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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거래
행정사건
- 대법원 2022. 5. 12. 선고 2017두63993 판결 -
공정거래법 제23조의2 제1항의 부당성 요건
[사건의 경과] 1. 사안의 개요 원고들은 공정거래법에 따라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으로 지정된 기업집단 H에 속하는 회사들이다. 원고2와 원고3은 모두 기업집단 H의 특수관계인이 공정거래법 시행령 제38조 제2항으로 정하는 비율 이상의 주식을 보유한 계열회사다. 피고 공정거래위원회는 2017년 1월 10일 원고들에 대하여 ①원고1이 국제선 기내면세품 인터넷 사전예약 주문접수 및 결제 사이트인 '싸이버스카이숍'의 인터넷 광고수입 전액을 원고2에게 귀속시킨 행위, ②원고1이 원고2에 대하여 제동목장상품, 제주워터에 대한 통신판매수수료를 면제해준 행위, ③원고1이 원고2로부터 판촉물을 구매하여 오면서 두 차례에 걸쳐 판촉물 구입가격을 인상해줌으로써 원고2의 마진율을 기존 4.3% 수준에서 2013년 5월 9.7%, 2013년 9월 12.3% 수준으로 높여 준 행위, ④원고1이 원고3과 체결한 대한항공 국내선 콜센터 등 업무대행 도급계약에 따라 콜센터 관련 시스템사용료와 유지보수비를 지급하면서 SK브로드밴드가 무상으로 제공한 시스템 장비에 대해서도 비용을 지급한 행위가 정상적인 거래에서 적용되거나 적용될 것으로 판단되는 조건보다 상당히 유리한 조건으로 거래하는 행위를 통하여 특수관계인에게 부당한 이익을 귀속시키는 행위로서 공정거래법 제23조의2(2020. 12. 29. 법률 제17799호로 전부 개정된 법 제47조, 이하 전부 개정 전 조문에 따라 표기한다) 제1항 제1호 및 제3항을 위반하였다는 이유로 시정명령 및 과징금 납부명령을 하였다. 2. 원심의 판단과 피고의 상고이유 원심은, 공정거래법 제23조의2 제1항 제1호에서 금지하는 ‘정상적인 거래에서 적용되거나 적용될 것으로 판단되는 조건보다 상당히 유리한 조건으로 거래하는 행위를 통하여 특수관계인에게 부당한 이익을 귀속시키는 행위’에 해당하려면, ①행위 요건(‘정상적인 거래조건보다 상당히 유리한 조건으로 거래하는 행위’)과 ② 부당성 요건(‘특수관계인에게 부당한 이익을 귀속시킬 것’)이 각각 별도로 충족되어야 하는데, 이 사건 각 행위는 위 요건이 충족되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원고들 전부 승소로 판단하였다. 이에 피고는, 공정거래법 제23조의2 제1항에 별도의 ‘부당성’요건에 관한 규범적 평가가 필요 없고, ‘행위주체’, ‘행위객체’, ‘행위요건’이 모두 충족되면 일응 ‘부당한 이익의 귀속’에 해당하며, 다만, 같은 조 제2항, 시행령 제38조 제3항 [별표 1의3]에 규정된 정당화 사유를 원고가 입증하면 부당성이 부정된다고 주장하였다. 3. 대법원의 판단 대법원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피고의 상고를 기각하였다. 공정거래법 제23조의2의 규정 내용, 입법 경위 및 입법 취지 등을 고려하면, 공정거래법 제23조의2 제1항 제1호에서 금지하는 특수관계인에 대한 부당한 이익제공행위에 해당하려면, 제1호의 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와는 별도로 그 행위를 통하여 특수관계인에게 귀속된 이익이 ‘부당’한지에 대한 규범적 평가가 아울러 이루어져야 한다. 여기에서 말하는 '부당성'이란, 이익제공행위를 통하여 그 행위객체가 속한 시장에서 경쟁이 제한되거나 경제력이 집중되는 등으로 공정한 거래를 저해할 우려가 있을 것까지 요구하는 것은 아니고, 행위주체와 행위객체 및 특수관계인의 관계, 행위의 목적과 의도, 행위의 경위와 그 당시 행위객체가 처한 경제적 상황, 거래의 규모, 특수관계인에게 귀속되는 이익의 규모, 이익제공행위의 기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변칙적인 부의 이전 등을 통하여 대기업집단의 특수관계인을 중심으로 경제력 집중이 유지·심화될 우려가 있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 이와 같이 특수관계인에게 귀속된이익이 '부당'하다는 점은 시정명령 등 처분의 적법성을 주장하는 피고가 증명하여야 한다. [판결요지] 대상판결은 공정거래법 제23조의2 제1항 각호에서 금지하는 특수관계인에 대한 부당한 이익제공 행위에 해당하려면, 각호의 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와는 별도로 그 행위를 통하여 특수관계인에게 귀속된 이익이 ‘부당’한지에 대한 규범적 평가가 아울러 이루어져야 한다고 하여 부당성이 별도의 요건임을 분명히 하였다. 이는 해당조항의 문언체계나 입법경위 등에 비추어 볼 때 정당한 판단이다. [평석요지] 여기에서 말하는 ‘부당성’이란, 행위 주체와 행위 객체 및 특수관계인의 관계, 행위의 목적과 의도, 행위의 경위와 그 당시 행위 객체가 처한 경제적 상황, 거래의 규모, 특수관계인에게 귀속되는 이익의 규모, 이익제공행위의 기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변칙적인 부의 이전 등을 통하여 대기업집단의 특수관계인을 중심으로 경제력 집중이 유지·심화 될 우려가 있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 [평석] 1. 부당성 요건 공정거래법 제23조의2 제1항은 '일정 규모 이상의 자산총액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준에 해당하는 기업집단에 속하는 회사는 특수관계인이나 특수관계인이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비율 이상의 주식을 보유한 계열회사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행위를 통하여 특수관계인에게 부당한 이익을 귀속시키는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 이 경우 각 호에 해당하는 행위의 유형 또는 기준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라고 규정하면서, '1. 정상적인 거래에서 적용되거나 적용될 것으로 판단되는 조건보다 상당히 유리한 조건으로 거래하는 행위, 2. 회사가 직접 또는 자신이 지배하고 있는 회사를 통하여 수행할 경우 회사에 상당한 이익이 될 사업기회를 제공하는 행위, 3. 특수관계인과 현금, 그 밖의 금융상품을 상당히 유리한 조건으로 거래하는 행위, 4. 사업능력, 재무상태, 신용도, 기술력, 품질, 가격 또는 거래조건 등에 대한 합리적인 고려나 다른 사업자와의 비교 없이 상당한 규모로 거래하는 행위'를 규정하고 있다. 즉, 공정거래법 제23조의2 제1항 각호에서 정한 행위의 결과 특수관계인에게 이익이 귀속되어야 하고, 그것이 부당하여야 한다. 여기서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귀속되는 이익의 부당성인데, ‘부당성’이 독자적 요건으로서의 지위를 가지는지, 가진다면 그 의미와 판단기준은 무엇인지 문제된다. 2. 공정거래법 제23조의2의 신설 경위 종래 부당지원행위를 금지하는 구 공정거래법 제23조 제1항 제7호는, 사업자가 아닌 특수관계인 개인을 지원하는 경우 공정거래저해성을 입증하기 곤란하여, 총수 일가의 부당한 사익편취행위까지 규제하기는 곤란한 한계가 있었다. 대법원은 2001두6364 판결에서 "제3장에서 대규모기업집단의 일반집중을 규제하면서도 부당지원행위는 제5장의 불공정거래행위의 금지의 한 유형으로서 따로 다루고 있으며, 변칙적인 부의 세대간 이전 등을 통한 소유집중의 직접적인 규제는 법의 목적이 아니"고, "원고의 이 사건 행위로 인하여 부의 세대간 이전이 가능해지고 특수관계인들을 중심으로 경제력이 집중될 기반이나 여건이 조성될 여지가 있다는 것만으로는 공정한 거래를 저해할 우려가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시하였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13년 8월 13일 법률 제12095호로 공정거래법을 개정하면서 공정거래법 제23조의2를 신설하였다. 공정거래법 제23조의2는 공정한 거래를 저해하는지 여부가 아닌 특수관계인에게 부당한 이익을 제공하였는지 여부를 기준으로 제시하고 있다. 3. 별도의 요건으로서 부당성 당초 개정법률안 발의시에는 해당 조항을 '정당한 이유 없이 특수관계인에게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경제상 이익을 귀속시키는 행위'로 규정했었다. 그런데 국회 논의 과정에서 위 조항이 내부거래 자체를 금지하는 것이 아니고, 총수일가에게 부당하게 귀속된 이익만을 규제하기 위한 것이며, 그러한 사항에 대한 증명책임이 공정거래위원회에 있다는 점 등을 나타내기 위해서, '부당한 이익'이라는 표현으로 수정되었다. 또한 제23조의2 제1항 각호에 해당하면 부당성이 당연히 인정된다는 견해에 의하면 각호의 행위요건을 모두 충족하는 경우 제23조 제1항 제7호와 제23조의2에 모두 해당한다는 결론에 이르러 이를 구별하여 신설한 입법취지에 반하는바, 입법취지를 살리려면, 제23조 제1항 제7호는 ‘공정거래저해성’을 기준으로, 제23조의2는 ‘경제력 집중’을 기준으로 각각 위법성 판단을 하도록 함이 합리적이다. 대상판결은 이러한 입법경위, 입법취지, 규정내용 등을 고려하여 부당성을 별도의 요건으로 판단하였다. 4. 공정거래법 제23조의2의 부당성의 의미 및 판단기준 부당성을 별개의 요건으로 보는 경우에 그 의미는, 공정거래법의 목적이 경제력집중 억제에 있는 점, 공정거래법 제23조의2의 입법경위 및 입법취지가 변칙적인 부의 세대간 이전 등을 통하여 소유집중의 우려가 있더라도 사실상 공정거래저해성을 입증하는 것이 곤란하여 규제가 어려웠던 점에 대한 반성적 고려로 신설된 점 등을 참고하여 해석하여야 할 것이다. 대법원은 “부당성이란, 이익제공행위를 통하여 그 행위객체가 속한 시장에서 경쟁이 제한되거나 경제력이 집중되는 등으로 공정한 거래를 저해할 우려가 있을 것까지 요구하는 것은 아니고, 행위주체와 행위객체 및 특수관계인의 관계, 행위의 목적과 의도, 행위의 경위와 그 당시 행위객체가 처한 경제적 상황, 거래의 규모, 특수관계인에게 귀속되는 이익의 규모, 이익제공행위의 기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변칙적인 부의 이전 등을 통하여 대기업집단의 특수관계인을 중심으로 경제력 집중이 유지·심화될 우려가 있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고 하여 구체적인 판단 기준을 제시하였다. 5. 대상판결의 의의 대상판결은 공정거래법 제23조의2 제1항 각호에서 금지하는 특수관계인에 대한 부당한 이익제공 행위에 해당하려면, 각호의 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와는 별도로 그 행위를 통하여 특수관계인에게 귀속된 이익이 ‘부당’한지에 대한 규범적 평가가 아울러 이루어져야 한다고 하여 부당성이 별도의 요건임을 분명히 하였다. 이는 해당조항의 문언체계나 입법경위 등에 비추어 볼 때 정당한 판단이다. 또한 대상판결은 앞서 본 바와 같이 부당성의 의미와 중요한 판단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대상판결에서 제시한 개개의 판단 기준들이 실제 사안에 어떻게 포섭, 적용 될지는 공정거래위원회와 법원에서 관련 사례가 축적되면서 구체화될 것으로 생각된다. 이인석 변호사(법무법인 광장)
공정거래법제23조의2
특수관계인
부당한이익
이인석 변호사(법무법인 광장)
2022-07-14
금융·보험
기업법무
- 대법원 2019. 12. 27. 선고 2017다208232, 208249 판결 -
소유권취득조건부 선체용선계약의 법적 성질
