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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사일반
학원강사의 경업금지약정 위반을 인정한 사례
1. 사건의 개요 피고는 2016. 11.경 초등학생 및 중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대치동 소재 외국어학원인 원고와 사이에 계약기간을 2017. 1. 1.부터 2017. 12. 31.까지 1년으로 하여 근로계약을 체결하였다. 근로계약을 통해 피고는 업무 수행 중 취득하게 되는 모든 정보와 노하우는 원고의 영업상 중요사항 및 기밀사항임을 인정하면서 '근로계약 종료 후 1년간 원고가 위치한 대치동 또는 인근의 학원 등에서 근무하거나 개원할 수 없고(이하 “이 사건 경업금지약정”), 이를 위반할 경우 5000만원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하겠다'고 약정(이하 “이 사건 손해배상약정”) 하였다. 그러나 피고는 2017. 11. 더 이상 일하기 어렵다고 원고에게 통보하고 퇴사한 다음 2018. 1. 1.부터 원고 학원에서 500m 거리에 있는 어학원에서 강사로 일하다가 2018. 9.경 퇴직하였다. 이에 원고는 경업금지약정 위반이라며 피고를 상대로 5000만원을 배상하라는 소를 제기하였고, 이에 대해 피고는 ‘이 사건 경업금지약정은 경업금지에 따른 반대급부의 약정도 없이 근로계약 종료 후 1년간 인근 지역 취업을 원천적으로 차단해 생존권을 위협하고 헌법상 보장된 직업선택의 자유와 근로권 등을 과도하게 제한하는 것으로, 민법 제103조에 따라 무효’라고 주장하였다. 2. 법원의 판단 법원은 이 사건 경업금지약정에 관해서는 ‘직업선택의 자유를 제한하기는 하지만 경업금지 기간을 1년으로, 경업금지지역 역시 일정한 범위 내로 제한되어 있어, 피고로서는 나머지 지역에서는 제한 없이 영어강의를 하며 수입을 얻을 수 있으므로 직업선택의 자유가 본질적으로 침해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여 피고의 항변을 배척하였다. 다만 법원은 이 사건 손해배상약정에 따른 손해배상의 예정액이 다소 과다하다고 보고 피고가 원고에게 지급하여야 할 손해배상금을 3,000만 원으로 제한하였다. 3. 대상판결에 대한 검토 경업금지약정에 관하여 대법원은 “사용자와 근로자 사이에 체결된 경업금지약정이 헌법상 보장된 근로자의 직업선택의 자유와 근로권 등을 과도하게 제한하거나 자유로운 경쟁을 지나치게 제한하는 경우에는 민법 제103조에서 정한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반하는 법률행위로서 무효라고 보아야 하며, 이와 같은 경업금지약정의 유효성에 관한 판단은 보호할 가치 있는 사용자의 이익, 근로자의 퇴직 전 지위, 경업 제한의 기간, 지역 및 대상직종, 근로자에 대한 대가의 제공 유무, 근로자의 퇴직경위, 공공의 이익 기타 사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야 한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대법원 2010. 3. 11. 선고 2009다82244 판결). 특히 이 사건과 같이, 학원과 학원강사 간에 체결된 경업금지약정의 효력이 문제된 최근 판결에서 대법원은 “경업금지를 강제함으로써 보호할 가치가 있는 사용자의 이익이 존재하고, 근로자가 경업금지의무를 부담하는 데 대하여 적정한 대가가 지급되었으며, 위 원고에 대하여 일정기간 특정지역에서 경업을 금지하지 아니하면 공공의 이익이 침해될 수 있다는 점 등이 인정되지 아니하는 이상 경업금지약정은 효력이 없다”고 판시한 바 있는데{대법원 2016. 10. 27. 선고 2015다221903(본소), 2015다221910(반소) 판결}, 대상판결도 위 대법원 판결과 같은 기준을 중심으로 이 사건 경업금지약정의 효력을 판단하였다. 즉, 대상판결은 ‘근로계약을 통해 피고는 원고가 형성한 유형의 시설과 무형의 서비스를 활용해 강의를 하면서 수강생들에게 자신들의 강의능력, 노하우, 경력 등을 전달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지게 되는 것이므로 수강생들이 피고의 강의를 다른 강사들의 강의에 비해 선호하게 되는 것이 전적으로 피고의 노력과 능력에 기인한 것이라고만 평가할 수 없고, 원고는 동일 상권에 있는 다른 학원과 경쟁을 벌이고 있어 피고가 동종 학원을 개설하거나 이직하여 학생들이 피고를 따라 학원을 옮길 경우 원고 입장에서는 매출액 감소 뿐 아니라 다른 학생들도 학원을 그만 둘 가능성도 있다’면서 보호할 가치가 있는 사용자의 이익이 있다고 보았다. 또한, ‘피고가 경업금지약정을 직접적인 원인으로 금전적 보상을 받기로 한 약정은 없지만, 강의를 수강하는 학생이 많지 않을 수도 있음을 고려해 통상의 비율제 단과학원과 달리 최소 월급 400만원을 보장받았는데 이는 위 경업금지약정에도 불구하고 피고가 근로계약을 체결하는데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이고, ‘경업금지약정을 두지 않으면 경쟁학원에서 유명강사를 빼내는 일이 빈번해 학원업계의 거래질서 유지 및 학생들의 수업권이 침해될 우려가 있다’고 판시함으로써, 경업금지약정에 대한 적정한 대가, 경업금지에 따른 공공의 이익이 존재한다고 판단하였다. 대상판결은 결론에 있어 충분히 구체적 타당성을 가진다고 생각된다. 참고로 서울고등법원은 경업금지약정이 유효하기 위해서는 경업이 금지됨에 따라 근로자가 입는 손해를 전보하기에 충분한 정도의 반대급부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힌 바 있다(서울고등법원 2017. 2. 17. 선고 2016라21261 결정). 이와 같이 최근 경업금지약정의 효력을 판단하는데 있어서 경업금지에 대한 대가 유무가 중요한 판단 기준으로 논의되고 있는데, 대상판결에서와 같이 근로계약상 임금에 경업금지약정에 대한 대가가 반영되어 있다고 볼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논의가 더 필요한 부분이라 생각된다. 즉, 회사가 퇴직자에게 재취업 제한기간 동안 별도 수당을 지급하거나, 퇴직 시 위로금 등을 따로 지급한 것이 아님에도 재직 중 보수에 경업금지약정의 대가가 포함되어 있다고 판단하기 위해서는 그와 같이 판단할 수 있는 근거가 있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강현정 변호사 (법무법인 세종)
약정위반
학원강사
손해배상약정
근로계약
경업금지
강현정 변호사 (법무법인 세종)
2019-04-24
지식재산권
위법한 지식재산권 침해 경고장
1. 들어가면서 지식재산권자가 자신의 지식재산권 침해 사실을 발견하였을 때 통상 취하는 절차는 침해자에게 지식재산권 침해행위를 중지하고 그 중지에 대한 증빙과 함께 일정기간 내 답변하라는 소위 ‘내용증명’통고서를 보내는 것이다. 그러나 그러한 ‘내용증명’통고서를 보낼 때도 일정한 한계가 있으며, 이번 대상판결은 그러한 점을 조금 더 명확히 했다. 2. 사건의 경과 가. 원고와 피고의 각 등록디자인권 및 제품 판매 원고는 등록번호 제0725947호(2013. 3. 6. 출원, 2014. 1. 14. 등록, 이하 ‘이 사건 등록디자인’), 등록번호 제0764625호(2014. 3. 11. 출원, 2014. 9. 29. 등록, 이하 ‘이 사건 무효디자인’)의 각 공동디자인권자로서 홈쇼핑 등에 원형 진공항아리 제품(이하 ‘원고 제품’)을 생산 및 판매하였다. 한편 피고는 등록번호 제0772728호, 제0772729호, 제0772722호(각 2014. 6. 26. 출원, 각 2014. 11. 19. 등록, 이하 ‘피고의 등록디자인’)의 디자인권자로서 피고의 등록디자인을 적용해서 2014. 10. 경부터 원형 진공항아리 제품(이하 ‘피고 제품’)을 생산 및 판매하였고, 2014. 11. 5. 및 2014. 11. 12. 홈앤쇼핑에서 홈쇼핑 방송을 통하여 피고 제품을 판매하였다. 나. 원고의 내용증명 발송 및 피고 판매처가 피고와 거래중단 원고는 2014. 11. 18. 피고에게 ‘피고가 피고제품을 생산·판매하는 행위 및 2014. 11. 5. 및 2014. 11. 12. 홈앤쇼핑에서 피고 제품을 광고·판매하는 행위는 원고의 디자인권을 침해하는 행위로서, 생산 등의 일체의 행위를 금지하라’라는 취지의 내용증명통고서를 보냈고, 통고서는 그 무렵 피고에게 도달하였다. 원고는 2014. 11. 18. 피고 제품을 판매하던 홈앤쇼핑과 아폴로산업에도 각각 ‘피고 제품을 광고·판매하는 행위는 원고의 디자인권을 침해하는 행위이므로 피고 제품에 대한 판매·광고 등 일체의 행위를 금지하여야 하고, 앞으로 계속 피고 제품을 판매하는 경우 디자인권 침해의 공범으로서 책임을 면할 수 없으며, 그에 대해서 민ㆍ형사상 모든 조치를 취할 것’이라는 내용의 내용증명통고서를 발송하였고, 그 각 통고서는 그 무렵 홈앤쇼핑과 아폴로산업에 도달하였다. 그러자 홈앤쇼핑은 원고와 피고 사이의 분쟁 종료 시까지 피고 제품의 판매를 중단하는 조치를 취하였다. 원고는 2014. 12. 4. 피고 제품을 판매하는 다른 회사에도 비슷한 내용의 통고서(이하 통칭하여 ‘1차 내용증명통고서’)를 발송하였다. 피고는 2015. 4.경 홈쇼핑 방송업체인 NS쇼핑과 피고 제품을 판매하려는 계약 협의를 하였으나, 그 과정에서 NS쇼핑이 원고 측으로부터 ‘홈앤쇼핑도 2014. 11.경 피고 제품의 원고 디자인권 침해문제로 피고 제품 판매를 중단 했다’는 얘기를 들었고, 결국 협의가 무산되었다. 원고는 2015. 4. 