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방법원 제27형사부 판결
【사건】 2019고합1085, 2020고합85(병합), 2020고합92(병합), 2020고합645(병합) 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사기), 나. 위계공무집행방해, 다. 배임수재, 라. 독점규제및공정거래에관한법률위반, 마. 입찰방해
【피고인】 1. 가.나.다.라.마. A (58-1), 2. 가.나.라. B (77-1), 3. 라. 주식회사 C, 4. 라. D 주식회사
【검사】 김용식, 김준선(기소), 성재호(공판)
【변호인】 법무법인 이룸 담당변호사 김용호, 이희석, 법무법인 동서남북 담당변호사 김종영, 법무법인 이제 담당변호사 김문성, 김민지, 법무법인 파라클레투스 담당변호사 이명규, 법무법인 케이디에이치 담당변호사 유일준(이상 피고인 A를 위하여), 법무법인 율촌 담당변호사 표정률, 박현아, 이정윤, 이재근, 박영석(피고인 B, 피고인 주식회사 C, 피고인 D 주식회사를 위하여)
【판결선고】 2022. 2. 15.
【주문】
1. 피고인 A를 징역 2년에 처한다.
다만 이 판결 확정일로부터 3년간 위 형의 집행을 유예한다.
피고인 A로부터 430,000,000원을 추징한다.
위 추징금 상당의 가납을 명한다.
피고인 A에 대한 공소사실 중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사기)의 점, 각 독점규제및공정거래에관한법률위반의 점, 위계공무집행방해의 점, 각 입찰방해의 점, E, F로부터의 각 배임수재의 점1)은 각 무죄.
피고인 A에 대한 판결 중 무죄 부분의 요지를 공시한다.
[각주1] E으로부터의 배임수재는 2019고합1085의 공소사실 중 일부이며, F부터의 배임수재는 2020고합92의 공소사실이다.
2. 피고인 B, 피고인 주식회사 C, 피고인 D 주식회사는 각 무죄.
위 피고인들에 대한 판결의 요지를 공시한다.
【이유】
범 죄 사 실
『2019고합1085』
1. 피고인 등의 지위
(주)C(이하 ‘C’이라 함)은 1996. 7.경 의약품 제조판매 및 수출입업 등을 목적으로 설립된 법인이고, (주)G(이하 ‘G’라 함)는 의약품 수입업 등을 목적으로 2007. 12.경 C 인적 분할을 통해 설립된 법인이며, D(주)(이하 ‘G’이라 함)는 의약품 도매업 등을 목적으로 2010. 8.경 C 인적 분할을 통해 설립된 법인이다(이하 C, G, D 등 위 3개 회사를 통칭하여 ‘C 계열사들’이라고 함).
피고인 A는 2002년 C RA(Regulatory Afair)본부장으로 입사한 후 2003. 3. 11. C의 대표이사로 취임하여 이 사건 공소제기일 현재 재직하고 있었고, 2008. 1.경부터 2009. 2. 1.까지 G의 대표이사로 재직하였으며, 2010. 8. 5. D의 대표이사로 취임하여 이 사건 공소제기일 현재 재직하고 있었다.
H은 의약품 도소매업체 (주)I(이하 ‘I’이라 함)의 대표이사로서 I 및 (주)J(이하 ‘J’이라 함)을 운영하고 있다.
2. 범죄사실
피고인은 C과 D의 대표이사로 재직하며 C 계열사들의 백신 등 의약품 제조수입·판매·유통·영업 등 업무 전반을 총괄하고 있다.
피고인은 2015. 12.경 서울 송파구 소재 K 인근 식당에서 의약품 도소매업체 I 및 J 운영자 H으로부터 C 계열사들이 공급·유통하는 백신 등 의약품의 거래처로 지정하여 주거나 단가 책정 및 물량 공급 과정에서 적정 이윤 보장 등 편의를 제공하여 달라는 취지의 부정한 청탁을 받고 그 대가로 현금 5,000만 원을 교부받은 것을 비롯하여 그 무렵부터 2019. 11.경까지 총 9회에 걸쳐 별지 범죄일람표 (2) 기재와 같이 합계 4억 3,000만 원 상당을 교부받았다.
이로써 피고인은 C 계열사들의 백신 등 의약품의 공급·유통 등 사무를 처리하는 자로서 그 임무에 관하여 H으로부터 부정한 청탁을 받고 합계 4억 3,000만 원 상당의 재물을 취득하였다.
증거의 요지
1. 증인 H의 법정진술
1. 수사보고[I H 배임증재 사건 수사기록 일부 사본 첨부], -1. 2019. 11. 27.자 자수서(H), -2. 2019. 11. 28.자 수사보고(피의자 H의 A 공여 리베이트 자금원확인), -3. I 및 J 현금거래내역, -8-3. H 휴대전화 포렌직 자료 통화내역 및 문자메시지(2019. 11. 6.) 내역 1부, -8-4. 2015~2019 L(0.5ml) 제조사별 입출고 내역 1부
법령의 적용
1. 범죄사실에 대한 해당법조 및 형의 선택
형법 제357조 제1항(포괄하여, 징역형 선택)
1. 집행유예
형법 제62조 제1항(아래 양형의 이유 중 유리한 정상 참작)
1. 추징
형법 제357조 제3항 후문
1. 가납명령
형사소송법 제334조 제1항
피고인 주장에 관한 판단
1. 증거능력에 관한 주장
가. 피고인의 주장
피고인은 검사가 제출한 증거 중 피고인에 대한 모든 검찰 피의자신문조서2)는 다음과 같은 이유로 그 진술의 임의성과 특신상태가 인정되지 아니하므로 증거능력이 없다고 주장한다. 즉 검사는 피고인을 소환해서 면담이라는 형식으로 피고인에게 자백할 것을 강권 또는 회유하면서도 이에 대하여 피의자신문조서를 작성하거나 면담의 내용에 관한 기록을 남기지 않았고, 구체적으로 피고인의 사생활, 주식거래 또는 탈세혐의 등까지 수사의 범위를 확대할 수 있다는 식으로 피고인을 부당히 압박하였는데, 피고인에 대한 모든 피의자신문조서는 피고인이 위와 같은 부당한 압박을 받고서 심리적으로 위축된 상태에서 작성되었으므로 그 진술의 임의성과 특신상태가 없다는 것이다.
[각주2] 증거목록 순번 432, 468, 498, 500, 527, 650, 687, 724
나. 관련법리
1) 피고인이 피의자신문조서에 기재된 피고인 진술의 임의성을 다투면서 그것이 허위자백이라고 다투는 경우, 법원은 구체적인 사건에 따라 피고인의 학력, 경력, 직업, 사회적 지위, 지능 정도, 진술의 내용, 피의자신문조서의 경우 조서의 형식 등 제반 사정을 참작하여 자유로운 심증으로 위 진술이 임의로 된 것인지 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대법원 2011. 2. 24. 선고 2010도14720 판결 참조).
2) 피고인이 된 피의자의 진술을 기재한 조서는 그 진술이 특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하에서 행하여진 때에 한하여 증거로 할 수 있다[구 형사소송법(2020. 2. 4. 법률 제16924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312조 제1항 단서). 여기서 ‘특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란 조서 작성 당시 그 진술 내용이나 조서 또는 서류의 작성에 허위 개입의 여지가 거의 없고, 그 진술 내용의 신빙성이나 임의성을 담보할 구체적이고 외부적인 정황이 있는 경우를 의미하는데(대법원 2006. 9. 28. 선고 2006도3922 판결, 대법원 2012. 7. 26. 선고 2012도2937 판결 등 참조), 피의자의 진술이 특신상태에서 이루어졌다고 볼 수 있는지는 구체적 사안에 따라 진술 당시의 외부적인 정황을 고려하여 개별적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 그러한 외부적 정황에는 변호인이 참여하였는지 여부, 변호인의 참여가 정당한 사유 없이 배제되었는지 여부, 장애인 등 조력이 필요한 피의자에 대해 신뢰관계인의 동석이 이루어졌는지 여부, 조사 내용에 비추어 합리적 조사기간을 초과하여 조사가 이루어졌는지 여부, 특별한 사정이 없음에도 심야 조사가 진행되었는지 여부, 진술거부권이 고지되었더라도 피의자가 그 의미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었는지 여부 등이 포함될 수 있다.