[사건의 개요] 1. 사실관계 ① 해상운송업을 주로 하는 대한민국 법인인 원고는 2008년 4월 13일 파나마 법인으로 선박보유회사인 피고와 캄보디아에 등록된 선박의 소유권취득조건부 선체용선(bareboat charter with hire purchase, BBCHP)계약을 체결하였다. 계약 내용은 다음과 같다. 용선료는 1일당 일화 130,000엔이고, 용선기간(50개월) 종료 후 인도대금 38,000,000엔을 피고에게 지급한다. 용선기간 만료 후 피고는 원고에게 소유권을 이전한다. ② 원고는 42회차부터 용선료를 지연하여 분할 납부하였고, 46회차분 이후는 매월 3,000,000엔을 지급하였다. 원고가 2013년 6월 27일까지 지급한 용선료 총액은 217,100,000엔이다. ③ 원고가 용선료를 제대로 지급하지 아니하고 용선기간 만료일(2012. 6. 12.) 이후 계속 사용하였음에도 피고는 이 사건 선박을 회수하지 않았다. ④ 이 사건 선박은 2013년 7월 12일 항해 중 폭발 사고로 침몰하였다. ⑤ 원고에게 선박의 관리를 위탁받은 B 회사는 A 보험회사와 선체보험계약이 포함된 보험계약을 체결하였다. ⑥ 사고 발생 후 원고와 피고가 각각 자신이 정당한 보험금청구권자라며 보험금의 지급을 구하자, A 보험회사는 채권자 불확지를 이유로 보험금을 변제공탁하였다. 2. 사건의 경과 ① (본소) 원고는 용선료 대부분을 피고에게 지급하여 이 사건 선박의 사실상 소유자의 지위에 있으므로 보험계약의 피보험이익이 원고에게 있다고 주장하면서, 공탁금의 출급청구권자가 원고라는 확인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다. ② (반소) 피고는 용선료 및 선박인도대금을 전액 납입하지 않은 이상 선박의 소유권자는 피고이므로 피보험이익은 피고에게 있다고 주장하면서, 공탁금의 출급권자가 피고라는 확인을 구하고, 미지급 용선료 15,000,000엔의 지급을 구하는 반소를 제기하였다. 3. 대상판결 대법원은 이 사건 선체용선계약의 법적 성질에 관한 원심의 판결이유를 그대로 원용하였다. 원심은 이 사건 선체용선계약은 원고가 피고에게 약정 용선료 등(50개월간 1일당 130,000엔의 용선료 + 선박인도금 38,000,000엔)을 모두 지급하면 피고가 원고에게 선박의 소유권을 이전한다는 것으로서, 실질적으로 소유권유보부매매와 유사한 성격이 내포되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 사건 선체용선계약의 법적 성격은 용선기간 종료 후 소유권취득 조건이 부가된 선박임대차라고 봄이 타당하다고 판시하였다. [연구 및 평석] Ⅰ. 선체용선계약의 의의와 법적 성질 1. 선체용선계약의 의의 선체용선계약은 통상 ① 선박 임대차계약, ② 운용형 선체용선계약, ③ 금융형 선체용선계약 등 세 가지 유형으로 구분된다. 상법상 선체용선계약이 민법상 임대차계약과 동일한 것이라는 주장에는 동의하기 어렵다. 운용형 선체용선계약(Operating Bareboat Charters)의 경우, 용선자가 용선기간 중 선박의 점유와 지배·관리권을 행사하므로, 선박소유자는 선박 인도시 용선계약에 따른 감항능력을 구비한 선박을 인도해야 할 주의의무를 부담할 뿐이다. 금융형 선체용선계약(Financing Bareboat Charters)은 용선기간 동안 선박의 소유권은 금융제공자가 보유하지만, 이는 자신의 대여금채권의 담보로서의 기능을 수행할 뿐 선박에 대한 지배·관리권은 용선자에게 이전된다는 의미에서 용선자는 ‘선박의 사실상 소유자(the de facto owner)’라고 볼 수 있다. 해운실무상 선체용선계약은 자금이 부족한 해상기업주체의 선박 획득에 필요한 물적 금융의 수단으로서 BBCHP계약이 주로 이용되고 있다. 2. 소유권취득조건부 선체용선계약의 핵심 요소 선체용선계약의 핵심 요소는 '선박소유자로부터 용선선박의 점유와 지배·관리권이 용선자에게 이전된다'는 점에 있다. 해운실무에서 보편적으로 사용되고 있는 표준 선체용선계약서식인 BARECON 2017의 규정을 종합해 보면, 표준적 BBCHP계약의 핵심 요소는 두 가지로 요약될 수 있다. ① 선체용선계약에 ‘소유권취득조건’이 부가되어 있어야 한다. BARECON 2017의 관련 규정에서 이는 용선자가 가지는 선박의 구매에 대한 선택권(Option)이다. 용선자는 약정된 시일에 선박의 구매를 할 것인지 여부를 선택할 수 있고, 이러한 선택권의 행사에 따라 선박소유권의 이전이 발생한다. ② 용선자는 선박소유권을 이전받기 위해 약정된 선박의 대금을 지급하여야 한다. 추가적인 금전의 지급이 요구되는 경우에는 이러한 추가적 금전지급을 완료하여야 선박소유권이 이전된다. 이중 가장 중요한 요소는 선박의 매매가격이라고 할 것이다. 선박소유자는 금융제공액의 원리금 상당을 용선자로부터 회수하여야 할 것이므로, 용선자가 지급하는 금전의 총액이 선박소유자의 금융제공액과 근사할 경우에는 해당 계약의 법적 성질을 BBCHP계약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Ⅱ. 이 사건 선체용선계약의 법적 성질 1. 이 사건 선박의 소유권이전과 준거법 원심은 우리 법제상 소유권유보부매매의 개념을 원용할 필요성이 없다고 판시하였다. 그런데 이 사건은 외국적 요소가 있어 국제사법에 따라 준거법을 정하여야 할 것이고, 국제사법 제19조에 따르면 물권의 변동은 매매계약의 준거법과 달리 물권변동의 준거법에 의하여 규율된다. 국제사법 제60조는 선박의 소유권에 관한 사항은 선적국법에 의하도록 특칙을 두고 있다. 이 사건의 경우 당사자 사이에 선박소유권이전의 원인이 되는 선체용선계약의 준거법과 소유권이전에 관한 물권적 합의의 준거법은 달리 결정할 문제이다. 이 사건 선박은 캄보디아에 선적을 두고 있으므로, 설령 원심과 대법원과 같이 이 사건 선체용선계약의 법적 성질을 대한민국 법상 소유권유보부매매로 인정하더라도, 선박의 소유권이전을 위해 물권적 합의가 필요한지, 나아가 물권적 합의에도 불구하고 별도의 소유권이전행위가 요구되는지 여부는 이 사건 선박의 선적국인 캄보디아국 법에 따라 결정되어야 한다. 2. 선박 소유권이전을 위한 별도의 소유권이전 행위의 요부와 이 사건 용선계약의 법적 성질 이 사건 선박의 물권변동의 준거법이 대한민국 법이라고 가정하더라도 다음 문제가 제기된다. ① 본소 원고는 이 사건 선체용선계약의 법적 성질을 BBCHP계약으로서, ‘소유권유보부매매’라고 주장하였다. 원심은 소유권유보부매매로 보기 어렵다고 판시하였을 뿐이다. 즉 원심은 이 사건 선체용선계약의 법적 성질을 소유권유보부매매와 유사할 뿐 소유권유보부매매가 아니라고 판단하였을 뿐이므로, 이 사건 선체용선계약이 소유권취득조건부 선체용선계약도 아니라고 볼 근거는 없다. 오히려 BARECON 2017 BBCHP 제1조 및 제2조에 따르면, 이 사건 선체용선계약 제5조의 ‘선박반선(Re-delivery)’ 및 선박소유권이전에 관한 규정은 이 사건 선체용선계약이 전형적인 소유권취득조건부 선체용선계약임을 암시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② 원심은 이 사건 선체용선계약 제5조에 의하면 용선기간이 만료될 경우 자동적으로 이 사건 선박의 소유권이 원고에게 이전되는 것이 아니라 별도의 소유권 이전행위가 요구되므로, 이 사건 용선계약의 법적 성질은 소유권유보부매매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하였다. 그런데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표준 선체용선계약서식인 BARECON 2017은 BBCHP계약상 용선자의 소유권취득을 위해서는 별도의 소유권이전행위를 요구하고 있다. 대법원과 원심의 판시에 따르면, BARECON 2017의 BBCHP의 준거법이 대한민국 법인 경우에는 그 법적 성질을 소유권취득조건부 선체용선계약이 아닌 소유권취득조건이 부가된 선박임대차계약으로 보아야 할 것인데, 이러한 해석은 당사자의 의사를 왜곡한다는 비판이 가능하다. ③ 원심은 소유권유보부매매는 동산의 매도인이 매매대금을 다 수령할 때까지 그 대금채권에 대한 담보의 효과를 취득·유지하려는 의도에서 비롯된 것으로서, 매도인은 이 사건 선박의 소유권이전등기를 매수인에게 해주지 않음으로써 대금채권에 대한 담보 기능을 유지할 수 있으므로, 소유권유보부매매의 개념을 원용할 필요성이 없다고 판시하였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선박에 대한 공시제도로서 선박등기제도를 두고 있고, 선박에 대한 소유권이전은 등기를 하여야 제3자에게 대항할 수 있으므로(상법 제743조), BBCHP계약을 체결한 선박소유자는 용선자의 원리금상환이 완료될 때까지는 자신의 채권의 보전수단으로서 용선선박의 소유권을 보유할 필요성이 있다. 따라서 이 사건 선박에 대한 등기가 피고 명의로 되어 있다는 사실은, 오히려 이 사건 선체용선계약의 법적 성질이 BBCHP계약이라는 유력한 근거가 될 수 있다. [결론] 사적자치의 원칙상 BBCHP계약의 계약당사자는 선박가격을 균등분할방식으로 지급할 수도 있지만, 용선기간 중 일정한 시기에 선박가격 중 상당한 액수를 일시불로 지급하기로 약정하는 등 다양한 상환설계를 하는 것도 가능하고, 선박금융 실무도 동일하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이 사건에서 판례의 태도는 BBCHP계약 및 위 계약을 선박금융의 주된 수단으로 활용하는 선박금융의 법리를 오해한 것이라는 비판이 가능하다. 이정원 교수(부산대 로스쿨)
선체용선계약
선박
소유권유보부매매
이정원 교수(부산대 로스쿨)
2022-07-11
민사일반
- 대법원 2022. 4. 14. 선고 2020다240021 판결 -
친권자가 아닌 부모의 미성년자 불법행위에 대한 감독의무자 책임
1. 사실관계 A(당시 17세)는 2018년 8월 3일 망인과 성관계를 하던 중 휴대전화 카메라로 망인의 나체 또는 속옷 입은 모습을 의사에 반하여 촬영하였다. A는 같은 달 19일 연락을 받지 않는다는 이유로 망인에게 카카오톡 메시지로 위 사진을 전송하면서 이를 유포하겠다고 협박하였다. 망인은 같은 달 20일 새벽 1시 A가 보낸 메시지와 사진을 모자이크 처리하여 자신의 SNS에 게시하였고, 같은 날 오전 10시 30분 친구를 만나 죽고 싶다는 이야기를 한 다음, 12시 25분 투신하여 자살하였다. A는 망인에 대한 사진 촬영 및 협박 행위에 관하여 소년보호처분을 받았다. B는 A의 아버지로 A가 2세 때 A의 어머니 C와 협의이혼을 하였고, A의 친권자 및 양육자로 C가 지정되었다. 망인의 부모와 여동생은 A의 협박으로 망인이 사망하였으므로, A는 민법 제750조에 따라, B와 C는 A의 부모로서 미성년자 A가 위와 같은 행위를 하지 않도록 교육하고 보호감독할 주의의무가 있음에도 게을리하였으므로 A와 공동하여 제750조에 따라 손해배상책임이 있다고 주장하면서 소를 제기하였다. 2. 하급심의 판단 가. 제1심의 판단 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은 A에 대하여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고 판단하였다(다만, A가 미성년자인 점, 사망에 대한 고의까지는 없는 점, 망인이 다른 성추행 사건 등으로 심리적으로 힘들어 불안장애 및 우울증으로 치료받은 점 등을 참작 A의 책임을 60%로 제한). B와 C에 대하여는 부모(특히 C는 A와 같이 살았고, 경제적인 면에서도 A가 의존하면서 C의 전면적인 보호감독 아래 있었음)로서 평소 A가 올바른 성관념을 가질 수 있도록 성교육 등을 실시하고 그외 타인에게 불법행위를 하지 않고 정상적으로 사회생활이나 학교생활을 하도록 일반적·일상적인 지도·조언 등 감독교육의 의무가 있는데, 이를 게을리하여 망인의 사망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므로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고 판단하였다(다만, ① C에 대하여는 A의 책임이 60%로 제한된 점, A가 다른 학교생활에서는 큰 문제없이 지내온 점 등을 고려 책임을 40%로 제한, ② B에 대하여는 C와 같은 사정 외에도 B가 A와 함께 살지 않아 A의 일탈을 사전에 감지하기는 쉽지 않았던 점 등을 고려 B의 책임을 10%로 제한). B는 C와 이혼하여 친권자로 지정되지 않아 A를 감독할 의무가 없다고 주장하였으나, 재판부는 자의 보호교양에 관한 권리의무가 친권자의 권리의무로 지정되어 있지만(제913조) 이는 친권자의 권리의무 이전에 부모로서의 권리의무이고, 부모가 이혼한 경우에도 자녀에 대한 양육자와 양육에 필요한 사항은 부모의 협의에 따라 정하고(제837조), 양육권을 가지지 않는 부모 일방은 면접교섭권을 행사하여 자의 보호교양에 일정 정도 관여할 수 있으므로(제837조의2) 이혼을 하면서 친권자로 지정되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미성년 자녀에 대한 감독의무에서 완전히 벗어난다고 할 수는 없어 피고 B는 친권자인 C와 함께 A를 감독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하면서 주장을 배척했다. 