27. 및 2015. 5. 22. 피고 및 피고 제품을 판매하던 업체들에게 1차 내용증명통고서와 유사한 내용(구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1호 자목 및 차목 소정의 부정경쟁행위라는 내용 추가)의 내용증명통고서(이하 ‘2차 내용증명통고서’)를 보냈고, 통고서는 그 무렵 수신인들에게 도착했다. 원고의 동업자이자 공동디자인권자도 원고의 내용증명통고서와 유사한 내용을 피고 거래처들에게 문자메시지로 보내고, 직접 피고 거래처들을 방문하여 내용증명을 보여주기도 하였다. 그 결과 피고와 거래하던 오프라인 업체들은 피고와의 계약을 해제하고 일부 업체들은 피고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여 일부 계약금액을 반환 받는 조정결정을 받았다. 다. 디자인권 무효 및 비침해 판단 확정 이 사건 등록디자인에 대해, 피고가 2015. 5. 14. 등록무효심판을 청구하였으나, 무효가 되지 않았고, 같은 날 피고가 제기한 피고 제품이 이 사건 등록디자인의 권리범위에 속하지 아니한다는 확인을 구하는 소극적 권리범위확인심판이 피고 주장대로 인정 및 확정되었다. 또한 피고는 같은 날 이 사건 무효디자인의 등록무효심판을 청구하였고, 이 사건 무효디자인은 결국 무효가 되었다. 3. 대상판결의 판단 대상판결은 본소에서 원고의 부정경쟁행위 주장을 배척(이 사건 등록디자인권 침해 주장은 소극적 권리범위확인심판의 확정으로 원고의 1심 패소 후 다퉈지지 않음)하였고, 반소에서 ‘원고가 피고에 대하여 피고 제품의 생산·판매를 금지하는 가처분을 구하는 등 사법적 구제절차를 밟지 아니한 채 피고 및 피고의 거래처 등에게 1차 및 2차 내용증명통고서 등을 발송하거나 고지한 일련의 행위들을 정당한 권리행사를 벗어나 고의 또는 과실로 위법하게 피고의 영업활동을 방해한 것으로 민법 제750조의 불법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하면서 아래와 같은 이유를 제시하였다. ① 원고는 플라스틱 재질의 갈색 원형 진공항아리가 원고 제품 판매 이전에 이미 개발되어 시중에서 판매되고 있음을 알았던 것으로 보인다. ② 원고는 피고 제품의 홈쇼핑 판매를 확인하자마자 별다른 검토 없이 피고뿐만 아니라 피고의 거래처들에까지 일괄하여 그 내용과 문구가 매우 단정적인 1차 내용증명통고서를 발송하였고, 그로 인하여 홈앤쇼핑은 피고 제품의 홈쇼핑 판매를 중단하기까지 하였다. ③ 피고가 원고에게 피고 제품은 피고의 등록디자인들에 기하여 생산·판매된 것이라고 고지하였음에도 원고는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아니하였을 뿐만 아니라, 피고가 다시 NS 쇼핑을 통하여 홈쇼핑 판매를 추진하자 원고는 NS 쇼핑에도 피고 제품이 이 사건 등록디자인권 등을 침해하는 제품이라고 주장하여 피고 제품의 홈쇼핑 판매를 막았고, 재차 피고뿐만 아니라 피고 거래처들에게 일괄하여 2차 내용증명통고서를 발송하였다. 그런데 2차 내용증명통고서에 피고의 등록디자인 및 생산ㆍ판매하는 제품 등에 관한 검토 내용이 없는 것으로 보아, 원고는 피고의 위와 같은 고지에도 불구하고 피고 제품이 이 사건 등록디자인권 등을 침해하거나 부정경쟁행위에 해당하는지 등에 대해서 신중하고 세심하게 검토하지 아니한 채 그 내용과 문구가 매우 단정적인 2차 내용증명통고서를 발송한 것으로 보인다. ④ 위와 같은 통고를 받은 피고의 거래처들로서는 피고 제품이 이 사건 등록디자인권 등을 침해하였는지를 객관적으로 알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원고 및 원고의 대리인인 법무법인으로부터 피고 제품이 이 사건 등록디자인권 등을 침해한다는 단정적인 내용의 통고를 받고도 법적 분쟁에 휘말릴 위험을 무릅쓰고 피고 제품의 판매를 강행하기를 기대하기도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⑤ 원고와 피고는 소수의 판매자만이 있던 진공항아리 제품 시장에서 주요한 경쟁관계에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⑥ 원고로서는 경쟁업자인 피고의 거래처에 등록디자인권 침해 등에 관한 경고장을 발송하면 피고와 그 거래처 간의 거래관계가 중단될 수 있고, 그러한 경우 그 거래관계를 다시 원상으로 회복시키기 어려워 경쟁업자인 피고가 회복하기 어려운 타격을 받을 수 있음은 쉽게 예측할 수 있다. ⑦ 피고 제품은 이 사건 등록디자인의 보호범위에 속하지 아니할 뿐만 아니라 그러한 취지의 특허심판원 심결도 확정되었으며, 이 사건 무효디자인은 그 등록이 무효가 되었다. ⑧ 원고는 피고 제품이 원고 등의 등록디자인의 보호범위에 속하는지에 대하여 특허심판원과 특허법원의 판단이 달랐으며, ‘원고가 피고 및 피고의 거래처에 내용증명통고서를 발송하여 피고의 업무를 방해하였다’는 내용의 범죄사실에 대하여 혐의없음 처분을 받았다는 사정을 들고 있으나, 앞서 인정한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그러한 사정만으로 원고의 손해배상책임이 조각된다고 보기 어렵다. 4. 판례의 해설 그간 우리 하급 법원은 지식재산권자가 정당하지 않은 위협(경고장 등)을 통해 상대방과 제3자간의 거래가 단절되는 등 상대방이 입은 손해에 대해 사안별로 지식재산권자의 불법행위를 인정하면서 그에 따른 손해배상을 인정하여 왔다(대전지방법원 2008가합7844판결, 서울중앙지방법원 2014가합551954판결, 서울고등법원 2016나2060356 판결 등). 이번 대상 판결도 이러한 기존의 태도와 다르지 않으나 조금 더 경고장의 의미와 신중성, 특히 당사자가 아닌 제3자에게 경고장 등을 보낼 때의 주의의무 등에 대해 사실관계를 면밀하게 분석한 것으로 보인다. 등록디자인권자는 등록디자인 또는 이와 유사한 디자인을 실시할 권리를 독점하고(디자인보호법 제93조), 권리 침해자에게 금지청구(침해 우려자에 대한 예방청구 포함) 등을 할 수 있지만(디자인보호법 제113조, 115조, 조117조), 이러한 사법적 구제절차는 어디까지 유효한 등록디자인권을 전제로 법원의 판단에 따라 이루어지는 것이다. 따라서 대상판결이 지적한 바와 같이 등록디자인권자라고 하더라도 독자적인 판단에 따라 누구에게나 어떠한 행위든 임의로 요구할 권리는 없으며, 당연히 내용증명통고서와 같은 경고장이나 문자, 그리고 이를 방문해서 알리는 행위 등은 사법적 구제절차 내에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권리주장자 스스로 그 내용과 대상 등 일체의 모든 것을 임의로 결정하고 수행하는 것이므로 그 행위를 통해 야기된 모든 법적 책임이 다 정당화될수는 없다. 그렇다면 일정한도를 넘어선 내용증명통고서 발송 등과 같은 권리자의 권리주장행위는 민법 제750조의 불법행위가 될 것이고, 그렇기 때문에 권리주장자는 자신의 지식재산권에 기한 권리주장행위의 방식과 내용에 신중해야 한다. 더욱이 권리주장자가 침해자가 아니라 단순히 침해자와 거래관계에 있어 다툼의 실체를 제대로 판단하기 어려운 제3자에게 내용증명통고서를 보내는 등의 권리주장행위를 할 경우, 침해자에게 하는 경우보다 더 신중하고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그렇다면 최종적인 법원의 판단이 나오기 전에 내용증명통고서를 발송하는 등 권리주장행위를 할 경우, 특히 침해여부를 객관적으로 알기 어렵고 법적 분쟁에 휘말릴 위험을 무릅쓰고 침해 제품의 판매를 강행하기를 기대하기도 현실적으로 어려운 제3자를 대상으로 할 경우, 대상판결이 지적한 바와 같이 권리주장자는 자신의 지식재산권을 침해자가 침해하였는지에 대해 자체적으로 신중하고 세심한 검토를 해야 하고, 제3자를 압박하여 거래관계를 끊어지게 할 목적으로 ‘침해자가 권리주장자의 지식재산권을 침해하였기에 거래관계를 바로 포기해야 한다’는 식의 단정적인 표현과 극단적인 주장을 하는 것은 피해야 한다. 5. 대상판결의 의의 대상판결은 지식재산권자의 정당하지 않은 위협(경고장 등)을 통해 상대방과 제3자간의 거래가 단절되는 등 상대방이 입은 손해에 대해 사안별로 지식재산권자의 민법 제750조의 불법행위를 인정하면서, 특히 권리침해여부가 확정되기 전에 제3자에게 경고장을 발송하는 등의 권리주장행위를 할 때에는 침해성립에 대한 신중하고 세심한 검토가 필요하고, 침해자에게 피해를 줄 의도나 목적으로 단정적인 표현을 사용하는 것은 삼가해야 한다는 점을 사실관계 확인을 통해 판시한 것에 그 의의가 있다. 다만 대상판결은 권리주장행위가 불법행위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침해자를 상대로 할 때와 제3자를 상대로 할 때를 구분하고 제3자를 상대로 할 때 ‘침해 여부 판단에 더욱 세심하고 고도의 주의가 요구된다’라는 일반론적인 판시를 할 뿐, 구체적으로 어떠한 점을 어느 정도나 더 고려해야 하는지, 허용되는 정도는 어느 정도인지 등 경고장 발송 등과 같은 권리주장행위의 위법성 판단에 대한 명확한 기준을 제시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남는다. 이근우 변호사 (법무법인 화우)
영업방해
경고장
디자인권
이근우 변호사 (법무법인 화우)
2019-04-22
형사일반
단체 채팅방 공지사항에 근거한 운영진 개인정보 공개에 대한 법리 판단
