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8.21.]
1. 법원은 “집합건물의 공용부분을 제3자가 불법으로 점유한 경우에 제3자를 상대로 방해배제와 부당이득의 반환 또는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법률관계에 관한 소송은 공유부분에 대한 공유지분권에 기초한 것이어서 1차적으로 구분소유자가 각각 또는 전원의 이름으로 할 수 있고, 나아가 구분소유자 전원으로 구성된 관리단이 관리인을 통하여 할 수 있다(대법원 2003. 6. 24. 선고 2003다17774 판결, 대법원 2010. 8. 26. 선고 2008다35104 판결, 대법원 2017. 9. 21. 선고 2015다47310 판결 등 참조).”고 일관되게 판시해왔습니다.
그러나 제3자의 무단점유와 달리 “구분소유자”가 공용부분을 무단으로 점유하는 경우에는, “집합건물의 복도, 계단 등과 같은 공용부분은 구조상 이를 점포로 사용하는 등 별개의 용도로 사용하거나 그와 같은 목적으로 임대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구분소유자 중 일부나 제3자가 정당한 권원 없이 이를 점유·사용하였더라도 이로 인하여 다른 구분소유자에게 차임 상당의 이익을 상실하는 손해가 발생하였다고 볼 수 없다고 하여 부당이득이 성립하지 않는다(대법원 1998. 2. 10. 선고 96다42277, 96다42284 판결, 대법원 2005. 6. 24. 선고 2004다30279 판결, 대법원 2011. 4. 28. 선고 2010다26097 판결, 대법원 2014. 7. 24. 선고 2014다202608 판결, 대법원 2018. 12. 28. 선고 2018다260138 판결 등)고 판시해왔는데, 최근 이를 변경하는 대법원 판결이 나와서 주목됩니다(대법원 2020. 5. 21. 선고 2017다220744 건물인도).
2. 대상판결의 사건은 지하 4층 지상 9층의 상가건물로서 18개 점포로 구성되어 있는 집합건물에서 발생하였습니다. 원고는 이 사건 건물의 관리단이며, 피고는 이 사건 건물 1층 전유부분인 상가를 매수하여 골프연습장을 운영하고 있는 자입니다. 피고는 이 사건 건물 1층의 복도와 로비 477.19㎡을 골프연습장의 부대시설로 퍼팅연습시설, 카운터, 간이자판기 등 시설물을 설치하고 골프연습장 내부공간처럼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이에 원고는 피고에게 이 사건 복도와 로비를 전유부분처럼 이용하는 것이 규약에 위반된다는 이유로 그 이용을 중단하도록 요구하고 피고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자 엘리베이터의 사용금지와 단전조치 등을 결의하였습니다.
3. 이 사건의 쟁점은 민법 제741조 부당이득의 성립여부, 특히 기존 판례가 부정하였던 부당이득의 “손해”가 있는지 여부로 볼 수 있습니다. 판례는 종전 판시를 뒤집고 “구분소유자 중 일부가 정당한 권원 없이 집합건물의 복도, 계단 등과 같은 공용부분을 배타적으로 사용하는 경우 다른 구분소유자들은 해당 공용부분을 사용할 수 없게 되는 불이익을 입게 된다. 즉 다른 구분소유자들의 해당 공용부분에 대한 사용권이 침해되는 것이다. 해당 공용부분을 구조상 별개 용도로 사용하는 것이 불가능하거나 다른 목적으로 임대할 수 없더라도 마찬가지이다(대법원 2020. 5. 21. 선고 2017다220744 건물인도).”라고 손해를 인정하는 취지로 판시하였습니다.
이는 보충의견에서 밝히고 있는 바와 같이, 무단점유자의 이익보유에 따른 법적 무질서 상태를 시정함으로써 정의와 공평의 관념에 맞게 조정을 꾀한다는 부당이득의 기본 법리에도 부합하는 결론입니다.
4. 한편 이 사건의 부차적 쟁점으로 부당이득반환청구의 주체가 “구분소유자”가 아니라 “관리단”이 될 수 있는지 여부도 다루어졌는데, 대법원은 관리단이 규약에 근거하여 행위하였거나 관리단집회 결의가 있었다면 가능하다고 하였습니다.
5. 마지막 쟁점은 부당이득 반환의 범위입니다. 기존 법리에 따르면 전체 공용부분의 이득에서 침해하는 구분소유자의 지분 범위는 제외하고 부당이득의 범위로 산정하여야 하나, 법원은 구분소유자의 지분 범위를 제외하지 않고 전부를 인용한 것으로 보입니다.
6. 결국 대상판결은 그 동안 관리의 사각지대에 있었던 다른 구분소유자의 공용부분에 대한 무단사용에 관하여 관리단이 그 침해 부분에 관한 부당이득반환을 청구할 수 있다는 점을 명확히 한 중요한 판시라고 생각됩니다.
권형필 변호사 (jeremy.kwon@lawlogos.com)