나. 항소심의 판단 제1심 판결에 대하여 피고들(A, B, C)이 모두 항소하였다. 그러나, 수원고등법원은 망인의 손해액을 일부 줄여 피고들의 항소를 일부 인용하면서도, 피고들의 책임의 성립여부 및 그 범위에 대하여는 제1심과 같은 취지로 판단하였다. 3. 상고심의 판단 항소심 판결에 대하여 B가 상고하였다. 대법원은 아래와 같은 이유로 원심 판결 중 B의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사건을 수원고등법원으로 환송했다. 친권자는 미성년 자녀를 보호하며 교양할 법적인 의무가 있고, 부모와 함께 살면서 경제적으로 부모에게 의존하는 미성년자는 부모의 전면적인 보호감독 아래 있으므로, 그 부모는 미성년자가 타인에게 불법행위를 하지 않고 정상적으로 학교 및 사회생활을 하도록 일반적·일상적으로 지도와 조언을 할 보호감독의무를 부담하므로 그러한 부모는 미성년자의 감독의무자로서 미성년자의 불법행위에 대하여 손해배상책임을 질 수 있다. 그런데, 이혼으로 인하여 부모 중 한 명이 친권자 및 양육자로 지정된 경우 그렇지 않은 부모에게는 자녀의 보호교양에 관한 제913조 등 친권에 관한 규정이 적용될 수 없다. 비양육친은 자녀와 상호 면접교섭 할 수 있는 권리가 있지만, 이는 이혼 후에도 자녀가 부모와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여 정서적으로 안정되고 원만한 인격 발달을 이룰 수 있도록 함으로써 자녀의 복리를 실현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제3자와의 관계에서 손해배상책임의 근거가 되는 감독의무를 부과하는 규정이라고 할 수 없다. 양육비 분담 의무만으로 비양육친이 일반적·일상적으로 자녀를 지도하고 조언하는 등 보호감독할 의무를 진다고 할 수 없다. 다만, 비양육친도 부모로서 자녀와 면접교섭을 하거나 양육친과의 협의를 통하여 자녀 양육에 관여할 가능성이 있는 점을 고려하면, ① 자녀의 나이와 평소 행실, 불법행위의 성질과 태양, 비양육친과 자녀 사이의 면접교섭의 정도와 빈도, 양육 환경, 비양육친의 양육에 대한 개입 정도 등에 비추어 비양육친이 자녀에 대하여 실질적으로 일반적이고 일상적인 지도·조언을 함으로써 공동 양육자에 준하여 자녀를 보호·감독하고 있었거나, ② 그러한 정도에는 이르지 않더라도 면접교섭 등을 통해 자녀의 불법행위를 구체적으로 예견할 수 있었던 상황에서 자녀가 불법행위를 하지 않도록 부모로서 직접 지도·조언을 하거나 양육친에게 알리는 등의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경우 등과 같이 비양육친의 감독의무를 인정할 수 있는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비양육친도 감독의무 위반으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질 수 있다. 피고 B는 A의 아버지이지만 A가 어릴 때 C와 이혼한 이후로 A의 친권자 및 양육자가 아니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망인의 유족인 원고들에 대하여 감독의무 위반으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지 않는다. 4. 평석 민법 제755조 1항 본문은 '다른 자에게 손해를 가한 사람이 제753조 또는 제754조에 따라 책임이 없는 경우에는 그를 감독할 법정의무가 있는 자가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하여 책임의 주체를 '미성년자를 감독할 법정의무가 있는 자'라고 명시하고 있고, 대법원 1994. 2. 8. 선고 93다13605 판결에서도 "미성년자가 책임능력이 있어 그 스스로 불법행위책임을 지는 경우에도 그 손해가 당해 미성년자의 감독의무자의 의무위반과 상당인과관계가 있으면 감독의무자는 일반불법행위자로서 손해배상책임이 있다"고 판시하여 책임의 주체가 '미성년자를 감독할 법정의무가 있는 자'라는 것을 명확히 밝히고 있다. 현행법상 미성년자를 감독할 법정의무가 있는 자는 친권자(제913조 등)와 미성년후견인(제945조, 제946조, 제949조)이다. 친권은 부모가 미성년자의 친권자로서 갖는 권리와 의무 및 권한과 책임을 총체적으로 가리키는 것이다. 민법은 단순히 부모로서 갖는 권리의무(성년후견개시청구권, 생명침해로 인한 위자료 청구권, 혼인동의권, 미성년자 입양동의권, 친권자지정 청구권, 부양을 받을 권리와 부양의무, 상속권 등)와 친권자로서 갖는 권한(미성년자의 법률행위에 대한 동의권, 미성년자의 불법행위에 대한 감독자 책임, 보호 및 교양의 권리의무, 법률행위대리권, 미성년후견인 지정권)을 구별하여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이혼이나 혼인취소 또는 혼인외의 출생자가 인지되는 경우 등 친권자로 지정되지 않은 부모는 원칙적으로 미성년자를 감독할 법정의무가 있는 자라고 할 수 없다. 다만, 이혼 등으로 부모 일방이 친권자로 지정된 경우 부모 사이에 친권자 변경에 관하여 합의가 되었다고 하더라도 가정법원의 심판 등 재판이 있어야 변경될 수 있는 점, 부모 사이의 명시적인 합의가 아니더라도 친권자가 아닌 부모가 사실상 미성년자를 보호감독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는 점, 친권자가 아닌 부모에게 포괄적인 보호감독권한이 아니더라도 개별적이고 구체적인 상황에서 보호감독권한을 인정할 필요할 필요가 있을 수 있는 점 등을 고려하면 이 사건 대법원 판결에서 이혼 후 친권자로 지정되지 않은 부모라도 예외적으로 감독의무자 책임을 질 수 있는 상황이 있다고 판단한 것은 손해의 공평한 분담이라는 손해배상법의 이념에 비추어 타당한 결론으로 보인다. 한편, 종래 '친권'과는 별도로 '양육권'이라는 표현이 관행적으로 사용되어 왔으나, 현행 민법상 기본적으로 친권 외에 양육권이라는 개념을 별도로 쓸 필요는 없다(친권자나 미성년후견인의 권한의 일부). 다만, 친권자가 부모 공동으로 지정되었지만 부모 일방이 미성년자를 직접 보호양육하는 등 신상보호를 하는 경우, 부모가 친권자이지만 조부모 등 제3자가 사실상 미성년자의 신상보호를 하는 경우, 부모가 친권자인데 부모의 친권이 일부 제한되거나 재산관리권 등을 사퇴하여 미성년후견인이 선임되고 그 미성년후견인이 제한되거나 사퇴한 권한과 함께 미성년자의 신상보호를 맡는 등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 양육자라는 개념을 사용하면 충분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미성년자의 부양의무는 친권자로서 부담하는 의무가 아니라 부모(직계혈족)로서 지는 의무이고, 양육비청구권은 부양료에 대한 구상권이다. 엄경천 변호사(법무법인 가족)
미성년자녀
감독의무
양육자
엄경천 변호사(법무법인 가족)
2022-07-11
민사일반
지식재산권
- 대법원 2021. 3. 18. 선고 2018다253444 전원합의체판결을 계기로 -
특허침해소송과 권리범위확인 심판 법리의 혼선
1. 판결의 요지 (1) 대상판결의 사안과 판지 자체는 매우 간단하다. 즉, 원고가 A 상표에 대해 선출원(2014. 9. 5.), 선등록(2014. 12. 18.)을 마친 상태에서 피고가 A와 유사한 상표를 그와 유사한 지정상품에 후출원(2016. 8. 10.) 후등록(2017. 8. 8.) 받아 사용하고 있다면, 피고의 행위는 비록 자신의 등록상표를 사용하는 것이라 해도 원고의 선출원 등록상표에 저촉되고 그 자체로 상표권 침해가 성립한다는 것이다. (2) 대상판결은 나아가 위와 같은 저촉과 침해의 법리가 특허법 분야에도 그대로 적용됨을 분명히 하면서(보충의견) 그 근거를 상세히 설명하고 있는바, 대상판결의 의의는 정작 이 부분에서 더 두드러져 보인다. 대상판결의 판시 중 특허권 저촉관계의 법률효과 부분은 다음과 같이 요약될 수 있다. ① 특허법 제98조의 해석 특허법 제98조는, '후출원 특허발명이 선출원 특허발명과 이용관계에 있는 경우, 비록 후출원 발명이 특허를 받았다 하더라도 선출원 특허권자의 허락 없는 실시는 침해를 구성한다'고 하고 있으나 선, 후출원 발명이 서로 동일한 저촉관계에 대해서는 규정이 없다. 위 규정에는 본래 이용과 저촉의 경우 모두 선출원 권리자의 허락이 필요하다고 되어 있었다가 1986년 법 개정 시 이용만 남겨두고 저촉이 삭제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위와 같은 삭제가 저촉관계에서 선출원 권리자의 동의 없는 실시를 정당한 것으로 하려는 반성적 고려에 기한 것으로 볼 수 없고, 특허법 등에서 선, 후출원 경합 시 선출원에 우선권을 주는 것은 기본적 법리이므로 결국 이용 외에 저촉관계의 경우에도 선출원 권리자의 동의가 필요하다고 해석되며, 동의 없는 실시는 선출원 특허권의 침해가 된다. ② 중용권(특허법 제104조)와의 관계 특허권의 저촉으로 인해 후출원 특허가 무효로 되는 경우, 후출원 특허권자는 특허법 제104조에 의한 통상실시권(중용권)을 가지게 되지만, 위 중용권은 후출원 특허발명의 실시가 침해를 구성함을 전제로 한 항변에 해당하며 그 성립요건이 온전히 주장·증명된 경우에 한해 인정되는 것이므로 중용권의 성립 가능성과 후출원 특허의 침해 인정은 상호 모순되지 않는다. 2. 검토 가. 특허법 제98조의 해석에 관한 기존 논의 저촉관계인 후출원 특허발명의 실시가 선출원 특허발명의 침해를 구성하는지를 두고는 침해설과 비 침해설이 대립하고 있다. 침해설의 주된 논거는, ① 선출원 특허발명을 단지 이용하는 데 불과한 후출원 특허발명이 침해라면 선출원 특허발명과 동일한 후출원 특허발명을 실시함은 당연히 침해로 보아야 한다는 것, ② 선행권리 우선 취급은 지적재산권법 전반에서 기본원리이므로 당연히 특허권의 저촉관계에서는 별도의 무효심판이 없더라도 선출원 권리를 우선시 해야 한다는 것 등이다. 반면 비침해설은 ① 특허법 제98조에서 명시적으로 제외된 저촉을 포함시키는 것은 해석의 범위를 넘는다는 것, ② 중용권과의 관계에서, 후출원 특허가 등록무효 되기 전에는 침해를 구성하였다가 등록무효로 된 이후에는 중용권에 기해 침해를 구성하지 않게 되어 논리에 어긋난다는 것, ③ 종래 판례가 등록특허 사이의 적극적 권리범위확인 심판 청구는 부적법하며 다만 이용발명의 경우에만 예외로 하고 있다는 것 등을 논거로 한다. 나. 대상판결의 입장 및 권리범위확인 심판과의 관계 대상판결은 비 침해설의 논거 중 ①, ②를 침해설의 입장에서 명백히 배척하고 있는 반면(다만, 그 당부에 대해서는 별도의 검토가 필요해 보인다), ③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 그런데 후출원 특허발명의 실시가 무효심판 등을 거치지 않고도 선출원 특허발명의 침해가 된다는 대상판결의 판지는 "권리 대 권리 간의 적극적 권리범위확인심판 청구는 상대방의 등록권리를 등록무효절차 없이 사실상 부인하는 것이 되어 부적법하다"는 확고한 판례들(대법원 1986. 3. 25. 선고 84후6 판결 외 다수)과 맞지 않는다. 결국 대상판결은 특허 침해소송과 권리범위확인 심판에서 적용되는 법리가 서로 상충하는 '또 하나의' 국면을 창출한 것이라고 해야 한다. 이런 부조화 상황은 이미 다른 국면에서도 있어 왔다. 침해소송에서는 특허발명의 진보성 유무를 판단할 수 있다고 하면서도(대법원 2012. 1. 19. 선고 2010다95390 전원합의체 판결), 권리범위확인 심판에서는 특허발명의 진보성을 판단하여 그 권리범위를 부정해서는 안 된다고 한 것이 그 예이다(대법원 2014. 3. 20. 선고 2012후4162 전원합의체 판결). 