- 춘천지법 2019.1.31. 선고 2018고정191 판결 - 1. 들어가면서 현재 많은 사람들이 SNS 단체 채팅방을 이용하여 상호 필요한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 대부분의 SNS는 단체 가입을 하는 경우 운영진에서 채팅방의 질서 유지를 위해 공지사항을 정해 놓고 가입하는 사람들에게 알리고 있다. 특히 단체 채팅방의 경우 소위 ‘강퇴’를 할 방법이 없다는 점에서 공지사항에 일정 조건을 위반하면 ‘퇴장’하여야 한다는 점을 명시하고, ‘퇴장’하지 않을 경우 페널티를 부과하도록 하고 있다. 본 판례는 단체 채팅방 공지사항을 어긴 사람에 대하여 운영진이 ‘퇴장’을 요구하였으나 응하지 않자 부가적으로 정해 놓은 ‘사진’과 ‘신상공개’를 한 경우 과연 이 행위가 ‘개인정보보호법위반죄’로 처벌될 것인지에 대한 판결로 의미가 있다. 2. 사건의 개요 홍보 도우미들의 일거리를 공유하려는 목적으로 약 500여명의 프리랜스 도우미와 매니저들이 모여 있는 단체 채팅방 운영진은 채팅방 질서 유지를 위해 운영진 공지사항을 가입자들에게 알렸다. “실명공개, 경력 2년이상, 펑크나 불미스런 일에 대한 책임으로 퇴장 원칙, 이에 더해 개인정보, 사진 공유 등”을 공지(1차), “펑크는 무조건 퇴장... 무개념한 행동, 상식 이하의 행동을 하시는 분들 이유 불문 퇴장 및 문제가 생겼을 시 단방에 공개하는 걸 동의함을 원칙으로 함”(2차), “불미스러운 일, 펑크 등의 제보가 들어올 경우 단톡방 탈퇴가 원칙이며, 펑크시 사진과 신상공개가 되니 이점 양지해 주시고요”(3차)를 통해 펑크 등 불미스러운 일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퇴장을 하지 아니하면 신상이 공개된다는 점을 공지글 형식을 빌어 알렸다. 3. 사건의 경과 단체 채팅방의 가입자 A가 물의를 일으키자 운영진은 2017년 10월 25일 단체 채팅방에서 나갈 것을 요청하고, 이에 응하지 아니하자 다시 개인톡으로 채팅방에서 퇴장 할 것을 요구하였으며, 다시 2017년 10월 27일에 최종적으로 2017년 10월 27일까지 채팅방에서 나가지 않을 경우 개인정보를 공개하겠다는 취지의 글을 올리고, 그럼에도 가입자 A가 나가지 아니하자 2017년 10월 28일 11:49경 가입자 A의 개인정보를 공개하였다. 이에 검사는 운영진을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으로 기소하였다. 4. 법원의 판단 법원은 공지사항은 채팅방의 질서를 유지하고 공동의 이익을 추구하기 위한 것으로 보이고, 채팅방에 있는 사람을 강제로 탈퇴시킬 방법이 없었다는 점을 인정하였다. 또한 피해자 행동(퇴장을 종용하자 피해자는 이러한 ‘룰’이 어디 있느냐는 반응이 아니라 ‘생각할 시간을 달라’, ‘수일 안에 스스로 나가겠다’는 반응을 보임)을 살펴보면 피해자도 채팅방의 규정을 알고 이에 묵시적으로 동의하면서 활동을 하였다고 봄이 상당하므로 개인정보 공개는 그 정보주체인 피해자의 ‘묵시적 동의’가 있었다고 봄이 상당하고, 설령 달리 보더라고 피고인의 개인정보 공개 행위는 형법 제20조의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아니하는 행위로서 정당행위에 해당하므로 무죄를 선고하였다. 5. 판례의 해설 본 판례는 “단체 채팅방 공지사항에 근거한 운영진 개인정보 공개에 대한 법리 판단” 으로 향후 많은 파장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필자는 다음의 몇 가지 점에 대하여 살펴보고자 한다. 먼저 공지글에 대한 정당성 평가가 선행되어야 한다고 본다. 왜냐하면 공지의 글이 가입자에게 심히 불공정한 규정이라면 그 자체로 당연 무효로 구속력이 발생되지 않기 때문이다. 공지의 글이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목적의 정당성’, ‘방법의 적정성’, ‘법익의 균형성’, ‘피해의 최소성’이 인정되어야 한다. 단체 채팅방 질서유지를 위해 일정한 ‘규칙’은 필요하며, ‘규칙’을 위반한 사람에게 ‘퇴장’이라는 것을 담보하기 위한 일정한 ‘페널티’를 정하는 것도 필요하다. 그러므로 본 사건 ‘공지글’은 정당한 목적을 가지고 있다. 다음으로 ‘강퇴’의 방법이 없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다른 관련 업종의 단톡방이 아닌 가입자가 있는 그 단톡방에서만 신상을 공개하도록 하고 있는 것은 나름 적정한 방법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퇴장’을 담보하기 위한 페널티는 채팅방의 질서유지 목적의 관점에서 엄격한 법익의 균형성이 요구된다. 그렇다면 개인정보공개와 질서유지라는 법익 중 질서유지가 월등히 높은 가치가 있는 것인지는 다소 의문이 있다. 설사 질서유지가 월등히 높은 법익이라 할 지라도 개인정보를 공개할 때, 피해의 최소성의 관점에서 사진, 개인정보를 모두 공개하는 것이 합당한지는 또 다른 문제이다. 향후 파장을 고려한다면 공지글이 정당성이 가질 수 있는 요건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도출할 필요가 있다. 다음으로 법리적 관점에서 살펴보고자 한다. 본 판결에서는 피해자가 개인정보 공개에 대해 명시적으로 동의한 바 없다는 점에서 묵시적 동의를 추정할 수 있는 여러 사정을 살폈다. 여기에서는 ‘생각할 시간을 달라’, ‘수일 안에 스스로 나가겠다’는 피해자의 말을 고려되었다. 그러나 과연 진정으로 피해자가 개인의 신상공개에 대하여 묵시적으로 동의했을까? 논리측과 경험칙에 의하면 동의하지 않았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일 것이다. 그래서 피해자는 운영진을 개인정보보호위반으로 고소한 것이다. 그렇다면 운영진이 피해자 승낙이 있었다는 점에 대하여 착오가 있었던 것은 아닌지? 즉 본 사안은 단순히 묵시적 동의 혹은 형법 제20조의 정당행위로 평가할 것이 아니라 ‘위법성 조각사유 전제사실의 착오’(오상 승낙) 사례로 보는 것이 타당하지 않을까? 그렇다면 법원은 승낙의 존재에 대한 착오에 정당한 이유가 있는지를 살펴 위법성 조각여부를 논증하는 것이 필요하다. 물론 학설 중 ‘법효과제한적책임설’에 따라 책임고의 탈락에 의한 무죄를 인정할 수 도 있을 것이다. 승재현 형법학 박사 (형사정책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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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재현 형법학 박사 (형사정책연구원)
2019-03-18
민사일반
통상임금 소송에서 신의칙 위반 관련 대법원 판결
1. 들어가며 통상임금과 관련하여 2013. 12. 18. 선고된 전원합의체 판결(대법원 2012다89399 판결, 이하 '전합판결)은 상여금 등이 통상임금에 해당하더라도 이러한 청구가 신의칙에 반할 경우 그 청구를 제한하고 있다. 그런데 최근 대법원 2019. 2. 14. 선고 2015다217287 판결(이하 '대상판결')에서 전합판결이 설시한 신의칙 요건 외에 새로운 조건을 언급하여 파장이 예상된다. 2. 전합판결의 신의칙 조건 전합판결은 통상임금에 속하는 임금을 통상임금에서 배제하는 노사합의가 강행규정에 반하여 무효이지만, 예외적으로 그 무효를 주장하는 것이 신의칙에 반하여 허용되지 않는 요건을 설시했다. 즉, (1) 일반적인 신의칙 요건과 (2) 특별한 사정이 있어야 한다. 일반적인 신의칙 요건은 ① 상대방에게 신의 공여 또는 객관적으로 상대방이 신의를 가지는 것이 정당한 상태이고, ② 이러한 신의에 반해 권리를 행사하는 것이 정의관념에 비추어 용인될 수 없을 정도여야 한다. 그리고 특별한 사정이란 ① 노사합의를 통해 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오인하여 이를 통상임금에서 배제하고, ② 근로자가 추가 법정수당 청구를 함으로써 노사합의한 임금수준을 훨씬 초과하는 예상 외의 이익을 추구하며, ③ 이로 인해 기업에 중대한 경영상의 어려움이 초래되거나 그 존립이 위태로워야 한다. 3. 대상판결의 개요 가. 원심 판결의 요지 시내버스 운전기사들(이하 '원고')은 버스회사를 상대로 연장근로수당 등(이하 '이 사건 법정수당') 지급의 기본인 '시간급 통상임금' 산정시 '상여금' 등도 통상임금에 포함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며 소를 제기했다. 원심은 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해당하지만 추가 법정수당청구가 신의칙에 반하여 허용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신의칙 인정의 근거로 ①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산입할 경우 2011년 임금인상률(8.5%)의 8배가 넘는 점, ② 자본금(2억5천만원)·11년 당기순이익(약9천4백만원)·12년 당기순이익(약5천1백만원)에 비해 2011년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산입할 경우 약 7억8천2백만원의 추가 부담이 생기는 점, ③ 피고가 가입한 수입금공동관리위원회의 경우 실제 지출 인건비가 인정 한도를 초과할 경우 각 개별 사업자가 별도로 재원을 마련해야 한다는 점 등을 고려했다. 나. 