다. 판단
이 사건에 관하여 보건대, 이 사건 기록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 즉 ① 피고인에 대한 피의자신문조서 중 2019. 12. 11.자 제4회 피의자신문조서 이전의 것은 모두 혐의사실을 부인하거나 진술을 거부한 것이어서 피고인에게 불리한 사실이 기재되어 있지 않은 점, ② 피고인은 2019. 12. 9. 구속된 이후 위 제4회 피의자 신문조서가 작성된 시점부터 혐의사실을 일부라도 인정하기 시작한 점, ③ 피고인은 2019. 12. 11. 오전 검찰청에 도착한 후 검사와 면담을 하였으나, 이후 같은 날 14:10경 위 제4회 피의자신문조서의 작성 전에 변호인인 변호사 M과 약 10분 동안 접견하였고, 위 피의자신문조서 작성 과정에도 위 M이 참여한 점, ④ 위 피의자신문조서가 작성 이후에도 피고인의 요청으로 작성된 조서의 일부분이 변경되기도 한 점, ⑤ 피고인이 부당하다고 주장하는 압박의 내용도 수사과정에서 드러나는 객관적 사실 또는 수사의 단서를 기초로 한 여죄수사의 일환으로 검사가 질문을 한 것으로 그것이 불법적인 것으로는 볼 수 없는 점, ⑥ 피고인은 2019. 12. 9. 구속된 이후 같은 해 12. 27. 이 사건 공소제기가 있기까지 수명의 변호인과 약 27회의 접견을 하여 변호인으로부터 충분한 조력을 받았던 것으로 보이는 점, ⑦ 위 접견 중 10여회는 검찰청에서 검사로부터 조사를 받기 전에 행하여진 점, ⑧ 2019. 12. 11. 이후의 피의자신문조서 작성에도 모두 변호인이 참여하였고, 피고인 또는 변호인의 요청에 따라 작성된 조서의 내용이 변경(추가 또는 수정)된 것이 다수 있는 점, ⑨ 피고인에 대한 피의자신문조서 작성이 피고인의 의사에 반하거나 또는 부당하게 장시간 동안 또는 심야에 이루어진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 점, ⑩ 달리 피고인에 대한 검찰의 수사 또는 피의자신문조서의 작성 과정에서 부당하거나 불법적인 수단이 사용된 것은 찾기 어려운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설령 피고인이 구속되어 심리적으로 어느 정도 위축된 상태에서 그때까지 받고 있는 혐의 외에 새로운 혐의사실이 추가될 수도 있다는 두려움을 느끼며 진술을 하였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이 들고 있는 사정만으로는 피고인에 대한 모든 검찰 피의자신문조서가 진술의 임의성이나 특신상태가 없다고는 할 수 없다. 따라서 피고인의 이 부분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2. H으로부터 돈을 받지 않았다는 주장
피고인은 판시와 같이 H으로부터 돈을 받지 않았다는 취지의 주장을 하고 있다. 그러나 H은 수사기관에서부터 이 법정에 이르기까지 일관되게 피고인에게 돈을 주었다고 진술하고 있는 점, 피고인에게 돈을 주게 된 경위, 그 시기와 방법 및 장소 등에 관한 H의 진술이 매우 구체적이고 소상하며, 직접 경험하지 않았다면 알 수 없는 사정들까지 포함되어 있는 점, 달리 위 진술이 허위임을 의심할만한 사정은 찾기 어려운 점, 위에서 설시한 다른 증거들도 모두 H의 진술에 부합하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판시 범죄사실을 유죄로 인정할 수 있다. 따라서 피고인의 이 부분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는다.
양형의 이유
1. 법률상 처단형와 범위: 징역 1월~5년
2. 양형기준에 따른 권고형의 범위
[유형의 결정] 배임수증재범죄 > 01. 배임수재 > [제4유형] 1억 원 이상
[특별양형인자]3)가중요소: 적극적 요구
[권고영역 및 권고형의 범위] 가중영역, 징역 3년~5년
[각주3] 판시 범행과 관련하여 피고인에게 사무처리를 의뢰한 C과 D는 피고인에 대한 처벌불원의 의사를 밝혔으나(2022. 2. 11.자 참고자료제출서에 첨부된 처벌불원서), 이를 특별양형인자 중 감경요소로서 고려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위 회사들이 밝힌 처벌불원의사는 피고인의 수재액이 거래처들로부터 통상의 명절 인사치례 정도의 금액(1년에 악 2,000만 원 정도)에 그치고, 위 회사에 어떠한 재산상 피해를 준 것이 아닌 경우를 조건으로 하는 것인데, 판시 범행의 수재액은 2015. 12.경부터 2019. 11.까지 약 4년 동만 4억 4,3000만 원에 이르러서 위 회사들이 처벌불원의 조건으로 건 통상의 명절 인사치례의 범위를 훨씬 넘기 때문이다.
3. 선고형의 결정: 징역 2년, 집행유예 3년
○ 유리한 정상: 피고인은 1회의 벌금형 전과 이외에 다른 처벌전력은 없다. 피고인은 이 사건 수사 및 재관과정에서 수개월 동안 구금되어 있었다. 피고인은 이 사건으로 인하여 C의 대표이사 등 종전의 직장에서 모두 실직하였다.
○ 불리한 정상: 피고인은 이 사건 범행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피고인이 H으로부터 돈을 받은 기간이 장기간이고, 받은 돈의 액수도 매우 크다. 피고인이 H으로부터 돈을 받게 된 것도 피고인의 적극적인 요구에 의한 것으로 보인다.
○ 그 밖에 피고인의 연령, 성행, 환경, 가족관계, 건강상태, 범행의 동기와 수단 및 결과, 범행 후의 정황 등 이 사건 기록 및 변론에 나타난 모든 양형요소를 종합하여, 양형기준상 권고형의 하한을 벗어나 주문과 같이 형을 정한다.
무죄 부분(피고인 A에 대한 공소사실 중 판시 범죄사실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 나머지 피고인들에 대한 공소사실 전부)
1. 이 부분 공소사실
별지 공소사실과 같다.
2. 각 배임수재의 점에 관한 판단(피고인 A)4)
이 사건 기록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N, E, F의 진술 등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인이 E 및 F로부터 이 부분 공소사실의 기재 일시에 그와 같은 액수의 돈을 받았다는 점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없이 증명되었다고 볼 수 없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
[각주4] E, F로부터의 각 배임수재의 점이다(E으로부터의 베임수재는 2019고합1085의 공소사실 중 일부이며, F로부터의 배임수재는 2020고합92의 공소사실 전부이다).
① 이 부분 공소사실의 유력한 증거는 E과 F가 검찰과 법정에서 한 진술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들의 진술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믿기 어렵다. 우선 E의 진술에 관하여 본다. E은 이 법정에서 검찰에서 진술하게 된 경위에 관하여 다음과 같은 취지로 진술하였다. “오래된 일이라 정확히 기억이 나지 않는다. 수사를 받으며 피고인에게 돈을 준 과정에 관하여 N과 이야기를 했다. 피고인이 직접 돈을 요구한 것이 아니라 N을 통해서 요구를 전달받았다.” 위 진술에 비추어 보면, E은 피고인에게 돈을 준 일시, 경위 및 금액에 관하여 명확한 기억 없이, N과 이야기한 것을 토대로 진술을 한 것으로 보인다.
