 지시에 의거 시행되고 있다. 2009. 12.15. 군인 명예전역수당지급 규정 중 환수 관련 조항이 개정되었다. 즉 환수대상 공무원의 확대(제9조), 환수금 산정기준 변경 및 정산금 신설(제10조), 환수금 연체이자율을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의 법정이율을 적용(제11조)하는 내용이었다. 3. 환수 대상 군인사법 제53조의2 제4항 제2호에서는 환수대상자로 '대통령령이 정하는 공무원으로 재임용되는 경우'를 규정하고 있으며, 군인 명예전역수당지급 규정 제9조에서는 대통령령이 정하는 공무원에는 '지방공무원법 제2조 제2항에 따른 경력직공무원과 국가공무원법 제2조 제3항 또는 지방공무원법 제2조 제3항에 따른 특수경력직공무원'을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군인공제회, 한국국방연구원, 국방과학연구소 등 국방부 산하기관에 취업한 자는 환수대상에 포함되지 아니한다. Ⅲ. 판결의 쟁점 1. 문제의 제기 원고 A, B가 전역할 당시는 군인사법에 환수제도가 없었다. 다만 국방부 지침인 구 「군인명예전역수당지급업무 처리지침」(2005. 4.7. 인사관리과-2986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을 말함)에서는 "국방부 산하기관 채용예정자를 명예전역수당 지급심사 대상자에서 제외한다"라는 규정을 두고 있었다. 2005. 3.31. 법률 제7429호로 개정된 「군인사법」 제53조의2 제4항에 명예전역수당 환수대상 및 절차에 관한 규정이 신설된 후 구 군인명예전역수당지급업무 처리지침(이하 '처리지침'으로 한다) 상의 위 규정은 삭제되었다. 위 처리지침에 따라 명예전역수당 지급심사 당시에 국방부 산하기관에 채용될 예정인 명예전역수당 지급 제외자에게 명예전역수당을 지급한 경우에 이를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의 문제이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처리지침의 법적 성격을 규명하고 또한 군인사법에 환수조항이 흠결된 경우 「국가공무원법」 제74조의2 제3항에 근거하여 이미 지급된 명예전역수당의 환수를 명할 수 있는지 여부가 쟁점이다. 2. 구 「군인명예전역수당지급업무 처리지침」의 법적 성격 위 지침이 이 사안에 있어서 명예전역수당의 환수 근거가 될 수 있을까? 이에 대해서는 "위 지침 규정은 명예전역수당을 지급하기 위한 심사기준에 관한 사항으로 이 사안에서와 같이 명예전역수당 지급심사 당시에는 국방부 산하기관의 채용이 예정되어 있지 않아 명예전역수당을 지급받았던 자가 사후에 국방부 산하기관에 채용된 경우에 적용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이미 지급된 명예전역수당에 대하여 공권력 행사로서 환수를 명하는 것은 국민의 재산권을 제한하는 침익적인 행정처분으로서 이러한 권한을 행사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환수에 관하여 별도로 법령에 명시적인 근거가 있어야 할 것인 바, 구 「군인사법」에는 지급된 명예전역수당에 관하여 환수를 명할 수 있는 근거가 규정되어 있지 아니하며 달리 그러한 권한이 하위법령 등에 위임되어 있다고 볼 수도 없으므로, 명예전역수당 지급심사의 대상 제한에 관한 구 처리지침을 근거로 이미 지급된 명예전역수당에 대하여 공권력 행사로서 환수를 명할 수는 없다"라고 하여 부정하는 견해가 있으나(법제처 유권해석 2008. 7.8.). 판례는 이를 긍정하였다. 즉 「이 사건 처리지침은 비록 국방부 장관의 훈령 형식으로 되어 있지만, 이에 의한 명예전역수당의 지급대상범위 제한은 이 사건 지급규정의 위임에 따라 그 규정의 내용을 보충하는 기능을 가지면서 그와 결합하여 대외적 효력을 발생하게 되므로, 그 보충규정의 내용이 위 법령의 위임한계를 벗어났다는 등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명예전역수당의 지급대상범위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하는 법령상의 근거가 된다」(대상판결의 1심 판결). 3. 국가공무원법 제74조의2 제3항의 적용여부 위 조문이 이 사안에 있어서 명예전역수당의 환수 근거가 될 수 있을까? 이에 대하여도 이를 부정하는 견해와 긍정하는 견해가 있다. 법제처는 「국가공무원법」 제74조의2 제3항의 환수규정은 2002. 1.19. 