대상판결의 요지 전합판결에서 설시한 신의칙 요건 외에 ① 근로조건의 최저기준을 정하여 근로자의 기본적 생활을 보장·향상시키고자 하는 근로기준법 등의 입법 취지를 충분히 고려할 필요가 있고, ② 통상임금 재산정에 따른 근로자의 추가 법정수당 청구를 중대한 경영상 어려움 등을 이유로 배척한다면, 기업경영에 따른 위험을 사실상 근로자에게 전가하는 결과가 초래될 수 있으므로, 신의칙에 위반되는지는 신중하고 엄격하게 판단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즉, 신의칙 적용시 위 ①과 ② 요건을 추가하면서, 이미 소멸시효가 완성된 부분을 공제하면 추가 법정수당은 약 4억원이고, 이는 연간 매출액의 2~4%, 2013년 총 인건비의 5~10%에 불과한 점, 피고의 2013년 이익잉여금이 3억원을 초과한다는 점, 피고는 2009년 이후 5년 연속 영업이익 흑자·매출액도 증가하고 있는 점, 버스준공영제의 적용을 받고 있어 안정적으로 사업을 영위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점 등을 고려하여, 이 사건 청구가 신의칙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4. 검토 가. 대상판결이 신의칙 적용시 별도의 요건을 추가한 것인지 대상판결은 신의칙 적용시 이미 전합판결에서 설시한 조건 외에 '근로조건의 최저기준, 근로자의 기본적 생활을 보장하고자 하는 근로기준법의 입법취지'와 '기업경영에 따른 실질적 위험부담 주체'를 언급하고 있다. 그러나 전합판결에서 신의칙의 일반요건 외에 특별한 사정을 설시한 이유가 바로 근로기준법이 강행규정이라는 점 때문이다. 즉, 전합판결은 단체협약 등 노사합의의 내용이 근로기준법의 강행규정을 위반하여 무효일 경우 그 무효를 주장하는 것이 신의칙에 위반된다는 이유로 이를 배척하면 강행규정으로 정한 입법취지를 몰각시키는 결과가 되기 때문이라고 판시했다. 그럼에도 대상판결이 신의칙 적용시 '근로기준법의 입법취지'를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고 언급한 것은 전합판결의 취지를 부연한 정도의 의미일 것이다. 또한, 추가 법정수당 청구를 중대한 경영상 어려움 등을 이유로 배척할 경우 기업경영에 따른 위험을 사실상 근로자에게 전가하는 결과가 초래된다는 대상판결의 내용 역시 특별한 의미를 가진다고 보기는 어렵다. 왜냐하면 전합판결에서 경영상 어려움을 특별한 사정 중 하나로 설시했다는 것 자체가 신의칙 적용시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는 취지이기 때문이다. 나. 대상판결의 문제점 전합판결에서는 연 600%의 상여금, 상시적 초과근로, 생산직 400명, 2010년 한해 추가되는 금액이 평소 임금인상률(19.9%)의 2배(40%), 2010년 당기순이익의 99.8%를 추가 지급해야 한다는 점 등으로 신의칙 적용을 인정했다. 그런데 대상판결에서는 2011년 임금이 기존 인상률(3.5%)의 약 8배(29.1%) 상승, 2011년 당기순이익의 4.2배를 추가 지급(원심은 8.2배)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신의칙 적용을 부정했다. 대상판결은 전합판결보다 훨씬 더 경영상 어려움이 인정될 사실관계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부정한 것으로, 대법원 판결에 일관성이 있는지에 대해 의문이 갈 수 밖에 없는 아쉬움을 남겼다. 다. 대상판결의 의의 대상판결은 원심과 거의 동일한 사실관계를 기초로 신의칙 적용을 부정했으므로, 대법원에서는 신의칙 적용에 좀 더 신중할 것이라는 점은 충분히 예상된다. 그리고 피고가 버스준영제의 적용을 받아 안정적인 사업 계속성도 신의칙 부정의 근거 중 하나로 삼았다는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광선 변호사 (법무법인 지평)
통상임금
임금청구소송
법정수당
이광선 변호사 (법무법인 지평)
2019-03-13
지식재산권
실시허락을 받은 자도 무효심판을 제기할 수 있는가
1. 전원합의체 판결 대법원이 2019. 2. 21. 선고 2017후2819 전원합의체 판결(이하 '대상판결')로 “특허권의 실시권자도 실시 대상 특허발명에 대해 무효심판을 청구할 수 있는 이해관계인에 해당한다"라는 점을 명확히 밝히고, 그와 배치되는 "실시권자라는 이유만으로 무효심판을 청구할 수 있는 이해관계인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취지로 판시한 대법원 1977. 3. 22. 선고 76후7 판결, 대법원 1983. 12. 27. 선고 82후58 판결 등(이하 통칭하여 '구 판례')을 변경하였다. 2. 사실관계 및 당사자들의 주장과 쟁점 대상판결의 사건은 동영상 관련 표준특허풀에 포함된 여러 표준특허에 대해 표준화기구를 통해 실시 계약을 체결한 피고(표준특허에는 피고의 특허도 포함되어 있음)가 그 표준특허 중 원고의 특허[UHD 고화질 영상 압축을 위한 고효율비디오 부호화(HEVC) 기술에서 적용된 화면간 움직임 벡터 예측 기술, 이하 '이 사건 특허']발명에 대해 무효심판을 청구한 것으로서, 특허심판원 및 특허법원 모두 원고의 이 사건 특허발명을 무효라고 판단하였다. 무효의 주된 이유는 원고가 우선권 주장을 함에 있어 자신의 '선출원'을 기초로 '모출원'을 하고 이후 그 '모출원'을 원출원으로 하여 다시 '자출원'을 하고, 그 '자출원'을 원출원으로 하여 원고의 이 사건 특허발명을 '분할출원'하면서 출원서에 '우선권 주장의 취지 및 선출원의 표시'를 제대로 하지 않아 이 사건 특허발명의 '분할출원'이 구 특허법 제55조에 따라 '선출원'의 우선권 주장의 효력을 인정받지 못했기 때문에(특허법원 2015. 1. 29. 선고 2014허4715 판결 등), 이 사건 특허발명이 '선출원'보다 늦게 출원된 선행발명들과 비교되면서, 그 선행발명들과 실질적으로 동일하거나 그 선행발명들로 인해 진보성이 부정된다는 것이었다. 대상판결의 사건에서 특허권자인 원고는 "피고는 이 사건 특허발명의 실시권자이므로 이 사건 특허발명에 대한 특허무효심판을 청구할 직접적이고 현실적인 이해관계가 없다"고 주장을 하였다(원고는 특허심판원에서는 이러한 주장을 하지 않았고, 특허법원에서 처음으로 제기하였다). 물론 원고는 특허발명의 신규성 및 진보성의 판단 시점이 이 사건 특허발명의 최초 모출원의 우선권 주장일, 즉 선출원의 출원일로 소급되지 않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주장도 하였다. 대상판결의 쟁점은 특허권의 실시권자가 무효심판을 청구할 수 있는 이해관계인에 해당할 수 있는지 여부이다(무효 판단의 기준 시점과 실질적인 이유는 본 해설에서는 다루지 않는다). 3. 종래 대법원의 입장 대법원 판례에는 그간 실시권자는 무효심판 청구의 이해관계인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입장과 이해관계인에 포함된다는 입장이 상존하였다. 일부 대법원 판결에서는 실시권자이기만 하면 이해관계인이 될 수 없다는 판단을 하기도 하였지만, 대법원은 1980. 3. 25. 선고 79후78 판결에서 "실시권설정등록을 마쳤다 할지라도 그 사실만으로써 심판청구인이 그 등록의장이 무효임을 심판하라고 청구할 수 있는 이해관계가 상실된다고 할 수 없다"고 판시하는 등, 1983년까지는 실시권자의 무효심판 청구인 적격에 대해 사안별로 달리 판단하였다. 그리고 대법원은 1984. 5. 29. 선고 82후30 판결에서 '실시권을 허여받았다고 하더라도 제품판매액의 일정 퍼센트에 해당하는 대가의 지급조건이 붙어 있어 실시권에 수반하는 의무이행을 하여야 한다면 실시권 허여 자체만으로 당사자간의 모든 이해관계가 소멸되었다고 볼 수 없으니 특허무효심판을 구할 이해관계가 있다'라고 판단한 이래 대상판결을 선고하기까지 '실시권자라는 이유만으로 무효심판을 청구할 수 있는 이해관계인에 해당하지 않는다'라는 판단을 내리지 않았다. 이처럼 실시허락 받은 자의 무효심판이익에 대해 대법원은 초기에는 소극적이었다가 점차 무효심판이익을 인정하는 경향으로 바뀌었고, 따라서 구 판례의 판단은 이미 1983년 이후부터 사실상 폐기된 법리였던 것이다. 4. 대법원의 명시적인 입장정리 없었음 하지만 대법원은 이번 대상판결로 입장을 정리하기까지 그간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그 배경에는 다른 이유가 존재할 수 있으나, 대법원의 판단 자체에서 그 이유를 찾자면 이는 "이해관계인"의 판단기준과 논리적으로 연관되어 보인다. 즉, 구 특허법(2013. 3. 22. 법률 제11654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같다) 제133조 제1항 전문은 "이해관계인 또는 심사관은 특허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무효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고, 현행 특허법 역시 위 규정을 그대로 갖고 있다. 이러한 특허법 조항에서 "이해관계인"의 의미에 대해, 대법원은 그간 "특허무효심판을 청구할 수 있는 이해관계인이란 당해 특허발명의 권리존속으로 인하여 그 권리자로부터 권리의 대항을 받거나 받을 염려가 있어 그 피해를 받는 직접적이고도 현실적인 이해관계가 있는 사람을 말하고, 이에는 당해 특허발명과 같은 종류의 물품을 제조·판매하거나 제조·판매할 자도 포함된다(대법원 2010. 1. 28. 선고 2007후1022 판결, 대법원 2009. 9. 10. 고 2007후4625 판결, 대법원 1984. 3. 27. 선고 81후59 판결, 대법원 1987. 7. 7. 선고 85후46 판결 등 참조)"라고 계속 판시하여 왔다. 이러한 판시에 따르면 그 논리일관성상 "권리자"로부터 권리의 대항을 받거나 받은 염려가 없는 경우라면 자연스럽게 "이해관계인"에 해당하지 않을 수 있게 되고, 그 결과 "실시권자"의 경우 허여기간 동안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다면 특허권자로부터 권리의 대항을 받거나 받을 염려가 있다고 보기 어려워 결국 무효심판을 청구할 수 있는 이해관계인에 포함 될 수 있는지에 대해 계속 의문이 제기될 수 있었던 것이다. 