② 다음으로 F의 진술에 관하여 본다. F는 이 법정에서 검찰에서 진술하게 된 경위에 관하여 다음과 같은 취지로 진술하였다. “검찰에서 처음에는 오래된 일이라서 기억이 나지 않아서 말을 잘 못하였다. 이후 검찰청에 세 번째 갔을 때 자포자기한 상태에서 기억나는 대로, 그랬을 거 같은 거, 이런 걸 전부 말하였다. 2009년이면 10년 전인 데 그런 것까지 정확하게 기억하지 못한다. 저는 기억이 안 났는데, N 실장이 그때그때 돈을 준 것 같다고 해서 거기에 맞춰서 진술했다.” 위 진술에 비추어 보면, F는 피고인에게 돈을 준 일시, 경위 및 액수에 관한 기억은 물론이고 피고인에게 돈을 주었는지 여부 자체를 명확하게 기억하지 못하는 상태에서 N의 진술에 맞추어 진술을 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F는 검찰 조사 당시 검사가 수사관에게 자신을 구속하여 수사하자는 취지의 말을 하는 것을 듣고 구속을 면하기 위하여 이 부분 공소사실에 관하여 적극적으로 진술하게 된 것으로도 보인다.
③ 이 부분 공소사실 중 피고인이 E 또는 F로부터 돈을 받았다는 일시와 받은 돈의 액수에 관한 기재를 보더라도, 과연 피고인이 위 사람들로부터 그와 같이 돈을 받았는지는 의심이 든다. 이 부분 공소사실의 위 기재는 E과 F의 은행거래내역 중 100만 원 이상의 출금 내역만을 간추려 정리한 것에 기초하고 있는데, 다음과 같은 이유로 위 은행거래내역만으로는 피고인이 이 부분 공소사실과 같이 돈을 받았다고 보기에는 많이 부족하다. i) E과 F의 은행거래내역 중 100만 원 이상의 출금 내역이 피고인에게 그 돈을 주기 위한 것이라고 볼 근거가 없다. 상식적으로 보더라도 위 사람들이 100만 원 이상 출금한 것을 모두 피고인에게 주었다고 볼 수 없다. 또한 위 은행거래내역의 출금일시와 이 부분 공소사실에 기재된 돈을 준 일시가 일치하거나 근접해 있는 것으로도 보이지 않는다. ii) E으로부터 돈을 받은 부분에 관하여 본다. E의 위 출금 내역을 보면 2015년경부터 2016년경까지 서울, 부산, 인천, 제주 등 전국 각지에서 돈을 인출한 점, E 스스로도 사업을 운영하며 피고인 외에 다른 제약사나 병원 관계자 등에게도 리베이트 또는 친분을 이유로 돈을 주기도 한 것으로 여겨지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위와 같이 출금한 돈 전부가 피고인에게 지급되었다고 보기 어렵다. iii) F로부터 돈을 받은 부분에 관하여 본다. F는 대강이라도 피고인에게 준 돈의 액수를 기억하고 그 근거로서 위와 같은 은행거래내역을 확인한 것이 아니라 피고인에게 매해 얼마 가량의 돈을 주었다는 전제5)아래 은행거래내역을 가지고 그 출금 내역을 합하여 그와 같은 돈의 액수를 맞추려고 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F는 이 부분 공소사실에서 피고인에게 돈을 주었다는 즈음에는 국내외에서 상습적으로 도박을 하였던 것으로 보이는데, F 스스로도 ‘위와 같이 출금한 돈 중 상당 부분이 도박자금으로 사용되었는데, 출금한 돈 중에 얼마를 도박 또는 다른 용도에 사용하였고 얼마를 피고인에게 주었는지를 전혀 구별하지 못한다’는 취지로 진술하고 있다. iv) 이 부분 공소사실 중 F가 피고인을 위하여 차량 대금을 대신 지급하였다는 부분도 마찬가지로 증명이 되었다고 볼 수 없다. F는 이 부분에 대해서도 명확하게 기억을 하지 못한다는 취지로 진술하고 있고, 피고인에게 차량을 판매한 O는 차량 대금을 누가 지급하였는지는 알지 못한다고 진술할 뿐이며,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도 없기 때문이다.
[각주5] 그와 같은 전제는 검찰 또는 N이 제시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④ 이상과 같은 점을 종합하면, 설령 피고인이 그 임무에 관하여 E 또는 F로부터 돈을 받았다고 하더라도 그 일시와 받은 돈의 액수가 이 부분 공소사실의 기재와 일치한다고 볼 수 없다. 이 부분 공소사실에 기재된 돈 중에서 실제로 피고인이 받은 부분을 특정해 내는 것도 불가능해 보인다. 이는 N의 진술 등 검사가 제출한 다른 증거들을 모두 살펴보아도 마찬가지이다. 비록 E과 F가 이 부분 공소사실과 같이 피고인에게 돈을 준 것에 대해 배임증재죄로 유죄의 판결을 받았고 그 판결이 확정되었다고 하더라도, 위에서 설시한 사정들을 감안하면 그와 같은 확정판결6)만으로 이 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볼 수도 없다.
[각주6] E에 대한 판결은 서울중앙지방법원 2020고합101이고 F에 대한 판결은 같은 법원 2020고합467이다.
⑤ 한편 F는 이 부분 공소사실 중 일부의 경우에는 ‘상대적으로나마 기억이 더 잘 난다’는 취지로 증언한 바도 있지만, 이를 제외한 나머지 진술의 신빙성을 그대로 인정하기 어렵다면 그 부분 진술을 포함한 전체적인 진술의 신빙성은 이미 상당히 무너졌다고 보아야 한다(대법원 2014. 6. 26. 선고 2013도9866 판결 등 참조). 다른 부분과 달리 유독 그 부분 진술만을 신뢰할 수 있는 근거가 충분하게 제시되거나 이를 보강할 수 있는 다른 증거들에 의하여 충분히 뒷받침되는 것도 아니다.
3. 피내용 BCG 백신 관련 독점규제및공정거래에관한법률위반의 점, 위계공무집행방해의 점,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사기)의 점(피고인들 모두)7)및 입찰 방해의 점(피고인 A)에 관한 판단
가. 피고인 A와 피고인 B의 공모가 있었는지에 관한 판단
1) 이 부분 공소사실에서 나타나는 그 동기 및 피고인 A와 피고인 B의 공모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피고인 A와 피고인 B는, 2015년~2016년 당시 C 계열사들이 수입·판매하던 경피용 BCG 백신의 수요가 감소 추세에 있었는데, 2016. 9.경 경피용 BCG 백신의 부작용에 관한 언론 보도로 인하여 위와 같은 추세가 더욱 가속화되어 C 계열사들의 경영실적이 악화되고 있었던 상황에서, 이를 타개하여 C 계열사들의 경영실적을 제고하기 위한 방법으로 C 계열사들이 판매하던 위 경피용 BCG 백신을 NIP8)에 포함시키도록 하여 매년 경피용 BCG 백신을 FA부(현 FB) 측에 판매함으로써 자신들의 재고를 안정적으로 소모하도록 하기로 공모하여 이 부분 범행을 저질렀다는 것이다.
[각주7] 2019고합1085의 공소사실 중 일부(피고인 A와 2020고합85 전부(나머지 피고인들)
[각주8] 국가예방접종 지원 사업(National Immunization Program), 이하 ‘무죄 부분’에서 나오는 약어 또는 약칭은 아래 별지 공소사실에서의 그것과 같다.