위 전원합의체 판결의 소수의견은 그 결론이 선행 판결과 모순됨을 강하게 지적하고 있다. 한편, 권리범위 판단과 침해 판단의 차별 취급을 설명하기 위해 양자가 '본질적으로' 다른 것이라고 입론하는 것은 설득력이 없어 보인다. 대개 현실에서 권리범위확인 심판이 침해소송의 전제로 혹은 그와 병행해서 활용되고, "권리범위에는 속하나 침해는 아니다"라거나 "권리범위에는 속하지 않지만 침해이다"라는 말은 실시권의 존재 등 예외적인 상황을 제외하고는 납득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다. 방향성과 혼란 상황 이처럼 대법원이 권리범위확인 심판에서는 특허권의 실체적 효력 유무에 대한 판단을 제한하면서 침해소송에서는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는 배경에는, 권리범위확인 심판이 장기적으로는 폐지되어야 할 제도로서, 무효심판이나 침해소송의 역할을 대신할 수 있는 위상이나 영향력을 부여하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인식이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대법원판례해설 제100호, 제108호, 사법지 제57호 등에서 발견되는 해당 판례들에 대한 재판연구관들의 해설 참조). 그러나 동시에 그러한 인식의 실효성이나 일관성에 의문을 갖게 하는 판례들도 혼재한다. 그런 예들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① 대법원 2014. 3. 20. 선고 2012후4162 전원합의체 판결: 이 판결은 권리범위확인 심판에서 진보성 판단을 할 수 없다고 하여 권리범위확인 심판의 역할을 축소하는 듯 보이지만, 오히려 반대의 효과를 초래하기 쉽다. 어떤 발명에 진보성이 없어 무효라고 믿는 이해관계인이라면 어차피 소극적 권리범위확인 심판을 청구하기보다는 궁극적·대세적으로 특허권을 부정할 수 있고 훨씬 높은 협상력을 주는 무효심판 청구를 선호할 가능성이 높다. 반면에, 적극적 권리범위확인 심판에서 진보성 판단을 허용치 않는다면, 특허권자로서는 자유롭게 심판을 청구하더라도 그 절차에서 진보성 부재 판단을 받을 위험이 사라지고, 이는 해당 심판절차를 이용하는 강한 매력요인이 될 것이다. 그 결과 위 판결은 무효심판 절차의 유지·활성화에 기여하는 면보다 적극적 권리범위확인 심판의 활성화에 봉사하는 면이 더 클 것으로 보인다. ② 대법원 2017. 11. 14. 선고 2016후366 판결 등: 권리범위확인 심판에서 피고는 특허권 침해소송에서와 마찬가지로 자유기술의 항변을 통해 권리범위를 부정할 수 있다고 하였다. 이는 실질적으로 해당 발명에 진보성 부재로 인한 무효사유가 있다는 항변과 다르지 않은바, 이로써 권리범위확인 심판에서 진보성 판단을 할 수 없다고 한 위 전원합의체 판결의 입지를 다시 스스로 축소한 셈이 되었다. ③ 대법원 2014. 3. 20. 선고 2011후3698 전원합의체 판결: 상표의 사용에 의한 식별력 획득이 쟁점이 된 사안에서, 등록 당시 식별력이 없던 상표이더라도 권리범위확인 심결 시까지 사용에 의해 식별력을 획득하였다면 권리범위를 가진다고 하였다. 그러나 식별력 부재로 무효사유가 명백한 상표를 근거로 권리행사를 하는 경우 상대방이 권리남용의 항변을 할 수 있거니와(대법원 2012. 10. 18. 선고 2010다103000 전원합의체 판결), 어차피 무효로 될 상표임에도 그 식별력 판단 시점을 굳이 심결 시까지로 늦추어 권리범위를 인정함으로써 권리범위확인 심판제도의 독자성을 필요 이상 강조하고 분쟁의 1회적 해결을 도외시 했다는 비판이 가능하다. 3. 결론 대상판결은 저촉관계에 관한 특허법 제98조의 해석기준을 제시한 외에, 침해소송과 권리범위확인 심판의 위상 차별화를 암묵적으로 재확인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런 시도는 극복해야 할 법리상 난점을 안고 있는 데다가, 상충하는 여러 판례들이 뒤섞여 일관성이 희석되고 실효성에도 한계를 보이고 있다. ① 대법원이 권리범위확인 심판의 역할 축소가 필요하다고 판단하였다면, 이를 명확히 표현하고 침해판단과 구별 취급할 합당한 법리를 제시하는 한편, 그 방향성과 충돌하는 판례들에 대한 정리가 필요할 것이다. ② 만약 그런 것이 아니라면, 침해소송과 권리범위확인 심판에서 모두 자유기술의 항변이 가능하다고 한 예처럼 통일된 법리를 적용해 나가는 한편, 대상판결의 취지와 어긋나는 종전 판례들(등록 특허 사이에 적극적 권리범위확인 심판은 부적법하다는 것들)도 모두 대상판결의 취지대로 변경하는 편이 합당해 보인다. 조영선 교수(고려대 로스쿨)
특허법
상표권
상표
특허
상표권침해
조영선 교수(고려대 로스쿨)
2022-07-11
기업법무
민사일반
- 대법원 2022. 5. 12. 선고 2021다279347 -
대우건설 주주대표소송
I. 글머리에 지난해 11월 유니온스틸㈜의 대표이사가 내부통제시스템구축 및 유지관리의무 위반을 이유로 회사에 대해 손해배상책임을 진다는 대법원 판결(2017다222368)이 난 지 불과 반년 만에 대법원은 다시 ㈜대우건설 주주대표소송의 상고심을 선고하였다. 매우 긴박한 법발전이라고 생각한다. 판결의 내용을 보아도 유니온스틸 때보다 훨씬 더 의미심장하다. 아래에서 보듯이 여러 논점이 포함되어 있어 그 내용을 깊이 음미할 필요가 있다. 이 사건의 사실관계와 판시내용을 요약한 후 관련 문제점으로 진입해 보기로 하자. Ⅱ. 사실관계 및 판시내용의 축약 대우건설은 4대강사업, 영주다목적댐공사 및 인천도시철도 2호선공사의 입찰 등에 있어 다른 건설사들과 더불어 입찰가격을 담합함으로써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각 97억여원, 24억여원 및 161억여원의 과징금처분을 받았다. 이에 대우건설의 주주들이 이 회사의 대표이사, 평이사 및 사외이사들을 상대로 주주대표소송을 제기한 것이 본 사건이다. 1심인 서울중앙지법은 대표이사에 대해서만 '의심할 만한 사유기준'을 적용하여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였고 다른 이사들에 대해서는 '의심할 만한 사유기준'이건 '내부통제시스템기준'이건 그 적용이 어렵다고 보아 상법 제 399 조상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원고가 항소하자 항소심인 서울고등법원은 1심판결을 변경하면서 모든 이사들의 책임을 인정하였다. 대표이사에 대해서는 4대강 사업에 관한 한'의심할 만한 사유기준'을 적용하였다. 그러나 나머지 판단부분에 대해서는 전반적으로 '내부통제시스템기준'을 적용하였다. 책임의 범위에 대해서는 전체 손해액의 약 5% 정도를 적정한 것으로 보아 책임제한을 시행하였고 대법원도 이러한 원심을 그대로 확정하였다. Ⅲ. 평석 1. 내부통제시스템 구축의무의 귀속 주체 모든 이사가 이에 포함된다. 사내이사건 사외이사건 대표이사건 평이사건 예외가 인정되지 않는다. 유니온스틸사건(2017다222368)에서는 대표이사만 피고여서 이 점이 분명하지 않았다. 그러나 대우건설 사건은 이 점을 명확히 하였다. 사외이사 역시 예외가 아님을 분명히 하였다. 사외이사는 바로 이러한 감시의무를 이행하기 위하여 선임된 자이기 때문에 이러한 결론의 타당성에 대해서는 의심의 여지가 없을 것이다. 다만 의무위반으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의 발생요건에서는 차이를 인정하고 있다. 내부통제시스템구축의무는 시스템구축을 위한 의사결정, 시스템 구축의 실행 및 구축된 시스템의 유지·관리 등 시간순서상 여러 단계로 나뉘어질 것이다. 시스템구축의 실행 및 그 유지관리는 대부분 대표이사나 그의 지시를 받는 사내 하부조직에 위임될 것이다. 그러나 모든 이사는 일부나 전부의 위임여부를 떠나 모든 단계에 걸쳐 법적 책임을 진다고 보아야 한다. 이번에 대법원은 이를 분명히 하였다. 그 점에서 이번 판결은 큰 의미를 갖는다. 2. Mission-Critical(높은 법적 위험이 예상되는 업무) 유니언스틸사건(2017다222368)이나 대우건설사건(2021다279347)의 판결문과 2008년의 대우분식회계사건(2006다68636)의 그것을 비교해보면 모두 내부통제시스템구축의무를 다루고 있기는 하나 한 가지 점에서 명확한 차이가 있다. 전자(前者)들에서는 '높은 법적 위험이 예상되는 업무'라는 용어가 등장하나 후자(後者)에서는 그런 언급을 발견할 수 없다. 즉 전자들에서는 회사 내부의 사정상 '높은 법적 위험이 예상되는' 그런 영역에서는 내부통제시스템구축의무가 보다 높은 수준으로 요구된다는 것이다. 대법원은 적어도 이런 경우에는 적정한 내부통제시스템을 제대로 갖추어야 하고 그렇지 않으면 이사는 면책되기 어렵다는 경고성 판시를 하고 있다. 결국 내부통제시스템구축의무의 정도를 업무의 성격이나 종류 등에 따라 차등화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최소한 이런 경우에는 보다 제고된 의무수준을 요구하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향후의 법률자문에서는 이 점이 강조되어야 할 것이다. 대법원의 이런 자세는 내부통제시스템에 관한 델라웨어주 법원들의 근자의 입장과 무관하지 않다. 1996년 이 사법심사기준이 처음 케어막사건에 등장한 이후 이 청구원인(cause of action)은 크게 이용되지 않았다. 그러다가 2019년 Marchand v. Barnhill 사건을 게기로 전기를 맞는다. 이 사건 이후 본 청구원인의 승소사례가 급증하기 시작한다. Marchand사건 이후 , Clovis사건, Hughes사건, Chou사건, Boeing 사건 등 일련의 판결들이 갑자기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승소사례의 증가에는 ① 'mission critical'이란 개념을 이용하면서 판례법이 급속히 진화하였고, ② 원고 주주의 증거수집상 어려움이 해소되었으며, ③ 기업경영에 있어 ESG의 요소를 중시하는 근자의 흐름이 일정한 역할을 수행하였다는 분석들이 있다. 어쨌든 이번 판결은 내부통제시스템을 둘러싼 회사 내부의 위험을 차등화하였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갖는다. 항공기를 제조하는 보잉사에 있어 제작한 항공기의 안전과 이를 유지하기 위한 내부통제시스템은 절대적으로 중요한 것(mission-critical) 이며, 아이스크림만 제조하는 Blue Bell 社에 있어 생산된 아이스크림의 안전은 식품위생법상 절대적 요소이며 이를 유지하기 위한 내부통제시스템은 mission-critical이다. [판결요지] 서울고법은 1심판결을 변경하면서 모든 이사들의 책임을 인정하였다. 대표이사에 대해서는 4대강 사업에 관한 한 ‘의심할 만한 사유기준’을 적용하였다. 그러나 나머지 판단 부분에 대해서는 전반적으로 ‘내부 통제시스템 기준’을 적용하였다. 책임의 범위에 대해서는 전체 손해액의 약 5% 정도를 적정한 것으로 보아 책임 제한을 시행하였고 대법원도 이러한 원심을 그대로 확정하였다. [평석요지] 내부 통제시스템 구축의무는 시스템구축을 위한 의사결정, 시스템 구축의 실행 및 구축된 시스템의 유지·관리 등 시간 순서상 여러 단계로 나누어질 것이다. 시스템구축의 실행 및 그 유지관리는 대부분 대표이사나 그의 지시를 받는 사내 하부조직에 위임될 것이다. 그러나 모든 이사는 일부나 전부의 위임 여부를 떠나 모든 단계에 걸쳐 법적 책임을 진다고 보아야 한다. 이번에 대법원은 이를 분명히 하였다. 그 점에서 이번 판결은 큰 의미를 갖는다. 3. 사외이사의 내부통제시스템구축의무 본 판결은 내부통제시스템구축의무 위반으로 인한 사외이사의 책임발생요건을 별도로 설시하고 있다. 사외이사 역시 내부통제시스템구축의무의 주체인 것만은 분명하지만 이들은 사내이사들과 달리 회사내 업무집행에 대해 쉽게 접근할 수 없다. 따라서 의무위반의 성립요건상 다른 사내이사들과는 차이를 두어야 하며 이러한 판례의 입장은 타당하다고 생각된다. 대법원은 두가지 경우를 나누어 설명하고 있다. 하나는 내부통제시스템이 전혀 구축되지 않은 경우이다. 이 경우 사외이사에게는 시스템설치에 대한 촉구의무가 부과된다. 다른 하나는 이미 시스템이 구축된 경우이다. 이 경우에는 해당 시스템이 제대로 운영되고 있는지 감시해야 하며 의심할 만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적극적으로 조사에 임하여야 할 것이다. 