결국 대법원은 무효심판을 제기할 수 있는 이해관계인에 대해 지속적으로 "그 권리자로부터 권리의 대항을 받거나 받을 염려"라는 기준을 제시하였고, 그 결과 사실상 폐기된 법리임에도 불구하고 실시권자가 무효심판을 제기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계속 제기된 것이고, 대상판결의 원심인 특허법원에서도 특허권자인 원고가 실시권자인 피고의 청구인 적격 문제를 제기할 수 있었던 것이다. 5. 전원합의체 판결을 통한 명확한 입장정리 하지만 대법원은 이번 대상판결을 통해 이해관계인의 의미에 대해 "당해 특허발명의 권리존속으로 인하여 법률상 어떠한 불이익을 받거나 받을 우려가 있어 그 소멸에 관하여 직접적이고도 현실적인 이해관계를 가진 사람을 말하고, 이에는 당해 특허발명과 같은 종류의 물품을 제조·판매하거나 제조·판매할 사람도 포함된다."라고 판단하면서, 이해관계인 판단의 기준을 "그 권리자로부터 권리의 대항을 받거나 받을 염려"에서 "법률상 어떠한 불이익을 받거나 받을 우려"로 바꿨다. 그 결과 대법원은 논리일관성상 자연스럽게 변경된 이해관계인 판단기준에 따라,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특허권의 실시권자가 특허권자로부터 권리의 대항을 받거나 받을 염려가 없다는 이유만으로 무효심판을 청구할 수 있는 이해관계가 소멸되었다고 볼 수 없다"라는 판시를 하면서 크게 2가지 이유를 들었다. 즉, '①특허권의 실시권자에게는 실시료 지급이나 실시 범위 등 여러 제한 사항이 부가되는 것이 일반적이므로, 실시권자는 무효심판을 통해 특허에 대한 무효심결을 받음으로써 이러한 제약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점, ②특허에 무효사유가 존재하더라도 그에 대한 무효심결이 확정되기까지는 그 특허권은 유효하게 존속하고 함부로 그 존재를 부정할 수 없으며, 무효심판을 청구하더라도 무효심결이 확정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과 비용이 소요되므로, 특허권에 대한 실시권을 설정받지 않고 실시하고 싶은 사람이라도 우선 특허권자로부터 실시권을 설정받아 특허발명을 실시하고 그 무효 여부에 대한 다툼을 추후로 미루어 둘 수 있어 실시권을 설정받았다는 이유로 특허의 무효 여부를 다투지 않겠다는 의사를 표시하였다고 단정할 수도 없다는 점'. 그리고 대법원은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통해 특허발명의 권리존속으로 인하여 "법률상 불이익을 받거나 받을 우려"가 있는지 여부를 검토하여 종국적으로 대상판결 사건의 무효심판이익을 판단하였다. 6. 대상판결의 의의 대상판결의 의의는 이해관계인에 대한 판단기준을 "법률상 불이익을 받거나 받을 우려"로 바꾸고, 그 기준에 따라 "특허권의 실시권자라는 이유만으로 바로 무효심판을 청구할 수 있는 이해관계가 소멸된 것으로 볼 수 없다"는 점을 명확히 밝히면서, 개별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토대로 "법률상 불이익을 받거나 받을 우려"를 검토해서 이해관계인 여부를 판단했다는 것이다. 더불어 대상판결이 밝힌 2번째 이유를 보면 '당사자간에 특허의 무효 여부를 다투지 않겠다는 의사를 표시할 경우' 무효심판청구의 이익이 존재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을 파악할 수 있는데, 이러한 점 역시 주목할 만 하다. 향후 특허권자와 실시권자간의 라이선스 또는 라이선스 이후의 과정에서 '부쟁의무' 관련 협의가 중요해 질 것이고, 이는 "지식재산권의 부당한 행사에 대한 심사지침"과 접점을 갖고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이근우 변호사 (법무법인(유) 화우)
특허법
실시권
특허권
이근우 변호사 (법무법인(유) 화우)
2019-03-08
노동·근로
일실수입 산정의 기초인 육체노동 가동연한을 65세로 본 손해배상 사건
1. 사실관계 및 원심판결의 요지 4세인 유아(幼兒) A는 2015. 8. 9. 물놀이를 위해 수영장에 방문했다 사고를 당해 2015. 8. 15. 사망하고 말았다. 그러자 A의 가족인 원고들은 위 수영장의 설치운영자인 회사 B, 사고 당시 위 수영장 시설의 안전관리책임자 C, 수영장 사용허가를 내준 지방자치단체 D를 상대로 ① A의 재산상 손해(일실수입, 기왕치료비, 장례비) 및 위자료, ② 원고들 본인의 위자료 합계액을 배상하라는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하였다. 원고들의 청구에 대하여, 제1심 법원은 지방자치단체 D에 대한 청구는 기각하고, 수영장 운영회사 B 및 안전관리책임자 C에 대한 청구에 대하여는 60%의 책임제한을 두고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였다. 그리고 제1심 법원은 종래 육체노동자의 경험칙상 가동연한인 60세를 기준으로 A의 일실수입을 산정하였다. 원고들은 B 및 C에 대해서만 항소하며, 한편으로는 이들의 업무상 주의의무 위반 정도에 비추어 볼 때 60%의 책임제한 비율은 과다하다 주장하고, 다른 한편으로 가동연한이 적어도 만 65세는 되어야 한다고 주장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항소심인 원심 법원은 피고들에 대한 60%의 책임제한은 타당하다고 밝히고, 가동연한을 높여야한다는 주장에 대하여는 아무런 판단 없이 재차 가동연한을 60세로 하여 일실수입을 산정하였다. 대신 원심 법원은 A와 원고들의 위자료 액수를 제1심보다 다소 높여주는 판결을 하였다. 이에 대하여 원고들은 상고하였다. 2. 대상판결의 요지 원고들은 상고이유서에서 원심 판결에는 일실수입 산정의 기초인 육체노동자의 경험칙상 가동연한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 위자료 산정에 관한 법리 및 책임제한 비율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고 주장한 것으로 보인다. 대상판결은 원심판결은 위자료 산정에 관한 법리 또는 책임제한 비율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지 않았으나, 가동연한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였다고 판시하였다. 가동연한 법리오해 부분의 요지는 아래와 같다. 첫째, 대법관 다수의견은 ① 평균여명이 1989년 남자 67.0세 여자 75.3세에서 2015년 남자 79.0세 여자 85.2세 2017년 남자 79.7세 여자 85.7세로 늘어난 점, ② 1인당 GDP가 1989년 6,516달러에서 2015년 27,000달러 2017년 30,000달러로 늘어난 점, ③ 육제노동에 종사하는 기능직 공무원의 정년이 1989년 만 58세에서 2013년 만 60세로 늘어났고, 민간부문에서도 모든 근로자의 정년이 만 60세 이상이 되도록 의무화된 점, ④ 우리나라의 실질적 은퇴연령은 남성 72.0세 여성 72.2세이고 60세 내지 64세의 경제활동참가율이 1989년 52.0%에서 2015년 61.7% 2017년 61.5%로 상향된 점, ⑤ 현행 고용보험법이 65세 이후 새롭게 고용된 자에 대하여 적용되지 않는 점, ⑥ 국민연금 수급개시연령이 점차 연장되어 2033년 이후에는 65세 이르게 되는 점, ⑦ 각종 사회보장 법령에서 국가가 적극적으로 생계를 보장해야 하는 고령자 내지 노인을 65세 이상으로 규정한 점, ⑧ 고령자 인구분포 등 각종 고령자 관련 통계가 65세 이상 인구를 기준으로 이루어진다는 점에 비추어 “육체노동의 가동연한을 만 60세까지로 보았던 종전의 경험칙은 그 기초가 된 경험적 사실의 변화에 따라 더 이상 유지하기 어렵게 되었”다 전제하고, 원심 판단에는 막연히 종래의 경험칙에 따라 A의 가동연한을 만 60세가 될 때까지로 단정하여 가동연한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고 심리를 다하지 아니하거나 논리와 경험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난 잘못이 있다고 하였다. 따라서, 원심판결 중 일실수입에 관한 원고들의 패소 부분은 파기 환송되었다. 둘째, 일부 대법관들은 육체노동의 경험칙상 가동연한이 60세 이상이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환송하기로 한 다수의견의 결론에는 동의하나, 육체노동의 경험칙상 가동연한은 65세가 아닌 63세여야 타당하다는 별개의견을 밝혔다. ① 60세에서 64세의 경제활동참가율이 약 60% 정도이고 그 연령대 이후 사망확률이 급격히 높아지는 점, ② 피해자가 어릴수록 위 연령대에 이르지 못하고 사망할 확률이 성인보다 높다는 점, ③ 일반적인 법정정년 및 연금 수급개시연령이 2018년 현재 63세를 넘지 못하고 가까운 미래에도 크게 달라질 것 같지 않는 점 등 제반사정을 고려할 때 63세가 육체노동의 적정 가동연한이라는 것이다. 셋째, 일부 대법관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60세를 넘어서도 일할 수 있다는 데에는 이견이 없으나 대법원이 육체노동의 가동연한을 65세 또는 63세 등 특정 연령으로 선언하는 것에는 반대한다는 별개의견을 밝혔다. 