2)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에 의하면 이 부분 공소사실과 같이 당시 C 계열사들이 수입·판매하던 경피용 BCG 백신의 수요가 수년째 감소하고 있었던 점, 2016. 9.경 경피용 BCG 백신의 부작용에 관한 언론 보도가 있었던 점, 피고인 A와 피고인 B 등 C 계열사들의 주요 경영진은 이미 수입하였던 경피용 BCG 백신의 재고가 판매되지 않고 계속 남아 있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관심과 노력을 기울였던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의 사정은 인정된다. 그러나 거기에서 더 나아가 피고인 A와 피고인 B가 이 부분 공소사실과 같이 공모하였다는 점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없이 증명되었다고 할 수 없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① 결핵 예방과 관련하여 경피용 BCG 백신과 피내용 BCG 백신은 둘 중 어느 하나만 접종을 하게 되면 다른 하나는 접종할 필요가 없어, 양자는 서로 경쟁하는 대체재의 성격을 갖고 있다.
② C 계열사들이 종전부터 수입·판매하던 경피용 BCG 백신은 소비자가 비용을 부담하여야 하는 반면, NIP의 일환으로 제공되었던 피내용 BCG 백신은 국가가 그 비용을 부담한다.
③ FA부는 2015년 Q사가 갑자기 피내용 BCG 백신 생산을 중단하여 국내에서 피내용 BCG 백신이 부족해지자 C 계열사들에 R사로부터 피내용 BCG 백신을 수입할 것을 요청하였다. C 계열사들은 위 요청에 따라 R사로부터 피내용 BCG 백신을 일부 수입하였는데, 그것으로도 백신의 수량이 부족하여 FA부는 2015. 10.경부터 2015. 12.경까지 경피용 BCG 백신으로 임시 NIP를 진행하였다.
④ 경피용 BCG 백신만을 수입·판매하던 C 계열사들의 입장에서는 위와 같이 피내용 BCG 백신을 수입해달라는 FA부의 요청에 적극적 또는 긍정적 태도만을 취하지는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왜냐하면 피내용 BCG 백신은 경피용 BCG 백신과 경쟁관계에 있어서, 피내용 BCG 백신의 국내 공급량이 늘어나면 자연히 경피용 BCG 백신의 수요는 줄어들게 될 것이고, 경피용 BCG 백신의 상대적 우수성을 홍보하며 판매하던 C 계열사들이 피내용 BCG 백신까지 수입한다는 것 자체가 소비자에게는 모순된 행태로 비춰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⑤ 위 ③과 같은 경피용 BCG 백신이 포함된 임시 NIP 실시로 인하여 C 계열사들의 경피용 BCG 백신의 재고가 다소간 소모되었을 것으로는 보이나, 그로 인하여 C 계열사들의 경영실적이 어느 정도 개선되었는지 구체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자료는 없다. 위 임시 NIP가 진행되던 중에는 무료로 제공되던 경피용 BCG 백신이 임시 NIP가 종료된 이후에는 다시 비용을 지불해야 해서, 이에 따른 소비자들의 경피용 BCG 백신에 대한 반감도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⑥ NIP에 경피용 BCG 백신을 포함할 것인지 여부는 FA부 또는 보건복지부에서 주로 결정을 할 정책적 사안으로 일개 민간기업 또는 민간업자의 의지대로 결정되는 사안이 아니고, 그와 같은 결정에 얼마나 시간이 걸릴지도 쉽게 가늠할 수 없다. 또한 경피용 BCG 백신이 NIP에 포함된다고 하더라도 그 구체적인 단가와 공급량은 FA부 또는 보건복지부에서 일방적으로 정하는 것이어서, 그로 인하여 C 계열사들이 희망하는 정도의 수익이 발생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⑦ 피고인 A와 피고인 B를 포함한 C 계열사들의 임원진 사이에 어떠한 방법 또는 절차를 거쳐 경피용 BCG 백신을 NIP에 포함시키게 할 것인지에 관하여 구체적 인으로 논의한 것은 없어 보인다.
⑧ 그렇다면 설령 피고인 A와 피고인 B가 경피용 BCG 백신을 NIP에 포함시키도록 하자는 취지의 대화 또는 협의를 한 것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C 계열사들의 장기적인 경영 전략 중의 하나로서 논의한 것에 불과하다고 하겠고(그와 같이 논의하였다고 하여 이것이 어떠한 처벌규정의 구성요건에 해당하는지도 의문이다), 그것만으로 이 부분 공소사실까지 공모하였다고 보기에는 많이 모자라다.
⑨ 이 부분 공소사실과 같은 피고인 A와 피고인 B 사이의 공모에 관하여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은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경피용 BCG 백신의 국내 수요가 감소하고 있고, C 계열사들의 위 백신 재고가 소진되지 않고 있다’는 등의 정황들만을 제시하고 있을 뿐, 그 증거들 중에서 직접적이든 간접적이든 피고인 A와 피고인 B 사이에 그와 같은 공모를 하였음을 인정할만한 것은 찾기 어렵다.
나. FA부의 2017년분 피내용 BCG 백신 공급에 관한 확정적 요청이 있었는지에 관한 판단
이 부분 공소사실을 판단하는 데에 있어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쟁점인, FA부가 C 계열사들 또는 피고인 A와 피고인 B에게 2017년분 피내용 BCG 백신을 수입·공급해 줄 것을 확정적으로 요청한 사실이 있었는지를 먼저 검토한다. 이 사건 기록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FA부가 피고인 A, 피고인 B 또는 C 계열사들에 2017년분 피내용 BCG 백신의 공급을 확정적으로 요청하였다고 볼 수 없다.
① C 계열사들이 2016년분 피내용 BCG 백신을 수입할 때에는 FA부장이 직접 C 계열사들의 최고 책임자라고 할 수 있는 T에게 위 백신의 수입을 요청하였고, 또 백신의 수입 및 국내 공급에 관하여 직접적 책임을 지고 있는 간부인 FA부 예방접종과 장 U, C 계열사들의 경영을 책임지고 있던 피고인 A 및 제조사인 R사 사이에서 백신의 수입 시기와 그 수량에 관해서 여러 차래 협의를 가쳐서 위 백신이 수입되었다.
② 그러나 2017년분 피내용 BCG 백신의 수입과 관련해서는 그와 같은 공식절차를 거친 흔적을 찾을 수 없다. 당시 FA부의 예방접종과장이던 V은 물론 백신의 국내 공급 업무 관련 실무자인 W, X, Y, Z 등도 C 계열사들에 문서로 공식적으로 요청하거나 구두나 유선상으로라도 확정적으로 피내용 BCG 백신의 수입을 요청하지는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③ 검사는 위 실무자들(W, X, Y, Z 등)이 C의 마케팅 본부장이던 N 또는 C 계열사들의 담당 직원들에게 수시로 전화하여 백신 수입 진행 상황을 유선으로 문의·확인한 사정들을 들며 FA부의 피내용 BCG 백신 수입에 관한 요청이 없었다고 할 수 없다는 취지로 주장하기도 한다. 살피건대, 위 실무자들이 그와 같이 문의·확인한 것을 넘어 개략적으로라도 수입을 요청한다거나 수입을 요청할 예정이라는 취지로 말한 사실이 없을 뿐만 아니라, 검사가 주장하는 바와 같이 구두나 유선으로 문의·확인하는 것을 수억 원에서 수십억 원의 규모의 사업에 관한 정부기관의 민간기업에 대한 요청의 방법이라고 할 수는 없다. 설령 위 실무자들 중 누구라도 피내용 BCG 백신의 수입을 확정적으로 요청하였다고 하더라도 그것만으로 어떠한 법적 효력이 있다거나 장차 C 계열사들이 피내용 BCG 백신을 수입해 오면 그것을 전량 FA부가 매수해줄 것이라고 기대할 수 없다. 오히려 아래 ④와 같이 위 FA부 또는 그 실무자들은 C 계열사들에 피내용 BCG 백신의 수입을 확정적으로 요청할 의사가 없었고, 심지어 일부러 수입에 관하여 확정적인 언급을 회피하였던 것으로까지 보이기도 한다.