법률 제6622호로 「국가공무원법」이 개정되면서 도입되었는 바, 위 「국가공무원법」 제74조의2 제3항이 이 사안 명예전역수당의 환수를 명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될 수 있는지에 관하여 살펴보면, '군인'은 「국가공무원법」 제2조 제2항 제2호의 특정직공무원의 하나로 「국가공무원법」 상의 공무원에는 포함되나, 「국가공무원법」 제74조의2 제4항 및 「국가공무원 명예퇴직수당 등 지급 규정」 제3조에 따른 「국가공무원법」 상의 명예퇴직수당 지급 대상범위에는 '군인'이 포함되어 있지 아니한 바, 「국가공무원법」 제74조의2 제3항의 명예퇴직수당의 환수에 관한 규정은 명예퇴직수당의 지급을 전제로 한 규정이므로 「국가공무원법」 제74조의2 제3항의 명예퇴직수당의 환수규정도 군인에 대해서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할 것이며, 이미 지급된 명예퇴직수당을 국가가 강제로 환수하는 침익적인 공권력 행사에 관한 규정을 법에 명시된 적용대상이 아닌 자에게 무리하게 유추해석하거나 확장해석하여 적용할 수는 없다」라고 하여 부정하였다(법제처 유권해석 2008. 7.8.). 그러나 판례는 「군인사법은 군인의 책임 및 직무의 중요성과 신분 및 근무조건의 특수성을 고려하여 그 임용·복무·교육훈련·사기·복지 및 신분보장 등에 관하여 국가공무원법에 대한 특례를 규정함을 목적으로 제정된 것으로서 군인에 대하여 국가공무원법보다 우선하여 적용되나, 군인사법이 제정되었다고 하여 군인에 대하여 국가공무원법의 적용이 전면 배제되는 것은 아니고, 군인사법이 미쳐 규율하고 있지 못한 부분에 관해서는 여전히 국가공무원법이 군인사법을 보완하여 군인에 대하여 적용된다」라고 판시하여 이를 긍정하였다(대상판결의 1심 판결). Ⅳ. 평석 대상판결은 "이 사건 처리지침은 법령보충적 행정규칙이다"라는 1심의 내용을 그대로 인용하고 있다. 그러나 다른 판결에서는 "군인사법 제53조의2 제4항은 명예전역수당의 지급대상범위, 지급액, 지급절차 기타 필요한 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규정하고 있고, 이에 근거한 군인명예전역수당지급규정은 지급대상, 지급신청절차, 지급대상자 심사결정 등에 관한 사항을 규정하는 한편, 제9조에서 명예로운 전역의 기준, 수당지급대상자의 선정과 심사방법, 지급절차, 명예전역심사위원회의 구성과 운영 기타 이 영의 시행에 관하여 필요한 세부사항은 국방부장관이 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국방부장관은 이에 터잡아 처리지침을 마련하였는 바, … 위 처리지침은 그 규정형식과 내용에 비추어 볼 때 행정청 내부에서 명예전역수당지급 대상자 선정, 절차 등에 관한 법령해석 내지 사무처리 기준을 규정한 행정규칙으로서 대외적으로 국민이나 법원을 구속하는 법규적 효력은 없다고 보인다"라고 판시한 바 있다(서울행정법원 2004. 12.23. 선고 2004구합12100 판결). 대상판결에서는 위 처리지침의 법적성격을 '대외적 효력이 없는 법령해석 내지 사무처리 기준을 규정한 행정규칙'으로 보고 있는 다른 하급심 판례와는 다르게 '법령보충적 행정규칙'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판결문에서는 법령보충적 행정규칙으로 판단한 이유에 대해 명확히 설시가 되어 있지 않다. 위 처리지침의 법적성격에 대한 상급심의 판단을 기대해 본다.
2010-02-18
1
2
3
4
5
banner
주목 받은 판결큐레이션
1
"막걸리 상표에서 '영탁' 떼라"… 가수 영탁, 막걸리 상표권 분쟁 2심도 승소
판결기사
2024-02-11 11:56
태그 클라우드
공직선거법명예훼손공정거래손해배상중국업무상재해횡령조세사기노동
중대재해처벌법상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고찰
노정환 대표변호사(법률사무소 행복한 동행)·전 울산지검장·법학박사
footer-logo
1950년 창간 법조 유일의 정론지
논단·칼럼
Voice Of Law
지면보기
굿모닝LAW747
LawTop
footer-logo
법인명
(주)법률신문사
대표
이수형
사업자등록번호
214-81-99775
등록번호
서울 아00027
등록연월일
2005년 8월 24일
제호
법률신문
발행인
이수형
편집인
차병직 , 이수형
편집국장 직무대행
김순신
발행소(주소)
서울특별시 서초구 서초대로 396, 14층
발행일자
1999년 12월 1일
전화번호
02-3472-0601
청소년보호책임자
김순신
개인정보보호책임자
김순신
인터넷 법률신문의 모든 컨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으며 무단전제, 복사, 배포를 금합니다. 인터넷 법률신문은 인터넷신문윤리강령 및 그 실천요강을 준수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