법률심인 대법원은 일률적인 가동연한의 선언 대신 “경험칙상 가동연한은 법정정년 이상”이라는 등 포괄적인 법리만 제시하고, 개별 사안에서 그 이상의 가동연한을 인정할지 여부는 사실심의 몫으로 남겨두자는 것이다. 넷째, 일부 대법관들은 육체노동의 가동연한을 65세로 본 다수의견을 옹호하는 보충의견을 밝혔다. 가동연한을 63세로 본 별개의견에 대하여는 통계청 기준 건강수명 및 각종 연금수급개시연령·사회보장혜택을 받을 수 있는 연령이 65세라는 점 등을 이유로 반박하고, 대법원이 가동연한을 일률적으로 선언하면 안 된다고 본 별개의견에 대하여는 특정 연령으로 정한 경험칙상 가동연령을 선언함으로써 법적 안정성을 도모할 수 있고 특별한 사정이 있다면 선언된 것보다 많거나 적은 가동연령을 인정함으로써 구체적 타당성의 저해를 막을 수 있다며 반박하였다. 3. 대상판결의 해설 일실수입(일실이익)은 불법행위가 없었더라면 피해자가 장래 얻을 수 있었으리라고 예측되는 소득이다. 일실수입을 산정하기 위해서는 피해자의 사고 당시 수입을 산정하고, 상해를 입은 경우 노동능력상실률을 밝히며, 가동기간을 정하여야 한다. 가동기간을 정하기 위해서는 피해자의 기대여명과 가동연령이 확정되어야 한다. 이 중 가동연령은 노동을 하여 수익을 취할 수 있는 기간을 뜻하므로, 원칙적으로 피해자가 성년이 되는 시점에 개시되어 노동을 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되는 마지막 시점에 종료된다. 가동기간의 종료시점을 ‘가동연한’이라고 한다. 판례는 우리나라 국민의 평균여명, 경제수준, 고용 조건 등의 사회적·경제적 여건 외에 연령별 근로자 인구 수, 취업률 또는 근로참가율 및 직종별 근로 조건과 정년 제한 등 제반 사정을 조사하여 이로부터 경험칙상 추정되는 가동연한을 도출하거나, 또는 피해 당사자의 연령, 직업, 경력, 건강상태 등 구체적인 사정을 고려하여 그 가동연한을 인정할 수 있다는 전제 하에, ① 정년이 보장된 자(공무원, 공기업 직원 등)의 경우 보장된 정년을 가동연한으로 보고, ② 특수직업종사자(운동선수, 의사, 변호사 등)의 경우 그 직종의 특성을 고려해 개별적인 가동연한을 산정하며, ③ 일용노동자의 경우 경험칙상 추정되는 가동연한을 도출해왔다. 대법원이 1989년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우리나라의 사회적, 경제적 구조와 생활여건이 급속하게 향상 발전됨에 따른 제반사정의 변화에 비추어 보면 이제 일반육체노동 또는 육체노동을 주된 내용으로 하는 생계활동의 가동연한이 만 55세라는 경험칙에 의한 추정은 더 이상 유지되기 어렵다고 하지 않을 수 없으며 오히려 일반적으로 만 55세를 넘어서도 가동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 경험칙에 합당하다”고 판단한 이래로(대법원 1989. 12. 26. 선고 88다카16867 전원합의체 판결), 일용노동자의 경험칙상 가동연한은 만 60세로 인정되어 왔다. 그런데, 대상판결은 육체노동의 가동연한을 만 60세로 본 종전의 경험칙이 더 이상 유지되기 어렵게 되었다면서, 1989년 전원합의체 판결 이후 30년 만에 육체노동의 경험칙상 가동연한을 만 65세로 상향시킨다고 선언하였다. 이에 대하여 만 65세는 적정한 가동연한으로 볼 수 없다거나 대법원이 특정 연령을 가동연한으로 선언하는 판결을 지양해야 한다는 별개의견들이 있으나, 중요한 것은 종래의 가동연한이 국민들의 고령화, 경제상황의 변화, 정책과 제도의 변화로 인하여 현실과 상당한 괴리가 있다는 학계 및 사회 일반의 공통된 인식이 대상판결을 통해 받아들여졌다는 점이다. 대상판결에 의한 가동연한의 상향조정으로, 당장 A의 가족들 및 그와 동일·유사한 손해배상 분쟁에서 인정될 일실수입이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가동연한의 상향은 손해배상 소송 외의 다른 사회 문제와 연관될 가능성이 있다. 우선, 대상판결을 근거로 근로자들이 사용자 측에 정년을 65세 이상으로 연장해달라고 요구할 가능성이 높아졌고, 그 결과 거시적으로는 한정된 일자리를 놓고 세대 간 갈등이 초래될 새로운 변수가 생기게 되었다. 또한, 대법원의 2018. 11. 29.자 공개변론에서 가동연한의 상향으로 보험료가 인상되어 보험가입자의 경제적 부담이 증가될 것이라는 의견이 제출된 바 있는데, 실제로 가동연한이 상향됨에 따라 자동차보험 등 관련 손해보험 상품의 약관내용 및 보험료, 보험금 액수에 관한 논의가 촉발될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 다수의견이 판결의 근거로 제시한 경험칙은 통상인이라면 의심을 품지 않을 정도로 진실하다고 확인을 가질 수 있는 정도에 이르는 고도의 개연성을 말한다. 사법부의 최고 기관에서 현재 우리나라의 일반인은 실제로 65세까지 육체노동 일을 할 수 있다고 선언한 이상 입법·행정도 그에 발맞춰 전체 법질서 제도 개선을 해나가야 할 것이다. 윤동욱 변호사 (법률사무소 서희)
전원합의체
육체노동
가동연한
윤동욱 변호사 (법률사무소 서희)
2019-03-08
형사일반
미신고 외화예금 거래의 형사처벌 기준
피고인 정○○는 거주자로서 지정거래 외국환은행의 장에게 신고를 하지 아니하고, 2016. 11. 7.경 필리핀 랑카완에서 비거주자인 필리핀 소재 금융기관 'M뱅크'와 사이에 'MDL' 회사 명의로 예금거래계약을 체결하고 예금계좌를 개설한 후 같은 날 미화 500달러를 예금한 것을 비롯하여, 그때부터 2017. 8. 9.경까지 31회에 걸쳐 미화 합계 4,555,785달러(한화 5,217,684,306원 상당)를 예금하여 외화예금 거래를 하였다는 혐의 등과 관련하여 외국환거래법위반죄 등으로 기소되었다. 1심은 "피고인의 외국환 예금거래행위가 포괄하여 외국환거래법 제29조 제1항 제3호, 제18조 제1항 위반죄의 일죄가 된다."고 보아 전부 유죄로 판결하였다. 그러나 항소심은 "금액을 일부러 나누어 거래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미신고 자본거래가 형사처벌 대상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원칙적으로 개별 자본거래, 개별 예금행위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하고, 개별적으로 이루어지는 자본거래 금액이 10억 원을 초과하는 경우에만 형사처벌 대상이 된다."고 보아, 피고인의 외국환거래법위반에 관하여는 무죄라고 판단하였다. 대법원은 "피고인이 한 총 31회의 외화예금거래 중 10억 원을 초과하는 거래는 단 한건도 없고, 범죄일람표 순번 6번 거래까지는 합계액이 10억 원에 미달하다가 순번 7번의 거래를 합하면 비로소 그 합계액이 10억 원을 초과하게 된다. 이 사건의 쟁점은 외국환거래법상 자본거래의 일종인 예금거래에 관하여 개별 예금거래 금액이 처벌기준인 10억 원을 초과하지는 않지만 일정 거래금액을 합하면 10억 원을 초과하는 경우의 처벌 가부"라고 하면서 "피고인들의 외화예금거래 당시 미신고 자본거래에 관하여 그 금액이 10억 원을 초과하는 경우 형사처벌 대상으로, 10억 원 이하인 경우에는 과태료 부과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었고, 거래 건당 금액이 미화 2,000달러 또는 3,000달러 이하인 경우에는 신고의무 자체가 면제되었다. 만약 관련 규정을 일정 기간 동안 이루어진 미신고 자본거래의 총액이 10억 원을 초과하는 경우 형사처벌의 대상이 된다고 해석할 경우, 신고의무 면제 대상 또는 과태료 부과 대상에 불과하던 자본거래가 누적되어 총액이 10억 원을 초과하게 되었다는 우연한 사정에 의하여 소급하여 신고 대상 또는 형사처벌 대상이 되는 불합리한 결과를 야기하게 된다. 외국환거래규정에서는 개별 자본거래가 누적되어 일정 금액 이상이 되는 경우를 규율할 필요가 있을 때에는 별도의 규정(예컨대 외국환거래규정 제7-2조 제8호 및 제9호, 제7-11조 제3항 제1호 등)을 두고 있으며, 외국환거래법 제29조 제1항 제3호, 제18조 제1항 본문에 의하여 처벌대상이 되는 자본거래는, 금액을 일부러 나누어 거래하는 이른바 '분할거래 방식'의 자본거래에 해당한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개별적으로 이루어지는 자본거래 금액이 10억 원 이상인 경우를 의미한다고 보아야 한다"고 밝혔다. 또한 대법원은 "개별적인 미신고 자본거래가 외국환거래법 위반죄의 구성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는 이상 일정 거래금액을 합하면 그 구성요건을 충족하는 결과가 된다고 하더라도 그 전체 행위를 포괄일죄로 처단할 수 없다."고 판시하였다. 결론적으로 대법원은 "10억 원을 초과하는 미신고 고액 외환거래를 형사처벌하도록 규정한 외국환거래법 위반 여부를 판단할 때에는 송금 횟수나 금액, 계좌 수에 상관없이 '1회 송금액'을 기준으로 개별적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최종 판단한 것이다. 외국환거래법은 제1조에서 "이 법은 외국환거래와 그 밖의 대외거래의 자유를 보장하고 시장기능을 활성화하여 대외거래의 원활화 및 국제수지의 균형과 통화가치의 안정을 도모함으로써 국민경제의 건전한 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이와 같이 법의 제정 목적 자체가 외국환거래의 자유를 제한하거나 통제하려는 것이 주된 것이 아니라 외국환거래의 자유를 보장하는 것을 주된 목적으로 삼고 있으므로, 위와 같은 대법원의 태도는 입법 취지에 부합하는 합당한 판결이라고 사료된다. 