④ FA부는 위 ③과 같이 2017년분 피내용 BCG 백신의 수입에 관하여 C 계열사들의 상황을 확인하면서도, 주식회사 AA(이하 ‘AA’라고 함)를 통하여 종래 수입처인 Q사가 제조한 백신을 다시 수입할 것을 추진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FA부 담당 직원들 입장에서는 2017년에 위 Q사의 백신 수입이 좌절될 것을 대비하여 C 계열사들에 R사로부터의 피내용 BCG 백신 수입 상황을 점검하면서도, C 계열사들에 피내용 BCG 백신 수입에 관하여 확정적으로 요청을 하게 되면 Q사로부터 백신 수입이 재개되었을 때 C 계열사들에 한 수입 요청을 되돌릴 수 없어 필요 이상으로 피내용 BCG 백신을 수입하게 될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의도적으로 확정적 요청을 하지 않았을 개연성도 다분하다.
다. 독점규제및공정거래에관한법률위반의 점에 관한 판단(피고인들 모두)
1) 관련법리
가) 구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2020. 12. 29. 법률 제17799호로 전부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공정거래법’이라고 한다) 제3조의2 제1항 제2호는 시장지배적지위남용행위로서 ‘상품의 판매 또는 용역의 제공을 부당하게 조절하는 행위’(이하 ‘부당한 출고조절행위’라고 한다)를 규정하고 동법 시행령 제5조는 부당한 출고조절 행위의 구체적 태양으로서 ‘정당한 이유없이 최근의 추세에 비추어 상품 또는 용역의 공급량을 현저히 감소시키는 경우’와 ‘정당한 이유없이 유통단계에서 공급부족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상품 또는 용역의 공급량을 감소시키는 경우’를 들고 있다. 여기서 ‘부당성’은 부당한 출고조절행위의 가장 핵심적인 요소라고 할 것이다. 왜냐하면 이 부당성의 표지를 제외하면 출고조절행위는 외형상 통상적인 사업 활동의 형태와 같아지기 때문이다. 부당성의 판단은 일응 그 행위가 사회적으로 용인되는 이익추구의 범위를 현저하게 벗어났는지 여부를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할 것이다.
구체적으로 여기서 상품의 판매 등을 조절하는 행위가 부당한지 여부는 당해 상품의 수급 등 유통시장의 상황, 생산능력·원자재 조달사정 등 사업자의 경영사정에 비추어 그 조절행위가 통상적인 수준을 현저하게 벗어나서 가격의 인상이나 하락의 방지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거나 수급차질을 초래할 우려가 있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02. 5. 24. 선고 2000두9991 판결 참조).
나) 당해 공동행위가 공정거래법 제19조 제1항이 정하고 있는 경쟁제한성을 가지는지 여부는 당해 상품의 특성, 소비자의 제품선택 기준, 당해 행위가 시장 및 사업자들의 경쟁에 미치는 영향 등 여러 사정을 고려하여, 당해 공동행위로 인하여 가격·수량·품질 기타 거래조건 등의 결정에 영향을 미치거나 미칠 우려가 있는지를 살펴 개별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02. 3. 15. 선고 99두6514 판결, 대법원 2012. 6. 14. 선고 2010두10471 판결 등 참조). 특히 당해 공동행위가 경쟁제한적 효과 외에 경쟁촉진적 효과도 함께 가져오는 경우에는 양자를 비교·형량하여 경쟁제한성 여부를 판단하여야 하는데, 경쟁제한적 효과는 공동행위에 가담한 사업자들의 시장점유율, 공동행위 가담 사업자들 사이의 경쟁제한의 정도 등을 고려하고, 경쟁촉진적 효과는 당해 공동행위로 인한 효율성 증대가 소비자 후생의 증가로 이어지는 경우를 포괄적으로 감안하되 당해 공동행위가 그러한 효과 발생에 합리적으로 필요한지 여부 등을 고려하여야 할 것이다(대법원 2013. 11. 14. 선고 2012두19298 판결 참조).
2) ‘부당한’ 출고조절이 있었는지에 관한 판단
이 사건 기록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이 부분 공소사실과 같이 피고인들의 피내용 BCG 백신에 관한 ‘부당한’ 출고조절이 있었다는 점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없이 증명되었다고 볼 수 없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
① C 계열사들은 2015년 이전에는 FA부의 요청을 받아서 경피용이든 피내용이든 BCG 백신을 수입하여 FA부에 공급하거나 NIP에 참여한 적은 거의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즉 C 계열사들이 BCG 백신과 관련하여 피내용 BCG 백신을 수입하여 FA부에 공급한 것은 2015. 3.경 FA부의 요청을 받아서 진행한 것이 최초였던 것으로 보인다. 이와 같은 점에 비추어 C 계열사들은 FA부와 피내용 BCG 백신과 관련하여 계속적 또는 장기적 거래관계에 있었다고 볼 수 없다.
② 앞서 본 바와 같이 FA부는 C 계열사들에 2017년분 피내용 BCG 백신의 수입 여부, 그 시기와 수량 등에 관하여 확정적 요청을 한 적이 없고, FA부의 담당 직원들은 의도적으로 그와 같은 확정적 요청을 하지 않았다고 볼 여지도 다분하다. 설령 FA부의 일부 담당자가 C 계열사들에 어느 정도 구체적인 수량의 수입을 요청하였다고 하더라도, 그것만으로는 FA부 또는 보건복지부의 공식 요청이라고 할 수 없고, 또한 FA부가 차후에 위와 같이 먼저 말하였던 수량만큼의 피내용 BCG 백신을 구입해줄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
③ C 계열사들이 2016년에 수입·공급한 피내용 BCG 백신은 ‘관수용 허가’를 받아서 수입한 것인데, 위 허가를 받아 수입한 백신은 민간 병원에는 판매할 수 없고 FA부 또는 FA부가 지정하는 보건소에만 판매를 할 수 있었다.
④ 피내용 BCG 백신의 유효기간은 통상 1년 6개월부터 2년 정도인데, C 계열사들 입장에서는 자신들이 수입해온 피내용 BCG 백신을 FA부가 전량 매수해주지 않으면 다른 민간 병원에 판매할 수도 없고 장기간 보관할 수도 없어 미판매분 백신에 관한 수입원가 및 물류·보관비용 등은 그대로 손실이 될 수밖에 없다.
⑤ 또한 앞에서 본 바와 같이 FA부는 C 계열사들을 통한 R사의 피내용 BCG 백신뿐만 아니라, AA를 통하여 Q사의 피내용 BCG 백신도 수입하려고 하고 있었다. 따라서 피고인들로서는 위 Q사의 피내용 BCG 백신 수입이 2017년에는 불가능하다는 것이 확정되기 이전까지는 자신들의 행위로 인하여 피내용 BCG 백신의 국내 공급량이 조절 또는 감소될 수 있음을 인식하였다고 보기도 어렵다.
⑥ 그렇다면 FA부가 피내용 BCG 백신의 수입에 관하여 구체적이고 확정적인 요청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 C 계열사들이 피내용 BCG 백신의 수입으로 인한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하여 수입량을 탄력적으로 조절하려고 했던 것만으로 그것이 부당하다고 평가할 수는 없다.
3) ‘출고조절’이 있었는지에 관한 판단
나아가 이 사건 기록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이 부분 공소사실과 같은 ‘출고조절행위’ 자체가 있었다는 점을 인정하기도 어렵다.
① 피고인들만의 의사로 해외에서 생산되는 피내용 BCG 백신의 생산량 자체를 조절할 수는 없다. 왜냐하면 C 계열사들은 백신을 제조하는 제조사가 아니라 백신들을 해외 제조사로부터 수입하여 국내에 판매하는 유통업을 영위하는 회사들이고, 피내용 BCG 백신이나 경피용 BCG 백신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였기 때문이다.