그 결과에 따라 동원가능한 조치를 취하는 등 정상적인 운영에 이를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경주하여야 할 것이다. 만약 이를 외면하고 방치하는 경우에는 회사에 대한 손해배상책임이 발생할 수 있다. 다만 향후의 판례법에서 이번에 설시된 책임발생요건이 좀더 구체화되기를 바란다. 4. 의심할 만한 사유기준과 내부통제시스템기준간의 관계 이번 판결을 통하여 분명해진 것은 동일한 회사라도 이사의 감시의무에 관한 두가지 사법심사기준이 공존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회사의 규모에 관계없이 '의심할 만한 사유기준'은 모든 회사에 있어 보편적으로 적용될 것이다. 다만 고도로 분업화되고 조직화된 대규모 회사에 있어서는 이사들이 의심할 만한 상황에 접근하기 어려운 경우가 있다. 그러한 경우를 위하여 마련된 것이 내부통제시스템기준이다. 본 사건에서 대법원은 대표이사, 평이사 및 사외이사의 책임발생요건을 각각 달리 설정하고 있다. 4대강 사업에 관한 한 가장 주된 피고라 할 대표이사의 경우 청구원인은 '의심할 만한 사유기준'이었다. 이에 반하여 여타 사내이사들과 사외이사들에 대해서는 내부통제시스템기준을 적용하였다. 다만 사외이사에 대해서는 같은 내부통제시스템기준이라도 사내이사와 다른 별도의 기준을 제시하였다. 고도로 분업화되고 조직화된 대규모 회사라도 나라마다 사외이사제도를 둘러싼 법률환경은 천차만별 다르므로 이러한 점을 고려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5. 의무위반 이사의 책임범위 특히 가격담합이나 입찰담합 등 공정거래법위반으로 회사가 과징금을 부과받는 경우가 많은 바 이때 과징금의 전부가 회사의 손해인가? 그렇게 보아야 할 것이다. 법규위반 상황에서는 손익상계 등의 적용은 어려울 것이다. 판례 역시 뇌물공여나 분식회계 등 법규위반 상황에 대해서는 손익상계를 허용하지 않고 있다. 내부통제시스템기준을 위반하였다고 당해 이사가 언제나 발생한 손해의 전부를 배상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책임제한에 관한 판례법의 잣대가 탄력적으로 동원될 수 있다고 본다. 본 사건의 원심에서도 피고 이사들의 책임액을 합산하면 과징금 부과처분으로 ㈜대우건설이 입은 전체 손해액(약 284억원)의 5% 정도에 불과하다(2020나2034989). 대법원도 원심을 그대로 확정하였다. 대표이사, 평이사, 사외이사 등 사내 비리나 정보에 접근할 가능성을 차등화할 수 있다면 이에 따라 책임제한의 비율도 달라질 것이다. 나아가 각 이사의 연보수 수준, 개인적인 이득 또는 형사처벌의 유무 등도 구체적인 책임산정에 작용할 것이다. 김정호 명예교수(고려대 로스쿨)
준법경영
이사
준법감시
김정호 명예교수(고려대 로스쿨)
2022-07-07
공정거래
행정사건
- 대법원 2021. 6. 30. 선고 2018두37700, 37980 판결 -
시장지배력 남용으로서 약탈적 가격인하와 이윤압착 문제
[사건경위] 1. 사실관계 2000년대 초 인포뱅크가 이동통신 3사의 문자 전송서비스를 이용한 기업메시징서비스를 처음 출시하였고, 이후 수요가 폭증하자, 다른 중소기업들 뿐 아니라 삼성에스디에스, 에스케이브로드밴드, 원고 엘지유플러스(LGU+), 원고 케이티(KT) 등 대기업들도 기업메시징서비스 생산공급자 또는 재판매업자로서 기업메시징서비스 시장에 신규 진입하였다. 다음카카오는 자사 소셜미디어 플랫폼인 카카오톡을 이용한 기업메시징서비스를 2014년부터 출시하였다. 기업메시징서비스 대량 수요처는 입찰 방식 등을 통하여 가격인하 경쟁을 유도하였고, 원고 엘지유플러스와 원고 케이티는 각자 대형 고객 유치를 위해 개별적으로 기업메시징서비스 가격을 부가통신사업자들보다 낮게 설정하였고(이하 '이 사건 가격설정'), 이로 인해 원고들과 경쟁관계에 있었던 부가통신사업자들이 영업 부진을 겪었다. 2. 공정거래위원회의 처분 2015년 2월 공정위는 이 사건 관련상품시장을 이동통신 3사의 문자 전송서비스를 이용한 기업메시징서비스로만 정하고, 원고들 각자 시장지배적 사업자에 해당된다는 전제에서. 2010년부터 2013년까지 이 사건 가격설정은 이동통신 3사의 전송서비스 가중평균 가격보다 낮기 때문에,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이하 '독점규제법') 시행령 제5조 제5항 제1호의 '통상거래가격보다 낮은 가격'에 의한 부당한 경쟁자 배제(즉, 부가통신사업자 배제)에 해당된다는 이유로 원고들에게 과징금납부명령과 시정명령을 하였다(이하 '이 사건 처분'). 3. 원심판결 2018년 1월 서울고등법원은 통상거래가격은 '효율적인 경쟁자가 당해 거래 당시의 경제 및 경영상황과 해당 시장의 구조, 장래 예측의 불확실성 등을 고려하여 일반적으로 선택하였을 때 시장에서 형성되는 현실적인 가격'이라고 하고, 공정위가 통상거래가격이라고 주장한 가격이 통상거래가격이라고 인정할 근거가 없고, 예비적으로 보더라도 공정위의 경쟁제한성 증명이 없다는 이유로 이 사건 처분을 취소하였다. 4. 대상판결 2021년 6월 대법원은 독점규제법 시행령 제5조 제5항 제1호의 통상거래가격은 비용과는 구별되는 가격의 일종이라는 등의 이유로 '통상거래가격에 비하여 낮은 대가로 공급하는 행위'에는 이른바 '이윤압착행위'도 포함된다고 하였다. 이러한 전제에서 대법원은 이 사건 가격설정은 통상거래가격보다 낮은 가격인 이윤압착으로서 중·장기적으로 기업메시징서비스의 가격상승 등 경쟁제한효과를 초래할 여지가 있다고 하면서, 원심판결을 법리오해 및 심리미진을 이유로 파기환송하였다. [ 판결요지 ] 대법원은 통상거래가격은 비용과는 구별되는 가격의 일종이라는 등의 이유로 ‘통상거래가격에 비하여 낮은 대가로 공급하는 행위’에는 이른바 ‘이윤압착행위’도 포함된다고 하였다. 이러한 전제에서 이 사건 가격설정은 통상거래가격보다 낮은 가격인 이윤압착으로서 중·장기적으로 기업메시징서비스의 가격상승 등 경쟁제한 효과를 초래할 여지가 있다고 하면서, 원심판결을 법리오해 및 심리미진을 이유로 파기환송하였다. [ 평석요지 ] 대상판결의 독창적 이윤압착론은 법리적 혼란만 초래하고 있고, 수직통합사업자의 가격우산 아래 하방시장 경쟁자들이 경쟁에 노출되지 않도록 하기 때문에 바람직하지 않다. 2014년부터 현재까지 기업메시징서비스 시장에서 특히 카카오와 이동통신사들 사이의 경쟁이 치열하게 진행되어 왔고, 이 사건 가격설정으로 경쟁이 제한되었다는 객관적 증거가 없다. 따라서 이 사건 가격설정은 적법한 가격경쟁으로 볼 수 밖에 없다. [평석] 1. 문제의 소재 이 사건에는 시장지배력 존부 및 경쟁제한성 존부를 판단하기 위한 관련시장 획정 단계에서부터 카카오톡 기업메시징서비스가 제외되었다는 문제가 있다. 설령 관련시장에서 카카오톡 기업메시징서비스가 제외된다고 하더라도, 엘지유플러스에게는 케이티가 유력 경쟁자이고, 케이티에게는 엘지유플러스가 유력 경쟁자이고, 원고들 모두에게 카카오가 유력 경쟁자이고 에스케이텔레콤이 잠재적 경쟁자인 상황에서, 원고들이 각자 단독으로 어떻게 시장지배력을 형성할 수 있다는 것인지부터 납득하기 어렵다. 대상판결에 따르면 하나의 관련시장에서 복수의 시장지배적 사업자들이 각자 단독으로 시장지배력을 형성하여 각자 남용할 수 있다는 것인데, 이는 미국, 유럽연합, 독일, 프랑스, 영국, 일본, 캐나다, 호주 등 비교법적 사례는 물론이고 경제학 이론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완전히 독창적인 내용이다. 한편 경쟁법상 약탈적 가격인하(predatory pricing) 문제와 가격·이윤압착(price/margin squeeze) 문제는 서로 구별된다. 시장지배력 남용으로서 가격압착은 1940년대 미국에서 처음 문제되었고, 유럽에서는 2000년대부터 이윤압착이라는 용어로 문제되었다. 약탈적 가격인하는 미국에서 1911년 Standard Oil 판결, 이윤압착은 1945년 Aloca 판결에서 최초로 인정된 이래 오늘날까지 양자의 경쟁법상 쟁점이 다르기 때문에 판례와 학설 모두 양자를 구별해왔다. 원래 의미의 이윤압착은 상방시장의 높은 가격설정에 초점이 맞추어진 것이고, 하방시장의 낮은 가격만 문제되는 경우는 이윤압착이 아니라 약탈적 가격인하가 문제된다. 이 사건 가격설정은 상방시장에서 높은 가격설정이 아니므로(엘지유플러스는 부가통신사업자에 대한 전송서비스 판매가격을 인상시킨 적이 없고, 케이티는 오히려 전송서비스 판매가격을 인하시켰다), 이윤압착으로 볼 여지가 없다. 그럼에도 대상판결은 이 사건 가격설정을 이윤압착으로 잘못 전제하였고, 대상판결이 제시한 독창적 이윤압착론은 경쟁법 기본 원리에 비추어볼 때 극히 이해하기 어렵다. 2. '통상거래가격보다 낮은 가격'의 해석론 시장지배력 남용의 하위 유형인 '통상거래가격보다 낮은 가격'은 약탈적 가격인하로서 '비용보다 낮은 가격'으로 해석될 수는 있으나, 어떤 경우에도 '상방시장에서 높은 가격'으로 해석될 수 없으므로 이윤압착으로 해석될 수 없다. 첫째, 가격(이윤)압착이란 '상방시장에서 독점력을 가진 수직통합사업자가 (i) 상방시장에서 가격을 너무 높게 설정하거나 또는 (ⅱ) 상방시장에서는 가격을 너무 높게 설정하고 하방시장에서는 가격을 너무 낮게 설정함으로써 경쟁자가 하방시장에서 존속하는데 필요한 이윤을 없애거나 감소시키는 행위'를 의미한다. 가격(이윤)압착 문제에서 '너무 높은 가격 또는 너무 낮은 가격'이란 관념은 미국과 유럽에서 소송 목적에서 주장된 것일 뿐, 높은 또는 낮은 가격의 기준에 관한 엄밀한 경제이론이나 객관적 판단기준이 있는 것은 아니다. 이윤압착 문제는 미국 연방대법원 판례처럼 상방시장에서 거래의무 존부와 하방시장에서 약탈적 가격인하 문제로 나누어 접근해야 가격경쟁이 시장지배력 남용으로 오판되는 위험을 최대한 방지할 수 있다. 연방법무부도 연방대법원에 제출한 link Line 사건 정부 의견서에서 종전 Aloca 판결이 이윤압착의 근거로 제시했던 공정가격과 생존이윤 개념은 너무 모호하고 측정할 수 없을 뿐 아니라 시장경쟁과 소비자후생과 관련성이 없다고 비판하였다. EU법원은 미국과 달리 이윤압착을 독자적인 시장지배력 남용으로 인정하고 있으나, 경쟁제한 오판 위험성을 지적하는 유럽 학자들도 있다. 둘째, 시장지배적 사업자가 팔면 팔수록 손실이 커지는 가격으로 계속 판매하고 있다면, 외견상 가격인하 경쟁처럼 보일 뿐 실제로는 경쟁자를 퇴출시키고 신규진입을 봉쇄하여 관련시장을 독점한 뒤 경쟁이 제한된 상태에서 추후에 가격을 대폭 인상시켜 독점이익을 얻기 위한 약탈적 전략의 일환이라고 의심해 볼 수 있다. 이를 약탈적 가격인하 시나리오라고 하는데, '손실을 초래하는 가격'을 일반적으로 '비용보다 낮은 가격'이라고 하므로, '통상거래가격보다 낮은 가격'을 '비용보다 낮은 가격'으로 해석할 수 있다. 또한 독점규제법에는 배타조건부거래처럼 동일한 행위 유형이 제23조의 불공정거래행위와 제3조의2 제1항의 시장지배력 남용에 모두 규정된 경우도 있으므로, '비용보다 낮은 가격'이 불공정거래행위의 하위 유형인 부당염매 조항(독점규제법 시행령 제36조 제1항 관련 [별표 1의2] 제3호 (가) 목에 규정되어 있다고 해서, '통상거래가격보다 낮은 가격'을 '비용보다 낮은 가격'으로 해석할 수 없다고 할 수는 없다. 3. 부당성(경쟁제한성) 판단기준 대상판결은 이 사건 가격설정으로 인한 중장기적 경쟁제한효과를 고려해야 한다고 하였다. 그런데 경쟁제한성 증명 책임을 부담하는 공정위는 애당초 중장기적 경쟁제한효과를 증명한 바 없다. 이 사건 처분 의결서에서 공정위는 "단기적으로는 피심인의 저가 판매행위로 인해 소비자에게 이익이 될 수도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독과점 구조가 고착화됨에 따라 가격인상, 서비스 품질 저하 등 소비자에게 불리한 결과가 초래될 것이 우려된다"거나 "피심인은 이 사건 행위를 통해 시장에서 경쟁사업자가 배제된 이후에 기업메시징서비스 가격을 인상함으로써 이 사건 행위 과정에서 직면했던 손실을 보전하려고 할 가능성이 높다"며 경쟁제한성을 막연히 주장했을 뿐이다. 기업메시징서비스 시장에서 중장기적 가격상승 등 경쟁제한효과가 나타나기 위해서는, 먼저 원고들이 약탈적 가격인하 담합으로 부가통신사업자를 모두를 퇴출시키고, 카카오는 물론이고 에스케이텔레콤 등과 같은 잠재적 경쟁자의 신규진입을 완전히 봉쇄한 다음에, 가격인상 담합까지 성공해야 한다. 이러한 시나리오의 성공 가능성은 공동행위에서도 극히 희박하고 단독행위에서는 아예 불가능하다. 4. 결론 대상판결의 독창적 이윤압착론은 법리적 혼란만 초래하고 있고, 수직통합사업자의 가격우산 아래 하방시장 경쟁자들이 경쟁에 노출되지 않도록 하기 때문에 바람직하지 않다. 여하튼 2014년부터 현재까지 기업메시징서비스 시장에서 특히 카카오와 이동통신사들 사이의 경쟁이 치열하게 진행되어 왔고, 이 사건 가격설정으로 경쟁이 제한되었다는 객관적 증거가 없다. 따라서 이 사건 가격설정은 적법한 가격경쟁으로 볼 수밖에 없다. 주진열 교수(부산대 로스쿨)