또한, 거래 건당 금액이 누적되어 총액이 10억 원을 초과하게 되었다는 우연한 사정으로 인하여 소급하여 형사처벌 대상이 되는 불합리한 결과를 초래하는 경우를 방지하는 이 사건 대법원 판결이 죄형법정주의원칙상으로도 올바른 판단이라고 생각된다. 뿐만 아니라, '포괄일죄'는 동일 죄명에 해당하는 수 개의 행위 또는 연속한 행위를 단일하고 계속된 범의 하에 일정 기간 계속 행하고 그 피해법익도 동일한 경우에 성립하는 것이기는 하지만, '포괄일죄를 구성하는 개별 행위 자체도 원칙적으로 "각각" 그 범죄의 구성요건을 갖추어야 하는 것'이므로, 행위자의 개별적인 미신고 자본거래가 외국환거래법 위반죄의 구성요건인 10억 원을 충족하지 못하는 이상, 일정 기간 동안의 미신고 자본거래금액을 합치면 10억 원을 초과하게 되는 결과가 된다 하더라도 그 전체 행위를 포괄일죄로 처벌할 수 없다고 해석하는 것이 포괄일죄의 기본개념에도 부합한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앞으로 1회 송금액이 10억 원을 초과하지 아니하고 송금 합계액이 10억 원을 초과하는 미신고 외화거래를 형사처벌하기 위해서는, 검찰이 기소 전단계에서 "금액을 일부러 나눠 거래하는 이른바 '분할거래 방식'의 자본거래에 해당한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에 대해 수사를 통해 입증해야할 것으로 보인다. 이태한 변호사 (법무법인 동인)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미신고자본거래
외국환거래법
이태한 변호사 (법무법인 동인)
2019-03-06
형사일반
[판례해설] 사선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
구속영장청구서에 사선변호인의 기재가 누락됨에 따라 국선변호인만 참여한 가운데 이루어진 피의자심문과 그에 따른 구속은 적법한가? - 서울고등법원 2018. 11. 27. 선고 2018노1617 마약류관리에관한법률위반(향정) 판결 - 1. 사건의 개요 가. 외국인인 피고인은 국제특급우편을 이용하여 필로폰을 수입하였다는 혐의로 체포영장에 의하여 체포되었다. 체포된 다음날 검사의 피의자신문이 있었는데, 피고인이 선임한 변호사(이하, 사선변호인)가 피의자신문 직전에 변호인선임계를 제출하고 피의자신문 절차에 참여하였다. 나. 검사는 피의자신문을 한 당일 구속영장청구서의 ‘변호인’ 란에 아무런 기재를 하지 아니한 채 피고인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하였다. 다. 관할 지방법원 판사는 형사소송법 제201조의2 제8항에 따라 직권으로 국선변호인을 선정한 다음 그 국선변호인을 참여하게 하여 피의자심문 절차를 진행한 후 구속영장을 발부하여 피고인이 구속되었다. 2. 관계 법령 및 쟁점 헌법과 형사소송법 및 형사소송규칙에 의하면, 누구든지 체포 또는 구속을 당한 때에는 즉시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가지고, 체포된 피의자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검사로서는 사선변호인이 있는 경우 구속영장청구서의 ‘변호인’란에 사선변호인의 성명을 기재하여야 하며, 구속영장 청구를 받은 관할 지방법원 판사로서는 사선변호인에게 피의자심문의 기일과 장소를 통지함으로써, 사선변호인이 피의자심문 기일에 출석하여 의견을 진술하거나 이를 위해 체포된 피의자를 사전에 접견하고 구속영장청구서 등의 서류를 열람할 권리를 보장하여야 한다. 사선변호인이 존재함에도 구속영장청구서에 그 기재가 누락된 결과, 판사가 직권으로 선정한 국선변호인만 구속영장 청구에 따른 피의자심문 절차에 참여한 경우 체포된 피의자의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가 실질적으로 침해되었다고 볼 것인지가 쟁점이다. 3. 대상판결의 내용 헌법이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와 관련하여 피고인 등에게 보장하는 것은, 스스로 변호인을 선임하여 그 조력을 받을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하고, 피고인 등이 스스로 변호인을 구할 수 없을 때에는 법률이 정하는 바에 따라 국가가 변호인을 선정하여 주는 것이므로, 헌법이 정하는 변호인 조력권의 본령은 사선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이다. 구속영장청구서에 사선변호인의 성명이 기재되지 않음으로써 체포된 피의자가 사선변호인의 조력을 받지 못한 채 피의자심문이 실시되었다면, 그와 같은 피의자심문 절차에는 체포된 피의자의 사선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핵심적·본질적으로 침해한 위법이 있다. 이 과정에서 체포된 피의자에게 국선변호인이 선정되어 그 국선변호인이 피의자심문에 참여하였더라도 위와 같은 기본권 침해가 정당화된다거나 그 절차의 하자가 치유된다고 볼 수 없다. 이와 같이 위법한 피의자심문 결과 이루어진 구속은 헌법상의 적법한 절차를 위반한 것으로서 위법하며, 위법한 구속을 토대로 하여 수집된 검사 작성의 피고인에 대한 제2회 피의자신문조서는 형사소송법 제308조의2가 정하는 적법한 절차에 따르지 아니하고 수집한 증거에 해당하므로 증거로 쓸 수 없다. 4. 대상판결의 의의 체포·구금된 피의자 등이 사선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 및 형사피고인이 국선변호인으로부터 조력을 받을 권리는 헌법상의 기본권(헌법 제12조 제4항)이다. 반면에, 형사피의자가 국선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는 체포, 구속된 경우에 한하여 인정되는 형사소송법상의 권리(형사소송법 제201조의2 제8항, 제214조의2 제10항)일 뿐 헌법에 의하여 당연히 보장·파생되는 헌법상 권리라고 볼 수 없다[헌법재판소는 국가가 형사피의자를 위한 국선변호인제도를 입법하여야 할 헌법적 의무가 없다고 하였다(헌법재판소 2008. 7. 1. 선고 2008헌마428 결정 참조)]. 대상판결의 원심은, 국선변호인이 참여한 가운데 피의자심문이 이루어졌으므로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가 침해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그러나 대상판결은, ① 헌법상 보장되는 기본권인 사선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침해당한 체포된 피의자에게 형사소송법 차원에서 규정된 국선변호가 제공되었다고 하여 기본권 침해가 정당화될 수 없고, ② 이 사건의 경우가 형사소송법 제201조의2 제8항 국선변호인의 선정 요건인 ‘변호인이 없는 때’에 해당하지도 않아 피의자심문 절차가 적법하다고 볼 수 없을 뿐만 아니라, ③ 구속영장 청구에 따른 피의자심문 단계는 변호인의 법적 조력이 가장 절실하고 긴요한 때인데, 미리 선임된 사선변호인에 비해 나중에 선정된 국선변호인의 변호준비기간이 짧을 수밖에 없는 점에 근거하여, 체포된 피의자의 사선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헌법적 권리가 실질적으로 침해되었다고 판단한 것이다. 체포된 피의자에 대하여 구속영장을 청구받은 판사는 지체 없이 피의자를 심문하여야 하고, 이 경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구속영장이 청구된 날의 다음날까지 심문하여야 하는데(형사소송법 제201조의2 제1항), 구속영장 청구 이후 선정된 국선변호인이 위 시간적 제약 때문에 피의자심문 시작 직전에야 체포된 상태의 피의자와 그것도 비교적 짧은 시간 동안 접견을 하고 바로 피의자심문에 임하는 경우가 실무상 대부분이라고 알고 있다. 체포된 피의자의 사선변호인으로서 시간에 쫓긴 나머지 밤을 꼬박 세우다시피하여 피의자심문을 준비하고서도 결국 변호준비부족으로 인한 아쉬움을 절감하였던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대상판결의 판단에 공감하기 쉬울 것이다. 대상판결은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헌법적 권리의 의미와 범위를 명확히 하고 그 실질적인 보장을 강조한 데에 의의가 있다고 하겠다. 윤태호 변호사 (법무법인(유한) 태평양)
국선변호인
마약류관리에관한법률
사선변호인
윤태호 변호사 (법무법인(유한) 태평양)
2019-02-14
민사일반
[판례해설] 전화 모집 보험의 고지의무 위반