② 피고인들이 이 부분 공소사실과 같이 R사와 피내용 BCG 백신에 관한 종전 주문을 취소함으로써 이로 인하여 국내로 유입되는 피내용 BCG 백신의 양을 조절 또는 감소하려고 하였다는 것도 쉽게 납득되지 않는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i) 피고인들이 R사와의 피내용 BCG 백신 수입 계약을 취소하였다고 이 부분 공소사실에 기재된 일시는 2017. 1. 중순경인데, 당시 C 계열사들은 약 8,400세트9)의 피내용 BCG 백신 재고를 갖고 있었기 때문에 이를 이용한 NIP의 진행은 가능했을 것으로 보인다. ii) 실제로 국내에서 피내용 BCG 백신이 부족해진 것은 2017년 하반기였다. iii) FA부는 최소한 2017. 2.~3.경에는 C 계열사들을 통한 R사로부터의 피내용 BCG 백신 수입이 어렵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것으로 보이는데, 그 이후에도 수개월 동안 FA부에게는 Q사 또는 제3국의 생산업체 등을 다른 대체 수입 방안이 있었기 때문에10)설령 C 계열사들이 자신들의 수입 수량을 줄이려고 의도하였다고 하더라도, 그것만으로 피내용 BCG 백신이 국내로 수입되는 것을 완전히 통제할 수는 없었다.
[각주9] 위 재고 수량은 2016. 10.경을 기준으로 한 것인데, 이때부터 2017. 1.까지 피내용 BCG 백신의 재고에 의미 있는 변화가 있어보이지는 않는다.
[각주10] 그와 같은 대체 방안들이 2017년에 시행하기가 어렵게 되었다고 학인된 것은 2017. 6. 이후의 일이다.
③ C 계열사들과 R사 사이의 2017년분 피내용 BCG 백신의 수입과 관련한 계약 교섭의 과정을 구체적으로 살펴보아도 피고인들이 위 백신과 관련하여 출고조절을 하였다고 인정하기 어렵다. 왜냐하면 피고인들이 R사와 2017년분 피내용 BCG 백신 수입 계약을 확정적으로 체결하였다거나 그와 같은 계약을 사후에 취소하였다는 점을 인정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 사건 기록에 의하면 C 계열사들의 직원으로 주로 R사와의 업무 연락을 하던 AC이 2016. 8.경 G 명의로 R사에 피내용 BCG 백신 2만 세트를 주문하는 취지의 주문서를 송부한 사실은 인정된다. 그러나 AC은 이 법정에서 위와 같은 주문서를 송부하게 된 경위에 관하여 “당시 FA부 담당자로부터 2017년분 피내용 BCG 백신 수입 가능 수량에 대한 문의가 RA팀으로 왔다. 그래서 AC은 피고인 B의 지시로 R사에 유선으로 피내용 BCG 백신 2만 세트를 수입할 수 있는지 확인해보았는데, 그쪽에서는 서면주문서를 송부해주어야 확인해줄 수 있다는 답을 받았다. 그래서 위와 같은 주문서를 송부하게 된 것이고, 이후 R사에 전화하여 위 주문서는 확정적인 것이 아니고, 수량이 변경될 수 있음을 알렸다.”라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앞에서 본 것처럼 C 계열사들이 FA부의 확정적인 수입 요청 없이 R사와 백신 수입 계약을 체결할 경우, FA부에서 매수해주지 않은 백신에 대해서는 그대로 손실을 볼 수밖에 없었다는 점에서 AC의 위 진술은 신빙성이 있는 점, 실제로 C 계열사들과 R사는 2017. 1.경까지도 계속해서 2017년분 피내용 BCG 백신 수입의 시기와 수량에 대해서 협의를 계속해온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위 2016. 8.경의 주문서 송부로 인하여 C 계열사들이 R사와 피내용 BCG 백신 수입 계약을 확정적으로 체결하였다고 할 수 없고, 설령 수입 계약이 체결되었다고 하더라도 구체적인 수입 시기나 물량에 대해서는 추후 변경의 여지를 남겨두었다고 봄이 합리적이다. 그렇다면 피고인들이 2017. 1.경까지도 R사와 피내용 BCG 백신 수입의 시기와 수량에 대해서 협의를 계속해왔다고 볼 수는 있을지언정, 단지 R사로부터 위 백신이 수입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피고인들이 위 백신의 수입 계약을 취소하였다고 판단할 수 없다.
④ R사로부터 2017년분 피내용 BCG 백신을 수입하지 못하게 된 이유가 피고인들이 R사와의 백신 수입 계약을 취소하였기 때문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 피고인들은 R사로부터 2017년분 피내용 BCG 백신을 수입하지 못한 이유로서 당시 R사의 생산 공장에 오염이 있었고, 전 세계적으로 피내용 BCG 백신이 부족하게 되어 유엔과 같은 국제기구에 먼저 공급을 하여야 했던 사정들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있는데, 위 주장을 뒷받침하는 상당한 자료도 있고, 그 사유 자체도 사회통념상 이해할 수 없는 것이 아닌 반면,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 위 주장이 사실이 아니고 피고인들의 계약 취소로 인한 출고조절이 있었다는 점을 인정하기에 부족하다.
⑤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 중에는 피고인들이 R사와의 백신 수입 계약을 취소하였다고 인정할 직접적 자료가 없다. 검사는 2016. 6.경부터 2017. 1.경까지의 C 계열사들과 R사 사이의 회의 내용, AC이 그 회의의 통역을 위하여 작성하였던 메모 등을 근거로 피고인들이 출고조절을 하기 위하여 R사와의 백신 수입 계약을 취소하였다는 취지로 주장하나, 위와 같은 증거들은 당시 C 계열사들과 R사 사이의 협상의 과정을 보여줄 뿐이지 거기서 더 나아가 이 부분 공소사실에 대한 피고인들의 고의까지 밝혀주는 자료라고 하기는 어렵다. 특히 AC이 작성한 위 메모는 주로 통역의 편의를 위하여 순간순간 필요한 내용만을 체계 없이 작성한 것이어서 그러한 자료들만으로 이 부분 공소사실에 관한 피고인들와 고의나 R사와의 계약을 취소하였다는 점을 인정하기에는 많이 부족하다.
4) 부당한 공동행위가 있었는지에 관한 판단(피고인 D)
이 부분 공소사실에 관하여 보더라도,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A가 AE 측과 이 사건 입찰에 함께 참여한 것으로 경쟁제한효과가 있었다는 점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없이 증명되었다고 볼 수 없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도 없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I) 당시 경피용 BCG 백신을 수입해서 국내에 공급할 수 있는 업체는 사실상 D가 유일하였다. ii) D와 함께 입찰에 참가한 AE의 운영자인 E도 이와 같은 사정을 잘 알고 있었다. iii) 위 AE은 이 사건 입찰 이전에 경피용 BCG 백신 또는 다른 BCG 백신을 수입하거나 그에 관여한 적은 없고, 앞으로도 그러한 의사가 있는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iv) 입찰과정에서 낙찰금액은 사실상 FA부가 정한 추정단가에 근접한 금액으로 결정되는 것으로 보인다. 즉 위 백신의 공급단가가 형식적으로는 입찰을 통한 낙찰금액으로 정해지지만, 실제로는 FA부가 정한 추정단가에 근접한 금액으로 정해지는 것이므로, 피고인의 행위로 인하여 위 백신의 적정한 가격형성에 부당한 영향을 줄 상태가 발생할 여지는 거의 없다. v) 이상과 같은 사정을 종합하면, A에게 이 부분 공소사실과 같이 입찰에 있어 AE과 부당한 공동행위를 하겠다는 고의가 있다고 보기 어렵고, A의 행위로 이 사건 입찰에 경쟁제한성이 발생하였다고 보기도 어렵다(후술하는 4의 가.항 및 나.항 부분 판단도 참조).