공정거래
시장지배
독점
기업메시징서비스
주진열 교수(부산대 로스쿨)
2022-06-20
민사일반
부동산·건축
- 대법원 2022. 1. 13. 선고 2020다278156 판결[주차권존재확인등의 소] -
아파트상가 주차분쟁 해결의 법리
1. 문제제기 아파트와 상가는 하나의 필지에 각기 다른 동으로 건축되어 있는 상황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각기 다른 동으로 각각의 건물임에도 상가 구분소유자들 및 신원을 확인할 수 없는 일반인인 상가 이용객들이 지속적으로 아파트 주차 공간을 사용함에 따라 아파트에서는 급기야 주차 공간을 제한하는 일이 빈번하게 발생하여 왔다. 이에 상가 구분소유자들은 주차장은 전체 공용부분이고 해당 부분에는 자신들의 지분도 포함되어 있다고 주장하면서 소유권에 기한 방해배제 청구권을 행사하며 쌍방간의 분쟁이 계속되고 있다. 이런 문제에 대하여 그간 대법원은 상가이용객이 상가 건물과는 동떨어진 아파트 내부 주차공간에 주차를 하고 있는 점, 아파트에서는 일반인 출입시 신분확인을 하는데 상가 손님들에 대해서는 신분 확인이 제한 되는 극히 불합리한 상황이 발생하는 점을 이유로 이른바 수인한도론이라는 법리를 원용하여 이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였다. 그러나 수인한도론은 그 자체로 해석에 주관이 개입할 여지가 크고, 그 해석의 범위가 너무 광범위하여 하급심 법원에서는 법관에 따라 우후죽순의 서로 다른 판결들이 속출한 상황이어서 이에 대한 분쟁은 끊임없이 지속되었다. 한편 이런 상황에서 2000년대 초반부터 건설사들은 위와 같은 분쟁을 최소화하기 위해 선제적으로 아파트와 상가 간의 주차 공간을 구조적으로 분리하여 건축하기에 이르렀고, 결국 아파트 주차장과 상가가 연결되지 않은 구조로 만들어지면서 하급심에서는 수인한도론이 아니라 일부 공용부분에 관한 법리가 적용되기 시작하였다. 2. 기존 판례의 경향 1) 원칙적으로 공용부분은 소유한 전유부분 면적 비율에 따라 전체를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대법원 2012. 12. 13. 선고 2011다89910 판결). 즉 대법원은 "1동의 건물의 구분소유자들이 그 건물의 대지를 공유하고 있는 경우, 각 구분소유자는 별도의 규약이 존재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대지에 대하여 가지는 공유지분의 비율에 관계없이 그 건물의 대지 전부를 용도에 따라 사용할 수 있는 적법한 권원을 가진다. 이러한 법리는 한 필지 또는 여러 필지의 토지 위에 축조된 수동의 건물의 구분소유자들이 그 토지를 공유하고 있는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대법원 1995. 3. 14. 선고 93다60144판결 등 참조)"라고 판시하여 원칙적으로 아파트 주차장은 전체 공용부분을 전제로 상가 구분소유자 역시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고 판시하였다. 2) 그러나 현실적으로 상가 이용객들이 아무런 제한 없이 사용하게 되자 그 때부터 다음과 같이 수인한도론을 적용하여 제한하기 시작한 것이다(대법원 2009. 12. 10. 선고 2009다49971 판결). "아파트 단지를 관리하는 단체가 ○○아파트 단지 내 출입을 통제하는 것이 ○○아파트 단지 내 상가건물 구분소유자들의 대지 사용권을 방해하는 침해행위가 되는지에 관하여, ○○아파트 단지 내 상가건물과 그 부속주차장의 위치 및 이용 관계, 아파트 단지 안으로의 출입 통제 방법, 아파트 및 상가건물 부근의 지리적 상황, 아파트 입주자들과 상가건물의 소유자 또는 이용자의 이해득실 기타 제반 사정을 참작하여 사회통념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 3. 대상판결 사실관계 1) 이 사건 단지는 공동주택 용도의 아파트 10개동(1,036세대), 근린생활시설 용도의 상가 1개동, 그 밖에 관리사무소 등으로 구성된 집합건물 단지이다. 원고들은 상가의 구분소유자나 임차인이고, 피고는 집합건물법 제51조에 따라 아파트의 공용부분을 관리 하는 단지 관리단이다. 2) 중략 3) 원고는 피고를 상대로 지하주차장의 이용을 방해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위자료의 지급을 청구하는 이 사건 소를 제기하였다. 4. 법원판단 1) 집합건물 중 여러 개의 전유부분으로 통하는 복도, 계단, 그 밖에 구조상 구분소유자의 전원 또는 일부의 공용에 제공되는 건물부분과 규약이나 공정증서로 공용부분으로 정한 건물부분 등은 공용부분이다. 집합건물의 공용부분은 원칙적으로 구분소유자 전원의 공유에 속하지만, 일부 구분소유자에게만 공용에 제공되는 일부공용부분은 그들 구분소유자의 공유에 속한다(집합건물법 제3조, 제10조 제1항). 건물의 어느 부분이 구분소유자 전원이나 일부의 공용에 제공되는지 여부는 일부공용부분이라는 취지가 등기되어 있거나 소유자의 합의가 있다면 그에 따르고, 그렇지 않다면 건물의 구조·용도·이용 상황, 설계도면, 분양계약서나 건축물대장의 공용부분 기재내용 등을 종합하여 구분소유가 성립될 당시 건물의 구조에 따른 객관적인 용도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 이러한 법리는 여러 동의 집합건물로 이루어진 단지 내 특정 동의 건물부분으로서 구분소유의 대상이 아닌 부분이 해당 단지 구분소유자 전원의 공유에 속하는지, 해당 동 구분소유자 등 일부 구분소유자만이 공유하는 것인지를 판단할 때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대법원 2018. 10. 4. 선고 2018다217875 판결, 대법원 2021. 1. 14. 선고 2019다294947 판결 참조). 2) 원심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지하주차장이 아파트 구분소유자만의 공용에 제공되는 일부공용부분이라고 보아 원고의 청구를 배척하였다. 상가는 이 사건 단지의 대로변에 위치하고 단지의 부속상가로 건축되었으나, 아파트 10개동과 상가는 별개의 건물로 신축·분양되고 구조나 외관상 분리·독립되어 있으며 기능과 용도가 다르다. 지하주차장은 구조에 따른 객관적 용도에 비추어 아파트 구분소유자만의 공용에 제공되고 있다. 지하주차장은 이 사건 단지 정문의 출입구로만 들어갈 수 있고 차단기가 설치되어 아파트 입주민과 방문자만 출입할 수 있으나, 지상주차장은 누구나 이용할 수 있다. 지하주차장에는 아파트 10개동의 승강기로 직접 연결되는 출입문이 있고 출입문에는 해당 아파트 동의 입주민만 들어갈 수 있는 출입통제장치가 있으나, 지하주차장과 상가는 직접 연결되어 있지 않다. 아파트 구분소유자는 지하주차장 전체 면적 중 전유부분 면적에 비례하여 분할·산출한 면적을 공용부분으로 분양받았다. 아파트의 집합건축물대장에는 지하주차장에 대해 아파트 구분소유자만이 공유하고 위와 같이 분양받은 면적이 공용부분 면적으로 기재되어 있다. 이러한 공용부분 면적을 계산할 때 상가의 연면적은 고려되지 않았다. 반면 상가의 분양계약서와 건축물대장에는 지하주차장이 분양면적이나 공용부분으로 기재되어 있지 않다. 지하주차장은 대지사용권의 대상이 아니므로, 대지사용권이 있다고 하여 지하주차장을 사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원심판결 이유를 위에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판결은 정당하고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고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집합건물법의 대지사용권이나 공용부분 이용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5. 대상판결의 의의 대상판결은 사실 일부 공용부분에 관한 판단을 명시한 것으로서 대법원 2021. 1. 14. 선고 2019다294947 판결과 그 결을 같이 한다. 즉 최근 건물들은 대부분 각기 다른 용도의 공간이 혼합되어 있는 이른바 주상복합건물이나 아파트와 상가 건물 등이 주류를 이루고 있는바, 이와 같은 상황에서 성질이 다른 각 단체들 사이의 법적 분쟁은 집합건물법상 관리단은 당연 설립된다는 법리나 한 필지의 대지라고 하더라도 이를 전체 공용부분으로 전제하는 법리에 따른 혼동으로 주택과 상가 사이의 분쟁이 비일비재하게 있어왔다. 더욱이 아파트와 상가 간 주차장에 관한 분쟁에 대한 하급심 판결은 지속적으로 엇갈려 왔는바, 어떤 법원에서는 아파트 입주민이, 또 다른 법원에서는 상가 구분소유자들이 승소하며, 판결들 사이의 불일치가 수 없이 발생하였는데 이는 결국 수인한도론이라는 불분명한 법리를 적용한 탓이었다. 물론 건설사들 역시 이와 같은 분쟁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하여 최근에는 아파트 및 상가간의 전용주차장을 설치하고 구조적으로 이를 분리되게끔 건설한 것도 분쟁 종식의 하나의 이유 였으나, 명쾌한 법리가 부재한 상황에서 대법원이 2021. 1. 14. 선고 2019다294947 판결의 연장선상에서 아파트와 상가의 분쟁을 일거에 해결하는 대상판결을 판시하였던 것이다. 결론적으로 대상판결은 공용부분에 해당하는 주차장이 아파트와 상가 건물 간에 구조적으로 구분되어 있을 것을 전제로 하여 아파트와 상가 사이에 주차장이라는 공용부분에 대한 사용관계를 명확히 정리한 것으로 2000년대 이후 건축된 대부분의 아파트에 적용되어 이와 같은 분쟁을 일거에 해결하는 아주 중요한 판결에 해당하는 것이다. 6. 마무리하며 결론적으로 현재도 수많은 하급심에 계류되어 있는 이와 같은 아파트 상가와 관련된 각 주차장에 관한 분쟁은 본 대상판결로 어느정도 해결될 수 있다고 보이는 바 각 구분소유자로서는 이와 같은 판결을 숙지하게 되면 더 이상 동일한 분쟁을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권형필 변호사(법무법인 로고스)
상가
주차장
아파트
공용부분
권형필 변호사(법무법인 로고스)
2022-06-13
노동·근로
민사일반
대법원 2020. 8. 27. 선고 2016다248998 전원합의체 판결
단체협약상 특별채용 조항의 법적 효력