- 서울고등법원 2017나2055603 판결 - [본 판결의 내용] 사안은 보험회사인 원고와 보험계약자인 피고가 2014.1.20. 피고를 피보험자로 하여 상해후유장해 등을 담보하고, 보험기간을 2014.1.20부터 2061.1.20.까지로 정하는 보험계약(이하 ‘이 사건 보험계약’)을 ‘전화’를 통해 체결하였다. 피고는 이 사건 보험계약 체결 전인 2011. 7.7. 우측 상악 악성 법랑모세포종 절제술 및 장골이식수술(이하 ‘2011년 수술 관련 병력’)을 받았고 그 이전인 98년에도 우측 상악동 종양 수술을 받았다. 이 사건 보험계약 체결 후인 2014. 10.16. 우측 상악부 재발성 법랑모세포종이 재발하여, 좌측 상악 절제술을 받은 후 언어장애, 연하 및 저작장애 등의 후유장해가 발생하는 사고(이하 ‘이 사건 보험사고’)를 이유로 2015.9.3. 원고에게 이 사건 보험계약에서 정한 보험금 지급을 청구였으나, 원고는 피고가 2011년 수술 관련 병력을 알리지 않았기 때문에 보험계약자의 고지의무 위반하였음을 이유로 이 사건 보험계약을 해지한 사안이다. 법원은 피고의 2011년 수술 관련 병력은 고지의무의 대상이 되는 ‘중요한 사항’에 해당되고, 텔레마케터(전화로 보험을 모집하는 설계사)가 전화를 통해 청약사항을 진행하면서 피고에게‘ 최근 5년 이내에 수술 내지 암 등의 질병확정 진단을 받았는지’를 문의하였으나, 피고는 이에 대하여 ‘수술 관련 병력이 없다’는 답변을 하였는데, 피고의 2011년 수술 관련 병력은 고지의무 대상에 해당되고, 피고가 이를 고지하지 않은 것은 고지의무 위반으로 판단하였다. 피고는 과거 다른 회사 보험을 가입하면서 위 98년 상악동 종양 수술을 고지하였던 것을 근거로 고지의무 이행을 주장했으나, 이는 최근 5년내 병력 고지가 아니고 다른 보험회사에 고지한 것을 이 사건 원고에게 고지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또한 피고는 텔레마케터의 말이 빠르고 발음이 부정확하여 피고가 병력을 고지할 기회를 얻지 못하였다고 주장하였는데, 법원은 설령 텔레마케터의 말이 빠르고 발음이 부정확하였다고 할지라도 피고가 그 내용을 다시 확인하지 아니한 채 대답한 점에 비추어 보면 피고는 텔레마케터가 하는 말의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였던 것으로 보아 피고에게 병력을 고지할 기회를 제공하였다고 판단하였다. 결국 피고는 이 사건 보험계약을 체결하면서 중요한 사항을 고지할 의무를 위반하였고, 원고는 피고의 이와 같은 고지의무 위반을 이유로 이 사건 보험계약을 해지했는데 이는 적법하다고 판단하였다. [본 판결의 해설] 상법은 보험계약 당시에 보험계약자 또는 피보험자가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인하여 중요한 사항을 고지하지 아니하거나 부실의 고지를 한 때에는 보험자는 일정한 기간내에 보험자가 계약을 해지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는데(상법 제651조 참조), 이를 보험계약자 등의 고지의무라고 한다. 보험은 사고발생에 대한 위험률을 기초로 보험료를 산정해야 하는데 보험회사가 개별보험계약마다 위험상태를 측정하는 것은 불가능하고 이러한 정보는 현실적으로 보험계약자나 피보험자가 알고 있으므로 이러한 정보의 비대치성으로 인하여 보험회사는 피보험자의 위험상태 측정이 곤란하므로 보험계약자 등에게 고지의무를 부여하고 있다. 이러한 고지의무는 보험단체를 도덕적 위험으로부터 보호하는데 기여한다. 사안에서 피고의 2011. 7.7. 의 수술 관련 병력이 ‘중요한 사안’인지가 문제가 되었는데, 보험자가 서면으로 질문한 사항은 보험계약에 있어서 중요한 사항에 해당하는 것으로 추정하고(상법 제651조의2), 위 서면에는 보험청약서도 포함된다고 보고 있다(대법원 2004.6.1. 선고 2003다18494 판결 등). 그런데, 사안은 대면 보험가입이 아닌 전화를 통한 보험가입으로 보험모집, 청약, 계약체결 등의 전 과정이 전화로 이루어지는 특징이 있다. 보험청약서가 ‘중요한 사항’에 포함된다는 판결(대법원 2004.6.1. 선고 2003다18494 판결 등)은 모두 실제로 ‘서면’이 제공된 사안이다. 이에 반하여 사안의 경우는 실제로 ‘서면’이 제공된 것은 아니고 모든 것이 전화로 이루어졌다는 점에 특징이 있다. 이와 관련하여 피고는 텔레마케터의 말이 빠르고 발음이 부정확하여 피고가 과거병력을 고지할 기회를 얻지 못하였다는 주장을 하였는데, 법원은 설령 텔레마케터의 말이 빠르고 발음이 부정확하였다고 할지라도 피고가 그 내용을 다시 확인하지 아니한 채 대답한 점에 비추어 보면, 피고는 텔레마케터의 하는 말의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였던 것으로 보아 피고에게 병력을 고지할 기회를 제공하였다고 판단하였는데, 실제로 텔레마케터의 말이 빨라서 설명을 제대로 듣지 못하는 현실이 있는 점을 고려하면, 단순히 녹취록만 보고 이를 판단할 것은 아니고, 실제 녹음을 들어보는 방법 등을 통하여 텔레마케터의 말이 빠르고 발음이 부정확하였는지에 대하여 보다 심도 있는 판단이 필요할 것이다. 기존에도 고지의무 위반에 대한 판례는 많았지만, 사안의 경우 ‘전화’를 통한 보험을 가입한 경우에도 고지의무 위반에 대하여 대면 보험가입과 동일하게 판단하였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할 것이다. 최혜원 변호사 (김앤장 법률사무소)
고지의무
채무부존재확인
보험가입
최혜원 변호사 (김앤장 법률사무소)
2019-02-14
민사일반
몰래 녹음해도 괜찮을까
- 서울중앙지방법원 2018. 10. 17. 선고 2018가소1358597 판결 - 1. 판결요지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음성이 자신의 의사에 반하여 함부로 녹음, 재생, 녹취, 방송, 복제, 배포되지 않을 권리를 가지는데, 이러한 음성권은 헌법적으로도 보장되고 있는 인격권에 속하는 권리이다(헌법 제10조 제1문). 그러므로 동의 없이 상대방의 음성을 녹음하고 이를 재생하는 행위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음성권을 침해하는 행위에 해당하여 불법행위를 구성한다. 2. 해설 상대방과의 대화를 몰래 녹음하는 건 합법일까 불법일까. 이 질문은 법조인이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일 것이다. '불법이긴 한데요, 처벌되진 않아요. 위자료는 줘야 될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어요.'라고 답변하면 아리송해 한다. 자선이나 폭행처럼 선악이 명확하면 좋겠지만, 우리 삶에는 경계에 있는 행위들이 너무도 많이 있으며 비밀녹음(내용이 비밀인 것이 아니라 녹음을 상대방 모르게 하는 것이어서 ‘몰래 녹음’이 더 직관적인 표현이라고 생각하지만, 판결에서는 ‘비밀녹음’이라 표현하고 있으므로 이를 따른다)은 대표적인 예다. 통신비밀보호법은 상대방과의 통화를 몰래 녹음하는 것(이를 법에서는 제3자가 몰래 녹음하는 행위로서 형사처벌의 대상인 '감청'과 대비하여, '채록'이라고 표현한다)을 처벌하고 있지 않으며, 비밀녹음은 원칙적으로 불법이라고 선언한 대법원판결은 발견하지 못했다. 그러나 일선 법원에서는 '비밀녹음=위법'을 당연한 전제로 재판을 하고 있다. 즉, 실제 민사·행정재판에서는 비밀녹음 자체의 합법성에 관한 법리논쟁은 없고, 녹음을 한 경위에 정당성이 있는지에 관한 사실다툼만 있다. 우선, 비밀녹음 자체를 불법행위로 보고 이에 대해서 위자료를 인정하는 판결이 있다(대상판결, 수원지방법원 2013. 8. 22. 선고 2013나8981 판결, 서울중앙지방법원 2016. 7. 21. 선고 2015가단5324874 판결 등 다수). 우리 법과 법원은 언론출판의 자유를 강하게 보호하고 표현행위에 대한 사전금지를 불허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밀녹음을 녹취한 내용으로 작성한 기사에 대해서 삭제를 명한 판결이 있다(서울고등법원 2010. 6. 23. 선고 2008나63491 판결). 회사 내에서 동료직원들의 대화내용을 비밀녹음하는 행위는 사생활을 침해하고 불신을 야기해 화합을 해하는 것으로 징계사유에 해당한다는 판결도 있다(대법원 1995. 10. 13. 선고 95다184 판결). 비밀녹음한 것을 배포할 경우에는 명예훼손으로 처벌될 수 있다. '비밀녹음=원칙적 불법'을 전제로 한 판결들도 많이 있고, 비밀녹음을 하면 상대방이 불쾌하리라는 것은 누구나 예상가능한 일임에도 불구하고 비밀녹음이 만연한 이유는 무엇일까. 비밀녹음의 동기는 크게 법원에 제출하는 것과 사회에 유포하는 것 2가지다. 법원은 민사소송법 제202조(자유심증주의)에 따라 비밀녹음도 증거로 인정하고 있고, 일반 국민들도 녹음 자체를 비난하기 보다는 비밀녹음된 대화를 듣고서 상황을 판단하려는 경향이 있다. 비밀녹음하지 않고는 진실을 밝힐 방법이 없는 상황도 많다(법원이 증거로 채택하는 이유도 그러할 것이다). 음성권 침해에 대한 위자료는 100~300만원 수준이므로 진실을 밝히고 재판이나 여론을 유리하게 이끌기 위해서 감수할 수도 있다. 비밀녹음을 근절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비밀녹음 자체를 처벌하고 법원에서 비밀녹음한 증거는 일절 받아주지 않으면 된다. 그러나, 비밀녹음을 할 수 밖에 없는, 비밀녹음이 정당화되는 상황도 존재하는 것이 현실이다. 3. 대상판결의 의의 비밀녹음은 원칙적으로 위법하지만 정당한 사유가 있으면 허용되며, 이는 '제반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사회윤리 내지 사회통념'에 따라 평가된다. 문제는 '사회통념'이 무엇인지 감을 잡는 것이 어렵다는 점이다. 대상판결은 보통 사람들이 흔히 겪을 수 있는 상황을 구체적으로 묘사하면서 비밀녹음이 정당화되는 사유를 제시함으로써 수범자들로 하여금 경계를 지킬 수 있도록 돕는 이정표 하나를 만들어 주었다. 앞으로도 이러한 이정표가 많이 나오기를, 한편으로는 우리 사회의 신뢰지수가 높아져서 비밀녹음 자체가 줄어들기를 바래본다. 박종명 변호사 (법무법인 강호)
손해배상청구
녹음
음성권
박종명 변호사 (법무법인 강호)
2018-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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