5) 소결
그렇다면 이 부분 공소사실은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인들이 부당하게 출고조절을 하였다거나 부당한 공동행위를 하였다는 점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없이 증명되었다고 볼 수 없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도 없다.11)
[각주11] 위와 같이 피고인들의 부당한 출고조절행위가 인정되지 않는 이상 피고인 C과 피고인 D가 당시 시장지배적 지위에 있었는지 여부는 판단할 필요가 없다.
라. 위계공무집행방해의 점에 관한 판단(피고인 A, 피고인 B)
1)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죄는 상대방의 오인, 착각, 부지를 일으키고 이를 이용하는 위계에 의하여 상대방이 그릇된 행위나 처분을 하게 함으로써 공무원의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직무집행을 방해하는 경우에 성립한다. 공무원이 의무 없는 일을 요구하거나 행정사무의 편의를 위한 목적으로 한 행위는 공무집행방해죄의 보호법익으로서 공무집행에 해당하지 않는다(대법원 1982. 11. 23, 선고 81도1872 판결 참조).
2) 이 사건에 관하여 보건대,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인들이 FA부 직원들에게 위계 또는 허위 사실을 전달하였다는 점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없이 증명되었다고 볼 수 없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도 없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i) 피고인들이 직접 또는 C 계열사들 직원들을 통하여 FA부 직원들에게 했다고 하는 이 부분 공소사실에 기재된 이야기들은, 2017년분 피내용 BCG 백신의 수입 진행 상황을 묻는 FA부 직원들에게 “최선을 다하고 있다”, “노력하겠다” 등으로 추상적인 답변을 한 것이어서, 그것 자체로 허위라고 할 수 없다. ii) 앞서 본 바와 같이 FA부는 피고인들에게 확정적으로 피내용 BCG 백신 수입 요청을 하지 않았고, 구체적인 수입 시기나 수량에 대해서도 말한 바가 없이 피고인들에게 그 수입 진행 상황만을 물어본 것이므로 피고인들이 먼저 적극적으로 구체적인 수입 일정과 수량에 대해서 이야기했을 여지는 별로 없고, 설령 그렇게 말하였다고 하더라도 그것만으로 확정적인 내용의 이야기를 했다고 할 수 없다. iii) 피고인들은 백신 또는 약품의 유통업을 하는 업체 관계자로서 유관 행정기관인 FA부에 대해서는 적극적인 반대나 거절의 의사표시를 바로바로 하는 것이 쉽지 않았을 것임은 누구나 어렵지 않게 수긍할 수 있기 때문에12)피고인들이 “최선을 다하고 있다”라는 취지로 말하였다고 하여 “반드시 그렇게 진행하겠다”고 장래의 일에 대하여 확정적 약속을 하였다고 볼 수는 없다. iv) BCG 백신을 국내에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것은 궁극적으로 FA부 또는 보건복지부의 책임이라고 할 것이고 민간업체 소속인 피고인들에게 그와 같은 책임이나 의무가 있다고 할 수 없으므로 설령 피고인들이 이 부분 공소사실과 같은 말을 하였다고 하여 그것만으로 바로 백신 수급에 관한 공무집행을 방해하였다고 볼 수는 없다. v) 당시 피고인들에게는 백신 수급에 관한 상황을 FA부 또는 보건복지부 등 관련기관에 보고할 법적 의무가 없었다.13)
[각주12] PA부 직원들이 피고인들 또는 C 계열사들의 직원들을 대하였던 태도와 대화내용에 비추어 보면, FA부 직원들이 피고인들 또는 C 계열사들에 대하여 매우 우월한 위치에 있다고 판단한다.
[각주13] 백신을 수입·공급하는 사람에게 필수예방접종약품 등의 생산·수입 계획을 FB장에게 보고하도록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이 개정된 것은 2019. 9. 12.이다(동법 제33조의3).
마. 입찰방해의 점에 관한 판단(피고인 A)
1) 입찰방해죄는 위계 또는 위력 기타의 방법으로 입찰의 공정을 해하는 경우에 성립하는 위태범으로서 결과의 불공정이 현실적으로 나타나는 것을 요하는 것이 아니며, 여기서 ‘입찰의 공정을 해하는 행위’란 공정한 자유경쟁을 방해할 염려가 있는 상태를 발생시키는 것, 즉 공정한 자유경쟁을 통한 적정한 가격형성에 부당한 영향을 주는 상태를 발생시키는 것으로서 그 행위에는 가격을 결정하는 데 있어서 뿐 아니라, 적법하고 공정한 경쟁방법을 해하는 행위도 포함된다(대법원 2006. 6. 9. 선고 2005도8498 판결 등 참조).
2) 이 사건에 관하여 보건대, 피고인이 이 부분 공소사실과 같이 D가 입찰절차에 참여하여 낙찰받게 한 사실은 인정되나, 나아가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이 부분 공소사실에 대한 피고인의 고의 또는 피고인이 공정한 자유경쟁을 통한 적정한 가격형성에 부당한 영향을 주는 상태를 발생시켰다는 점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없이 증명되었다고 볼 수 없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도 없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i) 당시 경피용 BCG 백신을 수입하는 회사는 C 계열사들밖에 없었으므로 낙찰을 받을 수 있는 회사도 D밖에 없었고, 다른 업체가 입찰에 참여한다고 하여도 그 업체가 낙찰자로 선정되어 경피용 BCG 백신을 수입할 수 있는 가능성은 없었다. 왜냐하면 낙찰자는 백신 제조(수입)업체의 공급확약서를 제출하여야 하는데, 경피용 BCG 백신의 제조업체인 R사로부터 공급확약서를 받을 수 있는 업체는 C 계열사들을 제외하고는 국내에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ii) 그와 같은 사정은 FA부에서도 잘 알고 있었다. iii) 그럼에도 FA부 직원 AF, Y 등은 피고인 또는 C 계열사들에 암묵적으로 유찰되지 않도록 들러리를 세우라고 요구·권유하거나 들러리를 세우더라도 상관없다는 태도로 일관하였고,14)특히 W는 2017. 9.경 C 계열사들 직원인 AG에게 “2017. 10. 16.부터 경피용 BCG 백신을 이용한 무료접종을 실시하겠다. 이미 일정에 대해 장관님에게까지 보고되었고, C 측이 입찰에 참여하지 않으면 공정위에 제소하는 등 법적조치를 위한 것이며, 유찰되면 C 측의 책임이다.”라는 취지의 이야기까지 하였는데, 이와 같은 이야기를 들은 피고인으로서는 매우 강한 압박을 느꼈을 것이다. iv) 입찰과정에서 낙찰금액은 사실상 FA부가 정한 추정단가에 근접한 금액으로 결정되는 것으로 보인다. 즉 경피용 BCG 백신의 공급단가가 형식적으로는 입찰을 통한 낙찰금액으로 정해지지만, 사실상은 FA부가 정한 추정단가에 근접한 금액으로 정해지는 것이므로, 피고인의 행위로 인하여 위 백신의 적정한 가격형성에 부당한 영향을 줄 상태가 발생할 여지는 거의 없다(후술하는 4의 가.항 및 나.항 부분 판단도 참조).
[각주14] 만약 D가 단독으로 입찰하게 되면 유찰된다.