[사실관계 및 소송의 경과] 소외 망인은 자동차회사에서 근무하던 중 산업재해로 사망하였다. 자동차회사가 노동조합과 체결한 단체협약에는 '업무상 재해로 사망한 조합원의 직계가족 1인에 대하여 결격사유가 없는 한 요청일로부터 6월 이내 특별 채용하도록 한다'라고 규정되어 있다. 망인의 자녀인 원고는 단체협약에 근거하여 채용에 대한 승낙의 의사표시를 구하는 소송을 제기하였다. 1심 법원과 항소심 법원은 단체협약 특별채용 조항은 사용자의 채용의 자유를 현저하게 제한하며, 단체협약의 대상이 될 수 없으며, 채용의 공정을 현저하게 침해하여 무효라고 판단하면서 원고의 채용청구를 기각하였다. [대법원의 판단] 1. 다수의견 11인의 대법관은 산재유족 특별채용조항이 민법 제103조에 위배되지 않아 그 효력이 인정되어야 한다는 다수의견을 개진하였다(파기환송). 첫째, 헌법이 직접 보장하는 기본권인 단체교섭권의 결과물인 단체협약의 효력에 대한 사법심사는 신중하여야 한다. 둘째, 업무상 재해로 인한 보상책임을 보완하는 특별채용은 근로조건의 기준에 해당한다. 셋째, 사용자는 결격사유에 대한 심사를 통하여 최소한의 업무수행능력을 검증한다. 넷째,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기 위하여 채용의 기회를 제공하는 것은 법질서에서 예정되어 있다. 다섯째, 별도의 특별채용 절차를 통하여 소수의 인원을 채용한 것으로 인하여 구직희망자들의 현실적 불이익이 크다고 볼 수 없다. 2. 반대의견 2인의 대법관은 산재유족 특별채용조항이 민법 제103조에 위배되어 무효라는 반대의견을 개진하였다(상고기각). 첫째, 사용자가 장차 새로운 근로관계를 창설할 상대방을 정하는 문제는 근로조건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이에 대하여는 헌법상 특별한 보호가 인정되지 않는다. 둘째, 산재유족 특별채용조항은 구직희망자들이나 다른 조합원을 합리적 이유 없이 차별하는 것이어서 사회질서에 반한다. 셋째, 취업보호에 관한 특별법은 일정한 경쟁을 전제로 하는데, 특별채용조항은 그렇지 않다. 넷째, 산재유족 특별채용조항은 국제기준이나 정책 방향과 거리가 있다. 다섯째, 산재유족 특별채용 조항의 혜택이 일부에게만 돌아간다. [평석] 1. 단체협약의 법적 성격 단체협약의 법적 성격에 대한 학설 상황은 매우 복잡하다(계약설, 법규범설, 복합설). 우선 노동조합과 사용차측의 계약이라는 점이 강조되어야 한다. 협약 당사자들의 자유로운 교섭의 결과물인 단체협약을 순수한 법규범으로 보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따라서 단체협약의 효력에 관하여 민법상 법률행위에 관한 규정이 적용되고, 사적 자치의 원칙이 존중되어야 한다. 노동조합이 사용자에 비하여 열악한 지위를 가지는 노동자인 조합원을 대변하여 근로조건에 협상하는 것은 노동조합의 본질에 해당한다. 노동조합이 조합원인 근로자의 근로조건에 대하여 협상하고 그 효력이 조합원에 미치는 것이다. 그러나 단체협약의 효력은 조합원에 한정되는 것이 아니고 근로자보호를 위한 노동법의 정신에 비추어 일정한 요건을 갖춘 경우에 비조합원에게도 확대된다. 비조합원에 대하여도 단체협약의 효력이 확대되는 국면에서 법규범성을 지닌다. 결국 단체협약의 법적 성격은 협약당사자의 계약이라는 점에서 출발되어야 하고, 근로자보호를 위한 노동법의 정신에 비추어 예외적으로 범규범성이 가미된 것이다(소위 복합설). 사용자와의 대등한 협상력을 보유하기 위하여 법인된 노동조합의 위상에 비추어 노동조합이 현행 재해보상제도의 한계를 의식하고 협상력을 발휘하여 특별채용조항을 얻은 것이므로 특별채용의 혜택이 극소수에게 돌아간다고 하여 그 효력을 부정하는 것은 노동조합의 존립 자체를 위태롭게 할 수 있다. 물론 노동조합의 기능과 위상만을 강조하여 다양한 형태의 특별채용 조항들의 효력이 곧바로 긍정되는 것은 아니다. 2. 사용자의 채용의 자유와 단체협약의 대상 사용자가 다양한 채용방식(공개채용, 제한경쟁, 특별채용)을 선택하여 채용의 자유를 행사할 수 있다. 다른 한편으로 사용자는 원만한 노사관계를 위하여 경영상 판단에 따라 채용의 자유의 일부를 포기할 수 있으며, 매우 제한된 범위에서 전개되는 특별채용으로 인하여 사용자의 채용의 자유가 본질적으로 침해되는 것은 아니다. 사용자는 채용에 관한 사항을 단체교섭의 대상으로 삼을 수 있고(임의적 교섭사항), 이 부분에 대하여도 협약자치의 효력이 미친다. 따라서 채용에 관한 사항을 단체교섭의 대상에서 전면적으로 배제할 것은 아니다. 3. 특별채용조항의 법적 성격 단체협약상 특별채용조항은 재해보상의 내용을 보충하는 근로조건에 관한 사항이므로 규범적 부분이라고 할 것이고, 근로자와 유족은 사용자를 상대로 직접 그 이행을 청구할 수 있다. 재해보상의 내용을 보충하는 근로조건에 관한 사항이라는 단체교섭의 대상의 측면에서 보더라도 규범적 부분이라고 보아야 하고, 비조합원의 확대 적용의 국면을 감안하더라도 규범적 부분으로 보는 것이 일관성 있는 해석이다. 4. 채용의 공정 고용정책기본법과 직업안정법은 차별금지와 균등한 기회보장을 규정하고 있으나, 이는 합리적 사유 있는 차별을 원천적으로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사회적 약자를 위하여 마련된 산재유족 특별채용조항이 위 법률들의 위반이라고 보기 어렵다. 채용에 관한 공정은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를 통하여 실질적으로 달성될 수 있기 때문이다. 기회의 평등 원칙을 고수하면 차별적 효과가 영속화되므로, 이를 개선하기 위하여 세밀하게 전개된 적극적 우대조치가 요망된다는 미국의 논의는 산재유족 특별채용조항의 관점에서도 매우 시사적이다. 5. 특별채용조항의 효력에 대한 판단기준 사회질서에 반하는 법률행위에 대한 유형론은 특별채용조항의 효력의 판단에 있어 유용하지 못하며, 다수의견이 제시한 구체적 사정 요소도 문제 해결의 실질적인 지침이 되지 못한다. 따라서 특별채용조항의 효력에 대한 판단기준으로 비례의 원칙을 활용할 필요가 있으며, 이는 법익균형성과 상당성으로 귀결된다. 보호법익과 피해법익이 균형을 이루어야 하고(법익균형성), 피해법익의 정도가 목적, 동기, 방법에 의하여 최소화되어야 한다(상당성). 법익균형성이 충족되는 경우에 비로소 상당성의 판단에 들어가고, 법익균형성이 충족되지 아니한 경우에는 상당성의 판단에 들어갈 필요가 없다. 채용의 공정이라는 가치의 중요성이 갈수록 커지는 현실에 있어 보호법익의 중대성이 긍정되어야 비로소 법익균형성의 요건이 충족되고, 특별채용의 비율이 엄격하게 통제되어야 상당성 요건이 충족된다. 기회의 평등의 원칙에 대한 예외는 역차별을 초래할 수 있으므로 세밀하게 전개되어야 한다. 6. 특별채용조항에 대한 구체적 검토 산재유족 특별채용조항은 비례원칙에 위반되지 않는다. 첫째, 산재유족의 생계보호는 사회적 약자의 배려 차원에서 인정되는 압도적 이익이며, 채용의 공정이라는 공익도 압도적 이익이다. 따라서 양자의 법익균형성이 긍정된다. 둘째, 특별채용의 비율이 매우 적어 구직희망자가 감수하여야 할 희생이 그리 크지 않으므로 상당성 요건을 충족한다. 비교법적 이례성이 산재유족 특별조항의 효력을 좌우하는 결정적 요소가 아니며, 산재유족 특별채용조항은 산업재해로 인한 사망률이 높은 노동계의 현실을 직시하고 노사가 마련한 부득이한 조치이다. 정년퇴직자·장기근속자 자녀 우선채용 조항은 비례원칙에 위반되어 무효이다. 왜냐하면 정년퇴직자·장기근속자의 보상이라는 이익은 압도적 이익이라고 볼 수 없으나, 채용의 공정이라는 공익은 압도적 이익이기 때문이다. 업무외 사고·질병·사망자 자녀 우선채용 조항은 비례원칙에 위반되어 무효이다. 왜냐하면 업무외 재해에 대한 보상은 사용자의 법적 책임의 영역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압도적 이익이라고 볼 수 없으나, 채용의 공정이라는 공익은 압도적 이익이기 때문이다. 노조 추천인 우선채용 조항은 비례원칙에 위반되어 무효이다. 왜냐하면 노동조합의 조직 강화라는 이익은 압도적 이익이라 보기 어려우나, 채용의 공정은 압도적 이익이기 때문이다. 산재유족 이외의 자에 대한 특별채용 조항은 모두 법익균형성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다. 7. 산재유족 특별채용조항의 일반적 구속력 단체협약의 일반적 구속력의 근거인 비조합원의 보호필요성과 사회적 약자의 보호를 위한 산재유족 특별채용조항의 취지에 비추어 노동조합법 제35조의 요건이 충족되지 아니하더라도 산재유족 특별채용조항의 효력이 비조합원에게도 인정되어야 한다. 8. 소결 산재유족 특별채용 조항의 효력을 긍정하는 다수의견의 태도는 타당하다. 사회적 약자인 산재유족을 배려하기 위하여 세밀하게 전개된 특별채용조항은 실질적 평등의 관점에서 정당화될 수 있다. 대상판결로 인하여 다수의 사업장에서 특별채용 조항의 체결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아져 단체교섭 차질 및 노사관계의 경색이 우려된다는 지적이 있으나, 이러한 지적에 동의하기 어렵다. 왜냐하면 대상판결은 산재유족 특별채용 조항의 효력에 대한 판단이며 그 밖의 경우에 대한 특별채용 조항의 효력까지 인정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이창현 교수 (서강대 로스쿨)
산업재해
산재
특별채용
유족
기아차
현대차
이창현 교수 (서강대 로스쿨)
2022-06-07
조세·부담금
행정사건
- 대법원 2021. 8. 26. 선고 2021두38741 판결 -
가업의 승계와 상속세 공제
Ⅰ. 사실관계 A 주식회사 대표이사로서 이 회사를 20년 이상 경영한 B와 B의 모(母)인 C가 A회사의 발행 주식총수의 약 70%, 30%의 주식을 각각 보유하고 있었다. 이후 B가 C로부터 주식 일부를 증여받았는데, 증여 이후 10년이 경과하기 전에 B가 사망하자, B의 배우자인 원고가 B가 보유하고 있던 주식 전부(B 보유주식 + C로부터 증여받은 주식)를 상속받았다. 원고는 A회사의 대표이사에 취임하여 상속세 신고를 하면서 상속 주식 중 B가 10년 이상 보유하던 기존 주식에 대하여만 가업상속 공제를 적용하였다가, 증여받은 주식 부분도 가업상속 공제의 대상임을 주장하며 상속세 감액을 구하는 경정청구를 하였다. 그러나 관할 세무서장은 이를 거부하였다. 원고는 거부처분에 불복하여 2019년 4월 24일 조세심판원에 심판 청구하였으나 2019년 7월 11일 기각되어 이 사건 소를 제기하게 되었다. Ⅱ. 쟁점과 판결의 내용 1. 사건의 쟁점 이 사안의 경우 B가 스스로 10년 이상 보유한 주식은 당연히 가업상속공제를 위한 대상이 되지만, 모(母)인 C로부터 증여를 받아 10년이 경과하지 않은 주식도 함께 가업상속공제 대상이 될 수 있는지 여부이다. 본인이 증여받은 주식 전부를 직접 10년 이상 보유하지 않아도 증여세 과세특례 대상에 속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례(2020. 5. 28. 선고 2019두44095 판결)는 있었으나 상속세와 관련해서는 대법원 판례가 존재하지 않았다. 2. 법원의 판단(서울행정법원 2020. 7. 7. 선고 2019구합83052 상속세경정거부처분취소) 가. 가업승계와 상속세 공제 구 상증세법(상속세 및 증여세법, 이하 '상증세법'이라 한다) 제18조 제2항 제1호는 '가업'을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중소기업 또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중견기업(이하 '중소기업 등'이라 한다)으로서 피상속인이 10년 이상 계속하여 경영한 기업'으로 정의하면서 가업상속에 해당하는 경우 가업상속 재산가액에 상당하는 금액을 상속세 과세가액에서 공제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구 상증세법 제18조 제4항의 위임에 따른 구 상증세법 시행령 제15조 제3항 제1호 (가)목은 구 상증세법 제18조 제2항 제1호에 따른 가업상속의 적용을 위한 피상속인의 요건 중 하나로 '중소기업 등의 최대주주 또는 최대출자자(이하 '최대주주 등'이라 한다)인 경우로서 피상속인과 그의 특수 관계인의 주식을 합하여 해당 기업의 발행 주식총수 등의 100분의 50(상장법인인 경우 100분의 30)이상을 10년 이상 계속하여 보유할 것'을 정하고 있다. 위 시행령 조항의 '최대주주 등'은 주주 또는 출자자 1인과 그의 특수 관계인의 보유주식 등을 합하여 그 보유주식 등의 합계가 가장 많은 경우의 해당 주주 등 1인과 그의 특수 관계인 모두를 말한다(구 상증세법 시행령 제19조 제2항 참조). 나. 피상속인 10년 보유 요건 여부 위 규정을 두고, 원·피고는 '피상속인이 상속재산인 해당 주식을 10년 이상 계속하여 보유할 것'이 가업상속 공제를 적용하기 위한 요건인지 여부에 관하여 다투었다. 1심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원고의 주장을 인정하며, '피상속인이 상속재산인 해당 주식을 10년 이상 계속하여 보유할 것'이 가업상속 공제를 위한 요건이 될 수 없다고 보았다. ① 가업상속 공제요건 중 피상속인의 주식보유에 관한 구 상증세법 시행령 제15조 제3항 제1호 (가)목은 '피상속인이 중소기업 등의 최대주주 등인 경우로서 그의 특수 관계인의 주식 등을 합하여 발행 주식총수 등의 100분의 50 이상을 10년 이상 계속 보유할 것'을 정하고 있으므로 위 요건만 충족되면 될 뿐, 피상속인이 해당 주식을 10년 이상 보유할 것을 요구한다고 볼 수 없다고 하였다. 또한 ② 위 시행령은 2017년 2월 7일 대통령령 제27835호로 개정되면서 계속 보유 기간에 대해 '10년 이상'을 명시하게 되었는데, 이 취지는 '가업'에 관한 정의에 맞추어 일정 비율 이상의 주식 보유기간이 10년 이상일 것을 명확히 하는 데 있는 것일 뿐이라고 보았다. 나아가 ③ 구 상증세법이 가업의 상속에 관하여 상속세 과세특례를 규정한 취지는 중소기업 등의 영속성을 유지하고 경제 활력을 도모할 수 있도록 일정한 가업 상속에 대하여 세제지원을 하고자 함인데, 특수 관계인의 보유 주식이 피상속인에게 이전 된 후 가업상속을 위해 상속되는 경우에도 중소기업 등의 영속성 유지에 기여하므로 피상속인이 10년 이상 계속 보유한 주식의 상속과 달리 취급할 이유가 없다고 하였다. 결국 중소기업 등의 최대주주 등인 피상속인과 그의 특수 관계인이 10년 이상 계속하여 보유한 주식에 대해 가업상속 공제를 적용하더라도 가업상속에 관한 과세특례 규정의 입법취지가 몰각된다거나 조세회피의 수단으로 악용될 우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였다. 다. 결론 1심은 B가 그 특수 관계인인 C로부터 10년 이상 보유하던 이 사건 주식을 증여받았고, 소외 B의 사망으로 인한 상속개시로 위 증여 전에 보유하던 B와 C의 주식이 함께 원고에게 상속되었으므로, 이 사건 주식은 가업상속 공제대상인 주식에 해당한다고 보아 원고의 청구를 인용하여 이 사건 처분을 취소하였다. 2심(서울고등법원 2021. 3. 26. 선고 2020누52889판결, 원고 승) 및 대법원(2021. 8. 26. 선고 2021두38741 판결, 심리불속행 상고기각, 원고 승)에서도 그대로 유지되었다. Ⅲ. 검토 이 사건에서 피고는 조세심판 및 재판과정에서 '가업을 경영하는 자가 가업을 경영하지 아니한 자로부터 증여받아 10년이 경과하지 아니한 주식에 대하여는 가업상속 공제가 적용되지 않는다'는 예규(기획재정부 재산세과-385, 2014. 5. 14.)를 근거로 가업상속 공제가 적용되지 않는다고 주장하였다. 그러나 이와 같은 예규상의 내용은 관련 법률 및 시행령에 규정되지 않는 요건에 해당하는 것이었고, 결국 법원은 조세법률주의에 따라 법률에 규정되지 않는 요건을 확장해석 또는 유추 해석할 수 없다고 보았다. 탈법적인 가업상속 공제 제도의 이용은 봉쇄되는 것이 마땅하지만 "피상속인이 상속재산인 '해당 주식'을 10년 이상 보유할 것"이라는 요건의 해석은 전혀 새로운 법률상의 근거를 만드는 것으로 법률해석을 통하여 창설해 내는 일종의 입법행위에 해당할 수 있어 권력분립원칙에 반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점에서 이번 판결은 다음과 같은 의미가 있다. ① 가업의 승계는 경영승계와 함께 소유승계가 수반될 필요가 있으므로 상속인이 가업에 계속하여 종사하여할 뿐만 아니라 주식 등의 지분도 일정 정도 유지되어야 하는 점을 확인하였다. ② 피고의 주장과 같이 법령 문언을 넘어서 확장해석하거나 유추 해석할 수 없다고 하였다. 즉, 가업승계 상속세 공제에 있어, 피상속인 스스로 상속재산인 해당 주식을 10년 이상 계속 보유할 것이 요건이 될 수 없다. ③ 대법원 2020. 5. 28. 선고 2019두44095 판결에서 가업승계를 위해 주식양도가 이뤄진 경우, 증여자와 특수 관계인이 해당 회사 주식의 50% 이상을 10년 이상 보유하고 있었다면, 직접 10년 이상 보유하지 않아도 증여세 과세 특례를 적용할 수 있다고 최초로 판시한 바 있다. 이 사건은 법원이 상속세의 경우에도 마찬가지 입장을 취한 것이다. ④ 법원이 납세의무자의 재산권을 보장하고, 조세법률주의에 입각함과 동시에 가업 승계를 위한 상속세 공제제도를 조화롭게 해석 및 적용한 사례이다. 박성태 변호사(대한법률구조공단)
상속세
가업상속
승계
박성태 변호사(대한법률구조공단)
2022-05-23
지식재산권
- 대법원 2016후2522 2020. 1. 22. 선고 -
정정심결의 재심사유 배제 판결 문제점
Ⅰ. 들어가기 대법원은 2020. 1. 22. 선고 2016후2522 사건에서, 상고심에서 재심사유로 규정된 특허심판원의 '정정 심결'에 대하여 이것이 있다할지라도 '재심 사유'로 취급하지 아니하고 '정정 전 명세서 등'에 의하여 '법률심'은 물론 '사실심'까지도 심리하는 대변혁을 가져오는 판결을 했었다. 이의 문제점을 분석한다. Ⅱ. 전원합의체 판결의 문제점 1. 이 사건 판결의 결론 이 사건의 전원합의체 판결(2016후당2522. 이하, '이 사건 판결'이라 한다)에 있어서의 결론은 "특허권자가 정정심판을 청구하여 특허무효심판에 대한 심결취소소송의 사실심 변론종결 이후에 특허발명의 명세서 또는 도면(이하 '명세서 등'이라고 한다)에 대하여 정정을 한다는 심결(이하 '정정심결'이라고 한다)이 확정되더라도 정정 전 명세서 등으로 판단한 원심판결에 행정소송법 제8조에 따라 심결취소소송에 준용되는 민사소송법 제451조 제1항 제8호가 규정한 재심사유가 있다고 볼 수 없다"고 한 것이다. 2. 문제의 판결문 문구 이 사건 판례는 "특허의 정정제도는 종전 특허발명과 실질적 동일성을 유지하는 것을 전제로 하는 것으로 정정사항은 정정 후 명세서 등의 내용을 구성하고, 정정심결이 심결취소소송의 사실심 변론종결 전에 이루어진 경우 그와 같이 정정된 명세서 등이 사실심 법원의 심리·판단의 대상이 된다. 결국 (중략) 정정을 인정하는 내용의 심결이 확정되었다고 하여, 정정 전의 명세서 등에 따른 특허발명의 내용이 그에 따라 '확정적으로 변경되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고 판시하고 있다. 여기서 문제점은 '특허의 정정제도는 종전 특허발명과 실질적 동일성을 유지하는 것을 전제로 하는 것'(이하 이 사건 판례상 '가정'이라 한다)이라고 기재되어 있는데, 정정심결 요건은 명세서나 도면 내에서 확장·변경되지 않는 범위 안에서의 '청구범위를 감축하는 범위'(이하, 법률상 '요건'이라 한다)인데, 이들 양자 개념이 상이하다는 것이 문제이다. Ⅲ. 정정심판의 '정정요건'과 '실질적 동일성'의 차이 1. 특허법 제136조의 정정심판 규정 가. 특허법 제136조(정정심판)의 동일성 요건 관련 규정 1) 특허법 제136조 제1항 제2호(동일성 범위) [심판편람] 정정시 '잘못된 기재를 정정하는 경우'에서 "잘못된 정정이라 함은 착오 등에 의하여 불명확하게 된 것을 명세서 또는 도면의 기재를 본래의 의미를 나타내도록 내용의 자구, 어구 등을 바르게 고치는 것이므로 정정 전의 기재내용과 정정후의 기재 내용이 '동일한 의미를 표시하는 것'이라고 객관적으로 인정될 수 있어야 한다"고 설명되어 있다. 2) 특허법 제136조 제1항 제3호(동일성 범위) [심판편람] 정정시 '분명하지 아니하게 기재된 사항을 명확하게 하는 경우'란 "문언상 그 자체의미가 명확하지 않거나 명세서 또는 도면의 기재불비로 인해 생긴 불명료한 기재를 본래의 의미로 명확하게 하는 것을 말한다"고 설명되어 있다. 3) 특허법 제136조 제1항 제1호(감축 범위) 청구범위를 감축하는 경우는 동법 ③항에서는 "제1항에 따른 명세서 또는 도면의 정정은 특허발명의 명세서 또는 도면에 기재된 사항의 범위에서 할 수 있다"고 정해져 있으며, ④항에서는 "제1항에 따른 명세서 또는 도면의 정정은 청구범위를 실질적으로 확장하거나 변경할 수 없다"라고 정해져 있는 것이다. 4) 특허법 제136조 제4항(확장/변경금지) 따라서, 특허법 제136조(정정심판) ①, ③항과 ④항은 각각의 취지나 의미가 다른 조항이며, 이들 법조항의 공통점이 발명의 '실질적 동일성'이 아니라, 각각 별개의 '정정 요건'을 정하고 있는 것이다. 나. 특허법 제136조(정정심판)의 정정범위 상기 제136조(정정심판) ①, ③항과 ④항의 의미를 살펴보면, 발명A+B로부터 아래 큰 원(명세서 및 도면) 내에서의 청구항 감축(A+B, A+B+C)과 큰 원 외에서의 청구항 감축(A+B+C)에서 '감축'이라는 개념은 동일하지만, C의 구성이 발명의 명세서 및 도면 내·외에 있느냐에 따라 정정 가부가 달라지는 것이다. <정정심결의 요건> 2. 발명의 '실질적 동일성'에 대한 의미 가. 발명의 '동일성'에 대한 사용된 대법원 판례 판례상 이의 용어는 ⅰ) 발명이 동일하다(93후1940 판결)와 ⅱ) 양 발명은 동일성이 있는 발명이다(2006후3052 판결)와 ⅲ) 양 발명은 실질적으로 동일한 발명이다(2017후424 판결)라고 사용하고 있다. 나. 발명의 동일성 영역 구분 두 발명의 차이가 과제해결을 위한 구체적 수단에서 주지관용기술의 부가·삭제·변경 등에 지나지 않아 새로운 효과가 발생하지 않는 정도의 미세한 차이가 있을 뿐이라면 두 발명은 서로 실질적으로 동일하다고 할 수 있다.(대법원 2010후2179 판결 등 참조). <정정의 감축범위가 동일성 범위 내인 경우> 상기 A+B의 기술에 대응하여 A+B에 α(주지/관용기술)를 부가하여 감축하였다하더라도 여전히 '동일성 범위' 내에 있는 것이다. 다. 발명의 상위개념과 하위개념의 동일성 차이 공지의 발명에 구성요건이 상위개념으로 기재되어 있고 위 상위개념에 포함되는 하위개념만으로 구성된 특허발명에 예측할 수 없는 현저한 효과가 있음을 인정하기 어려워 그 기술분야에서 통상의 지식을 가진 자가 공지의 발명으로부터 특허발명을 용이하게 발명해 낼 수 있는 경우라 하더라도 선행발명에 특허발명을 구성하는 하위개념이 구체적으로 개시되어 있지 않았다면 원칙적으로 그 특허발명이 출원 전에 공지된 발명과 동일성이 있는 것이라고 할 수 없다(대법원 2001후2375 판결). 3. 발명의 '동일성'과 청구범위의 '감축'과의 차이 이 사건 판결은 정정요건을 '실질적 동일성'으로 전제하고 있으나, 청구범위의 감축이 명세서 등의 범위 내에서 정정될 경우에는 상기 '감축범위'는 발명의 '동일성 범위'를 벗어나므로, 도저히 맥을 같이 할 수가 없는 것이다. <실질적 동일성과 감축범위와의 비교> 4. 이 사건 판례문구의 반대 해석 이 사건 판례에서, 발명의 '동일성'을 전제조건으로 한 것에 대하여 반대로 해석하면 결국, 상기와 같이 '실질적으로 동일하지 않는 발명(예로서, 상기 실무적 예시 및 정정 요건 그림 참조)'에 대하여는 이 사건 판례는 적용되지 않는 것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는 바(재심사유가 되어버리는 것이다), 이의 판례에 혼동의 우려가 있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정정요건 또한 부분적으로 발명의 동일성을 유지하는 것(잘못 기재된 사항을 정정하는 경우 및 분명하지 아니하게 기재된 사항을 명확하게 하는 경우)이 있는 반면에, 그렇지 않는 것(감축 사항)이 대부분이라는 것이다. Ⅴ. 결론 전술한 바와 같이 이 사건 판결은 이 사건 판례상 '가정'과 법률상 '요건'과는 그 법리와 실무가 일치되지 않는 모순점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제안컨대 정정제도에서 '발명의 동일성'을 '전제'로 한 판결은 논리는 물론 합리성(후속 조치의 일관성)이 결여된 판결로서, 아래와 같이 '전원합의체 판결'로 다시 변경하였으면 하는 바람이다. 첫째 방안(현행 실무를 정립하는 방안) : 정정의 범위가 '발명의 동일성 범위'로 심결된 것인지를 1차 판단한다. 그 다음 동일하지 않을 경우에는 재심사유에 해당하는 것으로 처리한다. 그래야 대법원의 부담경감 및 법률심에 한 할 수 있다. 둘째 방안(정정심결의 취지와 대법원 실무를 일치시키는 방안) : 재판의 공정성·신속성·경제성을 위하여 대법원 상고 중에 '정정심결'이 있는 경우에는 있는 그대로 '정정 후 명세서 등'으로 '사실심'과 '법률심'을 모두 심리·판결한다. 필자는 우리의 특허재판(사실심과 법률심)이 모두 3심 과정을 거치도록 하는 바람으로써 후자를 건의하고 싶다. 박대진 변리사(특허법인 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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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대진 변리사(특허법인 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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