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사기)의 점(피고인 A, 피고인 B)
위 ‘라. 위계공무집행방해의 점에 관한 판단(피고인 A, 피고인 B)’에서 본 바와 같이, 피고인들이 FA부 담당자들에게 확정적으로 2017년분 피내용 BCG 백신을 수입하여 국내로 공급하겠다는 취지의 이야기하는 등의 위계를 사용한 사실이 인정되지 않는 이상, 이 부분 공소사실에 있어서도 그와 같은 내용의 기망행위가 있었다고 할 수 없다. 그리고 설령 기망행위를 인정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사실관계에 비추어 D가 취득한 것은 액수를 알 수 없는 재산상 이익인 ‘낙찰에 따른 계약 당사자의 지위’ 그 자체일 뿐이라고 보아야 한다(대법원 2016. 1. 28. 선고 2015도13024 판결 등 참조).
4. 폐렴구균(PCV○○가)백신 관련 대한 입찰방해의 점, 독점규제및공정거래에관한법률위반의 점(피고인 A) 및 독점규제및공정거래에관한법률위반의 점(피고인 D)에 관한 판단15)
가. 입찰방해의 점에 관한 판단(피고인 A)
피고인이 이 부분 공소사실과 같이 D가 입찰절차에 참여하게 하여 낙찰받게 한 사실은 인정되나, 나아가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인의 이 부분 공소사실에 대한 고의 또는 피고인이 공정한 자유경쟁을 통한 적정한 가격형성에 부당한 영향을 주는 상태를 발생시켰다는 점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없이 증명되었다고 볼 수 없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도 없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i) 당시 위 폐렴구균(PCV○○가) 백신은 다국적 제약회사인 AI가 생산하는 AJ가 유일한데, D는 위 AI의 국내법인인 AK 주식회사와의 공동판매계약에 따라 D가 국내에서 단독으로 유통하여 왔으므로 낙찰을 받을 수 있는 회사는 D밖에 없었다. 다른 업체가 입찰에 참여한다고 하여도 낙찰자로 선정되어 위 백신을 수입할 수 있는 가능성은 없었다. 왜냐하면 낙찰자는 백신 제조(수입)업체의 공급확약서를 제출하여야 하는데, AI로부터 공급확약서를 받을 수 있는 업체는 위와 같이 공동판매계약을 체결한 D 밖에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ii) 그와 같은 사정은 FA부에서도 잘 알고 있었다. iii) 그럼에도 FA부 직원들은 피고인 또는 C 계열사들에 암묵적으로 입찰이 유찰되지 않도록 들러리를 세우라고 요구하거나 들러리를 세우더라도 상관없다는 태도로 일관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iv) 입찰과정에서 낙찰금액은 사실상 FA부가 정한 추정단가에 근접한 금액으로 결정되는 것으로 보인다. 즉 위 백신의 공급단가가 형식적으로는 입찰을 통한 낙찰금액으로 정해지지만, 실제로는 FA부가 정한 추정단가에 근접한 금액으로 정해지는 것이므로, 피고인의 행위로 인하여 위 백신의 적정한 가격형성에 부당한 영향을 줄 상태가 발생할 여지는 거의 없다. v) D가 직접 입찰절차에 참여하여 낙찰을 받으려고 한다면 다른 업체들은 참여하지 않을 것이다. D가 어느 특정 업체에 공급확약서를 부여하기로 하고 그 특정 업체가 입찰절차에 참여하여 낙찰을 받으려고 하는 경우에도 다른 업체들은 참여하지 않을 것이다. 낙찰자로 선정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FA부와 FC청이 형식적으로는 별개의 기관일 수 있으나, 받아들이는 민간업체의 입장에서는 그렇지 않다. FA부는 백신업체와 협의하거나 백신업체의 의견을 참고하여 사실상 계약금액을 정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경쟁을 통하여 계약금액이 달라질 가능성 역시 존재하지 않는 셈이다. 결국 애당초 유효한 경쟁관계가 존재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FA부는 백신의 적기·적량 도입을 위해서 실질적으로는 형식적·명목상의 과정에 불과한 입찰절차 참여를 독려한 정황마저 엿보인다. 입찰의 공정성을 해하거나 부당하게 경쟁을 제한하는 현상이 실제로 발생하고 있다면, 그것은 ‘들러리 업체 관행’ 때문이 아니라 백신 제품의 특수성과 공급확약서 제도의 파급효과가 원인일 것이다. 문제가 있다면 먼저 제도 개선을 검토해야 하는 것이지 이를 무작정 백신업체나 입찰절차 참여 업체의 탓으로 돌릴 수는 없는 일이다.
[각주15] 2020고645의 공소사실 전부이다.
나. 독점규제및공정거래에관한법률위반의 점에 관한 판단(피고인 A, 피고인 D)
1) 부당공동행위 관련법리
당해 공동행위가 공정거래법 제19조 제1항이 정하고 있는 경쟁제한성을 가지는지 여부는 당해 상품의 특성, 소비자의 제품선택 기준, 당해 행위가 시장 및 사업자들의 경쟁에 미치는 영향 등 여러 사정을 고려하여, 당해 공동행위로 인하여 가격·수량·품질 기타 거래조건 등의 결정에 영향을 미치거나 미칠 우려가 있는지를 살펴 개별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02. 3. 15. 선고 99두6514 판결, 대법원 2012. 6. 14. 선고 2010두10471 판결 등 참조). 특히 당해 공동행위가 경쟁제한적 효과 외에 경쟁촉진적 효과도 함께 가져오는 경우에는 양자를 비교·형량하여 경쟁제한성 여부를 판단하여야 하는데, 경쟁제한적 효과는 공동행위에 가담한 사업자들의 시장점유율, 공동행위 가담 사업자들 사이의 경쟁제한의 정도 등을 고려하고, 경쟁촉진적 효과는 당해 공동행위로 인한 효율성 증대가 소비자 후생의 증가로 이어지는 경우를 포괄적으로 감안하되 당해 공동행위가 그러한 효과 발생에 합리적으로 필요한지 여부 등을 고려하여야 할 것이다(대법원 2013. 11. 14. 선고 2012두19298 판결 참조).
2) 독점규제및공정거래에관한법률위반의 점에 관한 판단
이 사건에 관하여 보건대,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인 A가 AL 측과 이 사건 입찰에 함께 참여한 것으로 경쟁제한효과가 있었다는 점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없이 증명되었다고 볼 수 없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도 없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i) 폐렴구균(PCV○○가)백신인 AJ를 AI로부터 수입해서 국내에 공급할 수 있는 업체는 사실상 D가 유일하였다, ii) D와 함께 입찰에 참가한 AL.의 사장 F도 이와 같은 사정을 잘 알고 있었다. iii) 위 AL은 이 사건 입찰 이전에 위 AJ 또는 다른 폐렴구균(PCV○○가) 백신을 수입하거나 그에 관여한 적은 없고, 앞으로도 그러한 의사가 있는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iv) 앞서 본 바와 같이 낙찰금액은 사실상 FA부에 의하여 그 범위가 정하여져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v) 이상과 같은 사정을 종합하면, 피고인 A에게 이 부분 공소사실과 같이 입찰에 있어 AL과 부당한 공동행위를 하겠다는 고의가 있다고 보기 어렵고, 피고인 A의 행위로 이 사건 입찰에 경쟁제한성이 발생하였다고 보기도 어렵다.
5. 결론
그렇다면 위 공소사실은 모두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의하여 각 무죄를 선고하고,16)법 제58조 제2항에 따라 위 무죄 판결의 요지를 공시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각주16] 무죄를 선고하는 부분은 다음과 같다. 피고인 A에 대한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사기)의 점, 독점규제및공정거래에관한법률위반의 점, 위계공무집행방해의 점, 입찰방해의 점, E, F로부터의 각 배임수재의 점(E으로부터의 배임수재는 2019고합1085의 공소사실 중 일부이며, F로부터의 배임수재는 2019고합92의 공소사실이다), 나머지 피고인들에 대한 각 공소사실 전부이다.
판사 김선일(재판장), 김태균, 이승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